일전에 에스토니아 라크베레(Rakvere)를 다녀왔다. 수도 탈린에서 동쪽으로 100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중세 도시다. 13세기 덴마크 왕국 때 돌로 세워지기 시작한 요새가 언덕 위에 우뚝 솟아 있다. 1346년부터 16세기 중반까지 이 도시는 독일 기사단에 속했다. 그 후 스웨덴, 러시아, 폴란드, 스웨덴, 러시아 지배를 받았다.


이 언덕 북쪽 끝에는 뤼베크 법에 따라 도시 권리를 획득한 700주년을 맞이해 2002년 오록스 청동상이 세워져 있다. 선사시대 동국 벽화에 그 모습이 남아 있는 오록스(에스토니아어로 Tarvas)는 1627년 멸종된 유럽 계통 소의 선조이다. 이 청동상은 길이 7미터, 높이 4미터, 무게 약 7톤이다. 


이 도시를 산책하면서 요새나 청동상보다 더 깊은 인상을 준 것이 있었다. 언덕에서 내려와 도심에서 만난 화분이었다. 산책로 가운데에 자리 잡은 화분에는 꽃이 봄비를 맞아 더욱 새록새록 자라고 있었다. 


그런데 반대편으로 가니 화분은 찰나에 긴의자(벤치)로 변신해 있었다. 그 동안 수없이 본 공공 장소 화분은 대부분 화분만으로서 기능을 하고 있었는데 이 화분은 의자 기능까지 갖추고 있었다. 



비만 오지 않았더라면 이 의자에 앉아 등 뒤에서 피어나는 꽃 향기를 맡으면서 도보 산책에 지친 육신을 잠시 쉬게 하고 사색에 잠겨 보았을텐데... 아, 아쉬워라~~~



의자 기능까지 갖춘 화분을 바라보면서 자연과 인간의 상생 공존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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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7. 9. 6. 06:02

어느 집이나 여행을 앞두고 겪는 고민거리들이 있다. 바로 그 중 하나가 집안에 있는 식물 물주기이다. 누군가에게 집 열쇠를 주고 부탁할 수 있으면 좋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도 있다. 

지난 여름 3주간 한국 방문을 앞두고 아내는 집안에서 자라고 있는 식물들을 햇빛이 덜 들어오는 곳으로 한데 모았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얻은 정보라면서 두 가지 방법을 이용해 식물 물주기를 해결하고자 했다. 

1. 굵은 실 이용하기
플라스틱통에 물을 가득 붓고 굵은 실 한 쪽 끝을 물에 담그고, 반대쪽  끝을 화분에 올려놓았다.


2. 플라스틱병 이용하기
플라스틱병에 바늘로 구멍을 뚫어 화분에 꽂아놓았다. 


이 덕분에 3주 후에 돌아와보니 식물들은 조금 시들어보였지만 물을 주니 곧 생기를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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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5. 8. 10. 05:58

윗집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과 사이가 좋다. 아파트 관리일로 자주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윗집 안주인은 꾸미기를 아주 좋아한다. 그래서 여름철 윗집 창가엔 여러 개의 화분이 놓여져 있다. 보기에 참 좋고 아름답다. 우리집도 하고 싶지만, 현재의 발코니 창문 구조상 불가능하다.

* 윗집 발코니 창가의 화분들

어느 날 창문 안쪽과 바깥쪽을 말끔히 청소를 했는데 외출 후 집으로 돌아와보니 창문에 물이 흘러내린 자국이 선명했다. 처음엔 비가 내렸나라고 했다. 그런데 창문을 열고 위로 쳐다보니 쉽게 이유를 알 수 있게 되었다. 바로 윗집이 화분에 물을 줄 때 흘러내린 물이 말라서 생긴 자국이었다.

* 아랫집 우리집 발코니 창문

발코니에서 아내와 커피를 마시면서 이 문제로 대화를 나눴다.
"말하기가 불편하지만, 윗집에 말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윗집도 그렇게 좋은 해결 방법은 없을 것 같은데."
"그럼 어떻게 하지?"
"그냥 창문에 그려진 수채화라고 생각하고 여름 한철 참으면 되지 않을까? 행여나 윗집이 지나가다가 우리집 창문의 수채화를 보면서 한 감상을 얻어서 스스로 해결해주는 것이 최상이겠지."
"그게 좋겠네."

 


이렇게 우리 부부는 창문의 화분 흙물 자국을 수채화로 여기기로 했다. ㅎㅎㅎ 어제는 갑작스런 폭우가 내려쳐 흙먼지 자국을 말끔히 청소를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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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4. 5. 19. 07:41

5월 초순 아내의 생일을 맞아 장미꽃 생화 다섯 송이를 선물했다. 5월에 태어났으니 다섯 송이를 선택했다. 딸아이는 다른 꽃 세 송이를 선물했다. 벌써 2주째이지만, 화병 속 생화는 둘 다 시들지 않고 있다.

* 처음 사온 날 찍은 사진

보통 서너 일이 지나면 화병 속 물이 흐려지고 냄새가 나고 물이 썩는다. 아울러 줄기가 흐물흐물해지고 꽃은 보기 싫게 시들어간다. 하지만 이번에 선물한 꽃은 아직도 생생하다. 처음보다 더 싱싱한 것 같다. 우리 가족 모두 몹시 신기해 하고 있다.

줄 때는 아름다워 좋지만, 화병 속에 곧 시들어갈 꽃을 생각하면 생화를 사고자하는 마음이 사라지곤 한다. 그런데 이번 경우는 이런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깨우쳐주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알고보면 참으로 간단하다.

예전에는 선물 받은 꽃을 물 담은 화병에 넣고 시들 때까지 바라만 보고 있었다. 이번에 아내는 새로운 시도를 해봤다. 매일 화병 속 물갈아주기다. 서너 일이 지나면 꽃이 시들기 시작하는 데 이번에는 처음 사올 때와 마찬가지로 싱싱한 모습을 지니고 있었다. 

* 사온 지 2주가 되는 꽃

언제까지 이 생화가 싱싱할까가 궁금해서 아내는 매일 물을 가는 데 재미가 붙었다. 처음에는 매일 아침 일어나 물을 갈아주었다. 하지만 며칠 전부터 바깥 온도가 높아짐에 따라 실내 온도가 올라가고 있다. 그래서 아내는 아침에 일어나 물을 갈고, 또 저녁에 자기 전에 물을 간다.

"당신과 딸이 정성으로 꽃 선물을 했으니 이제 내가 정성으로 꽃을 관리해야지"

물갈아주기만으로 이렇게 여전히 싱싱하다니 놀랍다. 과연 얼마나 그 싱싱함이 지속될 지 몹시 궁금하다. 내일도 아내의 물갈이 정성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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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1. 11. 29. 07:00

숫자 32
이는 우리 집 아파트 실내에서 키우고 있는 화초 수이다. 화초 가꾸기는 오랜 전부터 남편인 내가 맡아왔다. 물주기부터 분갈이까지 모두 맡아서 한다. 가끔 생일 선물로 서양란을 받는다. 이렇게 모인 서양란이 다섯이다. 서양란은 꽃이 납이를 닮았다고 해서 호접란으로 부르기도 한다. 


물은 자주 주지 않는다. 밖에서 흔히 보이는 뿌리가 말라있다고 확인하면 물을 준다. 여름에는 보통 일주일에 한 번 준다. 수도관을 틀어놓고 흐르는 물로 흠뻑 뿌리를 적셔준다. 이러게 몇 년째 서양란에 물을 주고 있다. 

그런데 최근 변화가 생겼다. 어느날 밥을 지으려고 쌀을 씻었다. 이날따라 이 물을 버리면 참 아깝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3차례 씻은 물을 모으니 대야가 한 가득이었다. 화초 물주기에 사용했다. 

잠시 후 서양란 물주기를 했다. 아까처럼 물절약하는 방법을 떠올렸다. 아주 단순했다. 대야에 물을 받아놓고 서양란 화분을 대야에 담궜다. 잎으로 물을 뿌리면서 뿌리까지 자연스럽게 적셨다. 이렇게 처음 담은 대야물로 서양란 화분 다섯 개에 물을 주었다. 남은 물은 다른 화초에 물을 주는 데 사용했다.  


서양란을 가꾼 지 여러 해가 되지만 이렇게 물을 거의 한 방울을 하수구로 내보지 않고 물주기는 처음이었다. "왜 내가 그 동안 이것을 몰랐을까?"라고 물절약에 너무나 무관심했던 나 자신을 발견하자 "참 바보였구나!"라고 자신을 책망해보았다. 물론 흐르는 물로 난에게 주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만 10살 딸에게 이 역사적인 첫 (서양란 물절약) 깨달음을 기록에 남겨달라고 촬영을 부탁했다. 찍으면서 딸아이도 아빠의 물절약을 직접 보고 배웠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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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모음2011. 4. 14. 05:36

통조림 캔과 옷 집게를 가지고 무엇을 만들 수 있을까? 사람들의 상상에 따라 여러 가지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 폴란드 웹사이트 조몬스터에 올라온 마음에 드는 결과물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일상에서 먹고 흔히 버리는 통조림 캔이 옷 집게와 어우러져 자연미가 살아있는 화분으로 탈바꿈했다. 참으로 기발한 발상이다.  [사진출처, image source 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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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모음2011. 1. 31. 06:00

파네베지스(Panevėžys)는 북위 55°44′, 동경 24°21′에 위치해 있다. 인구 11만명의 도시로 리투아니아 5대 도시이다. 최근 이 도시에 바나나가 수확이 되어 화제를 모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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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투아니아 5대 도시 파네베지스 전경(Photo: Cajetonas at lt.wikipedia)

열대의 대표적인 과일 중 하나인 바나나가 북위 55도에서 수확되었다고 하니 의구심을 자아낼 수 있다. 물론 실외가 아니라 실내에서 키운 바나나이다.

인테리어 장식 자재 용품을 판매하는 "아파리찌"(Aparici) 매장 내에서 키우고 있는 바나나이다. 2001년 개업식에 한 손님이 바나나 나무를 선물했다.

6년 후 2007년 이 나무에는 16개의 바나나가 열렸다. 가장 큰 바나나는 크기가 12cm, 무게가 70g이었다. 이는 리투아니아에서 최초로 수확된 바나나로 기록되었다.

최근에는 더 풍성한 수확을 거두었다. 모두 57개 바나나가 수확되었고, 총 무게는 3kg 570g이었다. 아무리 실내 화분에서 키우는 바나나 나무이지만, 북위 55도에 바나나가 열린다는 것이 참으로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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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 
http://www.lrytas.lt/videonews/?comm=2&id=12961389651295752332&sk=1

아파트 실내에서 직접 바나나 나무를 몇 년 키워보았지만 실패한 경험이 있다. 파네베지스의 바나나 수확이 너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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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09. 9. 9. 05:02

아파트에 살고 있는 우리집에는 어느 집처럼 화초들이 많이 자라고 있다.
그 중 가장 오래된 화초 중 하나가 아래 선인장이다.
가시 사이로 잎이 많이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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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년 10월 8일 모습

여러 해가 지나고 선인장은 자랐지만 많은 잎들은 하나 둘씩 떨어지고 결국은 모두 사라졌다.
큰 선인장임에도 작은 화분에서도 잘 자라는 것을 주위에서 보았기에
분갈이를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차년피년 미루었다.
지난 4월 큰 마음 먹고 선인장의 화분을 더 큰 것으로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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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4월 13일 분갈이 모습

그러자 5개월이 지난 지금은 떨어졌던 잎이 다시 돋아나기 시작했다.
싱싱한 잎이 다시 피어나자 모든 마음도 흐뭇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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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9월 6일 현재 모습

다시 생생하게 잘 자라는 이 선인장을 바라보면서 역시 그것을 담는 그릇이 중요함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 관련글: 차년피년한 화분 선인장 뿌리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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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모음2009. 4. 17. 17:11

우리 집에는 선인장 화분이 여러 개 있다.
여러 해 전부터 기르고 있던 선인장 하나는
처음 가게에서 샀을 때의 작은 화분을
그대로 간직한 채 자라고 있다.
뿌리와 기둥 사이 부분이 마치 허리가 쑥 들어간
기형의 모습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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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늘 화분 갈이를 해주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으나,
차일피일이 아니라 차년피년을 하고 말았다.
위안로 삼자면, 선인장의 억센 가시가
행동개시를 방해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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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최근 큰 마음을 먹고 화분 분갈이를 했다.
두꺼운 가죽장갑을 끼고 억센 가시를 짓누르면서
선인장 뿌리를 위로 뽑아보았다.
그 사이에 선인장 가시는 화냄의 표시인지
가죽장갑의 빈틈으로 손바닥과 손가락 부분을 찔렸다.
하지만 처음 본 뿌리의 신기함이 그 아픔을 상쇄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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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의 큼직함이 놀라움을 주었다.
아니, 안에 있던 나머지 흙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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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분 속 작은 플라스틱 화분의 반쪽도
간데온데 없이 사라져버렸다.
이 작은 장애물이 선인장의 뿌리 부분을
굵직하게 만들어 놓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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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더 큰 화분으로 옮겼으니
더욱 더 건강하게 잘 자라기를 바란다.

* 발코니에 피어오른 하얀 딸기꽃

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09. 3. 18. 09:53

3월도 곧 하순에 접어들고 있다. 하지만 북동유럽에 위치한 리투아니아에는 며칠 날씨가 포근해 금방 봄이 오는 듯 했으나, 오늘은 눈까지 내리는 등 다시 겨울을 잊지 못해 되돌아가는 듯 하다. 남유럽 불가리아 친구도 방금 봄이 늦게 온다면서 울상을 짓고 있다. 호수의 얼음은 녹고 있지만 아직도 사람들이 얼음 낚시를 할 수 있을 정도로 견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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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초봄에 대부분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봄을 맞는 화분이나 꽃병을 두고 있다. 2월 하순경에 아직 잎이 피지 않는 자작나무 가지나 버드나무 가지를 꺾어 이 속에 담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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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실내온도로 더 빨리 싹이 돋아나고 밝은 연두색 잎이 자란다. 이 모습을 지켜보면서 사람들은 꽃샘 추위를 견디고 곧 피어오를 집밖의 나뭇잎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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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