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생활'에 해당되는 글 590건

  1. 2014.03.13 성형 전후의 한국인들 모습 자칫 왜곡 우려 1
  2. 2014.03.11 딸아이의 휴대폰 한글 문자쪽지 엉터리 투성 2
  3. 2014.03.10 꽃 선물 없어도 사랑하는 줄 아니까 괜찮아
  4. 2014.03.08 머리카락을 천장에 묶어놓고 공부하는 학생들 1
  5. 2014.03.07 외국인으로 믿기 어려운 한국어 쓰기 솜씨 4
  6. 2014.03.06 헝가리 무곡따라 수건으로 아슬아슬 춤춰
  7. 2014.03.04 인터넷 보고 요리해내는 한국 교환학생들 1
  8. 2014.02.20 한국어 학생들이 생일 선물로 준 풍선 케익
  9. 2014.02.19 지리 시험에서 최하점 받은 후 딸이 보낸 쪽지 3
  10. 2014.02.18 김밥 함께 만들어본 외국인들 아주 좋아해 3
  11. 2014.02.11 자녀는 언제쯤 홀로 아침밥 챙겨 먹고 학교 갈까 3
  12. 2014.02.11 반찬 많은 한식, 식탁 상판 이동으로 수월 1
  13. 2014.02.10 아빠가 여자가 아니니까 여자 마음을 몰라 4
  14. 2014.02.10 유럽인 친척 생일에 김치 3kg 선물했더니
  15. 2014.02.07 바지 지퍼 - 남대문 열렸어 - 나라마다 천차만별
  16. 2014.02.06 한국 주유소에서 본 낯설은 정전기 제거판
  17. 2014.02.05 해외에서 한국방송 보기가 이렇게 수월하다니 7
  18. 2014.01.27 칼빈소총 보드카 선물, 나름대로 해석
  19. 2014.01.24 얼음 낚시 중 배고픈 여우에게 먹이를
  20. 2014.01.23 스마트폰 하지 않는 조건으로 식당 가기
  21. 2014.01.07 쇼핑 목록에 한글의 어려움이 고스란히 4
  22. 2014.01.03 지상에서 하늘길 내려다보는 엄마의 심정
  23. 2014.01.01 유럽은 해맞이가 아니라 폭죽으로 새해맞이 4
  24. 2013.12.30 외국인들, 강 공장장과 공 공장장에 박장대소 1
  25. 2013.12.26 초등 딸아이가 생각해낸 아빠와의 포옹법 1
  26. 2013.12.23 큰 키에 욕심 없는 딸아이의 이유
  27. 2013.12.21 만약 새가 돼 세계 각지를 내려다 본다면? 2
  28. 2013.12.20 크리스마스와 산타에 해당 유럽 각 언어 표현은? 1
  29. 2013.12.18 구멍가게 할머니 돈을 훔쳐가는 젊은이 2
  30. 2013.12.17 액자에 걸터앉은 인형들 1
사진모음2014. 3. 13. 06:57

한국은 성형공화국으로 불리기도 한다. 통계에 따르면 한국에서 한 해 동안 이루어지는 성형수술은 65만건이다. 인구 1000명당 시술건수가 13.5건으로 세계 1위이다. 

최근 폴란드 웹사이트 조몬스터에 성형전후 한국인들의 모습을 비교한 사진들이 올라와 관심을 끌었다.


한국에는 양악수술과 안면윤곽수술도 적지 않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다가는 유럽인들에게 진짜 자연미를 지닌 사람의 얼굴을 보고도 한국인이니까 성형수술했을 것이라는 왜곡된 추측을 낳게 할 수 있겠다. 

한편 얼굴 이마 흉터를 수술하지 않고 기념으로 간직하겠다는 초등학생 딸아이의 초심이 변하지 않길 바란다. [관련글: 

이마 흉터 수술을 안 하겠다는 초등 딸의 이유

]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4. 3. 11. 07:14

한국이 아니라 외국에 사는 사람이 한국어를 말한 해도 감지덕지일 수 있겠다. 하지만 더 큰 욕심이 있어 말뿐만 아니라 글까지도 잘 알면 좋겠다. 

딸아이의 한국어 상대자는 아빠가 유일하다. 한때 또래 아이가 둘이 있어 한국어로 재잘거리면서 재미나게 지냈다. 하지만 이들이 떠나자 딸아이의 한국어 사용 빈도는 훨씬 줄어들었다. 

흥부전과 신데랄라 동화책을 읽고 쓰기를 하도록 했다. 오랜 시간이 걸려서 완성했다. 그런데 학년이 올라갈수록 시간적 여유로움이 없다. 한국어 쓰기가 당장 학교나 생활에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그래도 태어나서 12살인 지금까지도 아빠와는 무조건 한국어로 대화한다. 그러다보니 휴대폰으로 문자쪽지를 보낼 때도 한글이나 한국어 로마자 표기를 사용한다.

문자쪽지엔 문법이나 철자가 완전히 엉터리 투성이다.  
삼십분 - 삼씹뽄
할게요 - 핼캐요
자세요 - 자새요
집에 - 지배
친구랑 -찐고랑 


이렇게 딸아이로부터 쪽지가 오면 그 쪽지를 철자와 문법에 맞게 고쳐서 자주 보내준다. 

"딸아, 친구를 어떻게 찐고라고 쓰니? 그래도 기본은 알아야지. 참 너무했다."
"괜찮아. 아빠가 이해할 수 있으니 다행이지."
"좀 노력해자!"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4. 3. 10. 05:21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이다. 이런 행사에는 점점 감정이 무뎌져 간다. 전날 저녁 식사 식탁에는 우리 집 여성인 아내와 딸아이가 모두 모였다. 딸아이에게 말했다.

"내일 여성의 날인데 아빤 꽃 선물 하지 않을 거야."
"꽃 선물 없어도 아빠가 사랑하는 줄 아니까 괜찮아."
"그래, 마음으로 축하해주면 그만이지. 꽃은 살 필요가 없다."
"맞아."

기분 좋게 딸아이가 맞장구쳐 주었다. 다음날 아침 토요일이지만, 행사 때문에 아내는 출근해야 했다. 식탁에 홀로 아침 식사를 하고 있는 아내에게 축하한다고 말했다.

"꽃은 어디에?"
"마음에서는 전하는 말이면 충분하지 무슨 꽃이 필요하나?!"
"그래도 받으면 여자로서 더 행복감을 느끼지."

아내는 출근하면서 심부름을 부탁했다. 딸아이가 이날 음악축제에 노래공연을 하는 날이었다. 그래서 노래 지도 선생님에게 감사와 함께 여성의 날이라고 꽃 선물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몇 시간 뒤 딸아이와 함께 삼각대와 카메라 가방을 메고 집 근처에 있는 꽃시장으로 향했다.

"아빠는 살아있는 꽃은 사기가 싫어."
"맞아. 며칠 후에 꽃은 시들어버리잖아. 꽃이 참 불쌍해."
"그래, 아빠도 그렇게 생각하니까 꽃을 사기가 싫어.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사야 하는 경우가 있으니 오늘도 그 중 한 날이다."

꽃시장에는 꽃을 사서 한 아름씩 안고 가는 남자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속으로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아내가 다니는 음악학교는 이날 리투아니아 전국 음악학교를 대상으로 음악축제를 개최했다. 딸아이도 한국 노래 '반달'로 참가했다. 아래 영상은 이날 부른 노래이다.


아내는 이날 축제 사진촬영을 담당했고, 딸아이는 축제 결과를 기다렸다. 왼쪽 어깨로는 7kg의 삼각대를 메고, 오른쪽 어깨로는 6kg의 카메라 가방을 메고 먼저 음악학교로 나왔다. 

'자, 무거우니 집으로 곧장 갈 것인가? 아니면 슈퍼마켓을 들어 깜짝 선물을 살 것인가'
깊게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발걸음은 이미 슈퍼마켓 쪽으로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활짝 핀 수선화 꽃 화분보다 이제 막 피려고 하는 수선화 꽃 화분을 골랐다. 그리고 빨간 장미꽃 색을 연상시키는 싱싱한 향기를 풍기고 있는 딸기 두 상자를 구입했다. 거실 탁자에 올려놓았다.


오후 늦게 학교에서 돌아온 아내와 딸아이는 부엌, 욕실, 방으로 다니느라 아직 거실까지 오지 않았다. 한참 후에 거실로 온 아내는 뜻밖의 수선화를 발견했다.

"우와~~~ 믿을 수 없는 일이 지금 우리 집에 일어났다."
"엄마, 뭔데?"
"거실 탁자에 가봐!"

내 두 볼은 두 사람으로부터 하나씩 점령당했다. 늦은 저녁에 두 처남이 아내에게 전화했다. 여성의 날이라고 여동생을 축하하기 위해서다. 수선화 꽃 화분과 딸기를 받았다고 처남들에게 뿌듯해 하는 아내의 말말을 옆에서 들으니 이날 꽃 선물 하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는 나의 신념보다 때론 받는 이의 감정을 더 헤아리는 것이 함께 세상을 살아가는 맛이 아닐까'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Posted by 초유스
재미감탄 세계화제2014. 3. 8. 07:07

중국 여대생들의 특이한 공부법이 유럽 폴란드 누리꾼들 사이에 화제가 되고 있다. 이들 여대생들은 자신의 머리카락을 도구를 이용해 천장에 묶고 공부하고 있다. 바로 졸음방지책이다.


그렇다면 여자는 묶을 머리카락이 있지만, 남자는 어떻게 할까? 한 남학생이 신발 냄새를 맡으면서 졸음을 쫓고 있다. 


중고등학교 다닐 때 졸음방지약을 먹으면서까지 고입과 대입 시험을 준비하는 때가 떠오른다. 지금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어려운 수학문제를 풀지 못해 아내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딸아이에게 종종 한마디한다.

"지금 모르거나 풀지 못하는 것이 있으면 그것을 네가 모르고 못한다는 것을 알기만 해도 돼. 억지로 어떻게 하려고 애써지 마. 시간이 지나면 쉽게 알 수도 있을 거야."

경쟁 지상주의 사회가 유발한 한 단면을 본다. 책상과 책에만 묶어놓고 지식을 습득하는 것보다 너른 세상에서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해주면 좋겠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 3. 7. 06:38

일전에 여권상 생일[관련글 보기]을 맞아 사람들로부터 축하를 받은 이야기를 전했다. 빌뉴스대학교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로부터 풍선에 그려진 케익도 받았다. 그때 여러 선물에 취해 축하엽서를 열어보는 것을 깜박 잊어버렸다.


교과서 속에 끼어져 있던 엽서를 어제서야 열어보았다. 한마디로 깜짝 놀랐다. 
만년필로 반듯하게 써진 한국어 문장이 어디 하나 흠잡을 데가 없었다.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외국인으로 믿기가 어려울 정도로 예쁘게 잘 썼다. 


컴퓨터 글쓰기에 익숙해진 지 오래라 이렇게 직접 손으로 쓴 글을 보면 더욱 정감이 간다. 열심히(?) 가르쳐주신 선생님에게 드리는 축하엽서라 틀리지 않으려고 얼마나 노력했을까......

이들 학생들은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빌뉴스대학교에서 지금까지 약 50시간 정도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배우기 어려운 언어 중 하나로 꼽히는 한국어를 열심히 해서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 3. 6. 09:04

페이스북 헝가리 친구들 사이에 어제부터 공유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동영상이 하나 있다. "헝가리 무곡 5번"에 따라 두 남자가 춤을 추는 내용이다.

헝가리 무곡은 독일 출신 요하네스 브람스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것 중 하나이다. 이 곡(1869년과 1880년 발표)은 헝가리 집시 음악의 영향을 받았다. 특히 경괘한 선율과 열정적인 연주가 두드러지는 5번이 제일 유명하다. 

이 5번 곡에 따라 두 남자가 달랑 수건 하나만 가지고 춤을 춘다. 아슬아슬한 장면을 잘도 피한다. 경쾌한 선율에 따라 이리저리 수건으로 가리려는 모습이 절로 웃음을 자아낸다. 


헝가리 무곡 5번을 재미나게 감상할 수 있게 해주는 이 동영상을 아래 소개한다.



헝가리 무곡을 들으니 1990년대 초 헝가리 살 때 시골 아저씨의 바이올린 연주에 따라 차르다쉬 춤을 추던 시절의 추억이 뇌리에 되살아난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 3. 4. 07:12

인구 3백만명이 사는 리투아니아에 한국 교민은 10여명이다. 그런데 교민수보다 한국에서 오는 교환학생수가 이제는 더 많다. 학기마다 약간 차이는 있지만 빌뉴스에 30-50여명의 교환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종종 명절에 교민들과 교환학생들이 한인회 초청으로 만난다. 일전에 몇몇 교환학생들과 시내 한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리투아니아에 온 지 한 달이 지났는데 아직 김치를 먹어보지 못했다는 학생이 있었다. 그래서 지난주 금요일 이들을 집으로 초대했다.

* 우리 집을 방문한 경희대학교 교환학생들 (좌로부터 지연, 보라, 혜빈 지원 학생)

사실 집으로 한국 손님을 초대하는 일은 좀 민감하다. 나와 딸은 대환영이지만, 리투아니아인 아내가 부담스러워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미각이 뛰어난 한국 사람들에게 자신있게 음식을 해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명분의 꾀를 내야 했다. 우리 집엔 한국에서 보내준 잡채용 당면이 있다. 잡채는 딸아이가 무척 좋아한다. 아내는 한 두 번 시도해보았지만 호응을 얻지 못하자 더 이상 잡채 요리를 하지 않고 있다. 

"우리 집에 와서 잡채를 맛있게 해주면 좋겠다."라고 학생들에게 제안했다.
"우와~, 정말요? 당연히 가야죠."라고 하면서 이들은 덥석 받아들였다.    

이날 집으로 돌아와 "한국 교환학생들이 와서 딸아이가 좋아하는 잡채를 해줄 거야. 괜찮지?"라고 아내에게 말하자 "나도 좀 배울 수 있는 기회이니 좋아."라고 답했다. 

잡채요리에 필요한 버섯, 피망, 시금치 등 재료를 아내와 함께 구입해놓고 교환학생들을 기다렸다. 미국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하고 있는 큰딸과 비슷한 나이를 가진 학생들이라 아내도 기쁘게 이들을 맞이했다.

우리 집 부엌은 일시에 교환학생 4명에다가 아내 그리고 딸아이 요가일래까지 합쳐 6명의 요리인들로 북쩍거렸다. 그런데 이들 곁에는 스마트폰이 있었다. 바로 인터넷으로 검색한 잡채요리법 때문이었다. 능숙한 가정주부처럼 만드는 잡채요리를 옆에서 지켜보면서 한 수 배워보겠다는 기대를 가지고 있었던 아내는 약간의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 금요일 저녁식사를 준비한 6명의 요리인

"요즘 요리법 일일히 익힐 필요 없어. 인터넷 검색하면 쫙 나와. 한국 학생들 집에서 직접 요리해볼 기회가 많지 않아. 사실 우리 큰딸도 몇 가지를 제외하면 요리하지 못하잖아."
"하기야 그래."   
"다 같이 음식을 만드는 과정이 재미있잖아. 어느 한 사람이 고생해서 바치는 맛있는 음식보다 다 같이 어울러서 만든 덜 맛있는 음식이 난 더 좋아." 

* 주요리 잡채

이렇게 한 시간 반을 거쳐 잡채, 된장국, 호박전 등이 완성되었다. 한인회 회장(김유명)도 초대했다. 잡채를 먹어본 딸아이의 맛평가가 이날 교환학생 초대가 의미있었음을 단적으로 표현한다.

"아빠, 내가 이제까지 먹어본 잡채 중 제일 맛있어."
"그래? 아빠가 언니들 정말 잘 초대했지?"
"맞아. 언니들이 또 우리 집에 왔으면 좋겠다."

정말이지 딸아이는 평소보다 훨씬 많은 양의 잡채를 먹었다.    


한 학기 동안 머무는 교환학생수가 교민수를 훌쩍 넘어섰다. 이제는 교민들보다 교환학생들이 주변 리투아니아인들에게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인상을 심는 데에 더 큰 영향력을 끼친다. 있는 동안 공부도 하면서 리투아니아 현지를 이해하고, 한국을 알리는 데 힘닿는 대로 기여해주길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 2. 20. 06:14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빌뉴스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지난 화요일 평소와 같이 수업 10분 전에 강의실에 도착했다. 

그런데 복도에서 기다리는 학생들이 한 명도 없었다. 열쇠로 강의실 문을 열고 기다렸다. 수업 시작 시간이 다 되어가는 데도 아무도 오지 않았다. '혹시 내가 요일을 잘못 알고 강의하러 왔나?"라는 의문이 들었다. 잠시 후 강의실 열린 문 뒤에서 낯익은 한국어 노래가 들려왔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선생님의 생일을 축하합니다."


깜짝 놀랐다. 어떻게 알려주지 않은 내 생일을 알았을까?
물어보니 페이스북에서 알았다고 했다.

학생들은 하얀색 풍선에 한국어, 러시아어, 리투아니아어, 심지어 에스페란토 등으로 '생일 축하합니다'라고 썼다. 초콜릿, 빵과자, 축하엽서도 받았다. 


"생일 축하합니다!!! 행복하세요 ^^"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생일은 '생일'이 아니라 '생신'이라고 고쳐주고 싶었지만, 뜻밖의 선물을 받았으니 참았다. ㅎㅎㅎ

무엇보다도 풍선에 그려진 케익이 보기에도 맛있게 그려져 있었다. 


이날 집으로 돌아와 학생들의 선물을 보여주면서 아내에게 양해를 구했다.
"진짜 내 생일에 이 학생들을 집으로 초대해 한국 음식을 대접하면 좋겠다."
"그렇게 해."

1년에 맞는 생일은 세 번이다. 
1. 여권에 기재된 음력 생일
2. 태어난 해의 양력 생일
3. 해마다 변하는 음력 생일

가족도 헷갈려 여러 해 전에 2번 생일을 진짜 생일로 정했다. 한편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딸아이의 생일 축하 쪽지에 웃음이 터져나왔다. 

Kun unua naskiĝtago, paĉiuka!!! Multege da sano, mono (por ke mi estu feliĉa ankaŭ), kaj sukceson en iu ajn ŝtupo en vivo! P.S. Mi gratulos vin en Marto denove.

아빠, 첫 번째 생일을 축하해요. 아주 건강하고, 돈도 많이 벌고(나 또한 행복하도록), 인생의 어느 단계에서든지 성공하세요. 추신: 3월에 또 축하할 거예요.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4. 2. 19. 07:47

스마트폰 앱을 통해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의 과제와 성적, 가정통지문을 즉각적으로 받는다. 선생님이 시험성적을 채점해 컴퓨터에 결과를 입력하는 즉시 집에서 가만히 앉아 이것을 확인할 수 있다. 참 놀라운 세상에 살고 있다.

딸아이는 한국으로 치면 초등학교 6학년생이다. 며칠 전 딸아이가 학교에 있는데 지리 성적을 앱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런데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최하점이었다. 잘못 기재가 된 듯했다. 왜냐하면 지리 시험을 대비해 시험 전날 늦도록까지 열심히 공부했기 때문이다. 

휴식 시간에 딸아이로부터 문자쪽지가 왔다. 집으로 돌아오면 혼이 날 수 있기 때문에 미리 상황을 설명하고자 했다. 

딸아이가 설명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바로 시험지에 있는 지도와 바다를 표시하는 숫자가 불분명했기 때문이다. 시험지를 보지 않았으니 선뜻 이를 이해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일단 집으로 온 후에 다시 상의하자고 했다. 

그런데 딸아이의 문자쪽지에 눈길을 끄는 내용이 있었다. 번역하면 이렇다.
"엄마를 사랑해.  Y.o.l.o. 인생은 한 번이야. 우린 한 번만 살아."
이에 대한 엄마의 답이다.
"그러니까 우린 노력해!!!"
 

시험에서 최하점을 받고도 부모를 두려워하지 않고 "인생은 한 번이야"라고 답하는 12살 딸아이가 외계에서 온 사람으로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좋지 않은 시험 성적 결과가 나왔을 때 선생님과 부모에게 가슴 조아리던 어린 시절의 모습이 떠올랐다. 중학교 때 학급 성적이 낮아서 반 전체가 운동장에서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밀대로 매를 맞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집으로 돌아온 딸아이가 시험지를 보여주었다. 정말이지 딸아이를 이해할 수 밖에 없었다. 이제 비판의 화살은 작고 희미한 세계 지도를 가지고 시험을 보게 한 지리 선생님을 향했다. 당장 지리 선생님에게 전화해 항의하고 싶은 마음이 일어났다. 우리 부부는 재시험이 안 된다면 교장 선생님에게 항의할 태세였다. 

선생님을 나무라지 마
"선생님을 나무라지 마. 정말 좋은 선생님이야."
"네가 재시험에 동의하는 학생들을 모아서 선생님에게 한번 말해봐."
"내가 학생이니까, 내가 해결해볼 게. 선생님에게 다시 시험을 치를 수 있는 지를 물어볼 거야. 선생님은 좋은 사람이니까 안 좋게 말하는 것은 좋지 않아."

다음날 학교에 다녀온 딸아이는 기분이 좋아보였다.

"지리 선생님하고 얘기해봤어? 다시 시험을 볼 수 있게 해준데?"
"그렇게 하기로 했어."
"네가 어떻게 말했는데?"
"지도가 희미하다 말하지 않았어."
"그럼, 어떻게 말했어?"
"내가 지도를 잘 볼 수 없어서 다 알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답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어. 그러니까 다시 시험을 보고 싶다고 말했어."

지도가 희미한 것을 탓하지 않고 지도를 잘 보지 못한 자기를 탓하는 딸아이가 기특했다. 나쁜 성적에 기죽지 않고 부모 참견 없이 재시험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딸아이에게 재시험 기회를 제공한 선생님도 멋지다. "시험 성적에 연연하지 말라"라고 가르치지만, 뜻하지 않게 최하점을 맞은 딸아이를 보니 안타까웠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 2. 18. 07:38

1월에 한국 방문한 주된 목적은 에스페란토 국제선방이었다. 내국인 38명과 7개국에서 온 외국인 19명이 참석했다. 선, 종교, 요가 등 다양한 주제로 한 강연들이 열렸다. 한국음식 김밥 만들기 체험도 아주 좋은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요리 선생님의 안내에 따라 외국인들도 적극 동참했다. 김에 밥을 얹고, 다양한 재료를 넣어 좋은 색깔을 내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가 않았다.


중국인: "어렵지만 직접 해서 먹어보는 일은 참 재미있다." 
헝가리인: "내가 만든 김밥은 자꾸 터져버린다. 짤라서 먹는 것보다 통채로 잡고 먹는 것이 더 맛있다."
브라질인: "그냥 구경만해도 배가 부른다."

이날 한국인과 외국인이 서로 어울려 김밥을 만드는 광경을 아래 영상에 담아보았다. 



리투아니아 우리 집에서도 좋은 기회가 오면 유럽인 친구들을 초청해 김밥 잔치를 함께 열어봐야겠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4. 2. 11. 05:15

자녀를 키우면서 가장 흔히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 중 하나가 "언제 클까"일 것이다.

엉엉 울어대는 아이에게서 "언제 커서 왜 우는지 스스로 말할 수 있을까?"
일일이 밥을 먹여주어야 하는 아이에게서 "언제 커서 스스로 숟가락질을 할 수 있을까?"
옷을 챙겨 입혀주어야 하는 아이에게서 "언제 커서 스스로 옷을 입을 수 있을까?"
머리를 빗겨 묶어주어야 하는 아이에게서 "언제 커서 스스로 머리 손질을 할 수 있을까?"
학교 입구까지 손잡고 등교시켜야 하는 아이에게서 "언제 커서 스스로 학교에 갈 수 있을까?"

자녀를 키우면서 접하는 이런 물음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하나 둘씩 저절로 해결된다.
딸아이는 만 12살로 한국으로 치면 곧 초등학교 6학년을 졸업하고, 3월에 중학교에 입학할 나이다. 리투아니아는 초등학교가 4년제라서 중학교 2년생이다. 
    
최근까지 매주 금요일은 딸아이를 깨워 아침밥을 챙겨 주고 학교에 보내는 일을 맡았다. 늦은 밤까지 일하고 서너 시간 잔 후에 아침 7시에 일어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는 않다. 이럴 때면 어김없이 입에서 절로 나오는 질문이다.

"너는 언제 커서 스스로 아침밥을 챙겨 먹고 학교에 가나?"
"아빠도 힘들지? 아직 내가 어리니까 아빠가 도와줘야지."
"빨리 스스로 혼자 아침밥 챙겨 먹고 갈 수 있도록 하면 참 좋겠다."
"그래도 아빠가 깨워주고 아침밥을 준비해주면 좋잖아."

드디어 때가 왔다. 작심삼일이 되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딸아이는 꼭 3일째 이를 반복했다. 한국에서 돌아온 지 아직 일주일이 채 안 된 지난 목요일 시차병으로 자명종없이 새벽에 일어났다. 일어나니 다섯시였다. 더 이상 잠이 오지 않아 감기에 완쾌된 몸이 아직 아니지만 하루 일을 시작했다.

6시 20분 누군가 방문에서 나를 쳐다보는 것 같았다. 깜짝 놀랐다. 딸아이가 교복을 입고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환영처럼 보였다. 딸아이는 아침 7시 10분경 깨워야 일어난다.

"네가 웬일이야?"
"아, 이제 혼자 일찍 일어나기로 했어."
"그래? 잘 했다. 씻고, 스스로 아침밥을 준비해봐라."
"알았어."

딸아이 아침밥은 사실 간단하다. 빵 두 조각에 버터를 바르고, 뜨거운 물에 코코아와 우유를 타는 것이다.

* '부모님, 이제 아침 늦게까지 편히 주무세요. 제가 알아서 아침밥 먹고 학교에 가겠습니다.'라고 할 수 있을 때까지 지난 12년 동안 딸아이는 부모로부터 보살핌을 받았다.  

한국 부모들은 쉽게 이해할 수 없겠지만, 유럽인 자녀들은 이렇게 일정한 나이에 도달하면 스스로 밥을 챙겨 먹고 학교에 간다. 큰딸 마르티나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혼자 챙겨 먹고 등교했다. 

아, 이렇게 해서 난생 처음 작은딸 요가일래는 2014년 2월 6일 스스로 일어나 아침밥을 챙겨 먹고 학교로 가기 시작했다. 아내와 나는 자명종을 맞춰놓고 딸아이를 깨우고 아침밥을 챙기는 일에서 마침내 해방된 셈이다. 자고 싶을 때까지 잘 수 있는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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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4. 2. 11. 04:37

한국을 여러 차례 다녀온 리투아니아인 아내가 가장 신나게 한국 음식에 대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설명할 때 즐겨 사용하는 표현은 "한국 음식은 다양한 반찬이 많아서 참 보기도 좋고 먹을 것이 많다."다. 맞는 말이다. 


반찬 하나하나를 꼭꼭 씹으면 식사 시간도 절로 길어져 느긋함을 쉽게 누릴 수 있다. 리투아니아 우리 집에서 먹은 한국 음식이라고는 고작 밥 그릇에다가 미역국이나 된장국 등 국 그릇 하나뿐이다. 김치나 밑반찬이 한 두 개 더 있다면 그야말로 진수성찬격이다. 

한국 방문 중 반찬이 많이 나오는 음식에 눈과 입이 즐겨웠다. 어느 날 서울에 있는 한식당으로 초대받았다. 나온 반찬이 무려 스무 가지가 넘었다. 남길 것 같았으나 네 명이 먹으니 말끔하게 다 비웠다. 

이날 반찬보다 더 신기한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 유럽에서 25여년을 살고 있는 지라 이를 처음 보게 되었다. 보통 음식을 쟁반으로 날라 식탁 위에 놓는다. 그런데 이 식당은 쟁반 대신 아예 식탁 상판을 가져왔다. 그리고 이 상판을 기존 상판 위로 끼어넣었다.


'우와, 이런 기발한 발상을 하다니! 참 신기하네. 우리 집 거실 식탁에도 이렇게 끼워넣을 수 있는 상판이 있으면 참 좋겠다.'

10명이 앉을 수 있는 우리 집 식탁에 손님 대접을 마친 후에는 음식 그릇 등을 부엌으로 수차례나 옮겨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그런데 이런 상판이 있다면 상판을 통채로 부엌으로 옮긴다면 아주 수월할 것이다.  

 

한국 사람들에게는 익숙할 수도 있겠지만 이 식탁 상판 이동에 주변 유럽인 친구들은 깜짝 놀라워할 것이다. 조만간 한국에서 찍어온 사진과 동영상을 현지인 친구들과 함께 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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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4. 2. 10. 08:05

금요일 학교 수업을 마친 초등학교 6학년생 딸아이는 곧장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학교 친구 셋이서 시내 중심가에서 약 4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대형백화점으로 놀러갔다. 갈 때는 시내버스로 이동했고, 올 때는 일행 중 한 명의 어머니가 태워주었다. 이날 저녁 무렵 밖에서 손님을 만나 식사를 한 후 집으로 돌아와니 거실에서 매니큐어 냄새가 났다.  

"오늘 뭐 샀니?"
"이거 매니큐어 샀어."

"아빠가 벌써 여러 번 말했잖아. 손톱, 발톱도 숨을 쉬니까 매니큐어 바르지 마라고."
"알아. 이건 그냥 놀이야."

"그래도 안 했으면 좋겠다."
"내가 기쁘면 아빠도 기뻐야지. 나는 매니큐어 놀이하면 기뻐."

"너는 기쁘지만, 아빠는 안 기뻐. 아빠가 안 기쁜 일을 네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건 아빠 생각이다. 아빠가 여자가 아니니까 여자 마음을 몰라."

"아빠가 어른이니까 어른 하는 말을 좀 알아들으면 좋겠다."
"알았어. 지울게. 그리고 내가 이렇게 학교에 가는 것은 아니니까 너무 나무라지 마. 그냥 놀이야."

"그래. 너는 아직 어리니까 이런 것에 관심을 많이 가지지 마라."
"우리 반 여자들은 반 이상이 벌써 입술 화장, 눈 화장 하고 학교에 와."

"너는 아직 그렇게 하지 마."
"알았어."

여자가 아니니까 vs 어른이니까
"아빠는 여자가 아니니까 여자 마음을 몰라"라는 딸아이의 말이 마음에 와닿았다. 딸아이를 키우는 동안 앞으로도 딸의 '여자가 아니니까' 주장과 아빠의 '어른이니까' 주장이 자주 충돌할 것이다. 


"너는 화장 하지 않아도 예쁘니까 있는 대로 그냥 살면 돼."
"아무리 예뻐도 더 예뻐지고 싶은 것이 여자 마음이야."
"그러면 그 마음을 없애버려."
"힘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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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4. 2. 10. 07:02

유럽인 아내의 조카가 30살 생일을 맞아 토요일 잔치를 열었다. 그는 리투아니아 국가 대표 축구 선수이자 러시아 프로 축구 선수이다. 특이한 사람이다. 보통 운동 선수들은 육식을 즐기는 데 그는 채식주의자다. 오래 전부터 육식은 전혀 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 집에 오면 그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바로 밥과 김치이다.

유럽 사람들은 30살 생일을 아주 성대하게 치른다. 그는 30이라는 숫자에 맞게 친척과 친구를 포함해 30명을 빌뉴스 텔레비전 탑 19층 하늘 식당으로 초대했다. 

이런 초대를 받으면 선물을 무엇으로 할까가 늘 고민이다. 

여러 가지 궁리 끝에 물질적으로 부족한 사람이 아니므로 의미있는 무엇인가를 선물하는 것이 좋겠다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래서 떠오르는 물건이 그가 우리 집에 왔을 때 가장 잘 먹는 음식인 김치였다. 

알고 지내는 한인에게 전화했다. 마침 김치를 6kg 정도 곧 담글 예정이라고 했다. 김치만 달랑 줄 수 없으니 50도짜리 리투아니아 전통 꿀술도 준비했다. 10년을 1kg로 계산해 김치 3kg를 유리병에 담았다. 그리고 붉은 고춧가루에 어울리는 붉은 열매꽃을 꽃가게에서 샀다. 이렇게 선물이 마련되었다. 

토요일 저녁 7시에 텔레비전 하늘 식당에 도착했다. 빙빙 돌아가는 식당이다. 식사하면서 창 밖에 펼쳐지는 야경을 구경할 수 있다. 그런데 이날 온도가 영상의 날씨라 늦은 오후부터 안개가 깔리기 시작했다. 결국 의도한 것과는 달리 전등빛 도시 야경을 즐길 수 없었다.

"붉은 색 김치, 50도 활활 타오르는 꿀주, 붉은 색 열매꽃처럼 앞으로도 계속 열정으로 살기 바란다."라고 말하면서 조카에게 선물을 건냈다. 뜻밖의 김치 선물에 조카는 몹시 기뻐했다.


"와, 정말 아껴 먹어야겠다. 오늘 식사에 이 김치 내놓으면 최고일 거야."
"뭐 오늘은 여기 고급 음식 먹고... 김치는 네 말대로 집에서 아껴 먹어... ㅎㅎㅎㅎ"

이 색다른 선물에 주위 사람들도 좋은 반응을 보였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아내에게 한마디했다.

"앞으로 선물은 고민하지 말고 선물용 그릇에 김치를 담아주면 되겠다."
"나도 동감이야. 오늘 사람들 반응을 보니 정말이지 앞으로는 김치가 최고일 듯."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 2. 7. 05:05

리투아니아 빌뉴스 거리를 산책하다 보면 종종 흥미로운 광고를 만날 수 있다. 그 중 하나가 "남대문 열렸네"를 연상시키는 광고이다.  

이 광고 내용은 "여자 사기는 부끄러운 일이다. 일찍이든 늦든 모두가 알 것이다." 아뭏든 동서가 모두 "남대문이 열린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누구나 "남대문이 열렸어"라고 일려주거가나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럴 때 부끄러운 듯 슬그머니 올리면서 "왜 남대문이 열렸지. 동대문이 열려야 하는데..."라고 능청스럽게 답하는 이도 있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 사람들은 이 경우 어떻게 말할까? 
갑자기 궁금증이 일어나서 페이스북 에스페란토 그룹에 아래와 같이 문의했다.

"바지 지퍼가 열렸을 때 한국 사람들은 '남대문이 열렸다'라고 말하는 데 너희 나라에서는 이 경우 어떻게 표현하는가?"

얼마 지나지 않아 세계 각국으로부터 댓글이 속속 올라왔다. 나라마다 그 표현이 참으로 다양하다. 하지만 핵심단어는 문, 새(작은 새), 가게 등으로 비슷하다.  


나라 제공자와 내용 번역
핀란드 Salla Lappalainen: "Ĉevaloj forkuras." 말들이 도망간다.
에스토니아 Tõnu Hirsik: "Via ĉevaleja pordo estas malfermita." 네 마굿간 문이 열렸다.
독일 André Müller: "Viaj ĉevaloj forkuras!" 네 말들이 도망간다!
포르투갈 Rui da Palma: "Ĉu estas pagotago? aŭ "Hodiaŭ ne estas sabato!"  지불일이야? 혹은 오늘 토요일이 아니야!
칠레 Max Elbo: "Vi havas la budon malfermita." 네 오막집이 열렸다.
프랑스 Emmanuel Voyard: "Estas tago de pago, hodiaŭ?" 오늘이 지불일?
프랑스 Kévin Morel-Fourrier: "La birdeto eliros" aŭ "Estas paga tago hodiaŭ." 작은 새가 나올 거야 혹은 오늘이 지불일.
일본 Nitta Takamichi: "Vi malfermas socian fenestron." 사회의 문이 열렸다.
크로아티아 Stanko Rukelj: "La butiko malfermiĝis." 가게가 열렸다.
스페인 Pedro Hernández Úbeda: "Kaĝo malfermita, birdeto mortinta." 새장이 열렸고, 작은 새가 죽었다.
스페인 Juan Ca: "Via birdeto malliberiĝas."
네 작은 새가 갇힌다.
아르헨티나 Maximiliano Catania: "Via apoteko malfermitas." 네 약국이 열렸다.
브라질 Sandro M. Alves: "La birdeto ekflugos." 작은 새가 날아가기 시작할 거야.
스페인 Domingo Cordón: "La birdeto eskapos." 작은 새가 도망갈 거야.
이탈리아 Pedro Tiago: "La vendejo estas malferma." 가게가 열렸다.
이탈리아 Francesco Costanzo Non: "La apoteko estas malfermita. 약국이 열렸다.
이탈리아 Nicola Morandi: "La viandbutiko malfermiĝis." 정육점이 열렸다.
미국 Jennifer Bondelid: "XYZ, PDQ." 
Examine your zipper, pretty darm quick.
지퍼 확인하고 빨랑 닫아.
미국 William Harmon: "La besteja pordo malfermas." 가축우리 문이 열렸다.
미국 Keith Bowes: "La zipo estas malferma." 지퍼가 열렸다.
미국 Mark Riendeau: "Greneja pordo estas malfermita." 곡간 문이 열렸다.
불가리아 Aminda-Ivanka Stoyanova: “O, via vendejo (ankoraŭ), (jam) estas malfermita?   야, 네 가게가 열렸니?
영국 Ed Robertson: "Estas ovaĵo sur via ŝuo". 네 신발에 달걀 있어.
필리핀 Gene Corpus: "La birdo ekforflugas." 새가 도망갈 거야.
리투아니아 Jogaile Cojute: "Vendejo estas malfermita." 가게가 열렸다.

왜 토요일과 지불일이 등장할까? 포르투갈 친구가 설명해주었다. 이는 아마 로마시대에서 나온 듯하다. 당시 매주 토요일마다 사람들은 소금이나 다른 지불 물건으로 정산했다. 미국 사람들은 직설적으로 지퍼가 열렸다고 말한다.  한 친구는 "남대문이 열렸다"라는 한국식 표현이 아주 마음에 든다고 평했다. 

이런 표현은 재미삼아 알아두면 좋겠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에게 "네 남대문이 열렸다"라고 아무리 말해도 상대방은 황당하고 이해할 수 없다고 반응할 것이다. 이 경우에는 "가게가 열렸다"라고 알려주면 즉각 감사 인사를 받을 것이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 2. 6. 07:03

자동차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와서 그 문을 닫으려고 문을 잡는 순간 정전기가 발생해 깜짝 놀랄 때가 흔히 있다. 이런 정전기로 인해 주유하려는 순간 주유구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소식을 얼마 전에 접하고 보니 더욱 조심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이번 한국 방문에서 주유소에 갈 기회가 있었다. 유럽 주유소에서는 아직까지 한 번도 보지 못한 정전기 제거판이 부착되어 있었다. 한국의 정전기 사고 안전대책이 앞서가고 있음이 돋보였다. 


막상 이렇게 부착되어 있어도 과연 얼마나 많은 운전자가 주유하기 전에 이 판에 손을 얹고 정전기를 제거할까... 


설사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겠지라는 안일한 생각보다 이 판에 일단 손을 얹는 습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겠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 2. 5. 07:02

아시안컵 한국 호주 결승전 해외 생중계 사이트는 여기로 
http://www.fromhot.com/ (경시 시작 전 더 많은 중계사이트 안내)

외국에 살고 있으면 가장 보고 싶은 것 중 하나가 한국방송이다. 유럽 리투아니아에서도 유선으로 아리랑TV, 위성으로 KBS World를 시청할 수 있다. KBS World는 수신카드를 구입해 매월 수신료를 납부해야 한다. 인터넷으로 특히 스포츠 중계를 시청하려고 하면 해외에서는 시청이 불가능하다라는 쪽지가 뜬다. 

예능 프로그램에 에 관심이 있는 딸에게 한국방송을 보여주고 싶었지만, 이런 제약으로 그 동안 할 수가 없었다. 다행히 유튜브가 있어 조금이나마 그 갈증을 해소시킬 수 있었다. 지난해 연말 TVPAD를 알게 되었다. 기기가 구입하면 매월 수신료를 내지 않고 인터넷으로 한국방송을 시청할 수가 있다고 했다. 반가운 소식이었다.

그래서 한국 방문시 물품구입 목록에 제일 첫 번째로 기록했다. 이번에 한국을 방문해서 32만원을 주고 tvpad3을 구입했다. 개봉하니 크기가 명함의 약 2배가 약간 넘었다. 과연 이 작은 기기로 유럽에서도 한국방송을 볼 수 있을까라는 의문마저 들었다.


hdmi로 기기와 텔레비전을 서로 연결하고 전원을 연결했다. TV 화면에는 아래와 같이 나타났다. 


설정에서 Wi-Fi를 설정했다. 그리고 메뉴에서 HD KKS로 들어가니 SBS, KBS2, KBS1, MBC, tvN, KBSNSport를 시청할 수 있다. 


메뉴에서 Solive로 들어가니 YTN를 비롯한 21개 한국방송을 시청할 수가 있다. 
이날 성공적으로 설치한 후 한참을 KBS와 YTN을 시청했다.


"이제 한국방송 때문에 당신이 일을 적게 할까 심히 걱정된다."라고 아내가 벌써 불만을 드러냈다.
"적어도 다가올 동계 올림픽 기간은 분명 당신의 걱정이 사실일 거야."

tvpad 덕분에 이렇게 수월하게 유럽에서도 한국방송을 시청할 수가 있다니 정말 좋은 세상에 살고 있음을 다시 한번 느낀다. 더우기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한국방송 프로그램을 직접 실시간으로 시청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 1. 27. 10:15

일전에 리투아니아인 처남집을 방문했다. 어느 순간 처남이 나무로 된 상자를 하나 보여주었다. 보드카라는 글자가 써져 있었다. 그 중간에 칼라시니코프 글자가 있다.
 

 
이는 바로 그 유명한 소련제 돌격소충 이름이자 이를 발명한 사람의 이름이다. 칼라시니코프는 2013년 12월 23일 94세로 사망했다. 지금까지 생산된 이 소총(AK-47)은 정품과 비정품 대수를 다 합하면 모두 1억정 정도가 된다고 한다. 엄청난 숫자이다. 상술이 능한 사람들이 그의 이 소총을 모형으로 해서 보드카 병을 만들었다.


러시아에서 일하고 있는 아들이 선물로 사주었다. 처남은 술을 좀 과하게 좋아한다.
'처남, 왜 아들이 이 소총 보드카를 선물한 줄 알아?"
"글쎄."
"술은 건강을 해치고 이 소총처럼 사람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다는 것을 경고하려고 한 것이야."
"그렇다면, 이거 마시지 말아야 하지. ㅎㅎㅎㅎ"
Posted by 초유스
영상모음2014. 1. 24. 09:20

잠시 한국에 체류하고 있다. 한국은 날씨가 추워도 해가 쨍쨍해서 좋다. 햇빛을 받고 있으면 춥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외투의 단추를 벗고 싶을 정도이다.

"유럽 리투아니아는 날씨가 어때?"
"1월 중순까지는 서울보다 더 따뜻했어. 낮 기온이 대부분 영상 5도. 호수의 얼음도 얼지 않았고, 눈도 쌓이지 않았지."

그래서 얼음 낚시를 좋아하는 리투아니아 친구들은 예년처럼 혹한이 오길 간절히 빈다고 했다. 그들의 염원이 통했는지 지난주 주말부터 밤 기온이 영하 20도까지 내려가는 추운 날씨가 지속되고 있다. 이런 날씨가 이번달 말까지 갈 것이라고 일기예보는 전한다. 얼음 낚시 친구들에게 딱 맞는 날씨이다.

일전에 얼음 낚시 현장에 여우가 나타난 장면이 유럽 누리꾼들 사이에 화제가 되었다. 러시아에서 촬영된 것이다. 배가 고픈 여우가 낚시꾼들에게 서서히 다가온다.
 

낚시꾼들은 웬 횡재라면서 물고기보다 여우를 잡으려고 할 법한데 오히려 배고픈 여우에게 가지고 온 자신의 음식을 나눠준다. 


물고기에게는 아니지만 적어도 여우에게 이 낚시꾼들은 따뜻한 존재로 남을 것이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 1. 23. 07:31

일반적으로 유럽인 사람들은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상 생활에서 자주 식당에 가지 않는다. 식당에서 먹는 음식값이 집에서 직접 해먹는 것보다 차이가 많이 나는 것이 큰 요인 중 하나이다. 식당에서 한 끼 먹는 비용으로 집에서는 여러 끼를 해먹을 수 있다고 계산하면 아까운 생각이 든다. 

종종 우리 가족은 식당에 간다. 이 경우가 바로 딸아이 요가일래가 노래 공연을 만족스럽게 한 때이다. 이때 우리 가족은 요가일래가 좋아하는 피자를 먹는 날이다. 



식당에 들어가 음식을 시켜놓고 기다리는 동안 우리는 하나 같이 스마트폰를 사용했다. 구형 휴대폰을 사용하고 있는 아내는 스마트폰에 눈을 떼지 못하고 있는 남편과 딸에게 불만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식당에 왔으면 서로 얼굴 마주보면 대화를 해야지. 이럴려면 뭐하려고 식당에 왔나? 그만 집에 가자."
"시켜놓은 음식은 먹고 가야지."


듣고보니 참으로 맞는 말이다. 가족이 오붓하게 식사하면서 대화를 나누는 자리이다. 그런데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이런 정겨운 분위기가 사라지고 있다. 


아내가 제안 하나를 했다.
"앞으로 식당에 가기 전 이렇게 하자. 식당에 있는 동안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기로 하자."


일전에 인터넷에서 접한 사진이 떠올랐다.
"우리는 와이파이가 없어요. 서로 대화하세요."

앞으로는 우리 가족의 경우에서처럼 와이파이가 되는 식당만큼이나 와이파이가 되지 않는 식당도 인기를 얻을 법하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4. 1. 7. 07:39

최근 아내가 모처럼 집을 비웠다. 지방 도시에 일이 있어 이틀 동안 집을 비웠다. 집에 남은 딸아이와 함께 밥때가 되어 무엇을 해먹을까 고민했다. 

"아빠가 뭘 해주면 좋겠니?"
"아빠, 우리 각자 알아서 먹자. 아빠는 아빠 좋아하는 거, 나는 내가 좋아하는 거."
"좋은 생각이다."

이렇게 한 끼는 쉽게 해결되었다. 어디 하루에 한 끼만 먹을 수 없는 일이다. 또 다시 밥때가 되었다. 배가 고픈 딸아이가 냉장고를 열어보았다.

"아빠, 우유가 없어! 달걀도 없어! 난 공부할테니까 아빠가 가게에 갔다와."
"그럼, 아빠가 사와야 할 물건들을 써봐라."
"알았어. 리투아니아어로? 영어로? 한국어로?"
"당연히 한국어지."
"어려워. 그래도 한번 써볼게."

이렇게 딸아이는 부엌에서 힘들게 쇼핑목록을 한글로 썼다.


게란         계란
오랜지     오렌지
굘           귤
팡           빵
옴뉴수     음료수

살펴보니 한글 표기의 어려움이 고스란힌 담겨져 있었다. 
에, 애  ('게'인지 '개'인지는 문맥이나 써여진 글자로 구별한다)  
파, 빠  (대부분 주변 유럽인들은 파와 빠를 구별하지 못한다)  
으 (대부분 유럽어는 이에 해당하는 철자가 없다)

"그래도 해바라기씨는 정확하게 썼네. 이젠 정말 더 열심히 한글책을 읽고 쓰는 공부를 해야겠다."
"맞아."


하지만 돌아서면 딸아이는 또 잊어버린다. 그래도 종종 이런 계기를 활용해 자극을 주면서 스스로 동기부여가 되도록 해야겠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 1. 3. 08:35

교환학생으로 미국에
영국에서 유학하고 있는 큰딸 마르티나에게도 드디어 교환학생의 기회가 주어졌다. 여러 나라를 두고 고민하다가 미국을 선택했다. 미국내에 있는 여러 대학교를 두고 또 고민하다가 루이지애나 주도 뉴올리언스에 있는 대학교를 선택했다. 이유 중 하나가 겨울에도 따뜻한 날씨이다.

대학교측에서 1월 3일 열리는 첫 교환학생 모임에 꼭 참석해야 한다고 했다. 가장 적합한 비행노선을 찾다보니 공교롭게도 출국일자가 12월 31일이었다. 

한 해의 마지막일에 가족이 헤어져야
보통 한 해의 마지막날과 새해의 첫날은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보낸다. 바로 이날 식구들이 헤어져야 하는 것을 아내가 달가워하지 않았다. 비록 성인이지만, 딸아이 혼자 낯선 뉴욕 땅에서 송구영신해야 하는 것이 아내의 마음을 더 아프게 했다.

중간 기착지인 뉴욕 공항에 마르티나가 도착할 무렵 아내는 페이스북(facebook), 바이버(viper), 스카이프(skype) 등을 켜놓고 첫 소식이 오길 학수고대했다. 최종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뉴욕에서 하룻밤을 자야 했다. 

12월 중순에 마르티나는 뉴욕에서 하루 묵어야 하는데 도와줄 사람이 없냐고 페이스북에 공개적으로 물었다. 이 쪽지가 올라가자마자 친구의 친구가 댓글을 달았다. 그는 뉴욕에 사는데 기꺼이 자기 집으로 초대해 재워줄 뿐만 아니라 1월 1일 뉴욕 시내 안내까지 해주겠다고 했다. 막상 선뜻 도와준다고 하나 생면부지인 사람이라 걱정이 좀 되었다. 

친구의 친구 덕분에 타임스퀘어에서 새해맞이
뉴욕 공항에 잘 도착했고, 맨하탄에서 친구의 친구까지 제시간에 만났다. 이들은 2014년 새해를 뉴욕 맨하탄 타임스퀘어에서 맞이했다. 약속한 대로 1월 1일 이 새로운 리투아니아인 친구 덕분에 뉴욕 관광을 즐겼다. 한 친구를 잘 둔 덕분에 이렇게 낯선 곳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 큰 도움을 받았다.


1월 2일 이른 아침 마르티나는 뉴욕을 떠나 뉴올리언스를 향했다. 도착할 무렵 아내는 또 다시 소식을 기다렸다. 그런데 공항 웹사이트에서 비행기가 연착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유가 궁금한 나머지 아내는 여러 웹사이트에서 정보를 찾기 시작했다. 마르티나가 탄 비행기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기막힌 사이트를 찾아냈다.


flightradar24.com에서 하늘길을 내려다본다
flightradar24.com은 현재 시각 하늘에서 날고 있는 모든 비행기의 이동모습을 한 눈에 보여준다. 해당 비행기 아이콘을 누르면 이 비행기와 비행노선에 대한 정보가 뜨고 이동경로가 나타난다. 아내는 내내 비행기 이동경로를 지켜보면서 안전하게 도착하길 바랬다. 마치 아내가 딸과 함께 비행기를 타고가고 있는 심정이었다.


참으로 놀랍다. 이렇게 지상에서 비행기의 하늘길을 내려다볼 수 있다니 말이다! "뛰어봤자 부처님 손바닥이야!"라는 세상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당연히 즐겨찾기에 넣었다. 앞으로 공항에 손님을 영접하러 나갈 때 이 사이트를 이용해야겠다.

Posted by 초유스
영상모음2014. 1. 1. 09:15

극동 아시아에 위치한 한국의 새해맞이는 일반적으로 동해에서 붉게 떠오르는 해맞이로 새해의 의미를 다진다. 그래서 일출 명소에는 다양한 새해 해맞이 행사가 열린다. 하지만 유럽 사람들은 새해의 해맞이에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는다.


유럽 사람들은 바로 막 떠오르는 해 대신에 00시 00분 00초를 기다린다. 사람들은 샴페인병과 폭죽을 들고 인근 공원에 모인다. 밤 10시부터 새벽 1시까지 도심 곳곳에는 폭죽이 뿜어내는 빛과 소리로 요란스럽다.절정은 리투아니아 시각으로 밤 12시이다. 

우리집에 모인 친척과 가족도 바로 집 앞에 있는 공원으로 나갔다. 거대한 소리에 귀가 멍멍할 정도였다. 조금 잠잠해지자 사람들은 가지고 온 샴페인을 나눠마시면서 2014년을 위해 덕담을 주고 받는다. 2014년 새해맞이 폭죽놀이를 영상에 담아보았다.



지난 해에도 <초유스의 동유럽>을 애독하고 격려한 모든 사람에게 감사드리고, 새해에도 건강하고, 행복 가득하길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12. 30. 08:40

긴 크리스마스와 주말이 끝나고 다시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었다. 리투아니아는 국민 대다수(77%)가 로마 가톨릭교를 믿는지라 크리스마스 국경일은 3일이다. 24일, 25일, 26일이 쉬는 날이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어떻게 이 3일 휴가를 보냈을까?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휴가를 보낸 가족도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우리집처럼 보냈을 것이다.

24일은 가족과 음식 만들기 

크리스마스 전야 저녁 식사는 그야말로 만찬이다. 이날은 생선을 제외한 고기를 일절 먹지 않는다. 만찬 식탁에는 12가지 음식[관련글 읽기]이 올라온다. 그렇기 때문에 가정주부 한 명이 일하기에는 힘이 든다. 그래서 온 가족이 함께 도와서 음식을 준비한다. 

온 가족이 식탁에서 기도한 후 미사빵을 나눠먹는다. 이날은 편식하지 않고 12가지 음식을 고르게 먹는다. 식탁에는 혹시 방문할 사람을 위해 빈 의자, 빈 접시와 수저를 마련한다. 식사 후 식탁에 둘러앉아 지난 1년을 회상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찬송가도 부른다. 이날은 식사 후에도 식탁을 치우지 않고 그대로 두는 집도 있다. 그리고 성당에서 열리는 밤 미사에 참가한다. 

 


25일은 가족과 함께

25일 성당 미사에도 참가한다. 이날은 가급적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이날만큼 우리 가족은 모두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고, 공동 놀이를 하기로 했다. 유럽 지도 놀이와 화투 놀이를 했다. 

저녁 무렵이 되자 함께 했던 부엌이나 거실에서 식구들은 자기 방으로 한명씩 사라졌다. 낮에는 "오늘은 함께 놀아야 돼"라고 책망했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함께 놀기가 이젠 지루해"에 공감도가 높아져 갔다.

 

26일은 친구들과 함께

휴가 3일째는 주로 친구들을 초대하거나 초대에 응해 함께 시간을 보낸다. 평소 가깝게 지내는 친척 부부 한 쌍과 친구 부부 한 쌍, 그리고 이들의 딸과 남자친구를 초대했다. 어른이 모두 8명이었고, 나라는 4개국(한국, 리투아니아, 이집트, 스페인)이었다. 친척의 남편이 이집트 사람이고, 친구 딸의 남자친구가 스페인 사람이다.

먼저 탁구 놀이로 시작했다. 이어 찬 음식을 먹으면서 맥주나 포도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따뜻한 음식으로는 닭볶음탕을 준비했다. 식탁에서 가장 웃음을 선사한 것은 혀 꼬이게 하는 각 나라말의 문장이었다. 

외국에서 흔히 접하는 질문 중 하나이다. 현지인들이 놀이삼아 질문한다. "너, 이 (리투아니아어) 문장을 따라할 수 있어? 한번 해봐! 해봐!"
잘하든 못하든 외국인의 시도에 현지인의 웃음이 터져나온다. 이런 경우에 가장 좋은 대응책은 이것이다. "그럼, 너희들은 내가 말하는 (한국어) 문장을 한번 따라해봐!"

 

혀 꼬이게 하는 문장

이날 모임에 나온 각 나라말 중 혀 꼬이게 하는 문장을 영상에 담아보았다. 순서는 아랍어, 리투아니아어, 스페인어이다. 

 


제일 나중에 한국어 차례였다. 어렸을 때 친구들과 놀았던 문장을 소개했다. 

간장 공장 공장장은 강 공장장이고, 된장 공장 공장장은 공 공장장이다. 


이 문장에 모두가 대장대소했다. 이 한국어 문장이 4개 언어 중 가장 따라하기 어려운 문장으로 낙점되었다. 이런 즐거움과 유쾌함 속에 모처럼 빌뉴스 우리집에서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보낸 크리스마스였다. 그야말로 "즐거운 성탄절"이었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3. 12. 26. 06:36

인사하는 법은 나라마다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다. 때론 사람마다 다르다. 유럽에서 가장 흔한 방법은 악수이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자주 보는 사람이나 처음 보는 사람이나 통상적으로 악수한다. 

친밀도가 있다면 악수하면서 볼에 한 번 입맞춤을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양볼에 입맞춤을 한다. 폴란드에 살 때 가까운 친구나 친척이 서로 만나면 양볼뿐만 아니라 입술까지에도 입맞추는 경우를 자주 경험했다.

그렇다면 우리 식구는 어떻게 할까?
누가 집밖으로 나가거나 집으로 돌아오면 손을 들고 "안녕"이나 "잘 갔다와"라고 말한다. 때론 포옹한다. 

최근 초등학생 딸아이는 심심했는지 아빠와의 포옹법을 생각해냈다면서 보여주었다.


이에 따르면 네 번을 포옹한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한국에서 학교 다닐 때 체육시간에 자주 했던 몸푹기 동작 중 하나를 한다.  

"이건 좀 복잡하다."
"그래도 재미있잖아."

언젠가 아내는 신문기사에 읽었다면서 가족은 하루에 적어도 10번은 서로 포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래서 시도해봤지만 작심삼일이었다.   


딸아이의 포옹법은 과연 얼마나 지속될까? 
하지만 하루에 이렇게 2번만 해도 아내가 말한 10번 포옹은 쉽게 이룰 수 있다. 

악수나 손짓보다 훨씬 길지만 이 포옹법으로 서로의 존재와 친밀감을 더 길게 느낄 수 있어 좋다. 앞으로 오래도록 이 포옹법으로 딸아이와 서로 인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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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3. 12. 23. 06:00

며칠 전 성탄절을 맞아 영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큰딸이 집으로 돌아왔다. 가장 기뻐하는 이은 작은딸이다. 언니가 돌아왔으니까. 빌뉴스에 있는 큰딸 친구도 하나 둘 우리 집으로 찾아온다.

어제는 키가 훤칠한 여자친구가 찾아왔다. 그는 영국에 있는 대학교에서 공부하면서 지금은 스페인에서 교환학생으로 있다. 여러 가지 대화 중 키 이야기가 나왔다.

"키가 얼마지?"
"170센티미터."
"큰 편인가?"
"리투아니아에서는 보통, 스페인에서는 큰 편."

그렇다면 리투아니아 사람들의 평균키는 얼마일까?
2005년 측정에 따르면 리투아니아 남자 평균키는 181센티미터, 여자 평균키는 168센티미터이다. 한편 한국 남자 평균키는 174센티미터, 여자 평균키는 161센티미터이다. 


아이가 자라는 집 어딘가에는 자라는 아이의 키를 표시하는 곳이 있을 법하다. 우리 집에는 딸아이 방문 벽에 있다. 작은딸은 이제 초등학교 6학년생이다. 점점 크고 있지만, 아직까지 학급에서는 키가 작은 편이라 앞쪽에 앉는다.

"너는 키가 크고 싶어?"
"절대 아니야."
"왜?"
"키가 크면 남자 고르기가 힘들어."
"넌 아직 어리다. 그런 생각은 좀 안 어울린다."
"농담이야. 하지만 난 작은 편이면 좋겠어."

예전에 화제가 된 방송이 떠올랐다. 한 여성이 TV에 나와 180센티미터 남자는 루저(loser, 패자)가 말해 비난을 받은 적이 있었다. 키의 장단을 놓고 일방을 무시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못 하다. 옛 사람들은 신언서판, 즉 풍채, 언변, 문장과 판단으로 사람의 인격을 평했다. 이중 제일 중요한 것이 풍채가 아니라 판단이다. 정산종사는 그 판단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그 사람의 마음이라 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자신의 작은 키에 만족하지 못해서 키를 높이는 깔창을 한다거나 수술하는 사람까지 있다고 한다. 이유가 좀 세속적이지만 딸아이는 키가 많이 크지 않기를 바란다. 


"아빠가 더 크나? 네가 더 크나?"
"물론 아빠지."
"땅에서 키를 재면 아빠가 크지. 그런데 말이야, 하늘에서 키를 재면 누가 더 크나?"
"그야 나지."
"혹시 누가 네보고 키 작다고 한다거나 네가 자신의 키에 스스로 만족하지 못할 때 항상 그렇게 생각해봐."

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13. 12. 21. 06:52

누구나 가끔은 새가 되고 싶어한다. 텅빈 하늘에서 마음껏 훨훨 날아다니는 새가 누리는 자유로움을 동경한다. 한 가지 이유가 더 있다. 바로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세상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폴란드 누리꾼들 사이에 최근 화제가 된 하늘에서 내려다본 세계 각국의 도시 모습이다. 


# 바르셀로나

# 뉴욕

# 멕시코시

# 베네치아

# 암스테르담

# 기자의 피라미드

# 나이가라 폭포

# 시카고

# 네덜란드 튤립 들판

# 베른

# 두바이

# 두브로브니크

# 파리

# 상하이

# 밴쿠버

# 몰디브의 수도 말레

이런 아름다운 세상에서 상생 대신 상극, 평화 대신 전쟁, 이타주의 대신 이기주의, 진실 대신 거짓, 소통 대신 불통, 사랑 대신 미움, 정의 대신 불의 등에 휩싸여있는 우리네 모습이 한없이 부끄럽기만 하다. 

새가 되어 내려다보는 이 아름다움 세상 모습을 늘 간직하면서 이번 주말, 이번 연말 가까운 사람들부터 함께 아름답게 살도록 노력해야겠다.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13. 12. 20. 06:37

한국어 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쉽다고 좋아하면서도 안타까워하는 사항이 하나 있다. 바로 한국어에는 한글로 표현된 영어 단어가 적지 않게 있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성탄절 단어가 많이 사용된 것 같은데 지금은 대개 크리스마스로 사용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가 크리스마스라고 하면 유럽 사람들도 다 이를 이해할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 정답은 이 영어 단어를 아는 사람만 알 것이다. 

크리스마스에 해당되는 여러 언어의 단어가 표기된 유럽 지도가 눈길을 끈다. 언어마다 제각각이다. 


영어 단어 크리스마스(Christmas)는 '그리스도의 미사'라는 뜻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리는 행사이다. 크리스마스에 해당되는 리투아니아어 단어는 Kalėdos(칼레도스)이다, 이는 해(태양)가 돌아옴을 기리는 고대 축제에 기원을 두고 있다. 부연 설명하자면 밤이 제일 긴 동지를 지나서 점점 낮이 길어지는 것을 말하고, 이는 양의 기운이 음의 기운을 눌러 이겨서 서서히 소생한다는 의미다.  

폴란드어로는 Boże Narodzenie(보제 나로제니에)이다. 글자 그대로 번역하면 '신의 탄생'이다. 

한편 선물을 가져다주는 산타 할아버지를 유럽 여러 언어는 어떻게 표현할까? 


혹한 할아버지, 혹한 아버지, 노엘 아버지, 노인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사람, 아기 그리스도, 성인 니콜라이, 율레 염소 등이다. 

크리스마와 산타 할아버지의 유럽 언어 표현을 유심히 살펴보면 우리도 영어의 크리스마스를 그대로 사용하기보다는 한국인 정서와 한국어에 더 어울리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

Posted by 초유스
재미감탄 세계화제2013. 12. 18. 09:00

한 할머니가 일하고 있는 구멍가게의 CCTV에 잡힌 영상이 최근 공개되어 누리꾼들의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폴란드 남서 지방의 소도시 볼쿠프(Bolków)에서 일어났다. 

한 청년이 전화를 걸면서 가게에 들어온다. 할머니는 이 손님을 맞아 여러 물건을 보여준다. 곧 이어서 또 다른 청년이 들어온다. 

할머니는 계속해서 첫 손님을 상대한다. 이 첫 손님이 할머니의 시야를 막고 있는 동안 두 번째 청년이 계산대에 있는 현금을 훔친다. 이 둘은 작업이 완료되자 아무 물건도 사지 않고 유유히 가게를 빠져나간다. 
 


가게가 대몫을 볼 수 있는 연말이다. 이 영상을 보면 좌우간 가게에 들어와 의도적으로 주인의 시선을 막거나 집중을 흩트리는 사람은 의심을 하고 경계를 해야겠다. 

한편 아래는 세 여인이 지갑을 훔치는 장면을 담은 움짤이다. 참으로 한 순간이다. 한 여인이 행인에게 호의를 베푸는 척하는 사이에 다른 한 여인이 가세하고, 세 번째 여인이 뒤로 접근해 행인의 가방 속에서 지갑을 꺼내 사라진다. 


다른 사람에게 기쁘게 하기 위해 선물을 사려고 시장이나 백화점에 가서 이렇게 지갑을 털리는 경우를 당할 수 있다. 좋은 일은 못할망정 남에게 나쁜 행위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겠다. 이번 연말에 모두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13. 12. 17. 06:31

빌뉴스 구사가지 중심 거리에서 산책하다 어느날 눈에 확 들어오는 액자를 보게 되었다. 보통 액자는 사진이나 그림을 담고 있지만, 이 액자는 인형을 담고 있었다. 인형이 액자에 걸터앉아 있다.   


이런 기발한 발상을 가진 예술 작품이나 예술가를 보면 한없이 부럽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