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 해당되는 글 532건

  1. 2014.02.10 유럽인 친척 생일에 김치 3kg 선물했더니
  2. 2014.02.05 해외에서 한국방송 보기가 이렇게 수월하다니 7
  3. 2014.01.24 얼음 낚시 중 배고픈 여우에게 먹이를
  4. 2014.01.07 쇼핑 목록에 한글의 어려움이 고스란히 4
  5. 2014.01.03 지상에서 하늘길 내려다보는 엄마의 심정
  6. 2014.01.03 살아있는 나무를 공중부양 시키는 법
  7. 2014.01.01 유럽은 해맞이가 아니라 폭죽으로 새해맞이 4
  8. 2013.12.30 외국인들, 강 공장장과 공 공장장에 박장대소 1
  9. 2013.12.23 최초의 크리스마스 트리는 어디에? 2
  10. 2013.12.23 큰 키에 욕심 없는 딸아이의 이유
  11. 2013.12.21 만약 새가 돼 세계 각지를 내려다 본다면? 2
  12. 2013.12.18 구멍가게 할머니 돈을 훔쳐가는 젊은이 2
  13. 2013.12.17 액자에 걸터앉은 인형들 1
  14. 2013.12.16 장모가 일러준 무딘 가위 날카롭게 하는 법 1
  15. 2013.12.16 한복 입고 유럽에서 한국 동요 부르는 어린이 9
  16. 2013.12.13 1년 반 사용한 한국 의자의 모습 2
  17. 2013.12.13 산타 할아버지께 선물 선택권을 드리다 2
  18. 2013.12.12 차도르 쓴 이슬람 여성이 스파게티 먹는 법 5
  19. 2013.12.10 30분 진료비가 최저임금의 1/4 1
  20. 2013.12.09 '동요' 반달, 심사위원들 미소에 "또 부를래" 4
  21. 2013.12.06 해외에서 콩나물 키우기는 과거로의 시간여행 4
  22. 2013.11.29 밥값 제대로 하는 개, 장작도 옮긴다 1
  23. 2013.11.29 스마트폰에 끼어놓은 명함, 아내와 딸 반응 3
  24. 2013.11.26 한국 vs 유럽 여고생들의 손바닥 연주
  25. 2013.11.15 한국 스위스 축구 해외 생중계 사이트 1
  26. 2013.11.12 앉는 자세로 한국 사람임을 확인하는 초등 딸 5
  27. 2013.11.08 돌잔치 옷 직접 만든 반쪽 한국인 아빠 만세! 4
  28. 2013.11.04 한글로 문자 쪽지 보내게 스마트폰 사줘~! 2
  29. 2013.11.01 '드리다'라는 한국말에 폭소하는 외국 학생들
  30. 2013.10.28 단풍잎에 글자 파서 실내 장식 만들기 2
생활얘기2014. 2. 10. 07:02

유럽인 아내의 조카가 30살 생일을 맞아 토요일 잔치를 열었다. 그는 리투아니아 국가 대표 축구 선수이자 러시아 프로 축구 선수이다. 특이한 사람이다. 보통 운동 선수들은 육식을 즐기는 데 그는 채식주의자다. 오래 전부터 육식은 전혀 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 집에 오면 그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바로 밥과 김치이다.

유럽 사람들은 30살 생일을 아주 성대하게 치른다. 그는 30이라는 숫자에 맞게 친척과 친구를 포함해 30명을 빌뉴스 텔레비전 탑 19층 하늘 식당으로 초대했다. 

이런 초대를 받으면 선물을 무엇으로 할까가 늘 고민이다. 

여러 가지 궁리 끝에 물질적으로 부족한 사람이 아니므로 의미있는 무엇인가를 선물하는 것이 좋겠다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래서 떠오르는 물건이 그가 우리 집에 왔을 때 가장 잘 먹는 음식인 김치였다. 

알고 지내는 한인에게 전화했다. 마침 김치를 6kg 정도 곧 담글 예정이라고 했다. 김치만 달랑 줄 수 없으니 50도짜리 리투아니아 전통 꿀술도 준비했다. 10년을 1kg로 계산해 김치 3kg를 유리병에 담았다. 그리고 붉은 고춧가루에 어울리는 붉은 열매꽃을 꽃가게에서 샀다. 이렇게 선물이 마련되었다. 

토요일 저녁 7시에 텔레비전 하늘 식당에 도착했다. 빙빙 돌아가는 식당이다. 식사하면서 창 밖에 펼쳐지는 야경을 구경할 수 있다. 그런데 이날 온도가 영상의 날씨라 늦은 오후부터 안개가 깔리기 시작했다. 결국 의도한 것과는 달리 전등빛 도시 야경을 즐길 수 없었다.

"붉은 색 김치, 50도 활활 타오르는 꿀주, 붉은 색 열매꽃처럼 앞으로도 계속 열정으로 살기 바란다."라고 말하면서 조카에게 선물을 건냈다. 뜻밖의 김치 선물에 조카는 몹시 기뻐했다.


"와, 정말 아껴 먹어야겠다. 오늘 식사에 이 김치 내놓으면 최고일 거야."
"뭐 오늘은 여기 고급 음식 먹고... 김치는 네 말대로 집에서 아껴 먹어... ㅎㅎㅎㅎ"

이 색다른 선물에 주위 사람들도 좋은 반응을 보였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아내에게 한마디했다.

"앞으로 선물은 고민하지 말고 선물용 그릇에 김치를 담아주면 되겠다."
"나도 동감이야. 오늘 사람들 반응을 보니 정말이지 앞으로는 김치가 최고일 듯."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 2. 5. 07:02

아시안컵 한국 호주 결승전 해외 생중계 사이트는 여기로 
http://www.fromhot.com/ (경시 시작 전 더 많은 중계사이트 안내)

외국에 살고 있으면 가장 보고 싶은 것 중 하나가 한국방송이다. 유럽 리투아니아에서도 유선으로 아리랑TV, 위성으로 KBS World를 시청할 수 있다. KBS World는 수신카드를 구입해 매월 수신료를 납부해야 한다. 인터넷으로 특히 스포츠 중계를 시청하려고 하면 해외에서는 시청이 불가능하다라는 쪽지가 뜬다. 

예능 프로그램에 에 관심이 있는 딸에게 한국방송을 보여주고 싶었지만, 이런 제약으로 그 동안 할 수가 없었다. 다행히 유튜브가 있어 조금이나마 그 갈증을 해소시킬 수 있었다. 지난해 연말 TVPAD를 알게 되었다. 기기가 구입하면 매월 수신료를 내지 않고 인터넷으로 한국방송을 시청할 수가 있다고 했다. 반가운 소식이었다.

그래서 한국 방문시 물품구입 목록에 제일 첫 번째로 기록했다. 이번에 한국을 방문해서 32만원을 주고 tvpad3을 구입했다. 개봉하니 크기가 명함의 약 2배가 약간 넘었다. 과연 이 작은 기기로 유럽에서도 한국방송을 볼 수 있을까라는 의문마저 들었다.


hdmi로 기기와 텔레비전을 서로 연결하고 전원을 연결했다. TV 화면에는 아래와 같이 나타났다. 


설정에서 Wi-Fi를 설정했다. 그리고 메뉴에서 HD KKS로 들어가니 SBS, KBS2, KBS1, MBC, tvN, KBSNSport를 시청할 수 있다. 


메뉴에서 Solive로 들어가니 YTN를 비롯한 21개 한국방송을 시청할 수가 있다. 
이날 성공적으로 설치한 후 한참을 KBS와 YTN을 시청했다.


"이제 한국방송 때문에 당신이 일을 적게 할까 심히 걱정된다."라고 아내가 벌써 불만을 드러냈다.
"적어도 다가올 동계 올림픽 기간은 분명 당신의 걱정이 사실일 거야."

tvpad 덕분에 이렇게 수월하게 유럽에서도 한국방송을 시청할 수가 있다니 정말 좋은 세상에 살고 있음을 다시 한번 느낀다. 더우기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한국방송 프로그램을 직접 실시간으로 시청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
Posted by 초유스
영상모음2014. 1. 24. 09:20

잠시 한국에 체류하고 있다. 한국은 날씨가 추워도 해가 쨍쨍해서 좋다. 햇빛을 받고 있으면 춥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외투의 단추를 벗고 싶을 정도이다.

"유럽 리투아니아는 날씨가 어때?"
"1월 중순까지는 서울보다 더 따뜻했어. 낮 기온이 대부분 영상 5도. 호수의 얼음도 얼지 않았고, 눈도 쌓이지 않았지."

그래서 얼음 낚시를 좋아하는 리투아니아 친구들은 예년처럼 혹한이 오길 간절히 빈다고 했다. 그들의 염원이 통했는지 지난주 주말부터 밤 기온이 영하 20도까지 내려가는 추운 날씨가 지속되고 있다. 이런 날씨가 이번달 말까지 갈 것이라고 일기예보는 전한다. 얼음 낚시 친구들에게 딱 맞는 날씨이다.

일전에 얼음 낚시 현장에 여우가 나타난 장면이 유럽 누리꾼들 사이에 화제가 되었다. 러시아에서 촬영된 것이다. 배가 고픈 여우가 낚시꾼들에게 서서히 다가온다.
 

낚시꾼들은 웬 횡재라면서 물고기보다 여우를 잡으려고 할 법한데 오히려 배고픈 여우에게 가지고 온 자신의 음식을 나눠준다. 


물고기에게는 아니지만 적어도 여우에게 이 낚시꾼들은 따뜻한 존재로 남을 것이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4. 1. 7. 07:39

최근 아내가 모처럼 집을 비웠다. 지방 도시에 일이 있어 이틀 동안 집을 비웠다. 집에 남은 딸아이와 함께 밥때가 되어 무엇을 해먹을까 고민했다. 

"아빠가 뭘 해주면 좋겠니?"
"아빠, 우리 각자 알아서 먹자. 아빠는 아빠 좋아하는 거, 나는 내가 좋아하는 거."
"좋은 생각이다."

이렇게 한 끼는 쉽게 해결되었다. 어디 하루에 한 끼만 먹을 수 없는 일이다. 또 다시 밥때가 되었다. 배가 고픈 딸아이가 냉장고를 열어보았다.

"아빠, 우유가 없어! 달걀도 없어! 난 공부할테니까 아빠가 가게에 갔다와."
"그럼, 아빠가 사와야 할 물건들을 써봐라."
"알았어. 리투아니아어로? 영어로? 한국어로?"
"당연히 한국어지."
"어려워. 그래도 한번 써볼게."

이렇게 딸아이는 부엌에서 힘들게 쇼핑목록을 한글로 썼다.


게란         계란
오랜지     오렌지
굘           귤
팡           빵
옴뉴수     음료수

살펴보니 한글 표기의 어려움이 고스란힌 담겨져 있었다. 
에, 애  ('게'인지 '개'인지는 문맥이나 써여진 글자로 구별한다)  
파, 빠  (대부분 주변 유럽인들은 파와 빠를 구별하지 못한다)  
으 (대부분 유럽어는 이에 해당하는 철자가 없다)

"그래도 해바라기씨는 정확하게 썼네. 이젠 정말 더 열심히 한글책을 읽고 쓰는 공부를 해야겠다."
"맞아."


하지만 돌아서면 딸아이는 또 잊어버린다. 그래도 종종 이런 계기를 활용해 자극을 주면서 스스로 동기부여가 되도록 해야겠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 1. 3. 08:35

교환학생으로 미국에
영국에서 유학하고 있는 큰딸 마르티나에게도 드디어 교환학생의 기회가 주어졌다. 여러 나라를 두고 고민하다가 미국을 선택했다. 미국내에 있는 여러 대학교를 두고 또 고민하다가 루이지애나 주도 뉴올리언스에 있는 대학교를 선택했다. 이유 중 하나가 겨울에도 따뜻한 날씨이다.

대학교측에서 1월 3일 열리는 첫 교환학생 모임에 꼭 참석해야 한다고 했다. 가장 적합한 비행노선을 찾다보니 공교롭게도 출국일자가 12월 31일이었다. 

한 해의 마지막일에 가족이 헤어져야
보통 한 해의 마지막날과 새해의 첫날은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보낸다. 바로 이날 식구들이 헤어져야 하는 것을 아내가 달가워하지 않았다. 비록 성인이지만, 딸아이 혼자 낯선 뉴욕 땅에서 송구영신해야 하는 것이 아내의 마음을 더 아프게 했다.

중간 기착지인 뉴욕 공항에 마르티나가 도착할 무렵 아내는 페이스북(facebook), 바이버(viper), 스카이프(skype) 등을 켜놓고 첫 소식이 오길 학수고대했다. 최종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뉴욕에서 하룻밤을 자야 했다. 

12월 중순에 마르티나는 뉴욕에서 하루 묵어야 하는데 도와줄 사람이 없냐고 페이스북에 공개적으로 물었다. 이 쪽지가 올라가자마자 친구의 친구가 댓글을 달았다. 그는 뉴욕에 사는데 기꺼이 자기 집으로 초대해 재워줄 뿐만 아니라 1월 1일 뉴욕 시내 안내까지 해주겠다고 했다. 막상 선뜻 도와준다고 하나 생면부지인 사람이라 걱정이 좀 되었다. 

친구의 친구 덕분에 타임스퀘어에서 새해맞이
뉴욕 공항에 잘 도착했고, 맨하탄에서 친구의 친구까지 제시간에 만났다. 이들은 2014년 새해를 뉴욕 맨하탄 타임스퀘어에서 맞이했다. 약속한 대로 1월 1일 이 새로운 리투아니아인 친구 덕분에 뉴욕 관광을 즐겼다. 한 친구를 잘 둔 덕분에 이렇게 낯선 곳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 큰 도움을 받았다.


1월 2일 이른 아침 마르티나는 뉴욕을 떠나 뉴올리언스를 향했다. 도착할 무렵 아내는 또 다시 소식을 기다렸다. 그런데 공항 웹사이트에서 비행기가 연착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유가 궁금한 나머지 아내는 여러 웹사이트에서 정보를 찾기 시작했다. 마르티나가 탄 비행기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기막힌 사이트를 찾아냈다.


flightradar24.com에서 하늘길을 내려다본다
flightradar24.com은 현재 시각 하늘에서 날고 있는 모든 비행기의 이동모습을 한 눈에 보여준다. 해당 비행기 아이콘을 누르면 이 비행기와 비행노선에 대한 정보가 뜨고 이동경로가 나타난다. 아내는 내내 비행기 이동경로를 지켜보면서 안전하게 도착하길 바랬다. 마치 아내가 딸과 함께 비행기를 타고가고 있는 심정이었다.


참으로 놀랍다. 이렇게 지상에서 비행기의 하늘길을 내려다볼 수 있다니 말이다! "뛰어봤자 부처님 손바닥이야!"라는 세상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당연히 즐겨찾기에 넣었다. 앞으로 공항에 손님을 영접하러 나갈 때 이 사이트를 이용해야겠다.

Posted by 초유스
재미감탄 세계화제2014. 1. 3. 06:11

종종 공중분양된 나무를 인터넷에서 접할 수 있다. 최근 폴란드 누리꾼들 사이에 공중부양 나무가 화제를 끌었다. 정말 나무가 스스로 공중부양된 것일까? 답은 "아니다"다.[사진출처 image source link]


마술의 능력을 빌리지 않고도 공중부양 시키는 방법이 있다. 아이디어와 약간의 재능만 있으면 쉽게 살아있는 나무 그대로를 공중부양 시킬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살아있는 나무가 감쪽같이 공중부양한 모습을 띠게 된다.


무분별한 과속으로 인한 사고가 빈발한 도로에 있는 가로수를 이런 식으로 공중부양시켜 놓으면 어떨까? 운전자의 호기심을 끌어 속도를 낮추게 하는 방법이 될 수 있겠다.

Posted by 초유스
영상모음2014. 1. 1. 09:15

극동 아시아에 위치한 한국의 새해맞이는 일반적으로 동해에서 붉게 떠오르는 해맞이로 새해의 의미를 다진다. 그래서 일출 명소에는 다양한 새해 해맞이 행사가 열린다. 하지만 유럽 사람들은 새해의 해맞이에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는다.


유럽 사람들은 바로 막 떠오르는 해 대신에 00시 00분 00초를 기다린다. 사람들은 샴페인병과 폭죽을 들고 인근 공원에 모인다. 밤 10시부터 새벽 1시까지 도심 곳곳에는 폭죽이 뿜어내는 빛과 소리로 요란스럽다.절정은 리투아니아 시각으로 밤 12시이다. 

우리집에 모인 친척과 가족도 바로 집 앞에 있는 공원으로 나갔다. 거대한 소리에 귀가 멍멍할 정도였다. 조금 잠잠해지자 사람들은 가지고 온 샴페인을 나눠마시면서 2014년을 위해 덕담을 주고 받는다. 2014년 새해맞이 폭죽놀이를 영상에 담아보았다.



지난 해에도 <초유스의 동유럽>을 애독하고 격려한 모든 사람에게 감사드리고, 새해에도 건강하고, 행복 가득하길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12. 30. 08:40

긴 크리스마스와 주말이 끝나고 다시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었다. 리투아니아는 국민 대다수(77%)가 로마 가톨릭교를 믿는지라 크리스마스 국경일은 3일이다. 24일, 25일, 26일이 쉬는 날이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어떻게 이 3일 휴가를 보냈을까?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휴가를 보낸 가족도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우리집처럼 보냈을 것이다.

24일은 가족과 음식 만들기 

크리스마스 전야 저녁 식사는 그야말로 만찬이다. 이날은 생선을 제외한 고기를 일절 먹지 않는다. 만찬 식탁에는 12가지 음식[관련글 읽기]이 올라온다. 그렇기 때문에 가정주부 한 명이 일하기에는 힘이 든다. 그래서 온 가족이 함께 도와서 음식을 준비한다. 

온 가족이 식탁에서 기도한 후 미사빵을 나눠먹는다. 이날은 편식하지 않고 12가지 음식을 고르게 먹는다. 식탁에는 혹시 방문할 사람을 위해 빈 의자, 빈 접시와 수저를 마련한다. 식사 후 식탁에 둘러앉아 지난 1년을 회상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찬송가도 부른다. 이날은 식사 후에도 식탁을 치우지 않고 그대로 두는 집도 있다. 그리고 성당에서 열리는 밤 미사에 참가한다. 

 


25일은 가족과 함께

25일 성당 미사에도 참가한다. 이날은 가급적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이날만큼 우리 가족은 모두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고, 공동 놀이를 하기로 했다. 유럽 지도 놀이와 화투 놀이를 했다. 

저녁 무렵이 되자 함께 했던 부엌이나 거실에서 식구들은 자기 방으로 한명씩 사라졌다. 낮에는 "오늘은 함께 놀아야 돼"라고 책망했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함께 놀기가 이젠 지루해"에 공감도가 높아져 갔다.

 

26일은 친구들과 함께

휴가 3일째는 주로 친구들을 초대하거나 초대에 응해 함께 시간을 보낸다. 평소 가깝게 지내는 친척 부부 한 쌍과 친구 부부 한 쌍, 그리고 이들의 딸과 남자친구를 초대했다. 어른이 모두 8명이었고, 나라는 4개국(한국, 리투아니아, 이집트, 스페인)이었다. 친척의 남편이 이집트 사람이고, 친구 딸의 남자친구가 스페인 사람이다.

먼저 탁구 놀이로 시작했다. 이어 찬 음식을 먹으면서 맥주나 포도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따뜻한 음식으로는 닭볶음탕을 준비했다. 식탁에서 가장 웃음을 선사한 것은 혀 꼬이게 하는 각 나라말의 문장이었다. 

외국에서 흔히 접하는 질문 중 하나이다. 현지인들이 놀이삼아 질문한다. "너, 이 (리투아니아어) 문장을 따라할 수 있어? 한번 해봐! 해봐!"
잘하든 못하든 외국인의 시도에 현지인의 웃음이 터져나온다. 이런 경우에 가장 좋은 대응책은 이것이다. "그럼, 너희들은 내가 말하는 (한국어) 문장을 한번 따라해봐!"

 

혀 꼬이게 하는 문장

이날 모임에 나온 각 나라말 중 혀 꼬이게 하는 문장을 영상에 담아보았다. 순서는 아랍어, 리투아니아어, 스페인어이다. 

 


제일 나중에 한국어 차례였다. 어렸을 때 친구들과 놀았던 문장을 소개했다. 

간장 공장 공장장은 강 공장장이고, 된장 공장 공장장은 공 공장장이다. 


이 문장에 모두가 대장대소했다. 이 한국어 문장이 4개 언어 중 가장 따라하기 어려운 문장으로 낙점되었다. 이런 즐거움과 유쾌함 속에 모처럼 빌뉴스 우리집에서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보낸 크리스마스였다. 그야말로 "즐거운 성탄절"이었다.

Posted by 초유스

최근 크리스마스 카드의 기원에 대한 소식이 보도되었다. 이에 따르면 크리스마스 카드가 처음으로 상업화된 곳은 1843년 영국이다. 당시 영국 왕립협회 헨리 콜 경이 디자이너 존 호슬레이에게 크리스마스 카드를 그리게 해서 인쇄했다. 

그렇다면 크리스마스 카드와 함께 크리스마스에 빠질 수 없는 크리스마스 트리는 어디에 최초로 세워졌을까? 여러 주장들이 있다. 15세기경 리보니아(지금의 라트비아와 에스토니아)에서 시작되어 16세기 북부 독일로 널리 퍼져나갔다고 알려져 있다. 

* 리가 시청광장에 있는 검은 머리 전당 건물 

상인조합 "검은 머리 길드" 기록문서에 의하면 1510년 라트비아와 에스토니아를 포함해 북유럽에 있는 여러 곳에 크리스마스 트리가 사용되었다. 이 상인조합은 14세기 미혼 상인, 선박 주인, 외국인으로 조직되어 지금의 라트비아와 에스토니아에서 1940년까지 활동했다. 

* 크리스마스 트리 탄생 500주년에 세운 리가 시청광장 크리스마스 트리[image source link]

이에 라트비아는 1510년 리가(라트비아 수도)의 시청광장에 세계 최초로 장식된 크리스마스 트리가 세워진 것을 기념하고 있다. 한편 16세기 초 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가 자녀들에게 어두운 밤에 별이 얼마나 반짝거리는 지를 보여주기 위해 촛불로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한 것으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라트비아 시청광장에는 크리스마스 트리 탄생지를 기념하기 위한 기념물이 바닥에 조성되어 있다.

* 1510년 최초로 크리스마스 트리가 세워진 자리

* 시청광장 옆에 있는 광장에 세워진 "리가, 크리스마스 트리 탄생지" 조형물

내년 2014년은 리가가 유럽 문화 수도이다. 리가를 방문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리가가 크리스마스 트리 탄생지임을 알아두면 좋겠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3. 12. 23. 06:00

며칠 전 성탄절을 맞아 영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큰딸이 집으로 돌아왔다. 가장 기뻐하는 이은 작은딸이다. 언니가 돌아왔으니까. 빌뉴스에 있는 큰딸 친구도 하나 둘 우리 집으로 찾아온다.

어제는 키가 훤칠한 여자친구가 찾아왔다. 그는 영국에 있는 대학교에서 공부하면서 지금은 스페인에서 교환학생으로 있다. 여러 가지 대화 중 키 이야기가 나왔다.

"키가 얼마지?"
"170센티미터."
"큰 편인가?"
"리투아니아에서는 보통, 스페인에서는 큰 편."

그렇다면 리투아니아 사람들의 평균키는 얼마일까?
2005년 측정에 따르면 리투아니아 남자 평균키는 181센티미터, 여자 평균키는 168센티미터이다. 한편 한국 남자 평균키는 174센티미터, 여자 평균키는 161센티미터이다. 


아이가 자라는 집 어딘가에는 자라는 아이의 키를 표시하는 곳이 있을 법하다. 우리 집에는 딸아이 방문 벽에 있다. 작은딸은 이제 초등학교 6학년생이다. 점점 크고 있지만, 아직까지 학급에서는 키가 작은 편이라 앞쪽에 앉는다.

"너는 키가 크고 싶어?"
"절대 아니야."
"왜?"
"키가 크면 남자 고르기가 힘들어."
"넌 아직 어리다. 그런 생각은 좀 안 어울린다."
"농담이야. 하지만 난 작은 편이면 좋겠어."

예전에 화제가 된 방송이 떠올랐다. 한 여성이 TV에 나와 180센티미터 남자는 루저(loser, 패자)가 말해 비난을 받은 적이 있었다. 키의 장단을 놓고 일방을 무시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못 하다. 옛 사람들은 신언서판, 즉 풍채, 언변, 문장과 판단으로 사람의 인격을 평했다. 이중 제일 중요한 것이 풍채가 아니라 판단이다. 정산종사는 그 판단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그 사람의 마음이라 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자신의 작은 키에 만족하지 못해서 키를 높이는 깔창을 한다거나 수술하는 사람까지 있다고 한다. 이유가 좀 세속적이지만 딸아이는 키가 많이 크지 않기를 바란다. 


"아빠가 더 크나? 네가 더 크나?"
"물론 아빠지."
"땅에서 키를 재면 아빠가 크지. 그런데 말이야, 하늘에서 키를 재면 누가 더 크나?"
"그야 나지."
"혹시 누가 네보고 키 작다고 한다거나 네가 자신의 키에 스스로 만족하지 못할 때 항상 그렇게 생각해봐."

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13. 12. 21. 06:52

누구나 가끔은 새가 되고 싶어한다. 텅빈 하늘에서 마음껏 훨훨 날아다니는 새가 누리는 자유로움을 동경한다. 한 가지 이유가 더 있다. 바로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세상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폴란드 누리꾼들 사이에 최근 화제가 된 하늘에서 내려다본 세계 각국의 도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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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하이

# 밴쿠버

# 몰디브의 수도 말레

이런 아름다운 세상에서 상생 대신 상극, 평화 대신 전쟁, 이타주의 대신 이기주의, 진실 대신 거짓, 소통 대신 불통, 사랑 대신 미움, 정의 대신 불의 등에 휩싸여있는 우리네 모습이 한없이 부끄럽기만 하다. 

새가 되어 내려다보는 이 아름다움 세상 모습을 늘 간직하면서 이번 주말, 이번 연말 가까운 사람들부터 함께 아름답게 살도록 노력해야겠다.

Posted by 초유스
재미감탄 세계화제2013. 12. 18. 09:00

한 할머니가 일하고 있는 구멍가게의 CCTV에 잡힌 영상이 최근 공개되어 누리꾼들의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폴란드 남서 지방의 소도시 볼쿠프(Bolków)에서 일어났다. 

한 청년이 전화를 걸면서 가게에 들어온다. 할머니는 이 손님을 맞아 여러 물건을 보여준다. 곧 이어서 또 다른 청년이 들어온다. 

할머니는 계속해서 첫 손님을 상대한다. 이 첫 손님이 할머니의 시야를 막고 있는 동안 두 번째 청년이 계산대에 있는 현금을 훔친다. 이 둘은 작업이 완료되자 아무 물건도 사지 않고 유유히 가게를 빠져나간다. 
 


가게가 대몫을 볼 수 있는 연말이다. 이 영상을 보면 좌우간 가게에 들어와 의도적으로 주인의 시선을 막거나 집중을 흩트리는 사람은 의심을 하고 경계를 해야겠다. 

한편 아래는 세 여인이 지갑을 훔치는 장면을 담은 움짤이다. 참으로 한 순간이다. 한 여인이 행인에게 호의를 베푸는 척하는 사이에 다른 한 여인이 가세하고, 세 번째 여인이 뒤로 접근해 행인의 가방 속에서 지갑을 꺼내 사라진다. 


다른 사람에게 기쁘게 하기 위해 선물을 사려고 시장이나 백화점에 가서 이렇게 지갑을 털리는 경우를 당할 수 있다. 좋은 일은 못할망정 남에게 나쁜 행위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겠다. 이번 연말에 모두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13. 12. 17. 06:31

빌뉴스 구사가지 중심 거리에서 산책하다 어느날 눈에 확 들어오는 액자를 보게 되었다. 보통 액자는 사진이나 그림을 담고 있지만, 이 액자는 인형을 담고 있었다. 인형이 액자에 걸터앉아 있다.   


이런 기발한 발상을 가진 예술 작품이나 예술가를 보면 한없이 부럽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12. 16. 07:56

유럽 리투아니아에는 대체로 며느리와 시어머니간 갈등보다는 사위와 장모간 갈등이 더 부각된다. 한 예로 집안의 골방이나 다락방, 물건창고를 농담으로 '장모방'이라 부른다. 장모가 딸을 보기 위해 찾아왔을 때 장모가 이곳에서 머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라 한다. 장모의 지나친 간섭에 사위들의 반란인 셈이다. 또한 장모에게 선물할 가장 좋은 음식으로 광대버섯을 꼽는다. 이는 농담이다. 왜냐하면 광대버섯은 독성이 아주 강해 사망까지 이르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전에 장모님께서 우리 집을 방문하셨다. 아내는 직장에 가고 없었다. 장모님께서 가위를 들고 부엌에서 오셨다. 나중에 알고보니 가위가 무뎌서 종이가 잘 잘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위, 이 가위가 정말 무디네. 무딘 가위를 쉽게 날카롭게 하는 법 알려줄까?"
"어떻게요?"
"집에 금강석이 없을 경우에 쉽게 날카롭게 하는 법을 알려줄테니까 잘 봐."


이렇게 말한 후 장모님께서 함께 가져온 철사로 된 물건을 가위로 여러 차례 자르듯이 했다. 

"효과가 있을까요?" 
"나중에 한번 봐."


영상에서 보듯이 장모님께서 손질한 가위는 종이를 가볍게 싹둑싹둑 잘랐다. 

"정말 효과가 있네요. 기억했다가 다음에 그렇게 하겠습니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3. 12. 16. 07:09

12월 우리 집에서 제일 바쁜 식구는 바로 딸아이 요가일래다. 음악학교 공연 때문이다. 벌써 이번 달만해도 네 차례나 노래 공연했다. 

13일 금요일 음악학교 전체 연말 연주회가 열렸다. 다양한 전공 학생들 중 선발 경연을 통해 무대에 올린다. 올해 요가일래는 플루트, 피아노, 북, 실로폰의 반주에 따라 한국 동요 "반달"을 불렀다. 반주하는 학생들이 어려서 서로 맞추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적어도 이날은 한복의 아름다움에 대한 칭찬은 많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기분 상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한마디했다. 
"오늘은 서로 좀 잘 안 맞은 것 같더라. 네 목소리도 좀 약하고......"
"알아. 웬지 알아?"
"오늘이 2013년 12월 13일 금요일이라서 그래. 하하하."



다음날 토요일 이번에는 가톨릭 성당에서 열린 공연회에서 또 다시 한국 동요 "반달"을 불렀다. 



변성기에 있다는 딸아이
별탈없이 잘 넘겨서 고운 목소리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길 바란다. 딸아이가 다음에 부를 한국 노래를 이번 주말에 인터넷과 노래책에서 찾아보았으나 리투아니아인 아내 마음을 확 사로잡는 노래를 찾지 못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12. 13. 06:11

한국에서 앉아본 양쪽으로 나눠진 등받이 의자가 참 좋았다. 드디어 1년 반 전에 기회가 왔다. 해상운송을 이용하는 한 교민의 도움으로 이 등받이 의자를 갖게 되었다.  


6개월쯤 지나자 비닐천이 조금씩 닳기 시작했다. 이를 본 유럽인 아내가 몹시 황당해했다.

"정말 좋다고 해서 한국에서 산 의자가 6개월밖에 안 지났는데 벌써 이렇게 됐어?"
"6개월이지만 대부분 집에서 일하는 내가 앉은 시간을 한번 생각해봐."
"그래도 그렇지. 너무 빨리 닳는다."


다시 1년이 더 지난 후 지금의 의자 모습이다.  


이제는 앉는 자리가 보기 흉할 정도로 엉망진창이 되어 있다. 그래서 늘 하얀 방석을 놓고 사용한다. 의자의 수명이 너무 짧다고 불평할 수도 있겠지만, 이 모습은 의자가 오래 앉아서 부지런히 일한 지난날에 대한 훈장처럼 보이기도 한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3. 12. 13. 06:00

이제 곧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 1년 중 자녀들이 가장 기다리는 순간이다. 바로 산타 할아버지가 가져다줄 선물 때문이다. 자녀들은 지난 한 해를 반성하고 자기 원하는 선물을 부탁하는 편지를 쓴다. 그리고 이 편지를 크리스마스추리에 놓는다.

먼저 최근 누리꾼들 사이에 화제가 된 산타 할아버지의 선물 주기 영상을 소개한다. 캐나다 항공회사 Westjet이 자신의 승객들에게 실시간에 선물을 주는 장면이다. 탑승을 기다리는 승객들과 대화를 통해 받고자하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알아냈다. 승객들이 도착할 공항으로 그 선물을 배송한다. 승객들은 수하물 찾는 곳에서 깜짝 선물을 받게 된다.


한마디로 감동이자 기적이다. 이처럼 유럽의 사람들에게는 산타 할아버지가 아주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딸아이 요가일래는 이제 막 만 12살이 되었다. 여전히 산타 할아버지의 존재를 철석같이 믿고 있다. 나이가 점점 많아짐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다. 

어렸을 때에는 카드에 편지를 써서 봉투에 넣어 봉했다. 하지만 올해는 그냥 하얀 종이에 편지를 써서 산타 할아버지가 쉽게 읽을 수 있게 했다. 어렸을 때에는 원하는 선물을 꼭 한 가지로 기입했지만, 올해는 여러 가지다. 다 받으면 좋겠지만, 욕심이 많다고 하나도 안 줄 수가 있으니까 일단 여러 가지로 적어놓고 산타 할아버지가 선택해서 하나만 주시도록 했다.   

* 우리 집 크리스마스추리와 산타 할아버지께 쓴 요가일래의 편지

편지 번역본:
산타 할아버지 
올해 저는 너무 좋지 않고, 너무 나쁘지도 않았어요. 한마디로 보통이었습니다. 아마도 다음해에는 허리띠를 조금 더 조아야겠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선물과 좋은 한 해를 보내게 된 것에 감사드립니다.
아래 말할 몇몇 선물 중 무엇이 저에게 가장 유익하고 저를 가장 기쁘게  할 것인지는 할아버지께서 선택해주세요.

첫 번째는 원디렉션(One Direction)의 새로운 앨범 "Midnight Memories"
두 번째는 파란색 책가방 "CONVERSE" 
세 번째는 원디렉션(One Direction) 향수 "Our Moment": 이 향수는  "Drogas"나 "Eurokos" 가게에서 살 수가 있어요.

할아버지께서 알다시피 제 부모님은 제가 원디렉션을 이렇게 좋아하는 건 약간 바보스러운 짓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들은 제가 얼마나 이 남자들을 좋아하는지를 이해하지 못해요. 그들의 음악과 존재만이 저를 행복하게 해줘요. 사람이 가장 좋아하는 것을 못하게 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가요? 

원디렉션 "FANGIRLINTI"(팬걸되기)가 참 좋아요. 이는 이 남자들에 열광한다는 뜻이에요. 그들이 정말 내 마음에 들고, 저는 제 생각을 결코 바뀌지 않을 거예요. 원디렉션은 제게 하느님입니다. 끝으로 저에게 행복, 건강, 좋은 성적, 성취, 자기신뢰를 주실 것을 부탁합니다. 할아버지, 감사합니다. 그럼 이만.

선물 한 가지만 고집하지 않고 여러 가지로 나열해 산타 할아버지가 형편에 따라 줄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 마음에 든다. 한편 산타 할아버지의 존재에 대한 딸아이의 믿음이 더욱 오래 지속되길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재미감탄 세계화제2013. 12. 12. 06:25

차도르를 쓴 이슬람 여성 두 사람이 식당에서 스파게티를 먹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최근 접했다. 검은 천으로 온 몸을 감싼 이 여성들은 어떻게 스파게티를 먹을까?

한 여성은 턱밑의 천을 들어올린 후 스파게티 면을 먹고 있다. 다른 여성은 눈밑까지 감싼 천을 손가락으로 잡아당긴 후 그 틈 사이로 스파게티 면을 집어넣은 후 먹고 있다. 

문화 차이를 이해해야 한다고는 하지만, 적어도 내가 보기에 영상 속 차도르는 스파게티를 먹는데 참으로 불편하다.    
 

아래는 누리꾼들 사이에 화제가 된 비교 사진이다. 1970년대와 40년이 지난 2012년 현재 아프가니스탄과 이란의 모습니다.   


각 종교와 민족의 전통에 충실해야겠지만, 인류의 보편적 인권을 신장하는 것도 중요하다. 본질은 유지하되 시대에 적합한 외형 변화를 추구하는 것도 좋겠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12. 10. 06:12

어제 지방 도시에 살고 계시는 장모님께서 빌뉴스에 오셨다. 이유는 치료이다. 한국으로 치면 도청 소재지 국립병원에서 수술 일정을 다 잡아놓으셨다. 그런데 수술일자가 가까워지자 마음이 점점 불안해지셨다. 

고소한 병원에서 수술 받아야 하다니
의료 사고로 장모님께서 이 국립병원을 검찰에 고소했고, 수술 예정 담당 의사도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같은 도시에 사는 처남이 이 병원에서 수술해서는 안 되고 수도인 빌뉴스에 있는 병원에서 할 것을 강력하게 권장했다. 

아내가 빌뉴스에 있는 국립병원에 진료를 예약하려고 하니 2-3개월 이후나 가능했다. 인터넷과 지인을 통해 얻은 정보에 따라 능력있는 산부인과 의사가 운영하는 개인병원에 진료를 예약하는데 성공했다. 

리투아니아의 대부분 개인병원 의사는 국립병원에서 퇴근한 후 개인병원에서 진료한다. 자연히 진료시간은 늦은 오후나 저녁이다. 이때면 아내가 직장에 있을 시간이다. 그래서 장모님을 모시고 예약시간인 오후 5시에 맞춰서 개인병원을 찾았다.

내년에 칠순이 되시는 장모님의 병명은 자궁물혹(낭종)이다. 지방 도시 의사는 몇 차례 진료를 통해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으니 제거 수술이 필요하다고 했다. 당장 암은 아니지만 암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는 것 때문에 장모님께서 수술에 동의하고 날짜까지 잡으셨다. 이번에 오실 때에도 수술에 대비해 입원시 필요한 물건들을 다 챙겨오셨다.

* 갑상선 수술로 입원한 사위를 방문한 장모님

진료시간이 다 되었는데 의사는 나타나지 않았다. 1시간을 기다리자 한 상대적으로 작은 체구의 남자가 들어왔다. 의사였다. 장모님께서는 진료실로 들어가 30분 후에 나오셨다. 얼굴을 보니 밝은 표정이라 결과가 좋은 듯했다. 

지방은 수술 필요, 서울은 수술 불필요
결론은 수술할 필요가 없다. 현재의 물혹을 가지고도 앞으로 100년은 아무런 걱정없이 더 살 수 있다고 했다. 단지 1년 후 다시 진료를 받으러 오라고 했다.

30분 동안 진료를 받으면서 장모님께서는 의사의 친절함과 자상함에 감탄하셨다. 지금까지 이렇게 자상한 의사는 처음이다고 하셨다. 수술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을 주었다. 

똑 같은 자궁물혹을 놓아두고 지방 의사는 수술이 필요하다고 하고, 이 의사는 수술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지방 의사의 말을 따랐다면 지금쯤 장모님께서는 수술병동에 누워있어야 할 때이다.

30분 진료비가 최저임금의 1/4
개인병원에서 초음파검사를 포함한 30분 진료비는 얼마일까? 리투아니아 화폐로 240리타스(한국 화폐로 10만원)이다. 이는 법정최저임금의 1/4분이고, 장모님 월연금액의 1/3이다. 

"참 비싸네요."
"오늘 진료하는 것을 보니 50만원도 주고 싶더라. 수술 안해도 되니 얼마나 좋은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장모님께서는 슈퍼마겟에 들러 맥주를 사서 자축하자고 하셨다. 계산대에서 서로가 지불하겠다고 잠시 우겼다.

"장모님, 제가 내지 않으면 아내가 바가지 긁어요."

이 말에 장모님께서는 동전을 꺼내고 열었던 지갑을 닫으셨다. 그 동전으로 복권 한 장을 사서 내 호주머니에 재빨리 넣으셨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3. 12. 9. 07:42

블로그를 통해 익히 알려졌듯이 딸아이 요가일래는 음악학교에서 노래를 전공하고 있다. "나중에 뭐가 되고 싶어?"라고 물으면 대답은 한결 같이 "가수"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 노래 연습에 노력을 크게 기울이지 않고 있다. 

"왜 열심히 안 하니?"
"나 변성기야."

변성기라는 말에 선생님도 우리도 크게 재촉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학교이니 노래 경연 대회가 있기 마련이다. 남들보다는 좀 나은 성적을 원하면서 나름대로 노력은 하고 있다.


2년마다 리투아니아에는 가장 권위있는 전국 학생 노래 경연 대회(다이누 다이넬레, Dainų dainelė, 직역하면 '노래 중 한 곡')가 개최된다. 2012년 이어 2014년 봄에 열린다. 이번 12월에는 이 대회 본선 진출자를 뽑기 위해서 두 차례 경연이 열렸다. 
1단계: 학내 경선
2단계: 시별 경선
3단계: 도별 경선
4단계: 전국 경선 (TV 생중계)
5단계: 최종입상자 공연 (국립 오페라 극장) 

즉 학내 경선과 시별 경선이 끝났다. 12월 7일 시별 경선에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요가일래도 참가했다. 11살부터 14살까지 연령대에 속한다. 막 12살이 된 터라 나이가 더 많은 학생들과 겨루기에는 사실 버겹다. 목소리가 약하다는 평을 받고 있는데 본선까지는 마이크 없이 노래해야 한다. 

세 곡을 준비했다. 리투아니아 노래 1곡, 한국 노래 1곡, 스웨덴 영어 노래 1곡. 경연 규정은 가급적 리투아니아어 노래를 추천한다. 이번에는 워낙 참가자가 많아서 3곡에서 2곡으로 줄었다. 요가일래는 한국 노래 반달, 스웨덴 랩소디를 선택했다. 

들어보니 무난하게 노래를 불렀다. 노래를 다 부르고 대회장 밖으로 나온 딸아이는 표정이 몹시 상기되어 있었다.

"심사위원들이 내가 노래하는 데 모두 미소를 띄었어. 나 또 노래를 부르고 싶어. 나 이길거야."
"그래. 자신감이 중요하지. 노래를 잘 부르니까 좋잖아. 앞으로 더 열심히 연습해라."

하지만 속으로 걱정이 앞섰다. 혹시나 이번 단계에서 떨어지면 딸아이가 받을 충격 때문이었다. 그래서 "오늘 잘 했다. 하지만 경쟁이 너무 심하고, 또 네가 변성기고, 노래도 리투아니아어가 아니고 한국어와 영어이니까 안 되더라도 너무 실망하지 말자."라고 말했다.

일요일 늦은 저녁 음악 선생님으로부터 "요가일래가 2단계에서 높은 점수를 얻어서 3단계에 오르게 되었다"라는 반가운 소식을 받았다. 

"내가 합격한 것이 반달 노래 때문일까? 스웨덴 랩소디 때문일까?"
"만약 반달이라면 3단계에서 표정이 더 풍부하게 노래를 해야겠다."


이렇게 말한 후 요가일래는 유튜브를 통해 이선희가 부르는 반달 노래에 따라 열심히 표정과 손짓을 연습했다. 한편 요가일래는 오는 금요일 학교 전체 연말 연주회에서 한복을 입고 반달 노래를 부른다. 이번 결과로 무엇보다도 노래를 더 잘해야겠다라는 동기를 다지게 된 것이 가장 큰 수확이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12. 6. 07:28

유럽에 살면서 종종 콩나물을 키운다.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에서 자주 먹었던 얼큰하고 시원한 콩나물국이 먹고 싶기 때문이다. 

일정한 시간 간격으로 물을 주는 것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콩나물에서 나는 냄새도 있다. 특히 콩을 선별할 때 간과된 조각난 콩이 섞어가는 냄새를 뿜어낸다. 콩나물 키우기에 전혀 생소한 리투아니아인 아내는 이 냄새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콩나물에 물을 주고 콩나물을 다듬는 일은 다 내 몫이다. 나에게 콩나물 키우기는 그야말로 과거로의 시간여행이다. 

어렸을 때 시골집 안방에는 콩나물 시루가 있었다. 동네 공동 우물에서 퍼온 물로 콩나물로 키웠다. 물을주는 어머니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비좁은 콩나물 사이로 흘러 떨어지는 물의 똑!똑!똑! 소리가 귀에 울리는 듯하다. 콩나물을 다듬을 때는 집에 있는 형제들이 모여 각자 할당량을 배분해 돕곤 했다.

좀 더 자랄 때까지 키우고 싶었는데 아내가 콩나물에서 냄새 난다고 빨리 정리하라고 재촉했다. 어제는 큰 마음 먹고 저녁 식사 후 욕실에 혼자 앉아 콩나물을 3시간 동안 다듬었다. 


간간히 그 옛날 추억의 시간여행을 하면서 또한 스마트폰으로 한국 영화를 시청하면서 콩나물을 다듬었다. 한편 이곳 슈퍼마켓에서도 쉽게 콩나물을 구입할 수 있는데 콩나물을 직접 키운다고 괜히 시간낭비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자주는 힘들지만, 종종 생각날 때 이렇게 키우는 것도 추억 상기에 도움이 되겠다.
Posted by 초유스
재미감탄 세계화제2013. 11. 29. 06:20

칠레에 사는 에스페란토 지인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감동적인 소식 하나를 올렸다. 그가 살고 있는 도시 푸에르토 모트(Pierto Montt)에 개의 선행이 화제가 되고 있다. 애완견이 주인인 노부부를 도와서 밖에 있는 장작을 안으로 옮기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혔다.


이 정도 개라면 정말 밥값을 제대로 하는 개이다. 


집안일을 안 도와주려고 하는 식구에게 보여주면 큰 충격을 받을 수도 있겠다. "개만도 못한 사람"이라는 말을 듣기 전에 부끄러워서라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도와줄 것 같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3. 11. 29. 06:17

사람마다 습관이 다르다. 도서를 구입하면 속표지에 이름과 구입날자를 적는다. 혹시나 분실할 때 누구에게 돌려줘야 할 지에 대한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작은 희망도 담겨져 있다. 뒷표지에는 완독한 날짜를 적어놓는다. 

그다지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지만, 이번 여름에 가족으로부터 스마트폰을 선물받았다. 스마트폰은 값이 비싸지만, 그 안에 들어 있는 여러 정보가 소중하다. 누구나 이를 분실하지 않으려고 주의하지만 세상 일은 아무도 모른다. 만약을 위해 나도 내 명함을 스마트폰 뒷면에 끼어놓았다. 

어느날 아내가 이를 보더니 한마디했다.
"정말 보기 안 좋다. (고급스러운) 스마트폰에 (큼직한) 명함이 정말 안 어울린다. 유치하다. 없애!"

옆에 있던 초등학교 6학년생 딸아이도 반응했다.
"엄마는 참. 이건 정말 좋은 생각이야. 누가 발견하면 쉽게 찾아줄 수 있잖아. 아빠는 천재야!"

스마트폰에 끼어놓은 명함에 아내와 딸은 이렇게 극명하게 다른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 민주주의 표 대결로 2 대 1이니 명함을 그대로 끼어놓자."

최근 딸아이가 자기 방에서 혼자 열심히 무엇인가를 하고 있었다. 궁금했다.


"너 뭐하니?"
"꼬리표를 만들고 있어."
"왜 만드는데?"
"혹시 잃어버리면 누가 찾아줄 수 있잖아. 우리 학교에서는 아무도 이렇게 하지 않아. 내가 혼자야."


이렇게 딸아이는 필통 속에 있는 볼펜과 연필에 이름과 학급을 기재한 꼬리표를 붙였다.

"아빠도 어렸을 때 이렇게 했는데. 네가 어떻게 알았지?"
"아빠, 내가 아빠를 닮으니 기분 좋지?"
"그래. 친구에게 빌려줘도 나중에 쉽게 돌려받을 수 있겠다."
"맞아."

Posted by 초유스
재미감탄 세계화제2013. 11. 26. 06:09

이제 점점 연말이 다가오고 있다. 일년 동안 컴퓨터에 저장해 놓았던 사진이며 동영상 파일을 틈나는 대로 정리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리투아니아 빌뉴스 음악학교 여고생들의 공연이 담긴 동영상이다. 


목소리 합창단이 이날 전혀 기대하지 않은 방식으로 공연해 많은 박수 갈채를 받았다. 이들은 손바닥과 발바닥으로 소리를 내었다. 



한편 이 동영상을 보니 여러 해 전 한국을 방문했을 때 찍은 한국 여고생들의 책상 난타가 떠올랐다. 서로 비교해볼 수 있겠다.



이 두 동영상을 본 리투아니아인 아내는 한국 여고생들의 손바닥 연주가 더 신라고 흥겹다고 평했다.

Posted by 초유스
스포츠 생중계 안내2013. 11. 15. 16:12

한국 축구 대표팀이 오늘 저녁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스위스 국가 대표팀과 경기를 치른다. 스위스는 유럽의 강호로 국제축구연맹 순위가 7위이다.  오늘 경기는 역상상 스위스의 A매치 경기는 두 번째이다.


스위스는 7년 전 경기를 떠올리게 한다. 2006년 독일 월드컵 조별경기였다. 오프사이드 논란을 불러일으긴 골 등으로 한국이 0 대 2로 패했다.
* 당시 월드컵 한국 스위스 경기 전체 영상:
                                            전반전: http://www.youtube.com/watch?v=An0ug8fvww4
                                            후반전: http://www.youtube.com/watch?v=7RENZjz8AQU

아래는 당시의 오프사이드 논란을 담은 동영상이다. 부심은 깃발을 들어올려 오프사이드를 선언했지만, 주심은 그대로 경기를 진행시켰다. 



당시의 설욕을 갑을 차례이다. 특히 최근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한국인 최초로 해트트릭을 이룬 손흥민 선수의 활약이 기대된다. 한국과 스위스 축구 경기를 아래 인터넷 사이트로 해외에서도 생중계를 시청할 수 있다. 시간은 헬싱키 시간대이다.  

13:00 - 15:00
South Korea
International Friendly Matches South Korea vs. Switzerland
13:00 - 15:00
South Korea
International Friendly Matches South Korea vs. Switzerland
13:00 - 15:00
South Korea
International Friendly Matches South Korea vs. Switzerland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3. 11. 12. 07:36

우리 집 상주 식구는 세 사람이다. 그런데 세 사람이 다 함께 식사할 수 있는 시간은 거의 주말뿐이다. 직장과 학교 등 때문이다. 초등학교 6학년생 딸아이는 아침 7시 10분에 일어나 40분에 학교에 간다. 금요일을 제외하고 아내가 일어나서 아침 식사와 차를 준비한다. 딸아아는 6시간 혹은 7시간 수업을 마치고 보통 오후 2시나 3시쯤 집에 돌아온다.  

아내는 월, 수, 목 오후 1시에 직장으로 가서 오후 7시에 돌아온다. 나는 화요일과 목요일 대학교 한국어 강의를 빼고는 대부분 집에 있다. 학교에서 돌아온 딸아이 점심을 챙기고 음악학교로 보내는 일은 내 몫이다. 그래서 우리 집은 아무리 다른 일로 바쁘더라도 주말에는 식탁에 앉아서 같이 밥을 먹기로 했다.

이번 일요일 식탁에 앉았는데 딸아이가 갑자기 질문을 던졌다.

"아빠, 왜 내가 한국 사람인 줄 알아?"
"당연하지. 아빠가 한국 사람이니까."
"그거 말고. 다른 것?"
"뭘까?"
"한번 봐. 내가 어떻게 앉아있는 지."


딸아이는 학교에서도 유일하게 이렇게 앉는다고 말했다. 이 앉는 자세가 바로 자신을 다른 사람들과 구별시켜주고 한국 사람임을 느끼게 해준다고 말했다. 두 다리를 의자에 놓고 한 쪽 다리를 올려서 앉는 것이다. 그 다리의 무릎에 팔꿈치를 얹는 자세이다. 

"왜 그 자세가 한국 사람 것이라고 생각해?"
"한국에 있을 때 많이 봤어. 여기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 않아."
"그러면 네가 한국 사람이라는 것을 또 증명해봐."
"난 김치도 먹고, 라면도 정말 좋아하고, 미역국, 김밥. 불고기, 배, 대추, 감, 석류 등을 잘 먹잖아."
"그건 한국 사람이 아니라도 잘 먹을 수 있잖아."
"아니야, 내 친구들은 못 먹어."
"네가 스스로 한국 사람이다는 것을 느끼는 것 자체가 좋아.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한국말을 할 수 있잖아. 앞으로는 말뿐만 아니라 글도 알아야 돼. 오늘은 반드시 한국어 책을 베껴쓴다. 알았지?"
"예, 아버님. 사랑해요."

비록 한국에 살지 않고 또한 반쪽이지만, 일상 생활에서 이렇게 자신이 왜 한국 사람인 점을 스스로 찾아내고 확인해보는 딸아이가 너무 고맙고 기특하다. 

아래는 리투아니아 빌뉴스 옛시청 건물에서 딸아이가 한국의 가을 노래 - 노을을 부르고 있다. 리투아니아는 벌써 단풍잎이 다 떨어지고, 이제 첫눈을 기다리고 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11. 8. 06:53

유럽에 살면서 사귄 좋은 친구들 중 한 명이 폴란드 바르샤바에 살고 있다. 아버지는 폴란드인이고 어머니는 중앙 아시아 출신 한국인이다. 1991년 1월에 처음 만나 지금까지 서로 왕래와 연락을 주고 받고 있다. 이 블로그에도 여러 번 직간접적으로 소개했다. 

이름은 라덱(라도스와브, 라도스와프)이다. 어머니는 그래도 이름에 한국인의 흔적을 남기기 위해 두 번째 이름을 "동일"로 지었다. 그래서 여권에는 첫 번째 이름과 두 번째 이름이 함께 기재되어 있다. 이는 "동쪽에서 온 한 사람"(東一)이라는 뜻이다. 

결혼을 늦게 한 친구는 지난해 10월에 첫 아들을 낳았다. 아내는 폴란드 북동지방 출신으로 리투아니아인이다. 이 지방 주민들은 대부분 리투아니아인이다. 친구는 자신의 어머니처럼 아들에게 한국명으로 두 번째 이름을 선물하고자 했다. 

열심히 궁리하다가 나에게 부탁했다. 여러 가지 이름을 짓느라 나도 고민하다가 어느 한 순간에 친구의 한국어 이름이 떠올랐다. 아버지가 "동일"이니, 아들은 "동이"로 하면 어떨까...... 대대로 "동삼", "동사", "동오"...... 친구는 아주 만족했다. 동쪽에서 온 1세대, 2세대, 3세대 등 두 번째 이름을 통해서 쉽게 자신의 정체성을 알 수가 있겠다.

그리고 1년 뒤인 지난 10월 하순 "동이"는 첫 돌을 맞았다. 비록 반쪽 한국인이지만 친구는 아들에게 한국인의 돌잔치 흉내를 내고 싶어했다. 9월에 우리 집을 방문했을 때 그는 돌잔치 상에 놓을 물건들이 무엇인냐고 나에게 물었다. 정말 한국식으로 흉내라도 낼 수 있을까......

최근 친구는 돌잔치 사진을 여러 장 보내왔다. 한마디로 대단했다. 탁자에는 검은콩과 흰콩으로 "축돌", "동이"으로 멋지게 장식 기념물을 만들었다. 


아들은 돌잔치 옷까지 입고 있었다. 아마 한국에 사는 지인이 보내준 듯했다. 


탁자에 놓은 돌잔치 물건 중 동이는 제일 먼저 책을 집었다. 그런데 더 깜짝 놀랄만한 사진이 있었다. 


친구가 돌잔치 옷을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 누군가 선물했을 것이라고 믿었는데 그것이 아니고 이렇게 직접 만들다니!!! 참으로 대단한 정성이다. 폴란드에서 아들의 한국식 돌잔치 옷을 쉽게 구할 수가 없다는 이유로 포기하는 대신 가위로 천을 자르고, 재봉틀로 옷을 박았다. 


반쪽 한국인의 상상초월 한국 사랑을 느끼게 한다. 12년 전 해외 출장으로 딸아이의 돌잔치를 제대로 챙겨주지 못한 내 자신을 돌아보니 초라하고 부끄럽기 짝이 없다. 폴란드 친구에게 박수를 보낸다. 사진을 보자마자 "만세~~~"라고 친구에게 문자쪽지를 보냈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3. 11. 4. 06:33

이 블로그를 시작한 날인 11월 22일이 오면 꼭 만 6년이다. 종종 블로그를 통해 소개한 딸아이는 내일이면 만 12살이 된다. 한국으로 치면 초등학교 6학년생이다. 생일이니 선물이 필요하다. 선물를 주는 일은 쉽지만, 선물을 선택하는 일은 참 어렵다.

어느 정도로 해야 적당하고, 무슨 선물을 해야 받는 사람이 좋아할까...... 

딸아이 친구들은 지난 주말 "무슨 선물을 원하니?"라고 문자로 딸에게 물어왔다. 이에 딸아이는 "딱히 필요한 것은 없지만, 네 마음이 원하는대로 해."라고 답했다.

며칠 전 대학생인 큰딸 친구가 생일을 맞았다. 두 친구가 축하하기 위해 기발한 생일 선물을 준비했다. 생일을 맞은 친구가 곧 프랑스 파리로 교환학생으로 갈 예정이다. 그래서 이들은 상자 표면에 색종이로 프랑스 국기를 장식했다. 


그리고 상자 안에 치즈, 프랑스를 상징하는 바게트빵과 프랑스산 포도주를 넣었다. 재치있는 이들의 선물 선택에 우리 식구들은 박수를 보냈다. 

자, 이제 그렇다면 딸에게 무슨 선물을 해줄까? 1년 중 딸아이가 부모로부터 선물을 기다리는 날은 딱 두 날이다. 성탄절과 생일이다. 성탄절에는 산타할아버지에게 원하는 선물을 편지로 부탁한다. 생일에는 미리 가지고 싶은 물건을 부모에게 부탁한다. 

"올해는 무슨 선물을 받고 싶니?"
"당연히 스마트폰이지."
"너무 비싸잖아. 왜 스마트폰이데?"
"화면이 크고, 인터넷도 할 수 있고, 또 아빠에게 한글로 쪽지도 보낼 수 있고......"
"이유가 참 많다. 학급 친구들도 가지고 있나?"
"있지. 많지는 않지만 가지고 있어."
"나중에 사면 안 될까?"
"한 해라도 빨리 카카오톡으로 아빠하고 한글로 쪽지 보내기를 하고 싶어."

모태부터 지금까지 딸아이와는 한국어로 대화한다. 가끔 보내는 문자도 로마자를 이용해 한국어로 주고 받는다. 그런데 영~ 엉망이다. 소리나는 대로 표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아래는 딸아이와 최근 주고 받은 문자 쪽지이다. 


한국어 철자에 맞게 정리한 내용은 아래와 같다. 
"신데랄라 좀 써 오늘은."
"어디에 있어?"
"일어났니? 우리가 리나 묘에 있다."
"내가 집에 혼자 있어?"
"아니. 빌류스도 있지."
"아~. 빨리 집에 와."
"알았다. 물고기 먹어라. 그런데 조심. 뼈가 있을 수 있다."
"내가 또 잘거야. 안녕."

물론 횟수는 많지 않겠지만, 편하게 한글로 쪽지를 보내고 싶다는 딸아이의 말에 "아, 그래 이제는 사줘야겠네."라고 마음을 굳히게 되었다. 딸아이가 얼마나 정확하게 한글로 문자를 쓸 지 궁금하다. 스마트폰 덕분에 딸아이가 말하는 한국어뿐만 아니라 쓰는 한국어에도 조금씩 익숙하게 되길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11. 1. 07:39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에 빌뉴스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이번 학기 초급강좌를 듣는 수강생이 10명이다. 한국어 첫 수업에는 동기부여를 위해 세상에서 제일 배우기 쉬운 언어 중 하나가 한국어라고 살짝 운을 뗀다. 즉 쓰기와 읽기는 중국어와 일본어 등에 비해 월등히 쉽다는 것에 학생들은 다 동의한다. 

하지만 수업일수가 점점 늘어남에 따라 "한국어가 쉽다"라는 명제는 촛점을 차차 잃어간다. '합니다'는 '해요'로 변화하고 갑니다는 '가요'로 변화한다. '생일'과 '생신', '은/는'과 '께서는', '에게'와 '께', '나이'와 '연세', '주다'와 '드리다' 등 높임말도 다양하다. 

학생들 입에서는 절로 한숨 소리가 난다. 어제는 동사와 명사의 높임말에 대해 강의했다. 자다-주무시다, 있다-계시다, 죽다-돌아가시다, 주다-드리다. 바로 '드리다'라는 한국말에 저기저기 웃음꽃이 갑자기 피어났다. 처음에는 그냥 누군가 우스개 소리를 해서 웃었지라는 생각이 들어 별다르게 반응하지 않았다. 

그런데 '드리다'라는 말을 할 때마다 학생들이 한바탕 크게 웃었다. 이 웃음의 정체에 대해서 알고 싶었다.

"왜 웃니? 드리다가 뭐 이상해?" 

이 질문에 학생들이 또 다시 폭소를 터뜨렸다.

"왜 그러세요?"
"드리다가 꼭 diarrhea(다이어이어)로 들려요."
"뭐 diarrhea가 뭐지?"

드리다가 얼마나 심각한 단어인지 학생들이 리투아니아어로 설명하지 않고 영어로 설명할까? 궁금증이 더해 갔다. 즉각 인터넷에 접속해서 구글번역기에서 diarrhea를 쳐보니 viduriavimas(비두랴비마스)라는 답을 얻었다. 이는 설사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드리다가 설사?

그렇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트리다'(tryda)이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이 발음하는 d가 t로 들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나는 대석이라고 발음하지만, 이들은 태석으로 알아듣는 경우가 흔하다. 특히 tryda는 일상에서 거의 사용하지 않는 속어이다. 


버젓한 한국어 수업 시간에 '드(트)리다(설사)'가 나왔으니 웃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드리다가 주다의 높임말이다. "어른에게 진지를 드리다"가 이들에게는 "어들에게 진지를 설사"로 들렸으니 말이다.

언어를 접하다보면 이런 유사한 경우가 종종 있다. A언어에서는 대스럽지 않지만, B언어에서는 유사한 발음 등으로 인해 이상한 뜻이 되는 경우이다. 에스페란토 farti 단어는 (잘) 지내다라는 뜻의 동사이지만, 영어 단어 fart는 방귀뀌다이다.  

한편 리투아니아어에 익숙한 딸아이는 지금도 종종 '그것은 이름이 뭐야"라고 묻는다. 리투아니아어로 그것과 그 분, 그 사람은 모두 다 똑 같은 표현 'tas'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어제 수업에서 배운 '드리다'는 리투아니아 학생들이 평생 잊지 못할 한국어 단어 중 하나로 기록될 듯하다. 덕분에 수업 분위기가 좋았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10. 28. 08:16

이번 주말 딸과 함께 잠시나마 가을 놀이를 해보았다. 특별한 놀이는 아니였다. 북동유럽 리투아니아에는 10월 하순인 지금 단풍잎이 거의 다 떨어졌다. 참고로 리투아니아어로 11월이 lapkritis다. 이는 '잎이 떨어지다' 뜻이다. 계절 이름에 맞지 않게 올해는 벌써 10월 중순경에 단풍잎이 대부분 떨어졌다.  



며일 전 떨어져 수북히 쌓인 단풍잎을 보면서 딸과 함께 주말에 글자파기 놀이를 해봐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래서 외출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낙엽을 여러 장 주웠다. 좀 더 일찍 이 생각을 했더라면 훨씬 더 싱싱하고 색감이 선명한 단풍잎을 구할 수 있을 텐데 좀 아쉬웠다. 


우선 단풍잎에 글자를 쓰고 파냈다. 문구는 '감사합니다'로 정했다. 

작업을 다 마치고 침실 창문 위에 걸어놓았다. 겨울에도 가을 단풍의 정취를 느낄 수 있을 듯하다. 마침 아내는 친척을 배웅하러 기차역을 가고 집에 없었다. 

집으로 돌아온 아내는 새로운 침대포를 사가지고 왔다. 창문 위 벽에 걸려있는 '감사합니다' 단풍잎을 보고 아내는 깜짝 놀랐다. 


"우와~ 멋있다. 건데 왜 감사합니다야?"
"당신이 침대포를 사가지고 올 줄 알고 달아놓았지. ㅎㅎㅎ"
(감사 생활이야말로 가정 화목의 큰 덕목이다. 이 문구를 일어나면서도 자면서도 보면서 생활을 스스로 돌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선택했다.) 


한국에는 이 보다 더 아름다운 단풍이 있으므로 자녀와 함께 한번 단풍잎으로 예쁜 장식품을 만들 수 볼 수도 있겠다. 방 안이 건조해 이내 단풍잎이 오그라들기 때문에 코팅을 하는 것도 좋겠다. 한 순간의 가을 놀이 덕분에 우리 집 방 안의 장식품이 하나 더 생기게 되었다. 모처럼 아내와 딸로부터 좋은 생각을 해냈다고 칭찬까지 받았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