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 해당되는 글 532건

  1. 2014.07.07 여름철 일광욕하면서 겨울철 준비하는 소녀
  2. 2014.06.26 실과 바늘로 자녀의 수와 성별을 점친다 1
  3. 2014.06.26 월드컵 경기 중 선수가 화장실에 꼭 가야 한다면 어떻게 1
  4. 2014.06.17 브라질 월드컵 한국 러시아 인터넷 생중계 사이트 2
  5. 2014.05.22 초등 6, 영어 시험이 영어로 영어 문법 설명 2
  6. 2014.05.20 수개월 비 사흘에 쏟아진 발칸반도에 대홍수 2
  7. 2014.05.19 아내의 정성으로 화병 속 생화가 시들지 않아
  8. 2014.05.18 11살 세르비아 소년의 놀라운 그림 실력 4
  9. 2014.05.16 아내가 받은 꽃선물, 민족마다 확연히 달라
  10. 2014.05.12 거실에선 실수 투성, 공연에선 박수 갈채 5
  11. 2014.05.12 양파 껍질을 까는 데 - 너 벌 받고 있니?
  12. 2014.04.30 콩나물국 냄새에 문을 꽝 닫아버린 딸아이 4
  13. 2014.04.12 넓은 축구장 놓아두고 철창 속에서 경기 응원 1
  14. 2014.04.10 냉장고 벽에 붙어놓은 종이 3개월만에 빛보다 2
  15. 2014.04.09 날카로운 물건을 줄 땐 그냥 탁자에 놓는다 1
  16. 2014.04.07 동유럽의 국민 간식 해바라기씨에 점점 손이 간다 1
  17. 2014.04.04 러시아 학교 교실 vs 중국 학교 교실 5
  18. 2014.03.28 미국 휴스턴 화재, 근로자 구출 생생한 영상
  19. 2014.03.20 딸의 순간 재치로 안경 쓴 원시인이 된 아빠 2
  20. 2014.03.19 투표율 123% 헛점 드러난 크림반도의 주민투표
  21. 2014.03.19 혼자 커피숍에 가서 커피 마신 초6 딸아이 2
  22. 2014.03.17 실로 팔찌 짜면서 주말 보낸 딸아이 부러워 1
  23. 2014.03.13 큰 컵 맥주, 가격은 더 높고 양은 보통 컵과 동일
  24. 2014.02.21 기발하게 공짜 TV 광고한 이삿짐 회사, 어떻게? 1
  25. 2014.02.13 연꽃차 향기따라 30년 공백의 정이 스며든다 1
  26. 2014.02.11 자녀는 언제쯤 홀로 아침밥 챙겨 먹고 학교 갈까 3
  27. 2014.02.11 반찬 많은 한식, 식탁 상판 이동으로 수월 1
  28. 2014.02.10 소치, 빙속 남자 500m 해외 생중계 사이트
  29. 2014.02.10 소치, 쇼트트랙 해외 생중계 사이트
  30. 2014.02.10 아빠가 여자가 아니니까 여자 마음을 몰라 4
발트3국 여행2014. 7. 7. 06:33

지난 일주일 동안 라트비아에 가족 여행을 다녀왔다. 유르말라, 콜카, 벤츠필스 등 해변에 있는 도시를 둘러보았다. 리투아니아 빌뉴스 집으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내륙으로 들어와야 했다. 벤츠필스에서 만난 라트비아인은 가는 길에 쿨디가(Kuldiga)에 있는 폭포를 꼭 보고가라고 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엄청나게 긴 폭포지. 유럽에서 가장 긴 폭포야."


높은 산이 없는 발트 3국에서 폭포라는 말은 그다지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더욱이 웅장하기로 유명한 브라질 이과수 폭포를 벌써 다녀온 지라......

하지만 유럽에서 가장 긴 폭포라고 하니 그 모습이 궁금했다. 구시가지 바로 옆을 흐르는 강에 폭포가 있었다. 정말이지 유럽에서 내가 본 폭포 중 가장 길었다. 높이는 약 2미터 정도지만, 강의 양쪽 변을 잇는 249미터 길이를 가진 폭포이다.

영상 26도의 날씨에 폭포에서 목욕하는 사람, 그 주변에 일광욕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인상적인 장면은 일광욕하는 한 소녀의 모습이었다. 옆에 있는 친구는 휴대폰으로 인터넷을 하는데 이 소녀는 뜨게질을 하고 있었다.


바로 겨울에 실을 긴 양말을 뜨게질하고 있었다. 여름의 일광욕을 즐기면서 겨울을 준비하는 모습, 본받을 만하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 6. 26. 08:02

일년 중 해가 가장 긴 하지가 6월 23일이다. 리투아니아는 이를 "이슬 축제" 또는 "요한 축제"라 부른다. 그리고 다음날인 24일은 국경일이다. 사람들은 축제가 열리는 곳으로 가서 자지 않고 다양한 놀이를 하면서 지는 해를 보내고 떠오르는 해를 맞이한다.

* 하지 일몰

올해는 브라질 월드컵으로 인해 야외로 나가지 않고 친척들이 저녁 무렵 모여서 밤 늦게까지 축구 경기를 시청했다. 다음 경기를 기다리면서 옛부터 리투아니아 사람들이 해오던 점치기 하나를 경험하게 되었다.

목적은 미래의 자녀수 맞추기이다. 수뿐만 아니라 성별까지도 점으로 알 수 있다.
준비물은 30cm 정도의 실을 꿴 바늘이 전부이다. 


점치기 방법은 이렇다.
1. 점을 보는 사람은 왼손 바닥을 하늘을 향한다. 엄지와  검지를 떨어지게 한다.
2. 점을 치는 사람은 실을 잡고 바늘을 엄지와 검지 사이에서 여러 번 상하로 움직인다.
3. 바늘이 닫지 않도록 하면서 손바닥 위에 바늘을 놓는다. 이때 실을 잡은 손가락은 움직이면 안 된다. 


점치기 결과는 이렇다
1. 첫 번째로 바늘이 직선으로 움직이면 첫 아이가 남자다.
2. 두 번째로 바늘이 둥글게 움직이면 둘째 아이가 여자다.
3. 세 번째로 바늘이 움직이지 않으면 더 이상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다.

1. 점친 결과: 딸이 둘


2. 점친 결과: 아들 둘


3. 점친 결과: 장남, 차남, 막내 딸


그런데 이날 점을 본 세 사람이 위 동영상에서 보듯이 실제와 완전히 일치해서 놀라움을 자아냈다. 

하지만 세째로 딸을 가지고 싶어하는 친척은 "이건 믿지 않아!"라고 이 점치기에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그의 남편이 점을 보니 세째가 딸로 나왔다. 

"누구와야? 안 돼!!!"
"우리 둘 중 한 사람만이라도 맞으면 되지 뭐......"

이날 모두는 한바탕 크게 웃었다. 이 리투아니아식 점치기를 기억했다고 기회에 따라 재미 삼아 한번 사용해봄이 어떨까......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 6. 26. 07:59

한국 경기만큼의 긴장과 흥분은 일어나지 않지만, 연일 브라질 월드컵 경기를 시청하고 있다. 이제 내일이면 한국의 운명이 판가름나는 날이다.  


축구 경기 중 누군가 부상을 당해 경기가 잠시 중단되었을 때 선수들이 수분을 섭취하는 모습이 텔레비전 화면에 흔히 등장한다.


이런 장면을 보면 누구나 한번쯤 의문을 가질만하다.
만약에 경기 중 선수가 정말 화장실에 가야 할 때에는 어떻게할까?

물론 선수들은 알아서 경기 전 화장실에 미리 다녀올 것이다. 하지만 선수도 사람인지라 예기치 않은 생리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끝까지 꾹 참으라고 하지만 참을 수 없는 지경도 있을 것이다.


마침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이자 프로 선수인 처조카와 함께 월드컵 경기를 며칠 전에 함께 보았다.

"정말 어쩔 수 없이 경기 중 화장실에 갈 일이 있으면 어떻게 해?"
"아주 간단하지. 그냥 주심에게 말하고 허락 받고 갔다오면 돼."

그가 화장실에 얽힌 재미난 이야기를 하나 해주었다. 벨라루스 국가 대표팀의 한 선수가 경기 중 도저히 대변을 참을 수가 없어 화장실에 갔다. 화장실에 앉아있는 동안 경기장에서 엄청난 함성이 들려왔다. 

자신이 빠져 10명의 선수가 뛰고 있기 때문에 골을 먹었다는 생각에 황당함과 죄책감으로 눈 앞이 캄캄해졌다. 풀이 죽은 얼굴로 화장실에서 나와 경기장으로 들어오니 감독의 얼굴에 기쁨이 가득 찼다.

"너 때문이야. 네가 화장실에 간 사이에 우리가 골을 넣었어."

똥이 행운을 뜻함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주었다. ㅎㅎㅎ


Posted by 초유스
스포츠 생중계 안내2014. 6. 17. 17:55

브라질 월드컵 

한국 vs 알제리 경기 인터넷 생중계 사이트 [한국 시간 6월 23일 새벽 4시] 

벨기에 vs 러시아 경기 인터넷 생중계 사이트 [한국 시간 6월 23일 새벽 1시] 

한국 시간으로 6월 18일 아침 7시에 드디어 브라질 월드컵 한국의 첫 경기가 열린다. 상대는 러시아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는 러시아다. 

아시아축구협회 소속 팀 중 아직 경기를 치러지 않은 팀이 한국이다. 호주는 칠레에 1-3으로 완패했고, 일본은 코트디부아르에 1-2 역전패를 맞았다. 이란은 수비 중심으로 나이지리아와 0-0으로 비겼다. 

과연 8회 연속 본선 진출에 성공한 한국의 운명은 어떠할까?  

* 2014년 브라질 월드컵 한국 대표팀 http://www.metromatinee.com/

*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러시아 대표팀 http://www.metromatinee.com/

한국과 러시아 축구 경기는 아래 인터넷 사이트로 해외에서도 생중계를 시청할 수 있다. 시간은 헬싱키 시간대(한국과 시차는 6시간)이다.  

한국 vs 러시아 인터넷 생중계 사이트

01:00 - 03:00
Germany
FIFA World Cup 2014 Russia vs South Korea
01:00 - 03:00
Germany
FIFA World Cup 2014 Russia vs South Korea

브라질 월드컵 한국 vs 알제리 경기 인터넷 생중계 사이트 [한국 시간 6월 23일 새벽 4시] 
http://www.frombar.com/20140525/vv538193b7528ca9.27242227-827888.html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4. 5. 22. 09:57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 중 중학교 3한년생이 한 명 있다. 이 학생은 프랑스어가 특화된 학교에 다닌다. 즉 프랑스어를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제1 외국어로 배우고 있다. 궁금해서 수업 시작하기 전에 물어보았다.

"제1 외국어 프랑스어와 제2 외국어 영어 중 어느 언어를 더 잘하나?"
"물론 영어다."
"왜?"
"영어는 생각하지 않아도 술술 나오는데 프랑스어는 머리 속에서 일단 생각해야 한다."

대체로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유럽에서도 외국어를 잘하는 편이다. 특히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 지방은 리투아니아인, 폴란드인, 러시아인, 벨라루스인 등이 다민족이 살고있어 다언어권이다. 길거리 거지도 3-4개 언어를 구사할 수 있다는 곳이다. 

복잡한 리투아니아어에 비해 영어가 훨씬 쉽다고 다들 말한다. 물론 언어가 쉽다고 해서 그 언어를 누구나 다 쉽게 습득할 수는 없다. 언어 교육이나 학습 방법이 중요하다.

딸아이는 한국으로 치면 초등학교 6학년을 이번 5월말에 마친다. 어제 딸아이의 영어 시험이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어떤 내용이기에? 

시험은 이렇다.
1. 학생 두 명이 한 조를 이룬다.
2. 주제를 준다. 준비를 위해 며칠 시간을 준다.
3. 두 명이 협력해서 영어로 내용을 작성한다.
4. 이 내용을 파워포인트로 작성한다.
5. 선생님과 학생들 앞에서 영어로 영어 문법을 설명한다.

딸아이가 받은 주제는 "단순현재와 현재진행 시제"이다. 인터넷 등에서 자료를 찾아서 영어로 문서를 작성했다. 아래는 딸아이와 친구가 협력해서 작성한 문서이다.

0123456789101112

딸아이의 영어 시험 결과가 휴대전화 문자 쪽지로 들어왔다. 10점 만점을 받았다. 아버지로서 관심을 표명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즉각 축하 쪽지를 보냈다.  


아, 문법이나 단어만 달달 외워서 영어 시험 쳤던 어린 시절과 비교하니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초등학교 6학년생이 영어 문법을 영어로 설명하는 시험이라면 장차 이들의 영어 구사 능력은 상대적으로 뛰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14. 5. 20. 06:52

강의를 하려고 대학교에 갔다. 한 학생이 물었다.
 
"오늘 새벽 엄청나게 내리친 번개와 천둥 소리를 들었나?" 
"새벽 2시에 잠들었는데 전혀 듣지 못했다."

그제서야 대학교를 가려고 집을 나서는데 딸아이가 한 말이 떠올랐다.

"아빠, 우산 가져가고 번개 치면 무조건 숨어."
"알았어. 하지만 햇빛이 있는데 비가 오겠니..."

집으로 돌아와 딸에게 물었다.

"너 왜 학교 가기 전에 번개 이야기 했는데?"
"오늘 새벽 엄청 번개치고 비가 왔어. 그래서 내가 깼어."

사실 근래에 햇빛이 나는 날보다 흐리고 비가 오는 날이 리투아니아에도 많았다. 하지만 남유럽 발칸반도중부에는 130년 만에 최악의 홍수 사태가 발생했다. 보통 수개월에 내릴 비가 단 사흘에 집중해서 쏟아졌다. 수만명의 이재민과 수십명이 사망했다.   

가장 큰 피해는 사바강을 따라서이다. 사바강은 슬로베니아 북부의 알프스에서 발원해 크로아티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세르비아를 거쳐 베오그라드에서 도나우 강으로 흘러들어간다. 


세르비아, 보스니아-헤르체코비나,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등 홍수 피해 지역은 옛 유고슬라비아 연방 땅이다. 전쟁을 겪은 고통 속에 거대한 홍수가 또 다시 인명과 재산을 할퀴고 간다. 재해 소식 페이스북 페이지를 보스니아 에스페란토 친구가 알려주었다. 아래는 이 페이지에 올라온 재해 상황 사진들이다.


국제 사회의 지원도 속속 도착하고 있다. 비록 지금은 나라별로 갈라졌지만, 재난 앞에 발칸반도 주민들이 결속해 빠른 복구 작업을 해내길 바란다. 물살을 헤치고 음식을 전달하는 군인, 강아지를 치켜들고 턱까지 찬 물을 헤치는 아이...... 세월호의 잠수부와 학생들을 떠올린다. 힘내시고 평안하소서......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 5. 19. 07:41

5월 초순 아내의 생일을 맞아 장미꽃 생화 다섯 송이를 선물했다. 5월에 태어났으니 다섯 송이를 선택했다. 딸아이는 다른 꽃 세 송이를 선물했다. 벌써 2주째이지만, 화병 속 생화는 둘 다 시들지 않고 있다.

* 처음 사온 날 찍은 사진

보통 서너 일이 지나면 화병 속 물이 흐려지고 냄새가 나고 물이 썩는다. 아울러 줄기가 흐물흐물해지고 꽃은 보기 싫게 시들어간다. 하지만 이번에 선물한 꽃은 아직도 생생하다. 처음보다 더 싱싱한 것 같다. 우리 가족 모두 몹시 신기해 하고 있다.

줄 때는 아름다워 좋지만, 화병 속에 곧 시들어갈 꽃을 생각하면 생화를 사고자하는 마음이 사라지곤 한다. 그런데 이번 경우는 이런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깨우쳐주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알고보면 참으로 간단하다.

예전에는 선물 받은 꽃을 물 담은 화병에 넣고 시들 때까지 바라만 보고 있었다. 이번에 아내는 새로운 시도를 해봤다. 매일 화병 속 물갈아주기다. 서너 일이 지나면 꽃이 시들기 시작하는 데 이번에는 처음 사올 때와 마찬가지로 싱싱한 모습을 지니고 있었다. 

* 사온 지 2주가 되는 꽃

언제까지 이 생화가 싱싱할까가 궁금해서 아내는 매일 물을 가는 데 재미가 붙었다. 처음에는 매일 아침 일어나 물을 갈아주었다. 하지만 며칠 전부터 바깥 온도가 높아짐에 따라 실내 온도가 올라가고 있다. 그래서 아내는 아침에 일어나 물을 갈고, 또 저녁에 자기 전에 물을 간다.

"당신과 딸이 정성으로 꽃 선물을 했으니 이제 내가 정성으로 꽃을 관리해야지"

물갈아주기만으로 이렇게 여전히 싱싱하다니 놀랍다. 과연 얼마나 그 싱싱함이 지속될 지 몹시 궁금하다. 내일도 아내의 물갈이 정성은 계속된다.

Posted by 초유스
재미감탄 세계화제2014. 5. 18. 15:18

연필이나 펜만으로 그림을 그리는 탁월한 예술가들이 세상에는 더러 있다. 이 탁월한 예술가 중 한 명을 소개한다. 믿기지 않겠지만 이 사람은 겨우 11살인 세르비아 소년이다. 두산 크르톨리짜(Dusan Krtolica)라는 이 소년은 2살 때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6살에는 세 번의 작품 전시회를 가졌다. 

그가 그리는 주제는 동물, 갑옷을 입은 기사 등이다. 어릴 때 부모가 선물한 동물백과 사전에 큰 영향을 받았다. 자라서 동물학자가 꿈인 이 소년의 작품은 점점 세계로 널리 알려져 인도, 호주, 미국 등지에서도 전시회가 열렸다. [사진출처 image source link]


혹시 어른 그린 그림 작품을 가지고 사진을 찍은 것이 아닌가 의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겠다. 아래는 그가 직접 그림을 그리는 장면을 찍은 동영상이다.



아래는 그의 작품 전시회를 담은 동영상이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 5. 16. 06:47

모처럼 정장 차림으로 아내가 직장인 음악학교로 출근했다. 하늘은 맑았지만 이맘 때는 언제라도 비가 내릴 수 있다. 그래서 아내가 한마디했다.

"내가 퇴근할 무렵 비가 오면 당신이 우산을 챙겨서 학교로 와."
"알았어."

아내가 퇴근할 오후 7시 30분 경 하늘을 쳐다보니 구름 뭉치가 여기저기 있지만 다행히 비는 오지 않았다. 잠시 후 아파트 입구 현관문 여는 소리가 들렀다. 우리 집 아파트 문을 열고 계단으로 올라오는 아내를 보았다. 

얼굴은 그야말로 꽃다발에 파묻혀있었다. 아내가 가르치는 피아노 학생들의 학년말 연주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1년 동안 가르쳐준 선생님에게 감사의 뜻으로 꽃이나 선물 등으로 성의를 표한다. 그런데 선물한 꽃의 규모는 한눈에 보기에도 너무 달렸다.

"이건 러시아인 학생이 선물했고, 이건 리투아니아인 학생이 선물했고, 이건 폴란드인 학생이 선물했어."
"우와, 정말 민족별로 참 다르네."

* 러시아인 두 학생이 각각 선물한 꽃다발

* 리투아니아인과 폴란드인 학생들이 선물한 꽃송이

물론 어느 민족 전체의 성향으로 일반화시킬 수는 없지만, 적어도 아내가 받는 꽃선물을 통해서는 민족에 따라 확연히 다름을 쉽게 알 수 있다. 러시아인은 아주 큼직한 꽃다발이다. 이에 반해 리투아니아인과 폴란드인 학생은 꽃 한 송이나 세 송이에 초콜릿 등 과자를 선물한다.

"학생들에게 너무 과한 꽃다발 선물은 하지 말라고 하면 안 되나?"
"그렇게 말하기가 어렵지."
"이 중 어느 꽃선물이 제일 마음에 드나?"
"다 마음에 들지만 꼭 어느 하나를 선택하라고 강요한다면 이 은방울꽃 묶음이야."


숲 속 이른 아침에 즐길 수 있는 은은한 은방울꽃 향기가 이제 며칠 동안 우리 집 거실에 피어날 것이다. 한편 앞으로 러시아인을 축하할 때에는 아내가 받은 큼직한 꽃다발처럼 선물하는 것이 좋겠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4. 5. 12. 08:21

이제 리투아니아에서는 학년이 서서히 끝나간다. 그래서 음악학교에 다니는 딸아이는 학년을 마치는 공연이 이어지고 있다. 그 중 하나가 피아노 공연이다. 음악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자기 전공과는 상관없이 필수적으로 피아노를 배워야 한다.

딸아이의 음악학교 전공을 선택할 때 우리 부부는 딸에게 부담을 주지 말자는데 뜻을 같이해서 피아노 전공을 선택하지 않았다. 대신 노래 전공을 선택했다. 

금요일 음악학교 대강당에서 딸아이의 피아노 연주가 열렸다. 집 거실에서 연주할 때에는 실수 투성이었는데 정말 잘해낼 수 있을까 걱정스러웠다. 


그런데 이날 연주에 대해 딸아이와 아내는 크게 만족했다. 특히 관객들의 박수 갈채에 우리 식구 모두는 고무되었고, 행사가 다 끝나자 아내의 동료 교사들로부터 많은 칭찬을 받았다. 이번 피아노 연주를 지켜보면서 우리 부부는 둘 다 같은 생각을 해봤다.

"이럴 줄 알았으면 피아노 전공을 택하게 할 걸..."

딸아이에게 물었다.
"피아노를 전공하는 것이 좋았을텐데 말이야. 어때?"
"아니야. 피아노가 정말 더 어려워."
"그래도 잘 치니까 사람들이 좋아하잖아. 피아노도 열심히 해봐."
"알았어."



딸아이 덕분에 이날도 우리 가족은 피자집으로 향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 5. 12. 07:50

주말 에스페란토 행사에 다녀왔다. 리투아니아 언론일에 종사하거나 언론에 관심있는 에스페란토인이 참가했다. 장소는 수도 빌뉴스에서 서쪽으로 50킬로미터 떨어진 곳이다. 호숫가에 위치하고 있다. 우리 일행은 집 전체를 빌려서 1박 2일 동안 강연, 토론, 문제풀이 등을 하면서 유익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가장 즐긴 것은 뭐니해도 사우나였다. 호숫가 사우나에서 몸을 데운 후 차가운 호숫물에 풍덩하는 재미 때문에 이 행사에 참가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행사 중 식사는 항상 자발적인 참여로 준비한다. 무엇인가 도울 일을 찾아보았다. 부엌에 양파 한 묶음이 눈에 띄었다. 다른 사람들이 눈물 흘리는 것보다 내가 한번 흘러보자는 생각으로 양파 묶음을 챙겨서 밖으로 나왔다. 

열심히 혼자 양파를 까는 데 할머니 한 분이 옆으로 오더니 물음을 던지고 지나갔다.


"너 벌 받고 있니?"
"아닌데..."

순간적으로 '양파 까는 데 벌 받나고 왜 물었을까' 의문이 생겼다.
답을 찾는데는 찰나였다.

눈물을 흘리니까.

벌로서 양파 까기...
진작 이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말썽꾸러기 자녀에게 한번 시도해봄직한 벌이 아닐까...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 4. 30. 09:01

유럽인 아내와 같이 살면서 힘드는 일 중 하나가 바로 요리다. 아내가 밥상을 다 차려놓고 부르면 가서 먹으면 되는 일은 꿈에서나 상상할 수 있는 일이다. 이런 일은 우리 집에서는 지극히 드물다. 이것을 요구했다가는 보따리 싸서 집 나갈 각오를 해야 한다. ㅎㅎㅎ

그러니 자의든 타의든 부엌에서 보내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다. 특히 아내가 오후에 직장에 나가는 날이면 점심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또한 학교에서 돌아오는 딸아이 점심까지 챙겨줘야 한다. 어제 냉동실을 살펴보는데 까맣게 잊어버린 콩나물을 발견했다.

* 직접 키워 손질한 콩나물

'잘 됐네. 오늘은 콩나물국이다.'

이렇게 부엌에서 콩나물을 끓이고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콩나물 냄새가 냄비뚜껑 사이로 새어나왔다. 이 냄새에 전혀 익숙하지 않은 딸아이가 자기 방에 나오더니 한마디했다. 

"아빠, 뭐해? 정말 냄새가 지독하다. 숨을 쉴 수가 없어. 토하고 싶어."

그리고 딸아이는 부엌문을 꽝 닫아버렸다. 콜록콜록 기침까지 했다. 냄새가 나는 집에 있기 싫다면서 평소보다 더 일찍 음악학교로 가버렸다. 속으로는 딸아이의 과한 행동을 나무라고 싶었다. 

같은 식구도 이렇게 반응하는대 이웃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생각하면 콩나물국 끓이기를 결심한 것이 후회스러웠다. 사실 직접 힘들게(?) 키워서 냉동실에 넣어둔 콩나물이라 버리기가 아깝다.

아무튼 혼자 콩나물국을 먹고 있는데 휴대폰으로 문자쪽지가 하나 날아왔다. 딸아이가 보낸 문자였다. 아빠의 음식에 너무 과격한 반응을 일으킨 것이 마음에 걸렸던 것이다.


딸아이의 엉터리 한글을 번역하면 이렇다.
"문을 쾅 때려서 미안해. 냄새가 나빠."

사과할 줄 아는 딸 때문에 남아있는 콩나물은 딸아이가 서너 시간 동안 집에 없을 때 몰래 끓여먹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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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모음2014. 4. 12. 05:52

세계 곳곳에 크고 작은 축구 경기가 열리는 주말이 또 다시 어김 없이 찾아왔다. 리투아니아는 농구가 가장 인기이지만, 폴란드는 축구다. 폴란드 사람들의 축구 사랑은 한마디로 대단하다. 

이들의 축구 사랑을 엿볼 수 있는 영상을 소개한다. 2012년 유로컵 축구대회에서 폴란드와 러시아 축구 경기 거리 응원이다. 마치 2002년 한일월드컵 때 광화문 거리 응원을 떠올리게 한다.  



폴란드 프로 축구 리그는 엑스트라클라사(Ekstraklasa)로 불린다. 1927년 바르샤바에서 설립되었다. 현재 16개 프로팀이 참가하고 있다. 아래는 바르샤바를 근거지로 하는 레기아 바르샤바(Legia Warszawa) 팀의 응원 모습이다. 


과열 응원으로 상대방 응원자들과 격렬한 충돌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래서 폴란드 축구 경기장에는 철창 구조물이 낯설지가 않다. 바로 극성 응원자들을 이곳에 몰아넣고 감시하기 때문이다. 


축구장에서 축구를 관람하는 건지 철창 감옥에서 축구를 관람하는 건지 헷갈리게 한다. 내가 응원하는 팀이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집착에서 벗어나 상대 팀을 존중하고 축구 자체를 즐기는 응원 문화가 결여된 것이 아쉽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4. 4. 10. 08:41

우리 집 냉장고 벽에도 예외없이 장식용 자석 기념품이 붙여져 있다. 지난 해 아내가 딸아이의 행동에 못마당해 훈계하는 것을 보고 딸에게 부탁하는 내용의 종이쪽지를 붙여놓았다. 그리고 3개월 전 또 다른 종이 하나를 붙여놓았다. 


내용은 하루하루 자신를 살펴보게 한다. 냉장고 곁을 갈 때마다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서다. 지난 3월개월 동안 식구 어느 누구도 이 종이에 눈길을 주지 않았다. 그런데 어제 딸아이가 처음으로 관심을 가졌다.


"아빠, 저 종이 한번 읽어봐."   
"심지에 요란함이 있었는가......"
"아빠, 요란함이 뭐야? 어려워."
"요란하다는 것은 시끄럽다는 것이다."
"그러면 심지는 또 뭐야?"
"마음 땅이라는 뜻이다."
"왜 마음이 땅이지?"
"자, 아빠 말을 들어봐라. 우리가 땅에 꽃을 심으면 나중에 꽃이 피지?"
"그래."
"아무 것도 없는 땅에 무엇을 심느냐에 따라 나중에 그것을 수확하게 된다. 분홍꽃을 심으면 분홍꽃이 피고, 하얀꽃을 심으면 하얀꽃이 핀다."
"아, 알았다. 예쁜 마음을 심으면 예쁜 마음이 피고, 나쁜 마음을 심으면 나쁜 마음이 핀다."
"그래. 그래서 마음을 땅이라고 한다."
"그런데 마음이 어떻게 시끄러워?"
"이거 사고 싶다는 마음, 저거 갖고 싶다는 마음, 남을 불평하는 마음, 미워하는 마음...... 이렇게 많은 마음이 있으니 시끄러울 수밖에 없잖아."
"그러면 어떻게 해야 돼?"
"그런 마음이 일어나면 없애야지."

며칠 전 아내는 냉장고 벽에 하도 많은 것이 따닥따닥 붙여있어서 떼어내려고 했다. 이를 본 딸아이가 아내를 막았다. 
"엄마, 이건 안 돼!"
"왜?"
"아빠가 써준 거야. 내가 이걸 종종 보면서 내 마음을 돌봐야 돼."


이 사실을 알려주면서 딸아이는 말했다.
"아빠, 엄마가 이걸 버리려고 하는 것을 내가 안 된다고 했어. 내가 잘 했지?"
"그래. 그것을 늘 보면서 네 마음을 살펴라."

그냥 휴지로 여기고 버릴 법도 한 데 아빠가 써준 것이라 잘 간직하겠다고 하는 딸아이의 행동이 마음을 찡하게 했다. 이제는 "마음이 시끄러웠나? 안 시끄러웠나?"라는 물음도 알게 되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 4. 9. 06:42

부엌에서 아내와 함께 요리할 때가 종종 있다. 더 날카로운 칼이 필요해 아내가 사용하고 있는 칼을 부탁한다. 이때 아내는 칼을 내 손으로 주지 않고 탁자 위에 내려놓는다. 그냥 손잡이를 나를 향해 주면 그만인데 꼭 탁자에 내려놓고 그 칼을 내가 직접 가져가게 한다.


때론 식탁에 둘러앉아 아침을 먹을 때 치즈를 자르기 위해 건너편에 있는 식사용 칼을 부탁한다. 이때도 아내는 가까운 곳에 칼을 내려놓고 내가 가져가라고 한다. 처음에는 "줄려면 끝까지 손에 쥐여줘야지 꼭 한번 더 나를 수고스럽게 한다"고 불평하곤 했다. 아내의 행동은 심하게 해석하면 마치 나에게 불만을 표사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 

때로는 상당히 성의가 없어 보인다.
정말 성의가 없어서일까?

*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상대방에게 칼과 같은 날카로운 것을 줄 때 직접 주지 않는다.

사실 그렇지가 않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옛부터 칼이나 포크, 가위, 바늘 등 날카로운 물건을 상대방에게 직접 건네주지 않으려고 한다. 만약 건네주면 이것이 두 사람간 불화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날카로운 물건을 가급적 상대방에게 선물하지 않으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선물해야 할 상황이면 선물을 주긴 주되 이를 상징적으로 1원에 사라고 한다. 이 물건이 행야 가져다 줄 두 사람간 불화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다.  

그렇다면 리투아니아외에 다른 나라 사람들은 이 경우 어떻게 할까 궁금했다. 즉각 페이스북을 통해 문의했다. 

미국 친구: 칼을 그냥 주거나 손잡이 부분을 상대방에게 준다.
스웨덴 친구: 대체로 손잡이 부분을 상대방에게 준다.
프랑스 친구: 프랑스인들은 칼 선물을 피한다. 칼을 받았다면 액운을 없애기 위해 동전을 줘야 한다.
브라질 친구: 우린 아무런 걱정 없이 직접 칼을 건넨다.
이탈리아 친구: 이탈리아 북부 지방 사람들은 직접 칼을 건넨다.
아르헨티아 친구: 칼을 직접 건네지 않는다. 이는 액운을 불러온다. 

액운을 피하기 위해 칼을 직접 건네지 않는 나라도 있고, 이에 개의치 않고 다른 물건 주듯이 칼을 주는 나라도 있다. 아뭏든 적어도 줄 때에는 날카로운 부분보다는 손잡이 부분을 상대방에 건네는 것이 좋겠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 4. 7. 06:29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보면서 딸아이가 무엇인가를 먹고 있다.
해바라기씨이다.

인터넷 신문을 읽으면서 아내가 무엇인가를 먹고 있다.
해바라기씨이다.

며칠 전 구입할 물건 목록을 들고 혼자 상점에 갔다. 그 목록에는 우리 집 애완동물 햄스터가 먹을 해바라기씨도 있었다. 항상 여유롭게 구입하고자는 점이 아내와는 다르다. 설탕 한 봉지를 사오라하면 두 봉지를 산다. 한 봉지를 거의 다 사용했을 무렵 다음 한 봉지를 사오지 않으면 설탕 없이 지내야 할 때가 있다. 

최근 설탕이 있는 줄을 알고 차를 다 준비했는데 알고보니 설탕이 없어 그 찻물을 버렸다는 소식을 딸아이는 페이스북에 올렸다. 

"봐라, 그러니 항상 물건을 좀 더 여유롭게 미리 사놓아야 한다. 이제 아빠를 닮아라."
"알았어."

그래서 햄스터에게 줄 해바리기씨도 넉넉하게 구입했다.

"햄스터 주려고 이런 엄청난 양을 샀어?" 역시나 아내는 예상대로 꾸지람 섞인 질문을 던졌다.
"나도 좀 먹으려고." 

사실 답이 궁색했다. 식구들이 그렇게 해바라기씨를 옆에서 먹어대도 내가 먹지 않는다는 것을 아내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내는 책망하듯이 즉시 해바라기씨를 수북히 내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나도 좀 먹으려고"라는 말에 책임져야 하는 의무감으로 한알한알 까먹기 시작했다. 그런데 입안에 넣고 씹고 또 씹으니 고소한 맛이 자꾸 유혹한다.

* 햄스터와 내가 먹는 그냥 말린 해바라기씨

1990년 처음으로 동유럽 여러 나라들 방문하면서 공원 의자나 심지어 버스나 기차에서 사람들이 해바라기씨를 먹는 장면이 눈에 띄였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 늦은 여름철 즐겨먹었던 해바라기씨였다. 그 후 도심에 살면서 수십년동안 해바라기씨를 까맣게 잊고 살았다.

* 우리 집 식구들이 좋아하는 볶은 해바라기씨

해바라기씨는 동유럽의 국민 간식이라 불릴 정도로 여기 사람들이 즐겨먹는다. 여기서 판매되는 해바라기씨는 대부분 헝가리에서 생산된 것이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 4. 4. 09:13

초등학교 6학년생 딸아이는 이틀 동안 학교에 가지 않았다. 수요일 아침 학교 가려고 하는 데 콧물을 흘리고 기침을 했다. 아직 고열은 없지만, 혹시 시간이 지나면 생길 수도 있어서 학교에 가지 말라고 했다. 

목요일 아침에도 기침했다.
"오늘은 학교에 가도 되잖아?"
"자연과목 시험이 있어 안 갈래. 어제 학교에 안 갔으니 준비가 안 되었어."
"그래도 가야지."
"엄마가 안 가도 된다고 말했어."

목요일 저녁에도 간간히 기침했다.
"내일은 학교에 가야지?"
"안 걸거야."
"왜?
"금요일이잖아."

딸아이가 가벼운 감기 증상인데도 학교에 보내지 않으려고 하는 엄마에게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하루라도 빨리 감기로부터 완쾌돼야 한다. 4월 13일 노래경연으로 텔레비전 출연이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 아파서 학교에 가지 않으니 실팔찌 만드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딸아이  

몸이 아파도 혼이 날까봐, 아니면 적어도 개근상이라도 타야지 하는 욕심 때문에 중고등학교를 모두 합쳐 6년 동안 한 번도 결석하지 않은 아빠로서는 쉽게 납득이 가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유럽에 살다보니 자녀에게 부모의 생각이나 의도를 강요하지 않게 되는 일에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     

아뭏든 요즘 여기 아이들은 참, 좋은 세상에 살고 있다. 약간 기침한다고 학교에 안 가도 누가 그렇게 나무라지 않으니 말이다. 그러니 공부 못 한다고 부모로부터 심하게 꾸중을 듣는다거나 선생님으로부터 매를 맞는 것 자체가 여기서는 상상할 수가 없다. 

아래는 중국 학교 교실을 담은 영상이다. 성적이 좋지 않아서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매질하는 모습이다.    
 


이 영상을 본 우리 집 식구 반응이다.
"어떻게 선생님이 저렇게 학생들을 때릴 수 있지?!" 
"정말 잔인하다."
"나중에 선생님 팔이 엄청 아플텐데..."  

아래는 중국 학교 교실과는 완전히 딴판인 러시아 학교 교실을 담은 영상이다.
학생이 나이든 선생님의 머리에 쓰레기통을 뒤집어 씌운다.
 

이 영상을 본 우리 집 식구 반응이다.
"참으로 러시아스럽다."
"존중이라고는 티클만큼도 없다."
"차라리 중국 교실이 더 좋다."

중국 교실만 보여주면 잔인함에 분노하게 되고, 러시아 교실을 보여주면 훈육매질의 필요성에 공감하게 된다. 선생과 학생간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간의 존중이 완전히 마비된 사회를 이 러시아 교실에서 보는 것 같아 몹시 안타깝다. 

가끔 이런 황당한 생각을 해본다. 적어도 초등학교 4년까지는 일체의 지식교육을 하지 말고, 인간이 지켜야 할 기본덕목을 기르는 인성교육만 했으면 좋겠다.

Posted by 초유스
영상모음2014. 3. 28. 06:30

미국 텍사스주에 있는 도시 휴스턴에 신축 중인 아파트 건물에 최근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대원이 긴급출동해 화재 진압에 나섰지만 불은 삽시간에 번져갔다. 

4층 발코니에 근로자 한 명이 고립되었다. 그를 구출하는 장면이 반대편 건물 거주자의 카메라에 생생히 잡혔다.  지붕을 활활 태우고 있는 불은 그가 있는 발코니 쪽으로 점점 다가왔다. 


사다리를 기다리면서 쪼그리고 앉아 있던 그는 포위망을 좁혀오는 듯한 불에 대항하여 스스로 해결책을 찾았다. 아직 불이 번지지 않은 3층 발코니로 뛰어내리는 것이었다.


자칫 잘못하면 3층 발코니가 아니라 1층으로 떨어져 크게 다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몸을 휘청거리면서 3층 발코니에 안착하는 데 성공했다. 소방대 구조사다리는 보는 사람이 화가 치밀만큼 느리게 접근했다.


마침내 근로자는 사다리를 탔다. 위기에서 구출되었다는 안도감을 느끼는 찰나에 또 한번의 위기가 닥쳤다. 바로 불에 탄 4층 외벽이 밑으로 덥치는 듯 떨어졌다.


다행히 소방관과 근로자가 탄 사다리를 피해갔다. 아직 희생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고, 소방당국은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화마를 힘들게 피한 근로자, 정말 천만다행이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4. 3. 20. 07:00

"아빠, 내 용돈을 줄테니 제발 염색 좀 해." 

40대가 넘어서면 누구나 한번쯤 자녀에게 이런 말을 듣게 될 수 있다.

"왜? 아빠가 나이가 들면 머리카락도 아빠따라 당연히 나이가 들어야지. 그냥 있는 대로 그냥 놓아두는 것이 아빠는 좋다." 

머리만 까맣게 보이게 하고 몸은 늙어간다는 것에 공감이 가지 않으므로 있는 대로 그냥 살기로 했다. 하지만 자기만 젊고, 아빠는 늙어간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딸아이는 머리카락만이라도 부녀(父女) 일치를 추구하고 싶어한다.  

최근 딸아이가 자기 머리카락으로 우리 식구들에 한바탕 크게 웃겼다. 

"아빠, 내 머리카락을 아빠에게 선물할게."
"어떻게?"
"자, 한번 봐!"

딸아이는 등을 서로 맞댄 상태에서 자신의 긴 머리카락을 짧은 아빠 머리를 감쌌다.


아빠의 하얀 머리카락이 감춰지고 이렇게 싱싱한 새로운 머리카락이 순간적으로 자라났다.


이 사진을 보고 가족 모두 한참을 깔깔 웃어대었다. 

"이렇게 보니 아빠가 네안데르탈인처럼 원시인이 된 듯하다."

▲ 7만년 전의 두개골을 토대로 복원된 네안데르탈인의 모습. ⓒBBC 방송 캡처

딸아이의 머리카락으로 비록 찰나이지만 아빠의 머리카락을 만들어보는 것도 가족의 재미난 놀이가 되지 않을까......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14. 3. 19. 17:06

러시아로 귀화한 "쇼트트랙 황제" 빅토르 안(안현수)의 트위터 글이 화제다. 18일 그는 크림반도 관련 청탁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자신의 트위터에서 "그들은 나에게 전화로 크림 관련 부정적 코멘트를 러시아 미디어에 하면 돈을 준다고 제안했다. 이게 전부인가? 당신은 완전히 미친 것 아닌가?"라는 글을 올렸다. 

한편 한국 정부는 19일 외교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 크림자치공화국이 주민투표로 러시아 귀속을 결정하고 러시아가 크림공화국과의 합병조약을 체결한 데 대해 인정할 수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며칠 전 러시아 언론들은 미하일 말리셰프 크림자치공화국의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의 말을 인용하면서 170만 이상이 크림의 러시아 귀속 주민투표에 참가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말리셰프는 "20시 1,250,426명이 투표했다. 이 통계에는  세바스토폴 투표자수가 포함되지 않았다. 세바스토폴을 포함하면 1,724,563명이 투표했다. 투표율을 81.36%이다"라고 말했다.

teh-nomad 블로그 운영자가 이 통계의 헛점을 지적했다. 
1,724,563 - 1,250,426 = 474,137
즉 세바스토폴 투표자는 총 474,137명이다.

* 출처: teh-nomad

그런데 2013년 세바스토폴의 총 주민수(유권자 + 비유권자)는 385,462명이다.

474,137 - 385,462 = 88,675
474,137 / 385,462 x 100 = 123%

어린 아이까지 주민 전체가 투표했다고 하더라도 88,675명이 더 많다. 
세바스토폴의 투표 참가율은 123%다.

선거 직후 푸틴 대통령은 "크림의 국민투표는 합법적이고 민주적으로 치러졌다"고 주장했다. 
이 통계와 더불어 2010년 5월 19일 실시된 러시아 의회의 투표 장면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회의장에는 88명의 의원이 참석했는데 투표결과는 449명 전원이 찬성했다. 투표시간에 몇몇 의원들이 비어있는 좌석으로 옮겨다니면서 찬성표를 던지는 모습이 영상에 고스란히 담겼다. 러시아 민주주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다.

참고로 우크라이나와 크림을 둘러싼 왜곡된 정보를 담고 있는 언론을 반박하고 비판하는 웹사이트를 소개한다. http://www.stopfake.org/en/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 3. 19. 06:54

어제 상상하지 못할 일이 우리 집에 일어났다. 일반학교 수업 중간에 초등학교 6학년 딸아이는 혼자 빌뉴스 시내 중심가로 가야 했다. 학교 가기 전에 가는 방법을 충분히 알려주었지만 그래도 걱정이 되었다. 

부모 동반 없이 이렇게 가는 것은 처음이었다. 이유는 목요일에 있을 노래 공연 장소에서 예행연습을 하기 위해서였다. 걱정이 되어 문자쪽지를 날렸다. 

"버스 타고 잘 가고 있니?"
"내가 벌써 여기 있어."

예행연습 시간이 얼마나 걸리지 몰라서 일단 안심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한참 후 페이스북에 접속하니 딸아이가 사진을 올려놓았다.

제목: "혼자 커피숍에서"


이전에 부모와 함께 찍어놓은 사진을 올렸지라고 순간적으로 생각했다. 왜냐하면 이제 겨우 초등학교 6학년생 딸아이가 혼자 커피숍에 가서 커피를 마실 줄은 생각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흘러 우리 부부는 딸아이가 걱정 되었다. 마침 전화가 연결되었다.

"어디니?"
"커피숍에서 나와서 집으로 가고 있는 중이야."
"뭐라고?
"커피숍."
"네가 커피숍에 혼자 갔단 말이야?"
"맞아. 혼자 커피를 마시니 정말 기분이 좋았어."
"무슨 커피 마셨는데?"
"카페인 없는 카푸치노."


이날 딸아이는 도보로 약 4km를 걸어다녔다. 예행연습을 한 후 그냥 혼자 시내중심가를 산책하고 싶었다고 했다. 예전에 부모와 함께 간 커피숍이 있기에 그냥 들었갔다고 했다.

"아니, 부모한데 알리고 가지?"
"알리면 가지 말고 곧장 집으로 올라고 했을 거야."
"정말 기분이 좋았어?"
"혼자 스스로 커피숍에 가서 혼자 커피를 마시면서 혼자 생각을 즐기는 것이 이렇게 좋을 줄 몰랐어."

딸아이가 이렇게 빨리 난생 처음 혼자 커피숍에 가다니... 
부모의 영역에서 점점 벗어나고 있는 딸아이,
한편으로는 대견하고 한편으로는 아쉽기도 하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4. 3. 17. 08:23

또 한 주말이 지나갔다. 이번 주말 유럽 리투아니아 전역 날씨는 여기 현지인들 표현대로 "개같은" 날씨였다. 비가 오고, 눈이 오고, 강풍이 불고, 해가 났다. 해가 쨍쨍해 밖에 가야겠다고 마음 먹자 이내 눈이 쏟아졌다. 바람이 없어 산책가고자 하면 금방 강풍이 불어서 가로수가 휘청거렸다. 이런 날씨에 상책은 그냥 집에 있는 것이다. 

* 이번 주말 서양란 뒤 하얀 구름이 어느 순간 몰려와 하얀 눈을 뿌렸다

주말에 식구 셋이서 모두가 자기 방에서 시간을 보냈다. 초등학교 6학년생 딸아이는 아무런 기척없이 여러 시간을 보냈다. 학생들은 주말에 학교 숙제가 없다. 그래서 하고 싶은 일을 한다. 물론 텔레비전이나 컴퓨터를 오래하면 부모의 조언이 따른다. 딸아이가 무엇을 하나 살펴보니 열심히 실로 팔찌를 짜고 있었다.

"지금 뭐하니?"
"언니 생일에 줄 팔찌 선물을 만들고 있어."
"안 어려워?"
"쉬워."
"어떻게 배웠니?"
"유튜브에서."


"허리 아플테니 쉬면서 해."
"언니 거 끝나면 엄마 거 만들고, 그리고 아빠 거도 하나 만들어줄게."
"그래? 수호신으로 모셔야겠네."
"이제 팔찌 사달라고 조르지 말고 이렇게 직접 만들어 사용하면 좋겠다."
"당연하지."

* 실팔찌 모두가 직접 짠 것이다

이렇게 주말에 공부에 시달리지 않고 실로 팔찌를 짜면서 시간을 보내는 딸아이가 부럽다. 한편 텔레비전이나 컴퓨터, 인터넷이 없던 옛날 옛적에 베를 짜는 선조들의 모습이 비치는 듯했다.

Posted by 초유스
재미감탄 세계화제2014. 3. 13. 07:20

최근 한국에 7초만에 주유기를 조작해 기름을 정량보다 3-5% 적게 주유해 부당이득을 챙긴 부도덕한 업자들이 적발되었다.



미국에도 이와 유사한 사건이 일어났다. 미국의 한 스포츠 경기장 내에서 판매하는 맥주의 양이 논란이다. 최근 유튜브에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이 경기장은 미국 아이다호 주의 주도인 보이시에 있는 다용도 스포츠 경기장이다. 스키, 아이스 하키 등 겨울 스포츠가 이 주의 중요한 정체성이다.

아이스 하키가 열리는 경기장에서 한 관람객이 큰 컵 맥주를 산다. 보통 컵 맥주는 4달러, 큰 컵 맥주는 7달러이다. 가격 차이는 3달러다. 그런데 큰 컵에 담긴 맥주를 보통 컵에 부으니 넘치지 않았다. 큰 컵의 높이나 가격을 고려하면 분명히 양이 많아야 되는데 그렇지가 않았다.


이들은 다음날 아침 다시 한번 더 확인해본다. 큰 컵이나 보통 컵이나 물의 양은 동일하다. 컵의 높이를 높게 함으로써 손님들에게 착시를 불러일으켜 속이고 있는 셈이다.  



경기장측은 이 문제를 인식하고 큰 컵의 크기를 현재보다 크게 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똑같은 양을 단지 컵 모양의 차이에 속아서 더 비싼 가격으로 구입했을까...... 

이 영상을 보고 나니 앞으로 장사꾼이 제시하는 큰 것과 작은 것은 항상 의심을 가지고 검증할 필요가 있겠다. 욕심으로 큰 것을 하나 사는 것보다 작은 것을 두 개 사는 것이 훨씬 더 현명함을 잘 말해주고 있다.

Posted by 초유스
영상모음2014. 2. 21. 06:05

아침 방송 시간 오늘의 날씨에 대해 적지 않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텔레비전 화면을 응시한다. 그런 만큼 광고 비용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 한 폴란드 텔레비전 방송에 기발한 공짜 광고가 등장해 화제가 되었다.


TVN 방송의 아침 프로그램에 미모의 여성 리포터가 거리에서 일기예보를 하고 있다. 그 순간 도로에서 이삿짐 회사가 지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운전사의 순간 기지가 참으로 놀랍다.

그는 서서히 차를 몰고 간다. 전화번호가 리포터에 가리자 그는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가 잠시 정차한다. 화물차 짐칸 외벽에 써진 이삿짐 회사 이름과 전화번호가 그대로 텔레비전 화면에 일기예보 중인 35초 내내 노출된다. 



순간 기지로 회사 홍보에 기여한 이 이삿짐 회사의 직원은 그후 어떻게 되었을까? 승진에 가산점을 충분히 얻을만 하겠다. 그는 분명히 회사에 도움이 되는 직원일 것이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 2. 13. 05:46

1년만에 또 다시 한국을 방문했다. 유럽 리투아니아 집에서 흔히 마시는 차는 숲열매차다. 산딸기(raspberry, frambo), 검은딸기(bramble, rubuso), 빌베리(bilberry, mirtelo), 뱀딸기(mock strawberry) 등으로 만든 차다. 

* 유럽에서 즐겨마시는 숲열매차

한국에서 차를 마실 기회가 있었다. 무슨 차를 마실까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유럽에서 마실 수 없는 차를 간단하게 선택하면 되기 때문이었다. 

어느 날 저녁 전주 덕진공원 길 옆 찻집에서 마신 쌍화차가 기억에 남는다. 대추와 잣으로 이루어진 내용물이 참 많았다. 차가운 날씨에 마시는 뜨거운 쌍화차는 그야말로 속을 따뜻하게 데워주었다.

* 전주에서 마신 쌍화차

뭐니해도 이번 한국 방문에서 마신 차 중 돋보이는 것은 연꽃차이다. 여름에 피는 연꽃을 겨울에 차로 마시니 잠시나마 추운 겨울을 잊었다. 

* 대구에서 마신 연꽃차

특히 이날 연꽃차 모임에 만난 사람들은 30년 전 대구에서 고등학생 시절 거의 매주 토요일에 만나 학생활동을 같이 했다. 30여년 공백의 정(情)이 상큼한 연꽃차 향기따라 몸안으로 스며드는 듯했다.
 


정성이 듬뿍 담긴 연꽃차, 
옛 우정을 듬뿍 담아 마시고 마시고 또 마셨다. 
이런 차를 가져와 유럽 친구들에게 대접하고 싶은 마음이 절로 간절하게 들었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4. 2. 11. 05:15

자녀를 키우면서 가장 흔히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 중 하나가 "언제 클까"일 것이다.

엉엉 울어대는 아이에게서 "언제 커서 왜 우는지 스스로 말할 수 있을까?"
일일이 밥을 먹여주어야 하는 아이에게서 "언제 커서 스스로 숟가락질을 할 수 있을까?"
옷을 챙겨 입혀주어야 하는 아이에게서 "언제 커서 스스로 옷을 입을 수 있을까?"
머리를 빗겨 묶어주어야 하는 아이에게서 "언제 커서 스스로 머리 손질을 할 수 있을까?"
학교 입구까지 손잡고 등교시켜야 하는 아이에게서 "언제 커서 스스로 학교에 갈 수 있을까?"

자녀를 키우면서 접하는 이런 물음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하나 둘씩 저절로 해결된다.
딸아이는 만 12살로 한국으로 치면 곧 초등학교 6학년을 졸업하고, 3월에 중학교에 입학할 나이다. 리투아니아는 초등학교가 4년제라서 중학교 2년생이다. 
    
최근까지 매주 금요일은 딸아이를 깨워 아침밥을 챙겨 주고 학교에 보내는 일을 맡았다. 늦은 밤까지 일하고 서너 시간 잔 후에 아침 7시에 일어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는 않다. 이럴 때면 어김없이 입에서 절로 나오는 질문이다.

"너는 언제 커서 스스로 아침밥을 챙겨 먹고 학교에 가나?"
"아빠도 힘들지? 아직 내가 어리니까 아빠가 도와줘야지."
"빨리 스스로 혼자 아침밥 챙겨 먹고 갈 수 있도록 하면 참 좋겠다."
"그래도 아빠가 깨워주고 아침밥을 준비해주면 좋잖아."

드디어 때가 왔다. 작심삼일이 되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딸아이는 꼭 3일째 이를 반복했다. 한국에서 돌아온 지 아직 일주일이 채 안 된 지난 목요일 시차병으로 자명종없이 새벽에 일어났다. 일어나니 다섯시였다. 더 이상 잠이 오지 않아 감기에 완쾌된 몸이 아직 아니지만 하루 일을 시작했다.

6시 20분 누군가 방문에서 나를 쳐다보는 것 같았다. 깜짝 놀랐다. 딸아이가 교복을 입고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환영처럼 보였다. 딸아이는 아침 7시 10분경 깨워야 일어난다.

"네가 웬일이야?"
"아, 이제 혼자 일찍 일어나기로 했어."
"그래? 잘 했다. 씻고, 스스로 아침밥을 준비해봐라."
"알았어."

딸아이 아침밥은 사실 간단하다. 빵 두 조각에 버터를 바르고, 뜨거운 물에 코코아와 우유를 타는 것이다.

* '부모님, 이제 아침 늦게까지 편히 주무세요. 제가 알아서 아침밥 먹고 학교에 가겠습니다.'라고 할 수 있을 때까지 지난 12년 동안 딸아이는 부모로부터 보살핌을 받았다.  

한국 부모들은 쉽게 이해할 수 없겠지만, 유럽인 자녀들은 이렇게 일정한 나이에 도달하면 스스로 밥을 챙겨 먹고 학교에 간다. 큰딸 마르티나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혼자 챙겨 먹고 등교했다. 

아, 이렇게 해서 난생 처음 작은딸 요가일래는 2014년 2월 6일 스스로 일어나 아침밥을 챙겨 먹고 학교로 가기 시작했다. 아내와 나는 자명종을 맞춰놓고 딸아이를 깨우고 아침밥을 챙기는 일에서 마침내 해방된 셈이다. 자고 싶을 때까지 잘 수 있는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 2. 11. 04:37

한국을 여러 차례 다녀온 리투아니아인 아내가 가장 신나게 한국 음식에 대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설명할 때 즐겨 사용하는 표현은 "한국 음식은 다양한 반찬이 많아서 참 보기도 좋고 먹을 것이 많다."다. 맞는 말이다. 


반찬 하나하나를 꼭꼭 씹으면 식사 시간도 절로 길어져 느긋함을 쉽게 누릴 수 있다. 리투아니아 우리 집에서 먹은 한국 음식이라고는 고작 밥 그릇에다가 미역국이나 된장국 등 국 그릇 하나뿐이다. 김치나 밑반찬이 한 두 개 더 있다면 그야말로 진수성찬격이다. 

한국 방문 중 반찬이 많이 나오는 음식에 눈과 입이 즐겨웠다. 어느 날 서울에 있는 한식당으로 초대받았다. 나온 반찬이 무려 스무 가지가 넘었다. 남길 것 같았으나 네 명이 먹으니 말끔하게 다 비웠다. 

이날 반찬보다 더 신기한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 유럽에서 25여년을 살고 있는 지라 이를 처음 보게 되었다. 보통 음식을 쟁반으로 날라 식탁 위에 놓는다. 그런데 이 식당은 쟁반 대신 아예 식탁 상판을 가져왔다. 그리고 이 상판을 기존 상판 위로 끼어넣었다.


'우와, 이런 기발한 발상을 하다니! 참 신기하네. 우리 집 거실 식탁에도 이렇게 끼워넣을 수 있는 상판이 있으면 참 좋겠다.'

10명이 앉을 수 있는 우리 집 식탁에 손님 대접을 마친 후에는 음식 그릇 등을 부엌으로 수차례나 옮겨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그런데 이런 상판이 있다면 상판을 통채로 부엌으로 옮긴다면 아주 수월할 것이다.  

 

한국 사람들에게는 익숙할 수도 있겠지만 이 식탁 상판 이동에 주변 유럽인 친구들은 깜짝 놀라워할 것이다. 조만간 한국에서 찍어온 사진과 동영상을 현지인 친구들과 함께 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야겠다.

Posted by 초유스
스포츠 생중계 안내2014. 2. 10. 17:29

2월 7일 개막된 소치 동계 올림픽에 한국은 아직 메달이 없다. 오늘 10일은 메달 획득 가능성이 아주 높은 날이다. 빙속(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미터 경기가 열린다. 이 경기에 한국은 이규혁, 김준호, 이강석, 모태범이 출전한다.

* 벤쿠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모태범 선수가 대형 태극기와 함께 관중들에게 답하고 있다[사진출처 kreadaily.com]

최대 관심사는 당연히 모태범의 올림픽 2연패 여부다. 벤쿠버 동계 올림픽에서 한국에 첫 금메달을 안겨준 모태범이 또 다시 그 역사를 반복할 지 주목된다. 이어서 여섯 번째 동계 올림픽 무대를 밟은 이규혁의 도전도 관심을 끝다. [사진출처 sochi2014.com] 


모태범 선수

이규혁 선수

이강석 선수

김준호 선수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 경기는 아래 인터넷 사이트로 해외에서도 쉽게 응원하면서 볼 수 있다. 시간은 헬싱키 시간대이다. 

모태범 1차 경주에서 4위. 1위와 0.25 차이

15:00 - 18:25
Russia
Sochi 2014 - Ice Speed Skating Men's 500m
15:00 - 18:25
Russia
Sochi 2014 - Ice Speed Skating Men's 500m
15:00 - 18:25
Russia
Sochi 2014 - Ice Speed Skating Men's 500m

한국 시간 22:00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 1차 경주  
              23:00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 2차 경주 (메달 경주) 

Posted by 초유스
스포츠 생중계 안내2014. 2. 10. 17:28

21일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여자 단체 추발, 해외 생중계: 15:30-17:25 헬싱키 시각

21일 쇼트트랙 남자 500m, 여자 1000m, 남자 5000m 계주 해외 생중계: 18:30-21:15 헬싱키 시각

종종 방송이 끊어지므로 시간대별로 정리가 잘 되어 있는 이 두 사이트에 가서 해당 방송을 시청할 수 있습니다. http://smotrisport.com  http://frombar.com/  

2월 7일 개막된 소치 동계 올림픽에 한국은 아직 메달이 없다. 메달 획득 가능성이 높은 쇼트트랙 경기가 오늘부터 시작된다. 남자 1500m 예선, 여자 500m 예선, 그리고 여자 3000m 계주 준결승전이 펼쳐진다. 

남자 1500m 예선에는 박세영(2조), 신다운(3조), 이한빈(6조) 선수가 출전한다. 여자 500m 예선에는 김아랑(1조), 박승희(4조), 심석희(8조) 선수가 출전한다. 러시아로 귀화한 2006년 토리노 금메달 수상자인 안현수 선수도 출전한다.

* 김아랑 선수 [사진출처 zimbio.com]

남자 1500m 예선에 출전하는 김아랑, 박승희, 심석희 선수 [사진출처 sochi2014.com]
 

박세영 선수

신다운 선수

이한빈 선수

여자 500m 예선에 출전하는 김아랑, 박승희, 심석희 선수 [사진출처 sochi2014.com]
 

김아랑 선수

박승희 선수

심석희 선수

오늘 열리는 쇼트트랙 세 경기는 아래 인터넷 사이트로 해외에서도 쉽게 응원하면서 볼 수 있다. 시간은 헬싱키 시간대이다.

11:45 - 14:35
Russia
Sochi 2014 - Short track Men's 1500m, Women's 500m 
11:45 - 14:35
Russia
Sochi 2014 - Short track Men's 1500m, Women's 500m 
11:45 - 14:35
Russia
Sochi 2014 - Short track Men's 1500m, Women's 500m 

한국 시간 18:50 쇼트트랙 남자 1500m 예선  
              19:27 쇼트트랙 여자 500m 예선
              20:35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준결승 1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4. 2. 10. 08:05

금요일 학교 수업을 마친 초등학교 6학년생 딸아이는 곧장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학교 친구 셋이서 시내 중심가에서 약 4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대형백화점으로 놀러갔다. 갈 때는 시내버스로 이동했고, 올 때는 일행 중 한 명의 어머니가 태워주었다. 이날 저녁 무렵 밖에서 손님을 만나 식사를 한 후 집으로 돌아와니 거실에서 매니큐어 냄새가 났다.  

"오늘 뭐 샀니?"
"이거 매니큐어 샀어."

"아빠가 벌써 여러 번 말했잖아. 손톱, 발톱도 숨을 쉬니까 매니큐어 바르지 마라고."
"알아. 이건 그냥 놀이야."

"그래도 안 했으면 좋겠다."
"내가 기쁘면 아빠도 기뻐야지. 나는 매니큐어 놀이하면 기뻐."

"너는 기쁘지만, 아빠는 안 기뻐. 아빠가 안 기쁜 일을 네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건 아빠 생각이다. 아빠가 여자가 아니니까 여자 마음을 몰라."

"아빠가 어른이니까 어른 하는 말을 좀 알아들으면 좋겠다."
"알았어. 지울게. 그리고 내가 이렇게 학교에 가는 것은 아니니까 너무 나무라지 마. 그냥 놀이야."

"그래. 너는 아직 어리니까 이런 것에 관심을 많이 가지지 마라."
"우리 반 여자들은 반 이상이 벌써 입술 화장, 눈 화장 하고 학교에 와."

"너는 아직 그렇게 하지 마."
"알았어."

여자가 아니니까 vs 어른이니까
"아빠는 여자가 아니니까 여자 마음을 몰라"라는 딸아이의 말이 마음에 와닿았다. 딸아이를 키우는 동안 앞으로도 딸의 '여자가 아니니까' 주장과 아빠의 '어른이니까' 주장이 자주 충돌할 것이다. 


"너는 화장 하지 않아도 예쁘니까 있는 대로 그냥 살면 돼."
"아무리 예뻐도 더 예뻐지고 싶은 것이 여자 마음이야."
"그러면 그 마음을 없애버려."
"힘들지."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