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모음2011. 1. 15.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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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투아니아 민속예술 중 유럽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분야 가운데 하나가 종이예술이다. 이는 종이 위에 그림을 주로 대칭으로 그리고 불필요한 부분을 짤라내어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짜르는 재주와 그림그리는 재주가 동시에 요구된다. 이 종이오리기는 가난한 사람들이 창문을 가리기 위해 값비싼 커턴 대신 종이를 사용한 데서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일반적으로 종이오리기는 섬세하고 끈기있는 성격을 지닌 여성들이 주로 한다. 하지만 남성들도 없는 것은 아니다. 리투아니아에는 이 종이오리기 대가로 유명한 남성 한 분이 있다. 바로 클라이다스 나비쯔카스(Klaidas Navickas, 49세)이다. 법률가인 그는 고위공무원으로 일하면서 여가활동으로 종이오리기를 하고 있다.

과거 그는 목조각과 금속조각을 즐겨했다. 하지만 대학생활과 직장생활 초기에 공동주택에서 살았는데 조각 취미활동을 계속할 수 있는 환경이 되지 못했다. 1988년 시내 거리 의자에 앉아 있는데 우연히 바닥에 떨어진 작은 가위가 눈에 들어왔다. 이 가위를 주워서 종이에 모양을 내면서 오려나갔다. 이렇게 그의 종이오리기가 시작되었다.

지금껏 수 차례 리투아니아와 유럽 여러 나라에서 작품 전시회가 열렸고, EXPO-2005(일본)과 EXPO-2010(중국)에도 그의 작품 전시회가 열렸다.

그의 작품 주제는 주로 리투아니아 민요와 민화에 기반을 두고 있다. 비교적 규모가 있는 작품은 수개월이 걸린다. 민화의 내용을 파악하고, 그 전체를 종이 한 장에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다시 정교하게 종이를 오려낸다. 그는 작품 활동을 하는 한편 원하는 사람들에게 가르치기도 한다. 종이오리기 예술은 집중력과 인내심을 키우는 데 안성맞춤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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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낮은 공무원으로(사진 상), 밤에는 종이오리기 작품 활동을 하고 가르친다(사진 하). 
   
아래 사진은 그의 작업실을 찾아가 찍었다. 그의 더 많은 작품은 아래 사이트에서 감상할 수 있다.
http://www.klaidaspapercuts.lt/karpiniai/?locale=en#klaidokarpiniaiTID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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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종이오리기 작품을 눈 앞에서 보고 있으면서도 손으로 그리고 오려서 만든 것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가 않을 정도이다. 마치 한폭의 정교한 그림을 보는 듯하다. "역시 대가는 대가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 관련글: 종이 가위질 달인을 만나다 | 종이 가위질 달인 후속편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12. 15. 08:03

근년에 들어서 리투아니아에는 눈이 자주 안 오고 있다. 유독 이 번 겨울에는 더하는 것 같다. 이러다가 겨울 = 눈 = 눈사람 = 눈썰매라는 등식이 사라지지 않을까 우려되기까지 한다.

어제 모처럼 눈이 내렸다. 밟으면 정겨운 뽀드득 소리가 날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눈이 내렸다라는 생색은 낼 만큼은 내렸다.

학교에서 돌아온 8살 요가일래는 여러 가지 놀이를 하다가 종이를 6장 준비하더니 눈결정체를 만들겠다고 했다. 어제 눈이 내린 데서 얻은 발상인 것 같았다. 그리고 혹시 한국에 있는 또래 아이들이 궁금할 수도 있으니 아빠가 촬영해서 블로그에 올리라고 까지 했다.

"한국 어린이들도 다 알고 있을 거야"라고 주저하는 데, 딸아이는 그래도 한번 올려보라고 재촉했다. 그래서 요가일래가 종이로 눈결정체 만드는 과정을 사진에 담아보았다.

▲ A4 종이를 한 번 접어서 정사각형을 만든다. 나머지 부분을 잘라내고 두 번 더 접는다.
▲ 이렇게 접은 종이를 가위로 끝부분을 조금 남겨놓고 일정한 간격으로 짜른다. 이 때 자르는 부분이 중요하다. 위 두 사진은 실패작이다. 아래 왼쪽 사진처럼 최종적으로 접어서 열리지 않는 부분을 짜른다.
▲ 펼쳐서 딱 한 쪽 대각선으로 짤리지 않는 부분을 완전히 짜른다. 이렇게 완전히 짤린 대각선 부분을 안쪽에서 제일 가까이 마주 보고 있는 두 개를 붙인다. 그리고 종이를 뒤집는다.
▲ 같은 방법으로 제일 가까이 마주보고 있는 두 개를 붙인다. 뒤집으면서 이것을 반복한다.
▲ 이렇게 하나가 완성되었다. 모두 여섯 개를 만든다.
▲ 차례대로 위와 같이 붙인다.
▲ 드디어 종이 눈결정체가 완성되었다. 요가일래는 이 눈결정체로 냉장고 문을 장식해놓았다.

시대에 너무 동떨어진 놀이가 아닐까 염려되지만,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도 긴긴 겨울밤 자녀들과 종이로 눈결정체를 한번 만들어 보는 것이 어떨까요? 이렇게 함께 만든 눈결정체는 겨울철 집안의 좋은 장식물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 최근글: 한국 잡채가 정말 맛있어요


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09. 7. 4. 08:12

오늘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의 중심가에 위치한 게디미나스 거리를 지나갔다.
그런데 거리입구에 한 조형물이 눈길을 끌었다.
가까이에 가보니 수백 마리의  종이새들이 주렁주렁 걸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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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종이새들이지만 금방이라도 청명한 하늘로 날아갈 듯하다.

* 관련글:
금방 하늘로 날아갈 듯한 종이새들
종이 없던 시절 어떻게 책을 만들었을까?
종이 냅킨의 예술적 재활용법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8. 11. 18. 06:37

11월 17일 리투아니아 현지 시각으로 오후 5시 20분 눈이 펑펑 쏟아지기 시작했다. 보통 10월 중순쯤 오는 첫눈이 올해는 한 달이 늦어서 왔다. 그래서 딸아이 요가일래는 첫눈을 기다리면서 종이로 눈결정체를 만드는 놀이를 하곤 했다.

최근 요가일래는 눈결정체 만드는 장면을 촬영하는 것을 허락했지만, 하다가 가위질이 힘들어서 그만 토라지고 말았다. 그래서 종이 눈결정체를 완성하는 장면까지 찍지 못했다.   

이날 첫눈이 펑펑 딸아이 요가일래는 벌써 눈사람 만들고, 눈싸움할 생각에 부풀어있었다. 하지만 온도가 영상 1도라 눈이 쌓이지 못하고 10여분 내린 후 그치고 말았다. "지난 번 눈결정체를 완성했더라면 더 멋있는 첫눈이 내렸을 텐데"라고 속으로 아쉬워했다. 배경음악은 안드류스 마몬토바스 (Andrius Mamontovas)의 노래 "나를 자유롭게 해다오"의 일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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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투아니아 최대 인터넷 뉴스 사이트 delfi.lt가 제가 찍은 리투아니아 첫눈 동영상을 올렸습니다. http://tv.delfi.lt/video/wNKMWc02/

* 관련글: 종이로 눈결정체 만드는 8살 딸아이 (만드는 과정)
Posted by 초유스
영상모음2008. 6. 19. 14:06

종종 집으로 리투아니아 사람들을 초대해 거실에서 음식을 대접한다. 이때 식탁에 빠질 수 없는 용품 중 하나가 냅킨이다. 손님접대용 냅킨은 모양도 이쁘다. 손님이 다가고 식탁을 치우면서 이 이쁜 냅킨을 볼 때 아깝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지난 일요일 환경행사가 열리는 공원을 찾아갔다. 이곳에서 냅킨을 예술적으로 재활용하는 법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이 눈에 가장 들어왔다. 한번 동영상을 보세요.  


(인터넷 속도가 느리다면, 아래 동영상을 보세요.)
 
Posted by 초유스
영상모음2008. 4. 2. 06:53

지난 3월 6일 다음블로거뉴스에 올린 글(종이 오리기 달인을 만나다)이 조회수 116,461을 기록했다. 제 글과 동영상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그 후 마술 같은 종이 오리기에 감탄한 많은 독자 덕분에 리투아니아 종이예술가가 한국 방송에도 소개되었다.

취재차 만난 그 분으로부터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종이예술가 요아나 임브라시에네(37세)는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서 북쪽으로 4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살고 있다. 리투아니아어 교사로 일하다 육아와 취미생활을 위해 그만두었다. 본격적으로 종이오리기를 한 지는 10년이 지났다.

어릴 때부터 그림그리기를 좋아했고, 어머니로부터 종이오리기를 배웠다. 아홉 차례 국내외 개인전을 열었다. 작품활동을 계속하는 한편 마을회관에서 학생들에게 여가활동으로 종이오리기법을 전수하고 있다. 특히 리투아니아에서 종이오리기는 가난한 사람들이 창문을 가리기 위해 비싼 커턴 대신 종이를 사용한 데서 유래했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럼, 후속편도 즐감하세요. [작품구입을 원하시는 분은 chtaesok@hanmail.net로 문의하세요]



* 이 동영상은 2008년 4월 1주 다음블로거뉴스 동영상 특종으로 선정되었음.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Posted by 초유스
영상모음2008. 3. 6. 08:39

최근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서 열린 한 전시회에서 종이 가위질 작품을 볼 기회가 있었다. 벽에 걸린 액자 속의 섬세한 모양을 보니 마치 기계로 찍은 듯 했다. 액자 밑에서 직접 가위로 종이를 오려내는 장면을 보지 못했다면 영락없이 믿어버릴 것 같았다.

우선 종이를 반으로 접고 한 쪽에 연필로 그림을 그린다. 예리한 작은 가위로 그림을 따라 차근차근 오려나간다. 불필요한 것을 다 오려내고 접은 종이를 편다. 두꺼운 종이 위에 풀로 붙이면 작품이 완성된다. 6년째 종이 오리기를 하고 있다는 이 분은 여러 차례 개인 작품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처음엔 날카로운 가위에 손가락이 찔리는 등 고생을 많이 했지만, 이젠 마음의 집중과 평온을 가져다준다면서 열성적인 가위질 예찬론자가 되었다. 그의 작품을 보니, 한 번 배워서 직접 만들어 벽에 걸어놓고 싶은 마음이 우러나왔다.

* 관련글: 종이 오리기 달인 후속편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