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해당되는 글 135건

  1. 2015.02.26 유럽 현지인 초대해 한국 관련 10개 질문했더니 7
  2. 2015.02.26 벌통에서 곧 바로 꿀 채취하는 획기적인 방법 화제
  3. 2015.02.24 내 생애 처음 걸어본 자락길에 한국이 잘 살아
  4. 2015.02.17 한국인 남편과 살다보니 잔 받는 자세가 달라져 5
  5. 2015.02.14 밸런타인데이와 안중근 무슨 관련이 있기에 2
  6. 2015.02.13 폭설 시 지붕 위 눈을 간단하게 제거하는 법 2
  7. 2015.02.12 겨울철 이상기후로 실직해 시위하는 장갑들
  8. 2015.02.11 시험 만점 딸에게 용돈 주려다 일침을 맞다 8
  9. 2015.02.10 딸의 식생활 변화, 엄마 오늘 고기 사지 마
  10. 2015.02.10 담력 지존, 몸에 불지르고 9층에서 뛰어내려
  11. 2015.02.09 외국인 손님의 한국 음식 단상 - 또 국이야 15
  12. 2015.02.09 겨울철 기지국 안테나 제설 영상 화제
  13. 2015.02.06 외국인이 한국에서 구입한 뜻밖의 선물 4
  14. 2015.02.02 한국 탈춤에 흥이 난 외국인들 나라 춤 선보여
  15. 2015.01.29 한국 철도의 얼굴 KTX 좌석 이렇게 닳아있다니 6
  16. 2015.01.28 이 한국 선물 하나로 모든 실망을 잠재우다 5
  17. 2015.01.26 한국 온돌방이 좋긴 하지만 어깨가 시러워 7
  18. 2015.01.22 폭풍에 바다로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는 6
  19. 2015.01.19 외국인이 한국 온돌방에서 하기 쉬운 실수 하나 4
  20. 2015.01.02 딸아이의 소박한 새해 포부에 잠시 뭉클해져 4
  21. 2014.12.28 영화 '인터뷰', 인터넷에서 무료로 볼 수 있는 곳 1
  22. 2014.12.25 유럽에서 먹은 12가지 크리스마스 전야 음식 3
  23. 2014.12.23 유럽인 친척에게 딱 좋은 크리스마스 선물은 김치
  24. 2014.04.30 콩나물국 냄새에 문을 꽝 닫아버린 딸아이 4
  25. 2014.04.10 냉장고 벽에 붙어놓은 종이 3개월만에 빛보다 2
  26. 2014.04.09 날카로운 물건을 줄 땐 그냥 탁자에 놓는다 1
  27. 2014.03.17 지금 봄이 흘러내리고 있네
  28. 2013.12.13 산타 할아버지께 선물 선택권을 드리다 2
  29. 2013.12.10 30분 진료비가 최저임금의 1/4 1
  30. 2013.11.04 한글로 문자 쪽지 보내게 스마트폰 사줘~! 2
생활얘기2015. 2. 26. 07:31

거의 매년 음력 설날이 되면 우리 집에 행사가 하나 있다. 음력 1월 1일은 한인회장님 댁에서 교민들이 모여 떡국을 먹는다. 그리고 설날이 있는 주의 주말에 유럽 리투아니아 현지인 에스페란토 친구들을 우리 집으로 초대한다. 보잘 것 없지만 한국 음식을 마련해 함께 식사하면서 동양의 설날을 축하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

올해는 지난 금요일 초대했다. 가급적으로 동양에 어울리는 옷을 입고 온다. 대부분 현지인들은 이날 붉은 색 옷을 입었다. 어떤 이는 인도 여행에서 산 옷을 입었고, 어떤 이는 중국 여행에서 산 옷을 입었다.  


아래는 우리가 마련한 음식의 일부다. 김밥은 원래 내가 만들기로 했으나, 갑자기 감기 기운이 들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13살 딸아이 요가일래가 만들었다. 잡채는 리투아니아인 아내가 만들었다. 2월 초 우리 집에 온 한국 손님이 요리법을 일러주었다. 아내가 직접 잡채를 혼자 요리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다들 맛있게 먹는 것을 보니 성공한 듯했다. 김치는 아내와 내가 함께 담갔고, 닭고기는 아내가 요리했다. 세 식구가 이렇게 분업하여 설 손님 맞이 음식을 준비했다.     



지금까지는 거실 상에 음식을 전부 놓았는데, 올해는 부엌에 놓고 사람들이 각자 먹고 싶은 만큼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거실 상이 좀 빈약해 보였지만, 술이나 음료수, 잔 등을 위한 공간이 있어서 좋았다.



식사를 마친 후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상품이 걸린 문제 풀기가 시작되었다. 사전에 예고하지 않은 프로그램이었다. 긴긴 밤을 그냥 덕담과 잡담으로만 보내기에는 아까웠다. 모임이 좀 더 유익하도록 우리 식구들이 의견을 모아 한국에 대한 질문 10가지를 내고 맞추는 사람에게 한국적인 선물을 주기로 결정했다. 비록 여기가 리투아니아이지만, 한국인을 친구로 두고 있으니, 한국에 대해 최소한 몇 가지 정도는 순간적이라도 알게 하면 좋을 것 같았다.      



어떤 문제를 낼 것인가 참 고민스러웠다. 흥미를 끌어내야 하니 어려운 문제는 피하는 것이 좋고, 한편 꼭 맞히게 하는 것보다 지식을 갖게 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질문은 아내와 내가 의논해서 만들었고, 파워포인트 파일은 딸아이가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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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가지 질문은 다음과 같다.


1. 월력에 따르면 1달은 몇 일이고 1년은 몇 일인가?
   아무도 정확하게 맞추지 못했다. 비슷하게 맞춘 사람이 상품을 받았다. 
2. (오늘 우리 집에서 먹은) 김치는 무슨 재료로 만들어졌나?  
   가장 많은 재료를 말하는 사람이 상품을 받았다.
3. 세계에 널리 알려진 한국 기업 3개를 언급하고 각 기업은 무엇을 주로 생산하나?
   모두 삼성과 현대를 맞췄지만, LG는 첫 자가 L로 시작한다는 암시로 누가 맞췄다.
4. 한국은 언제 세워졌나?
   아무도 정확하게 몰랐다. 한 사람이 기원전 2000년이라 추측했다. 그가 상품을 받았다. 
   모두들 한국이 유구한 역사를 가진 것에 놀랐다.
5. 한국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무술은?
   가장 많은 사람들이 손을 번쩍 들었다.
6. 언제 한국이 공식적으로 둘로 분단되었나?
   한 사람만이 손을 번쩍 들었다. 그리고 정확히 답을 맞혔다.
7. 한국에서 가장 큰 섬이고, 유네스코 자연유산을 가진 섬은?
   정답을 맞혔다.
8. 한국어 철자 이름은?
   아쉽게도 아무도 맞추지 못했다.
9. 언제 한국에서 세계에스페란토대회가 열렸고, 또 언제 한국이 또 이 대회를 유치하고자 하나?
   열린 대회 년도는 몰랐지만, 유치하고자 하는 대회는 알아맞혔다. 
10.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승인한 유럽 최초 국가는?
   서유럽 여러 나라들이 제일 먼저 언급되었고, 나중에 범위를 좁혀 동유럽, 발트 3국 중에 있다고 하자        그때서야 답이 나왔다. 답은 리투아니아. [관련글: http://blog.chojus.com/4173]
   한국과 리투아니아 사이에 이런 관계가 있었다는 사실에 모두 기뻐했다.  

에스페란토로 번역된 아리랑을 함께 부르면서 한국 관련 질문과 답맞히기는 끝이 났다. 모임을 파하고 집으로 돌아갈 때 친구들은 "오늘 한국 음식도 맛있었고, 한국에 대해 공부도 잘 했다"면서 좋아했다. 우리 집 세 식구가 협력해 준비한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5. 2. 26. 07:30

요즘 감기로 고생하고 있다. 약을 먹으면 1주일만에 낳고, 약을 먹지 않으면 7일만에 낳는다고 리투아니아 사람들도 말한다. 여기서 감기 치료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은 다름 아닌 꿀이다. 복분자 차 등을 마시면서 숟가락에 꿀을 뜨서 먹는다. 

* 지금 감기 치료를 위해 먹고 있는 꿀


우선 획기적인 꿀 채취 방법을 소개하기 전에 지금까지의 일반적인 방법을 아래 영상을 통해서 소개하고자 한다. 초유스가 리투아니아 양봉인을 만나 직접 촬영한 것이다. 
 
     벌통에서 꿀판을 꺼낸다.
     꿀판에서 밀랍을 벗겨낸다
     꿀판을 원심력 통에 넣는다



위 영상에서 보았듯이 꿀을 채취할 때 수동이든 자동이든 원심력에 의하여 꿀판에서 꿀을 분리시킨다. 그런데 이런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고 벌통에서 곧 바로 이 발명되어 화제를 모우고 있다. 영국인 아버지(Stuart Anderson)와 아들(Cedar Anderson)이 발명했다. 꿀판에 관을 넣어서 자연스럽게 꿀이 흘러내리도록 했다. [사진출처 image source link]




이 방법에 따르면 우주복 같은 옷을 입지도 않아도 되고 꿀벌을 안정시키기 위해 연기을 뿜어내지 않아도 된다. 벌꿀을 전혀 괴롭지 않고 깨끗한 꿀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양봉이 취미라면 당장이라도 사고 싶은 물품이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5. 2. 24. 06:53

한국에서 가서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냐라는 질문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답은 등산이다. 내가 살고 있는 리투아니아에서 가장 높은 산은 해발 300미터도 채 되지 않는다. 여기 사람들에겐 산이지만 1000여미터의 산을 보고 자란 나에게는 산이 아닌 셈이다. 한국에는 흔한 등산화는 여기는 없다.

서울에 머무는 동안 한 지인이 자락길 산책을 제안했다. 두 말 하지 않고 합류하기로 했다. 이렇게 내 생애 처음으로 자락길 산책에 나섰다. 목표는 서울 안산 자락길이다. 독립문 지하철에서 시작했다. 이 자락길은 총 7킬로미터에 이른다.  
 


자락길 밑에서 바라본 안산 정상 모습이다. 



자락길 입구에 도착하기 전에 재개발 지역이라서 그런지 이런 빈집들이 있다. 더 이상 집을 짓지 말고 그냥 자연으로 원상회복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길이나 얼음길에 산책하는 시민을 배려하는 정성이 담겨져 있다. 




이디 이뿐인가! 따뜻한 날 정자에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책장까지 마련되어 있다. 




리투아니아에서는 보기 드문 까치도 이날 만났다. 반가운 손님이 오는 것이 아니라 난생 처음 자락길 산책하러온 유럽 손님을 환영하러 나온 듯하다. 



리기다소나무 한 그루가 산책길을 막아서고 있다. 베어내지 않고 이렇게 자연스럽게 놓아둔 것이 바로 친자연 자락길임을 잘 말해주고 있다. 이 막아섬은 산책객을 막아서는 것이 아니라 개발시 인간의 환경파괴심을 막아서는 것을 웅변하는 듯하다



하늘을 향해 쭉 뻗어있는 메타세콰이어가 하늘 기운을 받아서 산책객에게 전해주는 듯하다.



운동기구들도 잘 갖춰져 있다. 



목재로 길을 만들어놓았다. 사치 같아서 예산낭비로 보이는 듯했다. 그런데 그 순간 오른쪽 빙판길을 걷는 사람이 있었다. 그가 철망을 잡고 걷는데도 여러 번 미끄러지는 모습을 보고서야 이렇게 해놓길 참 잘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락길따라 산책하면서 사방에 보이는 서울의 모습이다. 아파트 단지 저 뒷편에 북한산이 보인다.



남서쪽이다. 뿌여서 제대로 전경을 즐길 수 없는 것이 아쉽다.



맞은편 인왕산과 청와대,백악산이 보인다.  



여기는 서대문 형무소이다.



안산 자락길을 3시간 정도 다 둘러보고 마지막으로 도착한 곳이 서대문 형무소이다. 지난 역사를 되새겨보기 위해 역사관 안으로 들어갔다.



"한국 황제 폐하는 한국 전부에 관한 일체 통치권을 완전차 영구히 일본국 황제폐하에게 양여함에" 피가 끓어올랐다.



고초 겪었던 애국지사들의 수형기록표가 붙여져 있다. 



이번 방문에서 애국지사에 붙는 의사, 열사, 지사 단어의 뜻을 명확하게 알게 되었다. 의사는 무력으로 결행, 열사는 맨몸으로 투쟁, 지사는 항거하는 사람이다.  



외국에 살면 태극기만 봐도 웬지 가슴이 뭉클해지고 머리카락이 쭈삣쭈삣 선다. 



산책길을 마치고 인근 식당에서 어린 시절 즐겨먹었던 수제비를 주문해 맛있게 먹었다.



이렇게 생애 처음 자락길 산책은 끝이 났다. 경제수치뿐만 아니라 이런 사회시설물에서 한국이 잘 산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었다. 진달래 피는 봄날 다시 한번 가보고 싶다. 내년 봄에 가족과 함께 한국 방문을 계획하고 있는데 그때 이 안산 자락길을 다시 걷기를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5. 2. 17. 08:40

주말이 지나고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이다. 리투아니아어로 월요일은 'pirmadienis'(첫 째일)이다. 토요일 꽃가게에는 길다란 줄이 이어져 있었다. 대부분 잔치가 토요일에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우리 집도 잔치에 다녀왔다. 빌뉴스에서 250km 떨어진 곳에 살고 있는 처남의 생일 잔치였다. 50주년을 맞이하는 뜻 깊은 날이라 집에서 하지 않고 음식점을 빌렸다. 가족과 가까운 친척, 그리고 친구들을 초대했다. 또한 연주 겸 노래하는 가수도 한 명 불렀다. 


이곳 사람들의 기념적인 생일잔치는 어떻게 진행될까 궁금한 사람들을 위해 소개한다. 
먼저 저녁 7시에 시작한 잔치는 다음날 새벽 3시에 끝이 났다.
상에는 찬 음식들이 술 안주 겸 놓여 있다. 
따뜻한 음식으로 저녁을 먹고 이어서 축하 건배를 돌아가면서 한다. 
한 사람씩 자리에 일어나 축하 인사를 건배를 제의한다.


술이 조금씩 들어가면서 자리에서 나와 음악에 맞춰 춤 추는 횟수가 잦아진다.
기타 치고 노래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사이사이에 노래도 한다(홀로 부르기는 없고 전부 함께 부르기). 
춤추다 지치면 자리에 돌아가 다 함께 잔을 채운 후 건배한다.


혼자 술을 마시지 않고 건배를 제의하면서 같이 마신다.
다른 사람의 잔을 채운 후에 자기 잔에 술을 따른다.
술을 마시고 싶으면 옆 사람의 잔을 채운 후에 자기 잔에 술을 따르고 건배를 제의한다.

리투아니아인 아내에 앞에 앉은 나이가 더 많은 친척이 술을 따르자 
아내는 잔을 든 오른손을 앞으로 내밀고 왼손을 그 오른팔을 받쳤다.
그 순간 주위의 시선들은 아내의 이상한 술잔 받기 모습에 집중되었다.


이를 의식한 아내는 웃으면서 곧장 설명에 들어갔다. 
"한국인 남자와 살다보니 내가 이렇게 변했어. ㅎㅎㅎ 한국 사람들은 연장자에게 술을 따르거나 연장자로부터 술잔으로 받을 때 이렇게 해. 내가 이렇게 해보니 이렇게 하는 것이 내 마음이 더 편해. 이렇게 하니 연장자에 대한 내 존경심이 우러나오는 것을 확인하는 것 같아서 좋아."
"우와~ 설명이 멋지네. 한국 속담에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지. ㅎㅎㅎ"

* 좌: 일반적으로 술을 받는 모습, 우: 이날 아내가 자기도 모르게 술을 받는 모습


이렇게 두 문화 속에 살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어느 한 문화에 저절로 익숙해질 수 있다. 그 덕분에 주변인들에게 다른 문화를 설명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고, 또한 나아가 상호 문화에 대한 이해에 기여하게 된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5. 2. 14. 08:38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다. 어제 리투아니아 빌뉴스의 한 대형상점을 들러니 그 어느 날보다 초콜릿과 꽃이 풍성하게 마련되어 있었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밸런타인데이보다 '여성의 날'에 이런 선물을 더 많이 구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늘은 여성이 남성에게 선물을 주는 날이라기보다는 남녀 여인들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 선물을 주고 받는다. 꼭 여인이 아니더라도 가족 구성원끼리도 선물을 주고 받는다. 

며칠 전 한 지인니 카카오톡으로 인터넷에 뜨다니는 이야기를 확인하고 싶다고 했다.


밸런타인데이와 안중근 의사와 무슨 관련이 있어 이런 내용이 전해질까 궁금해졌다.

먼저 이날 초콜릿을 전하는 풍습은 19세기 영국에서 시작되었고, 1936년 일본 코베의 한 제과회사가 밸런타인 초콜릿 광고를 시작함으로써 "밸런타인테이 = 초콜릿 선물일"이라는 이미지가 일본에 정착되었다고 한다.    



한편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한 안중근 의사는 뤼순 감옥에 갇혀 사형선고를 받는다. 

바로 사형선고를 받은 날이 1910년 2월 14일이다. 그리고 같은 해 3월 26일 사형이 집행되었다. 


그로부터 26년이 지난 후 일본의 제과회사가 초콜릿 광고를 시작했다. 과연 그 회사가 안중근 의사의 사형선고일을 인식하고 이를 숨기기 위해 초콜릿 장사를 대대적으로 꾀했는 지는 의문이 든다. 


하지만 적어도 오늘 밸런타인데이의 사랑 확인과 더불어 안중근 의사를 추모하는 것도 좋겠다. 아래는 안중근 의사가 이토를 죽인 이유 15가지다.   

    

내가 이토를 죽인 이유 15가지  
1. 한국의 명성황후를 시해한 죄 
2. 고종황제를 폐위시킨 죄 3. 5조약과 7조약을 강제로 맺은 죄 
4. 무고한 한국인들을 학살한 죄 
5. 정권을 강제로 빼앗은 죄 
6. 철도, 광산, 산림, 천택을 강제로 빼앗은 죄 
7. 제일은행권 지폐를 강제로 사용한 죄 8. 군대를 해산시킨 죄 
9. 교육을 방해한 죄 
10.한국인들의 외국 유학을 금지시킨 죄 
11.교과서를 압수하여 불태워 버린 죄 
12.한국인이 일본인의 보호를 받고자 한다고 세계에 거짓말을 퍼뜨린 죄 
13.현재 한국과 일본 사이에 경쟁이 쉬지 않고 살육이 끊이지 않는데 태평 무사한 것처럼 위로 천황을 속인 죄 
14.동양 평화를 깨뜨린 죄 
15.일본 천황의 아버지 태황제를 죽인 죄  

내가 이토를 죽인 이유는 이토가 있으면 동양의 평화를 어지럽게 하고 한일간이 멀어지기 때문에 한국의 의병 중장의 자격으로 죄인을 처단한 것이다. 그리고 나는 한일 양국이 더 친밀해지고, 또 평화롭게 다스려지면 나아가서 오대주에도 모범이 돼 줄 것을 희망하고 있었다. 결코 나는 오해하고 죽인 것은 아니다.

그가 저격후 러시아어로 외친 말이 "코레야 우라! (Корея! Ура!, 대한민국 만세)"이다. 참고로 안중근 의사의 조카 안우생은 우리 집의 공용어 에스페란토의 열렬한 사용자였다[관련글: '에스페란토’로 항일을 노래하다
Posted by 초유스
영상모음2015. 2. 13. 08:50

올해 리투아니아는 그렇게 눈이 많이 내리지 않았다. 내렸다가도 이어지는 영상 온도의 날씨는 이내 녹곤 했다. 리투아니아보다 훨씬 더 북쪽에 있는 러시아 페테르부르크 근처에 살고 있는 친구를 만났다. 그는 겨울철이 되면 눈 때문에 고생한다.


폭설이 내린 후 여름별장에 있는 집으로 반드시 가야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지붕에 엄청나게 쌓여있는 눈을 치워야 하기 때문이다. 

대개 사다리를 놓고 올라가 삽 등으로 눈을 제거한다. 그런데 이것이 의외로 위험하다. 그 위험성을 잘 보여주는 영상이다. 



이런 위험성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람들은 발명에 이르게 된다. 긴막대기에 미끄러운 비닐 등을 이용해 손쉽게 지붕 위의 눈을 제거하게 되었다.



눈덩이가 마치 벽돌공장에서 벽돌을 찍어내듯이 네모난 채 밑으로 쉽게 미끄러져 내려온다. 



아래는 이 보다 더 간단하다. 긴 줄을 이용해 눈을 제거하는 방법이다. 



별장이 있거나 단독주택에 살고 눈이 많이 내린다면, 꼭 하나 장만하고 싶은 물품목록에 이 제설기를 넣어야겠다.
Posted by 초유스
영상모음2015. 2. 12. 05:55

25년을 동유럽에서 살면서 이번 겨울만큼 따뜻한 적이 없었다. 특히 리투아니아는 일반적으로 영하 20도 내외의 날씨가 1주에서 3주 정도 지속되지만, 올해는 지금까지 1월 중순경 영하 15도 날씨가 이틀이었고, 나머지는 전부 영상 5도에서 영하 5도 사이였다.  

이렇게 포근한 날씨로 인해 벌써 1월 하순에 남쪽에서 황새가 날아오기도 했다. 눈이 내리곤 했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서 영상의 낮 온도로 인해 녹곤 했다. 

며칠 전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 거리를 산책하는데 이색적인 풍경이 눈 앞에 나타났다. 거미줄에 장갑들이 주렁주렁 걸려있었다. 누군가 설치예술 작품을 만들어놓았다.


하지만 이 장갑들을 보고 있으니 겨울철 이상기후로 이들이 실직해 시위를 하는 듯했다. 겨울철 장갑의 직장은 바로 사람들의 손가락인데 날씨가 따뜻해 사람들이 장갑을 끼지를 않으니 장갑이 실직을 한 셈이다. ㅎㅎㅎ




겨울철 날씨가 따뜻해져 난방비 지출이 줄어서 다행스럽지만, 이런 급격한 이상기후가 자연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심히 걱정스럽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5. 2. 11. 06:33

리투아니아 학교는 시도 때도 없이 시험이 있다. 중간고사나 기말고사가 따로 없다. 과목 선생님이 원하는 시간에 시험을 치른다.

좋은 점은 있다. 벼락치기 공부가 없다는 것이다. 그때그때 배운 바를 확인한다. 시험범위가 좁으니 아이들에게 부담이 덜하다. 부담없는(?) 시험이 학교 생활의 일상인 셈이다.       

학업에 대한 평가에는 크게 상대평가와 절대평가가 있다. 상대평가는 학생의 학업성취도를 그가 속한 반(집단)의 결과에 비추어 상대적으로 평가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면 1개 학급에서 수 10%, 우 20%, 미 40%, 양 20%, 가 10%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이에 반해 절대평가는 집단의 결과는 달리 학생 개개인이 설정한 목표에 어느 정도를 달성했는 지를 평가하는 방법이다. 이에 따르면 학생 모두가 '수'를 받을 수 있다. 

리투아니아 학교는 상대평가제를 취하고 있다. 자녀의 학업성적 확인은 인터넷을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7학년생(중학교 1학년생)인 딸아이의 학급의 1학기 종합성적을 살펴보자.


'수'에 해당하는 전과목 평균 9점 이상 학생수는 29명 중 13명이다. '우'에 해당하는 8점 이상 학생수는 8명이다. 이 둘을 합치면 21명이다. 2/3가 학업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다. 


2월부터는 2학기이다. 지금껏 종합성적에서 9점 이상 학생수는 10명이다.     
   


1학기보다 성적이 다섯 단계나 뛰어올랐다. 부모로서 기분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내일은 시험이 없나?"
"물리 시험이 있어."
"너는 물리가 좀 약하잖아."
"하지만 이번에는 모든 것이 쉽게 이해돼."
"만점 받으면 아빠가 돈을 줄게."
"싫어."
"왜?"
"내가 돈이 아니라 나를 위해서 공부하잖아. 내가 잘 알기 위해서 공부하는 것이니까."
"아빠가 어렸을 때 100점 맞은 시험지를 보여주면 할아버지가 과자 사먹으라고 돈을 주었지. 돈 받는 재미가 솔솔했지. ㅎㅎㅎ"
"난 돈 필요 없어."
"그래 너 말이 맞다. 돈 받으러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너를 위해 지식을 얻는 것이니까 열심히 해라. 약한 물리에서 만점을 받아 네 평균점수가 올라가면 참 좋겠다. 이대로 쭉 가면 최고로 좋은 고등학교에서도 갈 수 있겠다."
"싫어."
"왜?"
"그긴 경쟁이 너무 심해."
"그래도 가면 좋지 않을까? 좋은 대학교에 갈 가능성이 높잖아."
"알았어. 재미있게 공부해볼게."

잠들기 전 딸아이는 인사하면서 덧붙였다.
"오늘 아빠와 얘기를 많이 해서 참 좋았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5. 2. 10. 08:25

한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지 2주일이 지났다. 처음엔 시차 부적응으로 새벽 3-5시에 일어났다. 이제 평소처럼 7시경에 일어나게 되었다. 며칠 전 부엌에는 불이 훤했다. 학교에 등교하기 위해 7학년(한국으로 치면 중학교 1학년)생 딸아이가 밥을 먹고 있었다.

부엌문을 똑똑 두드렀다.

"들어와."

접시에는 빵과 소시지가 아니라 사과 두 쪽이 있었다. 

"오늘 아침 식사는 사과니?"
"그래. 사과 한 개를 네 쪽으로 짤랐어. 벌써 배가 부르네. 아빠가 한 쪽 먹어라."
"배가 고플텐데. 아니 괜찮아."
"우와, 이제 아빠 딸이 과일로 밥을 먹네. 대단하다. 한번 결심한 바를 이렇게 실행하는 것을 보니 너는 자라서 훌륭한 사람이 될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
"그럼그럼 ㅎㅎㅎ"
 
딸아이를 키우면서 늘 마음 속 걱정 되는 바가 하나 있었다. 바로 고기를 너무 좋아한다는 것이다. 과자 군것질 대신 간식으로도 고기를 좋아한다. 좋아하는 고기는 훈제고기나 훈제소시지다. 채소와 함께 먹기를 권하지만 채소는 고기맛을 떨어지게 한다고 주장하면서 듣지를 않았다.

구워 먹는 고기 중에는 삼겹살을 가장 좋아한다. 삼겹살을 먹을 때마다 자기도 한국인임을 느끼고, 이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왜냐하면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처럼 삼겹살을 구워 먹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자녀교육에 있어서 모질 지가 못하다. 육식의 편식이 나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이를 억지로 딸아이에게 주입시키고 싶지 않다. '지금은 어리니 육식을 좋아하지만 크면 좀 스스로 달라지겠지'라는 생각으로 위안 삼기로 했다. 종종 소나 돼지 등을 잡는 과정을 담은 영상을 보여주고자 했지만 참혹한 모습을 보기 싫다면서 거부했다. 

그런데 내가 한국에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딸아이의 식생활이 확 바꿨다.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딸아이에게 일어났다.



1월 23일 한국에서 돌아온 후 그 다음날 가게에서 돌아온 아내가 딸아이 이야기를 했다. 봉지에는 과일만 담겨 있었다.
"내가 고기를 사려고 했는데 딸이 말려서 안 샀어."
"이유가 뭐래?"
"어제 고기를 먹었으니 한 동안 고기를 먹지 말자고 했어."
"고기쟁이가 웬 일이야."

방에서 키위 여러 개를 먹으면서 책을 읽고 있는 딸아이에게 다가가 물어보았다.
 
"왜 고기를 덜 먹기로 결심했는데?"
"내가 유튜브에서 봤는데 고기 말고 과일에서도 단백질을 얻을 수 있데, 고기보다 더 건강해질 수 있어."
"그래. 그 유튜브 동영상을 아빠에게 한번 보내봐."

아래는 1월 27일 페이스북으로 딸아이가 보낸 영상이다. 고기 섭취를 줄이고 과일과 채소를 많이 먹기로 결심하게 한 영상이다. 
 


"내가 이 영상에서 나오는 영어를 다 알아들었니?"
"그럼, 그러니까 내가 고기를 덜 먹고 과일을 많이 먹기로 했다."
"아빠, 우리 여름에는 정말 과일만 먹고 살자."
"리투아니아에는 과일이 많지 않아 가능할 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우리 과일 많이 먹도록 하자."

딸아이의 식생활 변화를 보면서 인생에서 획기적인 변화는 한 순간에 찾아오는 것임을 새삼 느꼈다. 그 동안 육식의 편식에 야단치지 않고 스스로 변화되길 바라면서 지켜본 것이 열매를 맺게 되었다. 하지만 그 시기가 이렇게 빨리 올 줄은 상상하지도 못했다.앞으로 딸아이에게 즐거이 과일을 사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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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모음2015. 2. 10. 07:03

아파트 꼭대기에서 자신의 몸에 불을 붙이고 밑으로 뛰어내리려는 사람이 있다. 
주변 사람들이 만류하지 않는 것을 보니 스스로 목숨을 던지는 사람은 아닌 듯하다. 
바지가 훨훨 탄 채로 바닥으로 떨어지자 곧 구경꾼들과 취재진들의 모습이 영상 화면에 나타난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러시아 청년들의 극한 담력을 담은 영상이나 사진은 인터넷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바로 러시아인 스턴트맨 알렉산데르 체르니코프가 자신의 담력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  

* http://www.dailymail.co.uk/


최근 그는 러시아 노보알타이스크 도시에 있는 9층 아파트에서 
먼저 기름을 묻힌 바지에 불을 붙이고, 활활 타자 밑으로 뛰어내렸다.   
그가 떨어진 곳은 눈더미였다. 충격을 완화시키고 불을 끌 수 있기 때문이다.
눈더미에 떨어진 그는 신음 소리를 내었고, 이내 경찰과 취재진이 다가왔다.      

화상으로 그는 병원에 입원했을 뿐만 아니라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몸에도 촬영 카메라를 장착하고 뛰어내렸다.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리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이미 6층 아파트 꼭대기에서 뛰어내린 적이 있다. 아무리 자신의 담력을 확인하고 세상에 드러내기를 좋아할지라도 이런 목숨을 내건 무모한 일은 하지 않길 바란다. 절대로 따라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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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첫면2015. 2. 9. 06:44

8일 동안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러시아 에스페란토인과 함께 한국을 돌아다녔다. 특히 그는 세계 에스페란토계에서 문학가(시인, 소설가)과 번역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또한 자신이 지은 시를 노래를 부르면서 그 의미를 전달하는 활동도 하고 있다.    


그는 시인답게 자신의 한국 체험을 짧은 문장에 담아내었다. 아래 에스페란토 문장이다.  

En Koreio 

           Brasiko akra, 

           vodko akva;

En Rusio

           Brasiko dolĉa

           vodko forta.   

번역하면 이렇다.
           한국 배추는 맵고, 술(소주)은 물이요
           러시아 배추(양배추)는 달고, 술(보드카)은 세지요.
 
김치 속 배추는 설명하지도 않아도 외국인들에게는 맵다. 술이라고 나온 소주는 독주를 좋아하는 그에게는 약간 달짝지근한 물맛에 더 가까웠다.

여행지 음식에 잘 적응한다고 말은 하지만 그는 종종 아래와 같은 질문으로 속내를 드러내었다.
"왜 한국 음식에는 빵이 없지?" (산골에서 4일 머무는 동안 빵은 없었다) 
"왜 한국 사람들은 고기를 안 먹지?" (반찬 속 고기는  있었지만 고기가 주된 음식인 경우는 아직 없었다.)

어느 날 레스토랑에 들렀다. 이 집은 연잎밥과 함박스테이크 두 종류를 제공했다. 나는 아무런 주저함도 없이 연잎밥을 선택했다. 찰진 연잎밥이 참 맛있었다.   


연잎밥으로 한국적 별미를 맛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설명했지만, 러시아 에스페란토 친구는 '고기'라는 한 마디 설명에 함박스테이크를 선택했다. 함박스테이크를 앞에 두고 소년처럼 좋아하는 순박한 그의 얼굴 웃음이 아직도 눈 앞에 선하다. 



그가 느낀 또 하나의 색다른 음식 문화는 바로 국(수프)이다. 한국 음식에는 일반적으로 아침, 점심, 저녁 모두 밥상에 국물요리가 나온다. 이에 반해 유럽에서 수프는 하루 식사 중 가장 든든하게 먹는 끼니(보통 점심)에 나온다. 하루 세 끼 때마다 국을 먹는 일은 그에게 전혀 익숙하지 않았다.  



아래는 한국 방문 중 먹은 다양한 국이다. 


▲ 미역국

▲ 홍합국

▲ 매생이국

▲ 대구국


여행 막바지 어느 날 아침 식사에 된장국이 등장했다. 된장국을 바라보면서 그가 던진 한마디가 내 뇌리에 쉽게 각인되었다.

"아, 또 국이야!" 


끼니 때마다 밥만큼이나 국도 외국인들에게는 낯설다. 밥은 먹어야 하지만, 국은 먹지 않을 수 있다. 이번에 그와 함께 다니면서 얻은 소득 중 하나는 앞으로 외국 손님하고 다닐 때에는 적어도 국만큼은 먼저 의향을 물어본 후에 국을 줄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해야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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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모음2015. 2. 9. 06:43

겨울철이다. 폴란드 산악 지대 기지국 철탑 안테나 제설 작업 장면을 담은 영상이 공개되어 눈길을 끌고 있다. 영상이 촬영된 곳은 폴란드 남부 산악지대에 있는 자르(Zar) 산에 세워진 기지국이다.  


작업하는 사람이 눈으로 덮힌 철탑으로 올라간다. 

마치 암벽 등산이라도 하는 분위기이다.

올라가는 목적이 무엇일까?

궁금증을 유발시킨다.



철탑 정상 부분에 설치된 안테나가 답이다.  



바로 안테나를 덮고 있는 눈을 치우기 위해서다. 눈이 쌓여 통신 장애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겨울철 통신이나 인터넷이 잘 안 되는 경우 이것이 한 원인일 될 수 있음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달리 보면 이로 인해 전문산악인의 겨울철 일자리가 창출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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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5. 2. 6. 07:37

이번 1월 한국 방문에는 러시아에 살고 있는 에스페란토 친구가 동행했다. 그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생각으로는 러시아인, 마음으로 유대인, 영혼으로는 우크라이나인이다"라고 말한다. 아버지가 유대인인 그는 지금의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나 자랐고, 대학을 졸업한 후부터 러시아에 살고 있다. 

8일 동안 익산, 논산, 부산, 서울 등지를 그와 함께 다녔다. 식사할 때마다 그가 안스럽기도 하고, 대단해보이기도 했다. 무엇 때문일까?

바로 젓가락질이다. 



서투른 젓가락질로 그는 힘들게 밥을 먹었다.


"포크를 갖다줄까?"

"아니."

"젓자락질이 불편하잖아. 그냥 포크로 쉽게 밥을 먹는 것이 좋겠는데."

"한국에 왔으니 해봐야지."

"그래도 옆에서 보니 좀 안스럽다."

"내가 언제 또 이렇게 젓가락질로 밥을 먹어볼 수 있겠나!"

"맞아. 차차 하다보면 능숙하게 될 거야."


시간이 지남에 따라 친구의 젓가락질 솜씨는 일취월장했다. 이러다가는 정말이지 멀지 않아서 콩알도 집어서 먹을 수도 있을 듯했다.  



"내가 이렇게 힘들더라도 포크를 사용하지 않은 이유가 또 하나 있지."

"뭔데?"

"내가 이 쇠젓가락을 러시아 친구들에게 선물을 하고 싶어."

"쇠젓가락을 선물로?"

"러시아에 있는 일본식당이나 중국식당은 전부 나무젓가락을 주는데 여기는 다 쇠젓가락이라 신기해."

"그래서?"

"한국 쇠젓가락을 선물하면서 내가 서투르면 안 돼지. 그래서 내가 익숙해지려고 노력하는 거야."

 


그와 함께 부산 국제시장을 들렀다. 그의 마음을 어떻게 알았는지 선물 가게에는 다양한 젓가락이 진열되어 있었다.



러시아 사람들에게 선물할 마음에 드는 쇠젓가락을 여러 개 구입하면서 그는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수십년을 외국인들 사이에 살면서 지금껏 한 번도 쇠젓자락을 그들에게 선물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유럽에 있는 아시아 음식점에서는 거의 대부분 일회용 나무젓가락을 준다. 이를 사용하지 않고 기념으로 집으로 가져가는 사람들도 있다. 이렇게 쇠젓가락을 선물하면서 중국과 일본과는 달리 한국은 쇠젓가락을 많이 사용한다는 사실도 알릴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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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모음2015. 2. 2. 08:33

3년 연속으로 1월에 한국을 방문하게 되었다. 주된 이유는 국제어 에스페란토로 열리는 원불교 국제선방에 참가하기 위해서이다. 올해는 1월 16일에서 19일까지 충남 논산 삼동훈련원에서 러시아, 리투아니아, 일본, 중국, 파키스탄, 헝가리 등지에 온 외국인들과  한국인들이 합쳐 40여몀이 참가햇다.  


여러 행사들 중 외국인들이 참 좋아한 것은 다름 아닌 한국 전통탈춤 강연 시간이었다. 것 흥미로워 이날 행사에서 재미난 것은 탈춤 동장 배우기였다. 


탈춤 지도를 맡은 에스페란토인 조문주 선생님의 지도에 따라 타령장단에 건드렁, 자진화장무, 여닫이, 멍석말이, 배치기, 어깨치기, 용트림의 7가지 동작을 하나하나 배웠다.



처음엔 외국인들이 어려워했으나 조금씩 장단에 익숙하게 되니 한삼을 끼고 아주 흥이 나게 춤을 췄다. 

  


그러자 말미에 참가한 외국인들은 타령장단에 맞춰 자기 나라 춤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에 한국인 참가들이 이들을 따라 그 나라 춤을 함께 따라 췄다.   


▲ 파키스탄 참가자

▲ 헝가리 참가자

▲ 일본 참가자

▲ 러시아 참가자

▲ 러시아 참가자와 조문주 선생님

▲ 헝가리 참가자와 조문주 선생님


이날 한국인과 외국인이 탈춤 타령장단에 맞춰 한바탕 신나게 논 모습을 아래 영상에 담아보았다. 



이렇게 한국 전통탈춤을 외국인들에게 알리고 또한 그 장단에 따라 자기 나라 춤을 선보이는 모습을 보자 한 생각이 떠올랐다. 한국에스페란토협회는 2017년 세계에스페란토대회를 서울에 유치하고자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다. 현재 캐나다 몬트리올이 유력한 경쟁자이다. [참고로 서울 대회 유치 지원 페이스북 좋아하기 누르기

이 대회에는 세계 80여국에서 2-3천명이 참가하는 규모가 아주 큰 에스페란토 대회이다. 만약 서울에서 이 대회가 열리게 된다면 친교의 시간 등에서 이 탈춤을 함께 배우고, 나아가 각국의 참가자들이 자기 나라 민속춤을 선보여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히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각양각색 세계인이 다 함께 이 타령장단에 신명난 모습을 2017년 서울에서 볼 수 있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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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모음2015. 1. 29. 08:05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도시간 이동하는 데 가급적이면 고속버스를 타지만 한 두 번은 KTX를 타게 된다. 이번에는 함께 여행한 러시아인 에스페란토 친구에게 한국에서 가장 빠른 열차를 꼭 태워주고 싶었다. 


"이제 한국에서 가장 최고로 빠른 고속열차를 탈 거야."
"얼마나 빠른데?"
"시속 300킬로미터."
"우와~"
"전 구간이 그런 것은 아니고 일부 기간만이고 보통 시속 170-200킬로미터."
"평균 300-400킬로미터는 돼야 고속이라 할 수 있지..."
"맞는 말이다."

이렇게 해서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는 고속열차 KTX에 올랐다.
자리에 앉자마자 이 외국인 친구는 서울과 부산간의 거리가 궁금했다.

"서울까지 몇 킬로미터이지?"
"약 400인데 승차권에 정확한 거리가 표시되어 있는지 한번 확인해볼게."

열차승차권을 꼼꼼히 다 살펴봐도 이동구간 거리표시는 없었다. 있을 법한 사항인데 없으니 아쉬웠다.


주변을 둘러보고 좌석의 팔걸이를 보니 눈살이 절로 찌푸려졌다. 선진국 한국의 대표적인 상징물 중 하나인 고속열차 KTX의 좌석 상태가 이 정도라니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았다. 너무 닳아서 헤어져 속이 다 드러났다. 옆에 앉은 외국인 친구에는 그냥 아무런 일이 없는 듯 태연하게 대했다. 



청결 민감하는 사람이라면 팔걸이에 편하게 팔을 걸 생각이 달아날 듯했다. 낯선 곳에서 약점이나 불만 사항을 찾으려는 사람들에게 딱 걸릴만한 사항이다. 

한편 1달 전 오랜만에 타본 리투아니아 급행열차의 좌석이 떠올라 한번 비교해보았다. 

▲ 한국 KTX리투아니아 급행열차

한국 철도교통의 상징적인 얼굴 KTX의 빠름보다 다 닳아져 헤어진 좌석이 내 뇌리에 더 오래 남는 기차여행이었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5. 1. 28. 08:54

가족 중 누군가가 여행이나 출장을 갈 때 남아 있는 가족은 행여나 돌아올 때 가져올 선물을 기대한다. 그래서 집 떠나는 사람의 선물에 대한 고민은 남아 있는 사람의 선물에 대한 기대만큼이나 깊다. 

한 지인은 늘 초콜릿을 선물로 산다. 초기에 그의 가족은 "뭘 이런 것을 선물로?!"라며 실망스러운 반응을 보였지만, 익숙해지자 "이번엔 어떤 초콜릿을 가져올까?" 기대감으로 차 있다고 한다. 

다른 지인은 쉬려고 여행가는데 선물 선택 고민으로 여행을 힘들게 할 수 없으니 아예 선물을 사지 않는다고 한다. 가족도 이젠 이를 당연히 받아들인다고 한다. 하기야 요즘 해외여행은 그 옛날 이웃 마실 나들이 가는 든한 기분이다.

이번 한국 방문을 앞두고 딸아이가 꼭 부탁한 선물이 있었다. 여권수첩이다. 딸아이는 직접 인터넷 검색을 통해 멋진 여권수첩을 봐두었다. 

* 딸아이가 부탁한 여권수첩


"아빠, 다른 것은 안 사도 되는데 꼭 이것은 사와야 돼, 알았지?"
"열심히 찾아볼게."

한국에서 기회 있을 때마다 기념품 가게 등에서 여권수첩을 찾아보았다. 어느 곳에서도 여권수첩은 없었다. 한국에서 출국일이 가까워지자 딸아이의 부탁을 들어주지 못한 것이 영~ 마음에 걸렸다. 

출국 전날 밤에 숙소 근처에 있는 재래시장을 둘러보왔다. 과일가게의 커다란 배가 눈에 확 들어왔다.
'바로 이거야! 이것이면 딸아이의 실망감을 다 잠재울 거야!'라며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일반적으로 농수산물 반입 절차는 까다롭다. 잠시 고민했지만, 수화물 가방 속에 넣어 만약 걸린다면 순순히 그 절차에 응하기로 했다. 이렇게 내 두 주먹보다 더 큰 한국 배 3개가 집까지 무사히 오게 되었다.


여행가방을 열자 딸아이는 다른 것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오직 한국 배였다. 
"아빠, 정말 고마워! 아빠가 어떻게 내 마음을 그렇게 잘 알아? 아빠 짱이야! 나 오늘 대박이다! ㅎㅎㅎ"


몇 해 전 한국을 같이 방문했을 때 먹어본 후 딸아이는 한국 배를 지금껏 먹어보지 못했다. 대형상점이나 재래시장 과일 판매대를 지날 때 딸아이는 한국 배가 아주 먹고 싶다고 자주 말하곤 한다. 이렇게 모처럼 한국 배를 먹게 되었다.

* 씨를 버리기가 아까워 일단 화분에 심어놓았다.


"한국 배가 정말 맛있어?"
"세상에서 제일 맛있어."
"왜?"
"물이 많고 달고 사근사근 씹히는 맛이 정말 좋아!"
"여권수첩 못 사서 미안해."
"괜찮아. 이 한국 배가 최고야!"
"그렇게 생각하니 고마워."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5. 1. 26. 08:47

3주일 동안 한국에서 머물다 유럽 리투아니아에 있는 빌뉴스 집으로 최근 돌아왔다. 이번 한국 방문 중 생활에서 유럽 생활과 가장 비교되는 점은 다름 아닌 온돌이다. 온돌은 방바닥을 따뜻하게 하는 한국 전통적인 가옥 난방법이다. 

어린 시절 늦가을이나 겨울철에 뒷산을 돌아다니면서 땔감으로 소나무나 참나무 낙엽을 긁어 모우거나 썩은 나무 등을 패서 집으로 가져오곤 했다. 아궁이에 불을 때면서 심심해 불장난을 할 때 밤에 오줌을 싼다고 하지 말라고 하시는 어른들의 말이 여전히 귀에 생생하다. 따근따근한 아랫목 이불 속에 누워 있으면 저절로 잠이 사르르 온다.

이번 한국 방문에서 여러 곳에서 단독주택 온돌방에서 자게 되었다. 이불로 덥혀진 방바닥은 따뜻했지만,위에는 한기가 나돌았다. 그래서 어느 집에서는 외투마저 입고 있어야 했다. 책상에 앉아 자판기를 두드릴 때에는 손가락이 시러워 호호 불러야할 정도였다. 급한 일이 아니였다면 이불 속에서 마냥 지내고 싶었다.

가옥의 창문과 벽두께를 보니 쉽게 이해가 되었다. 이중 혹은 삼중 유리 창문과 두꺼운 벽으로 된 유럽 가옥들에 비해 열손실에 취약할 수 밖은 집구조였다. 우리 집은 현재 실내온도가 21도다. 긴팔 옷을 입고 있으면 추위와 더위의 경계가 없는 안락하믈 누리고 있다. 손가락도 시럽지 않아 아무런 불편 없이 자판기를 두드린다. 그런데 바닥에 맞닿아 있는 발바닥과 발목이 종종 시럽다. 이럴 때 한국의 온돌이 몹시 그립다. 

* 따뜻한 방바닥이지만 창문과 벽이 얇아서 한기가 숭숭 들어온 어느 한국의 온돌방


물론 난방비가 제일 부담스럽지만, 온돌방 벽에 라디에이터가 설치되어 있으면 가장 이상적이 아닐까...

이렇게 열손실이 높은 온돌방에서 있노라면 사람이 쉽게 게을러지고 무기력해질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그 옛날 창호지 문짝으로 어떻게 추운 겨울을 견뎌낼 수 있었는지 지금 생각하면 애처롭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다.

이번 한국 방문에서 온돌방에서 여러 날을 함께 지낸 러시아인 에스페란토 친구는 온돌방에 감탄하면서 한마디했다.

 * 어깨가 시리다고 따뜻한 이불 속에서 휴식 중인 에스페란토 친구


"온돌방 바닥이 따뜻해 좋지만, 어깨가 시러워 움직이기가 싫어."

"맞아. 그래서 한국의 겨울은 일손을 다 놓고 그냥 푹 쉬는 계절이지."
"아, 그래서 우리도 지금 휴가 내고 여행중인가봐...ㅎㅎㅎ"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15. 1. 22. 23:28

해변에 폭풍이 불면 사람들은 피할 곳을 찾아 떠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폭풍이 불면 오히려 해변으로 사람들이 몰리는 곳이 있다. 바로 발트해 동쪽에 있는 해변이다. 특히 리투아니아와 폴란드 사이에 있는 러시아 영토 칼리닌그라드 해변이다.

 

왜 일까?

 

거대한 풍랑따라 바다가 뿜어내는 것이 있다. 이것을 줍기 위해서 사람들이 해변으로 모인다. 이것이 7보 중 하나인 호박이다.  

 

발트해 호박은 역사가 오래 된 것으로 유명하다. 4-5천만년 전에 형성되었다. 세계 호박 생산량의 90%가 이곳에 나온다. 2014년 한 해 동안 이 지역에서 세공된 호박의 양은 250톤이다. 호박은 이 지역 사람들의 중요한 수입원이기도 하다. 

 

 

밀려오는 거센 파도에  아랑곳하지 않고 호박을 줍는 사람들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공개되어 눈길을 끌었다. 정말 실감나게 호박을 줍고 있다. 목숨 걸고 나선 사람들처럼 보인다. 이런 사정을 모르는 사람은 이들이 바다를 청소하는 사람으로 착각할 수도 있겠다.   

 


 

행여나 아래와 같은 호박을 줍는다면 단번에 팔자를 고칠 수도 있다. 아래는 리투아니아에서 가장 큰 호박이다. 무게가 3.5kg이고, 한국돈으로 약 5억원이다.

 

 

위와 같은 거대한 호박이 아니더라도 이렇게 그 안에 파리, 거미 등이 들어가도 값이 나간다. 

 

 

이 지역의 발트해 해변을 산책하는 이들은 바다가 주는 이런 행운을 잡기 위해서 발밑을 잘 살펴보면서 산책을 해야할 듯하다.

Posted by 초유스
다음첫면2015. 1. 19. 05:52

유럽인 친구와 함께 잠시 한국에 와 있다. 
충남 산 속에서 열리는 국제 행사에 참가하고 있다. 
따뜻한 햇살로 아기자기한 산들 위로 내려다보는 파늘 하늘이 참으로 멋지다,


한국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쾌청한 겨울날이 감동으로 다가오지 않지만
우중충한 구름낀 날로 가득찬 겨울을 지내야 하는 북쪽 유럽 사람들에게는 인상적이지 않을 수가 없다.

밖에는 파아란 하늘이요, 안에는 따끈한 바닥이 이 유럽인 친구의 찬탄을 자아내었다.
건물 안에서는 실내화를 사용하고 있다. 

사전에 친구에게 알려주었다, 한국의 방에는 복도에서 싣는 실내화를 벗고 방으로 들어간다고... 

나와 함께 방에 들어갈 때는 나를 따라 그도 방문 앞에서 실내화를 벗고 들어갔다.

그런데 방에서 아뿔싸...

어느 순간 방바닥에 다리를 뻗고 뭔가 적고 있는 그 모습을 보게 되었다.


복도와 건물 근처에서 신고 다니는 실내화가 그의 발바닥에 여전히...



"어~~ 친구야."

"왜?"

"네 발 좀 ㅎㅎㅎ"

"앗, 내 정신 좀 봐."

"그처럼 습관이 참 무서운거야."


유럽 생활 초기에 현지인 친구들의 집 문을 열고 들어가면 깨끗한 마룻바닥이라 신발을 벗으려고 했다. 그럴 때마다 실내화를 싣고 있는 현지인들도 그냥 신발을 벗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종종 우리 집에 소포를 가져오거나 전기나 가스를 점검하는 사람들이 찾아온다. 아파트 현관문에서 신발을 벗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는 사람도 있다. 후자의 사람들에게 "우리 집은 신발을 벗어야 돼요."라고 말하기가 쉽지가 않다. 그 사람이 나간 후 방이니 복도를 청소하는 것이 마음적으로 더 편하기 때문이다. 


유럽인이 한국의 집에 손님으로 와서 비록 사전 알림을 들었을지라도 습관으로 인해 신발이나 복도용 실내화를 신고 방안으로 들어오기가  쉽겠다. 습관의 위력이다. 그러니 낯선 곳에서의 처신에는 자기점검이 더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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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5. 1. 2. 08:43

지금껏 25여년을 유럽에 살면서 가장 조용하게 새해를 보냈다. 보통 친구들이나 친척들을 초대하거나 초대 받아서 새해의 0시 0분 0초를 환호 속에 맞이했다. 그런데 이번 새해엔 그야말로 밖에 잠시 나가 폭죽 속에 새해를 맞을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아래 영상은 2014년 새해를 폭죽 속에 맞이한 영상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꼭 번역을 마쳐야 할 일이 아직 남아 있어서 송구영신의 시각을 잊으면서 일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 더 큰 이유는 자고 나면 새날이요, 지난 시각은 헌날이라는 원칙에 너무나 충실해 세월흐름에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의 상황을 이해해준 가족 덕분에 새해맞이 시각에도 '놀지' 않고 일을 할 수 있었다. 


그래도 2014년의 마지막 저녁이니 아내가 평소보다 조금 더 신경을 썼다. 식사하면서 딸아이가 주도해 잠시 동안 우리집 2014년 10대 대사를 꼽아보았다.


1. 언니가 미국에서 공부

2. 요가일래가 TV 노래 경연 출전

3. 카나리아 란자로테-푸에르테벤추라 가족 여행

4. 할머니 순조로운 수술

5. 어머니 학교 공연 성황

6. 요가일래 실팔찌 취미

7. 리투아니아 유로 도입

8. 아버지 단체관광 직접 조직

9. 요가일래 수학 공부 우수

10. 요가일래 그림그리기 재미


딸이 주도하다보니 우리 집 10대 뉴스의 반을 차지했다. ㅎㅎㅎ

수학이 어려워 그 동안 힘들어했는데 2014년에는 수학이 재미있다고 아주 좋아했다. 실팔찌 만들기와 미술이 새로운 취미로 자리 잡았다. 내년에는 어떤 10대 뉴스가 우리 집 연말 식탁에 오를까...


며칠 전 딸아이는 유리병을 포장을 하고 있었다.

"뭐하니?"
"지금 유리병을 포장하고 있지?"
"왜?"
"내 새해 포부야."
"새해 포부가 뭔데?"
"새해에 좋은 일이 생기면 적어서 이 안에 집어넣으려고."
"왜 그렇게 하는데?"
"나중에 얼마나 좋은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보려고."
"그래 맞다. 좋은 일을 잊어버리기 전에 적는 것도 참 좋겠다."

* 2015년 딸아이의 좋은 일 쪽지통


좋은 일을 챙기는 것이 딸아이의 새해 포부란다. 선악을 별로 챙기지 않고 그냥 그렇게 살아가는 내 자신을 돌아보니 잠시 뭉클해졌다.
   
"그런데 말이야. 좋은 일만 챙기지 말고 좋지 않은 일을 위한 통도 하나 만들어놓으면 어떨까?"
"좋은 일로만 충분해."
"좋은 일 수와 좋지 않은 일 수를 나중에 서로 비교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은데."
"새해는 하나만 할거야."

과연 얼마나 새해 포부에 충실할지는 모르겠지만, 저 통 안에 좋은 일 쪽지가 가득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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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4. 12. 28. 11:14

영화 '인터뷰'가 화제다. 미국 영화사 소니 픽처스가 제작한 코미디 영화이다. 가상으로 김정은 북한 최고 지도자의 암살을 다루고 있다. 

주제가 주제인만큼 해킹으로 인해 개봉이 취소가 되었다가 크리스마스를 맞아 미국에서 일제히 개봉되었다. 첫 날 수입이 100만달러(11억원)으로 추산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 영화 '인터뷰'(The Interview) 포스터. ⓒ소니픽처스 

 
결과적으로 놓고보면 해킹 사건이 오히려 이 영화를 홍보하는데 한몫을 차지한 듯하다. 제작사는 영화관뿐만 아니라 유튜브, 구글플레이 등 다양한 방법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아직 리투아니아에는 '인터뷰'가 개봉되지 않고 있다. 최근 인터넷으로 이 영화를 무료로 볼 수 있는 사이트를 알게 되었다. 


*** 영화 '인터뷰' 무료로 보기 사이트: www.pubfil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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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4. 12. 25. 07:33

유럽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크리스마스 전야 만찬에 12가지 음식을 마련한다. 12는 예수 그리스토의 12 제자를 기리기 위해서다. 하지만 사람들은 신의 은총을 받아 12개월 동안 무병 건강하기를 바란다. 어제 크리스마스 전야 만찬에서 우리 가족이 먹은 음식들이다.

1. 민물의 상어 - 강꼬치고기


2. 콩샐러드


3. 샐러드


4. 청어


5. 김치


6. 그물버섯


7. 쌀밥샐러드


8. 붉은사탕무샐러드


9. 빵


10. 훈제연어


11. 강꼬치고기 돈까스


12. 양귀비씨앗, 건빵, 우유


그 동안 눈이 내리지 않다가 전야 만찬을 하는데 눈이 쏟아졌다. 산타 할아버지가 오기 위한 눈썰매길을 만들어준 셈이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크리스마스 전야의 눈내림을 새해에 풍성한 양봉 생산을 예견한다. 이 믿음처럼 새해엔 쓰라린 삶 대신에 달콤한 삶이 개인 가정 사회에 널리 펼쳐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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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4. 12. 23. 07:28

이제 이틀 후면 크리스마스다. "즐거운 크리스마스"라 서로서로 인사를 나누지만, 어느 때엔 즐거움은 사라지고 고민만 머리 속에 맴돈다.

한해를 마감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시점인데 가까운 친척들에게 "올해는 무엇으로 선물해야 하나?"가 12월 초순부터 우리 집의 화두다. 

어린이들은 순진무구하다. 그저 자기가 받고 싶은 물건을 산타 할아버지에게 부탁하는 편지를 쓰기만 하면 된다. 이 또한 부모로서는 고민거리다. 어떤 아이는 그 편지를 다른 식구들이 뜯지 못하도록 풀로 꼭꼭 붙여놓는다. 이 경우 부모로서 먼저 그 받고 싶은 물건이 무엇인지 파악해내야 한다. 설사 알아내었더라도 그 물건이 황당하거나 값이 부모가 감당하지 못할 때는 역시 고민스럽다.

* 방문에 부모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을 몰래 포장하니 방해하지 마라는 딸아이의 안내문 


친척들도 자기가 원하는 물건을 살짝 이야기해준다면 좋겠다. 말이 가까운 친척이지 일년에 서너 차례 정도 만난다. 그러니 이 또한 알아내는 것도 쉽지 않다. 결국 '선물은 주는 사람 마음이다'라는 원칙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  

올해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자기가 직접 만든 물건을 선물하는 것이 유행이다. 며칠 전 한국어 종강 수업에 한 학생이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었다. 다른 학생들은 초콜릿 등을 선물했지만, 이 학생은 집에서 직접 만든 사과잼과 토마토잼을 선물했다.

* 빌뉴스대학교 한국어 수강생이 직접 만들어 선물한 사과잼과 토마토잼


자, 그렇다면 우리 집은 올해 어떤 선물을 결정했을까?
12월초 유럽인 아내와 선물에 관해 대화를 나눴다.

"올해 친척들에게 무엇을 선물하지?"
"친척들이 우리 김치가 맛있다고 하니 김치로 하면 어떨까?"
"하기야 지금까지 김치를 선물한 적은 없었지."
"평소보다 더 많이 담그면 되겠네."
"우리만이 할 수 있으니 김치 선물이 딱 좋겠다." 

유럽인 아내의 일가친척들은 결혼 초기에 김치를 냄새가 나는 괴상한 음식으로 치부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금씩 김치에 익숙해지더니 우리 집에 오면 이들이 제일 먼저 찾는 음식이 바로 김치가 되어버렸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어느듯 김치는 이들에게 신(神)적인 음식이 되어버렸다. 그러니 김치 선물이 딱 좋을 수밖에... 

이렇게 아내와 함께 김치를 넉넉하게 담갔다. 소금을 뿌리고, 양념을 준비하고, 절인 배춧잎에 양념을 바르는데 더 많은 시간과 힘이 들었다. 하지만 전혀 기대하지 않은 선물을 받아 좋아할 친척들을 생각하니 힘들지는 않았다.    


어젯밤 아내는 먹기 쉽게 긴 배춧잎을 입에 넣기 좋을 만큼 잘게 잘랐다. 그리고 유리병에 김치를 담아 포장까지 마쳤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크리스마스 전야 때 12가지 음식을 먹는다. 다가오는 새해의 12달 동안 건강하게 살자라는 염원이 담겨져 있다. 이날은 생선을 제외한 고기 음식은 없다. 


* 유럽인 친척들의 크리스마스 전야 식탁에 오를 초유스표 김치

  

이 식탁에 우리가 만든 김치가 12가지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겨울철이라 김치에 마늘을 평소보다 2배는 더 넣었다. 매워서 입은 헐 수도 있지만 김치 효능으로 모두 건강한 새해를 맞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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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4. 4. 30. 09:01

유럽인 아내와 같이 살면서 힘드는 일 중 하나가 바로 요리다. 아내가 밥상을 다 차려놓고 부르면 가서 먹으면 되는 일은 꿈에서나 상상할 수 있는 일이다. 이런 일은 우리 집에서는 지극히 드물다. 이것을 요구했다가는 보따리 싸서 집 나갈 각오를 해야 한다. ㅎㅎㅎ

그러니 자의든 타의든 부엌에서 보내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다. 특히 아내가 오후에 직장에 나가는 날이면 점심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또한 학교에서 돌아오는 딸아이 점심까지 챙겨줘야 한다. 어제 냉동실을 살펴보는데 까맣게 잊어버린 콩나물을 발견했다.

* 직접 키워 손질한 콩나물

'잘 됐네. 오늘은 콩나물국이다.'

이렇게 부엌에서 콩나물을 끓이고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콩나물 냄새가 냄비뚜껑 사이로 새어나왔다. 이 냄새에 전혀 익숙하지 않은 딸아이가 자기 방에 나오더니 한마디했다. 

"아빠, 뭐해? 정말 냄새가 지독하다. 숨을 쉴 수가 없어. 토하고 싶어."

그리고 딸아이는 부엌문을 꽝 닫아버렸다. 콜록콜록 기침까지 했다. 냄새가 나는 집에 있기 싫다면서 평소보다 더 일찍 음악학교로 가버렸다. 속으로는 딸아이의 과한 행동을 나무라고 싶었다. 

같은 식구도 이렇게 반응하는대 이웃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생각하면 콩나물국 끓이기를 결심한 것이 후회스러웠다. 사실 직접 힘들게(?) 키워서 냉동실에 넣어둔 콩나물이라 버리기가 아깝다.

아무튼 혼자 콩나물국을 먹고 있는데 휴대폰으로 문자쪽지가 하나 날아왔다. 딸아이가 보낸 문자였다. 아빠의 음식에 너무 과격한 반응을 일으킨 것이 마음에 걸렸던 것이다.


딸아이의 엉터리 한글을 번역하면 이렇다.
"문을 쾅 때려서 미안해. 냄새가 나빠."

사과할 줄 아는 딸 때문에 남아있는 콩나물은 딸아이가 서너 시간 동안 집에 없을 때 몰래 끓여먹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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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4. 4. 10. 08:41

우리 집 냉장고 벽에도 예외없이 장식용 자석 기념품이 붙여져 있다. 지난 해 아내가 딸아이의 행동에 못마당해 훈계하는 것을 보고 딸에게 부탁하는 내용의 종이쪽지를 붙여놓았다. 그리고 3개월 전 또 다른 종이 하나를 붙여놓았다. 


내용은 하루하루 자신를 살펴보게 한다. 냉장고 곁을 갈 때마다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서다. 지난 3월개월 동안 식구 어느 누구도 이 종이에 눈길을 주지 않았다. 그런데 어제 딸아이가 처음으로 관심을 가졌다.


"아빠, 저 종이 한번 읽어봐."   
"심지에 요란함이 있었는가......"
"아빠, 요란함이 뭐야? 어려워."
"요란하다는 것은 시끄럽다는 것이다."
"그러면 심지는 또 뭐야?"
"마음 땅이라는 뜻이다."
"왜 마음이 땅이지?"
"자, 아빠 말을 들어봐라. 우리가 땅에 꽃을 심으면 나중에 꽃이 피지?"
"그래."
"아무 것도 없는 땅에 무엇을 심느냐에 따라 나중에 그것을 수확하게 된다. 분홍꽃을 심으면 분홍꽃이 피고, 하얀꽃을 심으면 하얀꽃이 핀다."
"아, 알았다. 예쁜 마음을 심으면 예쁜 마음이 피고, 나쁜 마음을 심으면 나쁜 마음이 핀다."
"그래. 그래서 마음을 땅이라고 한다."
"그런데 마음이 어떻게 시끄러워?"
"이거 사고 싶다는 마음, 저거 갖고 싶다는 마음, 남을 불평하는 마음, 미워하는 마음...... 이렇게 많은 마음이 있으니 시끄러울 수밖에 없잖아."
"그러면 어떻게 해야 돼?"
"그런 마음이 일어나면 없애야지."

며칠 전 아내는 냉장고 벽에 하도 많은 것이 따닥따닥 붙여있어서 떼어내려고 했다. 이를 본 딸아이가 아내를 막았다. 
"엄마, 이건 안 돼!"
"왜?"
"아빠가 써준 거야. 내가 이걸 종종 보면서 내 마음을 돌봐야 돼."


이 사실을 알려주면서 딸아이는 말했다.
"아빠, 엄마가 이걸 버리려고 하는 것을 내가 안 된다고 했어. 내가 잘 했지?"
"그래. 그것을 늘 보면서 네 마음을 살펴라."

그냥 휴지로 여기고 버릴 법도 한 데 아빠가 써준 것이라 잘 간직하겠다고 하는 딸아이의 행동이 마음을 찡하게 했다. 이제는 "마음이 시끄러웠나? 안 시끄러웠나?"라는 물음도 알게 되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 4. 9. 06:42

부엌에서 아내와 함께 요리할 때가 종종 있다. 더 날카로운 칼이 필요해 아내가 사용하고 있는 칼을 부탁한다. 이때 아내는 칼을 내 손으로 주지 않고 탁자 위에 내려놓는다. 그냥 손잡이를 나를 향해 주면 그만인데 꼭 탁자에 내려놓고 그 칼을 내가 직접 가져가게 한다.


때론 식탁에 둘러앉아 아침을 먹을 때 치즈를 자르기 위해 건너편에 있는 식사용 칼을 부탁한다. 이때도 아내는 가까운 곳에 칼을 내려놓고 내가 가져가라고 한다. 처음에는 "줄려면 끝까지 손에 쥐여줘야지 꼭 한번 더 나를 수고스럽게 한다"고 불평하곤 했다. 아내의 행동은 심하게 해석하면 마치 나에게 불만을 표사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 

때로는 상당히 성의가 없어 보인다.
정말 성의가 없어서일까?

*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상대방에게 칼과 같은 날카로운 것을 줄 때 직접 주지 않는다.

사실 그렇지가 않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옛부터 칼이나 포크, 가위, 바늘 등 날카로운 물건을 상대방에게 직접 건네주지 않으려고 한다. 만약 건네주면 이것이 두 사람간 불화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날카로운 물건을 가급적 상대방에게 선물하지 않으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선물해야 할 상황이면 선물을 주긴 주되 이를 상징적으로 1원에 사라고 한다. 이 물건이 행야 가져다 줄 두 사람간 불화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다.  

그렇다면 리투아니아외에 다른 나라 사람들은 이 경우 어떻게 할까 궁금했다. 즉각 페이스북을 통해 문의했다. 

미국 친구: 칼을 그냥 주거나 손잡이 부분을 상대방에게 준다.
스웨덴 친구: 대체로 손잡이 부분을 상대방에게 준다.
프랑스 친구: 프랑스인들은 칼 선물을 피한다. 칼을 받았다면 액운을 없애기 위해 동전을 줘야 한다.
브라질 친구: 우린 아무런 걱정 없이 직접 칼을 건넨다.
이탈리아 친구: 이탈리아 북부 지방 사람들은 직접 칼을 건넨다.
아르헨티아 친구: 칼을 직접 건네지 않는다. 이는 액운을 불러온다. 

액운을 피하기 위해 칼을 직접 건네지 않는 나라도 있고, 이에 개의치 않고 다른 물건 주듯이 칼을 주는 나라도 있다. 아뭏든 적어도 줄 때에는 날카로운 부분보다는 손잡이 부분을 상대방에 건네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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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모음2014. 3. 17. 07:14

토요일 비가 내렸다.
창문가에서 서서 창문을 바라보니 창문에 부딛혀 떨어지는 빗방울이 눈길을 끌었다.


마치 봄이 하늘에서 흘러내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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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3. 12. 13. 06:00

이제 곧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 1년 중 자녀들이 가장 기다리는 순간이다. 바로 산타 할아버지가 가져다줄 선물 때문이다. 자녀들은 지난 한 해를 반성하고 자기 원하는 선물을 부탁하는 편지를 쓴다. 그리고 이 편지를 크리스마스추리에 놓는다.

먼저 최근 누리꾼들 사이에 화제가 된 산타 할아버지의 선물 주기 영상을 소개한다. 캐나다 항공회사 Westjet이 자신의 승객들에게 실시간에 선물을 주는 장면이다. 탑승을 기다리는 승객들과 대화를 통해 받고자하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알아냈다. 승객들이 도착할 공항으로 그 선물을 배송한다. 승객들은 수하물 찾는 곳에서 깜짝 선물을 받게 된다.


한마디로 감동이자 기적이다. 이처럼 유럽의 사람들에게는 산타 할아버지가 아주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딸아이 요가일래는 이제 막 만 12살이 되었다. 여전히 산타 할아버지의 존재를 철석같이 믿고 있다. 나이가 점점 많아짐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다. 

어렸을 때에는 카드에 편지를 써서 봉투에 넣어 봉했다. 하지만 올해는 그냥 하얀 종이에 편지를 써서 산타 할아버지가 쉽게 읽을 수 있게 했다. 어렸을 때에는 원하는 선물을 꼭 한 가지로 기입했지만, 올해는 여러 가지다. 다 받으면 좋겠지만, 욕심이 많다고 하나도 안 줄 수가 있으니까 일단 여러 가지로 적어놓고 산타 할아버지가 선택해서 하나만 주시도록 했다.   

* 우리 집 크리스마스추리와 산타 할아버지께 쓴 요가일래의 편지

편지 번역본:
산타 할아버지 
올해 저는 너무 좋지 않고, 너무 나쁘지도 않았어요. 한마디로 보통이었습니다. 아마도 다음해에는 허리띠를 조금 더 조아야겠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선물과 좋은 한 해를 보내게 된 것에 감사드립니다.
아래 말할 몇몇 선물 중 무엇이 저에게 가장 유익하고 저를 가장 기쁘게  할 것인지는 할아버지께서 선택해주세요.

첫 번째는 원디렉션(One Direction)의 새로운 앨범 "Midnight Memories"
두 번째는 파란색 책가방 "CONVERSE" 
세 번째는 원디렉션(One Direction) 향수 "Our Moment": 이 향수는  "Drogas"나 "Eurokos" 가게에서 살 수가 있어요.

할아버지께서 알다시피 제 부모님은 제가 원디렉션을 이렇게 좋아하는 건 약간 바보스러운 짓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들은 제가 얼마나 이 남자들을 좋아하는지를 이해하지 못해요. 그들의 음악과 존재만이 저를 행복하게 해줘요. 사람이 가장 좋아하는 것을 못하게 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가요? 

원디렉션 "FANGIRLINTI"(팬걸되기)가 참 좋아요. 이는 이 남자들에 열광한다는 뜻이에요. 그들이 정말 내 마음에 들고, 저는 제 생각을 결코 바뀌지 않을 거예요. 원디렉션은 제게 하느님입니다. 끝으로 저에게 행복, 건강, 좋은 성적, 성취, 자기신뢰를 주실 것을 부탁합니다. 할아버지, 감사합니다. 그럼 이만.

선물 한 가지만 고집하지 않고 여러 가지로 나열해 산타 할아버지가 형편에 따라 줄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 마음에 든다. 한편 산타 할아버지의 존재에 대한 딸아이의 믿음이 더욱 오래 지속되길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12. 10. 06:12

어제 지방 도시에 살고 계시는 장모님께서 빌뉴스에 오셨다. 이유는 치료이다. 한국으로 치면 도청 소재지 국립병원에서 수술 일정을 다 잡아놓으셨다. 그런데 수술일자가 가까워지자 마음이 점점 불안해지셨다. 

고소한 병원에서 수술 받아야 하다니
의료 사고로 장모님께서 이 국립병원을 검찰에 고소했고, 수술 예정 담당 의사도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같은 도시에 사는 처남이 이 병원에서 수술해서는 안 되고 수도인 빌뉴스에 있는 병원에서 할 것을 강력하게 권장했다. 

아내가 빌뉴스에 있는 국립병원에 진료를 예약하려고 하니 2-3개월 이후나 가능했다. 인터넷과 지인을 통해 얻은 정보에 따라 능력있는 산부인과 의사가 운영하는 개인병원에 진료를 예약하는데 성공했다. 

리투아니아의 대부분 개인병원 의사는 국립병원에서 퇴근한 후 개인병원에서 진료한다. 자연히 진료시간은 늦은 오후나 저녁이다. 이때면 아내가 직장에 있을 시간이다. 그래서 장모님을 모시고 예약시간인 오후 5시에 맞춰서 개인병원을 찾았다.

내년에 칠순이 되시는 장모님의 병명은 자궁물혹(낭종)이다. 지방 도시 의사는 몇 차례 진료를 통해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으니 제거 수술이 필요하다고 했다. 당장 암은 아니지만 암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는 것 때문에 장모님께서 수술에 동의하고 날짜까지 잡으셨다. 이번에 오실 때에도 수술에 대비해 입원시 필요한 물건들을 다 챙겨오셨다.

* 갑상선 수술로 입원한 사위를 방문한 장모님

진료시간이 다 되었는데 의사는 나타나지 않았다. 1시간을 기다리자 한 상대적으로 작은 체구의 남자가 들어왔다. 의사였다. 장모님께서는 진료실로 들어가 30분 후에 나오셨다. 얼굴을 보니 밝은 표정이라 결과가 좋은 듯했다. 

지방은 수술 필요, 서울은 수술 불필요
결론은 수술할 필요가 없다. 현재의 물혹을 가지고도 앞으로 100년은 아무런 걱정없이 더 살 수 있다고 했다. 단지 1년 후 다시 진료를 받으러 오라고 했다.

30분 동안 진료를 받으면서 장모님께서는 의사의 친절함과 자상함에 감탄하셨다. 지금까지 이렇게 자상한 의사는 처음이다고 하셨다. 수술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을 주었다. 

똑 같은 자궁물혹을 놓아두고 지방 의사는 수술이 필요하다고 하고, 이 의사는 수술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지방 의사의 말을 따랐다면 지금쯤 장모님께서는 수술병동에 누워있어야 할 때이다.

30분 진료비가 최저임금의 1/4
개인병원에서 초음파검사를 포함한 30분 진료비는 얼마일까? 리투아니아 화폐로 240리타스(한국 화폐로 10만원)이다. 이는 법정최저임금의 1/4분이고, 장모님 월연금액의 1/3이다. 

"참 비싸네요."
"오늘 진료하는 것을 보니 50만원도 주고 싶더라. 수술 안해도 되니 얼마나 좋은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장모님께서는 슈퍼마겟에 들러 맥주를 사서 자축하자고 하셨다. 계산대에서 서로가 지불하겠다고 잠시 우겼다.

"장모님, 제가 내지 않으면 아내가 바가지 긁어요."

이 말에 장모님께서는 동전을 꺼내고 열었던 지갑을 닫으셨다. 그 동전으로 복권 한 장을 사서 내 호주머니에 재빨리 넣으셨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3. 11. 4. 06:33

이 블로그를 시작한 날인 11월 22일이 오면 꼭 만 6년이다. 종종 블로그를 통해 소개한 딸아이는 내일이면 만 12살이 된다. 한국으로 치면 초등학교 6학년생이다. 생일이니 선물이 필요하다. 선물를 주는 일은 쉽지만, 선물을 선택하는 일은 참 어렵다.

어느 정도로 해야 적당하고, 무슨 선물을 해야 받는 사람이 좋아할까...... 

딸아이 친구들은 지난 주말 "무슨 선물을 원하니?"라고 문자로 딸에게 물어왔다. 이에 딸아이는 "딱히 필요한 것은 없지만, 네 마음이 원하는대로 해."라고 답했다.

며칠 전 대학생인 큰딸 친구가 생일을 맞았다. 두 친구가 축하하기 위해 기발한 생일 선물을 준비했다. 생일을 맞은 친구가 곧 프랑스 파리로 교환학생으로 갈 예정이다. 그래서 이들은 상자 표면에 색종이로 프랑스 국기를 장식했다. 


그리고 상자 안에 치즈, 프랑스를 상징하는 바게트빵과 프랑스산 포도주를 넣었다. 재치있는 이들의 선물 선택에 우리 식구들은 박수를 보냈다. 

자, 이제 그렇다면 딸에게 무슨 선물을 해줄까? 1년 중 딸아이가 부모로부터 선물을 기다리는 날은 딱 두 날이다. 성탄절과 생일이다. 성탄절에는 산타할아버지에게 원하는 선물을 편지로 부탁한다. 생일에는 미리 가지고 싶은 물건을 부모에게 부탁한다. 

"올해는 무슨 선물을 받고 싶니?"
"당연히 스마트폰이지."
"너무 비싸잖아. 왜 스마트폰이데?"
"화면이 크고, 인터넷도 할 수 있고, 또 아빠에게 한글로 쪽지도 보낼 수 있고......"
"이유가 참 많다. 학급 친구들도 가지고 있나?"
"있지. 많지는 않지만 가지고 있어."
"나중에 사면 안 될까?"
"한 해라도 빨리 카카오톡으로 아빠하고 한글로 쪽지 보내기를 하고 싶어."

모태부터 지금까지 딸아이와는 한국어로 대화한다. 가끔 보내는 문자도 로마자를 이용해 한국어로 주고 받는다. 그런데 영~ 엉망이다. 소리나는 대로 표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아래는 딸아이와 최근 주고 받은 문자 쪽지이다. 


한국어 철자에 맞게 정리한 내용은 아래와 같다. 
"신데랄라 좀 써 오늘은."
"어디에 있어?"
"일어났니? 우리가 리나 묘에 있다."
"내가 집에 혼자 있어?"
"아니. 빌류스도 있지."
"아~. 빨리 집에 와."
"알았다. 물고기 먹어라. 그런데 조심. 뼈가 있을 수 있다."
"내가 또 잘거야. 안녕."

물론 횟수는 많지 않겠지만, 편하게 한글로 쪽지를 보내고 싶다는 딸아이의 말에 "아, 그래 이제는 사줘야겠네."라고 마음을 굳히게 되었다. 딸아이가 얼마나 정확하게 한글로 문자를 쓸 지 궁금하다. 스마트폰 덕분에 딸아이가 말하는 한국어뿐만 아니라 쓰는 한국어에도 조금씩 익숙하게 되길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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