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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여행2021. 11. 8. 05:28

10월 하순에는 유럽은 일광절약 시간제로 시간이 조절된다. 일조량이 더 짧아지고 잿빛구름이 하늘을 덮고 있는 날이 점점 많아진다. 나무에는 단풍이 들자마자 강풍이 불어오면 한순간에 여러 달 함께 한 나무에서 떨어지는 때다. 6-8월 햇볕에 그을린 피부의 흔적이 거의 사라질 때다. 곧 다가올 긴긴 겨울을 쉽게 이겨나는 방법 중 하나가 아직 여름철 햇볕이 내리쬐는 지중해나 그 남쪽으로 한번 다녀오는 것이다.

 

10월 하순 이집트 홍해 후르가다 롱비치 호텔
이번 가족 여행지로 선택한 곳은 이집트 휴양지 후르가다(Hurghada)다. 온 식구가 보통 함께 가는데 이번에는 개인별 사정이 생겼다. 늘 그렇듯이 주동자가 된 아내는 자꾸만 가자고 우긴다. 
“같이 가자.”   
“대학교 강의도 해야 하고 여행 후유증도 걱정 되고...”
“강의는 비대면으로 하니 어디에서든지 할 수 있잖아.”
“인터넷 속도가 괜찮을지 의문이다. 나 대신 장모님 모시고 다녀와.”

그렇게 해서 아내와 장모 그리고 큰딸이 출발 일주일 전 여행상품을 골라 떠날 준비를 한다. 여행 출발 바로 전날인 토요일 자신의 여권을 살펴보던 아내가 깜짝 놀란다. 관광서가 모두 쉬는 주말이다. 여권 유효가 5개월 반 남았다. 유럽연합 회원국 역내에서는 여권 대신 시민증만 가지고도 다닐 수가 있다. 아내는 이런 연유로 잠시 본인의 여권 유효성을 소홀히 여겼다.
 
입국심사 전 도착비자를 받고 있다.
이집트 입국은 반드시 여권 유효기간이 6개월 이상 남아있어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할지 깊은 고민에 빠진다.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여권 유효기간이 6개월 이상 남아 있어야 도착비자를 받을 수 있다고는 하지만 이미 리투아니아 여행사에서 이집트 현지 도착비자 담당자에게 명단을 통보했기 때문에 도착비자를 받는 데는 문제가 생기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즉 한번 용기를 내서 가는 것이다. 아니면 여행사에 연락해 출발 하루 전에 다른 사람이 대신 갈 수 있는지를 알아보고 누군가에게 여행을 대신가게 하는 것이다. 
 
해변따라 쭉 이어져 있는 호텔에 사막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바로 호텔 뒤부터 사막이 펼쳐져 있다.
 
아내는 대체로 신중하다. 이렇게 해서 아내 대신 이집트 여행을 가게 된다. 리투아니아 여행사가 토요일 늦은 밤까지 친절하게 이 건을 해결해주니 고맙기 그지 없다. 빌뉴스에서 4시간 20분 비행을 한 후 도착한 후르가다는 이집트 남부 홍해연안 최대휴양도시답게 공항규모가 엄청나다. 마스크를 쓴 것을 제외하고는 코로나바이러스 이전의 공항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한마디로 인산인해다.
 
호텔 객실에서 바라보이는 홍해다.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여권 관련 서류를 확인하기 위한 줄이 엄청나다. 수하물이 없을 경우 비행기 도착 즉시 여권심사 없이 입국할 수 있는 유럽 쉥겐조약 회원국 내에서의 여행이 참으로 편함을 다시 한번 확신시켜 준다. 이 긴 줄을 통과하자 입국심사대 전 넓은 공간에 여행사별 임시창구가 마련되어 도착비자를 여권에 붙여준다. 그리고 입국신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이제는 출국심사를 위해 긴 줄 안으로 파도처럼 밀려들어간다. 이따금 긴 줄을 향해 한 사람이 “15달러에 빠른 입국심사를 할 수 있다”고 외친다.

입국심사 자체는 빠르다. 리투아니아에서 출국할 때는 마스크를 벗게 해 얼굴대조까지 하는데 이집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신기한 것은 입국심사를 마치고 나오자마자 한 경찰관이 의자에 앉아서 또 다시 여권과 비자를 확인하는 것이다. 입국심사로도 충분할 텐데 말이다.

상쾌한 여름밤 바람이 우릴 맞이한다. 입국장 밖에서 대기한 여행사 직원이 여행객들을 모아 각각 호텔행 버스를 태운다. 물론 위도가 낮기 때문이지만 일몰 직후 곧 바로 칠흑 같은 어둠이 깔리는 것이 무척 낯설다. 북유럽에서는 일몰 후에도 한참 동안 박명이 남아있다. 
 
버스 짐칸에 가방을 직접 싣기 이동하는데 어디서인지 중년의 현지인이 나타나 마치 자기 가방인 듯이 막무가내 가져가 짐칸에 싣는다. 그리고 태연하게 짐칸 가장자리에 앉아 손을 내민다. 주머니에 사례로 줄 동전이 없어 난감하다. 여기저기 뒤쳐 겨우 1유로 동전을 만들어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 여긴 이렇게 살아가는구나...
 
홍해에서 바라본 후르가다의 일몰 전경
마치 군부대로 들어가는 듯이 호텔 정문은 견고한 철문으로 닫혀 있다. 6박을 지낼 롱비치 호텔에 도착하니 문전성시다. 세계적 코로나바이러스 광풍이 무색하다. 호텔 직원이 가방을 건물 입구에 놓아두고 투숙절차를 밟아라고 한다. 절차를 마치자 저녁부터 먹고 오면 방으로 안내하겠다고 한다. 이 또한 낯설다. 하지만 이는 쉽게 이해가 된다. 
 
들어오고 나가는 투숙객들의 가방을 이렇게 호텔 입구 현관에 놓아두게 한다 
호텔 객실수가 약 1000개다. 하나의 거대한 단지라 어디에 방이 배정될지 밤길에 이동하기도 힘이 든다. 뷔페식 저녁이라 원하는 대로 먹는다. 좋아하는 싱싱한 붉은 석류가 제일 돋보인다. 장모님과 큰딸과 같이 일주일을 지낼 방이 궁금하다. 다행히 가족실이다. 큰 방이 하나고 발코니 쪽 작은 거실형 방으로 되어 있다. 홍해에서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을 맞으면서 첫 날을 보낸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이집트 여행기 1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