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에스토니아 라크베레(Rakvere)를 다녀왔다. 수도 탈린에서 동쪽으로 100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중세 도시다. 13세기 덴마크 왕국 때 돌로 세워지기 시작한 요새가 언덕 위에 우뚝 솟아 있다. 1346년부터 16세기 중반까지 이 도시는 독일 기사단에 속했다. 그 후 스웨덴, 러시아, 폴란드, 스웨덴, 러시아 지배를 받았다.


이 언덕 북쪽 끝에는 뤼베크 법에 따라 도시 권리를 획득한 700주년을 맞이해 2002년 오록스 청동상이 세워져 있다. 선사시대 동국 벽화에 그 모습이 남아 있는 오록스(에스토니아어로 Tarvas)는 1627년 멸종된 유럽 계통 소의 선조이다. 이 청동상은 길이 7미터, 높이 4미터, 무게 약 7톤이다. 


이 도시를 산책하면서 요새나 청동상보다 더 깊은 인상을 준 것이 있었다. 언덕에서 내려와 도심에서 만난 화분이었다. 산책로 가운데에 자리 잡은 화분에는 꽃이 봄비를 맞아 더욱 새록새록 자라고 있었다. 


그런데 반대편으로 가니 화분은 찰나에 긴의자(벤치)로 변신해 있었다. 그 동안 수없이 본 공공 장소 화분은 대부분 화분만으로서 기능을 하고 있었는데 이 화분은 의자 기능까지 갖추고 있었다. 



비만 오지 않았더라면 이 의자에 앉아 등 뒤에서 피어나는 꽃 향기를 맡으면서 도보 산책에 지친 육신을 잠시 쉬게 하고 사색에 잠겨 보았을텐데... 아, 아쉬워라~~~



의자 기능까지 갖춘 화분을 바라보면서 자연과 인간의 상생 공존이 떠올랐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12. 13. 06:11

한국에서 앉아본 양쪽으로 나눠진 등받이 의자가 참 좋았다. 드디어 1년 반 전에 기회가 왔다. 해상운송을 이용하는 한 교민의 도움으로 이 등받이 의자를 갖게 되었다.  


6개월쯤 지나자 비닐천이 조금씩 닳기 시작했다. 이를 본 유럽인 아내가 몹시 황당해했다.

"정말 좋다고 해서 한국에서 산 의자가 6개월밖에 안 지났는데 벌써 이렇게 됐어?"
"6개월이지만 대부분 집에서 일하는 내가 앉은 시간을 한번 생각해봐."
"그래도 그렇지. 너무 빨리 닳는다."


다시 1년이 더 지난 후 지금의 의자 모습이다.  


이제는 앉는 자리가 보기 흉할 정도로 엉망진창이 되어 있다. 그래서 늘 하얀 방석을 놓고 사용한다. 의자의 수명이 너무 짧다고 불평할 수도 있겠지만, 이 모습은 의자가 오래 앉아서 부지런히 일한 지난날에 대한 훈장처럼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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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모음2013. 7. 15. 07:23

얼마 전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 대성당 근처 공원에 다녀왔다. 예전에 이 공원 가운데 거대한 미루나무 한 그루가 우뚝 솟아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벼락을 맞아 쓰러져 있는 것을 보았다. 참 안타까웠다, 그 당시 도시 미관상 이유로 철거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에 보니 철거되지 않고 오히려 의자와 긴의자로 변신해 시민들에게 안락함을 주고 있었다.


위는 미루나무가 서 있던 자리이다.


밑기둥은 여러 사람들이 앉을 수 있도록 평평하게 잘라놓았다.


조금 위에 부분은 이렇게 한 쪽 면을 파서 사람들이 앉을 수 있도록 긴의자를 만들어놓았다.


미루나무 가지이다. 가지의 크기로 쉽게 이 미루나무가 얼마나 거대한 지를 짐작할 수가 있겠다.


비록 뿌리와는 이미 분리되었지만 긴의자로 변신한 미루나무 한 구석에는 이렇게 파릇파릇 싱싱한 잎들이 자라고 있다. 철거해서 화목 등으로 사용하지 않고 공원에 그대로 놓아두면서 시민들에게 안락함을 주게 한 것에 대해 마치 감사하는 듯하다.
 

벼락 맞은 나무를 완전히 베어내서 원래 자리로부터 철거하지 않고 시민들이 앉아서 편하게 쉴 수 있도록 결정한 빌뉴스 시청 관계자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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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모음2012. 8. 1. 03:55

발트 3국 수도 중 중세시대 성곽이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는 수도는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이다. 탈린 구시가지의 서쪽 성곽 밖에는 공원이 가꾸어져 있다. 


이 공원에 돋보이는 의자가 있다. 바로 통나무 의자이다. 나무 한 그루를 그대로 베어다가 손질해 만들어 놓은 의자이다. 


딱딱하고 찬 시멘트나 돌 의자에 익숙한 도시민의 눈에는 색달라 보인다. 길쭉하게 뻗어있는 성곽에 잘 어울리는 통나무 의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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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모음2011. 3. 7. 06:06

지난 주말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 중심가에 전통 민속 장날이 열렸다. 리투아니아 전국 각지의 장인들이 모여 자신의 작품들을 팔았다. 이 날 많은 사람들로부터 웃음을 자아내게 한 특이한 의지가 등장했다. 바로 남근 의자이다. 다소 민망하지만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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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련글: 남한 말고 북한에 메밀가루를 갖다줘 (2010년 카쥬카스 장날에서)

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10. 9. 3. 07:17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의 중심가 게디마나스 거리에 한 식당이 있다. 이 식당은  “Čili kaimas”(칠리 카이마스)로 리투아니아 전통음식을 맛볼 수 있다. 이 식당은 엄청난 무게를 지닌 의자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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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자는 '쥐드루나스 사비쯔카스 의자'로 명명되었다. 사비쯔카스(Savickas)는 리투아니아 스트롱맨으로 세계에서 가장 힘이 센 사람 중 한 사람이다. 칠리 카이마스는 그의 후원자이다. 그래서 그가 와서 앉을 수 있도록 의자를 만들었다. 물론 이 의자는 그가 들 수 있을 정도로 가볍다(?).

최근 이 식당을 딸아이와 함께 다녀왔다. 자기보다 10배나 더 무거운 의자를 들어올리는 시늉을 한 딸아이의 행동이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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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글: 농구 월드컵 우리집 부부젤라는 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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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0. 8. 10.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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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절 흔한 일 중 하나가 바로 도서관 자리 잡아주기이다. 먼 거리에 사는 친구들을 위해 특히 시험철에 자리를 잡아는 주는 일을 가까운 거리에 살고 있는 친구들의 소임이었다.

그냥 책 한 권이나 책가방만 달랑 놓기에는 자리를 잡기 위해서 친구들보다 더 일찍 온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앞섰다. 그래서 어떻게 하더라고 최대한 위장술을 펴야 그 미안한 마음을 줄일 수가 있었다. 책을 펴고, 공책과 볼펜도 놓고 하는 등 공부하다가 잠시 담배 피우거나 식사 하러가는 것처럼 해두곤 했다.

최근 인터넷에 접한 "의자 지킴이" 사진이 대학시절의 도서관 생활을 떠올리게 했다. 한편 공연장이나 회의장 등 좌석번호가 없는 모임일 경우는 유용할 법하다. 자리를 잡았지만 막간을 이용해 자리를 떠야 할 경우 누군가 재빨리 앉을까봐 불안하다. 의자 위에 엎질러진 커피나 녹고있는 아이스크림이 있다면 누구나 기피할 것이다. 특히 조명이 상대적으로 어두운 곳이라면 깜쪽같이 속일 수 있다. (사진출처 / source 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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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야 내가 피곤하더라도 남이 편한 것을 더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속이는 의자 지킴이'이는 불필요하다. 의자 지킴이, 기발한 착상이지만 이기적인 현실을 보는 것 같아서 씁쓸한 마음이 일어난다.

* 최근글: 책 한권 소포도 우체국에서 찾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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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