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에 해당되는 글 125건

  1. 2013.04.30 건망증의 상징, 까마귀 봉지 열어 먹이 찾는다
  2. 2013.03.27 캘리퍼스로 당근 크기를 재면서 썰어봐
  3. 2013.03.18 가공 처리한 고기, 개도 안 먹어 1
  4. 2013.02.18 감자 없는 감자탕 국물에 홀딱 반한 유럽인 6
  5. 2013.02.18 차 한 잔, 케익 한 점, 술 한 잔
  6. 2013.02.11 한인들이 각자 마련해온 설 음식이 이렇게 푸짐 6
  7. 2012.12.21 공원이 아니라 접시에 등장한 눈사람에 환호 2
  8. 2012.05.25 유럽 슈퍼마켓에 한국 미역가지무침 등장 3
  9. 2012.05.07 1초만에 샌드위치 어떻게 만들까? 4
  10. 2011.11.28 김치를 떠올리게 하는 귀국길 저녁노을 4
  11. 2011.11.28 짠내나는 훈제 소시지가 제일 맛있어 2
  12. 2011.11.16 곶감이 주렁주렁, 딸에겐 낯설은 풍경
  13. 2011.11.10 금속 망치로 고기 다지는 영국 유학생 1
  14. 2011.09.18 초대받아 가서 먹은 가정집 음식들 1
  15. 2011.09.12 유럽 식탁에 바퀴벌레 튀김 음식이 등장할까 1
  16. 2011.09.09 식품명 일본 만두에 쓰여진 한글 7
  17. 2011.08.04 가재 말끔히 먹기 이색 대회 1
  18. 2011.05.16 꼬치구이에 등장한 드라이기에 쏟아진 박수
  19. 2011.05.11 못먹을 것 같은 삼겹살, 지금은 우리 집의 특식 2
  20. 2011.04.06 언니 생일에 음식하다 포기한 초3 딸아이의 이유
  21. 2011.01.21 흑빵 속에 담긴 버섯 수프 3
  22. 2010.09.26 아내에게 독버섯으로 오해받은 큰갓버섯 5
  23. 2010.08.05 10일 동안 돈 안 쓰고 버티는 데 성공 8
  24. 2010.06.21 장작불에 굽는 리투아니아 전통과자 샤코티스 1
  25. 2010.04.12 가요제 상 타도 피자, 상 안 타도 피자 먹는 딸의 방법 11
  26. 2010.04.09 폴란드 친구가 요리한 다양한 한국음식들 5
  27. 2010.02.15 해외에서 떡국와 윷놀이로 보낸 설날 4
  28. 2010.02.14 "선생님, 마늘 먹었죠?"에 당황한 아내 2
  29. 2010.02.05 아빠, 라면 끓여놓으세요 - 배 고픈 딸아이 9
  30. 2009.12.25 12가지 크리스마스 음식 확인하며 먹는 딸 5
영상모음2013. 4. 30. 07:33

며칠 전 빌뉴스 중심가에서 먹이를 먹고 있는 까마귀를 만났다. 도심에 흔한 새인 비둘기나 참새 등은 땅 위에 떨어져 있는 것을 주워서 먹는다. 그런데 이 까마귀는 달랐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이 새는 까마귀속에 있는데 뿔까마귀(corvus cornix, hooked crow)이다. 북유럽, 동유럽, 남동유럽, 중동 등지에서 주로 서식하고 있다. 몸통은 잿빛색이고,  머리, 목, 날개 그리고 꼬리가 검은색이다. 또한 부리, 눈, 다리도 검은색이다. 

까마귀는 그 이름 때문인지 건망증이나 문맹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이날 먹이를 먹는 까마귀 모습을 보니까 이런 보편적인 인식이 잘못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영상으로 소개한다.  

1. 까마귀는 직접 쓰레기통을 디지면서 음식이 든 듯한 봉지를 찾는다. 그리고 부리로 이 봉지를 연다.

2. 몸집이 조금 더 커 보이는 까마귀가 음식을 먹는 동안 다른 까마귀는 자리를 피한다. 큰 까마귀가 자리를 피하자 작은 까마귀가 와서 먹는다. 큰 까마귀가 다시 오자 작은 까마귀는 아무런 저항 없이 비켜준다. 연장자를 대우하는 듯 했다. 

3. 먹은 후 까마귀는 흙으로 부리를 닦는다. 마치 사람이 식후 휴지로 입을 닦는 것과 같다.  


이 정도라면 까마귀는 새들 중 지능이 아주 높은 편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아래는 까마귀가 잡식성 조류임을 잘 보여준다. 리투아니아 빌뉴스 도심에서 직접 포착해 찍은 사진을 영상으로 만들어보았다.    


비닐봉지까지 먹는 까마귀다. 음식을 담은 비닐봉지로 여겨진다. 아무리 그래도 비닐봉지까지 먹다니 그 식성이 부럽기도 하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3. 27. 08:02

리투아니아 사람들도 쌀밥을 먹느냐라는 질문을 드물지 않게 받는다. 쌀이 주된 재료인 요리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필라프(리투아니아어로 plovas, 에스페란토로 pilafo)이다. 이는 중앙아시아. 남아시아, 서아시아와 동유럽 등지에서 아주 흔한 음식이다.

필라프는 무굴 제국이 인도 반도에 전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름에 굽은 닭고기, 돼지고기 혹은 양고기와 당근, 양파, 완두콩 등을 쌀과 함께 끓인 음식이다. 인도에서는 결혼식 같은 특별한 날에 먹는다. 지방이 많이 함유되어 있고, 열량이 높다.   

구 소련 시절 필라프 요리법은 소련내 연방국과 동유럽 나라 각지로 전파되었다. 이 덕분에 리투아니아인 아내도 필라프 요리에 능숙하고, 제일 잘 하는 음식 중 하나이다. 지금까지 먹어본 필라프 중 폴란드인 친구 라덱이 요리한 것이 제일 맛있다.

근래에 그의 집을 방문해 필라프를 함께 만들어보았다. 말이 함께 이지 내가 한 것은 양파와 당근을 써는 일뿐이었다.

"당근은 어느 크기로 썰어야 좋아?"
"기다려."


친구는 캘리퍼스를 공구 서랍장에서 가져와서 측정하면서 좋은 크기를 보여주었다. 요리 숙련공과 초보자가 이렇게 차이가 났다. 등잔불을 끈 상태에서 글을 쓰는 한석봉과 떡을 써는 그의 어머니가 떠올랐다[갤러퍼스는 작은 수치를 측정할 때 사용하는 공구이다].

먼저 양파조각을 넣고 기름의 적절한 가열여부를 판단한다. 듬성듬성 썬 돼지고기를 기름에 굽는다. 양파를 넣는다. 양념을 한다. 쌀, 당근, 완두콩을 순서대로 위로 얹는다. 그리고 이를 섞지 않는다. 불을 조절하면서 쌀이 다 익을 때까지 가열한다. 친구가 필라프를 만드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보았다.


밥상에 올려놓은 필라프는 볶음밥과 거의 닮았다. 이 둘의 가장 큰 차이점은 볶음밥은 차가운 밥을 다른 재료와 곁들여 볶은 것이고, 필라프는 생쌀을 다른 재료와 함께 끓인다는 것이다. 구 소련권이나 동유럽 여행자들은 한번 필라프를 맛보길 권한다. 물론은 제일은 숯불 가마솥에 한 필라프이다.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13. 3. 18. 09:35

일전에 한국에서 손님이 한 명 왔다. 달걀, 생선도 먹지 않는 거의 완전한 채식주의자였다. 대부분 음식이 고기인 리투아니아에서 꽤 고생했다. 대형 수퍼마켓에 가면 가공 처리한 고기 판매대와 와 생고기 판매대가 있다. 

가공 처리한 고기를 아내는 거의 사지 않는다. 요리하기는 쉽지만 안에 들어간 첨가물 등으로 인해 생고기보다 건강에 더 좋지 않다는 것을 믿기 때문이다. 최근 폴란드 누리꾼들 사이에 화제가 된 동영상을 보면서 왜 아내가 생고기 구입만을 고집하는 지를 쉽게 알 수 있다. 

요리를 좋아하는 이 폴란드인은 가공 처리한 고기와 생고기를 직접 요리하면서 비교했다. 적어도 영상 속 결과는 가공 처리한 고기는 개도 안 먹는다는 것이다. 그의 영상 속 장면으로 비교 모습을 한번 살펴보자. 


▲ 왼쪽은 가공 처리한 쇠고기이다. 오른쪽은 쇠고기 생고기를 구입해 직접 집에서 기계로 갈고 있다.


▲ 각각 왼쪽은 생고기이고, 오른쪽은 가공 처리한 고기이다. 가공 처리한 고기의 색깔이 훨씬 더 붉다.
 

▲ 후라이팬에서 굽자 생고기가 훨씬 흰색이고, 가공 처리한 고기는 여전히 붉은색이다. 그리고 생고기가 훨씬 더 잘 부서지고, 가공 처리한 고기는 고무처럼 질기다. 


▲ 이렇게 요리한 두 고기를 개에게 준다. 개는 두 고기를 다 냄새 맡더니 생고기로 요리된 것을 먹는다.


이 폴란드인의 비교는 가공 처리한 고기에 대한 경계심을 더욱 두텁게 하고, 아내의 생고기 구입 습관에 박수를 치게 만든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2. 18. 07:33

한국 방문 시 친지들이 흔히 물어보는 것이 있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였다.

"모처럼 한국에 왔는데 뭐 먹고싶은 것이 없어? 사줄게."
"오늘은 감자탕 먹으러 가자."

20-30년 전 감자가 많이 들어가 있는 감자탕 안에 있는 뼈 속까지 파먹던 시절이 떠올랐다. 감자탕이 입에 맞을 지는 의문이었지만, 헝가리에서 온 에스페란토 친구 가보르(Gabor)에게 동행을 권했다. 


이날 묵은지감자탕을 주문했다. 먹을 음식에 대해 헝가리 친구에게 설명했다.
"오래된 김치, 감자, 돼지살이 붙은 뼈를 푹 고은 음식이다. 아마 감자가 들어가서 감자탕이라고 부른다."
"삼촌, 그게 아니고 돼지뼈에 있는 척수나 돼지등뼈 부위를 감자라는 설이 있어."라고 조카가 정정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그 옛날 즐겨먹던 감자탕과는 달리 이번에는 감자가 거의 없었다. 


걱정했지만, 헝가리인 친구는 정말 많이 맛있게 먹었다. 이날 그는 감자탕을 극찬했다.
"지금껏 한국에서 먹어본 음식 중 이 감자탕이 최고다!" 

마지막으로 밥을 비비기 위해 남은 감자탕을 국물을 들어내었다.

"저 국물은 어떻게 하나?"라고 가보르가 물었다.  
"그냥 놓고 간다."
"따로 포장해달고 하면 안 되나?"
"남은 국물을 포장해달라고 하기가 좀 어색해. 더군다나 지금 우리 숙소엔 데워먹기가 불편하잖아."


며칠이 지난 후 가보르는 그 감자탕 국물을 잊지 못했는 지 말했다.
"그때 그 남은 국물을 가져왔더라면 한 두 번 더 맛있게 먹었을 텐데. 그냥 버리게 놓아두어서 참 아까워."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2. 18. 07:10

토요일, 2월 16일은 리투아니아 국경일이다. 1918년 20명의 리투아니아인이 모여 리투아니아 독립과 국가 재건을 위해 선명한 날이다. 올해는 95주년이다. 리투아니아의 중요한 국가행사이다. 에스페란토 친구들과 함께 대통령 궁 광장에서 열리는 기념행사에 참가했다.

행사를 마친 후 몸을 녹이기 위해 인근 카페에 들렀다. 리투아니아인들은 카페에서 보통 어떤 음식을 주문할까? 궁금한 사람들을 위해 현장에 찍은 사진을 올린다.  

차 한 잔
케익 한 점
술(보통 알콜 30-40도) 한 잔
  

영하에 언 몸을 따뜻하게 하는 데에는 이런 술이 딱이다. ㅎㅎㅎ


이날 우연히 만난 한국인 교환학생에게 리투아니아 친구는 열심히 리투아니아 인삿말을 가르쳤다. 모처럼 아내와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카페에서 시간을 보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2. 11. 06:22

외국에서 보내는 설은 한국에서 보내는 설과는 견줄 수가 없다. 설날에 한인들이 모이기로 했다. 이번에는 각자 집에서 음식을 마련해오기로 했다. 이렇게 모인 음식은 그야말로 푸짐했다.


"네가 사는 곳에도 떡국 먹을 수 있나?"라고 설날을 즈음하여 흔히 질문을 받는다.
"먹을 수 있는 정도가 아니라 올해도 넉넉하게 잘 먹었지." 

올해도 어김없이 설날에 과식을 하고 말았다. 모두가 새해에 많이 복 짓고 많이 복 받기를 기원한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2. 12. 21. 06:17

리투아니아의 요즘 날씨는 영하 10도에서 20도 사이이다. 대지는 눈으로 뒤덥혀있다.
 

일전에 빌뉴스 집 근처 공원으로 산책갔다. 이 정도 눈이라면 넓은 공원에 눈사람이 여기저기 서있을 법한데 왜 눈사람이 전혀 눈에 띄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너무 추워서 아이들이 밖으로 나갈 염두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겨울철에 반가운 눈사람을 밖이 아니라 안에서 만나게 되었다. 리투아니아 제2의 도시 카우나스에서 있는 한 식당이었다. 한 친구가 주문한 감자 요리였다. 이와 함께 먹는 생치즈가 바로 눈사람으로 변해있었다. 
 

실외가 아니라 실내에서 생치즈 눈사람을 뜻하지 않게 만나게 되어서 우리 일행 모두는 환호와 감탄의 박수를 쳤다. 어서 빨리 날이 풀려 밖에서도 눈사람을 만들고 볼 수 있길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12. 5. 25. 07:29

유럽에서 살면서 음식에 있어서 가장 그리운 것이 우리나라의 다양한 반찬이다. 요리에 전혀 소질이 없으니 반찬 만들기가 힘든다. 아내가 만들어주는 유럽식 채소 샐러드나 내가 만든 김치가 식탁을 장식할 뿐이다. 가장 흔한 차림표는 밥 한 그릇에 국한 그릇이다. 유럽인 아내도 우리나라의 반찬을 극찬하지만, 제대로 할 수 없어 아쉬워한다. 

어제 빌뉴스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친 후 집으로 돌아오자 아내가 저녁을 준비해놓았다. 그런데 채소 샐러드외에 새로운 반찬이 하나 더 있었다. 키릴 문자로 표기되어 있었다. 앞면을 읽어보니 이렇다.


미역 (바다배추)
가지와 함께 한국식으로
150g

한국식이라는 단어가 눈길을 끌었다. 내용물이 적힌 뒷면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가지와 함께 한 한국식 미역 샐러드 (한국 미역가지무침)
내용물: 미역, 가지(15.1%), 당근, 식용유, 소금, 식초, 설탕, 양념......

이는 벨라루스에서 제조되고, 리투아니아 회사가 수입해 판매하고 있다. 가격은 150g이 2.5리타스(한국돈으로 약 1000원)이다.

지금껏 리투아니아 슈퍼마겟에 '한국 당근'이라는 이름으로 당근무침이 판매되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한국 미역가지무침이 새로운 상품으로 등장한 것은 금시 초문이었다. 슈퍼마겟에 물건을 사러간 아내가 이것을 보자 한국인 남편이 생각나서 사가지고 왔다.


미역은 주로 줄기 부분이었다. 신맛이 좀 과한 듯하지만, 충분히 먹을만한 반찬이었다. 한꺼번에 다 먹기가 아까워서 반쯤 남겨두었다. 약간의 고추장과 함께 비벼서 먹어볼 생각이다.


예전에 러시아 영토 칼리닌그라드 식품가게에서 고려인들이 팔던 그 미역가지무침과 같았다. 벨라루스에 사는 고려인이나 관련된 사람들이 제조해 유럽으로 수출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아뭏든 '한국'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반찬을 이곳 슈퍼마켓에서 살 수 있게 되어서 반갑다.


Posted by 초유스
영상모음2012. 5. 7. 07:57

초등학생 4학년생 딸아이의 아침식사는 아주 간단하다. 등교하기 전 음료수를 마시면서 빵에다가 버터를 발라서 먹는다. 샌드위치 내용물이 너무 빈약하다. 어릴 때부터 먹는 습관이라 다른 내용물을 넣어서 먹는 것이 오히려 맛이 없다고 한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대개 아침식사로 버터 바른 빵과 훈제된 소시지, 그리고 야채로 오이나 토마토를 먹는다. 


최근 러시아 누리꾼들 사이에 화제가 된 샌드위치 만드는 동영상이다. 1초만에 어떻게 샌드위치를 만들까이다. 버터를 빵에 바르는 데 사실 그렇게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한 누리꾼이 재미삼아 그 방법을 알려준다.
 

4각 버터 통채를 빵조각에 올려놓은 황당한 방법이지만, 웃음을 자아낸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1. 11. 28. 08:17

"한국에 가면 한국 음식을 많이 먹어서 정말 좋겠다."라면 아내가 부러워했다. 리투아니아인 아내가 처음 한국에 갔을 때에는 밥과 달걀, 김, 잡채 정도 밖에 먹지 못했다. 두 번째부터 아내는 김치찌게로부터 시작해서 뭐든지 먹으려고 했다.

지난 해까지만 해도 솜씨는 없지만 아내와 합작으로 자주 김치를 만들어 먹었다. 하지만 김치나 고추장을 먹고나면 속이 부담스러워했다. 그리고 당뇨 증세가 있다고 진단을 받은 후부터는 거의 삼가했다. 한국에 가도 삼가할 작정이었다. 막상 가보니 작정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신기한 것은 한국에서 김치를 아무리 먹어도 속이 부담스럽지 않았다. 난 왜 속에 부담주지 않는 이런 김치를 집에서 만들 수 없을까...... 

고국 가는 즐거움은 일가 친척, 친구, 지인을 만나는 데 있지만, 그 동안 먹지 못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데도 있다. 한편 리투아니아 술을 가져가 맛을 보이게 하는 것도 즐겁다. 규정이 있어 넉넉하게 가져가지 못함이 아쉽다. 첫 모임은 에스페란토 하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에게 리투아니아 술 보벨리네를 대접했다.    
 

만남을 위해 건배~~~
아래는 한국에서 머물면서 먹었던 음식들이다. 되도록 많이 찍어서 리투아니아 친구들에게 보여주려고 했지만 먹고 싶은 음식 앞에 두고 카메라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 위에게는 죄스러운 일이었다.  


바로 위 사진은 귀국길 비행기에서 발트해의 일몰 광경을 찍은 사진이다. 붉은 노을이 서울 인사동 한 칼국수 집에서 먹었던 붉은 김치를 떠올리게 했다. 김치를 다시 해먹야지 생각했지만 돌아온 지 벌써 2주일이 훌쩍 지나가버렸다. 노을을 김치 삼아 맥주를 한 잔하고 싶다. 하지만 우중충한 겨울철이라 저런 노을도 이제 보기가 힘들어졌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1. 11. 28. 06:42

얼마 전 딸아이와 함께 3주 동안 한국을 다녀왔다. 한국 가기 전 딸아이는 한국 음식을 먹을 기대에 부풀러 있었다. 
"한국에 가면 뭘 먹고싶어?"
"삼겹살, 불고기, 미역국, 김밥, 김치밥, 소면, 라면, 밤, 대추, 배......"
"그래도 모르니 리투아니아 음식 조금 가져가자. 뭘 가져갈까?"
"훈제 소시지 가져가자."  

첫날 지인의 초대를 받아 삼계탕을 먹었다. 부드러운 닭고기를 소금에 찍어 몇 점 먹어보더니 딸아이는 더 이상 먹지를 않았다.


"아니, 이렇게 맛있는 것을 더 이상 안 먹다니...."
"아빠, 난 김치밥이면충분해." (여기서 김치밥이란 김치를 밥에 발린 음식을 말한다.) 


3년만에 방문하지만 딸아이가 이제 컸으니 한국 음식을 더 잘 먹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기대는 어긋났다. 고기와 과일을 제외하고는 새로운 음식 맛보기에 너무나 소극적이었다.  

"아빠, 훈제 소시지 좀 구해줘!"
"한국에서 파는 빵도 네 입에 안맞다고 안먹는데 어떻게 훈제 소시지를 네가 좋아할 수 있겠니?"
"그러면 리투아니아 있는 엄마한테 부탁해 보내달라고 하면 되잖아."
"소시지가 도착할 때면 우린 벌써 리투아니아 집에 있을 거야."

한국 도착 후 첫날은 아직 남은 리투아니아 훈제 소시지가 영양 보충을 잘 해주었다.

"아빠, 훈제 소시지가 최고로 맛있다!"
"짠내나는 훈제 소시지가 그렇게 맛있어?"
"당연하지. 아빠가 냄새나는 김치를 좋아하듯이 난 훈제 소시지를 제일 좋아해." 


빌뉴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헬싱키 공항에서 딸아이는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엄마, 공항에 나올 때 훈제 소시지 꼭 가져와!"
"훈제보다 더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 놓았어. 훈제 소시지는 내일 먹어."
"안돼. 내가 제일 먹고 싶은 것이 훈제 소시지란 말이야!"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1. 11. 16. 16:29

10월 21일에서 11월 8일까지 한국에 머물다가 돌아왔다. 그 동안 딸아이 요가일래와 두 차례 한국을 방문했다. 딸아이는 세 차례 다녀왔다고 주장한다. 모태에 있을 때 엄마가 한국을 방문한 것도 자기가 한국에 방문한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모두 방학을 이용한 여름이었다. 

2008년 한국의 폭염에 시달린 딸아이는 이렇게 말했다.

"아빠, 이제 나 한국에 안갈 거야."
"왜?"
한국은 너무 더워."
"그럼 시원한 가을은 어때?"
"한번 생각해보지." 

이렇게 이번에는 학교에 알려 양해를 구한 후 딸아이와 함께 한국을 방문했다. 특히 진홍색 단풍과 노란색 은행나무잎을 참으로 오랜만에 보았다.  
 


뭐니해도 딸아이는 리투아니아의 늦은 여름날씨같은 한국의 이번 가을날씨를 좋아했다. 집에서 출국할 때에는 겨울옷으로 무장했는데 인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더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한국 체류 동안 딸아이는 티셔츠 하나만으로 돌아다니기도 했다. 이렇게 올해는 여름을 두 번 보낸 것 같았다.   


본 것도 많고, 먹은 것도 많지만 제일 인상적인 것은 바로 곶감이다. 북동유럽에 속하는 리투아니아에는 감이 자라지 않는다. 가을이 되면 스페인 등지에서 수입된 단감을 사서 먹을 수 있다. 하지만 곶감은 없다. 그래서 전북 익산 상사원 뜰에서 만난 곶감은 딸아이에겐 참으로 낯설은 풍경이었다. 이는 곧 리투아니아 사람들에게 좋은 이야깃거리인 셈이다.   


감이 설사에 좋지만 변비를 유발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딸아이는 두 개를 따서 먹더니 "이젠 아빠가 먹어"라면서 아랫부분을 아빠에게 넘겼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1. 11. 10. 06:24

마르티나는 9월 영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여행용 가방 한 개에 꼭 필요한 물건만 챙겨서 갔다. 살림도구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아파트를 임대해 생활하기 시작했다. 가구는 부엌에 있는 식탁이 전부였다. 이불, 베개, 책상 등 거의 모든 생활용품을 직접 구해야 했다.

어제 마르티나는 영국 유학생이 어떻게 고기를 다지는지 궁금하지 않냐고 하면서 사진을 보내왔다. 고기를 다져야 할 일 생겼다. 하지만 고기 다지기 전문 도구가 아직 없다. 그래서 이것저것 궁리하다가 떠오른 것이 금속 망치였다.


이 사진을 보면서 겉으로는 웃음이 쏟아졌지만 속으로는 몹시 안스러웠다. 유학한다고 집 떠난 마르티나가 이렇게 고생하는구나! 도와줄 수 있는 능력이 없지는 않지만 스스로 망치로 고기를 다지게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고 여겨진다.
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11. 9. 18. 07:04

주말이다. 흔히 주말에 가까운 친구나 친척 집을 방문한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어떻게 손님을 대접할까? 궁금한 사람들 위해 일전에 처남 집 초대받아 가서 먹은 음식을 카메라에 담아보았다. 몇 가지 샐러드와 훈제 고기, 그리고 직접 집에서 구운 빵과자 등이다.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11. 9. 12. 09:02

유럽 사람들의 점심 차림표에 전식으로 전갈 국, 주식으로 바퀴벌레 튀김, 후식으로 벌 크림이 등장하는 날이 언제가는 올까?

▲ 유채꽃에 매달려 있는 곤충. 언젠가 인간의 사냥으로 종말을 맞을 수도 있겠지...... 
 

대답은 긍정적이다. 왜냐하면 최근 유럽 언론들이 전한 바에 따르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가 3백만 유로(약 46억원)를 투자해 과연 곤충이 유럽 사람들에게 적합한 음식인지를 연구하는 과제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곤충은 귀중한 영양분이 풍부한 좋은 식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곤충은 콜레스테롤과 지방이 많지 않기 때문에 그야말로 건강식품이다.

▲ 빌뉴스 한 건물 외벽에 있는 거대한 메뚜기 조각상. 메뚜기의 거대한 식용가치성을 상징하는 듯하다.  

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메뚜기는 단백질 20%와 지방 6%로 이루어져 있다. 이에 반해 쇠고기는 단백질 24%와 지방 18%로 되어 있다. 쇠고기가 메뚜기보다 3배나 더 지방을 함유하고 있다. 귀뚜라미는 칼슘, 흰개미는 철분, 번데기는 비타민(B2)이 풍부하고, 꿀벌은 정력을 돋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럽 사람들의 주된 단백질 공급원은 육류이다. 하지만 인구 증가와 소비 증가로 육류는 부족 상태에 이르고 있다. 가축 사육에 비해 곤충은 탄소를 덜 배출하므로 친환경 조류에도 적합하다. 이렇게 곤충 식용은 환경 보호뿐만 아니라 식량 부족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 식사용으로 토마토를 딸까, 아니면 여치를 잡을까...... 이렇게 고민하는 날이 올까......

멀지 않은 장래에 유럽 슈퍼마켓에서 손쉽게 곤충 식용품을 살 수 있는 날이 정말 올까 기대된다. 물론 처음엔 혐오로 인해 적응하기가 쉽지는 않을 듯하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1. 9. 9. 07:08

리투아니아에도 우리 나라의 만두와 비슷한 음식인 콜두나이(koldunai)가 있다. 삶아서 물은 버리고 샤워크림을 발라 콜두나이만 먹는다. 이 콜두나이를 먹을 때마다 한국에서 즐겨먹던 군만두가 떠오른다.

그런데 얼마 전 아내가 리투아니아 슈퍼마겟에서 새로운 콜루나이를 사가지고 왔다. 식품 설명을 보니 동양 야채 콜두나이였다. 리투아니아 유명 식품회사인 비치(Viči)가 만든 제품이다. 큼직한 제목은 "일본 만두"(Japanese dumplings)이다. 포장지를 열어보니 한국에서 즐겨 먹었던 그 군만두 모습 그대로였다. 


야채 군만두, 야채 만두, 고추 만두, 세 종류가 있다. 고추 만두는 포장지에 redpeper로 표기되어 있는데 이는 red pepper의 오기이다. 외국으로도 수출되는 제품의 포장지에도 이런 철자 오류가 있다니......   


그런데 포장지 하단 왼쪽을 살펴보니 "味소리"란 표기가 있다. 식품명은 일본 만두인데 왜 한글이 표기되어 있을까?...... 


언젠가 리투아니아에 살고 있다는 한국인과 통화를 한 적이 있었다. 그 분이 떠올랐다. 비치 식품회사에서 만두를 만들어 러시아 등으로 수출하는 데 소비자로부터 좋은 반응을 받고 있다라는 말을 들었다. 바로 이 분이 요리법을 전수한 만두가 이제 리투아니아에서도 살 수 있게 된 것 같다.

식품명이 영어로 "일본 만두"라고 되어 있어 아쉽다. 일본이 지니고 있는 이미지를 고려해서 식품회사가 결정한 듯하다. 삶아서 먹어보고, 구워서 먹어보니 한국에서 먹던 바로 그 만두맛이다.

 
Posted by 초유스
영상모음2011. 8. 4. 06:20

최근 리투아니아 북부도시 두세토스에서 열린 이색 먹기 대회를 다녀왔다. 민물 가재를 가장 말끔히 먹는 사람이 이기는 시합이다.

- 민물 가재 세 마리를 5분 동안 먹는다.
- 껍질을 먹으면 안된다.
- 먹기 전 세 마리의 무게를 잰다.
- 먹은 후 남은 껍질의 무게를 잰다.
- 가장 많이 살을 먹은 사람이 우승한다. 


▲ 이날 행사를 촬영하고 있는 초유스 - 방송 보러가기
▲ 이 지역은 호수가 맑아 가재들이 많이 자란다.
▲ 먹기 시합 전에 가재를 호수에 방생하고 있다. 
▲ 세 마리 가재를 5분 안에 가장 말끔히 먹는 사람이 우승한다.
▲ 우승자들에게 수여될 상.
 

남녀노소 구별없이 시합하는 것이 퍽 인상적이었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의 이색적인 먹기 시합을 아래 영상으로 소개한다.  


이 행사 취지는 빨리 먹기가 아니라 말끔히 먹기를 일깨우는 것이다. "먹기 위해 생명을 앗았으면 남기지 않고 다 먹는 것이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이다"라고 매년 행사를 조직하는 라무나스 치자스가 말했다. "자고로 음식은 남겨서는 안돼!"라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 최근글:
 동전 거스름돈 수북히 주는 식당 종업원의 속셈은?     
Posted by 초유스
영상모음2011. 5. 16. 08:18

토요일과 일요일 리투아니아 현지인들과 1박 2일 야외를 다녀왔다. 숲 속 강 주변에 자리잡은 곳이었다. 야외 모임에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샤쉴리카스(샤쉴릭)이라 불리는 꼬치구이이다. 양념을 한 돼지고나 닭고기를 꼬치에 끼어넣고 숯불에 굽는 음식이다.

대체로 샤쉴리카스를 굽는 일은 남자 몫이다. 여자들은 꼬치에 고기를 끼어놓은 후에 팔짱 끼고 구경한다. 남자들은 장작을 준비하고, 불을 피우고, 고기를 굽는다. 종종 맥주를 고기 위에 뿌린다. 이날 숯불이 시원치 않았다. 나뭇가지를 꺾어 좌우로 흔들면서 숯불의 강도를 높이려했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이때 한 여자분이 방에 가서 자신의 드라이기를 가져왔다.



이 드라이기에 힘입어 숯불은 더욱 붉어졌다. 주위 남자들은 여자분의 순발력에 박수로 답했다.
"봐, 여자의 순발력이 얼마나 대단하지!!!" 

* 최근글: 고사리 날로 먹고 응급환자 된 유럽인 장모님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11. 5. 11. 07:11

북동유럽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대개 훈제한 고기를 즐겨 먹는다. 훈제 소시지는 아침식사 때 빵과 함께 먹고, 훈제 삼겹살은 보드카 안주나 양배추국을 끓일 때 사용한다.

고기를 프라이팬에 구울 때 완전히 익을 때까지 충분히 굽는다. 우리 집 경우는 더 자주 삶아서 먹는다. 살짝 구웠다가 삶기도 한다.

10여년 전 리투아니아에 처음 정착할 무렵 시장 고기매장에 가보니 구워먹으면 아주 좋을 돼지 삼결살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사서 집에 와서 직접 요리를 했다.

그런데 리투아니아인 아내는 먹기를 꺼려했다.

"그렇게 짧은 시간에 후닥 구은 고기는 설익어서 먹을 수가 없어!"

설익어 못먹겠다는 아내는 더 구을 것을 부탁했다. 표면이 누렇게 변한 고기는 이제는 딱딱해서 먹기가 불편했다. 이렇게 아내는 처음엔 삼겹살을 거의 먹지를 않았다. 

하지만 언젠가 갓 구운 몰랑몰랑한 삼겹살을 몇 점 용기내어 먹어보더니 그 맛에 푹 빠져버렸다. 지금은 아내가 나보다 더 삼겹살을 좋아한다. 아이들도 즐겨 먹는다. 이제 삼겹살은 리투아니아 현지인들을 초대했을 때 대접하는 우리 집의 특식이 되어버렸다.     
  
아래 사진은 일전에 빌뉴스 '수라' 식당에서 한인들이 모여 삼결살 잔치 모습을 담고 있다.  


이날 모임에서 돌아온 후 아내는 삼겹살이 정말 맛있다고 하면서 제안했다.
"리투아니아 친구들을 초대해서 '수라'에서 삼겹살 잔치 한번 하자!"

* 최근글: 고사리 날로 먹고 응급환자 된 유럽인 장모님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1. 4. 6.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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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고3인 큰 딸 마르티나가 만 19살 생일을 맞이했다. 마르티나가 주도해서 가까운 친척들을 저녁식사에 초대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저녁식사를 준비할 사람이 마땅히 없었다. 저녁식사는 7시에 예정되어 있었다.

아내는 이날 저녁 7시까지 학교에서 일을 해야 했다. 마르티나는 테니스를 치고 6시 30분에 집에 돌아올 예정이었다. 

"오늘은 생일이니 테니스장에 가지 말고 음식 준비를 하면 좋겠는데......"
"테니스는 나에게 최고의 스트레스 해소책이야. 안 돼."
"생일이잖아."
"내가 모든 것을 준비해 놓고 가면 요가일래가 음악학교에서 돌아와서 할 거야."
"뭐라고?"
"요가일래가 할 수 있어?"
"잘 해. 걱정하지 마."

마르티나가 잘 하는 요리는 바로 캘리포니아 마키이다. 한국인 일식 요리사가 요리법을 가르쳐주었다. 언니가 하는 것을 보고 요가일래도 배웠다. 최근 들어 언니가 마키를 만들 때에는 요가일래도 만든다. 언니가 지시하는 대로 잘 따라했다. 그리고 자기가 만든 것이라 즐겨 먹는다.

"네가 정말 할 거니?"
"내가 할 거야."

음악학교에서 오후 다섯 시에 돌아온 요가일래는 손을 깨끗이 씻고 언니가 테니스 치러 가기 전에 준비해놓은 것을 가지고 기분 좋게 캘리포니아 마키를 만들어갔다. 

"아빠, 빨리 부엌에 와!"
"왜?"
"난 만들기 싫어. 모양이 안 예뻐. 아빠가 해!"
"괜찮아. 그래도 끝까지 해 봐. 언니가 좋아할 거야."
"안 할 거야. 우리 식구만 먹을 것이면 예쁘지 않아도 되지만, 손님들도 먹을 거야. 아빠가 빨리 이 안 예쁜 것을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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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하고자 하는 의욕이 왕성했으나 만들다보니 모양이 예쁘지 않다고 요가일래는 포기해버렸다. 핑계는 손님들에게 예쁜 마키를 대접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핑계가 그럴 듯해서 모두가 받아들였다. 이날 마르티나가 와서 만들었다. 결국 자기 손님은 자기가 대접한다에 충실하게 된 셈이다.

 * 최근글: 부모 테두리를 처음 벗어난 초3 딸의 항변

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11. 1. 21. 06:18

한국을 여러 차례 다녀온 리투아니아인 아내는 주변 사람들이 한국 사람들의 하루 식사에 대해 묻는 말에 "아침에도 밥, 점심에도 밥, 저녁에도 밥이다. 뜨거운 국(수프)과 다양한 반찬이 인상적이다."라고 답한다.

한국인들은 국을 자주 먹지만,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레스토랑에 가면 수프, 샐러드, 메인, 후식의 메뉴가 있지만, 일상 3끼에는 국이 그렇게 흔하지 않다. 우리 집 경우에는 주로 시간이 여유로운 주말에 끓여먹는다.

리투아니아 수프 중 흑빵 버섯 수프를 좋아한다. 집에서 만들기는 어렵다. 라이보리로 둥근 빵을 만든다. 윗 부분을 짜르고 그 안을 파내고 버섯 수프를 담는다. "수프를 주문했는데 수프가 아니라 빵을 가져왔네."라고 얼핏보기에 생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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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버섯 수프를 먹으면서 흑빵을 쪼금씩 뜯어먹기도 한다. 리투아니아에 오는 사람들에게 이 흑빵 버섯 수프를 한번 먹어볼 것을 권한다.

* 최근글: 유럽인 장모의 사위 대접 음식
   
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10. 9. 26. 09:18

얼마 전 북동유럽 리투아니아 숲에서 버섯을 채취했다. 주된 목적은 곧 펴낼 책에 들어갈 사진을 찍는 것이었다. 이날따라 최고로 치는 그물버섯(바라비카스, baravykas, boletus)을 찾기가 힘들었다. 리투아니아 버섯의 왕인 그물버섯을 찾아 헤메느라 다른 버섯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다.

같이 간 친구는 꾀꼬리버섯 등 여러 식용버섯을 벌써 서너 바구니를 채취했다.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다가오자 바구니가 더욱 빈 것 같아 초조하기까지 했다. 아무리 사진촬영이 목적이라고 하지만 며칠 동안 먹을 수 있는 버섯량을 기대할 아내의 얼굴이 자꾸 떠올랐다. 그물버섯이 보이지 않기에 우리 집 식구 수만큼이라도 채취할 수 있게 해달라고 빌어보기도 했다. 친구의 바구니를 보니 우산나 갓처럼 생긴 넓적한 버섯이 있었다.    

"이거 무슨 버섯인데?"
"큰갓버섯(Macrolepiota procera, granda sunombrelfungo).
"
"먹을 수 있어?"
"있으니까 바구니에 들어있지."
"어떻게 요리해?"
"깨끗하게 씻어서 후라이팬에 튀기면 돼."


이 말을 듣자 조금 전 이 버섯 군락지가 떠올랐다. 우산처럼 생긴 버섯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그때는 이름뿐만 아니라 식용여부를 전혀 알지 못했다. 친구가 식용이라고 하자 그 군락지가 생각났다. 기억을 더듬어 울창한 숲 속에서 그 장소를 찾아보았으나 결국 찾지를 못했다. 큰갓버섯으로 체면을 살려보려고 했는데.... 그 군락지를 포기해야 했다.


나중에 넓적한 큰갓버섯 하나를 채취했다. 그물버섯 다섯 개, 큰갓버섯 한 개가 이날 채취한 버섯량이었다. 하루 종일 숲 속에서 보낸 것에 비해 채취량이 너무 빈약하자 아내는 버섯을 다듬으면서 투덜거렸다. 아내의 불만은 큰갓버섯을 보자 폭발했다.


"당신은 누굴 죽이려고 이런 독버섯을 따가지고 왔나?" (아내도 큰갓버섯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친구가 식용이라고 말했는데......"
"특히 버섯은 친구말만 믿어서는 안 돼."
"그렇게 의심이 되면 먹지 말자."


아내도 나도 생전 처음 이름을 알게 된 이 큰갓버섯은 이렇게 식탁 대신에 쓰레기통으로 가게 되었다. 식용인 큰갓버섯은 독버섯인 독우산광대버섯이나 흰독큰갓버섯과 유사해서 아주 주의를 해야 한다[관련글].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0. 8. 5.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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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4일 아내는 독일로 공연여행을 갔다가 7월 23일 돌아왔다. 꼬박 10일 동안을 8살 딸아이와 함께 둘이만 집에서 생활했다.

이어서 아내와 딸아이는 7월 26일부터 8월 5일까지 친정에서 휴가를 보냈다. 또 다시 10일을 동안을 꼬박 아내 없이 생활했다. 이번에는 "나 홀로 집"이었다. 책원고 마감일이 다가와서 어쩔 수 없이 혼자 집에 남게 되었다.

대체로 리투아니아 가정의 경제권은 아내가 잡고 있다. 우리 집도 마찬가지다. 아내가 수년간 가계부를 쓰고 있으니 모든 수입과 지출은 아내의 곶간을 통한다.

독일 갈 때도 아내가 없는 동안 매일 가계부를 작성해야 했다. 이번에도  떠나면서 10일 동안 쓸 수 있는 예상금액을 주면서 가계부를 작성하라고 명했다. 가정의 평화를 위해 고분고분할 수 밖에......

첫 번째 날은 남은 우유, 버터 등으로 쉽게 해결했다. 두 번째 날은 남은 브로콜리로 된장찌개를 해먹었다. 세 번째 날은 냉면으로 해결했다. 네 번째 날은 남은 달걀로 해결했다. 이렇게 날짜가 지나가자 색다른 오기가 생겼다. 아내가 올 때까지 돈 한 푼도 쓰지 않고 생활해보는 것이었다.

평소 별 관심이 없던 부엌 찬장이나 냉동실을 살펴보면서 먹거리 사냥에 나섰다. 하루는 냉동실에 있던 삼결살을 꺼내서 얼큰한 찌개를 끓었다. 혼자는 너무 적적하기에 일전에 블루베리를 선물한 친구를 불러 포도주 한 병을 같이 마셨다. 매일 밤 아내와의 전화 통화내용은 이러했다.

"오늘도 가게에 가지 않았어?"
"안 갔어."
"일하려면 건강을 생각해서 잘 먹어야지. 내일은 가도록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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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남은 오이지와 양파를 모두 썰어서 볶음밥을 해먹었다. 하루 세 끼 대신 두 끼로 하고, 집안에 있는 먹거리를 찾아서 비록 풍성하지는 않았지만 끼니를 해결할 수가 있었다. 이렇게 가게나 식당 한 번 가지도 않고, 돈 한 푼 쓰지 않고 10일 동안을 버티는 데 성공했다.

지난 번 딸아이와 10일 동안 생활했을 때에는 먹는 데만 300리타스(약 13만원)가 지출되었다. 사실 평소에 찬장 어딘가에 먹거리가 있는 데도 신경쓰지 않고 새로운 먹거리를 생각 없이 사는 경우도 흔하다. 이번 10일 버티기 성공으로 아내가 돌아오면 한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다음 며칠 동안은 일체 시장보지 않고, 집에 있는 것만으로 끼니를 해결하자."

혼자는 가능해도, 식구가 여럿이 다 있으면 사실 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그래도 이런 자세가 쓸 데 없는 먹거리 지출을 억제하는 데 도움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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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영상모음2010. 6. 21. 06:13

샤코티스(Šakotis)는 리투아니아의 대표적인 전통과자이다. 나뭇가지(Šaka)로 엮은 것처럼 생긴 데서 이름이 유래되었다.

속이 빈 원통모양의 오븐을 장작불 위에 돌리면서 만든다. 이 과자는 주로 결혼식, 생일, 성탄절 등 기념일에 후식으로 먹는다. 1kg 밀가루에 달걀 30-50개를 넣을 정도로 달걀이 많이 들어가는 것이 한 특징이다.

종종 생일에 사거나 선물로 받는 샤코티스이지만, 만드는 과정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일전에 리투아니아 민속박물관 야외에서 이 샤코티스를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영상에 담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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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글: 맛있는 초코파이를 먹다 남기다니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0. 4. 12.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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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아내는 4월 10일(토) 딸아이 요가일래가 노래공연에 참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람들 앞에서 그냥 노래하는 것이니 부담없이 평소 하는 대로 하라고 말했다. 행사 시작 한 시간 전에 부랴부랴 일어났다. 그래도 기념이니 촬영하러 같이 가자고 아내와 딸이 제안했다. 무거운 삼각대를 가져가려고 했으나 아내가 제지했다.

단순한 노래공연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가보니 심사위원석이 마련되어 있었다. 리투아니아 음악계에 알려진 사람들 세 사람이 심사위원이었다. 노래전문 음악학교가 작고한 리투아니아 유명 성악가인 비루테 알모나이티테(Birute Almonaityte) 이름으로 개최하는 어린이 및 청소년 가요제였다.

음악학교 노래지도 선생님들 사이에는 권위있는 가요제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자기 제자가 좋은 성적을 거두도록 선생님들간 보이지 않는 경쟁이 치열하다고 한다.

요가일래는 4-10세까지 어린이 부문에 참가했다. 빌뉴스에 소재한 여러 음악학교 대표로 12명이 참가했다. 요가일래는 두 번째로 노래했다. 요가일래가 노래를 마치자 심사위원들이 웅성거리면서 미소를 짓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았다. 하지만 이어지는 어린이들의 노래솜씨도 대단했다.

모든 참가자의 노래가 끝나자 잠시 휴식 후 수상자 발표가 있다는 안내가 있었다. 그때서야 단순한 노래공연이 아니라 노래경연임을 알게 되었다.

         ▲ 노래전문 음악학교가 주최한 가요제에서 노래하는 요가일래 (2010년 4월 10일, 빌뉴스)  

여러 날부터 요가일래는 피자타령을 했지만 아내의 절약정책 고수에 빈번히 좌절되었다. 수상자 발표를 기다리면서 엄마가 요가일래에게 한 마디 했다.

"오늘 너가 상을 타면 피자를 사줄게."
"고마워. 그런데 상을 타면 엄마가 피자를 사고, 상을 안 타면 내 용돈에서 피자를 사도 돼?"
"물론이지."


엄마와 딸 사이에 앉아있던 아빠가 거들었다.
"요가일래, 너, 오늘 상 타도 피자 먹고, 상 안 타도 피자 먹게 되네. 정말 행복한 날이다!"
수상자 발표를 기다리는 긴장된 순간에 우리 가족은 이렇게 곧 먹을 피자 생각으로 그 긴장감을 해소했다.

12명 중 수상자는 세 사람이었다. 가장 어린 참가자(5세)에게 주는 상 수상자의 호명이 있었다. 요가일래는 8세이니 해당사항이 없었다. 이어서 가장 아름답게 노래한 상의 수상자가 발표되었다. 10세 남자아이가 상을 탔다. 이제 마지막 남은 수상자는 한 사람이었다. 누구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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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을 받는 장면 (왼쪽);                                      ▲ 노래지도 선생님과 함께 (오른쪽)  

예상하지 못했지만 요가일래였다. 노래지도 선생님이 요가일래 볼에 입맞춤함으로써 축하인증샷을 남겼다. 부모보다도 선생님이 요가일래에게 노래를 지도하는 데 더 열성이라 무척 고맙다.      

* 최근글: 꾸밈 없음이 제일 예쁘다는 8살 딸아이

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10. 4. 9. 07:42

평소 형제처럼 지내는 폴란드 친구가 있다. 바르샤바에 살고 있는 친구이다. 엊그제 밤 갑자기 연락이 와서 내일 방문해도 되냐고 물었다. 바르샤바는 빌뉴스에서 약 400km 정도 떨어진 거리이지만 안가본 지 여러 해가 되었다. 지난 연말 친구가 초대했으나 건강상의 이유로 응하지 못했다.

그런 차에 이렇게 직접 빌뉴스를 온다고 하니 몹시 반가웠다. 여러 이야기를 하는 차에 지난 주 금요일 자기 집에서 열린 "한국음식의 날"을 사진과 함께 소개해주었다. 

친구의 이름은 라덱이다. 그는 취미로 자전거 동호인회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자전거 야영을 가면 늘 음식 준비를 도맡아하는 일명 이 동호회의 '전용 요리사'이다.

이날 자전거 동호회의 회원 부부들을 초대해 자기가 만든 한국음식을 대접했다. 폴란드 사람이 집에서 한국음식을 해서 손님들에게 대접한다는 것이 좀 의아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라덱의 아버지는 폴란드인이고, 어머니는 중앙아시아 출신 한국인이다.

특히 라덱은 요리하기를 즐겨한다. 1997년 나와 함께 한국을 여행한 적이 있었다. 이때 그는 초대한 사람들의 집에서 나온 다양한 한국음식의 요리법을 하나하나 꼼꼼히 적으면서 열심히 배웠다. 이렇게 배우고 익힌 솜씨로 그의 집에서 열리는 잔치에는 의례히 한국음식들이 주를 이룬다. 이날 그가 요리한 한국음식들 사진이다. (사진제공, photo: Radosław Donir Jędrzejcz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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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주변 폴란드인들에게 한국음식을 널리 알리는 친구 라덱이 자랑스럽다. 올해는 바르샤바에 있는 그의 집을 방문해 20년 전부터 알고 지내던 폴란드 현지인 친구들을 초대해 라덱이 준비한 한국음식으로 한바탕 잔치를 열어보고자 한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0. 2. 15.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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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살다보면 설 명절 무렵 한국에서 사는 친척이나 지인들로부터 "거기서도 떡국을 먹을 수 있니?"라는 물음을 흔히 받는다. 한국을 떠나서 사니 명절을 잘 보내는 지 무척 걱정스러울 것이다. 특히 자녀를 외국에 보낸 부모들은 여간 안타까울 것 같다.

그렇다면 해외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설 명절을 어떻게 보낼까? 리투아니아 경우에는 설을 맞이한 날에 늘 한인회장님 댁에 모인다. 교민뿐만 아니라 유학생, 교환학생들도 함께 모인다. 올해 설인 어제(14일)도 한 40여명이 모였다.

떡국을 비롯한 다양한 음식을 푸짐하게 먹고, 윷놀이까지 즐겁게 했다. 오후 2시에 시작한 모임이 밤 10시가 넘어서야 끝날 정도로 즐겁고 재미난 설날을 보냈다. 교민팀과 학생팀으로 나눈 윷놀이는 그야말로 잡고 잡히는 박진감 넘치는 명승부였다. 이날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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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투아니아 한국 교민 여성분들이 정성스럽게 만든 음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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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투아니아 한국 유학생 및 교환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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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투아니아 한국 교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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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설날을 보내니 비록 태어난 고향과 가까운 조상이 다르지만 한국인이라는 이름으로 모두가 형제자매가 된 기분이었다. 교민과 학생 모두에게 행복하고 건강한 새해 보내기를 기원해본다.

* 최근글: "선생님, 마늘 먹었죠?"에 당황한 아내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0. 2. 14. 07:37

지난 금요일 저녁 학교 수업을 마치고 돌아올 아내를 위해 모처럼 고기를 굽을 생각을 했다. 고기를 썰기가 힘들어 좀 듬성듬성 썰었다. 구우면서 더 짤게 짜를 생각이었다. 아내가 돌아오는 시간인 7시에 맞추어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배고픈 아내로부터 들을 칭찬의 말을 생각하니 미소가 절로 나왔다. 배고프다고 먹을 것을 달라고 재촉하는 딸에게 "엄마 오면 고기를 구워 맛있게 줄께!"라고 기대감을 심어주었다.

"당신, 고기를 이렇게 큼직하게 짜르면 어떻게 해? 속이 안 익을 거야! 한번 먹어봐!"라고 조금 후 집으로 돌아온 아내의 첫 마디는 기대한 칭찬이 아니라 핀잔이었다.
"역시 나는 요리 체질이 아니야."라고 중얼거려보았다.

굽고 있는 고기를 먹어보니 고무처럼 질겼다. 배고픈 아내는 우유와 빵으로 일단 간단히 식사를 하면서 굽고 있는 고기를 꺼내 삶기 시작했다. 얼마 후 남편 요리에 대한 불만감이 사라지자 학교에 있었던 일을 하나 꺼냈다.

피아노를 배우는 한 학생은 8살이다. 그는 순박한 아이의 모습을 그대로 지니고 있다. 즉 생각하는 대로 서스러움없이 말한다. 고학년을 가르칠 때는 좀 떨어져서 가르치고, 저학년을 가르칠 때는 바로 옆에 앉아서 자세하게 가르친다. 이날 이 학생 바로 옆에 앉아서 가르치는 데 그가 갑자기 말했다.

"선생님, 마늘 먹었죠?"

순간 아내는 당황해 할 말을 잊었다. 이날 아내는 학교 가기 전에 멸치볶음을 먹었다. 마늘과 고추장으로 아내가 직접 만든 반찬이었다. 마늘을 먹었으니 식사 후  이를 깨끗이 닦았다. 그런데 8살 학생이 선생님한테 마늘 냄새가 난다고 직언을 해버렸다. 아내는 이 소리를 듣고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그 동안 동료 교사나 고학년생들도 나로부터 마늘 냄새를 느꼈지만 말하지 못한 것이 아닐까? 마늘 냄새를 역겨워하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았을까......"라고 소심한 아내는 고민에 빠졌다.

리투아니아 사람들도 마늘을 양념이나 날 것으로 먹는다. 특히 겨울철에 감기예방 등으로 마늘을 애용한다. 하지만 대개 직장에서 돌아온 저녁에 마늘 한 두 쪽을 먹는다.

한국인 남편과 같이 살다보니 아내는 다른 리투아니아 사람들보다 더 자주, 그리고 더 많이 마늘을 먹는 편이다. 미역국을 끓일 때도 마늘 양념이 안 들어가면 맛이 없다 할 정도로 아내는 마늘에 익숙해져 있다. 집에서는 누가 마늘 냄새난다고 지적할 사람이 없다. 아내는 일주일에 두 번 학교에 간다. 그러므로 아무런 생각 없이 먹고 싶을 때 마늘이 들어간 음식을 먹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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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훈제 돼지고기와 마늘 혹은 양파를 보드카 술안주로 종종 먹는다.

이날 8살 학생의 말을 처음 들은 후 "이제는 마늘을 제대로 먹지 못 하겠구먼!"라고 아내는 아쉬워했다. "그 학생이 역겨워서 한 말이 아니고 그냥 사실을 얘기한 것일 수도 있으니 앞으로도 편하게 먹고 싶은 대로 먹으면 되지 뭐."라고 위로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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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0. 2. 5.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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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동유럽 리투아니아에서 초등학교 2학년 딸아이 요가일래가 어제 학교를 마치고 전화를 했다. 12시 45분 학교 수업을 다 마치면 어김없이 엄마에게 전화를 해서 혼자 아니면 친구와 같이 돌아올 것인지를 알려준다. 그런데 어제는 엄마에게 전화를 하지 않고, 아빠에게 전화를 했다.

"아빠, 배가 고파요. 라면 끓어놓으세요."
"알았어."

한 동안 집에 한국 라면이 없었다. 그런데 엊그제 지인 한 분이 요가일래가 라면을 좋아하는 것을 알고는 한 상자를 주었다. 이날 빵으로 저녁식사를 해결했음에도 불구하고 요가일래는 라면 한 봉지를 거뜬히 먹어치웠다. 그리고 어제 학교에서 수업을 마치자마자 아빠에게 전화를 해서 라면을 끓여놓으라고 했다. 아마 하루 종일 라면 생각을 했을 것 같다.

똑같은 라면인데 리투아니아인 엄마가 끓여주는 라면보다 한국인 아빠가 끓여주는 라면이 더 맛있다고 하면서 늘 부탁한다. 아무리 바쁘다고 해도 기다렸다가 아빠가 끓여주는 라면을 먹는다. 이럴 때는 힘들지만 기분은 좋다. 라면이라는 연결고리로 둘이 한국인임을 공동인식하고 또한 아빠와 딸 사이의 정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요가일래는 매운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다. 기껏해야 김치양념을 밥에 발라서 김치는 제외하고 먹는 것이 고작이다. 그런데 라면을 끓일 때는 한국사람들이 먹는 그대로 양념 봉지를 넣는다. 초기에는 매울 것 같아
끓인 후 찬물로 헹구여 주었다. 그렇더니 아빠가 먹는 그 라면 맛이 아니다면서 불평했다. 라면 같은 매운 음식을 먹고 고생한 사람이 주위에 몇몇 있었다.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요가일래는 잘 견더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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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는 라면만큼은 아빠와 동급의 매운 맛으로 먹는다. 단 차이점 하나는 라면 그릇 옆에 물 컵이 있다. 라면을 먹으면서 입술과 혀에서 불이 날 때 진화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해서라도 라면을 먹는 요가일래가 기특하다.

요가일래는 자기도 매운 라면을 먹을 수 있는 것에서 은근히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을 느낀다. 이 라면을 매개로 해서 앞으로 자랄수록 더 많은 한국음식을 좋아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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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12. 25. 09:13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크리스마스 전야 만찬에 12가지 이상 음식을 먹는다. 8살 요가일래는 음식을 가리는 편이다. 엄마는 이날 만큼은 적어도 12가지 음식을 먹기를 권했다.

"엄마, 왜 12가지 음식을 먹어야 돼?"
"1년 12달 동안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잘 자라기 위해 먹는 것이야."
"그렇다면 알았어."


이렇게 대답한 요가일래는 세는 것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종이를 가져왔다. 이 종이 위에 번호를 12번까지 썼다. 그리고 음식 하나씩 먹을 때마다 숫자에 표시를 했다. 어제 요가일래가 먹은 음식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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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가 이제 12가지 음식을 다 먹었으니, 내년 12달 동안 건강하게 잘 자라기를 바란다.

* 관련글: 내년엔 시집갈까 - 크리스마스 놀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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