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17. 2. 14. 04:14

리투아니아 학제는 초등 4학년, 중등 4학년, 고등 4학년으로 되어 있다. 작은 딸 요가일래는 고등학교 1학년생인데 한국 학제로는 중학교 3학년생이다. 

요가일래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채소보다 고기를 더 좋아해서 몹시 걱정스러웠다. 아내는 "어떻게 해봐야 되지 않을까?"라고 고민했지만, 나는 "자라나면서 스스로 알게 될 것이야"라고 믿었다.

바로 그때가 왔다. 지난해 5월이었다. 그 동안 예를 들면 닭고기나 소고기가 시장에 나오기 전 가공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나 채식을 권장하는 글 등을 기회 따라서 보여주거나 읽도록 했다. 이런 것이 도움이 되었는지 요가일래는 지난해 5월 하순 여름 방학을 맞아서 3개월 동안 완전 채식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렇게 실천했다. 지금까지도 채식을 하고 있다.

학교에 친한 친구 한 명도 채식에 합세했다. 새해부터 이 두 사람은 도시락을 싸간다. 대부분 반 학생들은 매점에서 주로 샌드위치를 사먹는다고 한다. 요가일래와 친구는 채식 도시락을 서로 나눠 먹는다. 

요가일래는 부엌에서 친구와 나눠 먹을 채식 도시락 싸기로 하루 일과를 마무리한다. 어제는 도시락 싸기를 옆에서 지켜보았다. 

"엄마나 아빠가 도시락을 싸줄 수 있는데..."
"내가 혼자 할 수 있으니까 혼자 해야지."

야채, 당근, 키위, 귤로 도시락을 쌌다.
  

도시락을 다 싼 후에 냉장고에 넣으면서 요가일래는 사진을 찍으라고 했다.


"이 도시락이 내일 아침까지 여기에서 나를 기다릴거야." 

때가 되니 육식에서 채식으로 
도시락까지 직접 싸가니 
부모의 걱정과 부담이 이렇게 줄어들었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5. 2. 10. 08:25

한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지 2주일이 지났다. 처음엔 시차 부적응으로 새벽 3-5시에 일어났다. 이제 평소처럼 7시경에 일어나게 되었다. 며칠 전 부엌에는 불이 훤했다. 학교에 등교하기 위해 7학년(한국으로 치면 중학교 1학년)생 딸아이가 밥을 먹고 있었다.

부엌문을 똑똑 두드렀다.

"들어와."

접시에는 빵과 소시지가 아니라 사과 두 쪽이 있었다. 

"오늘 아침 식사는 사과니?"
"그래. 사과 한 개를 네 쪽으로 짤랐어. 벌써 배가 부르네. 아빠가 한 쪽 먹어라."
"배가 고플텐데. 아니 괜찮아."
"우와, 이제 아빠 딸이 과일로 밥을 먹네. 대단하다. 한번 결심한 바를 이렇게 실행하는 것을 보니 너는 자라서 훌륭한 사람이 될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
"그럼그럼 ㅎㅎㅎ"
 
딸아이를 키우면서 늘 마음 속 걱정 되는 바가 하나 있었다. 바로 고기를 너무 좋아한다는 것이다. 과자 군것질 대신 간식으로도 고기를 좋아한다. 좋아하는 고기는 훈제고기나 훈제소시지다. 채소와 함께 먹기를 권하지만 채소는 고기맛을 떨어지게 한다고 주장하면서 듣지를 않았다.

구워 먹는 고기 중에는 삼겹살을 가장 좋아한다. 삼겹살을 먹을 때마다 자기도 한국인임을 느끼고, 이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왜냐하면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처럼 삼겹살을 구워 먹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자녀교육에 있어서 모질 지가 못하다. 육식의 편식이 나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이를 억지로 딸아이에게 주입시키고 싶지 않다. '지금은 어리니 육식을 좋아하지만 크면 좀 스스로 달라지겠지'라는 생각으로 위안 삼기로 했다. 종종 소나 돼지 등을 잡는 과정을 담은 영상을 보여주고자 했지만 참혹한 모습을 보기 싫다면서 거부했다. 

그런데 내가 한국에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딸아이의 식생활이 확 바꿨다.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딸아이에게 일어났다.



1월 23일 한국에서 돌아온 후 그 다음날 가게에서 돌아온 아내가 딸아이 이야기를 했다. 봉지에는 과일만 담겨 있었다.
"내가 고기를 사려고 했는데 딸이 말려서 안 샀어."
"이유가 뭐래?"
"어제 고기를 먹었으니 한 동안 고기를 먹지 말자고 했어."
"고기쟁이가 웬 일이야."

방에서 키위 여러 개를 먹으면서 책을 읽고 있는 딸아이에게 다가가 물어보았다.
 
"왜 고기를 덜 먹기로 결심했는데?"
"내가 유튜브에서 봤는데 고기 말고 과일에서도 단백질을 얻을 수 있데, 고기보다 더 건강해질 수 있어."
"그래. 그 유튜브 동영상을 아빠에게 한번 보내봐."

아래는 1월 27일 페이스북으로 딸아이가 보낸 영상이다. 고기 섭취를 줄이고 과일과 채소를 많이 먹기로 결심하게 한 영상이다. 
 


"내가 이 영상에서 나오는 영어를 다 알아들었니?"
"그럼, 그러니까 내가 고기를 덜 먹고 과일을 많이 먹기로 했다."
"아빠, 우리 여름에는 정말 과일만 먹고 살자."
"리투아니아에는 과일이 많지 않아 가능할 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우리 과일 많이 먹도록 하자."

딸아이의 식생활 변화를 보면서 인생에서 획기적인 변화는 한 순간에 찾아오는 것임을 새삼 느꼈다. 그 동안 육식의 편식에 야단치지 않고 스스로 변화되길 바라면서 지켜본 것이 열매를 맺게 되었다. 하지만 그 시기가 이렇게 빨리 올 줄은 상상하지도 못했다.앞으로 딸아이에게 즐거이 과일을 사댈 것이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1. 2. 7. 02:29

"초등2 숙제가 공룡 이야기 책 만들기" 글에서 리투아니아 초등학교 2학년의 숙제 이야기를 했다. 2010년 5월초부터 시작한 숙제가 드디어 5월 12일 학교 담임선생님에게 제출했다. 그 동안 틈틈히 이야기와 함께 공룡 그림을 붙이고 또 배경 그림을 그렸다. 집안에 탁자가 여기 저기에 있는데도 요가일래는 누워서 숙제하는 것을 좋아한다. 꼭 한국에서 어렸을 때 아빠가 했던 것처럼...... 여러 차례 책상을 이용할 것을 권했지만 말을 듣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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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1일 저녁 늦게야 이야기책을 직접 만드는 것을 완성했다. 내용은 육식공룡인 레리스가 초식을 한다고 동료들이 놀려대지만, 두 친구는 레리스를 위로한다. 그리고 모두가 다 같이 친구가 되자라고 한다. 읽어보니 논리적 전개가 너무 엉성하다. 하지만 육식공룡이더라도 초식한다고 놀려대거나 따돌리지 말고 모두 친구가 되자라는 뜻은 참 마음에 든다. 초등학교 2학년생인 요가일래(8살)가 완성한 작은 책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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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표지: 슬픈 레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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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날에 레리스라 불리는 티라노사우루스가 살았다. 레리스는 아주 이상한 육식동물이다. 그가 풀을 먹기 때문에 이상하다. 모두가 그를 놀려댔기 때문에 그는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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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그의 친구 게리스와 가리스는 그를 위로했다. 그런 공룡들이 있는데 너의 친구들이 풀을 먹을 수 있다고 말하면서 놀려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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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뭐라고, 확실히 그럴 수 없어. 확실히 있어, 있고 말고, 있단 말이야. 공룡은 고개를 들고 나갔다. 레리스야, 괜찮아, 고마워. 레리스는 공룡을 붙잡고 음식대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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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리스와 가리스가 가고 또 갔고, 말썽꾸러기 다리스를 보았고, 그에게로 달려갔다. 다리스야, 다리스야, 기다려! 그들은 달려가 멈췄고 빨리 말했다. "만약 이상한 공룡을 본다면, 우리와 함께 친구가 되어야 해." 그리고 가던 길을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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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라고? 내 친구 주리스가 고기를 먹어?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그럴 수 없어, 정말 그는 초식동물이야! 그래, 이젠 게리스, 가리스, 그리고 레리스와도 친구로 지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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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아, 우리는 친구할 거야. 만세, 만세, 만세!

* 관련글: 초등2 숙제가 공룡 이야기 책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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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