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12. 1. 9. 06:56

지난해 여러 달 동안 김치를 먹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직접 담근 김치 맛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 3주 동안 한국을 다녀왔다. 한국에서 먹은 김치가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돌아가면 꼭 김치를 담궈야겠다는 의욕까지 일어났다. 11월 초순 빌뉴스 집으로 돌아왔다. 리투아니아인 아내도 벌써 김치가 먹고 싶다고 했다.

"우리 김치 담그자."
"그럼 한번 다시 시도해보자."

실패에 대한 불안감이 있었지만, 배추 네 포기로 김치를 담궜다.

"짠 부분도 있고, 안 짠 부분도 있고......"라고 아내가 평가했다. 
"연말연초를 기해 요리사 친구가 우리 집에 와서 있을 때 김치 담그기를 우리 확실히 배우자!"
"정말 좋은 기회다."라며 아내가 아주 좋아했다. 

드디어 연초에 스웨덴에서 요리사로 일하는 친구로부터 김치 담그기를 배우게 되었다. 잊어버리지 않도록 아내는 매순간마다 카메라로 기록했다.

▲ 그 동안 포기 김치를 담궜다. 그렇더니 배추 윗부분은 잘 절어지지 않았다. 또한 먹으려면 다시 포기를 조각조각 짤라야 했다. 요리사 왈: "먹기 좋을 만큼 미리 짤라서 소금에 절이는 것이 좋다."

▲  그 동안 물기없이 그냥 포기 안으로 소금을 뿌렸다. 요리사 왈: "배추에 물을 적시고 소금을 뿌리면 소금이 배추에 더 잘 붙는다."

▲ "김치 담그는 집에 큰 통이 있어야지, 이게 뭐여?!"라고 요리사가 일침을 놓았다. "여보, 우리 큰 통 하나 빨리 장만하자."라고 쑥스러움을 아내에게 전했다. 

▲ 절이는 배추 위에 돌을 얹어놓던 어머니의 모습이 이제야 떠올랐다. 요리사 왈: "물도 조금 넣어 절이는 배추가 모두 소금물에 잠기도록 해야 골고루 절어진다."

▲ 요리사 왈: "밀가루는 반드시 찬물에 풀고 끓어야 한다."
 
 
▲ 우리 김치에 들어갈 양념이다. 어떤 지인은 양파를 넣지 말라고 했다.
 
 
▲ 이번엔 양념 모두 빻았다. 나중에 알고보니 마늘과 생강만 빻고 다른 것은 잘게 썰어넣는 것이 좋다고 했다. 고추의 붉은색과 파의 초록색을 살리는 것이 좋다고 한다. 다음엔 이를 유념해야겠다.  
 
 
▲ 이렇게 통에 절인 배추와 빻은 양념을 넣고 섞었다.   

▲ 지금 우리 집 냉장고에서 익어가고 있는 김치  

음력 설날을 맞아 리투아니아 현지인 친구들을 벌써 우리 집으로 초대해놓았다. 요리사와 함께 담근 이 김치를 선보이고자 한다. 확실하게 배우고 나니 이젠 김치 담글 일이 걱정 되지 않는다. 계속 담그다보면 손맛도 늘어날 것 같다.

* 관련글: 김치에 정말 좋은 한국냄새가 나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 11. 27.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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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수요일까지 우리 집에 리투아니아인 아내의 천척 한 명이 일주일 동안 머물렀다. 리투아니아 제3의 도시이자 유일한 항구도시인 클라이페다에서 요리사로 일하는 빌란다스(22세)이다. 어느 날 밤 그에게 몇 가지 질문을 해보았다.  

질문: 리투아니아에서는 어떻게 요리사가 되나?
대답: 10학년을 마친 후 3년 요리전문 학교에서 배워서 요리사가 된다. 12학년을 마치고 오면 2년을 배운다. 1년을 단축할 수 있으니 요리에 관심 있는 학생들은 대부분 10학년을 마치고 바로 요리전문 학교에 간다. 한편 식당에서 직접 배워 요리사가 되는 사람도 있다.

질문: 요리전문 학교에 가고자 하는 학생이 많은가?
대답: 예전에는 많았는데, 근래에는 많이 줄어들었다. 대부분 주위 학생들은 12학년을 마치고 서유럽으로 가고자 한다. 요즘 리투아니아 학생들은 회사 경영이나 관리직에 일할 수 있는 전공을 택하는 것이 유행이다.

질문: 서유럽으로 가고자 할 때 요리사 자격증을 가지고 가면 더 좋지 않은가?
대답: 그렇지만 외국어가 문제이다. 외국어를 잘 하면 요리사 자격증이 아주 유리할 것이다.

질문: 서유럽에서 요리를 배워오는 것도 좋지 않은가?
대답: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일전에 한 식당에 근무했을 때 이야기다. 영국에서 2년간 제과점에서 일한 요리사가 있었다. 그는 빵제조법은 거의 모르고, 공장에서 만들어진 빵을 데워서 짤라주는 일만 알았다.

질문: 리투아니아 요리사들의 근무시간은 보통 어떻게 되나?
대답: 하루 일하고 하루 쉬는 요리사도 있지만, 요리사들이 협의해서 결정한다. 내 경우엔 보통 4일 일하고 4일 쉬었다. 하루 근무시간은 보통 12시간-16시간이다.

질문: 리투아니아 요리사들의 임금은 어떻게 되나?
대답: 클라이페다 지방에서 평범한 요리사들은 보통 하루 100-140리타스(5만원-7만원)를 받는다.

질문: 어떻게 일본요리를 배우게 되었나?
대답: 요즘 같은 겨울철엔 요리사로 일자리를 얻기가 정말 어렵다. 다행히 클라이페다 일본식당에서 근무하는 친구가 소개해줘 일본식당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일식요리는 전혀 모르지만 배워서 하기로 했다.

질문: 배워보니까 어떻나?
대답: 마끼, 수시 등은 배우기가 다소 수월했지만, 생선잡기는 참 힘들었다. 이 모두가 자꾸 해보면 실력이 쌓일 것으로 믿고 열심히 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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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근 후에도 열심히 일본요리법을 공부하고 있는 리투아니아 요리사 빌란다스(22세)

이렇게 빌란다스는 빌뉴스에 일주일 파견나와 일본요리법을 배워갔다. 깊이 있게 배우지는 못해지만, 배운 기본을 잘 터득해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 일식은 일본인이나 동양인이 아니더라도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다음 번 클라이페다 방문 때에는 그가 일하는 일본식당을 찾아가봐야겠다. 

* 관련글: 유럽인 장모의 사위 대접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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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