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12. 1. 19. 06:47

화요일 저녁 모처럼 리투아니아인 처남 내외를 초대해서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우리 집에서 5km 떨어진 거리에 살고 있지만 부활절, 크리스마스, 새해, 생일 등을 제외하고는 거의 만나지 않는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크리스마스에도 새해에도 만나지 못했다. 못했다기보다는 용케 피했다라는 표현이 더 적당하다. 사연은 지난해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아내는 인도, 나는 한국을 다녀온 후였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몇몇 친척들을 초대해 저녁식사를 했다. 

모임은 회기애애하게 잘 진행되었다. 그런데 끝날 무렵 술이 얼큰하게 취한 처남이 아내의 마음을 거슬리는 말을 했다고 했다. 처남은 이를 인식하지 못했을 것이지만 아내는 가슴 속에 꿍하고 간직하고 있었다.

그동안 몇 차례 처남이 탁구를 치고 싶다는 명목으로 전화했다(참고로 우리 집은 아파트지만 여가운동용으로 탁구대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아내는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면서 만남 자체를 피했다. 그렇게 형제간 만남없이 크리스마도 지났고 새해도 지났다.

가끔 아내는 "그래도 우린 형제인데 이해하려고 하지만 마음이 쉽게 열리지가 않는다."고 말했다. "조만간 당신이 먼저 전화해서 리투아니아 대 한국 탁구시합하자고 해!"라고 거들었다. 처남은 좋아라고 하면서 일을 마치고 화요일 우리 집을 방문했다. 

"버스를 타고 비다(아내의 이름) 집을 지나가면서 거실 불이 켜져있나라고 늘 살펴보았다."라고 처남이 말했다. 이는 그동안 참으로 만나고 싶다는 소리로 들렸다. 속으로 초대하길 정말 잘 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도 그동안 뭉친 마음 엉어리를 쓸어내리려는 듯 건배를 주저하지 않았다.

▲ 사진은 본문과 관계가 없음(여성 팬티를 광고에 활용한 폴란드 신문사 옥외광고판) 
 
 
분위기가 무르익어가는 데 아내 휴대전화가 울렸다. 낯선 전화번호가 화면에 뜨자 아내는 울리는 전화를 들고 다른 방으로 가서 받았다. 이 늦은 시간에 도대채 누가 전화를 했을까 궁금했다(밤 9시였지만 리투아니아는 늦은 밤으로 여긴다. 밤 9-10시에 취침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8시 이후부터 가급적 전화를 삼가하는 것이 좋다).

조금 후 아내가 다른 방에서 돌아왔다.

"이 시간에 누가 전화했니?"
"분위기 깨는 전화했어."
"왜?"
"저런 전화 받아서 시간 낭비한 내가 바보지."
"대체 무슨 전화였는데?"
궁금증이 커져갔다.

"여성 팬티 파는 전화했어."
"이잉~ 뭐라고?!!!"


아내가 전해준 전화 내용이다.

"안녕하세요. 시간이 괜찮나요? 저는 여성의류를 판매하는 00이예요. 오늘 당신만을 위한 특별상품을 소개합니다. 이탈리아에서 제조된 고급의류입니다. 바로 여성 팬티예요. 다섯 장에 21리타스(약 1만원)만 받고 팔겠습니다."
"전 관심이 없어요."
"왜 관심이 없나요?"
"(팬티가) 많이 있어요."
"그럼, 감사합니다. 좋은 밤 보내세요."

아무리 전화로 다양한 상품을 파는 세태라고 하지만, 이렇게 늦은 시간에 40대 중반 아줌마에게 여성 팬티까지 팔려고 하다니...... 이렇게 팔아야 하는 전화판매원의 심정도 헤아려야 하겠지만, 참 어이없고 황당한 일로 여겨진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1. 12. 20. 08:06

1990년대 초반 헝가리 시골에서 열리는 포도수확 축제에 참가한 적이 있었다. 그때 헝가리 민속춤 차르다쉬를 배워 헝가리 전통옷을 입고 저녁 내내 즐겁게 놀았다. 여자들이 입는 펑펑하게 퍼진 치마가 참 궁금했다. 특히 바람이나 춤바람에도 날리지도 않아서 신기해보였다. 비밀스러운 궁금증은 쉽게 풀렸다. 겉치마 안에 있는 속치마가 열쇠였다. 속치마 한 벌이 아니라 10여벌로 겹겹이 입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출처 image source link]  


최근 폴란드 웹사이트에서 1860년 여성의 치마 입기 사진이 올라왔다. 바로 헝가리 민속옷이 떠올랐다. 옛 그림이나 19세기를 소재로 한 유럽 영화 속 펑펑하게 퍼진 치마를 보면 도대체 어떻게 저렇게 입을 수 있을까? 치마 속에는 과연 무엇이 있길래 저렇게 펑펑할까라고 의문을 가질 수 있겠다. 아래 사진이 답이다.
[사진출처: image source link]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