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13. 4. 23. 07:15

딸아이가 아주 어렸을 때 "너는 언제 자라나? 빨리빨리 자라거라!"라며 한숨을 내쉴 때도 종종 있었다. 그런데 딸아이는 벌써 초등학교 5학년생으로 훌쩍 자라버렸다. 아직은 느끼지 못하지만, 조만간 사춘기에 접어들 나이다. 

1살 반경 딸아이는 언니와 놀다가 쇠 난간에 이마가 부딛혀 상처를 입었다. 그 흉터 자국이 남아 있다. 예쁜 얼굴에 있는 이 흉터를 볼 때마다 당시 제대로 주의하지 못한 것이 후회된다. 일전에 이 흉터 자국을 보면서 딸아이에게 말했다.


"나중에 네 이마에 있는 흉터를 제거하는 성형수술을 받자."
"안 돼. 나 안 할래."
"무서워서?"
"아니."
"그럼, 왜?"
"어릴 때 추억이잖아. 그리고 이 흉터를 보면서 늘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할 수 있잖아."
"그래. 네 생각이 옳다. 거울 볼 때 그 흉터를 보고, 그 흉터를 볼 때마다 앞으로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되겠다고 다짐하는 거야. 그러면 그 자국이 흉하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것보다 더 아름답다. 오늘 우리가 한 말을 잊지 말고 살아가자."


이마에 있는 흉터가 보기 싫은 것이 아니라 어린 시절 추억의 징표요,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표시로 생각하는 초등학생 딸아이가 대견스럽다. 아이가 어른을 가르친다는 말이 바로 이런 경우가 아닐까...... 아무튼 딸아이가 이런 마음을 오래오래 변치 말고 살아가길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1. 8. 1. 02:58

지난 주말 장모님이 살고 계시는 리투아니아 북서부에 있는 쿠르세나이를 다녀왔다. 장모님은 모친을 모시고 살고 계신다. 10살 딸아이 요가일래에게는 외증조모이다. 

외증모님은 곧 만 아흔살이 된다. 거동이 불편하다. 지팡이에 의지해 조금씩 걸어다니신다. 하지만 조금 먼 거리는 휠체어가 필요하다. 식구들 모두 집 인근에 있는 텃밭에 가기로 했다. 외증조모님도 휄체어에 태워 다녀오기로 했다.

▲ 외증조모를 휠체어에 태워 밀고 가고 있는 요가일래 
 

텃밭으로 가는 동안 요가일래가 즐겁게 휠체어를 밀고 갔다. 텃밭에서 집으로 돌아오려고 할 때 외증조모와 딸아이의 대화를 잠깐 엿듣게 되었다.

"내 지팡이, 내 지팡이 어디 있나?"
"할머니, 집에 있어요."
"빨리 내 지팡이 줘. 빨리 빨리 지팡이 줘."
"할머니, 집에 있다고 했잖아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 외증조모의 머리수건을 매어주고 있는 요가일래
 

텃밭에 있는 이웃집를 지나자 증조모는 또 다시 지팡이를 찾았다.

"내 지팡이 왜 안 주나? 벌써 집을 지났잖아!"
"할머니, 저 집이 아니라 할머니가 살고 있는 집이에요."

외증조모는 지팡이를 달라면서 연신 눈물을 흘리셨다.

"내 지팡이, 내 지팡이!"
"할머니 10분만 가면 집에 도착해요. 그때까지 참으세요. 조금만 참으면 돼요."
"내 지팡이 내 놓아! 내 놓아!"
"할머니, 아이처럼 굴지마시고 어른처럼 조금만 좀 참으세요."

▲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지팡이를 외증조모에 건네주는 요가일래
 

10살 아이와 90살 할머니 사이의 대회를 옆에서 들으면서 "나이가 들면 어른이 아이가 되는구나"를 다시 한번 느꼈고, 한편 90살 외증조모의 응석을 끝까지 웃으면서 달래주는 10살 딸아이가 대견스러웠다. 딸아이가 저렇게 응석을 부린다면 초지일관으로 미소띠며 달래줄 수 있을까......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