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18. 12. 7. 23:33

일전에 한국을 방문했을 때 어느 삼계탕 집에 전시된 커다란 병 인삼주가 눈에 확 들어왔다. '우와, 우리 집 거실에서도 저런 인삼주가 하나 있으면 참 좋겠다'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빌뉴스에 사는 한국인 지인의 집에는 그 보다 더 큰 유리병 속에 인삼주가 담겨져 있다. 이 집을 갈 때마다 이 인삼주가 부럽다. 

우리 집 거실에는 몇 해 전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구입한 인삼 뿌리 한 개가 담겨져 있는 인삼주가 한 병 있다. 누군가에게 줄 선물용으로 구입했지만 '외국에 사는 한국인 집에 이것 정도는 하나 있어야 되지 않겠냐'라는 아내의 주장으로 남에게 선물하지 않고 그냥 우리 집 거실 장식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최근 좋은 기회가 왔다. 지인의 도움을 얻어 3리터 유리병과 인삼 6년근 네 뿌리를 구입했다. 한국에서 갓 가져온 인삼을 받아서 먼저 물로 깨끗하게 씻었다. 마치 아이를 목욕시키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특별히 40도 리투아니아산 보드카를 부어넣었다. 인삼 네 뿌리가 들어간 3리터 유리병에 들어간 보드카 양은 2.5리터다. 


리투아니아 사람들도 마늘이나 과일 열매에 보드카를 부어넣는다. 그런데 이는 보통 장기 보관용이라기보다는 필요에 따라 이내 마신다. 예를 들면 가을에 마늘주를 만들어 겨울철 감기 기운이 있을 때 마신다.
 

* 리투아니아 마늘주 (오른쪽)

* 리투아니아인 아내는 인삼의 생김 자체가 예술적이라 거실 장식용으로 제격이라고 한다.


지인의 말에 따르면 현지인들에게 인삼주를 선물했다니 '몸에 좋다'라는 소리에 얼마 가지 않고 다 마셔버렸다고 했다. 리투아니아인 아내도 이 말에 전적으로 수긍했다. 

술은 보는 것이 아니라 마시는 것이지 ㅎㅎㅎ 

이렇게 늦었지만 우리 집 거실에도 길쭉한 3리터짜리 인삼주가 진열되게 되었다. 


"우리 언제 이거 마시지?"
"딸 결혼할 때 아니면 당신 환갑 때..."
"그냥 여기 한국인이 산다라는 전시용으로 사용하지 뭐."


이제 우리 집을 찾는 현지인들은 누구나 한번쯤 기묘하게 생긴 이것이 무엇인지 물어볼 것이다.


"뿌리는 한국산 고려인삼이요, 술은 리투아니아산 보드카."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16. 12. 12. 07:30

주말 지인들의 모임에 다녀왔다. 사우나를 겸했다. 사우나에 빼놓을 수 없는 술이 맥주다. 전체 참가자을 위해 음식은 구입해서 비용을 나눠내었다. 술은 각자가 원하는 대로 구입했다. 

그런데 캔맥주를 따다가 표시가 눈에 들어왔다. 바로 임산부 음주 경고다. 지금까지 없었는데 이번에 새롭게 구성된 정부가 이를 규정화한 것이다. 2% 알코올이 들어간 캔맥주에도 이 표시가 되어 있다.


임신 중 음주가 태아에게 부정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널리 알려져 있다. 이 표시가 임산부가 캔을 따지 않도록 하는데 기여했으면 좋겠다. 
Posted by 초유스

종종 가이드 일과를 마치고 혼자 리가 구도시를 산책할 때가 있다. 며칠 전 편의점에 들러 음료수를 사려고 하는데 코카콜라 바로 위 선반에 있는 '건배'라는 한글이 눈에 확 들어왔다.


내용물은 쉽게 알 수 있다. 바로 캔맥주이다. 쩨수(Cēsu)는 쩨시스에서 1590년부터 맥주를 만드는 라트비아 회사이다.


캔맥주에는 술을 마실 때 잔을 부딛히며 하는 말이 여러 언어로 써여져 있다.



유럽의 한 변방에 속하는 작은 나라인 라트비아 맥주회사가 이렇게 한국어 단어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반가운 마음에 주저없이 이 캔맥주를 선반에서 꺼내 계산대로 발걸음을 향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5. 2. 17. 08:40

주말이 지나고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이다. 리투아니아어로 월요일은 'pirmadienis'(첫 째일)이다. 토요일 꽃가게에는 길다란 줄이 이어져 있었다. 대부분 잔치가 토요일에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우리 집도 잔치에 다녀왔다. 빌뉴스에서 250km 떨어진 곳에 살고 있는 처남의 생일 잔치였다. 50주년을 맞이하는 뜻 깊은 날이라 집에서 하지 않고 음식점을 빌렸다. 가족과 가까운 친척, 그리고 친구들을 초대했다. 또한 연주 겸 노래하는 가수도 한 명 불렀다. 


이곳 사람들의 기념적인 생일잔치는 어떻게 진행될까 궁금한 사람들을 위해 소개한다. 
먼저 저녁 7시에 시작한 잔치는 다음날 새벽 3시에 끝이 났다.
상에는 찬 음식들이 술 안주 겸 놓여 있다. 
따뜻한 음식으로 저녁을 먹고 이어서 축하 건배를 돌아가면서 한다. 
한 사람씩 자리에 일어나 축하 인사를 건배를 제의한다.


술이 조금씩 들어가면서 자리에서 나와 음악에 맞춰 춤 추는 횟수가 잦아진다.
기타 치고 노래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사이사이에 노래도 한다(홀로 부르기는 없고 전부 함께 부르기). 
춤추다 지치면 자리에 돌아가 다 함께 잔을 채운 후 건배한다.


혼자 술을 마시지 않고 건배를 제의하면서 같이 마신다.
다른 사람의 잔을 채운 후에 자기 잔에 술을 따른다.
술을 마시고 싶으면 옆 사람의 잔을 채운 후에 자기 잔에 술을 따르고 건배를 제의한다.

리투아니아인 아내에 앞에 앉은 나이가 더 많은 친척이 술을 따르자 
아내는 잔을 든 오른손을 앞으로 내밀고 왼손을 그 오른팔을 받쳤다.
그 순간 주위의 시선들은 아내의 이상한 술잔 받기 모습에 집중되었다.


이를 의식한 아내는 웃으면서 곧장 설명에 들어갔다. 
"한국인 남자와 살다보니 내가 이렇게 변했어. ㅎㅎㅎ 한국 사람들은 연장자에게 술을 따르거나 연장자로부터 술잔으로 받을 때 이렇게 해. 내가 이렇게 해보니 이렇게 하는 것이 내 마음이 더 편해. 이렇게 하니 연장자에 대한 내 존경심이 우러나오는 것을 확인하는 것 같아서 좋아."
"우와~ 설명이 멋지네. 한국 속담에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지. ㅎㅎㅎ"

* 좌: 일반적으로 술을 받는 모습, 우: 이날 아내가 자기도 모르게 술을 받는 모습


이렇게 두 문화 속에 살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어느 한 문화에 저절로 익숙해질 수 있다. 그 덕분에 주변인들에게 다른 문화를 설명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고, 또한 나아가 상호 문화에 대한 이해에 기여하게 된다.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14. 11. 28. 08:19

최근 크로아티아 친구와 페이스북으로 대화를 나눴다. 그는 유럽에서 내가 집에서 한국 술을 담그냐고 물었다. 유럽 사람들 중 과일이나 열매 등으로 집에서 술을 담그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나도 한국 술을 담그냐고 물어본 듯하다. 술도 잘 마시지 못할 뿐만 아니라 술담그기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그는 25여년 전에 한국을 방문해 처음 먹어본 술을 기억했다.  

"달고 무색인 술이 참 맛있었는데 그 술이 뭐지?"


한국 술 중에 달고 무색한 술이 무엇일까라고 아무리 생각해봐도 답을 찾지 못했다. 혹시 외국 친구들이 좋아했던 매실주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매실주는 무색이라고 하기에는 정답이 아닌 듯하다.


유럽에 살면서 처음 만난 사람들과 술자리에서 대화할 때 흔히 받는 질문이 있다. 

"한국 사람들은 어떤 술을 가장 많이 마시나?"

"아이구, 한국 떠난 지 오래 돼서 모르는데, 소주, 맥주, 막걸리 등등..."


그렇다면 유럽 사람들은 어떤 술을 많이 마실까?

아래 그래픽은 유럽 여러 나라에서 소비량이 많은 술을 표시해놓았다. 

상대적으로 추운 북동유럽은 일반적인 도수가 40도인 보드카이고, 포도가 생산되는 남유럽은 포도주이고, 북서유럽은 맥주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세계에서 1인당 가장 많이 맥주를 소비하는 나라는 어디일까?

<Euromonitor International> 통계에 따르면 다음과 같다. 


* 이미지 출처 image source link


세계 10대 1인당 맥주 소비국

1위 체코: 143리터

2위 독일: 110리터

3위 오스트리아: 108리터

4위 에스토니아: 104리터

5위 폴란드: 100리터

6위 아이레: 93리터

7위 루마니아: 90리터

8위 리투아니아: 89리터

9위 크로아티아: 82리터

10위 벨기에: 81리터


이렇게 보니 세계 10대 1인당 맥주 소비국이 다 유럽 나라들이다. 참고로 리투아니아에서 흔히 마시는 맥주는 쉬비투리스 엑스타라(Švyturys extra)이다.

Posted by 초유스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 란사로테 섬에 있는 포도밭은 세계에서도 찾기 힘들 정도로 특이하다. 이 섬에서 포도밭으로 유명한 지역이 게리아(La Geria)이다. 사방 천지가 숲이 하나도 없고 온통 화산암으로 이루어져 있는 이런 곳에 포도밭이 있다는 것 자체가 믿기지 않았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유럽 여러 나라에서 직접 본 포도밭과는 전혀 다르게 생겼다. 포도밭이 포도밭다워야 하는 데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정말 희귀했다. 지구가 아니라 다른 행성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 사진출처 image source link

 

여기엔 필히 어떤 까닭이 있고, 이런 포도밭을 일궈낸 주민들의 지혜가 숨어 있을 것이다. 도대체 어떤 독특한 모습을 지니고 있기에 서론이 이처럼 거창할까... ㅎㅎㅎ

 

포도나무가 웅덩이 속에 숨어 있을 뿐만 아니라 웅덩이에서 나오지 못하게 화산암으로 돌벽을 만들어 놓은 듯했다. 저지대뿐만 아니라 가파른 경사에도 계단식으로 포도밭이 거대한 장관으로 눈 앞에 펼쳐졌다. 

 

 

 

1730년에서 1736년까지 화산 분출로 인해 화산재가 이 지역의 비옥한 농토를 뒤덮었다. 시간이 지난 사람들은 이 재앙이 안겨준 혜택을 알게 되었다. 바로 천연 미네랄이 풍부한 화산재였다. 

 

18세기-19세기 이들은 화산재 층을 파내어 웅덩이를 만들어 그 밑에 포도나무 등을 재배하는 것이 생산성을 높여줄 것임을 알게 되었다. 이 지역의 포도밭 웅덩이는 지름이 약 5-8미터, 깊이가 2-3미터이다. 한 웅덩이에 보통 포도나무 2그루가 심어져 있다.   

 

 

 

란사로데는 1년에 비가 오는 날이 고작 18일이다. 건조해서 농사짓기에 적합하지 않다. 농업에 절대로 필요한 것이 물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물을 해결할까

이 점에서 화산재의 기능이 돋보인다. 구멍이 많은 입자로 되어 있는 화산재는 빗물과 이슬을 신속하게 밑으로 통과시키고, 뜨거운 햇빛이 비치는 낮에 수분 증발을 막아준다. 

 

 

그런데 왜 돌벽을 세웠을까?

란사로테는 무역풍이 상존한다. 반달 모양인 반원 돌벽은 특히 꽃봉우리를 맺은 포도나무를 강풍으로부터 보호해준다. 

 

 

포도나무 주종은 말바시아(Malvasia)와 무스카텔(Muscatel)이다. 포도수확은 유럽에서 가장 빠른 시기인 7월말이다. 수확은 모두 사람들이 직접 손으로 한다. 수확량은 헥타르당 1,500kg으로 스페인에서 가장 낮지만, 1그루당 25kg 포도가 생산된다. 19세기말부터 시작된 게리아 포도농원들은 연 포도주 30만병을 생산하고 있다.   

 

 

 

이 특이한 포도밭을 비롯해 란사로테 섬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극한 자연환경 속에서 체념하지 않고 이를 활용해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현장이었다

 

 

 

 

이날 스위트 포도주를 시음해보니 꿀을 많이 부운 듯이 무진장 달았다. 당도가 최고라는 안내자의 말이 떠올랐다. 이 대신에 세미스위트 한 병을 샀다. 호텔로 돌아와 대추야자수 옆에서 저녁노을을 즐기면서 가족과 함께 마시니 지상낙원이 따로 없었다.

 

 

이상은 초유스의 란사로테와 푸에르테벤투라 가족

여행기 7편입니다. 

초유스 가족 란사로테와 푸에르테벤투라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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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 11. 18. 07:46

일전에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에서 가족여행을 한 후 폴란드 바르샤바를 들러서 리투아니아 빌뉴스 집으로 돌아왔다. 바르샤바에서는 20여년을 알고 지내는 폴란드인 친구 라덱을 만났다. 그리고 함께 시골에 있는 그의 삼촌집을 방문했다. 

당시 라덱의 초등학생 사촌동생은 이제 30대 중반이 되어서 자기 가족이 살 단독주택을 거의 다 짓고 있었다. 축하할 겸 이 집도 둘러보았다.   



이어서 라덱의 삼촌댁에 도착했다. 벌써 식탁에는 많은 음식들이 푸짐하게 차려져 있었다. 폴란드 시골 사람들은 어떤 음식으로 손님을 맞이할까 궁금한 블로그 독자들을 위해 이날 먹은 음식을 차례대로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아래 컵에 담긴 것은 커피도 아니고, 차도 아니다. 

무엇일까?

비트(붉은사탕무)를 끓인 국이다. 비트는 적혈구를 만들고 혈액 전부를 조절해주는데 가장 좋은 야채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이 비트국과 먹은 전식이다. 부침개로 그 속에 고기가 들어가 있다. 한 번 베어먹고 비트국을 마신다.  



다음은 비고스(bigos)라는 음식이다. 폴란드, 리투아니아, 벨라루스 등지의 전통 음식이다. 양배추에 고기(돼지고기, 훈제, 소고기, 베이컨, 햄 혹은 소시지 등)를 넣어 푹 삶은 음식이다. 리투아니아인으로 1386년 폴란드 왕이 된 요기일라가 폴란드에 전한 음식이라는 말도 있다.  



옥수수, 새우 샐러드이다.



절인 오이다. 



직접 채취해 요리한 버섯이다.



돼지고기 커틑릿(돈가스)이 이날 주된 고기였다.



모처럼 접한 삶은 감자다. 분이 참 많았고, 아주 맛있었다.



오른쪽으로부터 라덱 삼촌, 그리고 그의 아들, 며느리와 부인이다.  



직접 만든 소시지이다.



이렇게 다양한 음식을 접시에 담았다.



손님맞이에 술이 빠질 수는 없다. 아주 특별한 술을 대접 받았다. 

바로 직접 민들레꽃으로 만든 술이다. 민들레화주!!!   



그 다음이 감동이었다. 안주인은 식물학자로 식물원에서 일하다 정년 퇴임했다. 한국과 각별한 인연(라덱의 작고한 어머니가 한국인)으로 뜰에 소나무 품종 하나인 한국소나무를 심었다. 이 소나무에서 피어나는 어린 꽃을 따서 술을 만들었다. 술에 취하고, 향내에 취하고...   



커피다. 커피가루을 밑에 놓고 그 위에 뜨거운 물을 붓는다.



케잌이다. 직접 집에서 만들었다.



정성어린 음식, 푸짐한 음식,

정말이지 호텔 만찬이 부럽지 않았다. 

더욱이 한국소나무꽃술까지 대접 받았으니 포만감과 만족감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이날 만남의 절정은 이 참나무다. 22년 전 처음 이 시골집을 방문했을 때 내가 심은 나무이다. 이곳 사람들은 이 나무를 내 이름을 따서 "대석나무"라 부른다. 벌써 이렇게 자랐다. 또 20년이 흐른다면 저 나뭇가지에 매달린 그네가 누군가의 아이를 즐겁게 해줄 것이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한 음식과 시간이 벌써 그리워진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 1. 27. 10:15

일전에 리투아니아인 처남집을 방문했다. 어느 순간 처남이 나무로 된 상자를 하나 보여주었다. 보드카라는 글자가 써져 있었다. 그 중간에 칼라시니코프 글자가 있다.
 

 
이는 바로 그 유명한 소련제 돌격소충 이름이자 이를 발명한 사람의 이름이다. 칼라시니코프는 2013년 12월 23일 94세로 사망했다. 지금까지 생산된 이 소총(AK-47)은 정품과 비정품 대수를 다 합하면 모두 1억정 정도가 된다고 한다. 엄청난 숫자이다. 상술이 능한 사람들이 그의 이 소총을 모형으로 해서 보드카 병을 만들었다.


러시아에서 일하고 있는 아들이 선물로 사주었다. 처남은 술을 좀 과하게 좋아한다.
'처남, 왜 아들이 이 소총 보드카를 선물한 줄 알아?"
"글쎄."
"술은 건강을 해치고 이 소총처럼 사람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다는 것을 경고하려고 한 것이야."
"그렇다면, 이거 마시지 말아야 하지. ㅎㅎㅎㅎ"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11. 21. 05:46

지난 주말 러시아에서 손님이 왔다. 에스페란토 친구이다. 페테르부르그에서 동쪽으로 200여 킬로미터 떨어진 티흐빈에 살고 있다. 전기 기술자로 정년 퇴임했지만, 목재소에서 고용 사장으로 일을 하고 있다. 한편 그는 시인, 작곡가, 작가, 번역가, 가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는 기타 하나 들고 세계 각국을 두루 돌아다니는 사람인지라 음식을 가리지 않는다. 생일은 아니지만, 우리 집의 대표적인 한국 국인 미역국을 첫날 끓여서 대접했다. 다음날에는 닭볶음탕을 준비했다. 난생 처음 먹어본 이 요리가 맵지만 맥주와 함께 먹으니 정말 맛있다고 칭찬했다.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그는 며칠 동안 한국 음식을 즐겼다. 이렇게 외국인을 만나면 새로운 문화나 경험 등을 서로 주고 받게 된다. 내가 배운 새로운 것이 하나 있어 소개한다.

이 러시아 친구와 함께 리투아니아인 친구 집을 방문했다. 같이 사우나를 하면서 맥주를 마셨다. 리투아니아인 친구는 다 마신 맥주병을 식탁 위 벽 쪽에 가지런히 놓았다. 이것을 본 러시아인 친구가 한마디 했다.


"우리 러시아에서는 절대로 빈 술병을 탁자 위에 놓지 않는다."
"뭐 특별한 이유는 있나?"
"이는 술을 무시하는 것이라 여긴다. 빈 술병은 탁자 위에 놓지 않고, 반드시 바닥에 놓는다."


이 말을 들으니 순간적으로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절대로 가방을 바닥에 놓지 않는다라는 아내의 말이 떠올랐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가방을 바닥에 놓으면 돈을 잃는다고 믿는다.

또한, 몇 병을 마시고 있나를 확인하기 위해 소주나 맥주 빈병을 마치 전리품처럼 탁자에 하나하나 올려놓던 대학 시절이 떠올랐다. 이런 습관대로 다혈질 러시아 사람 앞에 했다가는 욕 먹을 수 있겠다.  

한편 리투아니아 사람들이 술을 마시는 경우이다. 만약 마지막 술병일 때이다. 따르다가 마지막 잔을 받은 사람이 술을 사러가야 한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4. 8. 13:04

보통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손님으로 가서 술을 마실 생각이 있으면 술을 가지고 간다. 지난 부활절을 지방 도시에서 보냈다. 동서는 화물차 운전수로 유럽 전역을 돌아다닌다. 최근 러시아를 다녀왔다면서 신긴한 보드카를 가져왔다. 

보드카 병 밑에 작은 전등이 있어 여러 색깔의 빛을 낸다. 기념일이나 축제 때 딱 어울리는 선물이다. 
 



반짝거리는 불빛으로 어둠 속에서도 쉽게 술을 마실 수 있겠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2. 11. 13. 09:07

지난 10월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 140킬로미터 떨어진 농촌 마을의 인상 깊은 '짚조각 공원'을 촬영 취재를 했다[관련글: 농촌 마을, 가을 짚조각 공원으로 유명세, 관련 KBS News 영상 다시보기]. 

전혀 생각지도 않은 외국 방송사에서 취재를 온다니 관계자는 만족스러워했다. 항상 취재를 나갈 때에는 한국적인 물품을 챙겨가려고 한다. 그래서 기회되는 대로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한국적인 열쇠고리, 병따개, 인형 등을 사가지고 온다. 이번에도 아내가 몇 가지를 챙겼다. 그 중 하나가 소주였다. 


짚조각 공원에서 취재를 마치자 관계자가 자신의 사무실로 초대했다. 마침 촬영을 마칠 무렵이 점심식사 시간대였다. 마을 갤러리 안에 탁자가 놓여있었다. 투박스러운 모습을 띤 샌드위치가 올려져 있었다, 그리고 길쭉한 토마토...... 이 마을에서 직접 재배된 토마토라고 했다.


현지인들은 약초로 만든 술도 내놓았다. 낮이지만 반주로 한 잔씩 돌렸다. 아내는 챙겨온 선물을 전했다. 이번에는 한국의 소주였다. 


"리투아니아의 상징 색이 녹색이니 여기 한국에서 가져온 녹색 선물입니다."
"이게 뭐예요?"
"한국산 보드카 소주입니다."
"쌀로 만들었나요?" 
"쌀, 고구마, 보리 등을 발효시켜 물로 희석하여 만든 술입니다."
"도수는 몇 도인가요?"
"19.5도입니다."


이날 난생 처음 소주를 마셔본 현지인들 표정은 "콰~~!"가 아니라 "쩝쩝"이었다. 

"맹물 같아요."라고 한 남자가 평했다. 
"한국 사람들은 이거 몇 잔 마시면 (취기가 들어) 시끌벅쩍하고 재미있어요."라고 아내가 응했다.
"사실 소주는 삽겹살 등 안주와 함께 마셔야 제맛이 나요. 리투아니아는 안주 문화가 발달되지 않아 소주를 즐길 수 없어 아쉽네요."라고 덧붙였다.

* 이날 관계자로부터 선물로 받은 건초 작품

40-50도 도수의 보드카에 익숙한 리투아니아 사람들의 혀에는 소주가 맹물 같지만, 소주의 존재만이라도 알려준 것에 만족하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12. 2. 28. 09:28

사람의 욕망이 얼마나 대단한 지를 엿볼 수 있게 하는 순간이 포착되어 유럽 누리꾼들 사이에 화제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아파트 6층에서 한 여성이 이불 천 등을 묶어서 끈을 만들어 밑으로 내리고 있다. 땅에서 한 사람이 바람에 흩날리는 이 천끈을 기다리고 있다. 마침내 천끈을 잡자 그가 묶은 것은 다름 아닌 보드카라고 한다.

봐아하니 술꾼이 술사러 가는 것을 막기 위해 가족이 아파트 현관문을 잠겨놓은 것 같다. 그러자 이 술꾼이 기발하게 생각해낸 것이 바로 천을 이어서 끈을 만들어 외부로부터 술을 확보하는 것이다.
[사진출처: image source link]


술 욕망 종결자의 적나라한 모습을 보는 듯하다. 사람에 따라서 이렇게 술에 대한 집착과 욕망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어렵고도 어려운 일임을 실감케 한다.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12. 2. 13. 07:37

러시아 사람들이 술을 좋아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러시아도 리투아니아와 마찬가지로 늦은 밤 술로 인한 불상사들이 빈번하다. 이것을 감소해보고자 입법가들은 술 판매 규제법을 제정했다.

리투아니아는 밤 10부터 아침 11시까지 가게에서 술 판매가 금지되어 있다. 이 사실을 몰랐던 어느 날 한국인에서 온 손님들과 일을 마친 후 밤 10시가 넘어 맥주를 사기 위해 슈퍼마켓에 들렀다. 계산하려고 하니 술을 팔 지 않는다고 했다. 황당한 순간이었다. 잠자기 전 맥주 한 잔은 참 맛있을 텐데...... 아쉬웠다. 리투아니아에서 밤에 마실 술은 낮에 미리 사놓는 것이 상책이다.

한편 러시아는 밤 11시부터 아침 9시까지 술 판매가 금지되어 있다. 술이 떨어졌을 때 받는 음주가의 느낌은 담배 떨어졌을 때 받는 흡연가의 느낌과 유사할 것 같다. 더 마시고 싶은 데 술을 살 수 없는 상황이면 어떻게 해서라도 사고 싶은 욕망이 일어날 것이다. 이런 사람의 욕망 때문에 번창하는 사업이 새로 생기게 되었다.
 
Newsru.com에 따르면 러시아에는 현재 술 임대업이 번창하고 있다. 이는 술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술을 임대하는 것이다. 직원이 술을 가져다주고, 담보물(돈, 반지 등)을 받아간다. 임대 계약은 익일 8시까지 유용하다.

임대한 술을 돌려주지 않고 담보물을 찾아가지 않는 것은 상식이다. 즉 아침이 되기 전 술은 이미 고갈되었고, 담보물은 그대로 회사에 남게 된다. 당연히 회사는 낮에 가게에서 살 수 있는 술보다 좀 더 비싸게 판다. 모스크바에는 술을 임대하는 것뿐만 아니라 술을 선물하는 회사도 있다고 한다. 
 
러시아 법제정자들 스스로도 법에 구멍이 많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술 판매가 금지된 것이지, 술 임대나 기증이 금지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역시 사업가들의 '술 전당포' 생각은 기발하다. 

* 지난해 11월 한국 방문시 있었던 어느 술 자리

한편 80년대 초 대학 시절 기숙사 선배들과 술을 마실 때 종종 있었던 일이 떠오른다. 당시 야간통행금지가 있었다. 밤 12시가 넘어 살금살금 골목길을 따라 갔다. 이미 문이 닫힌 구멍가게 문을 부드럽게 두드리면서 "아저씨, 아저씨"를 외쳤다. 지금이야 편의점이 있으니 그럴 고생은 필요가 없어졌다.
'아, 술이 뭐기에?!" 


Posted by 초유스
영상모음2011. 5. 10. 06:44

유럽에서 20여년을 사는 동안 술자리를 적지 않게 가졌다. 가장 기억에 떠오르는 것은 술자리에 싸우는 것을 한 번도 직접 보지 못했다. 한국에 살았을 때에는 싸우는 경우를 종종 옆에서 보기도 했고, 겪어보기도 했다. 

또 하나는 대부분 사람들은 술을 섞어서 마시지 않는다. 첫 잔이 맥주였다면 맥주로 끝내고, 첫 잔이 보드카면 포드카로 끝내고, 첫 잔이 포도주면 포도주로 끝낸다. 집으로 온 손님에게 술대접을 할 때는 제일 먼저 무슨 술을 마실 것인지 물어본다. 대개 손님은 자기가 마시고 싶은 술을 선물로 가져온다. 가급적이면 이 술을 그 손님이 있을 때 같이 마신다.

물론 예외는 있기 마련이다. 술을 섞어 마샤야 할 경우에 당하면 가급적 도수가 낮은 술부터 마신다. 한국에 흔한 폭탄주는 아직 유럽 사람들과 마셔본 적이 없다. 주위 친구들은 호기심에 한번 맛볼 수는 있어도 호응도는 낮을 것이다.


최근 폴란드 대학생들의 유별난 폭탄주 제조 동영상이 화제를 끌고 있어 소개한다. 촛불 위에 냄비가 올려
져 있다. 보드카, 맥주, 샴페인, 주스, 에너지 음료 순서대로 넣고 휘젓는다. 그리고 거품을 걷어낸다.


이 폭탄주는 폴란드 대학생들에게 거의 "신의 음료"로 알려져 있다. 좌우간특히 검증되지 않은 폭탄주는 마시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적당하면 약이 되는 술이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최근글: 고사리 날로 먹고 응급환자 된 유럽인 장모님
 
젖가슴으로 병따기 술병 안에 딱정벌레 병마개 사라질까
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10. 11. 2. 07:34

카자흐스탄에서 발간되는 잡지 <voxpopuli>는 술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실험한 사진 기사를 실었다. 폴란드 웹사이트 조몬스터에서 올라온 이 글은 현재 조회수 15만, 추천수 2천을 넘어서고 있다. 이 실험에는 젊은이 세 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막스 파호모프(20세, 대학생), 크세냐 수호마조바(28세, 가수 겸 TV 사회자), 산자르 시르워바예프(22세, DJ)이다. (출처 / source links kz & p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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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시 20분 첫 번째 잔 - 데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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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 안주 없이 술 마시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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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문장을 얼마나 빨리 휴대전화 문자쪽지를 쓰는지를 실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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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9개 문자를 쓰는 데 크세냐는 45초, 산자르는 1분, 막스는 1분 41초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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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째 잔.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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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시 40분 단체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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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킬라 0.5리터를 마신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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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시 05분 단체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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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스키 2리터가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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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시 09분 첫 번째 위스키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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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감이 갑자기 찾아왔다. 참가자는 휴대전화 음악에 맞춰 춤추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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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시 20분 대화는 훨씬 개방적이고 솔직했다. "그건 그렇고, 크세냐, 신발이 스타킹에 어울리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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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세냐는 막스를 사진 찍어 트위터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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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시 35분 단체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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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스: "크세냐, 넌 왜 아직 남편과 아이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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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세냐: "아 그래서 나는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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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시 47분 술은 여전히 즐거움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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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시 55분 단체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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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시 05분 첫 번째로 막스가 괴로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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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시 10분 막스가 제일 먼저 화장실에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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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시 20분 막스는 더 이상의 실험을 거부하고 책상 밑으로 가서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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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자르가 가장 술이 센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채워진 위스키 잔을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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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단계 - 위스키와 우유, 아무도 건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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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세냐는 마실 의도는 있지만, 마실 힘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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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시 40분 크세나가 두 번째 실패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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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택시를 기다리는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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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시 50분 산자르는 옛 여자친구에게 전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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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가 문자쪽지를 빨리 쓰는지 시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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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9개 문자를 쓰는 데 크세냐는 1분 7초, 산자르는 1분 27초 걸렸다. 막스는 불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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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스 술 마시기 전과 후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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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세냐 술 마시기 전과 후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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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자르 술 마시기 전과 후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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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source links kz & pl)

이 카자흐스탄의 술 마시기 현장 사진을 보니까 언젠가 술이 취한 다음날 일어나자 "어젯밤 술에 취한 당신 모습을 사진 찍어서 오늘 보여줄걸."이라는 아내의 말이 떠오른다. 술에 취한 자신의 추한 모습을 술 마시기 전에 한번 생각한다면 술마시기가 조금이나마 자제될 것 같다. 그런데 술 마시기 전에는 술 마신 후의 모습이 술잔에 가려서인지 통 보이지 않는다. ㅎㅎㅎ

* 최근글: 외국인들에겐 뭐니해도 한글이 인기짱!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 6. 20. 08:41

어느 나라나 술문화가 있기 마련이다. 

유럽 리투아니아에 10여년 살고 있지만,
술 마실 때마다 잘 안되는 습관이 하나 있다.

바로 건배할 때다.

동양 문화에서 태어나고 산 사람으로
익힌 습관 때문으로
상대방의 눈을 똑바로 빤히 쳐다보는
것에 익숙하지가 않다.

대화할 때 눈을 쳐다보지 않는다고
아내로부터 종종 핀잔을 듣기도 한다.
대화할 때 상대방의 눈을 쳐다보지 않으면
제대로 정직하게 말하고 있는지에 의문이 생긴다고 말한다.

이는 술 자리 건배시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건배할 때 잔을 부딛히면서
똑바로 서로 눈을 응시하면서
"건강을 위해"라고 말한다.

이렇게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나이, 지위, 남녀를 막론하고 눈을 쳐다보면서 건배한다.
그렇지 않으면 상대방이 무엇인가 숨기는 것이나
나쁜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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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배할 때는 상대방의 눈을 응시하고 미소를 띄면서 기분 좋게 마신다.
"이 스베이카타!" (리투아니아어로 '건강을 위해서')
 
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09. 5. 15.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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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모처럼 이웃나라 폴란드를 다녀왔다. 리투아니아 빌뉴스를 출발해 카우나스에서 열린 국제 골동품 시장을 둘러보고 늦은 오후에 폴란드로 향했다. 이날 목적지는 폴란드 북동지방에 위치한 리투아니아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푼스크였다.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온 친구는 폴란드 국경지점에서 벌써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안내를 받아 목적지에 도착했다. 이번 방문의 목적은 중세시대 이곳에서 살았던 프루사(프러시아)와 요트빙기스 사람들의 거주지를 재현해 내고 있는 사람을 취재하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글을 올리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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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만에 만난 친구 사이의 흥은 술이 돋군다. 이날 밝은 보름달이 하늘에 빛을 발하고 있는 풍경 속에서 야외에서 닭고기를 숯불에 구웠다. 아직 5월 중순이라 공기가 싸늘했지만 분위기는 좋았다. 늘 그러듯이 남자들은 보드카를 마셨다. 잔을 비운 후 바르샤바 친구는 재빨리 빵을 코에 대더니 냄새를 맡았다. 언젠가 이런 경우를 보았지만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았다. 이날 그 이유를 물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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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러시아인들이 독한 보드카를 마신 후 여전히 입가에서 남아 있는 독한 냄새를 이 빵냄새로 제거하기 위해서다. 리투아니아로 돌아와서 소련 시대 러시아 사람들과 교류를 많이 했던 사람들에게 물으니 이들의 대답도 비슷했다. 반드시 빵냄새만이 아니라 옷소매 냄새를 맡기도 하고, 엽기적이지만 겨드랑이 냄새도 맡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한 사람은 안주가 없었을 때 장난스럽지만 이런 냄새를 안주 삼아 맡기도 했다고 말했다. 안주가 넉넉해도 빵냄새를 예전대로 맡는 것을 보면 꼭 안주 타령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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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늦은 밤 술자리를 파한 후 푼스크에 사는 친구는 아침에 일어나 속이 쓰리지 않게 하는 자신의 비법을 공개했다. 비법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바로 비타민과 칼슘 등이 함유되어 있는 환을 물에 타서 마시는 것이었다. 다음날 아침 정말이지 속이 쓰리지 않고 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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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 술을 마실 때 늘 그리운 것이 바로 한국 술상의 안주들이다. 그 넉넉하고 푸짐한 안주상 언제 한 번 받아보나......

* 관련글: 술광고에도 건강경고문이 붙어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 3. 11. 16:12

사람 사는 곳에 법이 없을 리가 없다.
유럽에서 살면서 술 마실 때
특히 나이 차이가 많은 윗사람이나 아랫사람과 마실 때
특별한 격식이 없어 아주 편하다.

이곳에서 가끔 한국인이 모이면
여전히 나이 어린 사람들은 고개를 돌려 술을 마시는 것을 본다.
그리고 연장자에게 술을 따를 때 예의를 갖추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어제 집안일로 만난 리투아니아인 처남 식구들과 간단한 술자리가 마련되었다.
여자들은 포도주를 마시고, 남자들은 보드카를 마셨다.

대개 여럿이 술 마시는 자리에선 혼자 마시지 않는다.
비록 자기 앞에 잔이 채워진 술이 유혹하더라도 다 같이 마시는 순간을 기다려야 한다.
정 마시고 싶으면, "자, 건강을 위해여!"라고 한 마디 하면서 옆사람들도 같이 마시도록 한다.  
건배할 때는 반드시 상대방의 눈을 마주 본다.

어제 술 자리에서 그 동안 간과한 것을 하나 더 알게 되었다.
바로 유럽에는 없을 같은 술 따르는 법이었다.

무심코 보드카 병을 오른손으로 잡고
오른쪽에 위치한 처남의 술잔을 채우려고 할 때 손바닥이 위로 향했다.
이때 주위 사람들이 그렇게 하지 말라고 제지했다.  

왜 일까?

술 따를 때 병을 잡은 손의 바닥이 위로 향하면
상대방에 대해 "적의나 악심"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반드시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우정"을 가지고
술 따른다면 이때 병을 잡은 손의 등이 위로 향해야 한다.

보통 한국에서도 손등을 위로 하고 술을 따르지만
종종 손바닥을 위로 하고 소주를 따른 기억이 떠올랐다.
 
이 술 따르기가 "적의"와 "우정"을 갈라놓는 중요한 순간임을 새삼 확인하게 되었다.
유럽 리투아니아 여행자는 건배할 때 상대방 눈을 보는 것과 함께
이를 유의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 이렇게 손바닥을 위로 하고 술을 따르면 상대방에게 악감정이 있음을 나타낸다.

        ▲ 우정으로 술을 따른다면 이렇게 손등이 위로 향한다.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08. 10. 18. 07:26

1980년대초 대학을 다녔는데 선배들과 술을 마시는 날이면 가끔 곤혹스러운 일들이 있었다. 그 중 하나가 술자리가 밤늦도록까지 가고 술이 모자라면 사러가는 것이다. 문 닫은 점방 문을 쾅쾅 두드려 자고 있는 주인을 깨워 술을 사는 것은 정말 곤혹스러운 일이었다. 지금이야 24시간 편의점이 있지만, 당시는 통행금지 제도가 있었다.

이제 리투아니아는 밤 10시부터 아침 8시까지 슈퍼마켓 등 상점에서 술판매가 금지된다. 최근 리투아니아 국회는 알코올 통제법을 개정하여 주류 판매와 음주에 대한 제재를 더욱 강화했다.

술 취한 상태로 공공장소에 나타난 16세 이상 18세 미만 미성년자는 벌금 40-50리타스(2만-2만5천원)이다. 1년에 두 번째로 걸리면 벌금이 50-100리타스(2만5천-5만원)이고, 세 번째 걸리면 150-300리타스(7만5천-15만원)이다.

16세 이상 18세 미만 미성년자가 독한 술을 마시다 걸리면 벌금 30-50리타스(1만5천-2만5천원)이다. 16세 미만 미성년자가 식당 등에서 술을 마시거나 술을 휴대하다가 걸리면 부모나 후견인이 50-100리타스(2만5천-5만원) 벌금을 문다.

비공식 통계에 따르면 리투아니아는 헝가리에 이어 유럽연합 국가 중에서 술을 가장 많이 마시는 나라로 나타났다. 2006년 리투아니아 국민 1인당 11ℓ, 그리고 15살 이상 1인당 13.2ℓ의 순 알코올을 소비했다. 같은 해 술로 인한 사망자는 1484명이고,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는 955건에 달했다.

지금도 공공장소에서 술을 마시거나 술병을 손에 들고 다니는 청소년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번에 강화된 이 제재가 과연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지 여전히 미지수이다. 오히려 경찰들의 업무만 과중되는 것이 아닐까 염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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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투아니아는 매년 9월 1일을 술판매 금지일로 정하고 있다.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08. 9. 1. 11:28

“알코올 통제법에 따라 오늘은 술을 팔지 않습니다.”
상점마다 안내문이 내걸러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오늘은 리투아니아 전역에서 술을 팔 수도 살 수도 없는 날이다. 바로 9월 1일 오늘은 리투아니아의 ‘지식과 학문의 날’이다. 이날은 리투아니아의 모든 학교가 약 3개월이라는 긴 방학을 끝내고 개학하는 날이다.
 
학생들은 부푼 마음으로 꽃송이나 꽃다발을 들고 학교로 향한다. 교사와 학생들은 개학식을 마치고 삼삼오오 무리지어 지난 방학 생활을 대해 이야기꽃을 피운다. 입학식을 마친 가족들은 식당 등에서 식사를 한다. 새 학년이 시작되는 이런 기쁜 자리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샴페인을 비롯한 술이다. 급격히 증가한 청소년들의 음주를 증명하듯 대낮부터 휘청거리는 이들을 이날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오늘은 표면상 술이 없는 아주 건조한 날이다. 2007년 리투아니아 국회는 알코올 통제법을 수정해 9월 1일을 ‘술 판매 금지일’로 지정했다. 1년 중 적어도 하루만이라도 술 판매를 금지해 음주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일깨우려는 의도다. 이날 알코올이 들어간 모든 술 제품을 판매하는 것을 금지한다. 상점과 식당은 물론 열차의 식당칸, 심지어 호텔의 미니바에서조차 술 판매가 금지된다.

비공식 통계에 따르면 리투아니아는 헝가리에 이어 유럽연합 국가 중에서 술을 가장 많이 마시는 나라로 나타났다. 2006년 리투아니아 국민 1인당 11ℓ, 그리고 15살 이상 1인당 13.2ℓ의 순 알코올을 소비했다. 같은 해 술로 인한 사망자는 1484명이고,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는 955건에 달했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