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13. 11. 22. 06:31

리투아니아 빌뉴스대학교가 일반 시민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개설한 한국어 강좌를 맡아서 가르치고 있다. 13세부터 30살까지 10명이 배우고 있다. 

읽고 쓰기는 얼핏보면 쉬운 듯하지만 수업 진도가 나갈 수록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학생들 중 여러 명은 이 어려움을 이겨내고 점점 향상되고 있다.

며칠 전 수업 시간이었다. 내용은 "~ 같아요"이다. 


"우리 선생님은 너무 착해요. 양 같아요"라고 읽고 있는데 학생들이 여기저기서 키득키득 웃었다. 선생님이 양처럼 착하다고 하는데 왜 웃을까? 

이것이 바로 언어에 담겨져 있는 문화 차이다. 리투아니아를 비롯한 유럽 사람들에게 양은 한국 사람들이 생각하는 양과는 다르다. 우리는 양이 순함과 착함의 대명사이지만, 유럽 사람들에게는 아니다. 좋은 예가 용이다. 동양에서 용은 인간을 보실피는 수호신이지만, 서양에서 용은 쳐녀를 요구하는 괴물이다. 

우리는 양을 순박하고 부드러운 성격의 소유자로 보지만, 여기 사람들에게는 고집스럽고, 어리석고 아둔한 것이 바로 양이기 때문이다. 물론 어린 양은 이와는 다르다. 어린 양은 순하고, 착하고, 사랑스러운 동물로 여긴다. 

"제 여자 친구는 아주 착하고 얼굴도 예뻐요. 천사 같아요"에 이들은 또 다시 키득키득 웃었다. 이번에는 또 왜 일까? 

리투아니아어에서는 천사가 남성형 명사이다. 네 명의 대천사를 모두 남성형 이름으로 표기한다. 가브리엘류스(가브리엘),  미콜라스(미카엘), 라파엘리스(라파엘), 우리엘리스(우리엘)이다. 즉 "여자인 내가 어떻게 (남자) 천사처럼 생겼나?"라고 반문하면서 이들은 의아해할 수 있다. 

* 리투아니아 사람이 눈으로 만든 천사상. 착한 남자 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다. 

각각 언어의 이런 문화적 차이를 모르고 "당신은 양 같아요"라고 서양인에게 했다가는 본의 아니게 오해를 넘어서 욕을 한 꼴이 된다. 언어가 다른 사람들 사이에 특히 비유법(직유, 은유 등)을 사용할 때에는 조심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Posted by 초유스
영상모음2011. 10. 19. 13:38

"국악으로 듣는 바람의 나라와 백만 송이 장미" 글에서 한국-리투아니아 수교 20주년 기념 음악회가 열렸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날 빌뉴스에 사는 여성 교민들은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관객들을 맞이하면서 좌석권과 팜플렛을 나눠주었다. 이 모습을 촬영하고 있는데 한 어린이가 눈에 띄었다.

일반적으로 한복은 한국인이 입는다. 한국인을 남편이나 아내로 둔 사람도 쉽게 입을 수 있고, 또한 그 자녀도 경우에 따라 쉽게 입는다. 딸아이 요가일래도 어렸을 때 추석이나 설에 한복을 입고 한인회 모임에 종종 갔다. 하지만 만 10살이 되어가는 지금은 1년에 한 두 번 입는 한복을 사주기가 적합하지 않은 것 같다. 바로 해마다 키가 쑥쑥 현저하게 자라기 때문이다.


이날 한복 입은 어린이를 보는 순간 딸아이의 한복 없음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이 어린이는 전혀 한국과 어떠한 연고가 없는 듯한 서양 어린이였기 때문이다. 아이와 함께 온 어머니에게 물어보았다. 답은 이렇다. 한국을 방문해서 한복을 보니 아주 아름다워 딸에게 선물로 사주었다. 이날 열린 국악 연주회장은 한복이 멋지게 어울리나는 날이라 딸에게 입혔다고 했다.

이날 관객 모습과 한복 입은 서양 어린이를 아래 영상에 담아보았다.


한복이 거추장스럽다고 싫어하는 한국인들도 있다. 하지만 한복의 아름다움에 빠져 이렇게 직접 입거나 입히는 서양인들도 있다. 이 아이가 자라면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더욱 더 커지길 바란다. 아래 영상은 이날 큰 박수를 이끌어낸 <다스름> 국악단의 신뱃놀이 영상이다.
  

* 최근글: 미녀와 관 달력 2012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11. 9. 28. 06:49

월요일 리투아니아의 한 중학교를 방문했다. 영어 수업시간에 에스페란토를 소개하기 위해서였다. [관련글: 교실마다 세면대로] 수업을 마치고 복도로 나와자 학생들이 조금 거리를 두고서 외쳐대었다.

"야포나스!", "야포나스!"

야포나스(japonas)는 리투아니아어로 일본인이라는 뜻이다. 이렇게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동양인을 볼 때에는 "야포나스" 혹은 "키녜티스"(중국인, kinietis)라 자기들끼리 수근거린다.

이런 경우 서로 대화할 수 있는 거리에 있다면 "라바스, 아쉬 에수 코레예티스"(안녕, 나 한국인이야)라고 정정해주곤 한다. 대개 친한 분위기가 형성된다. 

그런데 때론 분위기가 삭막한 경우도 있다. 바로 특정 민족으로 표현할 경우가 아니라 약간 경멸적인 표현을 들을 때이다. 이런 경우 못 들은 척하고 지나간다. 이들은 대부분 무리를 지은 십대들이다. 

그렇다면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어떤 경멸적인 표현을 쓸까?  

먼저 "čiurka"(츄르카)이다, 이는 "황인종 사람"을 뜻하는 비어(卑語)이다. 그 다음으로는 "juodašiknis"(유오다쉬크니스)로 "검은 엉덩이를 가진 사람"을 뜻한다. "siauraakis"(샤우라아키스)도 종종 쓰인다. 이는 "좁은 눈을 사진 사람"이라는 뜻이다. 

아래는 빌뉴스의 우주피스이다. 지나가는 십대 무리가 인터뷰를 하고 있는 나를 향해 "čiukčia"(츅챠)라고 부르는 것이 영상 오디어에 잡혔다. "츅챠"는 "츄르카"와 동일한 표현이다. 



유럽의 다른 나라에서는 어떨까 궁금해 페이스북 에스페란토 그룹에 물었다. 지금까지 달린 답은 이렇다.

* 이탈리아 친구:
"알지 못한다. 이탈리아인들은 동양인의 거시기는 짧다라고 말한다.
* 독일 친구: 예전엔 "Schlitzaugen"(틈눈)이라 말했지만 요즈음은 듣지 못했다. 여기 사람들도 특히 중국인, 일본인 한국인들의 성공과 경제력으로 인해 여기 사람들은 점점 아시아인들을 존경한다. 그래서 경멸하는 것이 그친 것으로 생각한다."
* 독일 친구: 동독에서는 아시아인들을 "Fidschi"(피지)라 자주 부른다. 한국에서는 유럽인을 경멸하는 표현은 없나?"
* 프랑스 친구: "점점 들을 수가 없다. chnew [쉬네우] (중국인), bridé [브리데] (굴레 씌운 눈), jaune [존] (황인) 등이 있다. 내가 생각하기로는 bridé가 가장 경멸적인 표현이다."


틈처럼 생긴 눈, 아몬드처럼 좁은 눈, 굴레가 씌워져 크지 않은 눈 등이 아시아인을 경멸적으로 표현하는 데 사용된다. 하지만 아시아인들 중에는 토끼처럼 크고 둥근 눈을 가진 사람들도 적지 않다. 더우기 요즘은 성형시대이다.

독일 친구말처럼 아시아인들의 성공이 세계에 널리 알려지고, 또한 상호교류가 많아지고 상호이해가 증진됨에 따라 점점 다른 대륙인에 대한 경멸적인 표현들은 점차적으로 사라지고 있음을 느낀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5. 19.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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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터넷에는 팝뉴스의 "동양인 인종 차별 디카?"라는 글과 사진이 화제를 모우고 있다. 사람의 미소나 눈 깜박임 등을 읽을 수 있는 인공기능을 갖추고 있는 디지털 카메라 피사체가 동양인의 좁은 눈을 "눈을 감았다"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는 서양인 등의 큰 눈을 기준으로 삼은 것이라며 카메라가 동양인을 차별하는 것이라고 일부에서는 항변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른바 큰 눈을 가진 백인들 사이에 살고 있는 조그만하고 좁은 눈의 동양인으로서 몇 자 적어본다. 한국에 살 때 백인이 옆으로 지나가면 한국인들이 "저기 코쟁이가 간다!"라며 말하는 것을 종종 들은 적이 있다. 이는 코가 크다는 뜻에서 서양인을 놀림조로 이르는 말이다.

그렇다면 서양인들은 동양인을 놀림조로 어떻에 부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가 바로 "좁은 눈"이다. 서양인 아이들이나 청소년들 옆으로 지나갈 때 "저기 좁은 눈이 간다!"라는 말을 듣는다. 언젠가 아이들이 그렇게 말하기에 현지어로 인사하니까 오히려 쑥스러워하는 표정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대개 아무런 반응 없이 그냥 지나간다. 어느 때는 "좁은 눈 덕분에 너희들보다 더 멀리 볼 수가 있지!"라고 속으로 웃어보기도 한다.

언젠가 한 친구가 동양인이 왜 좁은 눈을 가지고 있는 지 나름대로 분석했다. 동양인이 어릴 때부터 젓가락으로 작은 쌀 한 톨씩을 잡으려고 눈을 찌푸린다. 그래서 이를 반복하다보니 눈이 작고 세로로 좁아지게 된 것이다.

이 말을 듣자, "그렇다면 서양인은 어릴 때부터 둥근 감자를 많이 먹어서 눈이 둥글고 큰 것이 되었구나!"라고 응답했다. 우스개 소리로 결국은 쌀이냐 감자이냐 따라서 눈의 크기가 정해졌으니 "좁은 눈", "코쟁이"라고 서로 놀리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행히 7살 딸아이 요가일래는 엄마를 닮아서 눈이 둥글고 크다. 어느 날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요가일래는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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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이제부터 밥 대신 감자를 많이 먹어야 돼! 알았지?"
 
* 최근글: 김치에 정말 좋은 한국냄새가 나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