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20. 4. 9. 14:41

북유럽 리투아니아는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격리조치가 취해지고 있다. 자가격리와 자가체류가 권장되고 있다. 오늘은 낮 최고온도가 20도까지 올라가는 날씨다. 이는 그야말로 전형적인 여름철 날씨다. 이런 좋은 봄날씨에 밖에 나가서 마음 놓고 돌아다닐 수 없으니 참으로 안타깝고 갑갑하다.

지난 일요일 일주일만에 숲 속으로 산책을 나갔다. 봄을 알리는 전령사 중 하나인 서양할미꽃도 보고 맑은 숲공기를 마시면서 모처럼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아파트 주차장에서부터 난데없이 딸아이 요가일래가 딸꾹질을 심하게 하기 시작했다. 시국이 시국인 만큼 무관한 증상에도 신경이 곤두섰다.  

"코를 막고 한참 숨을 쉬지 말아봐라"라고 했다.
"그래도 딸꾹질이 안 그친다."
"그러면 빨리 집에 올라가서 차가운 물을 마셔봐라." 
"아니야. 아빠 방법 말고 내가 아는 방법을 한번 해볼 거야."

집에 들어오자마자 여전히 딸꾹거리는 요가일래는 부엌 찬장에서 설탕컵을 꺼낸다.
"뭐 하려고?"
"보면 알지."


설탕을 차숟가락에 담더니 입안으로 넣었다. 그리고는 침묵이다.
한참 후 입을 열더니 말했다.
"봐, 이제 딸꾹질 안 하잖아!"
"어떻게 했는데?"
"설탕을 혀바닥에 얹고 혀를 입천장에 붙여서 설탕에서 나오는 단물을 빨아먹었지."


"우와~ 내가 처음 알게 된 방법이네. 누가 가르쳐 줬어?"
"합창단 지도 선생님이 알려 줬어. 갑자기 딸꾹질을 하면 노래를 할 수 없을 때 쓰는 방법이라고 했어." 
"아빠도 나중에 이 방법을 한번 사용해 봐야겠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설탕을 먹으면 단맛이 신경을 자극해 딸꾹질을 멈추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좀 더 검색하니 딸꾹질을 멈추는 방법이 너무 다양하다. 90도로 몸을 숙여 물 마시기, 설탕물 마시기, 혀 잡아당기기, 가슴 부위 지그시 누르기, 재치기하기, 신 음식 먹기, 숨 들이쉬기 ,트림하기, 간지럼 참기, 놀라게 하기 등이다.

갑자기 한 생각이 떠올랐다. 세계 각국 사람들은 어떻게 딸꾹질을 멈출까 궁금해졌다. 그래서 회원 2만2천 명이 넘는 국제어 에스페란토(Esperanto) 페이스북 그룹 "평소 어떻게 딸꾹질을 멈춰?"라고 물어봤다.  


짧은 시간에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다양한 답을 해줬다. 여러 사람들이 위에 언급한 방법을 사용하고 있지만 세계 각국의 개인들이 각자 평소 사용하는 방법을 알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해서 아래 소개하고자 한다.

캐나다 Sylvain: "누군가 당신을 놀래켜라."
슬로베니아 Vesna: "물을 마시거나 코를 막고 천천히 20까지 숫자를 세라."
헝가리 Éva: "왼팔을 높이 들거나 물 10방울을 마시거나 설탕 한 숟가락을 먹어라."
미국 Jeremiah: "양쪽 귀 뒤에 아이스크림으로 머리를 눌러라."
핀란드 Kalle: "설탕 한 숟가락을 입안에서 녹이지 말고 그냥 삼켜라."
스웨덴 Bertilo: "긴장을 풀고 규칙적으로 호흡한다."
헝가리 Anna: "호흡을 최대한 멈춘 후 깊게 들이쉰다. 딸꾹질이 그칠 때까지 이를 반복한다."
러시아 Sergeo: "누군가 당신을 갑자기 크게 놀래켜야 한다."  
중국 Miao: "찬물을 벌컥 삼킨다."
브라질 Jose: "코를 막고 최대한 호흡을 멈춘다."
중국 Dagez: "갑자기 누가 당신을 때리면 금방 딸꾹질이 그친다."
세르비아 Živanko: "자두술로 (멈춘다)."
헝가리 Csaba: "강하게 집중한다."
미국 Hans: "치아로 연필을 물고 물을 마신다."
이탈리아 Davide: "힘껏 소리 질러라."
러시아 Oleg: "깊게 숨을 들이쉬고 멈춘다."

일반적으로 설탕물을 마시거나 설탕을 입안에서 녹여서 먹어라고 하는데 핀란드인 친구 칼레(Kalle)은 그렇게 하지 말고 삼켜라고 한다. 왜냐하면 "마른" 설탕이 목구멍을 자극함으로써 신경에 영향을 미쳐 딸꾹질이 그치기 때문이다라고 한다. 치아로 연필을 물고 물을 마신다는 미국인 한스(Hans)의 방법이 특이하다. 이렇게 하면 산소기포가 횡격막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는 것을 돕기 때문이라고 한다. 세상은 넓고 딸꾹질 멈추는 법은 많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8. 12. 11. 07:55

나는 물건을 좀 넉넉하게 사자는 쪽이고 유럽인 아내는 꼭 필요한 만큼 사자는 쪽이다. 예를 들면 내 경우는 쌀 두 봉지를 한꺼번에 사서 하나는 먹고 다른 하나는 보관하다가 쌀이 떨어지면 곧 바로 먹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아내 경우는 여유분을 보관해 두는 것보다 쌀이 떨어질 무렵에 쌀을 사면 된다는 것이다. 살다 보면 꼭 필요한 시점에 쌀 여유분이 없어서 쌀밥 대신에 다른 것으로 대체해야 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게 일어난다. 

"봐라, 이럴 때를 대비해서 좀 더 사놓으면 좋잖아!"
"여기저기 보관함으로써 공간만 차지하는 것보다는 필요한만큼만 사는 것이 더 좋지!"

그래도 값이 싸면 넉넉히 사서 보관하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 집 찬장은 열어 봐야만 그 안에 무엇이 보관되고 얼마나 남아 있는 지를 알 수 있다. 


이러다 보니 찬장 깊숙히 많이 남아 있는 물건인데도 없다고 생각하고 또 다시 사와서 바가지를 왕창 긁히곤 한다. 찬장 속 물건이 보이지 않으니까 있어도 먹을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 밥을 지을 때 여러 곡물도 함께 넣고자 보관하고 있지만 흰쌀밥이 밥상에 오르기 일쑤다. 나이가 들어가니 눈에 보이는 것만 쉽게 요리해 먹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11월 중순 한국을 잠시 방문했을 때 머문 지인의 집에서 좋은 방법을 얻었다. 바로 찬장에 있는 물건을 눈에 보이게 하는 것이다. 지인은 재활용한 생수병에 곡물을 담아 부엌 선반 위에 올려 놓았다. 다양한 곡물 색깔으로 장식용에도 안성맞춤이다. 마치 곡물과 함께 더불어 숨 쉬며 살아가는 느낌이 든다.
   

우리 집의 물건 사기와 보관하기 문제를 쉽게 해결해 줄 수 있는 방법을 눈앞에 보게 되자 감탄이 절로 나왔다. 빌뉴스 집에 있는 아내에게 우리도 이렇게 한번 해보자라고 사진을 찍어 보냈다. 막상 집으로 돌아와 우리 집 부엌 환경을 살펴 보니 이 방법을 즉각 실행하기엔 적합하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플라스티병 재활용도 할 수 있고 또 무엇이 얼마나 남아 있는 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이 방법은 부엌 환경이 되면 꼭 실행해 보고 싶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2018. 2. 6. 05:57

이번 호주 시드니 가족여행에서 현지의 초대를 받아 잠깐 그의 집을 방문했다. 



현관문 신발장 앞 하늘소가 시선을 끌었다. 

멀리서 얼핏보면 바닥에 잠시 멈추고 있는 거대한 곤충처럼 보였다.



가까이에 가면 바로 철로 된 조형물임을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 하늘소의 용도는 무엇일까?



현지인에게 물으니 직접 그 용도를 보여주었다.



바로 키가 큰 그가 쉽게 신발을 벗기 위해서 이것을 사용하고 있다. 아파트에 살고 있으니 바닥에 설치하기가 어렵겠다. 만약 주택에 산다면 현관 입구에 하늘소 한 마리를 설치해놓으면 신발을 벗는데 참으로 편리하겠다. ㅎㅎㅎ


* 초유스 가족여행기: 호주 본다이 비치 구경에 취해 범칙금이 22만원 헉~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 11. 17. 08:12

이맘때가 되면 제일 먹고 싶은 과일 중 하나가 단감이나 홍시이다. 어린 시절 시골 마을 뒷밭에는 다양한 종류의 감나무가 여러 그루 자라고 있었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장대를 들고 뒷밭 감나무에 가서 홍시를 찾아내 맛있게 먹곤 했다. 

아쉽게도 지금 살고 있는 북동유럽 리투아니아에는 감나무가 자라지 않는다. 하지만 요즘 대형상점 과일 판매대에서 감을 흔히 볼 수 있다. 이 감은 단감이다. 대부분 스페인산이다. 초기에는 가격이 비싸서 선뜻 사고 싶은 마음이 일어나지 않는다. 많이 쏟아져 나와 값이 떨어질 경우에는 자주 사서 먹는다. 다행히 딸아이도 단감을 아주 좋아한다.

* 스페인산 단감


"너는 왜 단감을 좋아하는데?"
"이유는 간단하지."
"뭔데?"
"내가 아빠 딸이잖아. 아빠가 좋아하는 과일은 나도 좋아한다."
"그래 좋은 것만 아빠 닮아라. ㅎㅎㅎ"

단감이라고 하지만 막상 사서 먹어보면 떫은 맛이 있는 단감도 더러 있다. 일전에 맛있게 생긴 단감을 여러 개 사왔다. 딸아이가 한번 깨물어 보더니 이내 퇴퇴하면서 뱉어냈다.     

* 스페인산 단감,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홍시로 먹어야겠다


"왜?"
"감이 안 달아. 이런 감 못 먹어."

주말이다. 아내와 딸아이는 지방 도시에 사시는 장모님을 방문하러 떠났다. 아무리 가격이 떨어졌다 하더라도 경제권을 잡고 있는 아내는 "비싼 수입품 단감보다는 지금은 신토불이 리투아니아 사과를 많이 먹을 때야!"라면서 단감을 많이 사는 것에 분명히 반대할 것이다.


혼자니 마음대로다. 아내가 떠난 후 대형상점으로 직행했다. 단감을 양손에 들 수 있을 정도로 샀다. 스페인 단감을 홍시로 만들 생각이었다. 홍시로 만들어 놓으면 떫은 맛이 달콤한 맛으로 변하기 때문에 딸아이가 맛있게 먹을 것이다. 영수증을 보니 5킬로그램이었다.   

* 스페인산 단감 현재 시각 가격은 킬로그램당 4천원

단감은 값이 얼마일까?
단감은 킬로그램당 7.99리타스 + 부가가치세 21%이다. 이날 구입한 5킬로그램 단감 가격은 50리타스다. 한국돈으로 20,000원(킬로그램당 4천원)이다. 

* 스페인 발렌시아 지방에서 재배된 단감
      
Persimon Bouque는 스페인 발렌시아(Valencia) 지방에서 재배되는 단감이다.

"단감 홍시 만들기" 인터넷 검색을 통해 정보[관련글: 제철 대봉감, 빠르게 홍시 만드는 법]를 얻었다. 스티로폼 상자에 단감을 넣고, 그 사이에 사과를 쪼개서 놓았다. 사과에서 발생하는 에틸렌가스가 식물의 노화와 부패를 촉진시킨다고 한다. 

* 스페인산 단감과 사과를 스티로폼 상자에 담았다 

단감을 담은 상자를 거실 한 구석에 놓았다. 일요일 집에서 돌아온 딸아이는 그것이 무엇인지 몹시 궁금해할 것이다. 1주일 후 열어보면 정말 단감이 홍시가 되어 있을까?! 말랑말랑 달콤한 홍시에 딸아이가 기뻐하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 거실 구석에 놓아둔 상자

이번에 성공한다면 상자 가득히 홍시를 만들어 냉동실에도 넣어 놓아야겠다. 얼린 홍시가 별미일 것이다. 이렇게 되면 리투아니아인 아내도 단감을 많이 사는 것에 찬성할 듯하다.

'단감아, 홍시 돼라'

* 단감 홍시 만들기 후기: 스페인 단감 10일 후 달콤한 홍시로 변해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12. 16. 07:56

유럽 리투아니아에는 대체로 며느리와 시어머니간 갈등보다는 사위와 장모간 갈등이 더 부각된다. 한 예로 집안의 골방이나 다락방, 물건창고를 농담으로 '장모방'이라 부른다. 장모가 딸을 보기 위해 찾아왔을 때 장모가 이곳에서 머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라 한다. 장모의 지나친 간섭에 사위들의 반란인 셈이다. 또한 장모에게 선물할 가장 좋은 음식으로 광대버섯을 꼽는다. 이는 농담이다. 왜냐하면 광대버섯은 독성이 아주 강해 사망까지 이르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전에 장모님께서 우리 집을 방문하셨다. 아내는 직장에 가고 없었다. 장모님께서 가위를 들고 부엌에서 오셨다. 나중에 알고보니 가위가 무뎌서 종이가 잘 잘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위, 이 가위가 정말 무디네. 무딘 가위를 쉽게 날카롭게 하는 법 알려줄까?"
"어떻게요?"
"집에 금강석이 없을 경우에 쉽게 날카롭게 하는 법을 알려줄테니까 잘 봐."


이렇게 말한 후 장모님께서 함께 가져온 철사로 된 물건을 가위로 여러 차례 자르듯이 했다. 

"효과가 있을까요?" 
"나중에 한번 봐."


영상에서 보듯이 장모님께서 손질한 가위는 종이를 가볍게 싹둑싹둑 잘랐다. 

"정말 효과가 있네요. 기억했다가 다음에 그렇게 하겠습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9. 9. 06:35

빌뉴스 교외에 사는 친구로부터 모처럼 연락이 왔다. 토요일에 함께 자기 집에서 사우나를 하자고 했다. 폴란드에서 손님들이 우리 집을 방문하는 일정이 있었다. 


"우리 집에 손님들이 오는 데 같이 가도 되나?"라고 물었다.
"우리 집 뜰과 사우나는 충분히 넓으니 염려하지 말고 같이 와!"라는 답했다. 

우리 식구 세 명과 폴란드에서 온 손님 세 명과 함께 친구 집을 방문했다. 먼저 뜰에서 친구가 직접 구운 빵과자와 함께 차와 커피를 대접 받았다. 


친구는 다래도 내놓았다. 뜰 울타리에서 5년 동안 키운 다래나무가 올해 처음으로 열매를 맺었다. 말랑말랑한 다래는 당도가 높아 참 맛있었다.


종교의식에 가까운 친구집의 사우나는 늘 인상적이다. 친구집 사우나에 대해서는 일전에 올린 글이 있기에 여기선 생략한다[관련글: 종교의식 방불케 한 유럽 친구집 사우나 체험].


우리가 가져간 돼지고기와 쇠고기를 숯불에 구워서 저녁을 푸짐하게 먹었다. 참고로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먼저 사우나를 하고 식사를 한다.   

무엇보다도 이날 우리 일행에게 신기한 모습은 바로 친구의 수박 자르기였다. 먹기 좋고, 보기 좋게 수박을 자라는 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북동유럽 리투아니아에는 수박이 자라지 않는다. 대체로 중앙 아시아나 남유럽에서 재배된 수박이 수입된다.

이날 친구가 보여준 수박 자르기는 아주 간단했다. 


먼저 수박을 통채로 식탁 위에 올린다
칼로 깊이 듬성등성 자른다
돌아가면서 하나씩 빼먹는다



도마에 흘러내린 수박물을 닦아낼 필요가 없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지금까지 이렇게 수박을 자라는 법은 처음 보았다. 길게 자른 수박을 먹을 때 팔뚝따라 흘러내리는 물이 신경써인다. 하지만 비록 볼품은 없지만, 이렇게 먹기에 좋을 만큼 자른 수박을 먹어보니 정말로 수박물은 걱정은 없었다.

"우와~ 정말 쉽고 좋네! 우리도 이제 이렇게 수박을 잘라보자!"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3. 11. 06:32

대부분 집에서 일을 하다보니 아무래도 다른 남편들보다 부엌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아침식사로 직접 샌드위치와 샐러드를 만들어 먹고 있는 지 꽤 오래되었다. 고기 요리가 주가 되는 점심은 주로 아내가 한다. 부엌 찬장 정리는 아내 몫이다. 

설탕이나 소금, 곡물, 양념 등을 찬장에서 찾아야 할 때가 있다. 이리저리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다. 아내에게 긴급 문의를 한다.

"여보, 소금 어디 있어?"
"잘 찾아봐."
"아무리 찾아도 없어."
"당신은 꼭 눈에 보이는 데서만 찾잖아."

하도 이런 일이 다반사라 아내는 달가워하지 않는다. '어디 있나?'라는 서너 차례 물음에 결국 아내는 부엌으로 무거운 걸음을 하고 쉽게 찾아주면서 잔소리한다. 

최근 인터넷 사이트에서 재미난 사진을 보게 되었다. 바로 물건들이 선반 표면에 놓여있지 않고 선반 위에 붙여져 있다. 보자마자 아~ 탄성을 질렀다. 


공공 활용에도 도움이 되지만, 어떤 물건이 어디에 있는 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꼭 찬장 선반에서 물건찾기에 서투른 남편을 위해 만들어 놓은 듯하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1. 11. 29. 07:00

숫자 32
이는 우리 집 아파트 실내에서 키우고 있는 화초 수이다. 화초 가꾸기는 오랜 전부터 남편인 내가 맡아왔다. 물주기부터 분갈이까지 모두 맡아서 한다. 가끔 생일 선물로 서양란을 받는다. 이렇게 모인 서양란이 다섯이다. 서양란은 꽃이 납이를 닮았다고 해서 호접란으로 부르기도 한다. 


물은 자주 주지 않는다. 밖에서 흔히 보이는 뿌리가 말라있다고 확인하면 물을 준다. 여름에는 보통 일주일에 한 번 준다. 수도관을 틀어놓고 흐르는 물로 흠뻑 뿌리를 적셔준다. 이러게 몇 년째 서양란에 물을 주고 있다. 

그런데 최근 변화가 생겼다. 어느날 밥을 지으려고 쌀을 씻었다. 이날따라 이 물을 버리면 참 아깝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3차례 씻은 물을 모으니 대야가 한 가득이었다. 화초 물주기에 사용했다. 

잠시 후 서양란 물주기를 했다. 아까처럼 물절약하는 방법을 떠올렸다. 아주 단순했다. 대야에 물을 받아놓고 서양란 화분을 대야에 담궜다. 잎으로 물을 뿌리면서 뿌리까지 자연스럽게 적셨다. 이렇게 처음 담은 대야물로 서양란 화분 다섯 개에 물을 주었다. 남은 물은 다른 화초에 물을 주는 데 사용했다.  


서양란을 가꾼 지 여러 해가 되지만 이렇게 물을 거의 한 방울을 하수구로 내보지 않고 물주기는 처음이었다. "왜 내가 그 동안 이것을 몰랐을까?"라고 물절약에 너무나 무관심했던 나 자신을 발견하자 "참 바보였구나!"라고 자신을 책망해보았다. 물론 흐르는 물로 난에게 주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만 10살 딸에게 이 역사적인 첫 (서양란 물절약) 깨달음을 기록에 남겨달라고 촬영을 부탁했다. 찍으면서 딸아이도 아빠의 물절약을 직접 보고 배웠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