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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3. 10. 10. 06:22

여름부터 딸아이의 무릎 양쪽에 사마귀가 하나 둘 생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곧 없어지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금씩 크기가 커졌고, 개수는 늘어났다. 

응급실로 직행해야 하는 병이 아니고서는 리투아니아에서는 본인이 원한다고 해서 의사의 진찰을 금방 받을 수는 없다. 먼저 가정의사 진료를 예약해야 하고, 그 다음에 피부 전문의 진료를 예약해야 한다.

이런 경우 아내는 한국에서는 어떻게 사마귀를 치료하는 지에 대한 정보를 알아보라고 한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보니 여러 곳에서 사마귀 치료에 율무가루를 부위에 바르는 한편 물에 타서 마시면 효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율무는 영어로 'job's tear'로 집에 있는 '영어-리투아니아어 큰 사전'에도 해당 단어가 없을 정도로 아내도 알지 못했다. 생율무가루 사마귀 치료 전과 후, 그리고 그 과정을 자세하게 설명한 글을 읽고 나니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한국에 살고 있는 친척으로부터 급히 생율무가루를 구해 보내달라고 했다.


딸아이는 자기도 비록 반쪽이지만 한국인이라서 한국인의 민간요법이 치료해줄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매우 기뻐했다. 그런데 물에 탄 생율무가루는 도저히 마실 수 없다고 했다. 딱 한번 시도해보는 데 그쳤다. 


생율무가루를 반죽해서 무릎에 서너 번 붙였다. 보기에는 조금씩 작아지는 듯했다. 하지만 기대하지 않은 일이 벌어졌다. 허벅지와 다리에 붉은 반점이 생기더니 며칠 후에는 보기에도 징그러울 정도였다. 

율무가루로 인한 알레르기로 보였다. 딸은 이때까지 별다른 알레르기 증세를 한 번도 보이지 않았다.  

한국 민간요법으로 딸아이 사마귀를 치료하고자 한 선의는 오히려 붉은 반점을 낳게 되었다. 적지 않은 비용을 주고 항공편으로 율무가루를 공수해왔는데 말이다. 그냥 진료날짜를 차분히 기다리면 될 것이지 왜 돈 쓰고 성급하게 일을 추진해서 또 다른 병을 초래했는가라고 아내로부터 책망을 들었다. 입이 열 개라도 아내와 딸에게 할 말이 없었다. 

"딸아, 아빠가 정말 미안하다." 

얼마 후 정해진 진료날짜에 피부 전문의에게 가니 산성용액을 주었다. 이 산성용액을 한 두 방울 사마귀 위에 떨어뜨리니 순식간에 튀어나온 사마귀가 가라앉았다. 그리고 항생제 연고를 붉은 반점에 한 두 번 바르니 점점 사라졌다. 

돈 들고 욕 얻어 먹고... 

큰딸은 특히 여름철이면 기미와 주근깨로 울상이다. 율무가 기미와 주근깨 치료에도 효능이 있다고 해서 이번에 한국에서 2킬로그램이나 구입했다. 작은딸의 알레르기를 경험하고 나니 권하기가 꺼려진다. 생율무가루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 지 고민이다.

율무가루에 부작용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딸에게 이런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줄은 정말 몰랐다. 한국에서 효험이 아주 좋은 민간요법이라도 이젠부턴 여기에 소개하고 활용하는 데 보다 더 신중해야겠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