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모음2011. 12. 2. 06:40

이번 한국 방문 때 몇 차례 서울역을 다녀왔다. 역사 주변에 과거 어느 때보다도 훨씬 많은 노숙자들이 눈에 확 들어왔다. 경제적으로 살기가 좋아졌다고 하는 한국에 왜 이렇게 노숙자가 많을까라고 방문객들은 의문을 던질 법하다.

"아빠, 여기는 가난한 사람들이 참 많다"라고 함께 간 딸아이가 말을 건넸다.
"우리 빌뉴스에서도 쓰레기통을 뒤지는 사람들이 있잖아."라고 답했다.

▲ 우리 집 부근 거리에 있는 겨울철 쓰레기통 모습이다.  
 

리투아니아에는 도심의 쓰레기통을 뒤져서 먹을 것이나 재활용할 수 있는 물품을 찾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들에 대한 제재는 아직 없다. 최근 프랑스 파리의 한 지역이 쓰레기통을 뒤지는 사람들에게 벌금을 물리겠다고 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쓰레기통에 있던 일부 음식물이 거리에 버려져 공공 보건을 침해하기 때문이다고 한다.

얼마 전 우리 아파트에 노숙자와 관련된 일이 하나 생겼다. 우리 아파트는 아직도 각층으로 연결되어 있는 쓰레기통에 쓰레기를 버린다. 쓰레기는 1층에 마련된 쓰레기장 컨테이너에 모인다. 쓰레기장은 나무문으로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자물쇠가 부셔져 있었다. 알고보니 이곳에 노숙자가 기거하고 있었다. 이곳에도 난방이 되는 지라 비록 냄새가 나지만 노숙자가 추위를 쉽게 피할 수 있었다.

그래도 쓰레기장에 노숙자를 살게 할 수 없으니 주민들이 해결책을 논의했다. 먼저 나가줄 것을 권유하자 노숙자는 순순히 응했다. 주민들은 이제 나무문 대신 철문을 달았고, 견고한 자물쇠로 채웠다. 철문의 비용은 약 60만원이었다. 한 노숙자 문제로 인해 아파트 주민들은 적지 않은 비용을 부담하게 되었다.

한편 최근 헝가리 정부의 노숙자 문제 해결책이 큰 파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는 쓰레기통을 뒤지는 사람에 벌금을 물겠다고 하는 파리의 결정을 훨씬 능가하고 있다. 현재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의 노숙자는 만여명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이 숫자는 소도시의 주민수에 버금간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집권 보수당은 11월에 법수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수정안에 따르면 먼저 노숙자에게 경고를 하고, 나중에는 벌금을 물거나 감옥에 가둘 수가 있다. 벌금은 약 70만원이다. 일반적으로 노숙자는 돈이 없는데 이들에게 벌금을 물게 하는 발상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인권단체를 비롯한 여러 단체들이 이 수정안을 비난하고 반대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특수 사정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노숙자의 빈곤 문제를 벌금이나 신체적 구금으로 척결하고자 하는 해결책이 과연 얼마나 실효가 있을 지 강한 의문이 든다.
 
Posted by 초유스
영상모음2011. 9. 9. 07:57

헝가리는 늘 가고 싶은 나라 중 하나이다. 1990년대초 헝가리에 살았다. 당시 얼마간 시골에서 헝가리 사람 집에서 생활했다. 이른 봄에는 포도나무 가지치기를 경험했고, 가을에는 포도수확 일을 거들었고, 흥겨운 포도수확 전통축제에 참가했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이라도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 일어난다.

일전에 부다페스트에 살고 있는 에스페란토 친구가 포도주축제 행사가 열린다고 알려주었다. 이 축제는 9월 7일부터 11일까지 부다성(城)에서 열린다. 부다성은 부다페스트를 형성하는 부다의 언덕 남쪽 꼭대기에 위치해 있다. [사진출처: image source link]


축제는 올해 20주년을 맞이한다. 직접 가보지 못한 아쉬움을 행사 사이트(http://www.aborfesztival.hu)에 올라온 사진 등으로 위안을 삼는다.


많은 추억을 준 헝가리에 언제 다시 가볼까...... 막상 같은 동유럽에 있지만 그곳으로 걸음하기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닌 것이 이내 인생사로다...... 혹시 부다페스트에 살고 있거나 여행중인 사람이라면 꼭 이 축제에 참가해 헝가리 포도주를 즐길 것을 권한다. 

Posted by 초유스
영상모음2011. 2. 5. 04:06

헝가리에 대한 개인적인 추억으로는 바이올린과 포도주이다. 1990년대 초반 헝가리 시골 마을에 서너 달 살은 적이 있었다. 대부분의 집들이 포도밭을 가지고 있었고, 포도주를 집에서 만들었다. 지인과 함께 동네 한 바퀴를 돌면 많ㅇ은 사람들이 자기 집 포도주 맛을 보라면서 권했다. 이렇게 집으로 돌아오면 술에 취해 금새 잠시 들곤 했다.

자주 저녁에는 지인의 친구들이 모여 함께 포도주를 마셨다. 대부분 사람들이 바이올린을 연주할 수 있었다. 술잔수가 늘어날 수록 바이올린 소리도 더욱 흥겨워졌다. 그때 배운 중 지금도 부를 수 있는 노래가 "Az a szép, akinek a szeme kék"이고, 춤이 차르다쉬(차르다시, Csárdás)이다.

최근 헝가리인 에스페란토 친구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동영상이 눈길을 끌었다. 헝가리 집시 오케스트라 공연을 담고 있다. 유랑 민족으로 알려진 집시는 대체로 미신적이며 쾌활하고 특히 음악에 뛰어난 재능을 지니고 있다. 헝가리에는 60만-80만명의 집시가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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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원 100명 집시 오케스트라(사진출처 / source: http://100tagu.hu/)

이 오케스트라는 집시 회원 100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헝가리에서 가장 유명한 집시 바이올린 독주가 야로커 샨도르(Járóka Sándor)가 사망하자 수많은 집시 음악가들이 자신들의 악기를 가지고 와 추모연주를 한 데서 1985년 결성되었다. 현재 이 오케스트라는 세계에서 가장 큰 집시 심포니 오케스트라이다.

▲ Dinicu, Pacsirta
▲  Bizet, Carmen

오케스트라 공연에 가보면 연주자들 앞에 악보와 악보대가 흔히 놓여 있다. 그런데 이 집시 오케스트라에선 악보대가 보이지 않는다.

  * 최근글: 0살에서 100세까지 남자의 얼굴 모습
                
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10. 10. 15. 08:10

최근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에 황당한 사고가 일어났다. 한 취객이 공중전화 부스와 시멘트 구조물의 좁은 틈 사이에 갇혔다. 아무리 술이 취했다고는 하지만 어떻게 좁은 틈으로 끼어들어갈 수 있었을까? 설령 끼어들어갔더라도 어떻게 꺼꾸로 처박혔을까? 누리꾼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이 소식을 전해준 헝가리 에스페란토 친구는 구조 과정이 뉴스를 타면서 취객이 오히려 영웅이 된 듯하다면서 씁쓸해 했다. (사진출처 / source 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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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판 "술이 뭐길래"다. 취객을 구하는 헝가리 소방대와 의료진의 고군분투가 돋보인다.

* 최근글: 야한 속옷 달력에 맞선 反푸틴 여대생 달력
 
Posted by 초유스
영상모음2009. 9. 18. 06:17

헝가리 부다페스트는 동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중 하나이다. 인구가 180만명인데 매년 이보다 10배가 넘는 2천만여명 관광객이 이 도시를 방문한다.

최근 부다페스트에 새로운 관광상품이 등장해 화제를 모우고 있다. 유람선을 타면서 다뉴브 강변을 바라보는 전경은 그야말로 일품이다. 그럴려면 버스를 타고 도심을 구경하다가 다시 유람선으로 갈아타야 한다.

하지만 이제 그럴 필요가 없다. 바로 수륙양용 버스가 오늘(9월 18일)부터 운행되기 때문이다. 일본과 호주 등지에서 이미 보편화된 관광상품이지만, 이 수륙양용 버스는 유럽 내륙에서 최초로 도입되었다.    

반은 버스이고, 배는 배이다. 이 버스는 페스트의 루즈벨트 광장을 출발해 국회의사당, 스테판 바실리카 대성당, 오페라 극장, 영웅 광장 등을 구경하면서 다뉴브 강가에 이른다. 15톤 버스는 한 순간에 배로 탈바꿈하고 시속 13km로 유유히 다뉴브강을 흐른다. 이 다뉴브강을 따라 부다 언덕과 페스트 강변을 한 눈에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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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
http://www.riverride.hu



이 수륙양용 버스관광은 약 두 시간이 소요된다. 비용은  어른 27유로, 어린이 20유로이다. 운행시간은 4월-10월은 09:00, 11:00, 14:00, 16:00, 19:00; 11월-3월은 10:00, 12:00, 15:00, 17:00이다. 언젠가 고향 같은  부다페스트를 방문할 기회가 있으면 꼭 타보고 싶다.

* 관련글: 유럽에서 동성애자를 만나다
               헝가리 여교사 파문을 접하고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08. 12. 3. 07:05

몇 해 전 헝가리에서 있었던 일이다. 당시 헝가리 친구는 부다페스트 근교의 한적한 곳에 있는 연립주택에 살고 있었다. 친구가 준 열쇠를 가지고 현관문을 아무리 열려고 해도 열리지가 않았다. 그래서 혹시나 하고 초인종을 눌렸더니, 턱수염이 있고 약간 살찐 사람이 나왔다. 이 친구는 부다페스트 공과대학에 다니는 페트로라는 친구이다.

우리의 인사소리를 듣고 3층에서 키가 훤칠한 여자 한 명이 내려왔다. 야간 기차를 타고 막 부다페스트에 도착했다고 하니까, 친절하게 따뜻한 차와 아침식사에 초대했다. 이 여자는 실비아라는 이름을 가졌는데, 20대 초반이고, 부모님이 계시는 미국에서 무용수를 일하다가 지금은 부다페스트에서 한 무역회사의 시장조사 담당자로 일하고 있다고 한다.

우선 피곤한 심신을 잠으로 달래다 보니 벌써 저녁 무렵이 되어버렸다. 배가 몹시 고파 가까이 있는 동네 상점에 가서 쌀 세 봉지(한 봉지 1인분)와 백포도주 한 병, 그리고 직사각형 모양의 즉석 돈가스(일 것이라 생각하고)를 샀다.

쌀을 봉지 채로 물과 함께 끊었다. 잘 알다시피 이곳 사람들은 쌀을 자주 먹지 않고, 국에 국수 대신에 넣는 경우가 있고, 또한 간혹 감자 대신에 먹는다. 헝가리 국 중에 쌀을 넣은 토마토국을 아주 좋아한다. 이곳 사람들은 입바람에 날러가는 밥이 제일 맛있는 밥이라고 한다. 사실 끈끈하든, 날아가든 이들의 입맛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 먹어본 이곳 쌀 중 이탈리아와 헝가리에서 나온 쌀이 우리나라 쌀처럼 끈끈하다.

그리고 네모 모양의 돈가스를 아주 정성껏 튀기기 시작했다. 한편 페트로는 방에서 레스토랑처럼 식탁을 차렸고, 촛불도 켰다. 아침초대에 보답하기 위해 실비아를 초청했지만,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아기가 울어 초대에 응할 수가 없었다.

페트로와 단 둘이 식사를 하는 데 정말 우스운 일이 일어났다. 돈가스를 칼로 자르는데 고기 한 점은커녕 난데없이 달콤한 밤색 액이 흘러나왔다. 알고 보니 이 네모난 것은 돈가스가 아니라 아이들 간식용으로 튀겨서 먹는 초콜릿이었다.

실비아가 오지 않았을 망정이지 왔다면 속된 말로 얼마나 쪽 팔렸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이렇게 하여 난생 처음 초콜릿을 주된 반찬으로 하여 밥을 먹어보았다. 이것이 낯선 나라에서 맛볼 수 있는 살아가는 재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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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 (강 건너 건물이 국회의사당) / 사진제공: 마르티나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08. 9. 30. 05:56

아래 글은 1996년 어느 가을날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일어난 일이다. 이런 일은 고금을 막론하고, 또 일어날 수 있으니 혹 있을 부다페스트 여행자들에게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다.
 
폴란드에 거주하면서 부다페스트에 가면 우선 내가 머무르는 날을 계산하여 대중교통표를 반드시 산다. 이 표는 한달, 일주일, 3일, 하루치 등으로 판다. 3일 이상 머무르면 일주일표를 사고, 10일 이상이면 머무르면 한달표를 산다. 이 표만 있으면 버스, 지하철, 전차 등 모든 시내 대중교통수단(물론 택시는 제외)을 무제한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이번에도(1996년 가을) 나는 1년 전에 일주일표가 500포린트(헝가리 화폐단위)이었는데 물가상승을 고려하여 700포린트라고 적어져 있는 표를 일주일표라고 생각하고 샀다.

학교 일을 마치고, "영웅광장" 근처에 있는 유고슬라비아 대사관의 근무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시간도 있고 해서 지하철 1호선을 탔다. 이 지하철은 19세기에 지어졌으며, 부다페스트의 명물 중 하나이다. 몇 정거장을 지나는 데 느닷없이 검표원이 나에게 표를 보여 달라고 한다. 나는 일주일표를 갖고 있으니, 문제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표를 보여주었다. 아니, 그런데 이 표는 어제까지 유효한 3일표라 한다. 나는 사정을 말했지만, 꼼짝없이 벌금을 물어야 했다. 내가 헝가리의 물가상승을 너무 낮게 평가하였고, 그리고 자세히 확인하지 않은 것이 실수였다.

유럽의 대부분 나라들은 우리나라처럼 운전사를 통해서 요금을 직접 내지 않고, 어느 문이든지 타서 산 표를 천공기나 승차시간을 찍는 기계를 이용하여 유효화시켜야 한다. 검표원에 걸리지 않으면, 공짜로 탈 수 있겠지 하고 탔다가는 이렇게 낭패를 당하는 수가 많다. 특히 관광 철에 검표원들이 벌금을 부과하는 장면들을 여기저기 볼 수 있다. 이들 검표원들의 주된 대상은 바로 피부색이 다른 동양인들이다. 벌금은 1회 승차요금보다 수십 배하므로 조심해서 미리 표를 사는 것이 최고의 묘방이다.

기분도 좋지 않아 대사관에 가는 것을 포기하고 무조건 밖으로 나와 걷기 시작했다. 서서히 어둠이 오고 가로등도 하나 둘씩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인적도 그리 많지 않다. 이 길은 여름이 되면 관광객이 무척이나 많이 다니는 곳이다. 바로 "영웅광장"에서 오페라극장으로 이르는 길이다. 이런 곳에서는 완전히 당했다. 여러 해 동안 유럽에서 생활하면서 말로는 자주 들었지만,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일을 당하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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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다페스트 영웅광장 (사진출처: budapest-tourist-guide.com)

한 50대 정도로 보이는 사람이 앞에서 나에게 다가와 자기 지갑을 보여주면서 영어로 환전을 하지 않겠냐고 물어왔다.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자기 지갑을 보여주는 것이 좀 마음에 걸렸다. 이러한 순간 앞쪽에서 검은 코트를 걸치고 손에는 무전기(사실 나중에 자세히 보니 핸드폰이었음)를 들고 무엇인가 이야기를 나누면서 빠른 걸음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건장한 두 사람이었다. 그들은 능숙한 영어로 "경제담당 특수경찰"이라고 소개하고 신분증까지 내밀면서 "여권검사"하려고 하니 여권을 보여 달라 했다.

내 옆에 있는 50대 남자는 순순히 여권을 제시했다. 이상한 느낌을 받았지만, 분위기상 내 여권을 내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들은 친절하게 불법적으로 환전을 하지 말 것을 충고하면서 나를 안심시켰다. 바로 여기서부터 문제이었다. 그들이 내 여권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구석진 곳으로 나와 그 남자를 데리고 갔고, 그 남자는 얌전히 자기 지갑을 보여주었고, 그들은 여기저기 뒤지면서 위폐를 찾는 시늉을 했다. 그리고 나에게 지갑을 보여 달라고 했다.

직감적으로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구나 생각했다. 나는 어두운 곳에서는 보여줄 수 없다고 우기고, 더 밝은 곳으로 가자고 했다. 다시 한 번 경찰신분증을 보여 달라고 했다. 그들은 계속 친절한 척하면서도 위협적인 말을 했다. 나는 어떻게 해서라도 그들 마음을 거슬리지 않고, 지금 그들 손에 있는 내 여권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갑을 손에 꼭 잡고 1달러짜리가 10개 정도가 있는 부분을 보여주면서 돈이 없다고 했다.

그들 중 한 명이 나에게 자연스럽게 얘기하는 가운데 다른 한 명이 내 지갑을 다시 한 번 살펴보고 있었다. 나는 시선을 지갑에서 떼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비로소 그들은 여권을 돌려주었고, 다시 한 번 나에게 길거리에서 환전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돌아오는 길에 이들에게 당하지 않았다고 나는 회심의 미소까지 지었다.

집에 돌아와 지갑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1달러 사이에 끼워져 있는 100달러 지폐가 없어졌다. 다행히 그들은 100길드(네덜란드 화폐단위) 지폐를 보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이 돈으로 무사히 폴란드로 돌아올 수 있었다. 내가 느낀 것처럼 그들 셋은 결국 혼자 다니는 외국인들의 지갑을 지능적으로 터는 사기꾼이었다. 고향 같이 늘 푸근한 부다페스트에서 이런 일을 당해서 더욱 마음이 아팠다.

지금은 동유럽 어느 곳에서도 암시장에서 환전할 필요가 없다. 시내 곳곳에서는 합법화된 사설환전소가 많다. 여러 곳을 다녀보고 가장 좋은 환율을 제시하는 곳에서 바꾸는 것이 현명하다. 길거리에서 경찰신분증을 제시하면서 여권 검색하는 일은 나에겐 지난 4년 동안 딱 한 번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이날 가짜 경찰에 걸려들었던 것이다. 특히 으슥한 밤거리에서 있었다면 십중팔구로 이들은 외국 관광객(특히 동양인)들을 노리는 가짜 경찰들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이들을 경계해야 하고, 저녁이나 밤에는 혼자 다니는 것을 피해야 한다.

* 관련글: 건물 1층이 3층에 위치한 부다페스트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08. 8. 16. 03:35

언젠가 학교 일로 폴란드에서 헝가리 수도인 부다페스트를 갈 일이 있었다. 당시 부다페스트에 가면 늘 에스페란토로 사귄 친구의 집에서 체류했다. 우선 친구에게 전화를 해서 내일 아침 부다페스트에 도착하는 데 혹시 집에 있을 것인 지를 물었다. 일 때문에 어디 가야하므로 비서에게 집 열쇠를 맡겨놓을 것이니 사무실로 와서 찾아가라고 했다.

폴란드의 크라코브에서 야간 기차를 밤 10시경에 타면 슬로바키아를 지나 부다페스트에 다음날 아침 8시경에 도착한다. 부다페스트 동부역에 내려 사무실로 전화를 했다니 비서가 받았다. 나는 먼저 나를 소개하고 열쇠를 받으려 갈려고 하는데 어떻게 가야 하는 지를 물었다. 사무실은 시내 번화가에 있는 하리스 쾌즈 6번지 1층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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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헝가리 국회의사당 건물)

평소에 내가 잘 다니는 거리 근처에 있어 지도를 보고 쉽게 그 번지를 찾았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2층에 해당하는 1층에 가보았더니 친구 사무실은 없고 화랑이 자리 잡고 있었다. 화랑은 아직 이른 시간이라 쇠창살문으로 굳게 닫혀 있었다. 물어볼 곳도 없었다. 정확한 번지를 찾았지만, 사무실이 없으니 다소 불안하기 시작했다. 건물 밖으로 나와 잠시 몇몇 거리를 두리번거리다가 다시 전화를 했다. 상황을 이야기하고 다시 한 번 사무실 주소를 알려달라고 했더니 똑같은 주소였다.

그 순간 내 머리에 스치는 것이 있었다. 이곳 동유럽의 여러 나라들은 우리나라의 1층을 땅층(땅위에 바로 접해 있다고 해서)이라고 하고, 우리나라의 2층부터 1층으로 계산한다. 그래서 이것을 모르는 사람들은 처음에는 습관이 되지 않아 몹시 헷갈린다. 특히 친구 사무실이 있는 건물의 땅층이 다른 층보다 훨씬 더 높다. 이 땅층 바로 위의 층을 반층이라 하고, 이 반층 위의 층을 비로소 1층이라 한다고 저녁에 만난 친구가 설명해주었다.

그러니 반층에서 1층에 있는 친구 사무실을 아무리 찾아도 못 찾는 것이 당연했다. 그 건물에선 1층이 우리나라의 3층인 셈이다. 동유럽을 여행하는 사람들은 특히 이런 층수 계산법을 알아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 관련글: 고향 같은 부다페스트에서 사기당하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