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모음2013. 7. 2. 12:45

버스를 타고 발트 3국을 이동하면 숲과 들판이 끝없이 펼쳐진다. 하늘에는 하얀 구름이 낮게 떠 있다. 이런 광경을 처음 보는 사람들은 절로 감탄을 자아낸다. 

하지만 이런 길을 달리다보면 어느 새 산길이 그리워진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올라가 정상에서 밑을 훤히 내려다볼 수 있으면 참 좋겠다. 

단조롭게 이어지는 풍경에 도로를 가로지거나 도로 옆 들판을 거닐고 있는 사슴 등을 목격하면 웬지 낙원에 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때론 차에 치여 죽은 황새, 참새, 여우, 개, 고양이 등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 달리는 버스 앞 유리에 부딛혀 퉁 하면서 떨어지는 새들도 여러 번 보았다. 

최근 에스토니아 국경 근처 라트비아 도로에서 잠자리들이 버스에 부딛히는 장면을 보게 되었다. 이들은 마치 버스를 적으로 생각했는지 떼를 지어 특공대처럼 부딛혔다.         
    

버스 운전사도 난생 처음 겪어보는 일이라고 했다. 전날 밤 피곤한 몸을 이끌고 말끔히 청소한 유리는 잠자리들로 인해 다시 얼룩졌다.   


불쌍한 잠자리 떼...
도로 근처에 놀지 말고 넓은 들판에서 놀지 않고서......

Posted by 초유스
영상모음2012. 8. 6. 04:18

겨울철 장거리 여행을 다녀오면 제설용 소금을 제거하기 위해 세차한다. 여름철에는 벌레 때문에 곧장 세차한다. 도로 양 옆의 풀에서 살던 벌레들이 차 속도로 인해 빨려들어 전등, 범퍼, 앞유리 등에 다닥다닥 붙게 된다. 시간이 좀 지나 말라버리면 세차하기도 힘든다.


최근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 구시가지에서 갈매기를 만났다. 톰페아성(城) 맞은 편에 있는 알렉산드라 네브스키 러시아 정교 성당을 찍고 있는데 뒤에서 갈매기 울음소리와 함께 딱딱딱하는 소리가 들렸다. 


무슨 소리인가 궁금해 고개를 돌려보니 갈매기 한 마리가  자동차 범퍼에 붙은 벌레를 떼어내서 먹고 있었다. 물고기를 먹어야 할 갈매기가 좀스럽게 범퍼에 죽은 벌레를 먹고 있다니...... 



순간적으로 '범퍼 벌레 청소기 갈매기!'가 뇌리에 떠올랐다. 물론 다 깔끔하게 청소하기는 불가능하겠다. 한편 물고기 잡어먹는 대신 벌레를 떼어먹는 갈매기가 안스러웠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1. 9. 27. 05:15

두 달 동안 미국 여행을 마치고 딸아이가 집으로 돌아왔다. 미국 여행을 하면서 가장 소름 끼친 일을 하나 소개했다. 보스톤에서 생활하다가 뉴욕 나들이를 나섰다. 인터넷으로 민박집을 찾아 편안한 마음으로 그 집을 방문했다. 

젊은이가 사는 집이었다. 들어가자마자 정리정돈이 엉망이라는 집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게 되었다. 숙박비는 이미 지불한 것이라 불결함에 뛰쳐나올 수도 없었다. 그래서 일단 하룻밤을 묵기로 했다.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부엌으로 들어갔다. 

도마를 옮기려고 도마를 들어보고 기겁을 하고 말았다. 
왜?
도마 팉에는 수십마리의 바퀴벌레가 숨어있었기 때문이다. 

집 안에 거미르 보아도 깜짝 놀라는 데 바퀴벌레를 보았으니 그야말로 충격을 받았다. 이날 밤 거의 공포영화 수준으로 잠을 자는 둥 마는 둥하다가 다음날 숙박비를 돌려받고 새로운 민박집을 옮겼다.

집으로 돌아온 딸아이의 옷을 손으로 빨래를 하다가 아내가 소리쳤다.
"미국 바퀴벌레!"
"뭐라고?"

* 아이팟으로 찍은 사진이라 선명도가 낮아 아쉽다.

온 식구들은 머리카락이 쭈빗쭈빗하고 몸이 간지러웠다. 아내는 빨래솔로 곤충을 가지고 밝은 곳으로 왔다. 식구들은 이것이 정말 바퀴벌레일까라며 가까이에서 살펴보았다. 말라 죽어서 식별하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일단 바퀴벌레는 아닐 것이라는 데 의견이 모여졌다. 어쩌면 바퀴벌레가 아닐 것이라는 바램으로 내린 결론일 법하다.

"봐, 이렇게 쉽게 사람의 옷에 묻어 벌레나 알들이 대륙간에 쉽게 이동할 수 있잖아!"
 
* 최근글: 아리스토텔레스식 사위 고르는 법


Posted by 초유스
영상모음2010. 8. 2. 07:48

사용자 삽입 이미지

초록색 잎에서는 초록색, 나뭇가지에서 나무색을 띤다. 다가오는 파리를 유연한 몸통으로 포크레인이 물건을 잡듯이 찰나에 꽉 움켜잡는다. 하와이에서 자라는 벌레라고 한다. 종종 아파트 안으로 들어오는 파리를 잡기 위해 이 벌레를 키우고 싶은 생각도 들지만 보기만 해도 오싹하다.

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08. 7. 3. 13:38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제 산책 중 걸으면서 우연히 시선을 낮춰 밑으로 내려다보았다. 바로 한 발짝 앞에서 노린재 한 쌍이 뜨거운 사랑을 나누고 있었다. 늘 그러듯이 별 생각 없이 앞만 보고 걸어가다가는 노린재에게 큰 재앙이 될 뻔했다. 하마터면 천근만근 나가는 신발에 짓눌러 달콤한 사랑 중에 황천길에 갔을 것이다. 리투아니아 노린재의 선명한 주황색과 검정색이 이날 생명을 유지하는 데 큰 몫을 한 것 같다.    

건장한 스님이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 것이 가는 길에 작은 생명체들이 그 지팡이 소리를 듣고 길을 비켜 자신의 생명을 보호하고 그 덕분에 스님은 살생을 하지 않는다는 말이 생각났다. 그 동안 길을 걸었을 때 신발에 밟혀서 목숨을 잃은 생명들에게 용서를 구해본다. 길을 걸을 때 늘 전방, 좌우, 상하를 번갈아보는 습관을 길러야겠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