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11. 2. 14. 17:32

초등학교 3학년생 딸아이는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과제를 하나 받았다. 바로 벨렌타인데이를 맞아 편지를 넣을 함을 만드는 것이었다.

"누가 우리 반 전체를 위해 발렌타인데이 편지함을 만들어올 수 있나요? 손들어보세요."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그래서 딸아이는 누군가가 해야 하기에 손을 들었다.

집으로 돌아온 딸아이는 열심히 신발 상자에 하트 모양 등을 그리면서 장식했다. 신발 상자를 버리지 않고 놓아둔 것이 다행이었다.

지난 금요일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같은 반에서 마음에 드는 남자 한 명, 그리고 여자 한 명에게 사랑 편지를 쓰도록 했다. 딸아이도 평소 좋아하는 아이에게 편지를 써서 그 상자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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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콜릿 대신 하트가 넘치는 리투아니아 발렌타인데이

딸아이는 오늘 발렌타인데이를 몹시 가슴설레이게 기다렸다. 바로 이 편지함에 있는 편지를 받는 날이기 때문이다. 누구 누구에게 편지를 썼을까 몹시 궁금해했다.

발렌타인데이인 월요일 아침 어김 없이 자명종 시계는 7시에 울렸다. 아빠가 제일 먼저 하는 일은 부엌 창문 밖에 걸려있는 온도계를 보는 것이었다.

"오늘은 영하 20도! 학교에 안 간다. 더 자자!"

리투아니아 교육부에 따르면 기온이 영하 20도 이상이면 초등학교 1-5학년 학생은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된다. 영하 25도 이상이면 고학년들도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되고, 학교 수업이 열리지 않는다.

그래도 선생님에게 문자를 보냈다.

"오늘 수업하나요?"

한참 후에 답이 왔다.

"수업해요."

하지만 우리 부부는 결국 학교에 보내지 않기로 했다. 7시 40분에도 여전히 날씨는 영하 20도였다.

"좀 더 자!"
"잠이 안 와!"
"누가 너에게 편지를 썼는지 궁금해서 그러지?"
"당연하지."

* 초콜릿 대신 하트가 넘치는 발렌타인데이
* 안녕을 사랑해로 가르치려는 딸의 속셈은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09. 2. 14.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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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면 14일이다. 발렌타인데이이다. 흔히들 이 날 초콜릿 선물을 떠올린다. 여자들이 맛있는 초콜릿을 정성스럽고 예쁘게 포장해 선물하면서 남자들에게 사랑 고백하는 모습을 쉽게 연상할 수 있다. 하지만 리투아니아 발렌타인데이 풍경은 이런 일반적인 모습과는 좀 다르다. 우선 일간지 어디를 보아도 그 흔한 초콜릿 광고 하나 없고, 큰 상점에서도 발렌타인데이 특별 코너가 없다.

주위 사람들도 "발렌타인데이에는 주로 초콜릿, 화이트데이에는 사탕을 선물한다."라는 말에 오히려 의아해 할 정도이다. 지금껏 지켜본 리투아니아의 발렌타인데이 풍경은 한 마디로 소박하기 그지없다. 관련된 역사가 길지 않기 때문일까, 아니면 괜히 부산하게 굴지 않는 이곳 사람들의 성격 때문일까?

같은 유럽대륙에 있으면서도 리투아니아에 발렌타인데이 축제가 퍼지기 시작한 것은 불과 10여년 밖에 되지 않는다. 젊은이들은 축제 건수가 하나 더 늘어나니 마다할 리 없고, 관련회사나 상점들 또한 물건을 더 팔 수 있는 호기가 생겨 좋아하긴 마찬가지다.

남자친구가 있는 마르티나에게 발렌타인데이에 무슨 선물을 준비할 것인냐고 묻자, "그저 사랑의 입맞춤이면 충분하지 무슨 선물이냐?"고 반문한다. 

이날 주위 사람들이 선물로 가장 많이 사는 것은 사랑을 상징하는 하트 모양 과자이다. 어린이들이 가장 많이 사는 것은 하트 모양 스티커이다. 이들은 이날 친구들 얼굴이나 겉옷에 스티커를 서로 붙여준다. 이 붉은 하트 스티커를 다닥다닥 얼굴에 붙이고 무리 지어 다니는 청소년들을 거리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이쯤 되고 보니 이날은 애교 섞인 하트 스티커를 붙이는 날이 되어 버린 것도 같다.

모니터 위엔 지난 해 딸아이가 아빠에 대한 사랑을 표하기 위해 붙인 스티커가 아직도 그대로 있다. 하기야 365일 어느 날에도 쉽게 자기 속마음을 드러내고 사랑을 고백할 수 있는데 굳이 특정한 날을 정해 초콜릿 선물로 사랑을 표현한다는 게, 어떤 사람들에게는 그저 장사꾼들의 꾀에 놀아나는 것으로 비칠 수 있겠다.

마르티나 생각처럼 대부분 주위 사람들은 사랑의 입맞춤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하트 스티커를 얼굴에 붙이고 환하게 웃으면서 거리를 나서는 청소년들의 모습도 보기에 좋다. 내일 우리 가족 모두는 딸아이 요가일래가 붙여주는 하트 스티커를 얼굴에 달고 하루 종일 지낼 것 같다.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이 충만한 밸런타인데이가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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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2. 14. 09:44

7살 딸아이 요가일래는 어제 저녁 물었다.
"아빠, 내일이 밸런타인데이지?"
"그래, 맞아."
"내가 선물 준비할게."

그리고 요가일래는 방문을 닫고 혼자 무엇인가를 한다. 살짝 보니 그림을 그리고 있다. 아빠의 인기척을 느낀 딸아이는 "이건 비밀이야! 보면 안 돼!"라고 말하며 그림을 감춘다.

잠자리에 들기 전 요가일래는 엄마 아빠를 불러 한 줄로 세운다.

"내일 선물인데. 내가 더 늦게 일어나니까 미리 준다."
 
얼른 보기에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그림을 한 장 그려 칼라 복사를 한 듯했다(하트는 스캐너의 불빛 때문에 색이 변해버렸다.) 어미 새가 먹이감을 잡아와 새끼 새에게 주는 장면이다.    

엄마 옷 색이 리투아니아 국기 색과 같아 눈길을 끈다. 리투아니아어로 "엄마, 정말 사랑해!!"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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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사랑해요 정말!!"라고 발음나는 대로 리투아니아어 철자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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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하트가 있는 그림을 볼 때마다 요가일래의 그림 하나가 떠오른다.
“아빠, 하늘에 있는 저 큰 사랑의 화살을 맞아야 돼! 이 화살을 맞으면 아빠의 마음에서 사랑이 아주 많이 나와서 우리 모두를 사랑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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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런타인데이에 딸아이 요가일래는 이렇게 자신의 사랑을 부모에게 표현했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면 어떻게 딸아이에게 사랑을 표현해야 할 지 고민스럽다.

* 관련글: 다문화가정의 2세 언어교육은 이렇게
               7살 딸이 아빠와 산책 좋아하는 이유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