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14. 12. 17. 07:33

이곳 북동 유럽 리투아니아에서 겨울철이 되면 손꼽아 기다리는 날이 하나 있다. 바로 동지다. 일년 중 밤이 가장 긴 날이다. 동지를 학수고대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어둠이라는 감옥에 갇혀 있는 해가 조금씩 조금씩 탈출하기 때문이다. 

요즘 해는 아침 8시 36분에 뜨고, 오후 3시 52분에 진다. 일출과 일몰 광경을 볼 수 있는 날이 극히 드물다. 왜냐하면 하늘에는 대부분 구름이 끼어 있기 때문이다. 딸아이 요가일래는 어제 미술학교에서 마지막 수업을 저녁 8시에 끝냈다. 가로등이 있는 곳을 제외하고는 사방이 어둡다. 그래서 아내와 나 둘 중 한 사람이 미술학교까지 데리려 가야 한다. 

어제는 겨울답지 않게 벌써 봄이 왔음을 착각시키는 비가 내렸다. 

"아빠, 나를 데리려 와줘서 참 고마워~"
"그래."
"지금 눈이 와야 하는데 비가 오니까 이상하다. 그렇지?"
"그래 지금은 해양성기후 때문이다. 너, 며칠 전에 가르쳐 준 한국말 해양성기후와 대륙성기후 기억해?"
"그럼."

이렇게 집으로 돌아온 딸아이는 숙제를 마치고 양배추 날 것을 반으로 잘라 방으로 가져갔다.


"양배추는 왜?"
"책 읽으면서 먹으려고."
"양배추가 맛있어?"
"정말 맛있어. 한번 씹어봐. 사탕만큼 달아."
"거짓말."
"아니야, 입에서 많이 씹어봐."



평소 고기를 좋아하는 딸아이에게 이런 면이 있다니...
딸아이의 독서 중 간식이 양배추라...ㅎㅎㅎ


아내에게 물어봤다.

"당신도 어렸을 때 양배추를 저렇게 먹었어?"
"먹었지만 그렇게 자주는 아니."

긴긴 밤 책을 읽으면서 양배추를 아삭아삭 씹어먹는 딸아이를 보니 시골에서 보냈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컴컴한 밤에 가위바위보 시합을 해서 진 사람이 뒷밭에 묻어놓은 차가운 무를 꺼내 왔다. 그리고 형제들이 이예기 저예기 하면서 겨울밤을 보냈다. 

도심에 살면서도 감자튀김 과자 등을 먹지 않고 날양배추 잎을 하나하나 벗겨 먹는 딸아이 덕분에 잠시나마 한국에서 보낸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면서 그리워해본다.

요가일래의 근황을 궁금해 하는 독자를 위해 최근 성당에서 공연한 노래 동영상 하나를 소개한다.  

Posted by 초유스
영상모음2008. 12. 23. 07:37

일출 오전 8시 41분, 일몰 3시 55분
동지는 밤이 가장 긴 날, 즉 해가 가장 늦게 뜨고 가장 일찍 지는 날이다. 이런 어두운 날 고대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나쁜 일을 잊어버리고 좋은 일이 있기를 바라면서 자신을 정화시키는 시간으로 삼았다.

이날 마을 사람들은 공회당에 모여 쿠챠(보리, 밀, 나무 열매, 양귀비 씨앗, 양귀비 씨앗 액즙 등을 넣어서 만든 음식)를 나누어 먹으면서 공동체 의식을 느낀다. 이어서 다양한 놀이를 하면서 노래와 춤을 추며 긴 밤을 보낸다.

마지막엔 마당에 모닥불을 피우고, 장작을 불에 넣으면서 각자 새해 소원을 빈다. 동지는 곧 해가 돌아오는 시기이다. 해가 어둠이라는 감옥에서 완전히 해방되어 서서히 돌아오고 있다. 이렇게 고대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동지에 해가 돌아옴, 즉 새해맞이를 했다. 고대 리투아니아 동지 새해맞이 재현 행사를 영상에 담아보았다.

이날 장작을 불에 넣으면서 리투아니아인들이 한 새해 소원이다.
“모든 사람들이 새해에 자긍심과 기쁨이 충만하게 살아가기를 기원한다.”
“모든 것이 아름답게 성장하기를 기원한다.”
“모든 사람들이 아프지 않기를 기원한다.”
“모든 사람들이 웃고 걱정이 없기를 바란다.”
“해의 밝음이 모두의 마음에 자리 잡기를 기원한다.”
“우리의 모든 일과 소원과 꿈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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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