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여행2018. 11. 19. 15:16

바르샤바에 살고 있는 폴란드인 친구와 함께 둘이서 다시 22년만에 11월 초순 한국을 방문했다. 우리에게 가장 경제적으로 한국에 가는 방법은 독일 항공사 루프탄자였다. 한국으로 갈 때 빌뉴스-프랑크푸르트-뭰헨-인천으로 환승이 두 번이었다. 돌아올 때 인천-프랑크푸르트-빌뉴스 노선이었다. 에어버스 A350-900는 위에서 내려다볼 수 있는 카메라가 있어서 영종도 활주로에 착륙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보았다. 


인천공항에 도착하자 출발지 국기와 도착지 국기가 나란히 환영을 하고 있었다.


곧 바로 지인이 살고 있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으로 공항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친 누님 같은 지인은 우리가 유럽을 떠나기 전에 그 댁에 머무는 동안 무엇을 먹고 싶은 지를 물었다. 이날 도착해 제일 먼저 한 식사는 점심이었다. 간단한 음식을 부탁했건만 떡볶이, 김밥, 유부초밥, 어묵 등 평소 유럽에서 먹기 힘든 한국 음식을 푸짐하게 준비해 놓았다.   


식사 후 흔한 커피나 녹차 대신 약령시장에서 직접 사온 다양한 약재로 정성스럽게 한국의 전통차 쌍화차를 끓여주었다.  


저녁은 훨씬 더 푸짐했다. 빌뉴스 집에서 한국 음식을 자주 해먹는데 그야말로 단품 식사다. 밥 한 공기에 국이나 반찬 한 두 가지가 전부다. 그러니 이날 지인이 저녁상에 올린 음식에 감탄과 찬사를 연발할 수밖에 없었다. 감사한 마음과 송구한 마음도 가득했다.   


우리를 매료시킨 것이 하나 더 있었다. 여러 음식물 옆에 놓인 단풍잎과 곱게 물든 나뭇잎이었다. 식감에 색감이 더해졌다. 일반 가정집 음식에 이렇게 단풍으로 장식된 것은 처음 보았다.  


지인은 가을이 되면 단풍잎이나 곱게 물든 나뭇잎을 따서 냉장실과 냉동실에 보관해 놓는다고 한다. 음식을 다 만든 후에 접시 빈 자리에 나뭇잎을 올려 시각적으로도 음식을 즐길 수 있도록 신경을 쓴다고 한다. 비닐봉지는 냉장실에 보관하는 나뭇잎이다.  


아래 사진에서 보듯이 플라스틱통은 냉동실에 보관하는 나뭇잎이다. 


지인은 나도 집에서 나뭇잎으로 음식을 장식해볼 것을 권했다. 냉장실에 보관한 나뭇잎은 그 색깔이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냉동실에 보관한 나뭇잎은 식사하는 동안 아래와 같이 색깔이 서서히 변한다고 한다.  


지인 아파트 정원에 자라고 있는 단풍나무다. 


밖에서 즐기는 노랑색 빨강색 화려한 단풍잎을 음식물 옆에 장식해서 식사를 하면서도 가을 정취를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해준 지인의 섬세한 예술적 감각이 정말 돋보였다. 정성 듬뿍 담긴 푸짐한 음식에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린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10. 28. 08:16

이번 주말 딸과 함께 잠시나마 가을 놀이를 해보았다. 특별한 놀이는 아니였다. 북동유럽 리투아니아에는 10월 하순인 지금 단풍잎이 거의 다 떨어졌다. 참고로 리투아니아어로 11월이 lapkritis다. 이는 '잎이 떨어지다' 뜻이다. 계절 이름에 맞지 않게 올해는 벌써 10월 중순경에 단풍잎이 대부분 떨어졌다.  



며일 전 떨어져 수북히 쌓인 단풍잎을 보면서 딸과 함께 주말에 글자파기 놀이를 해봐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래서 외출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낙엽을 여러 장 주웠다. 좀 더 일찍 이 생각을 했더라면 훨씬 더 싱싱하고 색감이 선명한 단풍잎을 구할 수 있을 텐데 좀 아쉬웠다. 


우선 단풍잎에 글자를 쓰고 파냈다. 문구는 '감사합니다'로 정했다. 

작업을 다 마치고 침실 창문 위에 걸어놓았다. 겨울에도 가을 단풍의 정취를 느낄 수 있을 듯하다. 마침 아내는 친척을 배웅하러 기차역을 가고 집에 없었다. 

집으로 돌아온 아내는 새로운 침대포를 사가지고 왔다. 창문 위 벽에 걸려있는 '감사합니다' 단풍잎을 보고 아내는 깜짝 놀랐다. 


"우와~ 멋있다. 건데 왜 감사합니다야?"
"당신이 침대포를 사가지고 올 줄 알고 달아놓았지. ㅎㅎㅎ"
(감사 생활이야말로 가정 화목의 큰 덕목이다. 이 문구를 일어나면서도 자면서도 보면서 생활을 스스로 돌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선택했다.) 


한국에는 이 보다 더 아름다운 단풍이 있으므로 자녀와 함께 한번 단풍잎으로 예쁜 장식품을 만들 수 볼 수도 있겠다. 방 안이 건조해 이내 단풍잎이 오그라들기 때문에 코팅을 하는 것도 좋겠다. 한 순간의 가을 놀이 덕분에 우리 집 방 안의 장식품이 하나 더 생기게 되었다. 모처럼 아내와 딸로부터 좋은 생각을 해냈다고 칭찬까지 받았다.

Posted by 초유스
영상모음2013. 10. 19. 05:25

금요일 모처럼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종합진료소에 가정의사를 방문했다. 아파트 인근에 있는 공원을 지나가게 되었다. 눈 앞에는 단풍나무 잎들이 떨어져 공원 풀밭을 완전히 노란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리투아니아에서 살면서 도심에서 이런 노란색 단풍 바다의 장관을 본 지는 거의 없는 듯하다. 대부분 잎이 떨어지면 아침 일찍 청소부들이 낙엽을 긁어모우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는 시청의 재정이 열악해서 필요한 만큼의 청소부를 고용하지 못한 듯하다. 그 덕분에 이런 가을의 아름다움을 두 번씩 즐길 수 있게 되었다. 한 번은 나무에 매달려 있는 단풍잎이고, 두 번째는 땅바닥으로 떨어진 단풍 낙엽이다. 

그런데 진료를 마치고 집으로 오는 길에 한 청소부가 낙엽을 긁어모우고 있었다. 


그로 인해 노란 단풍 바다가 걷히고 초록색 풀밭이 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날 아침에 만난 단풍 낙엽 바다를 영상에 담아보았다.


주말을 맞아 단풍 물결 춤추는 곳에서 모두가 다 가을 정취를 만끽하길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