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모음2010. 10. 8. 06:58

리투아니아 숲은 8월 하순부터 9월 하순까지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바로 버섯을 채취하기 위해서다. 사람들은 은 채취한 버섯을 잘 다듬어 말리거나 끓어서 겨울철 양식을 위해 준비한다. 한편 이맘 때면 버섯으로 인한 사고가 잦아진다.

어느 버섯이 식용버섯이고 어느 버섯이 독버섯인지 헷갈리는 사람들도 있다. 식용버섯과 비슷한 모양의 독버섯을 채취할 수도 있다. 나는 리투아니아 숲 속에서 맛 좋기로 이름난 오직 두 버섯에만 관심을 두고 있다. 하나는 그물버섯인 바라비카스이고, 다른 하나는 꾀꼬리버섯인 보베라이테이다.

지난번 우산버섯도 좋은 버섯이라고 친구가 권하기에 그때까지 전혀 알지 못한 버섯이라 눈앞에 보고도 채취하지를 않았다. 하지만 어디에서나 불신과 모험심이 강한 사람이 있다. 최근 한 리투아니아 사람이 버섯을 먹고 사망했다.
 
례투보스 리타스 10월 7일자 신문 기사에 따르면 빌뉴스 지방에 살고 있는 50세 남자가 푸른 광대버섯을 먹은 후 이번주 화요일에 사망했다. 그는 독버섯으로 알려져 있는 광대버섯이 진짜 독을 가지고 있는지를 직접 먹으면서 실험했다.


리투아니아에는 60여 종류의 독버섯이 있고, 대표적인 독버섯은 광대버섯이다. 이 버섯의 리투아니아어 이름은 musmirė(무스미레)인데 파리가 죽었다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름에서부터 벌써 맹독성을 느끼게 한다. 그런데 이 사람은 광대버섯의 독성여부를 직접 확인하기로 결심했다.


지난해 그는 붉은 광대버섯을 끓여서 먹었는데 아무런 탈이 생기지 않았다. 이에 그는 역사를 통해 치명적인 독이 있다는 것은 다 조작된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올해는 이보다 더 독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푸른 광대버섯을 먹어보기로 결심했다. (오른쪽 사진: 대표적인 독버섯인 붉은 광대버섯)

이 버섯을 끓여서 먹은 후 별다른 탈이 없자 그는 자신의 실험과 확신에 몹시 기뻐했다. 하지만 만 하루가 지난 후부터 이상 증상이 나타났다. 속이 불편했고, 피를 토하기 시작했다. 병원에 입원했으나, 이미 독성이 펴져 의사들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푸른 광대버섯을 먹은지 5일만에 그는 사망했다. 이 버섯을 먹으면 대체로 7일 안에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버섯에 대한 불신으로 목숨을 담보로 자신을 실험하고자 한 그는 결국 사망하게 되었다.

옛부터 바닷물은 짜다고 널리 알려져 있다. 이것을 진리로 그대로 믿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이를 불신하고 바닷물을 꼭 자기 입으로 마셔보고 짜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다. 이 경우엔 심한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독버섯을 불신하고 직접 체험해보겠다고 하는 것은 무모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이는 세상 일을 곧이 곧대로 믿는 것도 문제이지만, 이미 알려진 사실을 부정하고 자기 체험을 해보겠다는 것도 문제임을 우리에게 일깨워주는 좋은 사례이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 최근글: 박칼린 계기로 알아본 리투아니아계 미국인


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10. 9. 19. 17:51

어제 장장 7시간을 리투아니아 숲 속에서 버섯을 찾아헤멨다. 성과는 좋지 않았다. 겨우 두 사람이 하루 한 끼를 해먹을 수 있는 분량이다. 같이 간 친구는 비교적 많이 채취했다. 가장 가치 있는 바라비카스(baravykas, 그물버섯) 다섯 개를 채취하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버섯도 사람을 가리는 것 같아서 버섯채취보다는 사진찍기에 무게를 두었다. 이날 만난 가장 아름다운 버섯은 붉은색에 하얀 점이 박힌 광대버섯이다. 광대버섯은 리투아니아어로 무스미레(musmirė)이다. 즉 파리를 죽이는 버섯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름에서 볼 수 있듯이 광대버섯은 독버섯이다.(canon 20d, sigma 18-250 mm)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광대버섯을 볼 때마다 아름다운 장미엔 가시가 있듯이 아름다운 버섯엔 독이 있다라는 생각이 든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8. 9. 17. 14:25

한국에선 사위가 오면 씨암탉을 잡아 대접할 정도로 사위를 맞이하는 장모의 정성이 지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버섯관련 신문 기사를 읽고, 리투아니아에선 장모에게 선물할 가장 좋은 음식이 바로 광대버섯이라고 농담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리투아니아 광대버섯은 독성이 아주 강해 사망까지 이르게 할 수 있는 버섯이다.

지난 주말 독버섯을 먹고 병원치료를 받은 빌뉴스 시민이 11명이고, 이중 한 명은 아직도 중태에 빠져 있다. 버섯 따는 철인 지금 리투아니아 숲 속에선 60여 종류의 독버섯이 숨어서 버섯 따는 사람들의 실수를 노리고 있는 듯하다. 리투아니아의 대표적인 독버섯 광대버섯은 리투아니아어로 “musmire(무스미레)”이다. 이는 “파리가 죽었다”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어 이름에서부터 벌써 맹독성을 느끼게 한다. 

일전에 딸아이는 다음날 버섯을 따러갈 아빠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빠, 내일 숲에서 모자(갓)가 빨갛고 하얀 점이 많은 버섯은 절대로 따면 안 돼요. 정말 아름다운 버섯이지만 사람을 죽게 하니까요. 조심하세요.”
다음날 비가 와서 버섯을 따러가지 못했다.  

왜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이처럼 장모에게 선물할 가장 좋은 음식을 광대버섯이라 농담할까? 궁금해진다. 리투아니아 정착 초기 친구들 집에 초대를 받아 갔을 때 친구들은 집안 곳곳을 구경시켜 주었다. 어떤 친구는 작은 방 앞에서 장모가 왔을 때 머무는 “장모방”이라고 소개했다. 다른 친구는 물건을 놓아두는 어두운 방을 “장모방”이라 소개했다. 물론 피하지 못할 경우를 제외하고는 실제로 이 “장모방”에 장모를 머물게 하지는 않는다. 단지 은유적인 표현일 뿐이다.

주위 사람들을 살펴보면 적지 않은 사람들이 처가에 살고 있다. 보통 단독주택에서 1층이 처가고, 2층이 자기 집이다. 그러므로 자연히 장모와 만나는 경우가 잦아지고, 장모가 집안대사에 깊이 관여하는 일이 많아진다. 더군다나 리투아니아 가정에서는 아내의 목소리가 남편보다 더 크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사위가 골방을 “장모방”이라 부르고, 장모에게 선물할 가장 좋은 음식이 “광대버섯”이라 농담하게 된 것 같다.

* 부산일보 2008년  9월 20일 "통신원 e-메일"에도 게재됨.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