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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모음2009. 7. 26. 14:50

며칠 전 러시아 페테르부르크 에스페란티스토(에스페란토 사용자)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러시아를 여행 중인 프랑스의 한 여자 에스페란티토가 세계에스페란토대회 참가차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 토요일 도착하는 데 기차역에서 마중하고 폴란드 대회장소인 비얄리스토크까지 가는 기차표를 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지를 묻는 편지였다.

아무런 주저 없이 역으로 가서 마중을 하고 도움을 주겠다고 답했다. 그리고 혹시 우리 부부가 승용차로 갈 수 도 있는 데 그럴 경우 태워줄 수 있다고 했다. 토요일까지 생면부지인 프랑스 여자 에스페란티스토가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했다. 젊은 여자일까, 나이든 사람일까......

드디어 토요일이 되었다. 기차 도착시간을 조금 지나 빌뉴스역에 도착했다. 선로에 가서 아무리 찾아도 에스페란티스토(가방 등에 녹색별을 부착 등등) 같은 사람을 찾을 수가 없었다.  대합실에서 나와 역밖으로 나오니 머리가 희긋한 여자 한 사람이 열심히 디카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입고 있는 티셔츠 등에는 선명하게 "ESPERANTO"가 적혀 있었다.

낯선 사람을 낯선 기차역에서 낯선 사람이 만났지만, 둘은 악수하고 금방 오랜된 친구가 되어버렸다. 이것이 바로 많은 사람들이 에스페란토를 하는 이유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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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면부지이지만 처음 만나자마자 초유스네의 아침상을 받고 있는 르네 할머니 (오른쪽)

할머니를 집으로 안내해 아침식사를 함께 했다. 그리고 300km 떨어진 폴란드 대회장소로 향했다. 차 안에서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보통 프랑스 에스페란티스토의 발음을 금방 알아보는 데 이 할머니는 그렇하지가 않았다. 봐아 하니 오랫 동안 에스페란토를 사용한 사람인 것 같았다. 여러 대화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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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를 집삼아 베낭여행을 즐기는 르네 할머니 (73세)

이 할머니의 이름은 르네 코벨(Renee Caubel)이다. 1937년에 태어났으니 73세이다.  1916년 에스페란토를 배운 아버지로부터 자연스럽게 에스페란토를 배웠다. 부모 둘 다 에스페란티스토이었고, 집에서 에스페란토를 사용했다. 하지만 2차 대전이 반발한 1939년부터 집에서 에스페란토를 사용하는 것을 자제했다.

결혼을 하고 세쌍둥이를 비롯해 4자매를 낳고 길렀다. 병원 영양사로 20년간 근무했고, 52세의 늦은 나이에 초등학교 교사가 되어 은퇴했다. 1999년 남편이 사망하자 젊은 시절 했던 에스페란토 활동을 다시 시작했다. 2000년 덴마크 여행을 시작해 매년 세 차례 해외여행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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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트남 비자가 부착된 할머니 여권

2005년 99일간 유럽연합 회원국을 모두 방문했다. 일본, 중국, 베트남을 비롯해 40여개국을 여행했다. 할머니의 여행 특징은 바로 세계에스페란토청년회가 제공하는 "Pasporta Servo" (에스페란티스토 무료 민박 주소록)을 이용하는 것이다. 할머니도 거주 도시로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무료로 숙식을 제공하고 있다.

"사람 만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에스페란티스토를 만나면 처음 봤지만 수년 전에 만난 것처럼 정이 간다. 최근 러시아 에스페란티스토에게 묵었는데, 그는 자기 집의 열쇠까지 주면서 언제든지 오라고 한다"라고 말하면서 "에스페란토를 하니 청춘시절로 회귀한다"라며 애띤 소녀처럼 웃었다.

일흔의 나이에 이렇게 배낭여행을 하는 데 그래도 경비가 솔찬히 들어갈테인데 어떻게 해결하냐고 물었다. 연금에서 먹고 입고 하는 데서 최대한 절약해 자식들에게 의존하지 않고 경비를 조달한다고 한다. 노후에 이렇게 세계를 자기 집삼아 에스페란토로 여행을 하면서 새로운 사람이나 옛 친구를 만나 활발하게 살아가는 할머니가 무척 부럽다.

* 이글은 프레스블로그 2009년 9월 MP에 선정되었습니다.

* 관련글: 통역 없는 세상 꿈 이루는 에스페란토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