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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10.24 남산 자물쇠 애벽은 시야 가리는 장벽 3
요가일래2011. 10. 24. 10:03

초등학생 4학년생 딸아이와 서울 체류중 서너 시간이 여유롭기에 어디로 갈까 선택의 기로에 있었다. 

"아빠, 이제 어디로 가?"
"글세 어디로 갈까? 왕이 살던 궁으로 갈까? 아니면 케이블카 타고 남산에 올라갈까?"
"그야 당연히 케이블카이지."

그저 케이블카 타는 재미로 딸아이는 남산에 가자는데 손을 들었다. 이렇게 올라간 남산은 청명한 하늘이 아니라서 큰 감흥을 주지 못했다. 그저 높은 빌딩만이 흐릿하게 시야에 들어왔다. 시차 때문인지 딸아이는 연신 하품을 해대고 있었다.
 

혹시 사랑의 증표로 달아놓은 자물쇠 애벽(愛壁)은 어떨까......그래도 아빠가 이곳까지 데리고 온 보람을 조금이나 느끼게 할 것만 같았다. 수많은 자물쇠를 바라보면서 "대단하다. 참 인상적이다"라는 말을 들을수 있을 것 같았다. 

"정말 자물쇠가 많다. 어때?"
"하지만 너무 많아 내려다볼 수가 없어."


딸아이는 이색적인 것에 대한 멋짐보다 이 애벽을 보면서 시야를 가리는 장벽(障壁)을 먼저 떠올리고 있었다. 남산 정상의 최고 매력은 바로 도심 전망이다. 그런데 이 전망이 자물쇠 벽으로 방해받도 있다는 인상을 먼저 받고 있었다. 물론 키가 큰 어른에게 어린 딸아이의 지적은 설득력인 떨어진다.

남산에서 내려오면서 "완전한 빽빽함보다 그 빽빽함 속에 약간의 틈이 있다면 더 만족스럽지 않을까"라고 딸아이의 반응을 되새겨보았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