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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9.03 초등 딸, 자기 방 장식과 배치 혼자 구상 1
요가일래2013. 9. 3. 06:12

리투아니아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은 9월에 새로운 학년이 시작된다.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는 가운데 9월 2일 월요일 오후 빌뉴스 도심에는 여기저기 개학한 학생들의 무리들이 시끄럽게 돌아다녔다. 딸아이는 이제 한국으로 치면 초등학교 6학년생, 리투아니아으로 치면 중학교 2학년생이 되었다. 

9월 2일 개학식이었다. 우리 부부 늘 지금까지의 개학식에 참가했지만, 올해는 딸아이가 혼자 가겠다고 했다. 걱정되었지만, 딸아이가 자랐다는 것을 스스로 느낄 수 있도록 딸의 의견을 존중했다.

뭐니해도 성장했음을 잘 보여주는 것은 방 가구 재배치이다. 그 동안 언니가 사용하던 방을 그대로 사용해왔다. 하지만 이제 6학년이 되자 스스로 방 가구를 배치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최근 출장에서 돌아오자 딸아이는 확 달라진 자신의 방을 보여주면서 자랑했다.

"아빠, 내 방 한번 볼래? 눈 감아!"

눈을 감고 복도를 따라 딸아이의 방에 도착했다.


"짜짠~~~ 이제 눈 떠!"
"우와! 어떻게 이렇게 만들었니? 누구 생각이냐? 엄마 생각? 아니면 네 생각?"
"물론 내 생각이지."
"참 잘 했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가구 옆에 하얀 상자였다. 

"이건 뭔데?"
"장난감 상자야."
"샀어?"
"아니. 내가 직접 만들었지."
"어떻게?"
"어렸을 때 맛있게 먹었던 배 상자 알지?"
"그래."
"바로 그 상자에 종이 옷을 입혔어."


딸아이는 궁금해하는 아빠에게 만드는 방법까지 알려주었다. 헌책 종이를 하나하나 붙여서 만들었다. 비록 단순한 일이지만, 여러 시간을 쏟아서 완성했다. 


부모가 쉽게 해주는 것보다 혼자 구상하고 자기 방을 꾸민 초등 딸아이가 이젠 정말 자랐구나라는 것을 실감하게 해주었다. 요즘 들어 딸아이는 "아빠, 나도 이제 자랐어. 할 수 있단 말이야. 하게 해줘."라는 말을 부쩍 자주 한다. 이는 사춘기에 점점 접어들고 있음이다. 별 탈없이 넘어가길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