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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예의에 벗어나는 듯한테 왜 이름을 부르니? 장모가 기분 나빠하지 않아?"
"요즘 장모와 사이가 안좋아서 그렇게 불러."
"그럼, 장모는 너를 '사위'라 부르니 아니면 너 이름을 부르니?"
"장모도 내 이름을 불러." (장모가 사위를 사위라 부르지 않고 이름으로 부르는 일은 흔하다)
그가 자신의 장모를 이름으로 부른다는 말에 리투아니아 아내의 올케가 떠올랐다. 한때 처남댁은 장모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 그래서 장모를 이름으로 불렀다. 리투아니아어도 장모, 시어머니, 사위, 며느리 등에 합당하는 단어가 있다. 하지만 장모나 시어머니를 편하게 어머니(엄마)로 부른다.
얼마 전 딸아이의 남자친구가 집으로 왔다. 함께 탁구를 쳤다. 대학에서 농구선수로 활약하고 있지만, 탁구는 잘 치지 못했다.
"누가 이겼어?"라고 딸아이가 그에게 물었다.
"대석이가 이겼어."라고 그가 답했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나이 차이와는 별다른 관계없이 조금 아는 사이라도 편하게 이름으로 부른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기분이 나빴다. 적어도 딸아이 친구에게는 "대석이가"가 아니라 "너의 아빠" 혹은 "아저씨" 정도로 불려졌으면 좋겠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일가친척도 마찬가지다. 조모와 부모를 제외하고는 이모, 고모, 삼촌, 외삼촌 다 할 것 없이 서로 이름으로 불린다. 형, 동생, 누나, 언니도 다 이름으로 불린다. 그래서 리투아니아 정착 초기에 아내쪽 친척이 모이면 어떤 친척관계가 있는지 자주 물어보곤 했다.
유럽 사람들은 처음 만나면 각자 이름을 분명하게 밝힌다. 악수하면서 자신의 이름을 말한다. 나중에 상대방을 부를 경우를 대비해서 만나는 사람의 이름을 잘 기억해두는 것이 좋다.
유럽에서 20년을 살아도 가끔 나이 차이가 엄청 나는 사람으로부터 이름으로 불려질 때 솔직히 말해 기분이 나쁘다. 적어도 어린 친척들로부터는 아저씨, 이모부, 고모부 등으로 불려주었으면 좋겠다. 이런 호칭을 사용하면서 가족관계를 좀 더 돈독하게 했으면 좋겠다.
작은 딸 요가일래는 큰 딸 마르티나에게 항상 "언니"라 부른다. 대체로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언니라도 "마르티나"라 부른다. 아내는 이를 한국어 영향이라 말한다. 처음부터 요가일래에게 "언니를 '마르티나'라 부르지 말고 '언니'라 불러야 돼"라고 가르쳤기 때문이다.
가끔 아내가 이름으로 부를 때 귀에 거슬리고 남남처럼 느껴진다고 내가 투덜대곤 한다. 이럴 때 아내는 한마디 한다. "당신 아직도 유럽인 안되었어?!"
* 관련글: 동식물 이름으로 연인을 불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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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적 차이라고는 하지만, 윗사람을 높여 부르는
2011.05.23 08:20 [ ADDR : EDIT/ DEL : REPLY ]우리나라문화는 지키고 싶은 마음이 사실입니다.
아무리 외국에 오래 살아도 적응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뭔갈 명확하게 확정지으려(?) 그런다는 의미가 있단 것!
2011.05.23 18:44 [ ADDR : EDIT/ DEL : REPLY ]그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두 똑같은 뜻이 담겼다고 알고 있습니다.
유럽서 자본주의, 공산주의 모두가 태동했고, 그게 또 문화에 깊이 뿌리내렸으니,
그들이 그런 식으로 나아간건 너무나 당연한 거라 여겨지는군요.
또한, 요새 들리는 소식으로는 유럽서 경어.. 높임말이 거의 사라지고 있거나, 사회적으로 그런 말들을 없애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하더라구요.
아마도 신자유주의와 인간들간 경쟁을 더욱 고조시키려는 의도가 담긴 거 같은데...
이걸 과연 어찌 받아들여야하는 건지 참..
그렇다고 마냥 반항, 저항하자니 사람들로부터 왕따당할 수 있단 불안..
그렇다고 그냥 받아들이자니.. 이젠 애비랑 자식들간에도 경쟁관계로 내몰리는 것같은 느낌...
신자유주의랑 무슨 관계냐고 되물으실 진 모르겠습니다만,
암튼 신자유주의가 여러가질 망치고 있음은 분명~!!!
유럽이 무슨 신자유주의 영향으로 사람 명칭이 변했다구요?
2011.05.24 11:32 [ ADDR : EDIT/ DEL ]아 정말.. 가져다 붙이는 것도 정도 껏이지..
그리고 현재의 한국에서 인칭 대명사로 쓰이는 관습도
전통적인 것이 아니라, 근대에서 현대로 올때 변한 것에요..
거기에 현재 쓰이는 것들은
텔레비젼의 드라마 영향으로 변한것도 많아요.
우리 전통 문화? 그런건 존재하지 않습니다.
사실, 이름 불린다고 기분 나빠하는 것이
세계적으로 볼때 상당히 마이너적인 괴상한 문화 입니다.
제가 중국에 살아봤는데 세계에서 그렇게 한두살 차이로 윗사람 아랫사람 나누는
2011.08.29 19:53 [ ADDR : EDIT/ DEL : REPLY ]나라는 한국밖에 없는것 같더라구요 굳이 거기가 유럽이라서 그런게 아니구 한국인이셔서 그런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