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생활'에 해당되는 글 421건

  1. 2018.03.08 외식하고 싶은데 집 보고 싶다는 딸 때문에 ㅎㅎㅎ (2)
  2. 2018.03.03 연리목 - 소나무가 자작나무 꼭 꺼안고 하늘 위로
  3. 2018.02.26 나무 한 그루에 부엉이가 50여 마리 (2)
  4. 2018.02.25 새 이름이 멋쟁이, 친구들이 사진 보더니 놀라
  5. 2018.02.21 거인의 나라니까 눈사람도 거대하네
  6. 2018.02.18 노랑 초록 빨강으로 하나된 하루 - 국가 재건 100주년
  7. 2018.02.06 호주 - 신발장 앞 하늘소 조형물의 용도에 우와~~~
  8. 2018.01.17 횡단 보도 건너는 고니 가족의 한가롭고 훈훈한 모습
  9. 2017.12.19 전구 7만개가 불 밝히는 크리스마스 트리
  10. 2017.11.02 11월 1일은 촛불과 화초로 수놓은 묘지가 불야성
  11. 2017.10.30 타르투의 가을 - 악마도 천사도 노랗게 물들어
  12. 2017.10.26 지천으로 깔린 낙엽 밟으니 또 한 세월이 가네
  13. 2017.10.24 타르투 야경 - 촉촉한 돌바닥에 비친 불빛
  14. 2017.09.25 유럽에서 버섯 채취한 체험 중 가장 기쁜 날 (3)
  15. 2017.07.03 탈린에서 예쁘고 다양한 거리 꽃들을 즐겨본다 (4)
  16. 2017.05.23 거리에서 성큼성큼 다가오는 여성, 알고 보니 대통령 (2)
  17. 2017.05.22 광고 속으로 빨려 들어갈 듯한 탈린 공항 탑승구
  18. 2017.05.10 김밥 잘 만드는 이유 - 한국인 피가 있어서 (1)
  19. 2017.05.03 흙없이도 아파트에서 작은 양파를 기르는 법
  20. 2017.05.02 중3 생물 숙제가 인체 해부 모형 만들기라니... (2)
  21. 2017.05.01 숙박하면서 왕복 600km 재외국민 투표에 참가 (5)
  22. 2017.04.25 솟대를 서양란 지지대로 변신시킨 유럽인 장모 (2)
  23. 2017.04.18 자투리 재활용하시는 유럽인 장모 돈 받아야 하나 (2)
  24. 2017.04.12 우아한 백조가 사납게 백조를 쫓아내는 장면
  25. 2017.04.10 유럽인 아내 눈에 한국식품이 더 잘 보여
  26. 2017.04.03 딸아이가 아빠를 더 좋아하는 이유는 (9)
  27. 2017.03.27 화장실에서 6개월 선남자가 되어보니
  28. 2017.03.22 한국어 수업 후 생일축하 노래에 숨은 진짜 이유가 (1)
  29. 2017.03.09 세계 여성의 날에 아내에게 복분자 묘목 선물
  30. 2017.03.02 등수는 신경쓰지 않고 노래만 부르면 돼 (2)
요가일래2018.03.08 08:30

아내가 일 나가 늦은 저녁에야 돌아오는 월요일에서 목요일까지 
대체로 세 식구 가족 식사 준비는 집에 있는 내가 한다.
거창한 음식은 할 수 없고 
기껏 밥을 짓고 국 하나 끓이는 일이 전부다.

이것마저 가끔 힘들 때가 있다.
다른 식구들을 위해 따로 식사를 준비하지 않아도 되고
혼자 해먹기가 귀찮으면 집 근처 중국집에서 혼밥을 하곤 한다. 

이 중국집은 
점심메뉴를 점심만이 아니라 하루 종일 제공한다.
괜찮은 가격으로 한 끼를 편하게 해결할 수 있다.


국 하나에 야채 샐러드, 밥, 고기로 구성된 접시 하나다. 
가격은 4.5유로. 0.5센트는 봉사료로 남겨 놓는다.




엊그제 한국의 한 지인으로부터 페이스북 실시간 쪽지를 받았다.
먹음직한 아래 음식 사진도 첨부되었다.



마침 식구들을 위해 밥을 해야 할 시간이었다.
맛있는 한국 음식을 본 터라  
밥하기가 썩 내키지 않았다.

그래서 학교에서 돌아오지 않고 있는 
딸아이에게 쪽지를 보냈다.


아침 8시에 학교로 가 저녁 8시에 돌아오니
딸아이는 12시간 집을 비웠다.


"집 보고싶다"라는 딸아이 말에 
애궁~~~ 
그만 외식하고픈 마음을 삭제하고 쌀을 씻어야 했다. 

(아래는 아내와 딸아이가 모처럼 함께 한 노래 영상.)

Posted by 초유스

리투아니아 빌뉴스는 1323년 세워진 도시로 발트 3국 중 가장 늦게 세워진 수도이다. 라트비아 수도 리가는 1201년, 에스토니아 탈린은 1219년 세워졌다. 하지만 구시가지 규모면에 있어서 빌뉴스는 북유럽 중세 도시 중에서 제일 큰 도시 중 하나이다. 구시가지 면적이 4평방헥타르다. 

고딕, 르네상스, 바로코, 로코코, 신고전주의 등 다양한 건축양식을 갖추고 있는 성당들이 곳곳에 우뚝 솟아 있다. 이 구시가지를 한눈에 잘 볼 수 있는 것이 두 군데가 있다. 하나는 대성당 뒤에 있는 게디미나스 성이고 또 다른 하나는 빌냐(Vilna) 강 건너편에 있는 크레이바시스(Kreivasis) 산 정상이다. 산 높이는 해발 164미터다.  

이 정상에는 3십자가상이  있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리투아니아가 기독교를 받아들이기 전인 14세기 이곳에서 프란치스코회 수사 7명이 참수형을 당했다. 

17세기 초 이곳에 3십자가 목조각상이 세워졌다. 여러 차례 교체되어 오던 목조각상은 1916년 안타나스 비불스키스 조각가의 작품인 콘크리트 조각상로 대체되었다. 1950년 소련시대에 철거되었다가 1989년 복원되었다. 최근 3월 1일 이 정상을 올라가니 함박눈이 쏟아져 내렸다. 


위 십자가상을 바로 지나면 아래 동영상에서 보듯이 700년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빌뉴스 구시가지가 한눈에 확 들어온다.




십자가상에서 계단을 따라 내려오다보면 오른쪽에 나무가 보인다. 얼핏 보기에 별스럽지 않지만 좀 더 신경써서 보면 연리목이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연리목) 내려갈 때 보았네"라는 어느 시인의 싯구가 떠오른다.  



리투아니아를 비롯해 발트 3국에 아주 흔한 소나무와 자작나무의 연리목이다.



소나무가 팔을 벌려 자작나무를 꼭 꺼안고 하늘로 자라고 있는 듯하다.




비록 서로 다를지라도 우리 나무도 이렇게 사이좋게 자라는데 너희 사람들도 사이좋게 살아라는 조용한 외침을 듣는 듯했다.

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18.02.26 07:34

오늘은 부엉이다. 
헝가리 페츠(Pecs)에 살고 있는 친구(Mária Tallászné)가 
정말 보기 드문 장면을 목격했다. 

낙엽 떨어진 나뭇가지에 
빽빽히 제법 큰 타원형의 물체가 앉아 있다.
사진을 보기만 해도 다소 소름이 돋는다.


좀 더 가까이 보니 귀깃이 올라와 있다.
부엉이다.




부엉이와 올빼미는 대개 유럽 언어에서는 구별되지 않는다. 

보통 귀깃이 있으면 부엉이라 하고 없으면 올빼미라 한다. 

하지만 솔부엉이와 쇠부엉이는 귀깃이 없다.



그가 찍은 사진에 의하면 이렇게 귀깃이 선명하니 딱 부엉이다.
사진은 헝가리 남부지방 모하츠 (Mohacs) 도심에서 찍었다.



친구가 세어보니 약 50여 마리나 되었다. 
어떻게 부엉이가 까마귀처럼 이렇게 대규모로 도심 나뭇가지에 앉아있을까... 
이 동네 쥐들은 그야말로 공포에 떨고 있겠다.
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18.02.25 07:52

며칠 전 하얀 눈이 하늘하늘 내리기에 거실 창문 틀에 기대어 밖을 구경하고 있었다. 
이때 새 두 마리가 먹을 것을 물고 나뭇가지에 앉아서 내리는 눈을 조용히 맞고 있었다. 


두 마리인데 왜 색깔이 다르지?
알고 보니 암수다. 
암컷은 몸통이 회색을 띤 갈색이고



 수컷은 몸통이 주황색이다.



머리는 푹 파묻혀 있고 배는 불룩 튀어나와 있다.
마치 그 모양이 복어를 닮았다. 



모처럼 색깔이 확 틔는 새를 보자 카메라에 담고 싶었다.



"어~~~~디에서 (이 새를) 봤지?"
"우리 집 창문 밖에서..."
"내일 (나도) 밖에 나가 찾아봐야지."
"왜 감탄했니?"
"sniegena를 정말 정말 오랜만에 봤네. 언제 마지막으로 본 지 기억조차 나지 않아."
"어~~ 나는 (우리 집 앞 나뭇가지에 있는 이 새를) 자주 보는데."



친구가 리투아니아어로 이 새 이름을 sniegena라고 하자
한국어 이름이 궁금해졌다. 

몇 번 검색을 해보니 
라틴어로 Pyrrhula pyrrhula (피르르훌라 피르르훌라)다.
한국어 이름을 보자마자 참 신기했다. 
이 새는 참새목 되새과의 한 종으로 
한국에서는 드물게 발견되는 겨울철새라 한다.

한국어 이름이 참 멋지다.
이 새의 한국어 이름은 <멋쟁이>!!!



잎이 다 떨어진 잿빛 나뭇가지에서
통통한 몸매를 주황색 넥타이로 맨 멋진 모습이라
누군가가 <멋쟁이>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을까...

이제 이 새의 한국어 이름은 쉽게 잊어버리지 않을 것 같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8.02.21 07:08

어느 해보다 쌓인 눈이 오랫동안 녹지 않고 있다. 
연일 영하 5도 내외라 산책하기에 적절한 날씨다.
집 근처에 있는 빌뉴스 빙기스 공원을 다녀왔다. 


숲 속 나무에 사람들이 천사와 심장을 붙여놓았다.



그루터기 위에 두상 눈조각이 시선을 끌었다. 



마치 망토를 두르고 있는 눈사람 같다.



해안경을 끼고 있는 귀여운 눈사람도 있다.





이날 본 눈사람 중 압권은 바로 거대한 눈사람이다. 



멀리서 보면 보통 눈사람 키지만 

가까이 가면 깜짝 놀랄만한 키다.



3미터는 족히 될 법한 눈사람 앞에 서니 난장이가 된 기분이다. 

리투아니아 사람들 평균키는 남자가 거의 180cm이다.

그래서 그런지 눈사람도 참 거대하구나!!!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8.02.18 07:09

만 100년 전 1918년 2월 16일은 
리투아니아 역사에 대단히 중요한 날이다. 
한때 유럽에서 가장 큰 영토를 가졌던 리투아니아는 
3차 3국 분할로 인해 1795년부터 세계지도에서 사라졌다.


러시아 제국이 쭉 지배을 해오다가 
1차 대전 중인 1915년 독일 제국이 점령했다. 
독일점령하에 리투아니아 평의회 20명 회원이
1918년 2월 16일 리투아니아 독립을 선언했다. 

참고로 리투아니아는 1919년 9월
대한민국을 정식으로 승인한 국가 중 하나이다.

100주년을 맞아 많은 행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2월 16일 하루 종일 리투아니아 사람들과 어울러 
축제 분위기에 흠뻑 젖었다.



특히 어둠이 다가오자
가장 중심가 거리인 게디미나스 거리에는 
모닥불 100개가 불을 밝히고 경축 인파들에게 온기를 전해주었다.
1990-1991년 소련에서 다시 독립할 때 모닥불을 피우고 
목숨을 걸고 국회와 방송탑을 지키던 
용감한 리투아니아 사람들을 만나는 듯했다.  


 

많은 건물들은 
리투아니아 국기 색인 노랑 초록 빨강 색깔로 조명 장식이 되었다.
이날은 그야말로 삼색으로 하나된 하루였다.




이날 삼색 조명의 압권은 
바로 아래 사진에서 볼 수 있는 빌뉴스 대성당 종탑이었다.
   


집 근처 공익광고의 문구가 눈어 확 들어왔다.
리투아니아 재건 독립의 상징적인 인물은 요나스 바스나비츄스의 말이다.

"역사는 당신에게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가까이 있다" 



이 광고를 보니 평창 동계 올림픽이 떠올랐다. 
그리고 이 문구의 "역사"는 "통일"로 변했다.

"통일은 당신에게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가까이 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2018.02.06 05:57

이번 호주 시드니 가족여행에서 현지의 초대를 받아 잠깐 그의 집을 방문했다. 



현관문 신발장 앞 하늘소가 시선을 끌었다. 

멀리서 얼핏보면 바닥에 잠시 멈추고 있는 거대한 곤충처럼 보였다.



가까이에 가면 바로 철로 된 조형물임을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 하늘소의 용도는 무엇일까?



현지인에게 물으니 직접 그 용도를 보여주었다.



바로 키가 큰 그가 쉽게 신발을 벗기 위해서 이것을 사용하고 있다. 아파트에 살고 있으니 바닥에 설치하기가 어렵겠다. 만약 주택에 산다면 현관 입구에 하늘소 한 마리를 설치해놓으면 신발을 벗는데 참으로 편리하겠다. ㅎㅎㅎ


* 초유스 가족여행기: 호주 본다이 비치 구경에 취해 범칙금이 22만원 헉~

Posted by 초유스

영하의 날씨로 얼음이 호수의 수면을 서서히 덮어가고 있다. 일전에 리투아니아 유명 관광 명소인 트라카이를 다녀왔다. 

* 트라카이 성이 아직 얼지 않은 갈베 호수에 비춰지고 있다.

가는 길에 우연히 고니(백조) 가족을 도로 위에서 만났다. 횡단 보도를 건너고 있었다. 다가오는 승용차도 우리가 타고 있는 버스도 경적 소리를 울리지 않고 고니 가족이 무사히 도로를 건널 때까지 기다렸다.


고니는 짝을 맺어 일생 동안 부부 관계를 유지한다. 새끼는 온몸이 회색빛을 띤 솜털로 덮여 있다. 

부모가 앞 뒤로 새끼를 보호하면서 도로를 건너고 있다. 앞에서 엄마 고니가 인도하고 뒤에서 아빠 고니가 주변을 두루 살피면서 아주 천천히 따라가고 있다. 

도로를 먼저 건넌 새끼가 뒤로 돌아보면서 아빠 고니에게 빨리 오라고 재촉하는 듯하면서 기다리고 있다. 고니 가족은 다시 함께 한가롭게 뒤뚱뒤뚱 걸어 가고 있다. 마치 아무런 근심이나 걱정이 없는 태평세월의 순간을 즐기는 듯하다. 



고니 가족의 강한 유대감 그리고 이들이 무사히 도로를 건너갈 때까지 배려해 주는 운전사들의 마음씨가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Posted by 초유스

크리스마스 성탈절이 다가오고 있다. 또한 점점 밤이 깊어지고 있다. 
도심 건물들은 다양한 모습으로 빛을 발하고 있다. 
아래는 대통령궁 정면 모습이다.

숫자 100이 돋보인다.
바로 내년 2월 16일 리투아니아 재독립 선언일이 100년을 맞이한다.


아래는 대성당 광장 앞에 있는 호텔도 크리마스 장식이 되어 있다.



대성당 광장에는 성탄절 상점들이 마련되어 있다.



성탄절 관련 과자 상점에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다. 



뭐니해도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크리스마스 트리이다. 호텔 창문에 비친 크리스마스 트리이다.



올해 빌뉴스 크리스마스 트리는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트리 중 하나로 평가 받고 있다.


12월 1일 점등된 이 크리스마스 트리는 내년 1월 7일까지 불을 밣힌다.

27미터 높이의 이 크리스마스 트리는 

총 7만개의 전구와 900개의 크리스마스 소품으로 장식되어 있다.



산타 모자를 쓰고 구경하러 온 남유럽 사람들... 이 순간 눈까지 내려준다면 금상첨화였을텐데...



멀리서 보면 높은 꼭대기를 가진 천막처럼 보인다. 

웬지 안에 들어가면 포근한 느낌을 받을 듯하다.

세상 사람들이 다 이 포근한 크리스마스 트리 밑에서 

평화로운 연말연시를 보내고 보낼 수 있길 바라본다.

(더 멋진 사람들은 여기에서 볼 수 있습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7.11.02 05:52

11월은 리투아니아어로 lapkritis로 "잎 떨어짐"을 의미한다. 대부분 단풍은 떨어지고 나뭇가지는 앙상한 채로 내년 봄을 준비하기 시작한다. 11월 1일은 특별한 날이다. 가톨릭교의 축일로 국경일이다. 모든 성인의 대축일이다. 하늘 나라에 있는 모든 성인을 기리면서 이들의 모범을 본받고 다짐하는 날이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이날 묘지를 방문한다. 며칠 전 미리 묘에 가서 묘와 주변을 말끔하게 청소를 하고 이날은 화초나 꽃과 함께 촛불로 묘를 장식한다. 예전에는 주로 해가 진 어두운 저녁 무렵에 묘지로 가서 촛불을 밝혔지만 지금은 주로 낮 시간에 간다.


10월 31일 하늘은 모처럼 맑았다. 다음날도 이런 날씨이길 바랐다.



하지만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늘 그렇듯이 11월 1일은 이상하게도 날씨가 흐리다. 어느 때는 눈이 내리고 어느 때는 구슬비가 내리고... 



사람들은 이날 돌아가신 조상의 영혼이 자신의 묘로 찾아온다고 믿는다. 어제 우리 가족도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일가 친척의 묘가 있는 묘지 세 군데를 다녀왔다. 



늘 느끼듯이 리투아니아 묘지에 오면 마치 화초 공원을 산책하는 듯하다. 묘마다 화초나 꽃으로 장식되어 있다. 사진으로 이날 방문한 리투아니아 묘지를 소개한다.



사랑을 상징하는 하트 모양으로 장식한 촛불 묘도 인상적이고 이 묘를 찾아온 사람도 인상적이었다. 우리가 작은 헝겊으로 묘를 덮고 있는 돌을 닦고 있는 데 그 사람이 선뜻 자신의 긴 헝겊을 건네주었다.

"샴푸 묻힌 이 큰 헝겊으로 닦으세요."

Posted by 초유스

타르투(Tartu)는 에스토니아 제2의 도시다. 10월 초순과 중순에 다녀왔다. 가을에 찾은 타르투 도시를 사진으로 소개한다.


내셔날지오그래픽 로고 안으로 타르투 시청에 쏙 들어와 있다.



가을비가 철봉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자연 수분을 얻은 꽃은 더 버틸 수 있겠다.

 


한 살 반 아들과 30대 중반 아버지



어머니와 딸 조각상 앞을 방금 어머니와 딸이 지나갔다.



"이 달콤한 입맞춤의 순간이 영원하라"고 바라니 정말 이 연인 한 쌍은 조각상이 되어버렸다. 



세계 최초로 경선을 정확하게 측정한 프리드리히 빌헬렘 폰 스트루베 기념탑과 그가 일한 천문대



날만 맑으면 저 놀이터에 아이들이 노란 낙엽을 가지고 놀텐데...



그 옛날 제사를 지냈던 돌제단



배양학의 선구자 카를 에른스트 폰 바에르



에스토니아 민족 문학의 선구자이자 에스토니아 현대 시학의 창시자로 평가 받는 크리스탼 약 페데르손 (1801-1822). 그가 태어난 3월 14일은 "에스토니아어의 날"이다.  



타르투 대성당으로 16세기 말엽 리보니아 전쟁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악마의 다리는 1613-1913 즉 로마노프 왕조 300주년을 맞이하여 세운 기념 다리다. 이 다리를 건설할 때 감독을 맡았던 사람의 성이 Manteuffel(뜻이 사람-악마)인데도 다리 이름이 유래되었다.



아래는 천사의 다리다.  1816년 완공되었다. 1913년 보수할 때 타르투 대학교 초대 총장 게오르그 프리드리히 폰 파로트(Georg Friedrich von Parrot)의 기념 메달을 붙였다. 영국식 정원에 위치한 것에 그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즉 에스토니아어로 영국식은 잉글리세(inglise)이고, 천사는 잉겔(ingel)이다. 두 단어가 비슷하다. 한편 머리가 곱슬하고 얼굴이 천사처럼 생긴 파로트 총장의 모습에서 유래되었다고도 한다.



뭐하니 해도 천사의 다리에 위에 있는 라틴어 구절이 제일 마음에 든다.

"휴식은 힘을 재충전한다." (Otium reficit vires.) 

이제 관광 안내철이 지나고 긴 겨울철 휴식이 시작된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7.10.26 05:35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는 숲과 녹지 공간이 많다. 10월 중순쯤 빌뉴스는 붉거나 노랗게 물들어가고 있다. 파란 하늘까지 있어주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아쉽게도 단풍은 수명이 아주 짧다. 11월이 되면 달 이름대로 단풍은 다 떨어지고 만다. 리투아니아어로 11월은 lapkritis다. 이는 "나뭇잎 떨어짐"을 뜻한다.



내가 사는 거리는 양쪽 변에 가로수가 촘촘히 심어져 있다. 며칠 전 이 거리를 걷는데 마치 낙엽 양탄자 위로 걷는 듯했다. 



이렇게 지천으로 떨어진 낙엽을 밟으니 또 한 세월이 흘러가고 있음을 절실히 느낀다.

Posted by 초유스

에스토니아 제2의 도시는 타르투(Tartu)다. 1632년 설립된 에스토니아 최고의 명문대학인 타르투대학교가 이곳에 있다. 중심가에는 여러 조각상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그 중 하나가 1살 반인 아들과 30대 중반의 아버지 조각상이다.  


여름철 이곳에 오면 야경 보기가 어렵다. 이유인즉 바로 낮이 길기 때문이다. 10월 초순 이곳을 방문하니 야경을 볼 수 있었다. 이날은 가는 가는 비가 쭉 내렸다. 물기를 머금고 있는 돌바닥에 비친 전등빛이 타루투의 야경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타루투의 피사탑으로 볼리는 건물이다. 



저 멀리 보이는 것이 시청사이다.



입맞춤하는 대학생 조각상이다.



가을비 속 야경 구경을 하다가 내 목으로도 검은 비를 내려주고 싶어 맥주집에 들렀다. 에스토니아 "알레콕" 흑맥주이다.  





시청사에서 시각을 알리는 은은한 종소리는 눈 내리는 크리스마스를 벌써 재촉하는 듯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7.09.25 07:46

가을이다. 유럽 친구들의 버섯 채취 사진들이 연일 페이스북에 올라오고 있다. 지금껏 여러 번 버섯 채취에 나섰지만 그다지 큰 수확을 거두지 못했다. 그래서 별다른 관심이 없다. 그런데 최근 최고의 수확을 거두었다. 



시간이 다소 한가하고 날씨가 쾌청한 주말이라 아내의 부추김으로 지방에 사시는 장모님을 방문했다. 가을날 최고의 체험은 청정한 숲에서 버섯을 채취하는 것이라는 꾀임에 또 넘어가야 했다. 이날 버섯 체험을 사진과 함께 올려본다.

동녁에 해가 뜨는 시각에 맞춰 숲으로 떠났다. 
부지런한 사람에게만 버섯이 보이니라~~~ 


벌목한 곳에 아침 안개가 피어오르고 있다.



습한 숲으로 인해 장화를 싣어야 하고, 혹시 모를 진드기의 진입을 막기 위해 손목과 발목을 꼭 덮는 옷을 입어야 한다. 



나무 사이로 비치는 햇살은 방향을 잃지 않는데 매우 중요하다. 자주 이름을 불러 일행의 위치를 파악한다.



식용버섯이 어디에 숨어 있을까... 

멈춰서 360도로 찬찬히 살펴본다.



가장 값 비싸고 선호하는 식용버섯은 바로 그물버섯(Boletus edulis)이다. 

전나무 낙엽 위에 우뚝 솟아 있는 그물버섯



이끼 속에 숨어서 자라오르고 있는 그물버섯



가장 선호하는 식용버섯인 그물버섯(왼쪽)과 가장 독이 강한 버섯 중 하나인 광대버섯(오른쪽)



거미망에 걸려있는 아침이슬이 참으로 신비해 보인다.



아주 멋지게 솟아오르는 흠 하나 없는 그물버섯



낙엽을 치워보니 훨씬 더 큰 몸통을 드러내고 있는 그물버섯



이날 채취한 그물버섯 중 가장 좋은 몸매를 지니고 있는 그물버섯. 몸통 속은 정말 단단했다.



거의 찾기가 불가능한 그물버섯(상). 나뭇가지와 낙엽을 치우고 보니 대단히 큰 버섯(하) 



이날 2시간 동안 숲에서 내가 채취한 그물버섯은 30개.... 지금껏 최고의 기록이다.



내가 채취한 손바닥보다 더 큰 그물버섯들



채취한 그물버섯 껍집을 벗겨내면서 손질을 하고 있다. 이 또한 2시간이나 걸렸다.



버섯몸통 속살은 그야말로 희고 희였다. 마치 단단한 밤의 속살 같다.



껍질을 벗겨낸 그물버섯을 잘게 조각을 낸다. 그리고 여러 번 물로 깨끗하게 씻는다.



씻은 그물버섯을 약간 소금을 뿌린 물에 20분 동안 끓인다. 물기를 뺀 버섯을 유리병이나 냉동실에 보관한다.  



이렇게 손질한 버섯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요리해서 먹는다.



삶은 햇감자와 버섯요리로 버섯 채취 체험의 기쁨을 마음껏 누려보았다. 이날 채취한 그물버섯은 두 달 정도 넉넉하게 먹을 수 있는 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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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의 성벽과 방어탑 그리고 빨간 지붕으로 

잘 어울려진 탈린은 누구에게나 쉽게 감탄을 자아낸다.  


이러한 건물 속에 

거리 카페 등에서 자라는 꽃들도 

탈린의 고풍스런 아름다움을 더욱 빛나게 해준다.



이날은 다양한 거리 꽃의 아름다움에 푹 빠져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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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모음2017.05.23 05:40

문재인 대통령의 파격적인 행보가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연차를 사용해 양산 자택에 머물면서 주민들과 기꺼이 사진을 찍는 모습에서 마음씨 좋은 이웃집 아저씨를 보는 듯하다. 

월요일에는모친을 방문하기 위해 자택에서 부산 영도까지 경호 차량 없이 버스로 이동했다. 그 동안 대통령을 태운 방탄 차량에 여러 대의 경호 차량이 이동함으로써 시민들에게 적지 않은 교통 불편을 끼쳤다. 

이것이 바로 외형으로 우러나오게 하는 대통령 권위가 아니라 보는 사람이 내면에서 스스로 느끼는 대통령 권위의 모습이라 참으로 흐뭇하다.

어제 월요일 오후 에스토니아 탈린의 한 거리를 걷고 있었다. 

저 앞에서 남녀 한쌍이 걸어오고 있었다. 여성은 양팔을 가볍게 흔들며 성큼성큼 걸어오고 있었다. 좀 떨어진 거리였지만 텔레비젼 뉴스에서 본 듯한 얼굴이었다. 순간적으로 혹시 에스토니아 여성 대통령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서 즉시 전화기를 꺼내 전화기를 들고 있는 척하면서 동영상을 찍었다. 한 순간이었다. 이들이 지나간 후 동영상을 보니 여성은 대통령이고 그 옆 남성은 경호원일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아무리 사회가 안정되고 평화롭다고 하지만 백주 대낮에 경호원 한 명만 대동하고 거리를 활보하는 대통령이 있다니 그저 놀랍다. 에스토니아 친구에게 이 동영상을 보여주며 물으니 자기 나라 케르스티 칼률라이드 (Kersti Kaljulaid, 아래 사진) 대통령이라고 했다. 저 멀리서는 연인 한 쌍이 다가오는구나로 여겼고, 좀 떨어진 거리에서는 대통령일 것이라 여겼다.


경호 차량 없이 버스로 이동하는 대한민국 문재인 대통령
경호원 1명만 대동하고 거리를 걷고 있는 에스토니아 칼률라이드 대통령    
두 분 모두 끝까지 국민으로부터 사랑 받고 존경 받는 대통령이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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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5월은 여러 차례 에스토니아 탈린 공항을 이용하게 되었다. 탈린 공항은 규모가 작지만, 아늑하고 쾌적하고 밝은 공항 실내가 인상적이어서 참으로 마음에 든다. 

특히 탑승구 전체가 기업 광고로 되어 있다. 탑승객이 광고에 매혹되어 비행기가 아니라 광고 속으로 멍하니 빨려 들어갈 듯하다.  

탈린 공항 탑승구를 사진으로 소개한다. 밝고 다양한 에스토니아 색 의자가 시선을 끈다.


통신 회사 Telia 광고로 치장된 탑승구이다. 탑승구 문에 있는 의자에 편안히 앉고 싶을 정도이다. 



에스토니아 대표적 언론사인 Postimees 광고로 된 탑승구이다.



여객선 회사 Tallink 광고 탑승구이다. 하늘이 아니라 바다 속으로 여행가는 기분이 든다.



전 국토의 50%가 숲인 나라가 에스토니아다. 탑승구 문이 숲이다.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자리까지 마련되어 있다. 
탑승구와 광고의 만남이 에스토니아를 방문하는 이에게 특별한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광고로 장식된 탑승구를 바라보면서 이 글을 마친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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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7.05.10 05:02

호주에서 일하고 있는 큰딸 마르티나가 3개월 휴가를 받아서 8개월만에 집을 방문했다. 공항에 환영을 가는데 그냥 가는 것보다 장미꽃 다발을 사기로 했다. 꽃 살 일을 잘 챙기지 않아서 장미꽃 한 송이 가격도 몰랐다.

"이 장미꽃 얼마?"

"한 송이에 2유로."

"저 장미꽃은 1유로 20센트."

 

 

장미꽃 한 송이에 2500원이라니 깜짝 놀랐다.

 

"어디에서 온 꽃?"

"네덜란드"

 

집에 없어서 생일을 챙겨주지 못했으니 나이만큼 장미꽃 송이를 구입했다. 

 

 

예기치 않은 꽃선물에 큰딸은 몹시 기뻐했다.

 

 

이어서 가까운 친척들을 초대해 모임을 가졌다. 손쉽게 만들 수 있고, 또한 사람들이 좋아하는 김밥을 만들기로 했다. 이 담당은 한국인인 내 몫이었다. 그런데 작은딸 요가일래가 자기가 만들겠다고 선뜻 나섰다.  

 

 

"김밥 만들기가 재미있어?"

"그럼, 재미있지."

"참 잘 만든다."

"왠지 알아?"

"만들기를 좋아하니까."

"왜냐하면 내 몸에 한국인 피가 있기 때문이야."

 


좋거나 잘하는 것은 다 "한국인 피"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딸아이에게 부끄럽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다. 요가일래는 김밥 두 줄을 따로 챙겨놓았다,

 

"왜 따로 챙기지?"

"학교에 가져가 친구들과 나눠 먹으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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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7.05.03 05:59

얼마 전 아내가 흙없이도 작은 양파를 기르는 법을 알려주었다. 바로 톱밥이나 휴지 등을 아파트에서 작은 양파를 쉽게 기를 수가 있다. 딱 2년 전 우리 가족과 2년 4개월을 같이 산 햄스터가 그만 세상을 떠났다. 그때 남은 톱밥을 이용해 양파를 길러보기로 했다.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1. 물을 팔팔 끓여 톱밥에 붓는다 (일종의 소독 효과도 겸한다) 

2. 양파 윗부분을 자른다

3. 비닐봉지에 물기가 약간 촉촉한 톱밥을 넣는다

4. 그 위에 양파를 꾹 눌러 놓는다

5. 비닐봉지 안으로 입김을 불어넣는다

6. 비닐봉지를 밀봉한다



아래는 10일 지난 후 모습이다. 양파 줄기가 비닐봉지 윗부분에 닿으면 비닐봉지를 열어놓는다. 간간히 톱밥에 물을 뿌린다.



아래는 19일이 지난 후의 양파줄기 모습이다. 적은 양이지만 식탁에 오를 채소가 부엌 창가에 파릇파릇 자라고 있다는 것이 신기함과 기쁨을 준다. 


아래는 작은 양파를 기르는 법을 알려준 동영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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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7.05.02 05:32

한국으로 치면 중학교 3학년생인 딸아이 요가일래가 얼마 전 방에서 손뼈 모형을 열심히 만들고 있었다.

"뭐하니?"
"숙제하고 있어."
"무슨 숙제인데?"
"생물."
"우와~~ㅍ힘들지 않아?"
"아니, 재미 있어."

딸아이는 생물을 좋아한다. 리투아니아 중학교 생물책을 한번 대강 훑어보니 마치 인체 의학개론 책처럼 보였다. 어려워 보여서 배우고 싶을 마음조차 일어나지 않을 듯했다.

어느날 딸아이는 농담처럼 말했다.
"내가 나중에 의학을 공부하면 아빠가 좋아하겠지?"
"물론이지. 먼저 서양의학을 공부하고 나중에 동양의학을 좀 더 공부하면 참 좋겠다."
"내가 정말 의학을 공부하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다 해줘야 돼!"
"뭐 아직 시간이 많으니까 생각해보자."


요가일래는 모형을 다 만든 후 부위별로 뼈이름을 붙였다. 숙제는 새벽 한 시에야 끝났다. 내 어린 시절엔 시험에 나올 수도 있는 뼈이름을 연습장에 반복으로 쓰면서 힘들게 외웠을 법하다. 

그런데 리투아니아 학생들은 이렇게 여러 시간 손뼈 마디마디를 직접 만들면서 그 이름을 자연스럽게 익히는구나! 그리고 그 성취감으로 의사가 되고 싶다라는 마음까지도 낼 수 있구나!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7.05.01 06:44

곧 대선 투표일이 다가온다.
이번에도 먼길을 이동해 숙박하면서까지 재외국민 투표에 참가했다.

2012년 재외국민 투표에 관련한 글은 여기에 -> 재외투표, 미친 애국자로 불렸지만 마음 뿌듯

지난번에는 폴란드 대사관이 있는 바르샤바에 가서 투표했다. 이번에는 꼭 관할대사관이 아니라 현재 체류지에서 가장 가까운 투표소가 있는 공관에서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리투아니아 빌뉴스 집에서 295km 떨어져 있는 리가의 라트비아 한국대사관을 찾았다. 왕복 600km이다.


다음날 저녁 대학교에서 한국어 강의가 있어서 투표일 전날 출발했다. 호텔로 향하는 길에 리가의 상징 건축물인 검은머리전당의 야경을 구경할 수 있었다.



미리 예약해서 저렴한 가격으로 아르누보 건축양식의 호텔에서 묵었다. 호텔 오른쪽에 보이는 탑이 한때 화약을 보관했던 화약탑이다. 지금은 라트비아 전쟁박물관의 일부로 사용되고 있다. 라트비아 리가는 이제 개나리꽃이 한창이다.



태극기가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외국 어느 곳이든 마주치는 태극기는 늘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라트비아 한국대사관 건물 입구이다.



드디어 3층에 위치한 라트비아 재외투표소를 찾았다.



원하는 후보자란에 투표도장을 찍는 데 걸린 시간은 정말 한 순간이었다. 이 찰나를 위해 장장 버스를 4시간 타고 와서 숙박까지 한 것을 생각하니 그냥 투표소 안에서 오랫동안 조국을 위해 기도하고 싶었다.


빌뉴스로 돌아오는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리가 구시가지를 둘러보았다. 리가의 상징 중 하나인 고양이다.   



이제 오후가 되면 저 빈자리는 사람들로 가득 찰 것이다.



하늘에 예쁜 구름이 세상을 주요하는 계절이 이제 막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리가 시청 광장은 세계 각지에서 온 관광객들의 발바닥을 즐겁게 지탱해주고 있다.   



낮에 보는 검은머리전당 모습이다. 언제봐도 그 아름다움에 반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투표를 하고 나니 리투아니아 빌뉴스 집으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내가 선택한 후보가 꼭 당선 되어서 멀고 먼 내 투표길을 더욱 의미있게 해주면 좋겠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7.04.25 05:29

일전에 지방 도시에 살고 계시는 장모님을 방문했다.
거실 창틀에 잘 자라고 있는 서양란의 하얀꽃이 시선을 끌었다. 


그 꽃 밑에는 7년 전에 선물한 솟대가 아주 좋은 역할을 하고 있었다.



장식용 한국의 솟대가 서양란꽃 지지대로 변신해 있는 것이 아닌가!!!



"장모님, 참 좋은 생각을 하셨네요. 우린 그저 장식용으로 피아노 위에 솟대를 올려놓았는데 장모님께서는 이렇게 아주 유용하고 사용하고 계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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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7.04.18 03:50

성탄절과 부활절엔 예외없이 지방도시에 있는 처가를 방문한다. 올해는 부활절인지 성탄절인지 구별이 안 되는 날씨였다. 리투아니아 북서부 지방 일부를 제외한 전국에 눈이 쏟아졌다. 


부활절에 어김없이 하는 과제가 하나 있다. 가족이 다 함께 모여 달걀에 문양을 내거나 색칠을 하는 것이다. 올해는 쉽게 하기로 했다. 



1. 새싹을 뜯는다
2. 달걀 위에 붙인다
3. 헝겊으로 둘러싸서 실로 칭칭 감는다
4. 양파껍질 속에 묻는다
5. 끓인 후 어느 정도 담가놓으면 끝이다. 


부활절에 식구들이 서로 달걀을 부딪혀서 겨루기를 한다.


어느 순간 부엌으로 가니 장모님이 열심히 무엇인가를 갈고 계셨다.

"뭐 가세요?"
"자투리 비누."
"뭐 하시게요?"
"자동차 세차할 때 사용하려고."


아, 장모님의 절약에 그저 말문이 막힌다.

집으로 돌아오려고 하자 장모님이 돈을 꺼내신다.

"이거 얼마 되지 않지만 생일 선물이야."
"아, 벌써 생일 지났어요. 제가 용돈을 드려야 하는데... 필요 없어요."
"그래도 내 성의니까 받아둬."

자투리 비누를 재활용하려고 갈고 계시는 장모님의 손길이 아직 눈에 선한데 도저히 받을 수가 없었다. 적은 연금액에서 그렇게 아껴서 모으신 돈인데 냉큼 받을 수가 없었다.

주시려고 하는 장모님과 안 받으려고 하는 사위 사이 작은 실랑이에 아내가 끼어들었다.

"줄 때 받아. 엄마가 우리 집에 오면 식당에 가서 맛있는 거 사드리면 되지."
"아이구, 어쩔 수가 없네. 그런데 장모님, 5유로가 모자라네요. ㅎㅎㅎ"
"나이대만큼 준 거야..."
"꽃피는 오월에 꼭 저희 집에 놀러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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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7.04.12 05:28

어제 치과를 다녀온 후 근처에 있는 공원을 산책했다. 공원 연못에는 물닭, 청둥오리를 비롯해 여러 새들이 노닐고 있었다. 연못 한가운데에는 백조 두 마리도 있었다.


저쪽 연못변에는 또 다른 백조 한 마리가 있었다. 빌뉴스 도심의 작은 연못에 백조 세 마리가 살고 있다니 놀랍고 신기했다. 연못변 백조를 좀 더 가까에서 찍으려고 다가가는 순간 연못 가운데에 있던 백조 한 마리가 퍼드득 소리를 내면서 쏜살같이 날아왔다.

웬일일까?

날아온 백조는 물속에 평온히 있던 백조를 사납게 공격하면서 연못 밖으로 내쫒았다. 씩씩거리는 표정이 내가 한발짝을 내딛기만해도 이제는 나를 공격할 듯이 보였다.



사람을 가까이 한 백조를 혼내주려는 것일까...

한참 동안 쫓겨난 백조는 연못으로 다시 들어가지 못하고 연못변을 서성거렸다. 



애궁~~~ 백조 가까이 가지 말았을 것을...
하지만 덕분에 도심 속에 우아한 백조가 펼치는 진기한 장면(아래 영상)을 포착할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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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7.04.10 05:41

최근 뜻하지 않게 한국식품 두 가지를 먹을 수 있게 되었다. 하나는 파래자반이고, 다른 하나는 우동이다. 이것을 한국식품 가게가 아니라 리투아니아 빌뉴스 현지 큰가게(슈퍼마켓)에서 구입했다.

큰가게에서 물건을 산 후 아내가 잠시 어디를 다녀왔다. 저기 오는 아내의 손에 뭔가 지어져 있었고 아내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어있었다.

"뭘 또 샀는데?"
"여기 한국식품! 파래자반."
"당신이 어떻게?"
"오는 데 한글이 눈에 확 띄었어. 밥에 뿌려먹으면 맛있잖아."


다른 날에도 함께 큰가게를 갔다. 
과일판매대에 있는 데 아내가 또 손에 뭔가를 들고 왔다.

"이번에는 뭘?"
"봐. 우동이야!"
"아, 이건 대박이다. 내가 좋아하는 면이다. 한국인 내 눈보다 어찌 당신 눈에 더 잘 보이나?"
"그러게. ㅎㅎㅎ"


굵은 우동면을 보니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꼬춧가루를 조금 뿌려 즐겨 먹던 한국에서의 우동이 떠올랐다. 


일반 큰가게에서 남편이 한국인이라 한국식품을 사준 아내에게 감사의 표시로 엉성하게나마 우동을 끓여 대접했다. 막상 사진을 찍고보니 여러 가지 야채를 더 넣어 끊일 것 아쉬움이 들었다. 그래도 이날 모두 맛있게 한 끼를 해결했다고 좋아했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7.04.03 06:28

다행스럽게도 요가일래는 조석문안과 출필고반필면(出必告反必面 (나갈 때 반드시 아뢰고 돌아와 반드시 얼굴을 보인다)에 길들여졌다. 학교에서 다녀온 후 가끔 대화를 나눈다. 

* 어느덧 중학교 3학년생이 되어 버린 딸아이, 자립심을 키우겠단다

1. 응답하라를 보고 이게 좋았어 
최근 요가일래는 집으로 돌아와서 학교 친구에게 한국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을 봐라고 권했다고 했다.

"왜 권했는데?"
"내가  응답하라 1988를 보면서 느낀 것이 몇 가지 있다."
"뭔데?"
"첫째는 가족을 사랑하는 것이고, 둘째는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고, 셋째는 공부를 잘 하는 것도 좋지만 공부를 잘 못해도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이고, 넷째는 노력하면 된다는 것이다."
"아빠는 드라마를 그냥 보는 데 너는 어떻게 그렇게 정리를 잘하네. 그 중에서 제일 좋은 것은 뭔데?"
"가족 사랑이다. 친구가 1회와 2회를 보았는데 벌써 눈물을 흘렸다고 했어. 한국 사람들은 가족을 아주 사랑해."
 
2. 아빠를 더 좋아해
"내가 좀 나쁘지만 솔직히 말하면 아빠를 더 좋아해."
"왜?"
"예를 들면 아빠는 '했어?'라고 물어보고 엄마는 맨날 '해라!'라고 해."
"'했어?'와 '해라!'가 그렇게 엄마 아빠를 갈라놓니?"
"맞아. 엄마는 자꾸 나에게 뭐 하라고 하는데 이제 나는 자립할 수 있는 나이잖아. 자꾸 그러면 내가 엄마에게 의존하게 되잖아. 그렇게 되면 내가 자라면 내 삶을 살기가 힘들어. 내가 직접 계획을 세우고, 시간을 사용할 수 있잖아. 그래야 내가 나중에 스스로 살아갈 수가 있지..."
"야, 너무 거창하다. 그래도 엄마는 너를 위해서 그렇게 하는 것이지. 엄마 눈에 아직 네가 스스로 잘할 수 없어 보이니까 뭐하라고 하겠지. 네가 엄마를 좀 더 이해하면 좋겠다."

3. 아버님, 아버지, 아빠 중 어느 것을
"아빠를 어떻게 불려야지? 아버님, 아버지, 아빠?"
"네가 편하는 대로 해."
"이번 여름에 한국에 가면 한국 사람들 앞에서는 아버님이라고 불려야겠다."
"왜?"
"내가 아빠를 존경한다는 것이 보이니까."
"존경은 마음으로 하는 것인데..."
"그러면 아빠라고 부를께."
"왜?"
"아빠는 세상에서 제일 친한 내 친구니까 편하게 부르는 것이 제일 좋겠다."
"그래 우리는 친구지."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7.03.27 07:06

남녀가 함께 사는 공간에 
화장실을 놓아두고 서로 얼굴 붉힐 일이 없지는 않을 듯하다.
우리 집 네 식구 중 나 홀로 남자다. 
식구가 다 같이 사용하는 화장실에서 
조심한다고는 하지만 어찌 매번 성공하지는 못한다.

때로는 흔적을 내가 남기지 않은 듯한데
아내로부터  바가지를 긁힌다. 

"누가 또?"
"내가 아닌데."
"그럼, 우리 집에 남자는 당신밖에 없잖아."
"어찌 꼭 남자만 흔적을 남길까..."
"한 번만 더 눈에 띄면 이젠 당신이 화장실 청소해야 해!!!"

사실 화장실 청소라면 자신 있다.
20대에 3층 건물에 살면서 
3년 동안 아침마다 화장실 4개를 청소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당신도 이제 우리처럼 한번 앉아서 해봐."
"남자 소변기를 하나 설치하면 좋겠다."
"그냥 당신 습관 하나 고치면 되지. 뭘 돈을 써?!"

우리 집만 그런 것이 아니다.
지난 해 한국에 갔을 때 
남녀가 같이 사용하는 화장실에 이런 안내문을 보았다.

선남자(善南子)는 앉아서 소변봅니다.


화장실 청소 하기가 싫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정말 습관 하나 고쳐보자고 다짐을 했다. 
그래서 지난 6개월 선남자가 되어 보았다.

결론은 서서보다는 앉아서 소변보는 것이 이제는 훨씬 더 편하다.

화장실 문을 열면 바지를 내리기 위해 
두 손이 먼저 바지 양쪽을 잡는다.

앉아서 소변을 보기 시작한 부터는 자주 화장실 전등을 켜지 않는다.
좌변기 위치는 발이 스스로 알고 있으니 굳이 불이 필요하지가 않다.

정말 아내의 말대로 
남자 습관 하나 고치니 
친구 집에 따로 설치된 남자 소변기가 이제는 더 이상 부럽지가 않다.

문제는 우리 집을 찾는 손님 중 남자가 있을 때이다. 
특히 꼬마 남자 손님이다. ㅎㅎㅎ

* 에스토니아 탈린 공항 화장실에서 나가는 문 - 당신을 지퍼(쇠줄닫이)를 확인했나요?

남자 손님 방문시 화장실에
"이 집 주인 남자는 앉아서 봅니다"
혹은
"우리집은 선 남자보다는 앉은 남자를 더 선호합니다"라는 
안내문을 붙일까 고민 중이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7.03.22 08:07

한 해에 생일을 세 번 맞는다. 첫 번째는 여권상 생일이고 두 번째는 여권상 생일의 음력일이고 세 번째는 여권상 생일의 양력일이다. 한국 사람이 아니고서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올해는 살아온 세월의 첫 번째 숫자와 두 번째 숫자가 같다. 유럽인들이 크게 생일을 챙기는 기념일이다. 1월부터 아내는 종종 어떻게 생일을 보낼 것인지 물었다. 생일 챙기기에 무관심하자 무조건 하나를 선택하라고 강요하다시피 했다.   

1. 일가 친척을 초대해서 식사 하기
2. 가족 해외여행 하기

어느 하나도 선택하지 않았다. 첫 번째 생일에는 다음 생일도 있으니 그냥 넘어가자 했고, 두 번째 생일에는 또 다음 생일도 있으니 그냥 넘어가자 했고, 세 번째 생일에는 내년 생일도 있으니 넘어가자라고 했다. 생일을 거의 챙기지를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가족은 가장의 생일인지라 뭔가로 기념을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두 개 중 하나인 아주 오래 된 17인치 모니터가 지난 해 고장이 나서 더 이상 사용할 수가 없게 되었다. 주로 번역 작업을 하는 데 세로로 돌리기(비봇 pivot) 기능이 있는 24인치 모니터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곤 했다. 기념으로 이것을 사고 싶었다. 새로운 전자제품 구입에 인색한 아내도 선뜻 동의했다. 마음 변하기 전에 바로 어제 인터넷으로 주문해버렸다.

학교에서 돌아온 딸아이는 현관문에서 불렸다.
"아버지, 아버지, 우리 아버지"
"어서 와. 왜?"
"빨리 여기 와봐."
딸아이는 노란 꽃 세 송이로 생일을 축하해주었다.

* 주말에 올 새 모니터(화면 속 사진)와 딸아의 노란 색 꽃선물


어제 화요일 저녁 대학교에서 한국어 수업이 있었다. 앞 강의가 아직 끝나지 않아 학생들이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무엇인가 서로 대화하더니 내가 나타나자 조용해졌다. 한 학생이 물었다.

"선생님 생신이 언제예요?"
"생일?! 난 생일이 없는데."
갑자기 뜬금없이 생일을 물었다.   
 
1시간 반 수업이 끝나면 학생들은 재빨리 강의실을 빠져나가는데 어제는 달랐다. 모두가 자리에서 거의 동시에 일어나더니 한 학생이 또 물었다.

"선생님, 오늘이 생신이시죠?"
"아니, 어떻게 내 생일을 다 알았지?"라는 되물음에 학생들은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생신 축하합니다. 생신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고마움을 전하면서 자꾸 의문이 생겼다. 페이스북에 적힌 생일은 벌써 지났는데 어떻게 학생들이 알았을까...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식구들에게 깜짝 기쁨을 알렸다.

"학생들이 어떻게 내 생일을 알고 생일축하 노래를 한국어로 불러주었어."
"아빠, 사실은..."
"뭔데? 말해봐."
"아빠 학생들 중 하나가 우리 반 친구의 친구인데 내가 우리 반 친구에게 부탁했다. 자기 친구에게 오늘 우리 아빠 생신인데 학생들이 축하 노래를 불러주면 좋겠다라고 했어."
"뭐라고? 네가 다 연출한 거야!"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7.03.09 08:15

북유럽 리투아니아에도 조금씩 봄이 가가오고 있다. 며칠 전 아파트 뜰에 하얀 꽃을 보았다. 갈란투스(galanthus), 스노우드롭(snowdrop), 설강화(雪降花) 혹은 눈송이꽃으로 불린다. 국제어 에스페란토의 이 꽃 이름이 재미있다. Neĝborulo (네즈보룰로)인데 번역하면 "눈을 뚫는 것"이다. 눈을 뚫고 봄이 옴을 알리는 꽃이다. 


지금이 바로 봄이 오는 문턱이다. 유럽의 많은 나라들 꽃가게의 일년 대목 중 하나가 3월 8일이다. 이날은 1975년 유엔이 세계 여성의 날로 공식 지정한 날이다. 이날 여성들은 가정이나 직장이나 남성들로부터 꽃선물을 받는 날이다.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온 딸아이도 튤립 꽃 한 송이를 들고 왔다. 

"너도 꽃선물 받았네!"
"두 번째 수업이 끝나고 우리 반 남자들이 꽃집에 가서 꽃을 사서 선물 주었어."
"아빠도 꽃을 선물해야 하는데 꽃사기가 싫어."
"꽃이 빨리 시드니까 그렇지?"
"맞아. 순간적인 기쁨을 위해 살아있는 꽃을 꺾는다는 것도 마음이 들지 않아."
"그러면 나는 꽃이 필요없으니까 아빠가 오늘 엄마한테 안마해줘라."

화요일과 목요일을 제외하고는 집에 늘 있기 때문에 일부러 꽃을 사러 가게까지 가는 것은 사실 귀찮다. 하지만 그래도 뭔가를 해야 우리 집 두 여성이 좋아할 것 같았다. "남들은 다 하는 데 당신만은 안 해준다"라는 소리를 듣기가 싫고, 또한 이왕 이곳에 사니 이곳 문화에 같이 호흡하는 것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큰가게(슈파마켓) 앞에는 임시 꽃시장이 펼쳐져 있어서 많은 남성들이 꽃을 고르고 있었다. 나는 큰가게에 들어가 꺾인 꽃 대신에 어떤 선물을 살까 찾아보았다. 아내가 좋아하는 꼬냑 판매대를 둘어보았다. 꽃은 며칠이 지나면 시들지만 꼬냑은 한 잔씩 먹으니 더 오래 갈 수가 있겠다.

한참 고민 끝에 술 대신 식물을 사기로 했다. 눈에 띄는 것이 하나 있었다. 이제 봄철이라 과일과 채소 판매대가 있는 곳에 복분자 묘목이었다. 마침 집에 큰 화분이 하나 있으니 그곳에 저 묘목을 심어 여름철 발코니에서 기른다면 붉은 딸기가 주렁주렁 열릴 것 같았다. 


딸아이를 위해서 향기가 짙은 히아신스를 선택했다. 꽃이 다 피어있는 것보다는 곧 피게 될 것을 샀다.
  

직장에 돌아와 묘목 선물을 받은 아내는 장모에게 방금 꽃 선물을 받았다고 기뻐했다. 이렇게 이곳 남성의 의무 중 하나를 이행하게 되었다. 


늦은 여름날 발코니에 복분자 딸기가 정말 주렁주렁 빨갛게 익어가길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7.03.02 08:10

지난 토요일 아내가 근무하는 음악학교가 주관하는 리투아니아 전국 음악 경연대회가 열렸다. 다양한 분야에서 학생 60명이 참가했다. 요가일래도 참가했다. 보통 전공 선생님들이 반주를 하는데 이 대회에서는 학생들이 반주를 한다. 감기가 다 낫지 않았음에도 참가해 노래를 불러야 할 상황이었다. 요가일래 순서가 끝나자 다 끝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집으로 돌아가고자 했다. 돌아오는 길에 딸아이와 대화를 나눴다. 



1. 나쁜 음식 안 사려고 돈을 안 가지고 다녀
"우리 큰 가게에 가서 과일이라도 살까?"
"그래."
"그런데 아빠가 지갑을 집에 놓고 왔다. 너 혹시 돈 있나?"
"없지."
"가방 속 지갑에 돈이 정말 없나?"
"없어."
"그래도 약간의 돈을 비상금으로 가지고 다니는 것이 좋지 않을까?"
"안 돼."
"왜?"
"배고프면 학교에서 나쁜 음식을 사 먹을 수도 있으니까."

'돈이 있거나 없거나 사먹고 싶은 마음을 아예 내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더 좋겠다'라고 일러주고 싶었으나 나쁜 음식을 사먹지 않으려는 딸아이의 방법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침묵으로 답했다.

2. 등수에 신경쓰지 않아
"이번 경연대회에 1등, 2등, 3등이 있나?"
"아마 있을 거야. 그런데 난 신경쓰지 않아."
"왜?"
"스트레스 받고 싶지 않으니까."
"그래 맞다. 등수를 생각하지 않고 그냥 부담없이 노래 부르는 것에 만족하면 좋지."


3. 한번 울어봤는데 정말 돼
"아빠, 요즘 한국 드라마 보는데 나도 배우가 될 수 있을까 한번 실험해봤어."
"어떻게?"
"그냥 한번 울어봤는데 정말 내가 울었어."
"배우가 되려면 감정표현과 감정조절이 중요하지. 그런데 너 생물학자가 된다고 했잖아."
"와, 꿈이 또 바꿨다. 이제 내 계획은 배우가 되는 것이다. ㅎㅎㅎ"
"지금 한국 드라마 보니까 그런 생각하지 또 자라면 변화할 수 있겠다."
"그렇지만 계획을 세웠으니 노력해야지."

모처럼 딸아이와 이런 대화를 나누니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너무 짧은 듯했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