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생활'에 해당되는 글 590건

  1. 2022.11.21 129 - 에스페란토 번역 - 대한민국 애국가 Korea Himno 3
  2. 2022.10.06 038 - 에스페란토 번역 - 김원중의 바위섬
  3. 2022.09.10 007 - 에스페란토 번역 - 거미의 구르미 그린 달빛
  4. 2022.04.05 러시아 대사관 주소가 우크라이나 영웅 거리 2 1
  5. 2022.03.18 한국 산행에서 유럽인을 깜짝 놀라게 한 것들 1
  6. 2022.02.21 해외입국 자가격리 7일은 7일이 아니라 8박이 될 수도 1
  7. 2022.02.18 코로나 시기로 4년만에 유럽에서 한국으로 입국 해보니 3
  8. 2022.02.14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어디 갈 때 필히 챙겨가는 이 음식 1
  9. 2022.01.31 빛가득한 빌뉴스 밤마실을 다녀오다 2
  10. 2022.01.03 수십만개 십자가 사이로 뽀드득 뽀드득 걸어보다
  11. 2021.12.31 85세 폴란드인 손님 대접을 이렇게 해주다 4
  12. 2021.12.30 헐~ 쓰레기로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다니?!
  13. 2021.12.24 약국에서 화이자 부스터샷을 맞고 3일째 평소처럼
  14. 2021.11.30 숲을 옮겨 놓은 듯한 크리스마스 장식 참 예쁘네요
  15. 2021.11.25 이집트 여행 - 복잡한 출국 절차에 비행기를 놓칠 뻔
  16. 2021.11.19 이집트 여행 - 여기는 1 유로가 1 달러다
  17. 2021.11.16 이집트 여행 - 홍해에서 카이트서핑과 스노클링을 해보다
  18. 2021.09.16 그리스 여행 - 로도스 성벽 풍화로 속살이 드러나니...
  19. 2021.09.14 그리스 여행 - 로도스의 거상 자리에서 일출을 조망하다 2
  20. 2021.09.11 그리스 여행 - 로도스 도심 엘리 해수욕장은 두 얼굴을 가져
  21. 2021.09.07 그리스 여행 - 자킨토스, 아름답고 향기로운 협죽도에 독성이 있다니 2
  22. 2021.09.07 그리스 여행 - 자킨토스, 아기오스 니콜라오스의 고즈넉한 풍경에 반하다
  23. 2021.09.07 그리스 여행 - 자킨토스, 크씨기아 해수욕장은 천연 유황 SPA
  24. 2021.09.06 그리스 여행 - 자킨토스, 알뤼카나스 해수욕장은 가족 휴가에 좋아
  25. 2021.09.06 그리스 여행 - 자킨토스, 칠리비 해수욕장은 넓고 얕고 길쭉하다
  26. 2021.09.05 그리스 여행 - 자킨토스, 포로토 조로 해수욕장은 바위섬이 절경
  27. 2021.09.03 그리스 여행 - 자킨토스, 세인트 니콜라스 해수욕장에서 그리스 국기를 알아보다
  28. 2021.09.02 그리스 여행 - 자킨토스, 라가나스만 해수욕장을 쭉 다 걸어보다
  29. 2021.08.17 그리스 여행 - 자킨토스, 그늘막 주차장도 무료라니
  30. 2021.04.25 크로커스 수천 송이가 도심 잔디밭에 활짝~~~
한국노래 | Korea Kantaro2022. 11. 21. 01:09

Koreaj Kantoj en Esperanto | Korea Kantaro en Esperanto | Korea Populara Kanto
한국인들이 애창하는 노래를 틈틈이 국제어 에스페란토로 번역하고 있다.
그동안 번역한 노래 140곡을 수록한 책이 2022년에 발간되기도 했다.

 

지난 토요일 처외삼촌 가족이 모처럼 우리 집을 방문했다. 이유는 곧 있을 중요한 학교 음악회 공연 연습 때문이다. 처외삼촌 가족 4명과 우리 가족 2명이 함께 한 조를 구성해 참가한다. 처외삼촌 가족은 아코디언(처외삼촌), 플루트(딸), 기타(아들), 캉클레(처외숙모)를 연주하고, 우리 가족은 기타(아내)와 노래(딸 요가일래)가 맡았다. 

 

 

* 이날 두 가족이 모여 공연 준비를 하고 있다.
아코디언 연습을 하고 있던 처외삼촌이 갑자기 내 방으로 와서 "한국 애국가"를 아코디언으로 연주해보게 악보를 좀 보여달라고 했다.
언젠가 애국가를 에스페란토로 번역할 때 악보를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래서 컴퓨터에서 악보를 찾아보았다. 보니까 에스페란토로 번역한 때가 바로 딱 13년 전인 2000년 5월 22일이었다. 먼저 애국가 한국어 가사와 영어 번역본(출처)을 소개한다. 

애국가 가사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남산 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바람 서리 불변함은 우리 기상일세
 
가을 하늘 공활한데 높고 구름 없이
밝은 달은 우리 가슴 일편단심일 세
  
이 기상과 이 맘으로 충성을 다하여
괴로우나 즐거우나 나라 사랑하세
 
후렴: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애국가 영어 번역본
Until the East Sea's waves are dry, 
(and) Mt. Baekdusan worn away,
God watch o'er our land forever! Our Korea manse! 
 
Like that Mt. Namsan armored pine, standing on duty still, 
wind or frost, unchanging ever, be our resolute will. 
 
In autumn's, arching evening sky, crystal, and cloudless blue, 
Be the radiant moon our spirit, steadfast, single, and true. 
 
With such a will, (and) such a spirit, loyalty, heart and hand, 
Let us love, come grief, come gladness, this, our beloved land!
 
Refrain:
Rose of Sharon, thousand miles of range and river land! 
Guarded by her people, ever may Korea stand!
 
 

13년 전 에스페란토 번역본을 살펴보았다. 당시 최선을 다해 번역했겠지만, 지금 와서 보니 미흡한 점이 눈에 확 들어왔다. 당시 악보에 있는 쉼표(,)를 무시한 것이 제일 큰 실수였다. 즉 악보에 "백두산이"와 "마르고" 사이에 쉼표(,)가 있다. 이 쉼표를 기준으로 각각 두 마디에 전하고자 하는 내용이 분리돼야 한다. 또한 당시 압운(각운)을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 가사를 포함한 에스페란토 시에서 운은 아주 중요하다.
국제어 에스페란토를 나름대로 잘 한다는 사람으로서 애국가를 제대로 번역해내지 못한다면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만사를 뒤로 미루고 이날 오후부터 밤 늦게까지 애국가를 다시 번역하는 데 정성을 쏟았다. 아래는 13년 전과 지금의 번역본이다.    

Korea Nacia Himno (2000년 5월 22일)
Ĝis sekos Donghe kaj disfrotos sin Bekdusan,
Dio helpas kaj protektas. Vivu! nia patri’!
 
Ke pinoj kvazaŭ kirasitaj nun en Namsan
ne ŝanĝiĝas de veteroj, estas nia spirit’.
 
Sen nubo altas la ĉiel’ vasta en aŭtun’,
brila luno estas nia koro kun plensincer’. 
 
Ni amu tutfidele kun ĉi spirit’ kaj kor’
nian karan landon en feliĉo kaj en sufer’.
 
[Rekantaĵo]
De hibiskoj plenas bela trimillia land’!
Ni koreoj gardu la eternon de Koreland'.
Korea Nacia Himno (2013년 5월 22일)
Ĝis akvo de Donghe sekos, Bekdu forfrotos sin,
Dio helpas kaj protektas; vivu! nia patri’! 
 
Ja kiel sur monto Namsan la kirasita pin’,
neŝanĝiĝo malgraŭ prujno estas nia spirit’.
 
La aŭtunĉielo vastas kaj altas sen nubar’;
brila luno, nia koro kun sindona lojal’.
 
Do amu ni tutfidele kun ĉi spirit’ kaj kor’
nian propran karan landon en sufero kaj ĝoj’.
 
[Rekantaĵo]
Kun hibiska trimillio belnatura land’!
Ni, koreoj, Koreion gardu por la ĉiam’.
 
1. Donghe: la Orienta Maro inter Koreio kaj Japanio.
2. Bekdu: nomo de la plej alta monto (2774 metrojn) en Koreio.
3. Namsan: monto troviĝanta en Seulo.
4. Hibisko: korea nacia floro floranta tutlande de la frua somero ĝis la malfrua aŭtuno.
5. Lio: korea mezurunuo de longo. Unu lio estas ĉirkaŭ 400 metroj. Trimillio estas la tuta longo de Koreio de la sudo ĝis la nordo.

에스페란토 "애국가"의 악보와 가사는 아래 첨부물을 내려받으면 됩니다.

129_win10_501_koreaHimno_애국가.pdf
0.07MB

이번 번역본에서 어려움은 '바람 서리'이다. 한정된 음표수로 인해 둘 다를 넣지 못하고, 하나만 선택해야 했다. '바람 서리'는 풍우상설(風雨霜雪: 바람, 비, 서리, 눈)의 준말로 여겨진다. 소나무는 풍우상설에도 잎이 떨어지지 않고 항상 그 푸름을 간직한다. 낙엽은 가을이고, 가을에는 서리가 더 적합하다고 생각해 서리를 선택했다. 

또 다른 어려움은 첫 소절이다. 첫 번째 음과 두 번째 음의 높이와 길이를 보면 꼭 못갖춘마디의 시작과 같다. 번역 가사에도 강약을 맞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 첫 번째가 강박자이지만, 실제로는 두 번째가 더 강하게 보인다고 음악을 전공하는 지인들이 조언해주었다.
아무튼 13년 전보다는 더 만족스럽다. 하지만 10년 뒤에 보면, 고치고 싶은 부분이 또 있을 것이다. 그래서 번역은 얼핏 쉬워 보이지만, 창작만큼이나 어렵다. 특히 시나 노래 번역은 훨씬 더 많은 공력이 필요하다.

Posted by 초유스

Koreaj Kantoj en Esperanto | Korea Kantaro en Esperanto | Korea Populara Kanto
한국인들이 애창하는 노래를 틈틈이 국제어 에스페란토로 번역하고 있다.
그동안 번역한 노래를 수록한 책이 2022년에 발간되기도 했다.

* 사진출처 image source link

 

작사 배창희 | 작곡 배창희 | 노래 김원중 | 번역 최대석

 

바위섬
Rokinsulo

파도가 부서지는 바위섬
인적 없던 이곳에
세상 사람들 하나 둘 
모여들더니
Al insul', kie disrompiĝis ond',
al senhoma ĉi teren'
pli kaj pli da homoj de l' mond'
venis daŭre jen.

어느 밤 폭풍우에 휘말려
모두 사라지고
남은 것은 바위섬과 
흰파도라네
En la nokt' disblovite de fajfun', 
malaperis ĉiuj for;
solaj restis la rokinsul'
kaj la blanka ond'.

바위섬 너는 내가 미워도
나는 너를 너무 사랑해
다시 태어나지 못해도
너를 사랑해
Ho insul', eĉ se vi malamas min,
tamen mi pasie amas vin;
eĉ se mi ne renaskiĝos plu,
mi amegas vin.

이제는 갈매기도 떠나고
아무도 없지만
나는 이곳 바위섬에 
살고 싶어라
Ankaŭ nun mevoj jam forlasas vin, 
restas tute neni',
sed ĉi tie enl la insul'   
vivi volas mi.

바위섬 너는 내가 미워도
나는 너를 너무 사랑해
다시 태어나지 못해도
너를 사랑해
Ho insul', eĉ se vi malamas min,
tamen mi pasie amas vin;
eĉ se mi ne renaskiĝas plu,
mi amegas vin.

이제는 갈매기도 떠나고
아무도 없지만
나는 이곳 바위섬에 
살고 싶어라
나는 이곳 바위섬에 
살고 싶어라
Ankaŭ nun mevoj jam forlasas vin, 
restas tute neni',
sed ĉi tie enl la insul'   
vivi volas mi,
sed ĉi tie sur la insul'   
vivi volas mi.

에스페란토 "바위섬"의 악보와 가사는 아래 첨부물을 내려받으면 됩니다.

038_win10_501_rokinsulo_김원중_바위섬.pdf
0.05MB

Posted by 초유스

Koreaj Kantoj en Esperanto | Korea Kantaro en Espperanto | Korea Populara Kanto 한국인들이 애창하는 노래를 틈틈이 국제어 에스페란토로 번역하고 있다. 그동안 번역한 노래를 수록한 책이 2022년에 발간되기도 했다.

 

몇 해 전 딸아이 요가일래와 함께 KBS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을 둘 다 눈물을 글썽이면서 함께 첫 회부터 마지막 회까지 시청했다. 그때 들은 "구르미 그린 달빛" 노래를 국제어 에스페란토로 한번 불러 보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아래와 같이 요가일래를 위해 번역해 보았다. 

 

작사 거미 | 작곡 거미 | 발표 2016년 | 번역 최대석

 

구르미 그린 달빛

Lunlumo pentrita de nubo

 

말하지 않아도 난 알아요

그대 안에 오직 한사람 바로 나란걸

Eĉ ne parolas vi, sed scias mi,

ke la sola homo nun en vi ja estas ĝuste mi

 

떨리는 내 맘을 들킬까봐

숨조차 크게 쉬지 못한 그런 나였죠

Timante pri malkaŝ' de mia kor',

eĉ ne povis laŭte spiri mi; do tia estis mi.

 

겁이 많아 숨기만 했지만
Kaŝiĝis mi nur pro multa timo.

 

내 사랑을 그대가 부르면 용기 내 볼게요

얼어있던 꽃잎에 그대를 담아서

불어오는 바람에 그대 내게 오는 날

나를 스쳐 지나치지 않도록

그대만 보며 살아요
Sed se mian amon alvokos vi, kuraĝa estos mi.

Sur frosta foli' de flor' tuj vin surmetos mi;

en tago, do kiam vi al mi venos laŭ la vent',

por ke vi ne preteriru min tuŝe,

nur vidante vin, vivas mi.


아무도 모르게 키워왔죠혹시

그대가 눈치챌까

내 맘을 졸이고

겁이 많아 숨기만 했지만
Kreskigis amon mi sen via sci';

maltrankvila estis mia kor',

ke vi sentos pri ĝi. 

Kaŝiĝis mi nur pro multa timo.

 

내 사랑을 그대가 부르면 용기 내 볼게요

얼어있던 꽃잎에 그대를 담아서

불어오는 바람에 그대 내게 오는 날

나를 스쳐 지나치지 않도록 기도 할게요
Sed se mian amon alvokos vi, kuraĝa estos mi.

Sur frosta foli' de flor' tuj vin surmetos mi;

en tago, do kiam vi al mi venos laŭ la vent',

por ke vi ne preteriru min tuŝe,kore preĝos mi.

 

더 이상 망설이지 않을게요

그대라면 어디든 난 괜찮아요

하찮은 나를 믿어준 사람

그대 곁에서 이 사랑을 지킬게요
Certe ne estos mi hezitema plu.

Se mi kun vi, ne gravos kie ajn por mi.

Vi estas la hom' kredinta min sen bon';

apud ĉe vi ĉi amon protektos mi.  


내 사랑이 그대를 부르면 용기 내 줄래요

얼어있던 꽃잎에 그대를 담아서

불어오는 바람에 그대 내게 오는

나를 스쳐 지나치지 않도록

그대만 보며 살아요

Do se mia amo alvokos vin, ĉu jam kuraĝos vi?

Sur frosta foli' de flor' tuj vin surmetos mi;

en tago, do kiam vi al mi venos laŭ ventblov',

por ke vi ne preteriru min tuŝe,

nur vidante vin, vivas mi.

 

에스페란토 "구르미 그린 달빛"의 악보와 가사는 아래 첨부물을 내려받으면 됩니다.

007_win10_501_lunlumoNubo_구름이그린달빛.pdf
0.08MB


영어 가사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22. 4. 5. 18:56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선도적으로 규탄하는 나라 중 하나가 리투아니아다. 14세기에서 17세기 유럽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던 리투아니아는 역사적으로 대부분 러시아와 대립관계에 있었다. 주권국가인 우크라이나를 무력으로 통제하려는 러시아를 강력하게 비난하고 우크라이나를 적극 지원하는 리투아니아는 거리 이름을 "우크라이나 영웅"이라 지었다. 
 
최근 우크라이나 영웅 거리와 러시아 대사관 일대를 둘어보면서 영상에 담았다.
 
 
러시아 대사관으로 가는 거리가 바로 이 거리다. 앞으로 러시아 대사관 주소를 기재할 때는 "우르카리아 영웅 거리 2"라고 해야 한다.
이미 러시아 대사관 앞 광장은 2018년 푸틴의 정적인 보리스 넴초프(Boris Nemtsov)라 명명되었다. 
 
러시아 대사관 앞 작은 호수 주변 나뭇가지에는 우크라이나 국기 띠들이 매달려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경 수비대의 영웅적인 행동을 떠올리게 하는 문구와 조형물이 눈에 확 들어온다.
 
 
2월 25일 러시아 전함이 "러시아 전함이다. 무기를 버리고 항복하라. 항복하지 않으면 발포하겠다"라고 경고하자 우크라이나 군인 13명은 "러시아 전함, 꺼져버려라"고 응수하면서 항복하지 않았다.  

 

4월 4일 리투아니아 정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러시아군이 민간인에게 자행한 잔혹행위에 대응하고자 러시아와의 외교관계를 격하시켰다. 러시아 주재 자국 대사를 소환하고 리투아니아 주재 러시아 대사를 추방하고 나아가 클라이페다 소재 러시아 영사관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22. 3. 18. 09:20

코로나바이러스가 중국에 이어 한국에도 조금씩 퍼지고 있고 아직 유럽에는 확진자가 거의 들어나지 않을 때가 바로 2020년 1월과 2월이다. 2월 초순 카나리아 제도로 가족 여행을 떠난 에스토니아 지인이 있었다. 한 달 체류 여행이 코로나바이러스 범유행으로 인해서 결국 공항과 국경이 폐쇄됨으로써 수 개월 동안 현지에서 발이 묶이게 되었다. 유럽이 코로나바이러스와 공존하는 상황에서 지인과 비슷한 일을 겪게 되었다. 단지 이유만 다르다.
 
이유는 다름 아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함으로써 러시아 영공 비행노선이 폐쇄되었기 때문이다. 비행횟수가 줄어들었고 비행노선도 변경되었다. 2월 16일 한국에 들어나 3월 9일 유럽 리투아니아로 돌아가는 일정이었다. 그런데 벌써 날짜변경만 세 번이나 했다. 다행히 날짜변경에 따른 추가비용이 발생하지 않았다. 한국 체류가 길어지니 산으로 가는 횟수가 늘어났다. 주로 도심이나 근교에 있는 산이나 둘레길을 걸어다녔다. 

 

가장 인상적인 것 중 하나가 미끄럼방지용 멍석(매트, 야자매트)이 도처에 깔려 있다는 것이다. 푹푹 일어나는 먼지 대신 폭신폭신 멍석을 밟으면서 감사와 감탄을 자아낸다.

 

산 중턱 소나무 사이로 책상용 의자가 눈에 확 들어온다. 가파른 산길임을 의자에 묶인 단단한 줄이 잘 말해주고 있다. 여기까지 저 의자를 짊어지고 온 사람은 무엇을 즐기기 위해서일까?

 

바로 소나무가지 사이로 보이는 도시 전경이다. 여름철 시원한 바람소리와 맑은 새소리를 들으면서 책을 읽거나 선을 하면 신선놀이가 따로 없을 듯하다.

 

이렇게 산행을 마치고 돌아오면 또 하나 감탄할 일이 있다. 바로 흙먼지털이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는 것이다. 

 

내가 살고 있는 유럽 나라에서는 쉽게 볼 수가 없는 것이다. 높은 경제성장을 이룬 한국의 사회적 편익을 이렇게 산행을 하면서도 목격할 수가 있다. 산행 내내 함께 감탄하는 유럽인 딸에게 이렇게 "아빠의 나라"가 더 자랑스럽게 다가간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22. 2. 21. 14:11

한국정부 방침에 따라 2022년 2월 4일부터 한국에 입국하는 모든 내외국인은 '국적' 및 '예방접종완료' 여부와 무관하게 7일간 격리의무을 지켜야 한다. 지난해부터 실시해온 10일간이 아니라 7일간으로 줄어들어서 입국 전 좋아했다. 그런데 막상 입국해보니 이 7일간이 문자 그대로 7일간이 아니다라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이 7일간이 크게 세 가지로 해석되고 있다.  어떤 기준으로 계산될까? 세 가지다.
 

1.

질병청 자료(출처)에 따르면 해외 입국자 격리기준은 "입국한 날부터 7일이 되는 날 자정(24:00)까지 격리"다. 2월 16일 오전 10시에 입국했다. 그렇다면 입국한 날인 16일부터 7일이 되는 22일 자정 (24:00)까지 격리를 해야 한다. 
2.
입국 여권심사 바로 직전 창구에서 본인이 직접 작성한 격리 통지서에 따르면 "입국일로부터 만7일이 되는 날 12:00까지"다.  2월 16일 입국했으니 만7일이 되는 날은 23일 12:00까지다. 

3.

손으로 작성한 위의 정보가 입력되자 곧 바로 격리장소 관할 구청장 이름으로 격리 통지서를 자가격리 보호인이 문자로 받았다. 이 구청장 통지서에는 2월 23일 밤 24:00에 격리가 종료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즉 자가격리 7일간이 1) 22일 24시, 2) 23일 12시, 3) 23일 24시로 각각 다르게 계산된다. 입국 전 한 숙소에 문의하자 8박을 해야 한다라는 답변에 몹시 의아해했다. 구청장 격리 통지서를 받아보니 이 답변이 사실임을 알게 되었다. 

 

한 때 해외에서 한국으로 입국한 사람들이 숙소로 구청이 배달하는 다양한 음식을 사진 찍어 SNS에 올리면서 대한민국의 아주 후한 지원에 감탄한 모습이 떠오른다. 우리에게도 그런 감탄의 기회가 올까 궁금을 가지면서 격리 장소로 향한다. 그런데 구청장 명의 통지서에 굵은 글씨체로 "해외입국으로 인한 자가격리자는 생활지원비 대상이 아닙니다."라는 문구가 분명하게 쓰여져 있다.

 

PCR 검사는 입국 당일이나 다음날 오전에 받아야 하고 2월 21일 오전에 격리해제를 위한 PCR 검사를 받아야 한다. 신속항원은 안 되고 반드시 일반 PCR 검사를 받아야 된다. 검사시간은 평일오전 10-11시 30분, 주말과 공휴일은 오전 10시-11시다.

 

 

입국일인 2월 16일부터 적어도 하루 2번은 자가격리자 안전보호 앱에서 자가진단 결과를 기재해야 한다. 이 앱은 입국심사 전에 설치되어 있어야 한다.

 

1. 체온 - 36.5라면 36.5로 눌러서 넣으면 기재가 안 된다. 그냥 소수점 없이 365, 362 누르면 된다.

2. 열 37.5도 이상 혹은 발열감

3. 기침

4. 인후통 (목아픔)

5. 호흡곤란(숨가쁨)

 

 

한국 도착 전에 인터넷으로 선불 eSIM을 구매해서 012로 시작되는 전화번호를 부여 받았다. 그런데 관할보건소가 거는 AI 전화는 들어오지를 않는다. 매일 오후 3시에 전화가 온다. 17일 전화가 왔다. 그런데 012 번호라 들어오지가 않으니 보건소에서 보호인 전화로 왜 전화를 받지 않느냐가 했다. 이에 사정 이야기를 전했다. 18일 오후 3시에 전화가 오지 않자 그 번호로 전화를 해봤다. AI는 "만약 오늘 전화가 오지 않았다면 내일 같은 시간에 전화를 하겠습니다"라는 답이 왔다. 19일 오후 3시에 기다렸는데 AI 전화가 오지 않았다.

 

다행히 자가격리 장소가 방이 두 개인 층에 발코니까지 있어서 생활에 불편이 없다. 17일 오전 PCR 검사 결과가 18일 오후에 나왔다. 그때부터 보호인과 편하게 집안에 있을 때는 마스크 사용없이 접촉할 수가 있게 되었다. 요약해서 말하면 해외입국자 자가격리 7일이 7일이 아닐 수 있기 때문에 해외에서 한국으로 입국하기 전 숙박을 예약하거나 한국 내 일정을 잡는데 참고가 되길 바란다. 또한 자가격리도 PCR 검사도 필요없는 코로나바이러스가 하루빨리 종식되길 간절히 바란다.

 

최근 소식에 따르면 2월 21일부터는 해외에서 입국한 뒤 일주일 간 자가격리 하는 사람들은 안전보호 앱을 통한 별도 관리를 받지 않아도 된다. 이는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한국에서 우세종이 된 되고 해외유입 확진자 수가 안정적으로 유지되이어서 해외 유입 환자 관리에 투입되던 인력을 국내 환자 관리로 전환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모든 입국자는 종전과 같이 백신 접종력과 관계 없이 7일 동안 자가 격리하는 조치는 계속 유지된다. 또 입국자들은 기존처럼 출국일 기준 48시간 이내에 발급받은 PCR 음성확인서를 소지해야 하며 입국 1일차와 격리 해제 전에 PCR 검사를 받아야 한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22. 2. 18. 07:06

코로나바이러스는 여전히 자신의 본색을 꽁꽁 숨기고 있어 그 종말을 가늠할 수가 없다. 처음에는 마스크 제조사를 배부르게 하더니 곧 백신 제조사를 연거푸 배부르게 하고 이제는 자기진단키트 제조사를 배부르게 하고 있다. 다음에는 누구 차례로 할까 궁리 중인 듯하다. 이제는 제발 그만 물러나서 예전처럼 세상이 왕래하고 이동할 수 있게 해주면 좋겠다. 수십명대에서 수백명대로, 수천명대에서 수만명으로 늘어나고 이제는 하루 새로운 확진자 수십만명이 나올까 조마조마하다.
 
대체로 매년에 한 번은 이런 저런 일으로 유럽에서 한국을 방문한다. 마지막 한국방문은 2018년 가을이었다. 그동안 한국을 방문해야 할 이 몇 차례 있었으나 코로나바이러스 상황으로 실현되지 못했다. 그러다가 빌뉴스대학교를 다니고 있는 딸아이 요가일래가 교환학생으로 3월 1일부터 서울대학교에서 공부하게 되었다. 학교측에서 자가격리 등을 이유로 늦어도 2월 16일부터 한국에 와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준수하기 위해 2월 16일 입국하게 되었다.
 
예년 같으면 생각할 수조차 없는데 출국일 2주전에야 항공권을 구입했다. 여러 항공편이 있었지만 비행시간이 짧은 핀에어를 선책했다. 빌뉴스공항을 출발해 인천공항 도착까지 예상 시간이 13시간이다. 막상 한국을 방문하려고 하니 걱정과 불안이 이만저만이 아니였다. 3차 백신까지 다 맞았지만 PCR(유전자 증폭 검출)검사 음성 결과가 필수적이다. 항공권을 구입한 날부터는 그 전보다 외출 시 더 조심해야 했다. 
 
한국 입국을 위한 가장 중요한 서류는 두 가지다. 공식기관이 발행한 백신접종증명서다. 유럽연합에서 통용되는 백신접종증명서가 한국에서도 문제없이 그대로 통과될 지도 걱정이다. 다른 하나는 출발 시각 48시간 내에 PCR 검사 음성 결과서다. 영어나 한국어만 가능하다. 두 언어를 제외한 언어는 번역공증을 받아야 한다. 유럽연합 통용 검사결과서라 영어와 현지어인 리투아니아어로 되어 있다. 이 또한 상세기재 사항이 한국에서 그대로 통과될 지 걱정이다. 출발시간 48시간 전 검사 조건은 엄격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즉 출발 시간이 15일 13시 40분이라면 13일 0시 0분 이후부터 검사를 받으면 된다. 
 

그래서 13일 오전 9시 리투아니아 정부의료기관에서 운영하는 선별검사소를 방문해 무료 검사를 받았다. 24시간 안에 결과를 알려주나고 하지만 불안하다. 만약 14일 오후 두 서너 시까지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검사 후 3시간 내에 결과를 알려준다는 진료소에 대한 정보까지 찾아놓는다. 다행히 13일 저녁 6시에 결과가 나왔다라는 전화를 받았다. 이렇게 해서 유럽연합 통용 PCR 검사 음성결과서와 백신접종증명서를 인쇄해서 서류철에 넣었다.
 
출발지 빌뉴스 공항에서는 두 가지 서류를 보여주는 것만으로 간단하게 통과했다. 경유지인 헬싱키 공항에서는 체온측정과 더불어 두 가지 서류를 아주 꼼꼼하게 확인했다. 참고로 알리면 탑승수속시 "가족이니까 서로 옆 자리를 부탁한다"고 하니 "이미 정해져 있어서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답한다. 가족이 함께 앉으려면 온라인으로 수속을 밟고 공항에서는 수화물만 처리하는 것이 좋다. 주요항공사들도 저가항공사처럼 항공료를 낮추면서 선호하는 좌석을 추가로 파는 추세로 보인다.
 

 

빌뉴스-헬싱키 비행기도 프로펠러 소형이지만 거의 만석이다. 헬싱키 공항에 도착한 첫 인상은 이렇다. 마스크만 착용하지 않았다면 코로나바이러스 없었던 시대와 거의 같은 분위기다. 토쿄행과 서울행은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오미크론 확산으로 일본은 해외입국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고 한국은 조건을 충족한 사람은 누구나 입국할 수 있도록 했다. 아래 영상에서 두 탑승장의 모습을 확연히 비교해볼 수 있다.
 

 

가족이 함께 자리를 할 수 없을 정도로 공간을 띄어놓고 승객을 배치할 것이라는 내 예상은 완전히 빗나간다. 탑승객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사람들이 별로 없는 다른 탑승장에서 기다렸다가 가니 엄청난 긴 줄이 압도적이다. 기내에 들어가니 내 좌석 위 선반은 벌써 주변 다른 사람들의 가방으로 가득 차 있어서 내 가방을 넣을 공간이 없다. 역시 탑승수속은 빨리 해야 한다. 

 

헬싱키 출발시간이 17시 30분인데 기상으로 인해 비행기 동체에 약품처리를 해야 하는데 1시간이나 소요되었다.  비행기가 이륙하고 저녁 식사가 나오기 전 곧 바로 승무원들이 한국 입국시 작성해야 할 종이서류를 나눠준다. 1) 여행자 휴대품 신고서, 2) 건강상태 신고서, 3) 특별검역 신고서다. 그런데 내가 앉은 줄은 주지 않는다. 달라고 하니 부족해서란다. 종이서류가 아니라 QR코드로 작성할 수 있도록 해놓으면 좋겠다. 아뭏든 위 세 가지 서류는 비행기 안에서 작성하는 것이 나중에 입국할 때 엄청난 시간을 절약할 수가 있다.

 

비행기에서 내려서 입국장으로 들어오니 벌써 줄이 길다. 그 줄 옆에서 쭈그리고 앉아서 서류 작성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일행이 있다면 일행 중 한 명은 줄에 계속 서 있고 다른 사람은 서류를 작성하는 것이 좋다. 이제 기억을 더듬어 입국장에서 겪은 절차를 나열해본다.

 

1) 요원이 모든 서류가 갖춰지고 기재사항이 정확하게 되었는지 확인한다. 

2) 검역관리지역 방문자 신고를 한다. 요원이 백신접종증명서와 PCR 검사 결과서를 확인한다. PCR 검사 결과서는 제출한다. 유럽연합 통용 두 가지 서류가 그대로 인정이 된다.

3) 자가격리일 경우 요원이 보호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확인한다. 또 다른 요원은 자가격리자 안전보호 앱 설치를 확인한다. 설치가 되어 있지 않으면 현장에서 설치해야 한다. 

앱 스토어 https://url.kr/23ktul

구글 플레이 https://url.kr/4ew53x 

본인의 한국 전화번호란에 무제한 데이터 esim 구입으로 부여받은 전화번호를 아무리 넣어도 안 된다. 요원에게 도움을 요청하니 요원이 번호(98624894859)를 넣어준다. 본인의 한국 전화번호가 없는 사람은 이 번호를 넣으라는 안내문만 있다면 굳이 요원에게 도움을 요청할 필요는 없겠다.

4) 입국여권 심사 바로 직전에 한 차례 더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자가격리에 따른 두 종류의 서류를 작성한다. 직원의 안내대로 기재를 하면 된다. 이때 격리통지서를 받는다. 이것을 잘 보관해야 한다. 나중에 여러 차례 이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5) 드디어 입국 여권심사다. 평상 그대로다. 여권과 격리통지서를 제시하면 된다.

6) 수화물을 찾는다. 

7) 여행자 휴대품 신고서를 제출하고 밖으로 나온다.

8) 나오자마자 요원이 여권과 격리통지서를 확인한다.

9) 여기서 나가면 교통수단을 안내하는 요원이 목적지에 따른 색깔별 스티커를 붙여준다.

10) 안내 받은 장소로 가면 요원이 있어 순서대로 의자에 앉아 기다리게 한다. 

 

 

 

오전 10시 10분에 입국장으로 들어와서 이렇게 나오니 11시 50분이다. 1시간 40분이 소요되었다. 9번에서 색깔별 스티커를 받아서 곧장 대기장소로 향하는 곳이 좋다. 왜냐하면 방역버스가 자주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입국절차에 지쳐서 마음 놓고 커피 한 잔을 한 후에야 대기장소로 갔다. 직전 버스는 떠나버려서 다음 버스가 올 때까지 1시간 20분을 기다렸다. 

 

지방으로는 무조건 방역버스를 타고 광명역으로 이동해 KTX 특별 수송칸을 타야 한다. 오후 1시 10분 버스를 차고 50분 이동해서 광명역에 도착한다. 대기한 요원이 이동 동선을 안내한다. 공항버스 승차비용은 기차표를 살 때 같이 낸다. KTX를 타는 사람은 12000원이고 타지 않는 사람은 15000원이다. 기차표를 사서 들어가면 요원들이 기차표, 자가격리자 안전보호 앱, 격리 통지서를 확인한다.

 

3시 17분발 KTX다. 또 한 시간을 기다린다. 출발 전 요원들이 승객들을 두 줄로 세워서 탑승장까지 안내한다. 기차표에 좌석이 지정되어 있지만 해외입국자는 들어가는 순서대로 안으로 들어간다. 그런데 사람들이 많아서 무거운 여행가방들이 좁은 통로까지 가득 메우고 있다. 1시간 50분이 소요되어 동대구역에 도착하니 나갈 길이 막막하다. 앞자리와 뒷자리 사이 공간으로 가방이 들어가지 않는다. 무겁고 큰 여행가방을 위로 번쩍 들고 무겁고 큰 여행가방을 넘어야 한다. 한 마디로 난리통이다. 더 멀리 가는 사람들은 잠에 빠져 자기 가방을 옮겨서 나가는 길을 열어줄 수가 없다. 내심 다 내리지 못하고 기차가 출발할까 걱정이 된다.

 

명단을 받은 요원들이 대기하고 있다. 명단에 있는 승객들이 다 내려야 기차가 출발한다. 동대구역 맞은 편 맞이주차장까지 안내한다. 여행가방을 소독한 후에 마중 나온 보호자에게 인계하거나 미리 대기한 방역택시에 태워준다. 이렇게 입국장에서 목적지까지 무사히 도착한다. 1일 이내에 관할보건소로 가서 PCR 검사를 받아야 한다. 보건소가 보호자에게 이미 연락을 해 당일은 근무가 끝나서 못 하고 익일 11시에 보건소로 와서 PCR 검사를 받아라고 한다. 

 

이처럼 입국장에서 목적지까지 많은 요원들의 안내로 사이사이에 기다림이 있지만 모든 것이 물 흐르듯이 진행된다. 한편 유럽연합 내에서는 공항 수속시 EU 백신접종증명서 하나만 보여주면 이동하는데 아무런 안내와 통제가 없다. 이렇게 오전 10시경 인천 공항에 도착해 오후 6시경 대구에서 일몰을 보면서 자가격리 장소에 도착했다.

 

참고로 16일 오전에 도착해서 16일이나 17일에 pcr 검사를 1차로 받는다. 그리고 21일 2차로 pcr 검사를 받고 23일 자정에 격리해제가 된다. 해외입국자 격리기간 7일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8박 9일이다. 영하의 추운 날씨에 높은 감염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입국인들을 맞이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수고를 하신 모든 분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22. 2. 14. 06:11

요즘 유럽은 베이징 동계올림픽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가능성이 더 큰 화제다. 이에 대해서는 워낙 많은 정보들을 인터넷에서 쉽게 접할 수 있으므로 여기서는 특별히 언급할 필요는 없겠다. 직접 해당국은 아니지만 나토 회원국이자 우크라이나의 오래된 우호국인 리투아니아는 아주 민감한 위치에 놓여 있다. 리투아니아 정부는 만약을 대비해 우크라이나 난민 수용대책까지 마련하고 있다. 아뭏든 전쟁은 피해야 한다.
 
일전에 키예프에서 온 우크라이나 지인이 우리집을 방문했다. 여행가방에서 잘 포장된 무엇인가를 꺼낸다. 숙성된 돼지비계다. 지인은 먹기 좋을 만큼 직접 비계를 잘게 썬다. 
 

두 가지로 양념한 비계를 가지고 왔다. 

 

 

빵 위에 얹어서 아침에 돼지비계를 먹으면 하루 종일 배가 든든하다고 한다.

 

조금 남아 있는 인삼주가 있어서 돼지비계에 답례를 한다.

 

한국 사람들이 해외로 나갈 때 고추장이나 김치를 챙겨가는 것처럼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이렇게 돼지비계를 챙겨 간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돼지비계 안주로 보드카 잔을 서로 부딪히는 날이 전쟁 대신에 하루속히 오길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22. 1. 31. 06:11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는 북위 55도에 위치해 있다. 1월 하순 서서히 날이 길어지고 있음을 확연히 느낄 수 있다. 일몰시각이 오후 4시 55분이다.
 
지난 25일부터 29일까지 빛축제가 열렸다. 시내 중심가 여기저기 빛설치예술 작품들이 전시되어 밤마실을 더욱 즐겁게 했다. 밤마실을 돌면서 주로 동영상을 촬영했다. 우선 사진으로 소개한다.
 

리투아니아 대통령궁 광장
리투아니아 대통령궁 광장
빌뉴스 대성당 정면
통치자 궁전 정원 - 빛축제 설치예술품

 

통치자 궁전 정원 - 빛축제 설치예술품

 

개디미나스 성탑
옛시청 광장

아래는 빌뉴스 구사가지 밤마실을 직촬한 4K 동영상이다. 영상의 날씨라 녹은 눈이 물이 되어 졸졸졸 흘러가는 소리와 아직 녹지 않은 눈을 밟는 뽀드득 뽀드득 소리가 서로 번갈아가면서 귀에 들린다. 
 
Posted by 초유스

발트 3국 리투아니아의 명소 중 하나로 꼽히는 곳이 십자가 언덕(십자가 산)이다. 낮은 언덕에 전체와 인근까지 크고 작은 다양한 십자가가 세워져 있다.
 

이곳에 언제부터 십자가가 세워지기 시작한 지는 정확한 기록이 없다. 18세기말 삼국분할로 리투아니아-폴란드 두민족공화국이 멸망한 후 러시아가 지배했다. 이에 대항한 11월 봉기(1830-1831)가 일어났지만 성공하지 못하고 많은 희생자들을 낳았다. 이들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십자가 세워졌다. 

 

소련은 여러 차례 불도저로 십자가를 철거했지만 주역 주민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또 다시 십자가를 세웠다. 소련으로부터 독립 열망이 최고조로 오른 1980년대에 대대적으로 십자가가 세워졌다.     

 

눈덮인 겨울에 이곳을 찾아본다. 혹한의 날씨의 날씨는 미루나무가지는 서리로 옷을 입고 있다.

 

도롯가에 나무 세 그루가 광활한 초원과 들판 사이에 우뚝 서 있다. 

 

언덕에 공간이 부족해 인근 풀밭에까지 십자가가 촘촘히 세워져 있다. 
 

십자가마다 세운 사람의 간절한 염원이 담겨져 있다.
이 수십만개의 염원은 건강과 행복이라는 두 단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아래 붉은 벽돌 성당 제단에는 십자가 따로 없다.

왜일까?

바로 제단 벽은 통유리로 되어 있고 그 통유리를 통해 언덕의 수많은 십자가가 훤히 보이기 때문이다.

 

임인년 새해를 맞아 모든 이들에게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이날 수십만개 십자가 사이로 뽀드득 뽀드득 소리를 들으면서 십자가 장관을 4K 영상에 담아봤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21. 12. 31. 05:27

코로나바이러스는 친구나 지인을 대면으로 만나는 것을 어렵게 하지만 예전보다 오히려 접촉빈도는 엄청 많아지게 하고 있다. 세계 곳곳에 국제어 에스페란토 친구들이 흩어져 살고 있다. 1년에 한 번쯤 국제행사에서 만나 우정을 나눈다. 지난 4월 비대면 강연자로 바르샤바에 살고 있는 폴란드인 로만(Roman)을 섭외하는 일을 맡았다. 로만은 폴란드뿐만 아니라 세계에스페란토계에서도 많은 활동을 한 사람이다. 그는 폴란드 텔레비전 방송국에서 스페인어권을 담당한 프로듀서(PD)로 정년퇴임을 했다. 
 
로만의 저서 <Verda Simio>
이 강연이 계기가 되어서 로만과 수시로 연락을 하게 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 안에  갇혀 있는 동안 그는 서랍에 있는 자료들을 정리하면서 50여년이 지난 에스페란토 원작을 찾아냈다. 이를 모아 책(Verda Simio)으로 펴내기로 하고 나에게 교정을 부탁했다. 꼭 답례를 하고 싶으니 폴란드 바르샤바로 올 경우 연락하라고 했다. 마침 일전에 여권 발급 신청으로 폴란드 한국 대사관을 방문했다. 드디어 바르샤바로 간다고 하니 이렇게 답이 왔다.
 
"비행기로 오면 공항으로 마중 갈 것이고 버스로 오면 버스역으로 마중 갈 것이고 기차로 오면 기차역으로 마중갈 것이다. 어떻게 올 것인가?"
"승용차로 가는데 대사관에서 일을 보고 연락을 할 것이다."
"대사관에서 일 마치면 내 집으로 와라."
 
유럽 사람들은 친구라도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개인사에 대해서는 서로 잘 모른다. 나이가 구체적으로 몇 살이며 가족은 몇이며 등등. 아내가 세상을 떠난지는 알고 있지만 혼자 사는지, 자녀와 사는지, 자녀가 있는지 등은 모른다. 여러 궁금 사항을 머리 속에만 맴돌게 하고 로만이 알려준 주소로 쉽게 찾아간다. 다행히 한국 대사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살고 있다. 
 
아파트로 들어가니 신상털기를 따로 할 필요가 없다. 벽장 위에 80이란 숫자 장식물이 놓여 있다. 한국 나이로 로만는 올해 85세다. 홀로 살고 있다. 몇 해 전 몬테카지노(Monte Cassino)에서 폭염 아래 취재를 하다가 손상된 청력을 제외하고는 기력이 왕성하다. 
 
로만과 초유스
거실로 들어가니 벌써 네 명 분의 접시가 가지런히 놓여 있다. 
 
로만 그리고 우리 식구 셋

접시의 문양이 참 토속적이고 예쁘다. 몇 해 전에 돌아간 아내가 젊은 시절 폴란드 벼룩시장을 찾아다니면서 구입한 것이다라고 한다.

 

이제 85세 로만이 손수 요리해서 우리 가족을 대접한 음식을 아래 소개한다. 
정오라 따뜻한 커피를 먼저 청한다. 예쁜 커피잔 문양만큼 작고 작은 숟가락도 마음에 든다.
 
반주가 없으면 식사 의미도 없다고 하면서 진토닉(술 1)을 권한다. 술을 거의 먹지 않지만 흔쾌히 응한다.
 

 
전식으로 청어 두 종류를 내놓는다. 청어를 보자 아내는 미소를 띄우고 나를 보자 웃는다.
왜일까?
청어는 리투아니아 사람들도 아주 즐겨 먹는다. 그래서 군침의 미소를 띄었다. 나를 보고 웃은 것은 바로 내가 평소 청어를 먹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에게 귀한 손님 대접하듯이 청어가 전식으로 나오니 내 반응이 궁금해서 웃는다. 그것도 한 종류가 아니고 두 종류다. 
 
소금에 절인 청어
토마토 소스에 넣은 청어
"청어를 먹을 때 보드카(술 2)가 필수다." 
 

"빵도 필수!"

 

유럽 거주 초기에 먹은 청어가 너무 짜고 잔가시가 많아서 꺼리게 되었다. 한잔 기운으로 오늘 한번 먹어보자.

 

아, 청어가 이렇게 맛있다니!!!

잔가시는 빵과 함께 밑으로... ㅎㅎㅎ

 

 
본식이다. 약한 불에 오랫동안 요리한 모로코 음식이다.
"우리 부부가 모로코로 갔을 때 먹은 음식이 정말 맛있어 아예 요리기구인 토기까지 구입해 가져와 이렇게 내가 직접 요리한다."
 

야채와 고기(모로코에서는 양고기, 폴란드에서는 구하기 어려우니 돼지고기)를 함께 넣어 푹 삶는다.

 

"이 음식을 먹을 때는 포도주(술 3)를 마셔야 한다. 포르투갈 포로투 와인이다."

 

좁쌀처럼 생긴 쿠스쿠스(접시 속 하얀 음식)를 감자나 밥 대신에 먹는다.

 

이제 후식이다. 마지팬(마르치판)이다. 
 

아몬드가 많은 부분을 접시에 담아준다.

 

후식엔 예거마이스터(jagermeister 술 4)다.

약초와 향료 56가지 재료로 만든 독일 술이다.

 
가정집에서 레스토랑 음식을 격식있게 먹게 되었다.
85세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직접 혼자 외국음식을 요리를 해서 술 4종류와 함께 손님 대접을 이렇게 극진히 해주다니 참으로 감동 그 자체다. 세계 곳곳에 나이나 민족이나 종교를 떠나서 이런 에스페란토 친구들을 두고 있다는 것이 삶의 큰 기쁨이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21. 12. 30. 17:56

코로나바이러스 범유행으로 발트 3국에서 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라트비아를 만 2년만에 다녀왔다. 특별히 여행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리가 공항에서 체코 프라하행 비행기를 탈 딸을 전송하기 위해서였다. 승용차로 리투아니아에서 라트비아로 이동하니 국경에는 예전과 똑 같다. 검문검색이 전혀 없어 같은 나라에서 다른 도시로 이동하는 듯하다.
 
물론 전날 http://covidpass.lv에 들어가서 입국 신고절차를 마쳤다. 12월 29일 현재 인구 189만명 라트비아 코로나바이러스 상황은 지금까지 확진자수 27만4천2백7십1명이고 사망자수 4553명이다. 당일 새확진자수는 1319명이고 사망자수는 24명이다. 리가 공항에 가는 김에 라트비아 수도 리가를 잠시 둘러본다. 구시가지 오페라극장을 목적지로 리가 공항 인근 주유소에서 출발한다.
 
 
여러 해 전 리가 중심에 승용차를 주차하기도 힘들고 주차비를 내기도 힘든 경험을 겪었다.
이번에는 어떨까?
자동주차요금기에서 일단 라트비아어, 영어, 러시아어 중 하나를 선택해 지침에 따라 행한다. 먼저 차량번호를 넣는다. 이어서 +와 - 단추를 이용해 주차 예상 시간을 조절한다. 그리고 카드를 넣고 결재한다. 참으로 쉽다. 리가 구시가지 두 시간 주차요금은 21% 부가가치세를 포함해 5.60 유로(약 7천8백원)이다.  
 

라트비아 상징물 중 하나인 자유의 상

이렇게 해서 영하 10도의 날씨에 눈 덮인 리가 구시가지(Vecrīga 옛 리가)를 여기저기를 걸어본다. 구시가지는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고딕 성당을 비롯한 바로크 양식, 특히 아르누보(Art Nouveau) 양식의 건축물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리가는 아르누보 건축양식의 세계적 보고다
산책을 하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리브 광장의 크리스마스트리다. 보통 살아있는 전나무류를 베어내어 만드는데 이 크리스마스트리는 전혀 다른 재료로 만들어져 있다. 각종 쓰레기가 크리스마스트리 6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캔류 쓰레기
플라스틱병 쓰레기

 

전자제품 쓰레기
폐타이어 쓰레기
음식물 쓰레기
종이팩 쓰레기
쓰레기 크리스마스트리가 세워진 리부 광장

취지는 이렇다. 1인당 쓰레기량이 많아지자 쓰레기 분리수거와 쓰레기 줄이기에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것이다. 1991년 인구 266만명일 때 1인당 쓰레기량이 200킬로그램이었고 2021년 인구 189만명인데 1인당 추정 쓰레기량이 무려 500킬로그램에 이른다.
 
 
지난 30년 동안 인구가 크게 줄었지만 소비가 엄청나게 늘어남으로써 쓰레기량이 많아져 심각한 환경오염을 초래하고 있다. 우리집 부엌 한 구석에는 큰 플라스틱통이 3층을 이루고 있다. 1층은 병류, 2층은 종이류, 3층은 비닐류가 임시거주자다. ㅎㅎㅎ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21. 12. 24. 20:45

코로나 바이러스의 긴긴 굴에서 언제쯤 햇살을 볼 수 있을까? 12월 24일 현재 전세계에서 2억8천여명이 확진되고 550만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날 인구 5천200만명의 한국은 하루 새확진자가 6,231명, 사망자가 56명인데 인구 280만명인 리투아니아는 새확진자가 1,581명이고 사망자는 21명이다.
 
지난 5월 18일에 화이자로 2차 백신접종을 받았다. 12월 1일 관련기관에서 3차 접종을 받으라라는 안내쪽지가 왔다. 280만명에 지금까지 확진자수가 509,497명이다. 약 6명 중 한 명이다. 주변 지인들 중에도 확진자가 꽤 나왔다. 어떤 사람은 감기보다 쉽게 완쾌되고 어떤 사람들은 지금까지 고생한 독감보다 더 고통스럽게 이겨냈다.
 
안내쪽지를 받고 난 후 한동안 3차 접종을 맞아야 하나 고민하면서 차일피일 미루었다. 그런데 12월 22일 접한 아침 뉴스가 고민에서 벗어나게 했다. 리투아니아 정부는 12월 28일부터 새로운 방침을 실시한다. 2차 접종 유효기간을 210(7개월)로 정했다. 이제는 부스터샷까지 맞지 않으면 이동이나 생활에 큰 불편을 겪게 된다.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유효기간이 따로 없다. 물론 코로나바이러스 상황이 호전되지 않으면 이마저도 변경될 수 듯하다. 
1. 코미나티(Comirnaty) 화이자 백신, 스파이크(Spikevax) 모더나 백신, 얀센 백신 중 하나를 3차 접종(부스터샷)를 받은 사람 (접종과 동시에 효력 발생)
2. 2차 접종까지 마친 만 18세까지 (PCR 검사에서 양성반응으로 아픈 후 1차 접종을 받은 사람도 포함)   
3. 코로나바이러스로 아픈 후 (PCR 검사에서 양성반응) 2차까지 접종을 받은 사람
 
뉴스를 접하고 곧 바로 koronastop.lt (전화로 예약할 경우 1808)에 들어가 인터넷으로 예약을 한다. 다행히 이날 오후 아내와 같이 인근 약국에서 화이자 부스터샷을 오후 4시에 맞았다. 부스터샷을 맞은 몇멸 지인들에게 물어보니 특별한 부작용이 없었다고 한다. 우리의 경우를 아래에 기술하고자 한다.   
 

부스터샷은 지정된 약국에서도 맞을 수 있다.

22일
오후 4시에 약국에서 화이자 부스샷를 맞는다.
주사 바늘이 꽂히자마자 접종이 끝나버린 듯하다. 
저녁 6시쯤 목덜미가 무거워진다.
저녁 8시쯤 주사를 맞은 부위에 통증이 일어난다.
저녁 10시경 주사를 맞은 왼팔이 뻐근해진다.
 
23일
아침에 일어나니 왼쪽팔이 아프다. 하지만 근육은 힘은 그대로다. 왼손을 평소처럼 사용할 수 있다.
아내는 새벽에 38도까지 열이 오르고 몸살기와 함께 약간의 두통을 느낀다. 해열제 복용을 권했지만 견디겠다고 한다. 

오후 3시경 나도 미열이 조금 있다. 1시간 30분 정도 인터넷으로 강의를 한 탓일 수도 있겠다. 

그대로 낮잠에 빠진다. 두 시간 자고 일어나니 개운하다. 

낮에 아내는 해열제를 한 알 복용한다.  

저녁 무렵 팔 전체 통증은  은 이제 아프지 않고 단지 주사를 맞은 부위를 만지면 아프다.

 
24일

아침에 일어나니 부스터샷 맞기 전처럼 몸상태를 느낀다. 주사 맞은 부위를 꾹 눌러야 약간의 통증을 느낄 정도다. 아내도 마찬가지다. 

 

접종은 찰나에 끝났다.

22일 오후 4시에 부스터샷을 맞고 24일 아침 7시에 평소 상태로 돌아왔다. 화이자 1차와 2차 접종 후의 증상과 아주 유사하다. 단지 부스터샷에서 아내의 경우는 열과 두통이 동반되었고 내 경우는 미열만 느낄 정도였다. 다행이다. 부스터샷 백신여권을 받아 따뜻한 남쪽 나라로 여행갈 궁리를 벌써 해본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21. 11. 30. 04:34

곧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 주말 모처럼 리투아니아 빌뉴스 구시가지로 나가본다. 코로나바이러스 범유행이 그칠 줄을 모르는데 거리엔 예상 외로 사람들이 많다. 현지인보다 외국 관광객들이 더 많이 눈에 띈다. 백신접종 여권이나 완치증명서만 소지하면 예전처럼 활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폐쇄된 공간을 제외하고는 마스크 착용이 강제가 아니다. 
 
빌뉴스 대성당 광장 크리스마스 트리 - 거울 200 평방미터가 압권이다.

눈 내리는 구시가지 여기저기를 다니면서 크리스마스 장식 구경을 해본다. 특이한 장식물이 군데군데 눈에 띈다.

 

아기예수 마굿간: 관련글 - https://chojus.tistory.com/5356
아이스크림 가게는 밀림 속을 연상시키는 장식을 해놓았다.
식당의 크리스마스 장식 - 내 생각에 두 손을 잡고 있는 물건에 촛대 하나 꽂아놓았더라면...
별과 달로 된 크리스마스 장식 - 역시 겨울철엔 낮에도 해가 모습을 감춰버리니...
도자기점의 크리스마스 장식
호텔 파짜이의 크리스마스 장식은 마치 얼음 오벨리스크를 떠올리게 한다. 
제과점의 크리스마스 장식
빨간 코를 가진 루돌프 사슴은 빠질 수가 없지...

 

올해 크리스마스 장식 중 사람들의 이목을 가장 많은 끌고 있는 것은 스티클레이(Stiklių gatvė) 거리에 있다. 카페의 정면면 외벽이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장식되어 있다. 리투아니아 숲을 도심으로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스티클레이 거리에 있는 커피숍의 크리스마스 장식
리투아니아 숲을 옮겨 놓은 듯하다.
이끼, 버섯, 은방울꽃, 전나무 등등
5월 하순 리투아니아 숲을 가득 채우는 은방울꽃 향내가 떠오른다.
리투아니아 숲에는 버섯이 많이 자란다.

들어가 따뜻한 커피를 마시려고 주머니에 손을 넣으니 마스크가 없다. 다음을 기약해본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2021. 11. 25. 04:44

이집트 후르가다 롱비치 리조트 호텔에서 6박 7일 일정을 마치고 돌아가는 날이다. 여행사는 버스를 마련해 여기저기 호텔 흩어져 있는 손님을 모아 공항으로 태워준다. 곧 바로 택시로 가면 30분 정도 걸릴 거리인데 버스는 2 시간이 소요된다. 버스 대신 우버 택시로 가기로 한다. 비행기 출발이 12시 정각이라 10시경 공항에 도착하고자 한다.
 
6박 7일 관광상품으로 머문 이집트 후르가다 롱비치 리조트 호텔
수영장 등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투숙객을 위한 다양한 행사도 펼쳐진다.
멀리까지 바다가 깊지 않아 카이트서핑 초보자들에게 좋다.
편하게 아침 식사를 하고 시간이 남아 해변을 둘러본다. 예정보다 일찍 공항에 도착하고자 8시 45분에 우버 택시를 부른다. 후르가드엔 우버 택시가 잘 운영되고 있다. 운전사가 묻는다.

“터미널 1 아니면 터미널 2?”
“공항 웹사이트에 아무리 찾아도 정보를 찾을 수가 없다. 아마 전세기라서 그럴 수도... 여행사 현지 가이드에게 물어보겠다.”
 

현지 가이드 자신있게 터미널 2라고 한다. 그렇게 해서 철통같은 공항 입구 문을 통과하고 운전사는 주차표를 건네준다. 20 이집트 파운드다. 아뿔싸, 이집트 파운드가 없다. 여기저기 뒤저서 2 유로를 낸다. 터미널 2에 도착하니 입구에 경찰이 서 있어 한 사람씩 여권과 항공권을 확인한다.

후르가다 공항 입국심사에 앞서 도착비자를 받고 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한다. 12시에 빌뉴스로 떠나는 비행기편이 터미널 2에 없다는 것이다. 아주 당황스럽다. 여행사 가이드는 메신저로 자기가 알고 있기로는 분명히 계속 터미널 2라고 한다. 우리가 입구에서 버티고 있자 다른 경찰관이 와서 도움을 준다. 전화로 연락하더니 터미널 1이 맞다고 한다. 빨리 택시 타고 가라고 한다. 호텔에서 예상보다 일찍 공항으로 출발한 것이 천만다행이다.

택시를 타려고 나오니 눈 앞에 복마전을 보는 듯하다. 한 뚱뚱한 사람이 튀어나오더니 무조건 자기 택시를 타라고 한다. 우리는 현금이 없어서 카드결제밖에 안 된다고 해도 막무가내로 자기 택시로 가자고 한다. 재차 카드결제밖에 할 수 없다고 하니 다른 운전사를 지목한다. 이것이 화근이다. 승차장 자기 택시 안에 있던 칠팔 명의 운전사가 우러러 몰려나오자마자 그 뚱뚱한 운전사에게 삿대질을 해대면 소리 지른다. 전혀 뜻밖의 상황이다. 멱살까지 잡고 육탄전 일보 직전이다.

홍해를 바라보면서 그네타기... 타지는 못하고 사진만...
우리는 뒤로 물러서 떨어진 곳에 우버 택시를 부른다. 다행히 공항으로 손님을 태우고 들어온 우버 택시가 곧 바로 도착한다. 바로 눈 앞에 보이는 터미널 1을 향해 가면서 많은 생각들이 교차한다. 1층에 도착하니 사람들 사이에 리투아니아어가 들린다. 전세기 일행을 태우고 온 버스가 막 도착한다. 동시에 리투아니아로 전세기 두 대가 출발한다. 비슷한 시간대에 출발하는 여러 비행기로 입국 때와 마찬가지로 후르가다 공항은 엄청 붐빈다. 비행기 출발 예정이 두 시간 전 공항에 도착하면 여유롭게 출국절차를 다 마치고 여유롭게 커피도 마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오히려 비행기를 놓칠 뻔 했다.

후르가다 공항은 이제껏 다녀본 세계 각국의 공항 중 출국절차가 가장 복잡한 공항이다. 절차는 아래와 같다.
1. 공항 현관 입구에서 경찰이 여권과 비행기표를 확인한다.
2. 신발과 허리띠까지 다 벗고 검색대를 통과한다.
3. 탑승수속을 밟는다.
4. 종이 출국신고서를 작성해 출국심사를 받는다.
(입국 때는 종이 입국신고서를 작성해야)
5. 경찰이 앉아서 여권과 비자를 확인하다.
6. 기내수하물 검색대를 통과한다.

종이 입국신고서와 출국신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QR코드로 작성할 수 있게 해주면 좋겠다.
2번에 보안검색대를 통과했는데 다시 5번에서 검색대를 통과해야 한다. 이 검색대는 남성과 여성 검색대가 따로 있다. 유럽에서처럼 남녀 구별 없이 줄을 섰다가는 나중에 시간을 낭비한 것에 크게 후회한다. 안내판도 없고 직원이 돌아다니면서 수시로 안내해주지 않는다. 남녀가 뒤섞여 있는데 조금 앞에 있던 남성은 통과했지만 내 차례가 되자 여기는 여성만의 검색대라면서 남성 검색대로 가라고 한다. 상황을 보니 여성 검색원이 여성만 검색하고 남성 검색원은 남서만 검색한다. 남성 검색원이 자리를 비우자 남성 검색대로 가라고 한 것이다.

이렇게 되니 남성 검색대 긴 줄의 끝에 서게 된다. 검색이 순조롭게 진행되다가 검색원이 자리를 비운다. 즉각 대체자가 나와야 검색을 진행해야 하는데 경찰이나 직원들은 그저 강 건너 불구경하는 듯하다. 하염없이 시간만 간다. 벌써 탑승 마감 시간이 다가온다. 함께 줄을 서있는 건장한 여행객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이러다가 비행기를 정말 놓칠 듯하다. 비록 줄의 마지막이지만 진행되고 있는 검색대로 자리를 옮긴다. 다행스러운 일은 내 주변에 함께 탑승수속을 마친 사람들이 여럿이 있다는 것이다.

아, 다행히 비행기에 탑승해 집으로 돌아간다.
탑승구도 검색대에서 가장 먼 곳에 위치해 있다. 죽어라 뛰어가니 사람들이 이미 탑승하러 나가는 중이다. 커피 마실 여유까지 예상하다가 비행기를 놓칠 뻔하다니! 예정보다 20년 늦게 출발한 비행기 안에서 기내 맥주를 마시면서 “앞으론 손가방 하나 들고 공항 수속 없이 여행다닐 수 있는 유럽연합 회원국가 내에서 해야겠다”라고 다짐한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이집트 여행기 마지막편 10편입니다. 그동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2021. 11. 19. 15:47

단일통화 유로를 사용하는 나라에 살다보니 환율에 둔감하고 또한 카드결제에 익숙해져 있으니 현금사용이 낯설다. 지금껏 대부분 해외여행에서는 따로 크게 현금을 준비할 필요도 없었다. 숙박이나 렌트 비용을 미리 카드로 선지급을 해놓았기 때문이다.

이번 이집트 여행은 항공료, 숙박료 그리고 식사비 일체가 포함된 여행상품을 이용하기 때문에 더 더욱 현금이 거의 필요하지 않다. 빌뉴스에 살고 있는 이집트인 친구는 출국일 저녁에 찾아와 1유로짜리 동전을 여러 개 가져가면 좋을 것이다라고 한다. 이유는 호의를 베푸는 종업원들에게 답례하기 위해서다. 이에 대해서는 따로 이야기하고자 한다.


요즘 환율에 따르면 1 유로가 1.14 미국 달러다. 그런데 이집트 후르가다에서는 1 유로와 1 미국달러가 동일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워낙 유로권 유럽인들이 많이 찾아오고 또한 환율계산하기 번거롭기 때문일 것이다. 대부분 정찰제가 아니고 점원이 부르는 것이 값이다. 얼마나 흥정을 잘하는냐에 따라 최종적으로 내는 값이 달라진다.


글씨그림으로 이름을 써주는 곳의 가격표다.
작은 이름 10$€ 9새로운 화폐기호 등장)
큰 이름 15$ 15€

새로운 화폐기호 등장 10$€

하루는 늦은 점심 식사를 하고 있는 데 종업원이 반갑게 다가온다. 몇 차례 좋은 식당 자리로 우리를 안내주고 음료수를 직접 받아서 가져다주는 등 편리를 제공해주던 사람이다. 이런 경우 매번 1 유로로 답례를 한다. 안면이 있는 터라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간다.

“5 유로를 동전으로 줄 테니 5 유로짜리 지폐를 줄 수 있니?”
“마침 유로 동전이 바닥이 났는데 잘 되었다. 그렇게 하자.”
“이것은 안 될까?”라며 그는 말을 이어간다.
“뭔데?”
“10 유로짜리 지폐를 주면 동전 5 유로와 5 달러짜리 지폐를 줄 수 있다.”
“엄연히 유로와 달러는 가치가 서로 다르다. 그건 안 되겠다.”
“그러면 동전 5 유로와 5 유로짜리 지폐를 교환하자.”
“좋다.”
 


그는 1 유로짜리 동전 두 개와 50 센트짜리 4개를 탁자 위에 놓는다.
“동전 5유로가 아니라 합쳐서 4 유로밖에 안 된다.”
“나에게 팁으로 1 유로 주지 않을 것인가!? 그러니 4 유로다.”

주고받으면 되지 주지도 않고 줄 것이라고 미리 짐작하고 처음부터 4 유로를 주는 것은 상식에 벗어나는 듯하다. 더욱이 이날은 우리에게 아무런 봉사도 하지 않았다. 따지려고 하다가 우리는 웃으면서 “아, 여기는 이렇구나! 벌써 많이 써먹은 솜씨구나!“라고 우리끼리 말하면서 5 유로짜리 지폐를 건네주고 동전 4 유로를 챙긴다.

말 한마디에 65 유로 신발이 30 유로로
큰딸 마르티나가 호텔 내에 있는 상점으로 들어간다.
“이 신발 얼마?”
“65 달러나 65 유로!”
“우리 친척 중 이집트 사람이 있는데 이집트 가격에 빠삭하다.”
“아, 그렇다면 30 달러나 30 유로만 줘.”
“이렇게 신발까지 사니 우리 할머니이게 냉장고 자석장식물 하나 주라.”
“그냥 가져가라.”

호텔 내 가게 진열장 모습
과자 한 봉지를 사는데 점원이 마르티나 옆에 바삭 붙어있다. 그 옆에는 할머니가 냉장고 자석장식물을 보고 있다.
“당신이 마음에 드니 할머니에게 자석장식물 하나 골라서 무료로 가져가라고 해라”라고 한다.
자석장식물은 1-2 유로라고 부른다. 2 유로에 그냥 가져갈 수도 있고 흥정하면 1 유로에 가져갈 수도 있고 손녀와 같이 가면 그냥 선물로 받을 수도 있다.

정찰 가격에 없다. 점원이 부르는 것이 값이다.
다른 날 호텔 내에 들어간다.
“이 치마와 가방이 얼마?“
“120 달러나 120 유로다.”
“둘 다 합쳐서 20 유로에 안 팔면 그냥 나갈게.”
“그러면 30 유로에 가져가라.”

다시 가고 싶은 남쪽이다!
120 유로는 요즘 환율에 따르면 137 달러다. 차이가 무려 17 달러다. 그런데 이집트 후르가다에서는 120 유로가 120 달러와 동일하다. 흥정에 익숙하지 않은 순진한 사람들로부터 폭리를 쉽게 얻을 낼 듯하다. 바깥세상을 잘 모르는 이들에게 1 유로와 1 달러는 동일한 가치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우리가 이들에게 오히려 이상한 사람으로 보일 듯하다. 아무튼 이집트를 여행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유로보다는 미국달러를 가져가는 것이 더 유리하다. 참고로 1 유로 동전이나 1 달러짜리 지폐를 여유 있게 가져가길 바란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이집트 여행기 6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2021. 11. 16. 05:46

후르가다 롱비치 리조트 호텔에서 일주일 머무는 동안 수영장보다는 주로 해변에서 해수욕을 즐긴다. 롱비치 리조트 호텔은 모래해변이 1000터에 이른다. 이 해변을 따라 대추야자 가지로 지붕을 이은 양산이 잘 마련되어 있다.
 
해변따라 양산이 잘 마련되어 있다. 
하나 좋은 점은 수건을 방에서 따로 챙겨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투숙을 할 때 방문카드와 수건카드를 받는다. 수영장이나 해변 어디에서든지 이 수건카드를 주면 수건을 받든다. 그리고 사용한 후 반드시 수건을 돌려줘야 하는데 그때 카드를 돌려받는다. 이 수건카드를 분실할 경우에는 200 이집트 파운드(약 10유로)를 내야 한다.
 
수건을 무료로 제공한다.
양산 아래서 햇볕을 맞으면서 일광욕이나 그늘에서 독서를 즐긴다. 간간이 바다로 들어가 해수욕을 한다. 후르가다 관광안내를 보면 해변에 자리잡은 호텔마다 바다 안쪽으로까지 산책용 다리가 놓여 있다. 왜 그럴까? 바다 전경을 보니 금방 이해가 된다. 바로 해변 바닷물이 너무 얕기 때문이다.

수영을 하려면 한참 동안 바다 쪽으로 걸어가야 한다. 오후 3시 전후로 바닷물이 빠져 나가면 더 멀리 걸어가야 하고 모래섬도 생겨 난다. 뭍보다 물에 걷기가 더 힘이 든다. 바다 밑은 모래가 얇은 층을 이루고 그 밑에는 거대한 평평한 바위로 놓여져 있다. 이따금 바위층을 만나게 되는데 날카로운 부분에 부딪혀 발바닥이나 발가락에 쉽게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 물신이 필요하다.

바닷물이 얕다.
첫날과 이튿날은 바람이 좀 있어 마르티나는 카이트서핑을 시도한다. 그런데 바람이 약하니 카이트 지름이 더 길어야 한다. 가져온 카이트 지름이 9미터다. 한번 카이트서핑을 시작하면 기다림에 지칠 정도인데 카이트서핑을 좌우로 한 두 차례 타보더니 뭍으로 나온다.

바다가 얕아서 초보자들이 카이트서핑하기에 딱 좋다.
 
“왜 카이트서핑을 더 오래 하지 않고서?”
“바람이 너무 약하다. 지름이 더 큰 카이트가 필요하다.”
“그러면 빌려야 하잖아.”
“한번 빌리는데 50유로인데 빌릴까 말까 망설이는 중이다.”
“급하게 결정하지 말고 조금 더 기다려봐. 일부러 비행기로 가져온 카이트를 사용하지 않고 다른 카이트를 빌려 사용하는 것이 좀 그렇다.”
“그래도 홍해에서 카이트서핑해보는 것도 이번 여행의 주된 목적 중 하나인데 카이트 지름이 작아서 못 하는 것도 이상하다.” “일광욕하면서 조금 더 쉬어봐. 혹시 하늘이 도울지 모르잖아.”


정말이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잠시 후 세찬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한다. 쏜살같이 마르티나는 카이트로 향한다. 이후 두 시간 동안 쉬지 않고 즐긴다. 바람따라 이리저리 물결을 헤치며 돌아다니는 마르티나를 보니 나도 도전해볼까라는 마음마저 일어난다. 마침 나보고 시샘이라도 하라는 듯이 내 눈앞에서 백발남이 흥겹게 카이트서핑을 하고 있다.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은 해수욕보다 주로 일광욕을 즐겨한다. 주위를 살펴보니 바닷물은 그저 몸을 축이는 정도로 이용한다. 바닷물에 걸어가고 있는데 작은 복어가 눈에 띈다. 복어집에서나 볼 수 있는 복어를 해변 바닷물에서 보게 되다니... 난생 처음 살아있는 복어를 본다.

해수욕보다 일광욕이다.
빌뉴스에 살고 있는 이집트인 친구는 출국 바로 전날 우리 집을 방문해 스노클(수중에서도 숨을 쉴 수 있게 하는 도구 – 잠수경) 2개를 주면서 후르가다에서 꼭 스노클링(스노클을 사용해 수면 아래로 잠수해 수중 생물을 관찰하는 것 - 잠수구경)을 해보라고 한다. 여행 가방의 거의 반을 차지할 정도라서 성의는 고맙지만 집에 그냥 두고 가려고 하다가 난생 처음 경험해볼 수 있는 기회라 가지고 왔다.
 
난생 처음 잠수경을 착용하고 열대어 구경을 해본다.
리조트 남쪽 끝자락에 방파제가 있는데 사람들이 몰려 있다. 마르티나와 함께 잠수경을 가지고 그쪽으로 향한다. 방파제는 아래는 해양기록물에서 볼 수 있는 각양각색의 산호초가 형성되어 있다. 잠수경은 착용하고 바닷물 속으로 들어간다. 마치 바다 속 호수와 같은 지형으로 산호절벽을 따라 노란색, 붉은색, 파란색, 검정색, 파란색 등 수많은 물고기들이 노닐고 있다.


수족관 열대어를 이렇게 내 눈으로 직접 볼 수가 있다니 믿기지가 않는다. 바다 물깊이가 6미터라 공포감이 일어날 듯도 한데 형형색색 열대어를 관찰하는 재미가 이를 쉽게 덮어버린다. 수영하기도 힘들 것이라 여겼는데 그냥 몸을 쭉 뻗고 팔만 살랑살랑 흔들어도 가라앉지 않는다.

열대어와 산호초 잠수구경
 
그렇게 많은 물고기들이 촘촘히 돌아다녀도 서로 부딪히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한번 접촉이라도 해보고 싶은 마음에 내 손가락을 살짝 내밀어본다. 내 쪽으로 오고 있던 물고기는 한순간 180도를 쉽게 꺾어 달아나버린다. 교감하고자 하는 욕심을 버리고 나도 열대어가 되어 함께 돌아다녀보자는 생각으로 바다 속 절벽을 따라 가본다. 물 밖으로 고개를 내미니 방파제가 저 멀리 있고 나 홀로다. 갑자기 왠지 모를 공포심이 다가온다. 그냥 물 속으로 다시 들어가 열대어와 산호초가 전시하고 있는 색미술관에서 놀아보자. 방수카메라가 없는 것이 참으로 아쉽다.

열대어 양쥐돔과(arabian surgeonfish) 
이번에 만난 열대어 중 하나가 쏠베감펭(라이언피쉬 lionfish)다. 마치 가시가 달린 해초가 다니는 듯하다. 나중에 알아보니 신기하게 생긴 이 물고기의 지느러미 쪽 가시엔 독이 있어 맞으면 극심한 통증을 느낀다. 심할 경우 호흡곤란과 메스커움을 유발한다. 열대어가 나를 피한 것이 오히려 나를 보호해준 것이라 여겨진다.


또 다른 열대어는 양쥐돔과(arabian surgeonfish) 물고기다. 몸통 무늬가 얼룩말과 유사하다. 방파제 위에서 바다 속을 들여다보는데 이 물고기가 노닐고 있다.


방파제로 돌아와 시계를 보니 잠수구경을 30분 넘게 했다. 생애 대기록이다. 이런 멋진 구경에 그동안 왜 별다른 관심이 없었을까... 오후 일광욕을 하고 있는데 수시로 모집원이 찾아와 배를 타고 나가 잠수구경하는 상품을 열심히 판다. 적지 않은 돈을 지불하고 거기에서 보나 돈 안 들이고 여기에서 보나 열대어는 그대로다. 머무는 동안 세 번이나 잠수구경을 해본다. 이번 여행에서 최고의 기억물을 꼽으라면 단연 열대어 잠수구경이다. 잠수경을 챙겨준 이집트인 친구에게 무한한 고마움을 느낀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이집트 여행기 4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그리스2021. 9. 16. 14:50

그리스 로도스의 거상이 있던 곳에서 일출 광경을 조망[관련글은 여기로]한 후 발걸음을 구시가지로 향한다. 로도스 구시가지는 에루살렘의 성 요한 기사단이 점령(1309-1523)해 요새화한 곳이다. 유럽 중세 문화와 이슬람 문화가 어울려 있다. 먼저 이른 아침 구시가지 산책을 하면서 촬영한 4K 영상(삼성 갤럭시 7)으로 로도스 구시가지 모습을 소개한다. 
 
일출 직후 동쪽에서 막 떠오르는 태양의 부드러운 햇살이 부딛히는 석벽을 바라보면서 걷는다. 이 나 홀로 산책에 축복감과 신비감마저 느껴진다. 간간이 청소차 소리를 제외하고는 고요하고 적막하다. 자유의 성문에서 발가는 대로 이 거리 저 거리를 둘러보고 앙부아즈 성문으로 나온다. 그때서야 관광객들이 하나 둘씩 눈에 띈다. 
 
 
로도스 구시가지는 넓은 해자와 높은 성벽 그리고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 만드라키 항구에서 가장 가까운 구시가지 성문은 자유의 성문(Liberty Gate)이다. 차도와 인도로 되어 있다.
 

구시가지는 1988년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이슬람 세력에 밀려나서 이곳에 자리잡은 성 요한 기사단은 엄청난 규모로 한동안 난공불락의 도시를 구축했다. 성당, 수도원, 병원, 성채, 성벽, 해자 등을 비롯한 이슬람 모스크 등의 건물들이 좁은 골목길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 석벽이 풍화되고 있는 것처럼 유네스코 세계유산 안내판도 낡아가고 있다.   

 

자유의 성문을 통과해 안으로 들어가면 오른쪽에 조그마한 광장이 나온다. 유대인 순교자 광장이다.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로 보내진 로도스 유대인 1604명을 추모하기 위한 곳이다. 이중 살아남은 유대인은 151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건물의 발코니는 사진찍기 명소로 알려져 있다. 이 사진을 나중에 본 아내는 어떻게 발코니에 올라갔는지 몹시 궁금해 한다. 믿거나 말거나 공중부양술으로 올라갔다고 답한다. ㅎㅎㅎ

  

구시가지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조약돌 바닥이다. 조약돌이 아주 촘촘히 박혀 있다. 주로 벽돌이나 큼직한 돌로 축조된 북유럽 구시가지 거리에서는 좀처럼 이런 조약돌 바닥 거리를 만나기 어렵다. 발바닥이 욱신거린다. 발바닥 안마에는 최고다.

  

구시가지에서 가장 관광객들이 범람하는 거리인 기사단의 거리(Street of the Knights, Odos Ippoton)다. 기사단 병원(현재는 고고학 박물관)에서 기사단장 궁전(Palace of the Grand Master of the Knights)까지 거의 일직선으로 뻗어 있다.

 

 

이탈리아-터키 전쟁(1911-1912)에서 승리한 이탈리아가 오스만 제국의 잔재를 제거하고 1930년대 고딕 양식으로 복원을 한 것이다. 사이에 풀 한 포기 없는 길쭉한 석조 고딕 건축물을 보고 있으니 그야말로 남유럽의 중세 시대에 시간여행을 진짜 하고 있음을 확신하게 된다. 

 

이 기사단의 거리 또한 사진찍기 명소답게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다. 이런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줄을 서야 하고 서로 양보와 이해를 해야 한다.

 

구시가지 내 선물가게나 상점이 많이 있는 소크라테스 거리 쪽으로 가려면 기사단의 거리로 방향을 틀지 말고 곧장 앞으로 쭉 가면 된다.

 

8월 하순 로도스 구시가지는 한마디로 코로나바이러스 시대가 완전히 지나간 듯하다. 단체 관광객들이 여기저기 뭉쳐서 안내사와 함께 둘러보고 있다.

 

다른 날 늦은 오후에 구시가지 산책을 또 한다. 이번에는 앙부아즈 성문으로 들어가 자유의 성문으로 나온다. 먼저 아이폰 12 프로맥스로 촬영한 영상으로 구시가지 모습을 소개한다.  
 
 

 

로도스 구시가지로 들어가는 성문은 모두 11개다. 그중에 가장 웅장하고 멋진 성문은 앙부아즈 성문이다. 요새를 둘러싸고 있는 폭넓은 해자 위에 세워진 돌다리를 건너야 닿을 수 있다. 이 성문은 1512년 기사단장 앙부아즈에 의해 건설되었다. 

 

도시를 더 강력하게 보호하기 위해 성문 양쪽으로 세운 둥근 탑이 인상적이다. 문 석벽 위 하얀 대리석에는 기사단장 앙부아즈의 문장이 새겨져 있다.

   

앙부아즈 성문을 통과했다고 해서 도시가 곧바로 나오는 것은 아니다. 이를 통과한 후에도 세 개의 성문을 더 지나야 비로소 도시 내부 접근이 가능하다. 두 번째 성문의 목재가 세월 흐름을 잘 말해주고 있다. 밑은 썩어서 일부 사라졌다. 문 너머 보이는 건물이 기사단장 궁전이다.  

 

사암 성벽이 풍화되어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조개 등 어패류와 작은 돌이 뒤섞여 있다.

 

로도스 구시가지의 핵심은 성 요한 기사단장 궁전이다. 원래 이곳은 태양의 신 헬리오스 신전 기초에 세워진 비잔틴 양식의 요새가 있었다. 성 요한 기사단이 이 요새를 개조해 기사단장 궁전으로 그리고 16세기부터 오스만 제국이 요새로 사용했다.

 

전쟁과 지진 등으로 심하게 손상되었으나 이탈리아가 이곳을 점령할 때 복원해서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3세의 별장으로 활용했다. 1948년 그리스로 양도되었고 그리스는 이곳을 박물관으로 개조해 일반인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두 가지가 놀랍다. 먼저 박물관 개장 시간이 상당히 이르고 늦다는 것이다. 아침 8시에 열고 저녁 8시에 닫는다. 발트 3국 박물관들은 보통 10시에 개장한다. 다른 하나는 대학생 입장료가 없다는 것이다. 이는 유럽연합 회원국 대학생들에게도 해당된다.

 

궁전 성인 입장료가 6유로다. 10유로짜리 복합입장권을 구입하면 네 군데를 다 방문할 수 있다. 네 군데는 기사단장 궁전, 고고학 박물관, 성(城) 성모 성당, 장식 예술 박물관이다. 시간적 여유가 있는 사람은 복합입장권을 사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다.

 

표를 구입해서 안으로 들어가면 직사각형의 넓은 마당이 나온다. 이 마당을 가로질러 오른쪽으로 들어가면 전시실이 나온다. 순서대로 보고 밖으로 나와 다시 마당을 가로질러 입구 쪽에서 오른쪽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윗층 전시실을 둘러볼 수 있다.

 

책에서만 볼 수 있었던 고대 그리스 토기 유물들을 이렇게 직접 볼 수 있다니...

 

목재 바닥이 주를 이루는 북유럽 발트 3국에서는 볼 수 없는 모자이크 바닥이다. 방수 시멘트와 작은 조약돌로 이루어져 있다.   

 

방마다 이런 모자이크로 바닥이 장식되어 있다.

 

복원하기 전 폐허가 되어 있는 궁전의 모습이다.

 

궁전을 둘러보면서 창문을 통해 밖의 구시가지를 감상하는 재미도 솔솔하다. 중세 시계탑과 모스크 첨탑이 보인다. 시간 속 기사단과 오스만의 공존을 말해주는 듯하다.

 

 

성 요한 기사단의 병원이었던 자리에 현재 고고학 박물관이 운영되고 있다. 1440년에 짓기 시작해 1489년에 완공된 대병원이었다. 이때 조선은 세종, 문종, 단종이 통치하던 시대다.  

 

2층 방마다 로도스와 인근 섬에서 발견된 고대와 중세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기원전 1세기에 조각된 웅크려 씻고 있는 아프로디테(비너스) 상이다.

 

구시가지 성벽은 비잔틴 제국 시대의 방어벽 위에 세워졌다. 성 요한 기사단에 의해 보수되고 증축 추가되었다. 총 4킬로미터에 이른다. 군데군데 옹성과 방어탑을 구경하면서 성벽 해자를 따라 쭉 산책해본다. 

 

난공불락의 이 성벽도 결국엔 16세기 초 오스만 제국에 의해 무너졌다. 성벽 해자 산책을 4K 영상에 담아본다.
 
 
이렇게 2박 3일 체류하는 동안 로도스 구시가지를 세 번이나 둘러보았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로도스 여행기 3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그리스2021. 9. 14. 15:51

그리스 로도스 도심에 있는 엘리 해수욕장(Elli Beach)를 거쳐 구시가지 쪽으로 발길을 돌리면 만드라키(Mandraki) 항구가 한눈에 들어온다. 고대 그리스부터 오늘날까지 이어져 내려온 유서깊은 로도스의 주요 항구임을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사슴 한 쌍의 조각상 너머에 크고 작은 유람선과 요트가 정박하고 있다. 높은 종탑과 거대한 성벽이 보이니 비로소 이제 고대와 중세 도시 로도스 구시가지에 와 있음을 실감한다.  
 

로도스의 상징 중 하나인 곳이 바로 여기다. 지금은 높은 기둥 위에 작은 숫사슴(Elefos)와 암사슴(Elafina) 조각상이 있다. 고대에 이곳에는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로도스의 거상(Clossus of Rhodes)이 이곳에 세워져 있었다고 추정된다. 

 

고대 로도스 사람들이 키프러스의 지배자와 싸워 이긴 것을 기념하기 위해 이곳에 그리스 태양신 헬리오스(Helios)의 거대한 동상을 세웠다고 한다. 높이가 33미터에 달했다고 한다. 기원전 226년 대지진으로 무너져 아직 복원되지 않았다. 정확한 위치는 여전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두 사슴 자리에 헬리오스 발이 쩍 벌려 서 있던 장면을 상상하는 동안에도 이 두 사슴 사이로 유람선이 끊임없이 들어오고 나간다. 따가운 햇볕이 내리쬐는 숫사슴 조각상 주변은 묵묵히 기다림을 즐기는 낚시인들의 놀이터다. 

 

건너편에는 암사슴 조각상이 있고 그 뒤에는 보이는 건물은 어부들의 수호성인인 성 니콜라오스 요새다. 지금은 등대로 사용되고 있다.   

 

만드라키 항구는 로도스 남쪽 최대 관광명소인 린도스(Lindos)와 인근에 있는 또 다른 섬 시미(Symi) 섬 등으로 출발하는 관광 유람선들의 정박소다.

 

해변을 따라서 요새 쪽으로 쭉 걸어가본다. 관광 유람선의 표를 파는 사람들이 연이어서 말을 걸어온다. 참고로 엘리 해수욕장과 만드라키 경계 지점에서 암사슴 조각상까지 도보로 걸린 시간은 약 20분이다.   

 

 

성 니콜라오스 요새다. 항구 입구에서 고대와 중세 도시를 보호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음을 알 수 있다. 가는 길에는 중세 시대 풍차 세 대가 나란히 세워져 있다. 도보 촬영을 하느라 아쉽게도 카메라에 담지 못했다. 

 

숫사슴 조각상 뒤에 있는 고딕 양식을 띤 성당은 정교회 성모 마리아 영보 대성당이다. 이탈리아 점령 시대인 1920년대에 로마 가톨릭 대성당으로 세워졌다가 1948년 다시 그리스 땅이 되자 정교회 대성당이 되었다. 

 

암사슴 조각상이다. 조각상의 사슴은 이곳 로도스 섬에서 서식하고 있는 다마사슴(dama dama deer)이다. 이곳까지 오려면 구시가지 쪽에서 10여분의 발품을 팔아야 한다. 

 

정박된 유람선 뒤 하얀 건물은 식당, 기념품가게 등이 즐비한 새로운 아고라(Nea Agora)다. 그 뒤에 우뚝 솟은 건물이 1309년에서 1523년까지 이곳을 다스리던 기사단장의 궁전(가족 여행기 3편 내용)이다.

 

어디를 여행가든 그곳에서 일출과 일몰 조망을 즐긴다. 다음날 6시 30분경이 일출시각이라 숙소에서 나와 분홍빛 여명을 쫓아서 발걸음을 재촉한다. 

 

 

상쾌한 바람을 맞으면서 사람도 차도 없는 고요적막한 거리를 걸으니 "아, 이래서 사람들이 새벽 산책을 좋아하는구나!"라고 새삼스럽게 확신하게 된다.   

 

여전히 하얀빛을 발하는 가로등이 성모 영보 대성당을 밝히고 있다.

  

성 니콜라오스 요새의 하얀빛 가로등도 서서히 그 위력을 잃어가고 있다. 6시 25분 숫사슴 조각상 앞에서 자리를 잡는다. 나침반 앱을 통해 일출 방향 동경 75도 쪽으로 카메라를 고정시켜 놓고 잔잔한 파도소리를 들으면서 하루 태양의 탄생을 기다린다. 

 

하얀빛 가로등이 꺼지고 동쪽 분홍빛 하늘에 붉은 점이 모습을 막 드러내자 비둘기 한 마리가 푸드덕 날아간다. 

  

로도스의 거상(크로이소스의 거상) 자리에서 맞는 일출 광경을 사진에 담아본다.

 

 

일출 광경을 4K 영상에도 담아본다.
 
 
멋진 일출을 조망했으니 로도스 여행을 벌써 다 만끽한 듯한 기분으로 발걸음을 로도스 구시가지 쪽으로 향한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로도스 여행기 2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그리스2021. 9. 11. 00:52

6월 중순 백신여권(백신접종증명서)으로 그리스 자킨토스를 다녀왔다(자킨토스 가족여행기 18편). 여름방학이 끝나기 전인 8월 하순 어디론가 또 여행을 가고자 한다. 이번에는 식구 4명이 함께 하기로 한다. 어디로 갈까가 고민이다. 6월에 다녀온 그리스가 마음에 들어 일단 그리스로 정한다. 이미 2명은 코르푸(Koffu)를 다녀왔고 2명은 자킨토스(Zakynthos)를 다녀왔다. 그래서 4명이 다 안 가본 곳을 선택한다. 

 

아테네, 케팔로니아, 크레타, 로도스, 산토리니, 타도스 등 아직 가보지 않은 것이 그리스의 관광지가 많다. 최종적으로 큰딸의 취미인 카이트서핑에 적합한 곳을 선택하기로 의견을 모은다. 그리스 도데카니사 제도의 역사적 행정적 중심인 로도스(Rhodes, Rodos, Rodi)다. 이 섬의 남쪽 극점에 있는 프라소니시(Prasonisi)는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카이트서핑 명소다.
 
로도스는 크레타 섬에서 북동쪽에 자리하고 터키와 매우 근접해 있다. 그리스와 키프로스의 중간 지점에 위치한다. 인구는 11만명이다. 로도스로 여행간다고 하니 고대 그리스인들이 말한 세계 7대 불가사의 가운데 하나인 로도스 거상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로도스에서 추정되는 거상의 자리에 꼭 가봐야지...
 
참고로 그리스인들이 꼽은 세계 7대 불가사의는 대피라미드, 바빌론 공중 정원, 알렉산드리아 등대, 에페소스 아르테미스 신전, 마우솔로스 영묘, 올림피아 제우스상, 로도스 거상이다. 아래 지도에서 로도스(Rhodes)의 지리적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여행지를 결정했으니 이제는 항공편을 알아본다. 저가항공사 라이언에어(Ryanair)가 리투아니아 카우나스에서 로도스까지 직항을 운행하고 있다. 여행짐을 최소한 챙겨 25cm x 40cm x 20cm 규격의 가방에 각자 담고 카이트서핑 용품을 위해 수화물 운송료를 따로 지불한다.
 
공항 탑승 대기실은 마스크 착용만 없다면 코로나바이러스 시대 이전의 모습과 비슷하다. 이날 카우나스 공항은 비행기 탑승을 위해 따로 버스를 타지 않고 걸어서 곧 바로 비행기에 탑승한다. 좌석을 따로 구입하지 않아서 무작위로 받았는데 비상구 옆이다. 다리를 쭉 뻗을 수 있고 또한 창문을 통해 이륙과 착륙을 확 트이게 볼 수 있다.
 

 

세 시간 비행 후 석양이 비치는 로도스 섬이 시야에 들어온다. 하얀색 건물이 주를 이루고 있는 로도스 도시를 내려보고 있으니 정말 이렇게 그리스에 또 왔구나라고 느껴진다. 대형 크루즈가 항구에 정박해 있고 구시가지는 녹색나무 띠로 둘러싸여 있고 삼각형으로 뻗어나온 도심 엘리 해수욕장(Elli Beach)은 회갈색빛이다.

 

비행기가 활주로 사뿐히 내려 착륙장에 도착하자 비행기 날개 너머에 노란 해가 붉은 노을을 만들면서 지고 있다. 6월 중순 그리스에 입국할 때는 승객 한 명씩 입국심사를 세심하게 했는데 이번에는 여권이나 백신여권 그리고 거주지신고서를 거의 확인하지 않고 질서만 통제하고 있다. 한꺼번에 여러 비행기에서 관광객들이 쏟아져 들어온다. 코로나바이러스 없는 사람 붐비는 기차중앙역처럼 보인다. 

 

렌트카 회사에서 마중을 나와 렌트카 사무실까지 안내한다. 숙소가 있는 로도스까지 가는 밤길이 참으로 고생스럽다. 구글지도가 안내하는 길이 공항 인근 도심을 통과하는데 주말 저녁이라 상인들을 위해 통행금지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리저리 때론 좁은 도로 때론 비포장도로를 따라 힘들게 그 지역을 벗어난다. 아. 낯선 지역에서 밤길은 참 험난하구나!!!
 
 
이틀 묵을 숙소는 로도스 구시가지를 걸어서 둘러볼 수 있는 곳으로 정한다. 조식이 포함된 호텔인데 상당히 만족스럽다. 에어컨을 사용할 때는 1박에 방당 숙박료와는 별도로 지불해야 한다. 배정 받은 방이 6층이다. 그리스는 0충부터 시작한다. 즉 6층이 7층이다. 창문을 열어놓으니 에게해에서 시원한 바람이 방안으로 쏴쏴 들어와 굳이 에어컨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 8월 하순인데 낮과 밤의 온도 차이가 거의 없다. 섭씨 25-30도다.

 

호텔 투숙절차를 마치자 밤 10시가 된다. 늦은 저녁을 먹는다. 물론 식당에 따라서 다르지만 대체로 자킨토스보다 로도스가 음식이나 술이 2-3유로 더 비싸다. 주요리만 시켜도 자킨토스 식당 대부분은 전식과 후식을 무료로 제공하는데 이곳 로도스 식당 대부분은 주문한 음식만 나온다. 
 
8일 동안 여행하면서 여러 식당을 다녔지만 후식을 무료로 제공한 식당은 딱 한 군데다. 그리스의 수박과 포도를 얼음과 함께 내놓는다. 제철인 포도는 참으로 달콤하다.  

 

다음날 호텔 조식 식탁 위 안내문이 눈길을 끈다. "음식은 여기서 드시고 가져가지 마세요." 투숙객들이 제법 많다. 빈 자리를 두리번거려야 할 정도다. 음식은 만족스럽다.    
 

로도스 섬 여행에서 가장 먼저 가본 곳은 도착 다음날 오전 엘리 해수욕장(Elli Beach)이다. 먼저 숙소 인근에 있는 디아고라스(Diagoras) 동상이 있는 광장부터 시작한다. 이곳 출신인 디아고라스는 기원전 5세기 고대 그리스의 권투선수다. 고대 올림픽에서 두 차례 권투에서 우승을 했고 그의 세 아들 또한 올림픽 챔피언이다. 두 아들이 올림픽에서 우승한 아버지를 태우고 있다.

 

에게해에 연해 있는 조약돌 해변을 따라 북동쪽으로 쭉 걸어간다. 군데군데 해양산(파라솔)이 설치되어 있고 아직 사람들이 거의 없는 한가한 때다. 이날 에게해는 파도가 거세다. 
 

북동쪽으로 갈수록 조금씩 사람들도 늘어나고 해양산 개수도 많아진다. 해변의자 두 개를 하루 종일 사용하는 비용이 3유로라는 안내문이 보인다. 이는 같은 해수욕장일지라도 에게해 해변 쪽은 지중해 해변 쪽보다 사람들이 덜 찾아온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한다.  구시가지에서 좀 더 떨어져 있고 수심이 깊고 또한 오늘처럼 파도가 세기 때문일 것이다.

 

걸어온 길을 되돌아본다. 엘리 해수욕장에서 지형적으로 혀끝에 해당되는 에게해 해변쪽은 텅 비어 있다. 조약돌로 뒤섞인 해수욕장이다. 

 

에게해 혀끝쪽을 돌아 지중해로 돌아서니 갑자기 일광욕을 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해수욕을 하는 사람도 눈앞에 나타난다. 이곳은 파도부터 잔잔하다. 어디를 가든 이곳의 바닷물은 수정같이 맑다.

 

이날 거센 물결에 파도타기를 즐겨하는 사람에게는 에게해 쪽이 좋고 잔잔한 파도에 수영하기를 즐겨하는 사람에게는 지중해 쪽이 좋다. 전자는 한적한 곳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에게 좋고 후자는 북적거림을 즐기는 사람에게 좋다. 이렇게 엘리 해수욕장은 두 얼굴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저 바다 건너 희미하게 보이는 산이 바로 터키 땅이다. 파란색 단색의 하늘에 한가롭게 날아다니는 알록달록 수상 낙하산을 바라보면서 조약돌에 지친 발바닥을 한동안 쉬게 한다.

 

 

귀중품 지키기를 아내와 교대하고 나도 바다로 첨벙한다. 수영하면서 바다를 향해 얼마 가지 않았는데 발가락 끝이 바닥에 벌써 닿지를 않는다. 바닷물이 매우 짜니 조금만 사지를 움직여도 물에 떠있기가 용이하다. 

 

엘리 해수욕장의 명물 중 하나가 바다 한가운데 있는 뛰어들기 시설(다이빙대)이다. 해변에서 수영으로 도달한다. 시간적 여유가 있었더라면 용기 내어 한번 뛰어내려 봤을 텐데 말이다. 해수욕장에 보이는 밝은 노란색 건물이 로도스 수족관이다.  

 

만드라키(Mandraki) 항구 근처에서 바라본 엘리 해수욕장 전경이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다양한 색깔의 해양산이 지중해 해변에 펼쳐져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상황임에도 이곳은 그야말로 인산인해다.

 

구시가지 인근 있는 해수욕장이라 관광객들이나 주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다. 해변 따라 식당, 카페, 술집, 호텔 등이 즐비하다. 우리는 다음 행선지인 만드라키 항구와 구시가지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디아고라스 동상 광장부터 만드라키 항구 시작점까지 쭉 걸어본 엘리 해수욕장을 4K 영상에 담아본다. 도보로 약 40분이 소요된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로도스 여행기 1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그리스2021. 9. 7. 15:12

꽃이나 화초를 좋아한다. 어릴 때 사랑방에서 천장까지 자라오른 바나나나무가 생각난다. 이번 그리스 자킨토스에서 6월 중순에 만난 화초를 소개한다. 우선 인상적으로 다가온 것은 거리의 인도 화초다. 사람 다니기도 버거울 정도 좁은 인도에 사람들이 화초를 가꾸고 있다. 어떤 나라에서는 사람들의 거리 통행에 방해가 된다고 화분을 철거하라는 민원이 제기될 법도 하다.    
 

라가나스 어느 호텔 마당에서 본 화초다. 시멘트 화분에서 고이 자라던 나무가 점점 크져 마침내 단단한 시멘트 화분 마저 깨부수고 말았다.  

 

화려한 분홍색 꽃이 가장 흔히 보인다. 이 꽃의 이름은 유도화 또는 협죽도(nerium oleander)이다. 지중해 연안 나라들에서 담장, 정원 등 관상용으로 많이 기르고 있다. 한국 제주도에서도 자생한다고 한다. 떨어져서 잎은 대나무잎 닮았고 꽃은 덩쿨장미꽃을 닮았다. 

 

숙소가 있는 호텔로 가는 거리에는 거의 집집마다 협죽도가 피어 있다.

 

진 꽃, 지는 꽃, 피는 꽃, 필 꽃이 공존하고 있다.

  

꽃향기가 좋아 코끝을 꽃잎까지 대면서 향기를 맡아본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협죽도는 강한 독성을 지니고 있는 식물이다. 독성분은 주로 잎에 분포되어 있고 꽃이 필 때 최고조에 이른다. 

 

협죽도는 붉은색 꽃도 있고 흰색 꽃도 있다.

 

화려한 아름다움과 향기로운 냄새를 지니고 있는 이 협죽도가 사람과 가축에게 해를 입힐 정도로 독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금시초문이다. 그래서 낯선 곳에서 낯선 식물은 늘 조심해야 할 대상이다. 불빛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꽃이다.   

 

어릴 때 한국 시골집 담장에서도 자라던 무화과다. 

 

올리브 열매다. 

 

모래에서도 잘 자라고 있는 건생식물이다.

 

거대한 벌이 건생식물 꽃에서 꽃물을 빨고 있다.

 

선인장 백년초가 노란꽃을 피우고 있다. 

한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분꽃이다.

 

길을 가다 어디서 코에 익은 아주 은은한 향기가 나기에 냄새를 따라 가본다. 할아버지 수염 달린 듯한 인동덩굴(인동초 인동) 꽃이다. 어릴 때 시골집 담장에 자라던 그 인동덩굴을 이곳 그리스에서 다시 보다니... 꽃물이 달콤해 꽃을 따서 쭉쭉 빨곤한 어린 시절이 눈앞에 선하다.  

 

담벼락에 바짝 붙어 자라고 있는 어린 협죽도가 밝은 분홍꽃을 피우고 있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자킨토스 여행기 18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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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여행/그리스2021. 9. 7. 04:56

아기오스 니콜라오스(Agios Nikolaos) 마을은 자킨토스 도시에서 북서쪽으로 32km 떨어져 있다. 행정 구역상 볼리메스(Volimes)에 속한다. 동일한 이름으로 자킨토스 최남단 부분에 있는 세인트 니콜라스(Saint Nicholas, Agios Nikolaos 아이오스 니콜라오스: 세인트 니콜라스 해수욕장에서 그리스 국기를 알아보다)는 행정 구역상 바실리코스(Vasilikos)에 속한다.   

 

 

북서쪽에 있는 아기오스 니콜라오스 마을은 50여명이 사는 아주 작은 마을이지만 자킨토스 섬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여름철 자킨토스 도시 항구과 함께 케팔로니아 섬에 있는 페사다(Pessada)와 연결하는 연락선(페리) 선착장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곳에서 유명한 나바지오 해수욕장으로 관광객을 실어나르는 보트가 출발한다.  

구글 지도 위치: https://goo.gl/maps/DgganKkvAjPEo7pP8

 

이 마을로 가는 도로 양 옆으로는 오래된 올리브 나무들이 도처에 자라고 있다. 또한 원추형으로 하늘을 향해 우뚝 솟아있는 사이프러스(지중해 측백나무)도 쉽게 볼 수 있다.

 

마을에 도착하자 제일 먼저 눈에 확 들어온 것이 간판이다. 난파선 해변(나바지오 해수욕장)과 파란동굴 관광 표구입을 안내하는 간판이다. "Tickets 티켓을"이다. "티켓들"을 "티켓을"로 쓴 것일까? 아니면 "티켓을 (여기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를 줄인 것일까?
 
아무튼 이곳에서 한글을 만나니 반갑다. 코로나바이러스 이전에 한국인 관광객들이 이곳을 통해 "태양의 후예" 촬영지를 많이 찾았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준다.     
 

해변 식당 마당 위를 덮고 있는 포도나무에는 포도알이 영글고 있다. 도로변을 장식하고 있는 하얗게 칠한 화분에 피어난 꽃이 더욱 발갛게 보인다.

 

가운데 섬 이름도 마을 이름과 같다. 바람으로부터 항구를 보호하고 있다. 하얀 자갈로 이뤄진 작은 해수욕장이다. 늦은 오후라 거의 텅 비어 있다.

   

해수욕장 오른쪽 남쪽으로 갈수록 작은 자갈은 돌덩이로 바뀐다. 정박해 있는 요트와 배들이 바람따라 이리저리 자리를 이동하고 있다.

 

바람놀이하는 붉은 배 세 척을 한참을 지켜본다.

 

 

 

대형요트는 바람따라 홀로섬을 시야에서 가리고 보여주기를 반복하고 있다. 

 

아기오스 니콜라오스는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해수욕장이자 포구다. 하얀색과 파란색 일색인 그리스 바다에 빨간색 배가 더욱 돋보인다.

 

여행 중 사진찍기만을 좋아하는데 여기서 한번 찍혀본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자킨토스 여행기 16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그리스2021. 9. 7. 04:55

알뤼카나스 해수욕장을 떠나 굽이굽이 해안도로를 따라 북쪽에 있는 아기오스 니콜라오스 항구로 가다보면 유황 냄새가 점점 강하게 코를 찌른다. 고개를 돌아 밑으로 가다보면 갑자기 오른쪽 앞에 새롭게 단장한 듯한 주차장이 나온다. 분명 근처에 명소가 있을 것만 같다. 여기가 바로 크씨기아(크시기아) 유황 해수욕장(Xigia sulfur beach)이다.
구글 지도 위치: https://goo.gl/maps/YRUGuzKV5fkDnhCh9 

 

 

같은 이름으로 유황 해수욕장이 둘이다. 지도에서 밑에 있는 첫 번째 해수욕장은 도로에서 조금 떨어져 있고 다른 하나는 위에 있는데 도로 옆에 있다. 후자가 차로 접근하기가 용이하다. 우리가 들런 곳은 도로 옆에 있는 두 번째 해수욕장이다. 남쪽에서 북쪽으로 올라가는 방향 도로에서는 이 해수욕장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곳 주차장은 자킨토스에 드물게 있는 사설이라 유료다. 젊은 주차요원이 다가와 주차권을 내밀자 오래 머물지 않고 잠시 다녀올 것이라고 주차비를 받지 않는다. 그리스는 융통성이나 이해심이 있는 사람들이 여전히 살고 있는 나라이구나를 자킨토스에서 여러 번 체험하고 있다.  

 

주차장 끝지점으로 가면 감탄을 절로 자아내는 멋진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깎아내린 듯한 절벽에 푹 안긴 아주 작은 해수욕장이다. 유황 냄새가 더욱 심하다. 말 그대로 비경이다. 자고로 보물은 숨어 있어야 더욱 빛나는 법이다.    

 

하얀 자갈과 모래가 뒤섞인 해수욕장이다. 청록빛 바닷물이 다른 해수욕장에 비해 탁해 보인다. 이유인즉 이 바닷물에 유황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청록빛 바다가 하얀빛을 띠고 있다.

 

유황은 항암작용뿐만 아니라 피부병, 염증제거, 살균작용, 당뇨병, 뼈강화 등에 효능이 있다고 한다. 이런 천연유황 바다에 몸을 담그지 않을 수가 없다.

 

자킨토스에 있는 여러 해수욕장과는 달리 여기는 해변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갑자기 수심이 깊어진다. 탁해 보이지만 물은 깨끗하다. 물이 다소 차가운데 오히려 다른 해수욕장에서 느낄 수 없는 신선함과 쾌적함을 주고 있다.

 

해변 절벽 그늘에서 여러 가족들이 자리를 차지해 한가함을 즐기고 있다. 구석진 곳에는 작은 매점이 있다. 음식은 절벽 위에 있는 식당이 바구니에 담아서 줄을 이용해서 밑으로 내려보낸다.

 

물 속에서 솟아난 작은 바위가 조류의 발로 보인다. 독소리나 칠면조가 물밑에 있는 무엇인가를 찾고 있는 듯하다.

 

노천에서 동굴 속 안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억겁의 세월이 빚어낸 주름지고 튀어나온 바위의 모습이 참으로 인상적이다. 
 
파란 하늘, 직각에 가까운 암석 절벽, 청록빛과 하얀빛이 섞인 고요한 바다... 
오랜 시간 아무 생각 없이 그저 바라만 보면서 머물고 싶은 곳이다.
 

생존 수영의 정수인 누워뜨기다. 두 다리를 쭉 뻗고 두 팔을 뻗어도 가라앉지를 않는다. 두 손과 두 발이 밖으로 드러나 있어도 말이다.

  

천연유황 해수욕장에서 수영하고 나오니 한동안 온몸이 미끈하고 썩은 달걀 냄새를 뿜어내고 있다. 다음 행선지인 아기오스 니콜라오스 항구로 향한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자킨토스 여행기 15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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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여행/그리스2021. 9. 6. 05:03

그리스 자킨토스에 있는 알뤼카나스(알리카나스) 해수욕장(Alykanas beach)은 이미 소개한 칠리비(Tsilivi) 해수욕장과 비슷하다. 얕은 수심, 길쭉하게 뻗어있는 모래사장, 청록빛 바닷물, 물놀이 기구 등등...

구글 지도 위치: https://goo.gl/maps/tH9pen2b8FUa3VtUA

 

 

케팔로니아 섬과 나바지오 해수욕장으로 가는 항구가 있는 아기오스 니콜라오스(Agios Nikolaos) 향하는 도로 언덕에서 잠시 쉰다. 밑으로 내려다보면 말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고 해변쪽 오래된 올리브나무와 언덕쪽 새로운 올리브나무들이 공존하고 있다. 원추형으로 우뚝 솟아있는 나무가 사이프러스(지중해 측백나무)다. 

 

언덕에서 바라보이는 알뤼카나스 전경이다.   

 

고운 모래사장이 폭넓게 펼쳐져 있다.

 

 

파란 하늘과 바다, 하얀 구름과 파도가 그리스 국기 색깔을 떠올리게 한다. 

 

바다 건너 보이는 섬이 케팔로니아다. 

 

수정같이 맑은 바다가 깊지 않아서 어린이들이 물놀이하기에도 딱 좋다.    

 

텅 빈 백사장에 한 사람이 침대의자에 누워 일광욕을 즐기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시대 관광업계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듯하다. 바닷물 속 검은 물체는 야자수 잎이다. 
 

해변따라 쭉 걸어본 알뤼카나스 해수욕장을 4K 영상에 담아본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자킨토스 여행기 14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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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여행/그리스2021. 9. 6. 04:50

그리스 자킨토스 여행 중 주로 해수욕장을 찾아서 일광욕과 해수욕을 즐겨본다. 오늘은 동쪽 해안선에 있는 칠리비(트실리비) 해수욕장(Tsilivi beach)을 소개한다.
구글 지도 위치 Tsilivi beach: https://goo.gl/maps/GKrBxCKqD1JLg2tq8

 

자킨토스 중심도시에서 7km 떨어져 있는 칠리비 해수욕장으로 가는 도로 양옆에는 포도밭과 올리브나무밭이 도열해 있다. 도착하면 길쭉하게 뻗어있는 해수욕장이 한눈에 쫙 들어온다. 대부분 자갈이 섞여 있는 모래사장이다. 수심이 얕아서 아이들이 놀기에도 좋다. 다양한 물놀이 기구도 준비되어 있다. 

 

반대쪽에서 작은 항구가 있는 데까지 걸어본다. 약 20분이 소요된다.   

 

해변을 따라 호텔이나 식당 등이 즐비하다. 

 

바다 넘어 보이는 섬이 케팔로니아(Kefalonia, Cephalonia)다. 그리스에서 여섯 번째로 큰 섬이다. 언젠가 저 섬에서도 휴가를 보낼 날이 오길 기대해본다. 

 

 

어디를 가든 펄럭이는 그리스 국기를 자주 볼 수 있다. 해수욕장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해수욕장의 폭이 상당히 넓다. 저 텅빈 해변 침대의자에 사람들이 가득 찰 날이 하루속히 오길 바란다.  

 

수심이 얕지만 바람이 불면 파도가 심히 넘실거린다. 한가로운 수영하기보다 파도타기를 더 좋아하는 사람들은 라가나스만 해변 해수욕장보다 동쪽 해변 해수욕장을 권한다. 

   

쭉 걸어가면서 칠리비 해수욕장을 4K 영상에 담아본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자킨토스 여행기 13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그리스2021. 9. 5. 16:05

그리스 자킨토스 동쪽 해안선에 위치한 포로토 조로 해수욕장(Porto Zorro Beach)을 소개한다. 자킨토스 어디를 가든 바닷물은 수정처럼 깨끗하다. 발트 3국에 접해 있는 발트해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청록빛 바다가 이국적인 정취 속에서 지금 여행을 하고 있음을 상기시켜 주고 있다. 

구글 지도 위치 Porto Zorro Beach https://goo.gl/maps/tdsKF5aqdGvnJpPeA

 
 
이 해수욕장은 인근에 있는 세인트 니콜라스 해수욕장처럼 규모가 작고 모래사장이다. 호텔이 운영하고 있는 해양산(파라솔)이 해수욕장 좌우를 가득 메우고 있다.  

 

바다와 산 사이에 있는 해수욕장의 폭은 좁다. 그늘 없는 모래사장에서 선크림을 바르고 일광욕을 하기엔 모래가 너무 뜨겁고 햇볕이 워낙 따갑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용료를 내거나 음료를 주문해서 해양산 아래 자리를 잡는다. 해양산 아래 의자 두 개 사용료가 하루 종일 7유로다.

 

모래 해수욕장이지만 해변쪽으로 갈수록 자갈이 섞여 있다. 바닷물 속에도 자갈이 많이 섞여 있다. 저 멀리 수평선 넘어 희미하게 보이는 곳이 그리스 펠로폰네소스 반도다. 

 

포로토 조로 해수욕장 전경의 압권은 비록 작지만 바위섬 여러 개가 해변에 인접해 있다는 것이다. 윗부분은 초록 식물이 마치 머리카락처럼 바위를 덮고 있다. 이 바위섬들이 해수욕장에 운치를 더해주고 있다.

 

바위섬 쪽이 궁금해 가보지 않을 수 없다. 다른 해수욕장에 비해서 많은 사람들이 밀집해 있다. 걸어가는 해수욕장을 4K 영상에 담아본다.

 

 

 

바위섬 사이로 바라본 포로토 조로 해수욕장이다. 바닷물 속에도 바위들이 있어서 이에 의지하는 바다생물을 수중 관찰하기(스노클링)에도 아주 좋은 해수욕장이다. 

 

마치 사자나 챔팬지 한 마리가 해수욕장의 안전을 지키는 듯하다. 

 

바위섬 뒷편을 바라보니 사람들이 등에 무엇인가를 바르고 있다. 한 무리는 왼쪽으로 더 들어가고 있다. 왜 사람들이 그쪽으로 향할까 궁금해진다. 따라 들어가본다.

 

 

이쪽 해변은 점토암으로 이루어져 있다. 사람들은 점토 덩어리를 줍거나 긁어서 온몸을 칠한 후 일광욕을 즐긴다. 한번 시도해보니 바닷물에 씻을 때 마치 고운 비누를 칠한 듯하다. 그리고 매끈한 피부가 한동안 유지된다.  

 

점토암이 있는 곳에서 바라본 해수욕장이다.

 

촬영 세트장이 마련되어 있었다. 해변 회갈색 더미는 야자수 잎이 밀려와서 뭉쳐 있는 것이다.  

 

보통 음료를 주문하면 해양산 사용료를 받지 않는다. 그런데 포르토 조로 해수욕장은 둘 다 받는다. 음료와는 상관없이 사용료를 내야 한다. 하루 종일이 아니라 1시간 정도 머물렀는데 7유로 내기가 주저된다. 사정 이야기를 하니 계산하는 종업원이 그러면 음료값만 내라고 한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자킨토스 여행기 12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그리스2021. 9. 3. 21:52

게라카스(Gerakas) 해수욕장[관련글]에서 라가나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근처에 있는 해수욕장 하나를 더 둘러보기로 한다. 바실리코스(Vasilikos) 마을에 위치한 세인트 니콜라스(Saint Nicholas) 해수욕장이다. 
구글 지도 위치: https://goo.gl/maps/rKHdkZzMpNek6XSXA  
 

게라카스 해수욕장과 전혀 다른 모습이다. 우선 야자수가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작은 규모의 해수욕장에는 파라솔로 가득 차 있고 바다에는 수상놀이 시설이 설치되어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게라카스 해수욕장은 붉은바다거북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해수욕장으로 다가가는 바로 왼쪽 카페에서 갈증 난 목을 축인다. 입구 기둥에 붙은 글귀(Life is better at the beach - 해변에서 삶이 더 좋아)가 청록빛 바다를 방금 본 내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카페에서 보라본 해수욕장 전경이다. 좌우로 빼곡 설치되어 있는 해양산(파라솔)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텅 비어 있다. 예전 같으면 관광객들로 붐비었을 텐데 말이다. 해양산은 주로 왕갈대(arundo donax)로 만들어졌다.   

 

관광객이 없으니 물놀이기구도 쉬고 있다. 해수욕장 샤워기가 포도주병따개를 연상시킨다. 땅속을 파서 물을 퍼올려 위에서 뿌려주는 듯하다.

    

이곳의 해변에서는 검은빛 갈색 더미를 흔히 볼 수 있다. 바닷물 속에도 있는데 얼핏 보면 해조류 같다. 종종 물기가 빠진 모래 해변을 걷다보면 습지 위를 걷는 듯 발밑이 푹신거림을 느낀다.

 

 

궁금해서 모래를 걷어내니 확 풀려진 카세트테이프 줄이 뭉쳐있는 듯하다. 이것의 정체는 파도에 휩쓸려온 야자수 잎이다. 세찬 바람이 야자수 기둥을 빗자루로 만들어 놓은 듯하다.

         

해수욕장 왼쪽 바위 언덕 아래에 자리잡고 있는 하얀 성당이 눈에 띈다. 아기오스 니콜라오스(Agios Nikolaos) 동방정교 성당이다. 대체로 이곳의 성당은 규모가 작고 아담하다.

 

성당 종탑이 참 소박하다. 파란색 바다만큼 하늘도 파랗다. 그리스 국기에 왜 파란색이 있는지를 쉽게 알 수 있다. 하얀색 또한 그리스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색이다. 바다에는 하얀 파도가 넘실대고 마을에는 하얀 집들이 빛을 반사하고 있고 하늘에는 하얀 구름이 두둥실 떠다닌다. 

 

바위 언덕 위에는 그리스 국기가 휘날리고 있다. 시원한 맥주를 한 잔 하면서 그리스 국기의 의미를 한번 알아본다. 파란색 네모와 하얀색 십자가는 동방 정교회를 의미한다. 파란색과 하얀색 가로줄 아홉 개는 오스만 제국에 대항한 그리스 독립전쟁(1821-1829) 당시의 표어인 "자유가 아니면은 죽음"(Έλευθερία ή Θάνατος E-lef-the-rì-a i Thà-na-tos)의 음절 9개를 뜻한다. 파란색은 자유, 하얀색은 죽음을 상징한다. 

 

 

이 숫자 9는 자유를 뜻하는 그리스 단어 ελευθερία(엘레프테리아)의 철자 수가 아홉 개라는 데서 유래되었다라는 설도 있다. 또한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학술과 예술을 관장하는 여신 9명을 의미한다라는 설도 있다. 지금의 그리스 국기는 1978년 12월 22일 제정되었다. 

 

동방 정교회 쪽에서 바라본 세인트 니콜라스 해수욕장 전경이다.

저 백사장에 관광객들로 붐비는 날이 언제 다시 돌아올까...

 

여러 각도에서 바라본 세인트 니콜라스 해수욕장 모습을 영상에 담아본다. 

 
 
아래는 걸어서 둘러본 세인트 니콜라스 해수욕장을 영상에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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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자킨토스 여행기 11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그리스2021. 9. 2. 05:36

이번 그리스 자킨토스 여행에서 가는 해변마다 처음부터 끝까지 쭉 해변따라 걸어본다. 숙소를 라가나스(lagahnas)에 있는 호텔로 정한 이유 중 하나가 라가나스만을 따라서 길게 뻗어있는 모래사장 해변이 있기 때문이다. 
 
아래 사진에서 보이는 해변을 따라 해수욕장이 쭉 이어져 있다. 모래사장으로 이루어져 있는 크리스탈, 칼라마키, 라가나스 그리고 아기오스 소스티스 해수욕장이다.  
 

라가나스만에 있는 해수욕장을 차례대로 소개한다.
 
1. 카치카 해수욕장 Katsika Beach | 구글지도 위치 

카치카 해수욕장은 스코포스 산 아래 외진 곳에 있어 접근하기가 용이하지 않다. 해변 바다에 산재해 있는 바위에서 보듯이 이 해수욕장은 모래가 아니라 자갈로 이루어져 있다. 카치카 해변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모래사장 해변이다. 

북쩍거림을 싫어하고 원시스러움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한번 가볼만 하다. 이날 해변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 두 서너 명만이 눈에 띈다.   

 

해변 바다 속 바위 위에서 바라보이는 카치카 해수욕장을 4K 영상에 담아본다.
 
 
2. 크리스탈 해수욕장 Crystal Beach Kalamaki | 구글 위치

자킨토스에서 일주일 체류하는 동안 두 번이나 이 해수욕장을 찾았다. 모래사장 해수욕장이다. 이 해수욕장은 칼라마키 해수욕장에 포함되기도 한다. 대부분 줄이 쳐져 있다. 왜냐하면 붉은바다거북(loggerhead sea turtle)이가 알을 낳은 곳이기 때문이다. 붉은바다거북은 멸종위기종이다. 그래서 그리스 정부는 이곳 자킨토스 라가나스만 일대를 해양국립공원으로 지정해 붉은바다거북을  보호하고 있다.

   

6월 중순인데도 맨발로 다니기 어려울 정도로 모래사장이 뜨겁다. 참을성을 길러봐야지 하다가는 화상을 입기 쉽상이다. 멋모르고 잠시 동안 맨날로 걸었는데 발바닥의 화끈거림이 다음날까지 이어진다. 

 

 

아래 사진에서 보이는 암석이 칼라마키 해수욕장과 크리스탈 해수욕장을 분리하고 있다. 거북이 한 마리가 목을 살짝 내밀고 바다를 향해 기어들어가는 듯하다.

 

가까이 가서 보니 암석의 종류가 다양하다. 대리석, 사암, 석회암, 점토암 등등이다. 한 암석은 마치 합판을 보는 듯하다. 얇은 석판이 겹겹이 쌓여있다. 혹시 나무화석(규화목)이 아닐까... 

 

크리스탈 해수욕장 뒷편 언덕에 올라가서 해수욕장과 라가나스만을 4K 영상에 담아본다. 잔잔한 청록빛 바다, 얕은 수심, 주변 점토암으로 인한 회색빛 모래사장이 눈앞에 펼쳐져 있다.  

  

 
3. 칼라마키 해수욕장 Kalamaki Beach | 구글지도 위치
칼라마키 해수욕장 동쪽 끝지점은 위에서 언급한 암석으로 이루어져 있다. 폭풍우에 허물어진 언덕이 자신의 속살을 그대로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자연지형물 꼭대기에 펄럭이는 그리스 국기를 흔히 볼 수 있다. 저쪽이든 이쪽이든 바위 언덕이 거대한 바다거북을 연상시킨다.       
 

칼라마키 해수욕장도 모래사장이다. 이 해수욕장은 공항 활주로 인근에 위치해 있다. 해변에 누워서 착륙하려고 낮게 날아오는 비행기를 바라볼 수 있다. 관광객 대신 코로나바이러스가 해변침대의자에 누워 일광욕을 즐기는 듯하다. 

 

칼라마키 해수욕장이 바로 이어져 있는 라가나스 해수욕장과 다른 점은 대부분 해변 인근에 식당이나 까페, 상가들이 밀집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해수욕장 뒷편 나즈막한 모래언덕에서 무서운 생명력을 보여주는 야생식물들을 만날 수 있다. 

 

칼라마키 해수욕장 도보 산책을 4K 영상에 담아본다.
 
 
4. 라가나스 해수욕장 Laganas Beach | 구글지도 위치
이번 그리스 자킨토스 여행 중 숙소(Zante Atlantis Hotel)가 라가나스에 있어서 틈만 나면 라가나스 해수욕장에서 일광욕이나 해수욕 그리고 산책을 즐긴다. 라가나스는 자킨토스에서 가장 인기있는 휴양지로 알려져 있다. 해변뿐만 아니라 주요거리는 술집, 카페, 식당, 기념품가게 등으로 가득 차 있다. 한마디로 낮과 밤 둘 다 관광객들로 붐비는 곳이 여기다.
 
 
라가나스 해수욕장은 자킨토스에서 가장 긴 모래사장 해수욕장이다. 길이가 약 2킬로미터다 6월 중순 일출 직전 라가나스 해수욕장에서 바라보는 새벽 여명이다[라가나스만 일출 광경은 여기에서 자세히 읽을 수 있다].  

 

해수욕장 끝에서 끝까지 식당이나 카페가 운영하는 파라솔이 이어져 있다. 음료를 주문하면 파라솔 이용료가 따로 없다. 종업원이 올 때까지 편하게 침대의자를 사용하다가 종업원이 와서 음료를 주문을 하거나 이용료를 내어야 한다고 하면 자리를 떠나도 종업원이 개의치 않아하는 것을 여러 번 목격했다. 대체로 커피는 2.5유로이고 맥주 500cc는 3.5유로다.   
 
일물 직후 라가나스만의 풍경이다. 선선한 바람을 얼굴로 맞고 잔잔한 물결 소리를 귀로 듣고 분홍빛 박명을 눈으로 바라보고 이국적 여행의 참맛을 마음으로 느껴본다.
   
라가나스 해수욕장을 낮과 아침에 걸으면서 4K 영상에 담아본다.  
 
 
5. 아기오스 소스티스 Agios Sostis Beach | 구글지도 위치
라가나스 해수욕장 끝자락은 라가나스 중심거리와 연결되어 있다. 이곳을 벗어나 조금 가다보면 해변이 절벽으로 이루어져 있고 바닷물로 차 있다. 수심이 얕아서 반바지나 걷어올린 바지로도 물에 젖지 않고 지나갈 수 있다. 칼라마키나 라가나스 해수욕장에 비해서 훨씬 규모가 작으나 그림 같은 아기오스 소스티스 해수욕장이 나온다. 
 
수심이 바다 멀리까지 얕아서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에게 아주 적합한 해수욕장이다. 바로 인근에는 요트와 배들이 정박되어 있는 작은 항구가 있다. 일출 직전 아기오스 소스티스 항구 모습이다. 
 
아기오스 소스티스 해수욕장에서 목조다리를 건너면 카메오(Cameo) 섬이 나온다. 이곳에서 낭만적인 여행을 이어갈 수 있다. 입장료를 내고 이 작은 섬에 들어가면 입장권을 음료 한 잔과 교환할 수 있다. 섬 안에는 작은 해수욕장과 까페가 있다[카메오 섬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에서 더 읽을 수 있다]. 
   
아기오스 소스티스 해수욕장을 낮과 아침에 걸으면서 4K 영상에 담아본다.  
 
 
이렇게 하여 라가나스만 동쪽 끝자락에 있는 크리스탈 해수욕장에서부터 시작해 서쪽에 위치한 아기오스 소스티스 해수욕장까지 이번 여행에서 도보로 쭉 걸아봤다.
 

연이어지는 해수욕장 도보 산책을 4K 영상에 담아본다.

 

 
해외여행지 어디를 가든 걷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직접 걸어야 그곳에 머물고 그곳을 다녀왔다는 것을 실감하기 때문이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자킨토스 여행기 10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그리스2021. 8. 17. 14:06

가족 해외여행을 가면 렌트카 이동이 습관이다. 예전에는 여행지에서 꼭 필요한 날에만 현지에서 렌트카를 빌려서 이동하곤 했다. 그런데 렌트카를 현장에서 2-3일 동안 빌리는 비용이 비행기표를 구입한 후 즉시 1주일 동안 빌리는 비용과 큰 차이가 없음을 안 후로부터는 비행기표 구입시에 여행 내내 렌트카를 빌려놓는다.

 

이번 그리스 자킨토스 여행에도 그렇게 한다. 자킨토스(이탈리아어로 잔테 Zante)는 이오니아 제도에 있는 섬 이름이자 중심 도시 이름이다. 자킨토스 도시는 해변과 쭉 뻗어있는 낮은 산 사이 좁은 공간에 길쭉하게 형성되어 있다.     
 

렌트카보험은 항상 완전면책보험(SC: Super Cover)에 든다. 그럼에도 현장에서 카드로 1000유로 보증금을 걸어놓아야 한다. 완전면책보험에 들었다고 해도 현지 렌트카 직원은 추가 보험에 들 것을 강력하게 권유한다. 타이어 펑크나 연료 고갈, 차량키 분실 등 운전자 개인의 부주의로 일어난 응급출동서비스는 무료로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예약시 차량이 아니다. 그것에 준하는 차량으로 스즈키가 눈앞에 세워져 있다. 6월 중순 8일 동안 자동변속기 소형차 렌트비용이 170유로다. 코로나바이러스 범유행으로 수요가 극히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렌트카 직원과 함께 차량 상태를 꼼꼼하게 점검한다. 사진뿐만 아니라 영상으로도 촬영해놓는다. 렌트카를 받을 때 이미 연료가 가득 차 있다. 이는 반납할 때 연료가 처음처럼 가득 차 있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그리스 코르푸(Korfu 또 다른 유명 휴양지) 섬에서 렌트카로 여행한 경험이 있는 아내가 자킨토스는 처음이라 도로사정에 대해 렌트카 직원에게 묻는다.
 
"코르푸에 비해 여기 자킨토스의 도로사정은 어때?"
"난 코르투에 가본 적이 없어."

세계 각지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그리스의 현지인들은 그리스의 세계적 명소를 다 가봤을 것이라는 착각이나 짐작이 빚어낸 물음이다.  

 
그리스에서의 렌트카는 소형차가 좋다. 그럴 수 밖에 없다. 도심을 벗어나면 편도 1차선에 중앙선이 없는 좁은 도로가 태반이다. 도심에도 큰 도로를 제외하고는 도로 폭이 비교적 좁다. 자킨토스 도시의 가장 폭이 넓은 해변도로에 주차된 차들도 대부분 소형차다. 주로 중대형차가 주차된 리투아니아 빌뉴스 도로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도심의 거리는 좁아서 일방통행이고 한 사람이 지나가기 버거울 정도로 인도가 좁다. 아래 사진에서 보듯이 인도라고 부르기가 적합하지 않을 듯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도처에 화초 화분이 좁은 인도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집 아파트 실내 창틀에서 기르고 있는 화초가 이곳에서는 아래 사진에서 보듯이 인도에서 자라고 있다.
 

사설 주차장을 제외하고 도심뿐만 아니라 자킨토스 섬 전체 어디든지 주차비가 없다. 참고로 예를 들면 리투아니아 발트해 해변도시 팔랑가(Palanga)는 5월 15일부터 9월 15일까지 도심을 황색지대 녹색지대 적색지대로 구분해서 주차비를 받는다. 각각 시간당 0.60유로, 1.70유로, 1.20유로다. 빌뉴스(Vilnius) 도심 거리 대부분은 이미 오래 전부터 유료 주차다. 
 
 
낯선 지역에 가면 주차 공간을 찾고 주차비를 내는 곳을 찾는 데에 적지 않은 시간이 허비된다. 여기는 그럴 필요가 없으니 특히 외지인에게는 참으로 편하다. 우리를 더 놀라게 한 것은 바나나 해변의 그늘막 무료 주차다. 무료주차 안내판까지 세워져 있다.

 

6월 중순이라 낮 온도가 25도 내외지만 햇볕에 노출된 자리보다 그늘막 자리가 좋다. 시설투자를 아까워하지 않고 이렇게 찾아오는 여행객들을 환대해주는 듯해서 감사함을 느낀다.      

 

8일 동안 체류하면서 유료 주차장을 만난 곳은 딱 한 군데다. 유황 해수욕장(Xigia Sulfur Beach)으로 유명한 곳이다.  절벽 사이에 있는 아주 작고 작은 해수욕장이다. 도로에서부터 유황 냄새가 물씬 풍긴다. 아래 4K 동영상으로 이 해수욕장을 소개한다.

 
 

도로에서 막 벗어나면 아스팔트로 덮인 잘 마련된 주차장이 나온다. 숫자까지 새겨진 주차장이라 보기에도 예사롭지 않다. 잠시 후 주차원이 다가온다.

 

 

"여기 주차장은 사설이라 주차비를 내야."

"우린 저 아래 해수욕장에서 잠시만 머무려고 하는데..."

젊은 주차원은 건네주려고 하던 주차권을 거두면서 그렇게 하려고 한다. 그의 너그러움과 이해심에 감사를 표한다. 

 

해수욕장에 가장 가까운 곳일지라도 빈자리만 있으면 주차비에 대한 걱정 없이 주차할 수가 있어서 정말 좋다. 숙소인 호텔은 바로 거리 건너편에 큼직한 호텔 주차장이 있다.   

 

8일 동안 이용한 렌트카의 연료 소비량은 22리터이고 비용은 36유로다. 렌트비 170유로와 주유비 36유로를 합쳐 206유로를 지불하면서 이번 여행에서 이동을 아주 편하게 했다.  

 

주유소에는 주차원이 있어 기름을 넣어주고 앞유리까지 청소해준다. 본인이 직접 주유를 하는 발트 3국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장면이다.     

 

여행에서 돌아와 신용카드로 걸어놓은 보증금 1000유로가 풀릴 때까지 렌트 관련 서류와 인수할 때와 반납할 때 각각 찍어 놓은 자동차 상태 사진을 지우지 않고 보관해둔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자킨토스 여행기 7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21. 4. 25. 04:30

북위 55도 유럽 리투아니아에도 봄이 왔다. 하지만 완연한 봄은 아직 이르다. 어느 날은 영상 15도였다가 어느 날은 영하의 날씨다. 종종 눈이 느닷없이 눈발이 날리기도 한다. 변덕없는 봄은 5월 초순이나 중순에 가서야 느낄 수 있겠다. 
 
하지만 잔디밭은 눈이 녹자마자 푸르른 자태를 드러내 뽐내고 있다. 빌뉴스 중심가를 가르지르는 내리스(Neris) 강변에 자라잡은 넓은 잔디밭에는 요즘 날씨가 맑고 따뜻하면 사람들이 쏟아져 나와 일광욕을 즐긴다.
 
며칠 전 아침부터 맑은 날씨라 이곳을 산책겸 다녀왔다. 잔디밭에는 여러 줄로 심어놓은 크로커스 수천 송이가 노란색 혹은 하얀색 꽃을 피우고 있었다. 
 

 

크로커스(crocus, crocus sativus)는 붓꽃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알뿌리 화조다. 원산지는 유럽 남부 지중해 연안과 중앙아시아다. 이곳에서 원예식물로 화단이나 화분 등에 널리 재배되고 있다. 
 

꽃의 암술대는 노란색 염료를 만드는 원료이다. 특히 가을에 피는 크로커스의 암술대는 값비싼 향신료 사프란(saffron)의 원료이다.  이날 만난 크로커스를 4K 영상에도 담아봤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