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생활'에 해당되는 글 408건

  1. 2019.02.08 뽀드득뽀드득 소리에 빛축제를 즐기다 (2)
  2. 2019.02.07 거실 삼각대 치워라는 아내의 성화를 꾹 참았더니 멋쟁이가... (1)
  3. 2019.01.31 한국보다 2018년 덜 부패한 동유럽 나라들은...
  4. 2019.01.19 도심 눈길을 걸으니 신발에 소금띠가 생겨
  5. 2019.01.17 유럽 학생들 앱으로 수학 문제 풀어 버리네... (2)
  6. 2019.01.14 UN 반기문 기념광장에 발트 3국 국기가 엉터리 (2)
  7. 2019.01.11 우와~ 한국 도로 유도선 정말 좋아! (4)
  8. 2019.01.07 호주에 와보니 집에서 키우는 화초에게 미안해 (2)
  9. 2019.01.05 쌀 주워 먹는 비둘기 부리 위에 하얀색 하트 모양이...
  10. 2019.01.02 유럽 거주자로 호주 여행에서 만난 인상 깊었던 것은...
  11. 2018.12.31 37년만에 만난 친구가 준 선물 - 손글씨 액자 (6)
  12. 2018.12.29 헝가리 거대한 사슴떼 대이동이 드론에 찍혀
  13. 2018.12.28 당근 주스 만들어 아내에게 일주일 주었더니...
  14. 2018.12.26 유럽 고등학교 연극에 아리랑 노래를 부르다 (2)
  15. 2018.12.24 손목시계 모양 지름 50미터, 높이 27미터 크리스마스 트리
  16. 2018.12.18 크리스마스 트리 위 눈 더미의 실체는 빨대 250만개 (2)
  17. 2018.12.17 김광석길 걸으니 그의 에스페란토 커버곡이 떠올라
  18. 2018.12.14 창틀 가득 채운 스페인 감 - 겉은 대봉감, 속은 단감
  19. 2018.12.12 유럽 거실에 들깨 깻잎 향이 향수를 달랜다 (2)
  20. 2018.12.11 찬장 밖으로 나온 곡물 보관 방법에 매료되어
  21. 2018.12.10 밥솥에 이걸 교체했더니 밥맛이 더 좋아져 (1)
  22. 2018.12.07 외국에서 첫 인삼주 만들어 보다
  23. 2018.12.07 호텔에서 조식 음식 가져 가면 벌금 50유로
  24. 2018.12.06 의료진과 대화하다 보니 내 수술이 끝나버려
  25. 2018.12.03 우주피스 공화국 헌법 한국어로 동판 제막 (1)
  26. 2018.12.01 유럽인 할머니가 평생 처음 담근 김치 한 그릇을 선물해 (1)
  27. 2018.11.30 유럽인의 전기 공사를 지켜 보니 대충대충이 없어
  28. 2018.11.22 서울 버스 돌출형 번호판에 감탄하는 외국인 친구
  29. 2018.11.19 단풍잎으로 음식 장식하는 한국인 가정에 매료돼
  30. 2018.11.16 한국 홍시를 처음 본 외국인의 반응은... (8)

북유럽 리투아니아 1월 하순 일출은 아침 8시경이고 일몰은 오후 5시경이다. 낮에는 거의 햇빛이 보이지 않는 날이 지속되고 있다. 눈이 내리거나 쌓여 있는 날은 하늘과 대지가 하얀색이라 그나마 분위가 덜 우울하다.

1월 25일에서 27일까지 빌뉴스에 빛축제가 열렸다. 구시가지 약 4킬로미터 거리 곳곳에 조명을 설치해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했다. 8개국에서 참가한 예술가들이 건물, 성당, 광장, 다리 등에 조명 작품 26개를 만들었다.
 


1월 25일은 리투아니아 수도 탄생일이다. 이날은 1323년 당시 게디미나스 대공작이 서유럽에 편지를 보낸 날이다. 이로써 빌뉴스는 서방 세계에 그 존재가 알려졌고 유럽 지도의 한 부분이 되었다. 이를 기리기 위해 빛축제가 열렸다. 모처럼 가족 그리고 현지인 친구들과 함께 빛축제와 빌뉴스 야경을 둘러 보았다. 

조명을 받으면서 내리는 눈이 마치 코앞에 천체를 돌고 있는 밤하늘 은하수로 보이는 듯했다.  
   


리투아니아 대통령궁이다.



안나 성당이다. 동화 속 장면이 떠오른다. 



강 건너 예술인 마을 우즈피스가 참으로 그윽하다.



아래 리투아니아어 문구는 "우리 모두는 사람이다"다. 



나무에 매달린 형광 작품이 제일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건물 벽면을 장식한 조명 작품이다. 반대편 사람의 움직임에 따라 문양과 색깔이 바꿨다.



코트리나 성당이다.



눈 위에 조명으로 양탄자가 만들어져 있다.



구시청 광장이다. 초록색 빛줄기가 수를 놓고 있다. 마치 외계에 머물러 있는 듯했다.



소련시대 채소 보관 창고로 이용된 천주교 성당이다.



러시아 정교 성당 벽면도 조명으로 장식되어 있다. 



안나 성당과 베르나르디네이 성당이다.

 


붉은 벽돌 안나 성당이 붉은색 조명을 받고 있다.



한겨울에 뽀드득 뽀드득 눈을 밟으면서 이런 빛축제를 보니 벌써 일조량이 많은 여름철 기운이 느껴지는 듯했다. 이날 빛축제를 둘러 보는 동안 시럽다고 불평하는 손가락을 달래면서 영상에 담아 보았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9.02.07 04:55

북유럽 리투아니아는 밤이 제일 긴 동지와 비교해서 2월 초순 요즘 일몰 시간이 거의 1시간 남짓 늦어졌다. 1월 초순부터 거실 창가 쪽에 삼각대를 세워놓고 카메라를 얹어놓았다. 


언제 올 지 모르는 새를 기다리기 위해서다. 창가에 있는 나무 한 그루에 마른 꽃잎이 여전히 매달려 있다. 그 속에는 겨울철 새들에게 요긴한 양식이 되는 씨앗들이 들어 있다. 아무리 기다려도 이 씨앗을 빼먹을 그 새가 오지 않았다.



거실 한 곳을 차지한 삼각대를 치워하라는 아내의 성화는 날이 갈수록 더 심해졌다. "내일에는 올 수도 있을거야"라고 달래고 달래는 데 한 달이 훌쩍 지나가버렸다. 그래도 오지 않았다. 이제는 정말 삼각대를 치워야겠지라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그런에 오늘 아침 일어나 습관처럼 거실 창가를 가보았다. 나무에는 바로 그 새 무리들이 이 가지 저 가지에 앉아서 아침 요기를 하고 있었다. 



이 새의 이름은 멋쟁이다. 참새목 되새과에 속한다. 



머리는 검고 등은 회색이고 날개는 검색이다. 배 색깔은 암컷과 수컷이 다른다. 암컷은 회색이고 수컷은 주황색이다.



유럽 전역에서 볼 수 있는 텃새이지만 북유럽에 있는 멋쟁이새들은 혹한을 피해 남쪽으로 이동하기도 한다. 그 동안 보이지 않던 멋쟁이새를 어제 이렇게 볼 수 있었다. 



그 동안 아내의 성화에도 거실에 삼각대를 세워놓고 기다린 보람을 잠시나마 느껴보았다. 멋쟁이새들이 돌아오니 이제 곧 봄도 돌아오겠지...
Posted by 초유스
발트3국 관광2019.01.31 23:39

2018년 부패인식지수 (CRI corruption perceptions index 2018)이 발표되었다. 이 부패지수는 전 세계 180개국 공공부문 부패 정도를 보여주고 있다. 0점에서 100점까지인데 100점에 가까울수록 덜 부패하고, 0점에 가까울수록 더 부패하다. 


북유럽 국가들이 대체로 상위권이다. 1위 덴마크, 2위 뉴질랜드, 3위 핀란드, 4위 싱가포르, 5위 스웨덴이다. 한국은 57점을 받아 180개국 중 45위이다.



한국보다 덜 부패한 동유럽 혹은 북유럽 나라들은 
18위 에스토니아, 
36위 폴란드, 
36위 슬로베니아, 
38위 체코, 
38위 리투아니아, 
41위 조지아 
41위 라트비아다. 
특히 발트 3국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라트비아는 모두 한국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아 공공부문에서 덜 부패한 나라로 평가 받고 있다. 특히 에스토니아는 일본, 아일랜드과 같이 73점을 받아 18위에 이름을 올렸다. 

덧붙여 한국보다 더 부패한 동유럽 나라들은 다음과 같다. 57위 슬로바키아, 60위 크로아티아, 61위 루마니아, 64위 헝가리, 67위 몬테네그로, 70위 벨라루스, 77위 불가리아 등이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9.01.19 08:42

북유럽 리투아니아는 유독 이번 겨울에 눈이 많이 그리고 자주 내리고 있다. 딸아이가 어렸더라면 집 근처 있는 바로 아래 언덕에 눈썰매 타러 자주 갔을 것이다.


낮 온도가 영상으로 올라가 눈이 다 녹을 무렵 또 다시 짧은 시간에 폭설이 내려 대지를 덮는다. 이런 날씨가 여러 번 반복되고 있다.  


높은 산이 없는 이곳에 그야말로 눈산이 넓은 주차장 곳곳에 우뚝 솟아 있다.


인근 공원에도 나무들이 눈 성벽으로 둘러쌓여 보호 받고 있는 듯하다.


이렇게 눈이 많이 내려도 제설 작업이 참 잘 이루어지고 있다. 강의 하러 지나가는 대통령궁 광장도 늘 깨끗하다.


거리 인도도 언제 눈이 내렸을까 할 정도로 말끔하다.  


몇해 전만 해도 사람들이 제설 작업을 했으나 이제는 소형 제설차가 인도를 다니면서 눈을 제거하고 있다. 이런 사람들의 노고가 있기에 미끄러지지 않고 시민들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다. 


도로에는 염화나트륨 제설제가 뿌려진다. 영하의 날씨인데도 얼음이 얼지 않고 있다. 


그래서 도심에서 산책이나 일을 본 후 집으로 돌아오면 신발에 어느새 소금띠가 겨울철 천지인이 만들어내는 훈장 띠처럼 형성되어 있다. 이제 말끔히 씻어내는 일은 내 몫이다.


낮에 구름 바다에 가려 해가 거의 보이지 않는 이곳에 하얀 눈이 수북히 쌓여 있는 것을 바라보면 그나마 기분이 좀 밝아진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9.01.17 07:55

고등학교 2학년생인 딸아이 요가일래가 어제 모처럼 이른 오후에 집으로 돌아왔다. 늦은 점심을 기다리면서 수학 숙제를 먼저 하고 있었다. 학교 공부나 성적에 대해서는 부담감을 주지 않으려고 한다. 고등학생이 된 딸아이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제 네가 고등학생이 되었다. 아빠는 네가 항상 좋은 성적을 받아야 한다든지 학교 반에서 상위권에 들어야 한다든지 좋은 대학교에서 공부를 해야 한다든지 그렇게 강요하지 않지만 네가 스스로 이 시기의 공부가 참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확신하길 바란다."

"잘 알아. 스스로 알아서 해볼게."


어제 방문을 두드리면서 허락을 받아 요가일래 방으로 들어갔다. 계산기와 전화기를 공책 옆에 두고 열심히 수학 문제를 풀고 있었다. 



"아빠 내가 뭘 하나 보여줄까?"

"뭔데?"

"잘 봐!"


요가일래는 전화기에서 앱를 열더니 수학 문제 하나를 카메라로 찍었다. 그렇더니 앱이 문제를 풀고 답을 내주었다.



"우와~ 정말 신기하다. 그런데 이렇게 해서 숙제를 다 해버리면 스스로 계산할 수 있는 것을 배울 수 없고 또한 스스로 답을 찾았다는 기쁨도 느낄 수 없겠다."

"난 모든 문제를 다 그렇게 안 해. 내가 세 번을 먼저 스스로 풀어 보고 그래도 어려워서 답을 얻지 못하면 그때 이 앱을 사용해."

"그래 스스로 원칙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아빠, 이 앱이 정말 좋아. 답을 얻지 못 했을 때 도움이 된다. 답이 나오는 과정까지 자세히 설명해 준다. 이 앱을 잘 활용하면 선생님에게 물어 볼 필요도 없고, 학원에 갈 필요도 없고, 가정 교사도 필요 없어."

"정말이겠다. 친구들이 이 앱을 가지고 있어?"

"우리 반 친구들이 다 가지고 사용해."


세상이 참 많이 변하고 있다. 사람이 아니라 앱이 수학 문제를 풀어준다. 이러한 기술 발달로 이제 끙끙거리며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지 않아도 되고, 정답을 얻지 못했다고 선생님에게 꾸지람을 들을 일도 없어진다. 



며칠 전 지인이 한 말이 떠오른다. 그의 고등학생 아들이 늦잠을 자서 첫 교시 수학 수업을 듣지 못하게 되었다. 그는 아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오늘 네가 배울 수학 문제를 푼 사람들이 세상에 수백만 명이나 된다. 굳이 네가 풀 필요는 없다.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학교에 가."



수학 앱이 문제를 풀어 자세하게 설명까지 하면서 답을 내주니 참으로 편리한 시대다. 이런 기술을 선용할 수 있는 인성이 바탕이 되어야겠다. 혹시 사람보다 더 훌륭한 인성을 지닌 로봇이 만들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19.01.14 07:15

충북 음성군에 UN 반기문 기념광장이 세워져 있다. 여러 조형물 중 하나가 바로 아래 사진에서 보듯이 유엔 가입국 전체의 국기가 새겨진 것도 있다[사진제공 - 라트비아대학교 서진석 교수].


그런데 사진 속 발트 3국의 국기가 다 실제와는 완전 딴판이다. 에스토니아는 위로부터 파란색, 검은색, 하얀색인데 조형물 국기에는 빨간색, 하얀색, 초록색이다.


라트비아 국기는 실제 선홍색(carmine red)과 하얀색이다. 


리투아니아 국기는 실제 위로부터 노란색, 초록색, 빨간색이다. 리투아니아 수도 이름도 틀렸다. 빌니우가 아니고 빌뉴스다. 공항 코드가 아니라 도시명을 그대로 예를 들면 RIX -> Riga, TLL -> Tallinn, VNO -> Vilnius로 하면 더 좋겠다.


UN 사무총장을 배출한 음성군이 자랑스럽게 조성한 광장에 UN 회원국의 국기가 실제와는 다른 모습을 띄고 있는 것이다. 국기가 엉터리로 게양되기만 해도 난리법석을 일으키기도 한다. 국기 존중은 내 나라 남 나라가 따로 없다[아래는 리투아니아를 방문한 반기문 총장과 대화 동영상이다].



세금 수십억원을 쏟아 부어 조성된 이 광장에 UN 회원국 국기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니 참으로 부끄럽고 안타깝다. 관련국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 실제 모습과 전혀 다른 자기 나라 국기를 발견하면서 어떤 인상을 받을 지는 쉽게 이해가 된다. 발트 3국뿐만 아니라 잘못된 나라 국기들이 하루 빨리 고쳐지길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9.01.11 06:31

유럽에서 특히 도로를 주행하다 보면 갈림길에서 행선지로 빠져 나가는 것을 제때 하지 못해 종종 고생한 경험이 있다. 도로 표시판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거나 아니면 도로 표시판이 정확하고 효과적으로 적시하지 못했거나이다. 

특히 갈림길 여러 개가 서로 가까이 있을 경우에는 더 혼란스럽다. 물론 요즘 경로안내기가 잘 되어 있지만 그래도 익숙하지 않는 외국 도로에서는 더욱 신경이 쓰인다. 

한국을 함께 다녀온 폴란드인 친구는 한국 도로의 유도선에 감탄을 자아냈다. 


표시판도 잘 되어 있지만 도로 노면에 넓직하게 색깔을 칠한 선명한 유도선이 참으로 운전자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색깔 유도선은 운전자가 아주 쉽게 진출 경로를 사전에 확인하고 이를 따라 된다.살고 있는 리투아니아뿐만 아니라 유럽 도로에도 이런 유도선이 도입되면 참 좋겠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2019.01.07 05:34

한겨울인 1월 유럽을 떠나 호주 시드니에 도착하니 그야말로 별천지에 온 듯했다. 유럽에서 볼 수 없는 동물군과 식물군을 도처에서 만날 수 있었다. 오늘은 호주 여행을 하면서 카메라에 담은 동물과 식물을 소개한다.

먼저 호주 비둘기(Ocyphaps Lophotes)다. 머리 위에 볏이 있어 참 특이하다.


시드니 리틀 베이(Little Bay) 해변 덤불 속에서 빼어난 목소리가 들리기에 다가가 찍어보니 오스트레일리아까치였다. 하얀색과 검은색이 혼재되어 있고 부리도 흰색을 띠고 있다. 



더 엔트랜스(The Entrance) 메모리얼 공원 펠리칸 서식지에서 만난 펠리칸이다.



시드니 주택가 공원에서 만난 박쥐다. 워낙 커서 까마귀로 착각할 뻔했다.



모리셋 공원(Morisset park)에서 만난 야생 캥거루다. 



시드니 동물원에서 만난 코알라다. 남이 보든 말든 태평세월을 하염없이 즐기고 있는 듯하다.  



안나 베이(Anna Bay) 캠핑장에 주머니쥐가 살금살금 텐트로 다가왔다. 음식을 주었더니 주머니쥐는 꽉 물어버림으로 답례했다.




저비스(Jervis)만 해변으로 가는 가로수 위에 또아리를 틀고 있는 뱀이다. 또아리를 확 풀어버리고 내려오면 어쩌하나... 



시드니 오페라 근처에서 만난 이름 모르는 새다.  



안나 베이(Anna Bay) 캠핑장 텐트 바로 앞 나무에서 만난 앵무새다.



시드니 주택가 가로수에서 만난 앵무새다.


아래는 주택가 가로수에서 이리저리 옮겨 다니면서 꿀을 빨아 먹는 앵무새 영상이다.




우리가 머문 주택 마당에는 망고나무가 자라고 있다.



어린 시절 한국 고향집 뒷밭에 석류나무 한 그루가 자랐다. 그때 먹은 석류가 늘 생각이 난다. 시드니 주택가에 익어가고 있는 석류다.



무화과다.



라임이 가로수다! 이런 이국적인 풍경을 즐기는 것이 바로 해외여행의 참맛이 아닐까...



우리 집 화분에 약 17년 동안 자라던 식물이다. 얼마 전 시들시들하더니 결국 말라 죽었다. 그런데 호주에는 화분이 아니라 바로 집 마당에서 자라고 있다.  



아래 나무도 우리 집 화분에 15년 동안 자라던 식물이다. 환경이나 관리 소홀로 작년에 말라서 죽었다. 그런데 호주에서는 이렇게 야생에서 엄청난 크기로 자라고 있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이 돈(money)나무라 부르는 돌나무과에 속하는 식물(Crassulaceae)이다. 왼쪽은 호주 시드니 주택 마당에서 자라고 있는 것이고 오른쪽은 우리 집 거실 화분에 자라고 있는 것이다.



호주 여행을 하면서 유럽에서 보기 드문 동물과 식물을 이렇게 보았다. 호주 여행하기 전만 해도 집에서 애완동물로 앵무새를 키워볼까 생각했으나 완전히 단념하고자 했다. 야생에서 자유롭게 날아 다녀야 하는 앵무새를 조롱 속에 어찌 가둬 두면서 즐길 수 있을까... 우리 집 화분에서 키우는 화초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야생에 놓아 두면 저렇게 크게 자랄 수 있는데 화분이라는 감옥에 이들을 가둬 놓았으니 말이다.


이상은 초유스 호주 가족여행기 5편입니다.
초유스 호주 가족여행기 1편 | 2편 | 3편 | 4편 | 5편 | 6편 | 7편 | 8편 | 9편 | 10편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9.01.05 07:26

쌀밥을 지을 때 혹시나 해서 쌀 한 줌을 창문 밖 창틀에 뿌려 놓았다. 창틀 넘어 단풍나무과의 고로쇠나무에 까마귀, 비둘기 등 새들이 자주 날아와 쉬고 있다. 

여러 날을 지켜 봐도 쌀알이 축나지가 않았다. 괜히 뿌렸나하는 마음이 들 정도였다. 날씨가 춥지 않고 또한 눈이 내리지마자 녹는 날이 이어져서 새들이 먹이를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인 듯했다. 

그런데 어제는 거의 하루 종일 눈이 내렸고 밤부터 갑자기 날씨가 영하 8도로 떨어졌다. 낮온도도 영하 6도였다.


아침에 일어나 부엌으로 가니 창틀 양철판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가까이 가서 보니 비둘기 한 마리가 쌀을 쪼아 먹고 있었다. 



평소엔 인기척만 들어도 훨 날아가 버리는 비둘기인데 고개만 두리번거리다가 먹기를 계속했다. 배가 고팠을까... 



쌀을 먹는 비둘기 부리 윗부분을 살펴보니 부풀어 오른 하얀색 피부조직이 돋보였다. 그 모양이 딱 사랑을 상징하는 하트(심장)이다. 그동안 수많은 비둘기를 보았지만 이 하트를 오늘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쌀을 쪼아 먹는 비둘기의 이 하트를 바라보면서 "그래 사랑이 따로 있나? 이 추운 겨울에 너와 쌀 한 줌이라도 나눠 먹는 마음이겠지"라고 혼자 중얼거렸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2019.01.02 06:07

2019년는 기해년 황금돼지 해다. 유럽에서는 새해 첫날의 일출이 아니라 새해 첫날의 0시 0분 1초가 중요하다. 리투아니아 빌뉴스는 다민족이 사는 도시이고 또한 동쪽과 서남쪽 시차 경계선이 가까워서 거의 2시간에 걸쳐 폭죽 터지는 소리가 내내 들렸다. 일가 친척 12명이 모여 같이 새해를 맞이한 후 새벽 2시경 헤어졌다. 새해 첫날 일어나니 겨울철에 항상 그렇듯이 햇볕은 없는 대신 함박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다. 



낮온도가 영상이라 아쉽게도 내리자마자 눈이 녹아버렸다. 가족이 새해 첫날 어디론지 산책 가자고 해서 빌뉴스 시가지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언덕으로 올라갔다.


눈 녹는 언덕을 내려오면서 일년 전 전혀 다른 환경에서 맞이한 새해를 이야기하면서 식구 모두가 그리워했다. 바로 호주 시드니에서 2018년 새해를 맞이했다. 


그때 호주 여행 3주 동안 거의 매일 햇볕이 쨍쨍한 날씨였다. 파란 하늘, 뭉게 구름, 하얀 모래, 비취빛 바다... 경제적 시간적 여유만 있다면 금방이라도 또 가고 싶다. 


호주 여행을 하면서 유럽 거주자로 가장 부러웠던 것은 바로 무료 화장실 사용무료 물이었다. 유럽에서는 거의 대부분 기차역이나 버스역 화장실을 이용할 때 돈(0.5유로 - 1유로)을 지불해야 한다. 심지어 박물관이나 카페 등 입장권을 사지 않았거나 주문을 하지 않은 경우에 화장실 이용이 유료이다. 현지 통화의 적당한 동전이 없을 경우 낭패를 보기가 쉽다.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 울며 겨자 멱기로 커피를 마셔야 하는 경우도 있다. 유럽 여행을 할 때는 체내 수위조절을 잘 해야 한다. 하지만 호주 여행을 하는 동안 이런 부담감이 없었다. 필요한 경우 이용한 화장실은 다 무료였다. 또한 비교적 쾌적했다. 



식당에 들어갈 때 유럽에서 익숙한 습관대로 물을 시켜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종업원이 시원한 물을 가져다 주었다. 물잔이 미리 놓여 있는 식당이 흔했다. 


처음에는 적용이 쉽게 적용이 되지 않아 "이 물이 공짜?"라고 물어보기 일쑤였다. 물이 떨어지니 또 가득 채워 주었다. 유럽에서는 아주 더운 날 이렇게 마신 물값만 해도 솔찬히 나오겠다.



도심 거리에도 무료로 물을 마실 수 있는 음수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시드니에 있는 한 해변에서 만난 음수대이다. 한국어 문구도 써여 있었다. 
신선하고 자연적이고 친환경적

   

화장실과 물 인심이 박한 유럽에 살다보니 호주 여행에서 만난 무료 화장실과 무료 물이 더욱 더 인상 깊게 다가왔다. 

이상은 초유스 호주 가족여행기 5편입니다.
초유스 호주 가족여행기 1편 | 2편 | 3편 | 4편 | 5편 | 6편 | 7편 | 8편 | 9편 | 10편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8.12.31 06:30

지난 11월 한국을 잠시 방문했을 때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거의 만나지 못한 친구를 한 명 만났다. 37년만이었다. 오랫 동안 소식을 모르다가 몇 해 전부터 사회교제망으로 서로 연락하고 있다. 몇 차례 만날 기회가 있었지만 짧은 한국 체류 일정으로 번번이 뜻을 이루지 못했다.

많은 세월이 흘렸지만 친구의 옛 모습은 그대로였다. 다음 약속으로 정해진 짧은 시간 안에 그 동안 쌓인 수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기는 불가능했다. 그가 한 이야기 중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온 것이 있었다. 이순의 나이로 접어들 무렵 시절마다 자기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친구들을 손꼽아 보면서 인생을 한번 되돌아 보았다고 한다.

어린 시절 2명
초등 시절 2명
고등 시절 2명
대학 시절 2명
그후 시절 2명

참으로 멋진 생각이다. 그의 이야기를 들면서 마음 속으로 나도 한번 되돌아 보았다. 나에게도 과연 그와 같은 친구들이 있었을까... 아쉬운 작별을 하면서 그는 선물 하나를 주었다. 


빌뉴스 집으로 돌아와 포장을 뜯어보니 선물은 바로 도자기 액자였다. 친구가 손으로 직접 글씨를 썼다고 했다. 


별처럼 수많은 사람들
그중에 서로를 만나 
사랑하고 다시 멀어지고
억겁의 시간이 지나도 어쩌면 또다시 만나
우리 사랑 운명이었다면 
내가 너의 기적이었다면


서로가 서로에게 기적이 되는 삶...
이를 이루기는 힘들지만 늘 이를 지향하면서 살아야겠다. 그가 나에게 전해준 이야기는 화두처럼 내 마음 속에 여전히 맴돌고 있다. 한편 훗날 소일거리를 하면서 지낼 때 나도 손글씨를 한번 익혀봐야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Posted by 초유스

일전에 크리스마스 연휴를 맞아 지방으로 이동하는 중 사슴 한 무리가 고속도로 옆 들판으로 나와 하얀 눈 속에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었다. 고속도로가 아니고 또한 망원렌즈가 있었다면 좀 더 사슴 무리를 관찰하면서 촬영을 하고 싶었다. 


최근 대규모 사슴떼의 이동이 드론에 찍혀 화제가 되고 있다. 헝가리 남부 지방 모하치(Mohács) 샤토르헤이(Sátorhely)에 낮에 대이동하는 모습이다. 


터카치 페렌츠(Takács Ferenc) 씨가 유튜브에 올린 영상이다. 농작물이 자라는 들판에서 쉽게 셀 수 없는 사슴떼가 남쪽 국경을 향해 달리고 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8.12.28 23:11

당근이 건강에 좋다는 것은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누구나 안다. 여름철 내내 거의 집을 비우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겨울철이 되자 여름철 동안 해먹지 못한 당근 주스를 다시 직접 만들어 먹게 되었다. 일전에는 당근 10킬로그램을 구입해 아파트 발코니에 놓고 즙을 내서 먹고 있다.


처음에는 착즙기(주스기)에 생 당근을 넣어 즙을 만들었다. 보통 사과 두 개와 중간 정도 크기의 당근 다섯 개를 사용했다. 그러면 두 명이 마실 수 있는 분량의 주스를 얻었다. 이렇게 해보니 버리는 당근 찌꺼기가 상당했다. 텃밭이라도 있으면 모아서 거름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그렇지가 않으니 매일 아침 찌꺼기를 버리면서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새로운 방법을 알게 되었다. 생 당근을 삶아서 분쇄기(믹서기)에 갈아서 먹는 것이다. 당근 두 개와 사과 한 개를 쪼개는 동안 물을 끓이고 끓는 물에 당근을 약 7-10분 동안 삶는다. 


이어서 올리브 기름 한 숟가락과 적당량의 물과 요구르트를 함께 넣어 분쇄한다.


분쇄기를 이용하니 버릴 것이 하나도 없다. 착즙기를 사용할 때는 당근 다섯 개와 사과 두 개로 두 사람이 먹을 만큼의 주스가 나왔으나 분쇄기를 사용할 때는 당근 두 개와 사과 한 개만으로도 충분하다. 


분쇄기를 이용하니 따로 빵이나 밥으로 아침 식사를 더 하지 않아도 될 만큼 배가 부르다. 한편 착즙기로 할 때의 시원한 맛과 부드럽게 넘어가는 맛이 없는 것이 좀 아쉽다.


아내는 남편이 아침마다 해주는 당근 주스가 마음에 들었는지 주변 사람들에게 기회있을 때 자주 말한다. "일주일 동안 매일 당근 주스를 먹었더니 그렇게 많이 빠지던 머리카락이 훨씬 덜 빠져 이젠 모발 빠짐에 대한 스트레스로부터 해방되었어."


이는 앞으로도 계속 2인분 당근 주스를 부탁한다는 소리로 들리네... 매일 아침 당근을 준비하고 즙을 만들고 용기를 청소하는데 수고로움이 따르지만 적어도 이것을 자신의 건강을 챙기는 최소한의 일이라 여겨야겠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8.12.26 06:16

연말이 다가온다. 유럽 학교는 여름 방학과 같은 긴 겨울 방학이 없다. 단지 크리스마스를 맞아 1주일 내지 2주일 정도 짧은 방학이 있다. 크리스마스를 맞이할 주에 학교는 대체로 여러 문화 행사를 개최한다.

요가일래가 다니는 고등학교는 대륙별 주제로 한 연극 경연 대회를 열렸다. 요가일래가 속한 반은 아시아 대륙 주제를 선택했다. 반 소속 모든 학생들이 참가했지만 아버지가 한국인이라서 주도적인 역할을 요가일래가 맡았다. 대본을 구상하고 쓰는 일에서 연극 연습까지...

내용은 이렇다. 신문사 편집장에게 마로코 폴로가 자기가 체험한 아시아 나라들에게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인도 이야기 때에는 인도 노래에 맞춰 반 친구들이 커버댄스를 쳤다.


히말라야 이야기 때에는 부다와 수도승이 등장했다.


한국 이야기 때에는 막걸리가 등장했다. 막걸리는 물병에 우유를 붓고 그 안에 쌀을 넣어 만들었다. ㅎㅎㅎ 그리고 아리랑을 노래했다.


여섯 반이 참가한 경연 대회에서 요가일래 반이 최우수상을 받았다. 상 받은 것도 축하하지만 자기의 정체성 일부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이를 연극에도 멋지게 표현한 요가일래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한복에다 아리랑 노래 때문에 최우수상을 받게 되었다고 반 친구들이 추켜세웠다고 한다. 아래는 아리랑을 부르는 영상이다.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18.12.24 03:18

북유럽 리투아니아 수도인 빌뉴스는 올해도 아주 인상적인 크리스마스 트리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빌뉴스 대성당 광장에 설치되어 있다. 아래는 대성당 정면 모습이다.


올해는 바로 시계 크리스마스 트리이다. 일전에 혼자 다녀왔는데 주말인지라 아내가 함께 가보자고 했다. 날도 추운데 그냥 혼자 집 지키고 있겠다고 하니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재차 동행을 요구했다. "가족의 평화"을 위해 또 다녀올 수밖에 없었다. ㅎㅎㅎ 


6000여 개의 전나무 가지가 높이 27미터의 철구조물을 장식하고 있다. 길이 5킬로미터의 전등줄이 이어져 있고 멀리서 보면 마치 하얀 송이로 보인다.


올해 빌뉴스 크리스마스의 압권은 바로 라틴 숫자 모양을 한 12개 하얀 탁자이다. 


손목시계 안에 들어가 있는 다양한 부품처럼 전등 불빛이 쉴새없이 반짝인다.  



공중에서 내려다 보면 올해 빌뉴스의 크리스마스 트리가 영락없이 거대한 손목시계임을 연상시켜 주고 있다. 


* 사진출처: http://www.vilnius-tourism.lt by Saulius_Ziura

이 지름 50미터의 크리스마스 트리 안에서 산책하고 있으니 마치 마법의 나라 시계 속에서 맴도는 듯했다. 이렇게 또 한 해가 가고 또 한 해가 오는구나. 모두에게 건강과 행복 충만하길...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8.12.18 19:30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다. 도심에는 거대한 크리스마스 트리가 장식되어 축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지난 토요일 리투아니아 제2의 도시인 카우나스를 다녀왔다. 고개를 쳐든 백조를 닮았다는 구시청사가 있는 광장에 두 차례나 갔다. 낮 풍경과 밤 풍경을 보기 위해서다. 아래는 구시청사의 낮과 밤 모습이다. 


눈이 내려 벌써 다 녹았는데도 크리스마스 트리에는 눈 더미로 여겨지는 것이 쌓여 있다. 도대체 무엇으로 저런 장식을 해냈을까 궁금해졌다. 광장에 있는 크리스마스 트리의 낮 모습이다. 


토요일이라 해가 지자 야경을 보려고 사람들이 사방에서 몰려 왔다. 크리스마스 트리의 밤 모습이다. 눈 더미로 보이는 물체에서 불빛이 새 나왔다. 그렇다면 이 눈 더미로 착각할 수 있게 하는 것의 실체는 무엇일까


바로 투명한 칵테일 빨대다. 높이 20미터의 이 크리스마스 트리 제작에 사용된 빨대수가 모두 2,500,000개다. 


크리스마스는 눈이 와야 제맛이다. 이 빨대 장식은 하얀 눈 없는 크리스마스에 대비해 눈 분위기를 불러 일으켜 주기에 제격이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2018.12.17 04:54

지난 11월 한국 방문 때 대구를 다녀왔다. 2박 3일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 있었다. 바로 대구에 있다는 김광석길이다. 대구에서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 졸업해서 웬만한 곳은 거의 알고 있어서 쉽게 찾아간다. 반월당역에서 내려서 수성교쪽으로 걸어갔다.   


큰 거리에서 70-80년대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지만 유신학원, 경북사대부고 등은 옛날 추억을 떠올리기엔 충분했다. 이어서 수성교 앞 방천시장으로 들어가니 김광석길이 나왔다.     


알고보니 그 길은 바로 신천 둑방 옆으로 쭉 이어지는 길이었다. 옛날 이 둑방길은 종종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  


같은 시대에 살았던 그가 "서른 즈음에"라는 노래를 부르지 말고 "예순 즈음에" 혹은 "일흔 즈음에"라는 노래를 불렀다면 여전히 의미있는 노래를 우리 세대에게 불러주고 있을텐데라는 망상에 빠져 보았다. 맑은 웃음을 띠고 있는 김광석 조각상에서 한국 방문에 동행한 폴란드인 친구과 기념 촬영...  


이날 김광석길을 걸으면서 떠오르는 장면이 하나 더 있었다. 지난해 여름 서울에서 열린 세계에스페란토대회 때 열린 공연이었다. 스웨덴에 거주하면서 에스페란토 가수로 활동하고 있는 좀아르트와 나타샤(부부)가 이때 김광석 노래를 불렀다. 

국제어 에스페란토로 듣는 김광석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Al la loko de kie blovas vent')"과 "일어나(Levu vin)"을 아래 소개한다.


한국에서 공연하니 김광석 노래를 선택해 직접 에스페란토로 번역해 노래를 불렀다. 공연 중 귀에 익은 김광석 노래가 에스페란토로 불려지자 한국 참가자들은 깜짝 놀랐고 많은 박수로 그 정성에 화답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8.12.14 23:29

북유럽 리투아니아는 감이 자라지 않는다. 하지만 요즘 아직까지도 가게 과일 판매대에는 감이 있다. 바로 스페인에서 수입된 감이다. 이 감을 살 때마다 유럽인 아내의 눈치가 보인다. 수입 초기와 말기에는 값이 비싸기 때문이다. 

어릴 때 뒷밭에는 여러 종류의 감나무가 자라서 가을철로 접어들면 감잎 사이로 보이는 빨간 홍시를 즐겨 따먹었다. 그런 추억이 있기에 장을 볼 때마다 감이 보이면 조금이라도 산다. 값이 적당하면 아내도 크게 말리지 않고 사라고 한다. 아내도 스페인 감맛에 익숙해졌기 때문이겠다. 

어제 가게에 가니 스페인 감 1kg이 2유로(2,560원) 했다. 자세히 보니 25% 할인을 해서 1.5유로에 팔고 있었다. 이때다 싶어 주위의 시선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여러 봉지에 담았다. 그래서 우리 집 부엌 창틀에 위에 올려놓고 감풍년에 자족감을 느껴 본다. 물론 하나씩 줄 때마다 아까워 하겠지만... 


스페인 감은 겉모습이 꼭 한국 대봉감을 닮았다. 어느 때는 크기가 내 주먹 두 배나 되는 감을 산 적도 있었다.   


그런데 맛은 지난 11월 한국에서 먹어본 단감보다 훨씬 달고 부드럽게 씹힌다


하지만 생긴 것은 모두 똑 같지만 극히 드물게 떫은 감이 발견된다.   



어제 구입한 스페인 감 36개 중 그런 떫은 감이 없길 간절히 바란다. 얼마 후면 감이 가게에 사라진다. 이번 주말에 더 할인을 한다면 또 사고 싶어진다. 유럽에서 스페인 감을 아직 맛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강추한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8.12.12 04:18

지난 해 여름 온 가족과 리투아니아 친구 10여명이 함께 한국을 방문했다. 서울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열린 세계에스페란토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대회 전후로 이들을 안내할 기회가 있었다. 빠질 수 없은 것 중 하나가 바로 한국 음식 탐방이었다.

특히 삼겹살이나 회를 먹을 때 깻잎의 독특한 향에 이들은 매료되었다. 깻잎은 혹시 있을 수 있는 고기 누린내와 생선 비린내를 말끔하게 없애주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리투아니아인 아내도 이 깻잎향을 매우 좋아한다. 그래서 리투아니아에 심어 보고 싶어 들깨 씨앗을 구했다.  

드디어 올 4월 아파트 발코니에 큰 화분 두 개에 씨앗을 심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연두색 새싹이 돋아 나고 들깨가 무척 잘 자랐다. 여름철 내내 밥 먹을 할 때는 야채로 고기 먹을 때는 쌈 재료로 수시로 우리 집 밥상에 올라 왔다.              



여름철이 지나 가고 겨울철로 접어 들었는데도 들깨는 발코니에서 무성히 자라고 있었다. 깻잎을 모두 다 따서 깻잎장아찌를 만들까 아니면 거실에 옮겨 계속 싱싱한 잎으로 먹을까 고민했다. 결론은 거실로 옮기자였다.  
 

11월 하순 초에 거실로 옮긴 들깨는 여전히 싱싱함을 간직하고 있다.  
 

들깨꽃이 피어 났다. 들깨는 낮의 길이가 12시간 이하로 짧아지면 꽃이 핀다. 꽃이 피면 씨앗을 맺는 데에 양양분이 집중되므로 성장이 멈춘다. 기다란 통꽃으로 자라야 하는데 그렇지가 못한 것을 보니 성장 조건이 완벽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때때로 깻잎 가까이로 가서 향을 맡아 보거나 깻잎 뒷면을 손가락으로 문질러 상큼한 향을 맡아 본다. 거실에 자라고 있는 들깨를 보고 있으니 오래 전에 떠난 고향과 함께 숨쉬고 있는 듯하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8.12.11 07:55

나는 물건을 좀 넉넉하게 사자는 쪽이고 유럽인 아내는 꼭 필요한 만큼 사자는 쪽이다. 예를 들면 내 경우는 쌀 두 봉지를 한꺼번에 사서 하나는 먹고 다른 하나는 보관하다가 쌀이 떨어지면 곧 바로 먹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아내 경우는 여유분을 보관해 두는 것보다 쌀이 떨어질 무렵에 쌀을 사면 된다는 것이다. 살다 보면 꼭 필요한 시점에 쌀 여유분이 없어서 쌀밥 대신에 다른 것으로 대체해야 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게 일어난다. 

"봐라, 이럴 때를 대비해서 좀 더 사놓으면 좋잖아!"
"여기저기 보관함으로써 공간만 차지하는 것보다는 필요한만큼만 사는 것이 더 좋지!"

그래도 값이 싸면 넉넉히 사서 보관하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 집 찬장은 열어 봐야만 그 안에 무엇이 보관되고 얼마나 남아 있는 지를 알 수 있다. 


이러다 보니 찬장 깊숙히 많이 남아 있는 물건인데도 없다고 생각하고 또 다시 사와서 바가지를 왕창 긁히곤 한다. 찬장 속 물건이 보이지 않으니까 있어도 먹을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 밥을 지을 때 여러 곡물도 함께 넣고자 보관하고 있지만 흰쌀밥이 밥상에 오르기 일쑤다. 나이가 들어가니 눈에 보이는 것만 쉽게 요리해 먹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11월 중순 한국을 잠시 방문했을 때 머문 지인의 집에서 좋은 방법을 얻었다. 바로 찬장에 있는 물건을 눈에 보이게 하는 것이다. 지인은 재활용한 생수병에 곡물을 담아 부엌 선반 위에 올려 놓았다. 다양한 곡물 색깔으로 장식용에도 안성맞춤이다. 마치 곡물과 함께 더불어 숨 쉬며 살아가는 느낌이 든다.
   

우리 집의 물건 사기와 보관하기 문제를 쉽게 해결해 줄 수 있는 방법을 눈앞에 보게 되자 감탄이 절로 나왔다. 빌뉴스 집에 있는 아내에게 우리도 이렇게 한번 해보자라고 사진을 찍어 보냈다. 막상 집으로 돌아와 우리 집 부엌 환경을 살펴 보니 이 방법을 즉각 실행하기엔 적합하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플라스티병 재활용도 할 수 있고 또 무엇이 얼마나 남아 있는 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이 방법은 부엌 환경이 되면 꼭 실행해 보고 싶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8.12.10 08:01

해외에서 생활하는 한국인들의 생활 필수품 하나가 밥솥이다. 우리 집도 2011년에 구입한 압력밥솥을 사용하고 있다. 아내가 현지인지만 우리 가족은 감자보다 밥을 더 자주 해먹는다. 우리 집의 영향으로 가까운 친척들도 거의 다 압력밥솥이 있다. 

지난 11월 중순 한국에 잠시 머물고 있는데 아내가 부탁을 하나 했다. 장모님이 사용하고 있는 압력밥솥의 고무 패킹이 다 닳은 듯하니 한국에서 구할 수 있으면 구해 오라고 했다. 압력밥솥을 수년간 사용하고 있지만 고무 패킹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역시 살림에는 문외한이다. 옆에 있는 한국 친척에게 물었다.


"오래 된 압력밥솥 고무 패킹을 구할 수 있을까?"
"대리점이나 상점에 가면 쉽게 사. 모델명을 알아야 돼."
"정말 쉽게 구할 수 있단 말이지."
"물론이지. 고무 패킹은 자주 교체해야 하는 소모품이야."
"2011년에 구입한 후 지금껏 한 번도 교체하지 않았어. 고무 패킹이 교체하는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못 해봤어."
"한국에서는 보통 6개월이나 1년만에 교체해."

장모님 집과 우리 집 압력밥솥 모델명을 알려 주니 친척이 그 다음날 바로 구입해 주었다. 빌뉴스 집으로 돌아온 후 곧장 고무 패킹을 확인해 보았다. 7년을 사용했으니 고무 패킹이 닳기도 했고 색깔까지 변했다. 이걸 모르고 살았다니 참으로 한심했구나. 그리고 보니 그 동안 밥을 해도 밥맛이 예전같지가 않았고 특히 보온으로 보관한 밥이 말라서 마치 고두밥을 먹는 듯했다. 이는 결국 고무 패킹 때문이었구나. 


교체 하기가 어려울 듯했지만 기존 고무 패킹을 잡아 당기니 쉽게 빠져 나왔고 패인 부분에 맞춰 새 고무 패킹을 손가락으로 눌러 끼워 넣으니 쉽게 쏙 들어갔다.


궁금해서 교체하자마자 밥을 지어 봤다. 역시 예상한 대로 밥맛이 정말 달랐다. 쌀은 스페인산이었다. 전보다 훨씬 윤기가 나고 찰지고 맛있었다. 이번에 한국에서 가져온 김치에 이 밥 한 공기만으로도 충분했다. 보온한 밥도 별다른 차이 없이 다음 날도 먹을만 했다.   


이럴 줄 알았지만 다음을 위해 여러 개를 더 사가지고 올 것을 또한 친척들이 가지고 있는 압력밥솥 모델을 다 물어보고 사가지고 올 것을 후회가 되었다. 한편 다음에 한국에 갈 때 구입할 좋은 선물 품목을 알게 된 것에 일단 만족해야겠다. 나처럼 살림에 문외한 해외생활자는 한국에 가면 고무 패킹을 구입해 교체해 보길 권한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8.12.07 23:33

일전에 한국을 방문했을 때 어느 삼계탕 집에 전시된 커다란 병 인삼주가 눈에 확 들어왔다. '우와, 우리 집 거실에서도 저런 인삼주가 하나 있으면 참 좋겠다'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빌뉴스에 사는 한국인 지인의 집에는 그 보다 더 큰 유리병 속에 인삼주가 담겨져 있다. 이 집을 갈 때마다 이 인삼주가 부럽다. 

우리 집 거실에는 몇 해 전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구입한 인삼 뿌리 한 개가 담겨져 있는 인삼주가 한 병 있다. 누군가에게 줄 선물용으로 구입했지만 '외국에 사는 한국인 집에 이것 정도는 하나 있어야 되지 않겠냐'라는 아내의 주장으로 남에게 선물하지 않고 그냥 우리 집 거실 장식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최근 좋은 기회가 왔다. 지인의 도움을 얻어 3리터 유리병과 인삼 6년근 네 뿌리를 구입했다. 한국에서 갓 가져온 인삼을 받아서 먼저 물로 깨끗하게 씻었다. 마치 아이를 목욕시키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특별히 40도 리투아니아산 보드카를 부어넣었다. 인삼 네 뿌리가 들어간 3리터 유리병에 들어간 보드카 양은 2.5리터다. 


리투아니아 사람들도 마늘이나 과일 열매에 보드카를 부어넣는다. 그런데 이는 보통 장기 보관용이라기보다는 필요에 따라 이내 마신다. 예를 들면 가을에 마늘주를 만들어 겨울철 감기 기운이 있을 때 마신다.
 

* 리투아니아 마늘주 (오른쪽)

* 리투아니아인 아내는 인삼의 생김 자체가 예술적이라 거실 장식용으로 제격이라고 한다.


지인의 말에 따르면 현지인들에게 인삼주를 선물했다니 '몸에 좋다'라는 소리에 얼마 가지 않고 다 마셔버렸다고 했다. 리투아니아인 아내도 이 말에 전적으로 수긍했다. 

술은 보는 것이 아니라 마시는 것이지 ㅎㅎㅎ 

이렇게 늦었지만 우리 집 거실에도 길쭉한 3리터짜리 인삼주가 진열되게 되었다. 


"우리 언제 이거 마시지?"
"딸 결혼할 때 아니면 당신 환갑 때..."
"그냥 여기 한국인이 산다라는 전시용으로 사용하지 뭐."


이제 우리 집을 찾는 현지인들은 누구나 한번쯤 기묘하게 생긴 이것이 무엇인지 물어볼 것이다.


"뿌리는 한국산 고려인삼이요, 술은 리투아니아산 보드카."

Posted by 초유스

해외 여행 경비에 적지 않은 부분이 바로 현지에서 먹는 음식비다. 조식이 포함 되어 있는 호텔에서는 늦은 아침 식사를 든든히 해서 하루 두 끼로 여행을 할 수 있다. 중간에는 간식으로 해결하고 저녁을 넉넉하게 하면 된다. [아래는 라트비아 리가의 한 호텔에서 먹은 조식이다.]


그래서 조식 때 소량으로 챙겨가는 바나나 등은 요긴하다. 하지만 이를 용인하는 호텔도 있고 그렇지 않은 호텔도 있다. 바나나나 사과 한 개 등 소량으로 챙겨 가는 사람도 있지만 아예 소시지나 햄을 덤뿍 넣어 샌드위치를 만들어 가는 사람들도 보곤 한다. 후자가 많이 묵는 호텔은 조식에다 점심용 샌드위치까지 제공하는 꼴이다. 

투숙객수에 알맞게 음식을 준비했는데 후자가 많은 경우 조식 마감 가까이에 오는 사람들에게는 음식이 부족할 수 있다. 이런 골치 아픈 얌체 손님들 때문에 일전에 묵은 에스토니아 탈린에 있는 한 호텔은 조식당에 아래 사친의 안내 동판을 붙여 놓았다. 
     

"조식에서 음식을 가져 가지 마. 벌금 50유로"

 
가져 가다 발각 되면 벌금 50유로! 
그냥 아침 배부르게 마음껏 먹는 것이 좋겠다. 참고로 2018년 에스토니아 빅맥 지수는 3.15유로다. 50유로로 먹을 수 있는 맥도날드 빅맥 갯수는 16개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8.12.06 05:27

외국에 살면 가장 가고 싶지 않는 곳을 손꼽으라하면 이민국과 병원이다. 외국 생활시 비자와 질병이 제일 큰 문제다. 이민국은 이제 5년마다 한 번씩 가서 거주증만 갱신하면 된다. 질병은 예측하기가 힘든다. 수술 하나를 마치면 이것이 생애 마지막 수술이기를 간절히 바라보지만 수술 집도의를 만난 횟수가 벌써 네 번이다.

지난 여름철 오른쪽 귀 뒷편에 뽀루지가 생겼다. 이 부위는 안경 다리 끝부분과 마찰이 잦은 곳이다. 아주 드물게 여기에 뽀루지가 생겨 짜내면 얼마 후 흔적이 사라진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렇지가 않고 이 부위가 좀 커져서 딱딱한 결절이 형성되었다. 그냥 내버려두고 싶었지만 그래도 의사를 한번 찾아가보기로 했다.

리투아니아 의료체계에 따르면 먼저 가정의를 방문해 소견서를 받아서 2차 진료 기관을 방문한다. 응급한 상황일 경우 아침 일찍 종합진료소를 통해 당일이나 아주 가까운 시일내 가정의를 거치지 않고 전문의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이렇게 11월 23일 곧 바로 수술의사를 방문했다. 결절을 살펴 보더니 수술로 제거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11월 26일 종합진료소를 다시 방문해 수술 소견서와 수술 날짜 배정을 받도록 했다. 11월 26일 다시 그를 방문하자 일주일 후인 12월 3일 오후 시간으로 수술 날짜를 잡았다.

고민거리가 생겼다. 수술의사에게 어떻게 답례할까이다. 의료보험이 되어 있기 때문에 일체의 수술 비용이 들지 않는다. 단지 위생 신발덮개(신발커버)를 64원에 구입해야 했다. 돈으로 성의를 표시할까? 아니면 초콜릿이나 커피 봉지 등으로 선물할까? 솔직히 "감사합니다"라는 미소 담긴 말로 끝내고 싶지만 리투아니아인 아내는 술 한 병과 초콜릿 한 상자를 깔끔한 선물 종이 가방에 넣어 주었다. 아내가 근무 중이라 나 혼자 수술을 받으러 가야 했다.

아내는 반드시 이 선물을 수술 하기 전에 줘야 한다고 신신당부했다. 또 의사에게 도려낸 부위 조직 검사를 하는 지와 그 결과를 언제 알 수 있는 지를 꼭 물어 봐라고 하면서 리투아니아어 문장(Ar išsitrinsite? Kada sužinosiu)을 여러 차례 일러주면서 외우도록 했다.  

종합진료소 수술실에 들어가 수술의사와 인사를 나눈 후 접수했다. 바로 이어 수술실 간호사의 안내를 받아 수술실로 들어갔다. 수술 전에 수술의사에게 꼭 줘라고 당부한 선물 가방을 줄 상황이 보이지 않았다. 수술 침대에 옆으로 눕자 속전속결로 진행되었다. 


* 사진을 글과 관계 없는 수술 사진(출처: karpol.lt/features/dienos-chirurgija/)

눈을 감는다
분무기로 수술 부위가 있는 머리 뒷 부분에 마취액을 분무한다
녹색천으로 머리 위를 덮는다

조금 후 마취액이 묻어 있는 부위가 뜨거워졌다. 곧 수술 집도의가 들어와 수술을 시작했다. 결절을 도려내는 데는 그야말로 한 찰나였다. 수술진은 여러 차례 수술 중 무슨 일이 생기면 즉시 말하라고 부탁했다. 수술실에는 집도의외에 세 명의 의료진이 더 있었다. 집도의를 비롯한 의료진은 실밥을 꿰매면서 거의 끊임없이 나와 대화를 이어갔다.

"오늘 저녁에 한국어 수업을 한다고 했는데..."
"저녁 6시 30분에 시작된다."
"학생은 얼마나 되나?"
"12명."
"한국어와 캄보디아어는 닮았나?"
"전혀 안 닮았다."
"세상에 한국어와 비슷한 언어가 있나?"
"없다."
"한국어를 배우지 않고 알 수 있나?"
"알 수 없다."
"한국어가 어렵겠지?"
"한국어보다 리투아니아어가 더 어려운 것 같다."
"이곳에 산 지는 얼마나 되나?"
"20년."
"리투아니아어는 어떻게 배웠나?"
"처음에는 어학강좌를 다녔다."
"자녀는 있나?"
"있다. 딸 하나."
"몇 살이니?"
"17살."
"누굴 닮았나?"
"둘 다 안 닮은 듯..."

이렇게 대화하면서 수술이 끝났다. 간호사는 마취액 자국을 정성스럽게 닦아내었다. 마취액을 분무한 것에 불과한 데도 좀 어지러웠다. 간호사는 나를 부축하면서 회복실로 안내했다. 그리고 수술 부위에 냉찜질을 하도록 했다. 

20분 정도 지난 후 집도의가 직접 와서 상태를 확인한 후 약처방을 내렸다. 혹시 통증이 있을 시 돌멘(dolmen)을 하루 세 번 식후 복용하고 소독약 octenisept나 cutasept를 하루 세 번 뿌려라하고 했다. 실밥 등 수술 후 확인을 위해 목요일에 진료소로 오라고 했다. 외투와 선물로 두툼한 가방 속에서 선물 봉지를 꺼내 수술의사에게 건넸다. 그는 흔쾌히 이를 받았다. 

옆에 있던 간호사는 아직 가지 말고 의자에 잠시 기다려라고 했다. 이유인즉 진통제 주사를 놓아주겠다고 했다. 간호사도 여러 가지 질문을 했다.

"서서 바지만 조금 내려."
"이 주사 효과는 어느 정도로 가나?"
"한 다섯 시간 정도."
"잘 됐네. 저녁 강의가 끝날 때까지는 통증을 느끼지 않겠구나."
"어디에서 왔나?"
"한국에서."
"일본인으로 생각했는데. 물어보기를 잘했네."
"리투아니아어를 잘하는데..."
"아직 멀었다. 하지만 현지에 살고 있으니 현지어를 배워 말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의료진과 소통을 하면서 수술을 무사히 마치니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두 서 시간 수술 부위가 당겨서 부자연스러웠다. 
Posted by 초유스
영상모음2018.12.03 05:47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의 지역인 우주피스 주민들이 1997년 4월 1일 우주피스 독립 공화국을 선포했다. 매년 이날 우주피스 주민들은 경축 행사를 대대적으로 벌인다. 


넓이는 60헥타르이고 주민은 7천명으로 이 중 천여명이 예술인이다. 빌냐 혹은 빌넬레 강을 사이에 두고 유네스토 세계문화 유산지인 구시가지와 경계를 이룬다. 이곳에는 작업실, 갤러리, 카페 등이 곳곳에 있고 많은 문화 예술 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우주피스는 "빌뉴스의 몽마르트르"라 불린다.   


우주피스 공화국은 정치 공동체라기보다는 문화 예술 공동체이다. 하지만 공화국답게 대통령, 총리, 장관, 대사, 군대, 축제 그리고 헌법도 있다. 이 지역의 파우피스(Paupis) 거리 담에는 리투아니아어뿐만 아니라 여러 여러 언어로 번역된 헌법 동판들이 걸려 있다. 

 


1998년 41개 조항으로 제정된 우주피스 공화국 헌법은 현재 23개국 언어로 되어 있다. 몇 가지 조항은 아래와 같다. 참고로 개와 고양이가 헌법 조항에 들어간 것은 대통령이 개를 좋아하고 총리가 고양이를 좋아하는 데에서 기인한다는 뒷이야기가 있다.  

1. 모든 사람은 빌넬레 강변에서 살 권 권리를 가지며 빌넬레 강은 모든 사람 곁에서 흐를 권리를 가진다
4. 모든 사람은 실수할 권리를 가진다
8. 모든 사람은 인기가 없어도 되고 다른 사람이 몰라도 되는 권리를 가진다
9. 모든 사람은 게으르거나 아무것도 아지 않아도 되는 권리를 가진다
10. 모든 사람은 고양이를 사랑하고 돌볼 권리를 가진다
11. 모든 사람은 개가 줄을 때까지 돌볼 권리를 가진다
15. 모든 사람은 의심할 권리가 있으나 이것이 의무는 아니다
17. 모든 사람은 행복하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
27. 모든 사람은 자신의 이름을 꼭 기억해야 한다
28. 모든 사람은 자신이 소요한 것을 나눌 수 있다
41. 포기하지 마라
모든 조항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아래 사진을 누르면 크게 볼 수가 있다. 


이제 이 담에 한국어로 된 헌법을 만날 수 있다. 지난 9월 6일 우주피스 공화국 한국어 헌법 동판 제막식이 열렸다. 


한국에서 온 에술인들이 여러 공연을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우주피스 공화국 국가에 이어 대한민국 애국가가 불려졌다. 


주 폴란드 대사이자 우주피스 공화국 한국 대사로 임명된 최성주 대사는 "우주피스는 이 지역을 여행하는 한국인이라면 반드시  방문하게 되는 명소가 되었다. 자유와 예술 그리고 유머를 사랑하는 우주피스 공화국은 하나의 이상향으로서 한국인들을 매료시키고 있다"라고 말하면서 "낯선 문자를 보는 우주피스와 리아니아 사람들은 한국이라는 먼 나라에서 대해서 호기심을 갖고 더 나아가서 한국어를 공부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볼 수 있다"라는 기대감을 표시했다.


이곳에서 한국어 헌법을 보게 되니 세계 속 한국어의 위상을 새삼스럽게 다시 한 번 더 느껴 본다. 이날 행사의 장면을 아래 영상(촬영: Vida Čojienė)에 담아 보았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8.12.01 04:35

이제 한국에는 김장철이다. 이곳 리투아니아 빌뉴스도 겨울 냄새가 물씬 풍기는 날씨로 접어 들었다. 기온이 낮이나 밤이나 영하다. 어제 저녁 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친 후 집으로 돌아오니 아내가 현관문을 열자마자 소식 하나를 전해주었다.

윗층에 사는 이웃이 느닷없이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잠깐 방문해도 될까?"
"물론."

이웃은 70대 중반의 할머니다. 아내가 문을 열고 맞이하니 할머니는 그릇 하나를 들고 있었다. 이내 할머니는 거침없이 이야기를 풀어 나갔다.

"내가 만든 김치야. 전에 내가 살았던 곳이 우즈베키스탄인데 그곳에는 한국 사람들이 많이 살았어. 한국 사람들은 정말 부지런해. 시장에 가면 여러 한국 음식을 쉽게 구입할 수가 있었어. 나도 김치 등을 사먹었는데 리투아니아로 이사를 온 후부터는 지난 수십년 동안 김치를 먹을 수가 없어 참 아쉬웠어. 그런데 며칠 전 잡지에서 김치 요리법을 읽게 되었지. 옛날 즐겨 먹은 김치가 떠올라서 한번 만들어 보기로 했어. 어디 한번 맛 좀 봐줘."
"평가해 줄 남편이 지금 집에 있었으면 참 좋았을덴테..."
"김치를 무엇으로 만드는 지 알아? 바로 중국 배추야!!!"

이 말에 아내는 웃음을 참느라 힘들었다고 한다. 유럽인 아내는 오래 전부터 집에서 직접 김치를 담가 먹기 때문에 김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참고로 유럽 사람들은 우리의 배추를 "중국 혹은 북경 배추"라 부른다. 우리는 유럽의 배추를 "양배추"라 부른다. 

이웃 할머니는 한국 사람이 살고 있는 우리 집에 와서 김치를 만들어 보았다는 자부심을 보여 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할머니는 김치에 강황을 넣었다고 강조했다. 강황은 맵고 쓴 맛을 내며 노란색을 지니고 있다. 카레를 만드는 재료로 쓰인다. 

그 김치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했다.
아내가 냉장고에서 할머니가 만든 김치를 꺼냈다.

* 이웃집 유럽인 할머니가 평생 처음 담근 김치 

"앗, 백김치네!!! 고춧가루를 구할 수 없어서 매운 맛을 내기 위해 강황을 넣어겠구나. 그래도 붉은 색을 내기 위해 붉은 고추를 썰어서 넣었네. 볍씨처럼 생긴 저것은 뭐지?"
"크미나스(kmynas)라고 하는데 에스페란토로는 카르비오(karvio), 영어로는 캐러웨이(caraway)다." 검색해보니 캐러웨이는 미나리과의 초분 식물로 열매는 치즈, 술, 빵, 제약 등에 쓰인다. 

할머니가 만든 김치 맛은 그런대로 먹을 만했다. 약간 맵고 시큼했다.  

할머니가 집으로 돌아갈 즈음 아내가 말했다. 
"며칠 전에 남편이 한국에서 공수해온 김치가 있다."

누군가 그릇에 음식 등을 가져 왔을 때 한국 사람들은 그냥 빈그릇으로 돌려주지 않는다는 말을 들은 아내는 발코니로 가서 김치 한 포기를 그릇에 담아 주었다.

"우와, 정말 한국 김치를 이렇게 먹을 수 있다니!!! 우리 남편이 정말 좋아하겠다."


평생 처음 담근 김치를 한국인에게 맛 보여 주려고 왔는데 이렇게 한국에서 한국 사람이 직접 만든 김치를 맛볼 수 있다니 얼마나 큰 기쁨이었을까... 사실 주변에 알게 모르게 김치를 직접 담가 먹는 현지 유럽인들이 여러 있다. 포도주 평가사가 있듯이 언젠가 세계 곳곳에 김치 평가사라는 직업이 생겨날 수도 있지 않을까...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2018.11.30 16:15

11월 초중순 한국 방문 때 1991년부터 알고 지내는 폴란드인 친구가 동행했다. 그의 직업은 전기설계사다. 발전소나 대규모 시설물의 전력이나 전기를 설계한다. 설계뿐만 아니라 전기 공사에도 능숙하다. 친척이나 지인들의 주택 전기를 설계해줄 뿐만 아니라 배선 공사까지 해주었다.  

때마침 머물고 있는 집에 전기 배선 공사가 필요했다. 대충하자면 아주 간단한 작업이다. 옥외 배전함부터 건조기가 놓일 위치까지 전기선을 배선하는 것이다. 필요한 길이의 전기선을 구입해 작업을 개시하면 될 듯한데 그는 종이와 연필로 설계부터 했다. 아, 이래서 직업은 못 속인다고 하는구나... 

그의 작업 목록을 살펴보았다.
1. 노출된 기존 전기선와 새로운 전기선을 쫄대나 보호관에 넣어 정리한다
2. 전등 두 구를 추가로 설치하고 기존 전등 하나도 다른 두 구와 동일한 것으로 교체한다
3. 전기선을 정리함에 넣는다
4. 다수의 콘센트를 설치한다
5. 스위치를 설치한다 

이렇게 해서 필요한 물품을 구입한 후 작업에 들어갔다. 아침 식사 후 시작해 오후 늦게야 작업이 끝났다. 대충 전기선을 노출해 연결할 경우 1시간도 채 안 걸릴 듯한 작은 공사가 여러 시간에 걸치는 큰 공사가 되어 버렸다.                 

옥외에 있는 배전함에 전기선을 연결하고 있다.
  

이왕 전기선을 설치하는 겸에 옥외등을 추가로 설치하는 것이 좋겠다고 해서 양방향에 전등을 달고 있다. 



나도 조수 역할을 톡톡히 했다. 전기선 쫄대를 벽돌에 고정시키는 일이다. 지금껏 거의 해본 일이 없었던 경험이다. 덩달아 나도 성취감을 맛보았다.


전기선을 정리함에 넣어 아주 깔끔하게 전등 두 구를 달고 있다.


새로 단 전등 두 구가 밤에도 옥외에서 쉽게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기존 전기선과 새로운 전기선을 함께 쫄대에 넣어서 철판벽에 고정시켰다.


자투리 판자를 이용해 콘센트를 벽에 고정시켰다.


이날 공사의 결과물로 동일한 전등 세 구가 빛을 발하고 있다.


공사를 다 마친 후 "만세" 주먹을 높이 들고 있다. 처음으로 외국 땅에서 전기공사를 만족스럽게 끝냄으로써 느끼는 기쁨이 우러난다. ㅎㅎㅎ


아뿔사 옥의 티가 나왔다. 바로 스위치다. 지천명의 나이에 이르니 글자가 옆으로 90도 누워져 있는 것이 안 보인 듯... 사실인즉 유럽식 스위치 방식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유럽은 대부분 스위치 위치가 상하 수직으로 되어 있다.  


이에 반해 한국에서 본 스위치는 좌우 수평으로 되어 있다. 


뜯어서 한국식으로 스위치를 다시 설치할까 고민하다가 유럽인이 전기공사를 했다는 흔적을 남기는 것도 좋겠다라는 생각에 그대로 놓아 두었다. 이날 유럽인 친구가 전기공사를 하는 것을 옆에서 도와 주면서 관찰한 것은 대충대충 할 수 있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비바람에 전기선이 노출되지 않도록 하고 반듯하게 쫄대를 벽에 고정시키는 등 사전 준비부터 원칙대로 철저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대충대충이 없었다. 이날 전기공사는 한국 방문의 보람 있는 추억거리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2018.11.22 15:12

대중교통으로 이동하기를 선호한다. 60여만 명이 살고 있는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는 출퇴근 시간 도심을 제외하고는 교통체증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잇따라 막 들어오는 버스가 많은 경우를 종종 만나게 된다. 이때 앞에 있는 버스에 가려서 뒷 버스 번호가 잘 보이지 않는다. 몰려있는 사람들 사이로 빠져나가 버스 가까이에 가서야 그 번호를 확인할 수가 있다. 내가 타고자 하는 버스면 좋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엔 "애궁~" 소리가 절로 나온다. 

이런 불편함을 해소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어디 없을까... 바로 이번 한국 방문에서 그 답을 얻었다. 정말 간단하면서 아주 유용한 방법이다. 서울역에 내려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데 지하철 대신 버스를 타기로 했다. 

정류장이 여러 차선으로 나눠져 있어 원하는 버스를 제대로 탈 수 있을 지 내심 걱정스러웠다. 버스 노선도만 봐도 서울이 얼마나 복잡한 도시인지 쉽게 알 수가 있다. 


버스를 놓치지 않고 잘 탈 수 있을까... 행여나 성질 급한 운전사가 뒤에서 손님을 내리고 바로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손님만 태우고 가버리지는 않을까...

그런데 처음 보는 번호 표시판 하나가 눈에 확 들어왔다. 정류장 앞에서 버스 앞문이 열리니까 숨어 있던 번호판이 튀어 나온다. 


저~ 뒤에 잇달아 들어오는 버스들도 마치 도미노처럼 번호판을 쑥 내민다. 앞 버스에 가려서 뒷 버스 번호가 보이지 않는 일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겠다. 이 돌출형 버스 번호판 덕분에 여러 대 뒤에 멈춰 있던 버스를 쉽게 탈 수가 있었다.


함께 동행한 폴란드인 친구도 이 번호판을 보더니 감탄을 연발했다. 줄지어 들어오는 버스들의 번호를 뛰어가거나 기웃거리면서 확인해야 하는 불편함을 이렇게 쉽게 해결해주다니... 멋진 생각에 꾸벅~~~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2018.11.19 15:16

바르샤바에 살고 있는 폴란드인 친구와 함께 둘이서 다시 22년만에 11월 초순 한국을 방문했다. 우리에게 가장 경제적으로 한국에 가는 방법은 독일 항공사 루프탄자였다. 한국으로 갈 때 빌뉴스-프랑크푸르트-뭰헨-인천으로 환승이 두 번이었다. 돌아올 때 인천-프랑크푸르트-빌뉴스 노선이었다. 에어버스 A350-900는 위에서 내려다볼 수 있는 카메라가 있어서 영종도 활주로에 착륙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보았다. 


인천공항에 도착하자 출발지 국기와 도착지 국기가 나란히 환영을 하고 있었다.


곧 바로 지인이 살고 있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으로 공항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친 누님 같은 지인은 우리가 유럽을 떠나기 전에 그 댁에 머무는 동안 무엇을 먹고 싶은 지를 물었다. 이날 도착해 제일 먼저 한 식사는 점심이었다. 간단한 음식을 부탁했건만 떡볶이, 김밥, 유부초밥, 어묵 등 평소 유럽에서 먹기 힘든 한국 음식을 푸짐하게 준비해 놓았다.   


식사 후 흔한 커피나 녹차 대신 약령시장에서 직접 사온 다양한 약재로 정성스럽게 한국의 전통차 쌍화차를 끓여주었다.  


저녁은 훨씬 더 푸짐했다. 빌뉴스 집에서 한국 음식을 자주 해먹는데 그야말로 단품 식사다. 밥 한 공기에 국이나 반찬 한 두 가지가 전부다. 그러니 이날 지인이 저녁상에 올린 음식에 감탄과 찬사를 연발할 수밖에 없었다. 감사한 마음과 송구한 마음도 가득했다.   


우리를 매료시킨 것이 하나 더 있었다. 여러 음식물 옆에 놓인 단풍잎과 곱게 물든 나뭇잎이었다. 식감에 색감이 더해졌다. 일반 가정집 음식에 이렇게 단풍으로 장식된 것은 처음 보았다.  


지인은 가을이 되면 단풍잎이나 곱게 물든 나뭇잎을 따서 냉장실과 냉동실에 보관해 놓는다고 한다. 음식을 다 만든 후에 접시 빈 자리에 나뭇잎을 올려 시각적으로도 음식을 즐길 수 있도록 신경을 쓴다고 한다. 비닐봉지는 냉장실에 보관하는 나뭇잎이다.  


아래 사진에서 보듯이 플라스틱통은 냉동실에 보관하는 나뭇잎이다. 


지인은 나도 집에서 나뭇잎으로 음식을 장식해볼 것을 권했다. 냉장실에 보관한 나뭇잎은 그 색깔이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냉동실에 보관한 나뭇잎은 식사하는 동안 아래와 같이 색깔이 서서히 변한다고 한다.  


지인 아파트 정원에 자라고 있는 단풍나무다. 


밖에서 즐기는 노랑색 빨강색 화려한 단풍잎을 음식물 옆에 장식해서 식사를 하면서도 가을 정취를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해준 지인의 섬세한 예술적 감각이 정말 돋보였다. 정성 듬뿍 담긴 푸짐한 음식에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린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2018.11.16 07:30

11월 초중순에 잠시 한국을 다녀왔다. 한국에 머무는 동안 가장 많이 먹은 과일은 다름아닌 감이다. 때론 단감 때론 홍시였다. 잎이 떨어지는 나뭇가지에 익어가는 감은 어디에서나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전북 익산의 한 주택의 좁은 뜰에서 자라고 있는 감나무다. 마치 굵게 묶힌 전선줄이 감이 주렁주렁 달려 있는 얇은 가지를 지탱해주고 있는 듯하다.  

  
경기도 수원 화성에 있는 동북노대(쇠뇌를 쏘기 위해 높게 지은 건물) 밖에서도 감이 점점 자연 홍시로 변해가고 있다. 손이 닿는다면 홍시를 따 먹고 싶은 마음이 꿀떡 같다.


아래는 대구 팔공산 입구 봉무동에서 만난 감나무다. 인기척이 있는데도 새 한 마리가 홍시를 열심히 쪼아 먹고 있다.  비슷한 색상 속에서 어떻게 홍시를 잘 알아볼 수 있는지... 사다리가 있다면 올라가 나도 따 먹고 싶다. 


어린 시절을 보낸 시골 텃밭에는 여러 종류의 감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긴 장대로 아직 잎이 떨어지지 않는 나뭇가지 위에 몰랑몰랑한 빨간 홍시를 찾아 따먹곤 했다. 단감보다 홍시를 더 좋아한다. 어느 날 나와 이번 한국 방문에 동행한 폴란드인 친구는 홍시 한 쟁반을 대접 받았다.   


이 쟁반을 앞에 두고 그에게 물아보았다.
"이것이 무엇인지 알아?"
"보아하니 토마토네!!!"
"정말?"
"그럼 한번 먹어봐." 


"이잉~~~ 토마토가 아니네! 정말 달고 부드럽다. 뭐지?"
"떫은 맛이 사라진 잘 익은 감이다. 이를 홍시라고 해."
"난생 처음 먹어본 홍시 정말 맛있다."


정말이지 이날 대접 받은 홍시는 보기에 딱 잘 익은 토마토를 닮았다. 폴란드인 친구는 단숨에 홍시 하나를 먹어 버렸다. 내가 오물오물 씹으면서 꺼낸 감씨앗에 의아해 했다. 그는 홍시의 단맛과 물렁물렁함에 감씨앗을 느끼지 못한 채 쭉 빨아 먹어 버렸다. 다시 유럽으로 돌아가면 먹기 힘든 홍시를 기회 있는 대로 마음껏 먹었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