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첫면2014.09.29 05:00

한국인이 외국에 살면 누구나 흔히 접하는 질문 중 하나가 있다.


"김치는 먹나?"
"먹지."
"사서 먹어 아니면 담가 먹어?"
"담가 먹지."

유럽에 산 지가 제법 되어서 김치 생각은 그렇게 간절하지 않다. 더욱이 매운 음식도 이제는 옛날처럼 잘 먹지를 못한다. 먹고 나면 속이 불편하다. 하지만 종종 라면 먹을 때 김치가 없으면 라면맛을 제대로 즐길 수 없다. 혹은 요리할 시간이 없어 식사해야 할 때 '아, 김치 하나만 있으면 후다닥 먹을 수 있을 텐데......'라고 아쉬워 하곤 한다.

우리 집에서 김치를 담그자고 재촉하는 이는 내가 아니라 리투아니아인 아내와 딸아이다. 딸아이는 김치가 매워서 먹지 않지만, 밥에다 김치를 발라서 즐겨 먹는다. 그래서 자주는 아니지만 이따금 생각날 때 김치를 담근다.    

담근 김치는 리투아니아인 친척들이 오거나 방문할 때 조금씩 선물로 준다. 이들이 우리보다 훨씬 더 김치를 찾는다. 일전에 친척이 방문했기에 조그만한 통에 김치를 담아주었다. 그 다음날 저녁 학교에서 강의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의 아내로부터 전화가 왔다.

"보내준 김치가 맛있어!"
"정말?"
"정말이지. 부탁 하나 있어."
"뭔데?"
"김치를 담가줘. 꼭 살게."
"김치 팔 정도로 김치를 담그지 못해."
"무슨 소리야! 정말 최고야."
"말은 고맙지만 아내에게 물어볼게."

집으로 돌아와 아내와 상의했다.
"친척에게 돈 받고 김치를 담가주는 것이 우리 성격에 어울리지 않아."
"맞아. 하지만 배춧값 등 원가도 있고, 우리가 따로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 하니까 받아도 나쁘지는 않지."
"그 말도 맞는 말이다. 더욱이 그 친척 살람도 넉넉한 편이니까."

아내와 함께 난생 처음 팔 김치를 5킬로그램을 담갔다.
배추를 소금에 절이고, 나중에 양념에 배추를 버무리는 일은 내가 하고, 양념 만들기는 아내가 맡았다. 


"그런데 얼마를 받지?"
"주는 대로 받지."
"그래도 기준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맛있다는 전제로 받고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다른 것으로 보상해주면 어떨까?"
"동의!"


친척이 김치를 받으려 왔다. 맛을 보더니 아주 만족했다. 지갑을 열고 값을 지불했다.
아내가 원가를 제하고 나머지를 반반씩 나눠 각자 용돈으로 사용하자고 제안했다.

유럽에서 25년 살면서 이렇게 처음으로 김치 팔아 용돈까지 챙기다니 역시 살고 볼 일이다.

Posted by 초유스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리투아니아에서 사시는군요.

    한국에서도 어머니들이 김치를 담가주시지 않으면 집에서 만들어 먹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요?
    그래도 글 쓰신 분은 남자분이신 것 같은데, 만드실 생각을 다 하셨네요.
    저는 생각만 있지, 뭐... 주는 대로 먹는 편이라.

    리투아니아는 고등학교 때 펜팔 잠깐 했었는데, 그때는 한류고 뭐고 없었고, 인터넷도 없어서, 편지로 왕래했었는데, 세상이 20년 지나니까 확 달라졌네요.

    김치 만든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예전에 블로그 열심히 할 때는 가끔 들렸었었습니다. ㅎㅎ
    안녕히 계세요.

    2014.09.30 11:4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김치에 무와 마늘이 빠지면 유산균이 없다고 하더군요. http://article.joins.com/news/article/article.asp?ctg=12&Total_ID=6783738

    2014.10.01 00:08 [ ADDR : EDIT/ DEL : REPLY ]
  3. 왠지 흐뭇하군요. ^^
    잘 읽고 갑니다.

    2014.10.01 00:1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4. 유은진

    저도 뉴질랜드 워홀 갔을때 김치 담가 먹었는데 ㅎㅎㅎ
    소위 차이니즈캐비지로 담궜는데, 참 맛있더군요
    그이후 한국에와서 지금까지 김치가 제일 소중합니다.

    2014.10.01 16:28 [ ADDR : EDIT/ DEL : REPLY ]
  5. 얼마 받으신거죠 한국돈으로

    얼마 받으신거죠 .
    잘 몰라서요

    2014.10.01 17:09 [ ADDR : EDIT/ DEL : REPLY ]
  6. 잘 보고 갑니다~ ^^

    티스토리는 이웃 관리는 어떻게하는지 모르겠네요??
    자주 소통하며지냈으면 좋겠습니다.
    (답방100% ^^)

    2014.10.03 18:0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생활얘기2014.02.11 04:37

한국을 여러 차례 다녀온 리투아니아인 아내가 가장 신나게 한국 음식에 대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설명할 때 즐겨 사용하는 표현은 "한국 음식은 다양한 반찬이 많아서 참 보기도 좋고 먹을 것이 많다."다. 맞는 말이다. 


반찬 하나하나를 꼭꼭 씹으면 식사 시간도 절로 길어져 느긋함을 쉽게 누릴 수 있다. 리투아니아 우리 집에서 먹은 한국 음식이라고는 고작 밥 그릇에다가 미역국이나 된장국 등 국 그릇 하나뿐이다. 김치나 밑반찬이 한 두 개 더 있다면 그야말로 진수성찬격이다. 

한국 방문 중 반찬이 많이 나오는 음식에 눈과 입이 즐겨웠다. 어느 날 서울에 있는 한식당으로 초대받았다. 나온 반찬이 무려 스무 가지가 넘었다. 남길 것 같았으나 네 명이 먹으니 말끔하게 다 비웠다. 

이날 반찬보다 더 신기한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 유럽에서 25여년을 살고 있는 지라 이를 처음 보게 되었다. 보통 음식을 쟁반으로 날라 식탁 위에 놓는다. 그런데 이 식당은 쟁반 대신 아예 식탁 상판을 가져왔다. 그리고 이 상판을 기존 상판 위로 끼어넣었다.


'우와, 이런 기발한 발상을 하다니! 참 신기하네. 우리 집 거실 식탁에도 이렇게 끼워넣을 수 있는 상판이 있으면 참 좋겠다.'

10명이 앉을 수 있는 우리 집 식탁에 손님 대접을 마친 후에는 음식 그릇 등을 부엌으로 수차례나 옮겨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그런데 이런 상판이 있다면 상판을 통채로 부엌으로 옮긴다면 아주 수월할 것이다.  

 

한국 사람들에게는 익숙할 수도 있겠지만 이 식탁 상판 이동에 주변 유럽인 친구들은 깜짝 놀라워할 것이다. 조만간 한국에서 찍어온 사진과 동영상을 현지인 친구들과 함께 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야겠다.

Posted by 초유스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잼있네용~*

    2014.02.15 15:0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영상모음2011.11.11 05:11

10월 14일은 한국과 리투아니아가 외교를 수립한 날이다. 올해는 만 2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이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한국 정부는 리투아니아를 관할하는 폴란드 대사관을 통해 여러 행사를 개최했다. <한국-리투아니아 비지니스 포럼>, <국악공연>, <한식 리셉션> 행사가 열렸다.

<한식 리셉션>에는 폴란드 대사관저 요리사 2명이 특별히 초빙되어 김치, 불고기, 두부조림, 떡볶이, 한과, 식혜 등 전통 한식과 음료를 준비했다. 리투아니아 정계, 경제계, 문화계, 언론계 주요인사들과 교민 등 100여명이 참가했다. 국악 연주와 판소리가 선보였고, 한식 만찬이 이어졌다. 이날 양식도 마련되어 있었지만 한식이 단연 인기였다.


김치를 접시에 엄청 담아가고 있는 리투아니아 유명 기자에게 "아주 맵다"고 알려주자 그는 "매운 김치가 정말 맛있다. 매운 음식을 아주 좋아한다"고 답했다. 이날 만찬장 모습을 아래 영상에 담아보았다.
 

이날 만찬 참석자들은 고추장을 선물로 받아갔다. 리투아니아 사회 주요인사들이 한식을 즐겨먹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흐뭇한 마음이 일어났다. 

 
Posted by 초유스

댓글을 달아 주세요

기사모음2011.05.11 07:11

북동유럽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대개 훈제한 고기를 즐겨 먹는다. 훈제 소시지는 아침식사 때 빵과 함께 먹고, 훈제 삼겹살은 보드카 안주나 양배추국을 끓일 때 사용한다.

고기를 프라이팬에 구울 때 완전히 익을 때까지 충분히 굽는다. 우리 집 경우는 더 자주 삶아서 먹는다. 살짝 구웠다가 삶기도 한다.

10여년 전 리투아니아에 처음 정착할 무렵 시장 고기매장에 가보니 구워먹으면 아주 좋을 돼지 삼결살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사서 집에 와서 직접 요리를 했다.

그런데 리투아니아인 아내는 먹기를 꺼려했다.

"그렇게 짧은 시간에 후닥 구은 고기는 설익어서 먹을 수가 없어!"

설익어 못먹겠다는 아내는 더 구을 것을 부탁했다. 표면이 누렇게 변한 고기는 이제는 딱딱해서 먹기가 불편했다. 이렇게 아내는 처음엔 삼겹살을 거의 먹지를 않았다. 

하지만 언젠가 갓 구운 몰랑몰랑한 삼겹살을 몇 점 용기내어 먹어보더니 그 맛에 푹 빠져버렸다. 지금은 아내가 나보다 더 삼겹살을 좋아한다. 아이들도 즐겨 먹는다. 이제 삼겹살은 리투아니아 현지인들을 초대했을 때 대접하는 우리 집의 특식이 되어버렸다.     
  
아래 사진은 일전에 빌뉴스 '수라' 식당에서 한인들이 모여 삼결살 잔치 모습을 담고 있다.  


이날 모임에서 돌아온 후 아내는 삼겹살이 정말 맛있다고 하면서 제안했다.
"리투아니아 친구들을 초대해서 '수라'에서 삼겹살 잔치 한번 하자!"

* 최근글: 고사리 날로 먹고 응급환자 된 유럽인 장모님
 
Posted by 초유스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삼겹살, 한번 먹어보면 중독된다더군요....ㅎㅎ...
    일본인 친구가 한 명 있는데, 그녀석이 그러더군요.

    2011.05.11 07:40 [ ADDR : EDIT/ DEL : REPLY ]
  2. 그 고소한 맛을 보면 중독되죠ㅎㅎㅎ 유럽에선 얇게 베이컨을 해서 먹기 때문에 나름 신세계일거에요ㅋ 찾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그런가 제가 유럽에 살 때는 가격도 저렴해서 자주 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2011.05.12 14:34 [ ADDR : EDIT/ DEL : REPLY ]

기사모음2010.05.30 20:48

사용자 삽입 이미지
5월 26일 한국 정부가 막걸리 세계화 명분으로 막걸리 영문 애칭을 "drunken rice"로 결정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사전을 찾아보니 drunken은 술취한, 술고래의, 취중의, 술김의 뜻이고, rice는 쌀이다. 이 말의 구체적인 배경은 모르지만 이 표현을 보자 "술취한 쌀"이 먼저 떠오른다.

어떻게 술취한 쌀이 막걸리의 애칭이 될 수 있을까? 술취한 쌀이라 하니 쌀이 어떻게 술에 취할 수 있을까? 술취한 쌀이므로 그 쌀을 마시면 사람이 술취한다는 말인가? "막거리는 마시기 전에 술에 취하게 하니 마셔서는 안 되는 술이야. 혹은 술에 취하고 싶으면 마시는 술이 막걸리야."라는 우스게 소리도 나올 법하다.

막걸리의 영문 애칭화로 막걸리의 세계화를 꾀하고자 하는 발상 자체를 이해하기가 힘든다. 아무리 애칭이지만 "drunken rice"는 우스광스럽다. 술 좋아하는 이가 싫어하는 말 중 하나가 drunken(술취한)이다. 그렇다면 이름에서 벌써 drunken을 풍기니 마실 맛이 날까? Drunken rice에는 한국 이미지도, 막걸리 이미지도 없다.

제일 좋은 방법은 애칭보다 이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다. 처음 이 막걸리라는 말을 접하는 사람은 무슨 말인지 모르지만 설명을 듣고 자꾸 마시다보면 자연스럽게 막걸리가 한국 술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것이 바로 막걸리의 세계화이지 굳이 요상스러운 영문 애칭을 만들어 세계화를 꾀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막걸리도 단순히 rice wine 표현 대신에 럼, 보드카, 위스키 등과 같이 동등한 이름을 부여받아야 마땅하다. 한 마디로 영문 애칭 대신에 있는 이름 그대로 세계에 널리 알리는 것이 세계화의 최선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 에스페란토 사용자들의 노력이 돋보인다. 이들은 오래 전부터 "rice wine"(rizvino)이라는 설명적인 이름 대신에 makolio(마콜리오)라는 표현을 사용해왔고, 결실을 맺었다.

에스페란토는 자멘호프(1859-1917)가 1887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발표한 세계 공통어를 지향하는 국제어로,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인공언어다. 자멘호프가 태어난 옛 리투아니아 대공국령인 지금의 폴란드 비얄리스토크는 당시 여러 민족들이 각기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이로 인해 의사소통이 쉽지 않았고, 민족간 불화와 갈등이 빈번했다. 자멘호프가 모든 사람이 쉽게 배울 수 있는 중립적인 공통어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하고, 유럽 여러 언어들의 공통점과 장점을 활용해 규칙적인 문법과 쉬운 어휘를 기초로 에스페란토를 창안한 이유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세계에스페란계에서 가장 권위있고 큰 "Plena Ilustrita Vortaro de Esperanto"(에스페란토 대사전)에 막걸리 단어가 등재된 것이 그 결실이다. 한국어 발음에 근접한 표현 mak(k)oli에 에스페란토 명사형 어미 -O가 붙어서 makolio가 되었다.
makoli/o: Koredevena alkoholaĵo el rizo, malforta, ne distilita, fermentigita per malto
막걸리: 도수가 약하고, 증류되지 않고, 맥아로 발효시킨 한국에서 유래한 쌀로 만든 술

이렇게 에스페란토에서는 요상한 말로 애칭되지 않아도 보드카, 위스키처럼 막걸리가 당당하게 하나의 어근으로 공용화되어 있다. 정부는 막걸리의 영문 애칭을 짓느라 애쓰기보다는 각국 사전을 조사해 막걸리가 어떻게 표현되어 있고, 제대로 기술이 되었는 지 확인하는 일이 애칭 부여보다 선행과제라고 생각한다.

* 최근글: 내 카메라에 잡힌 벨라루시 축구대표팀 경기

영어 홍수 속에 여전히 살아있는 에스페란토
통역 없는 세상 꿈 이루는 에스페란토
한글 없는 휴대폰에 8살 딸의 한국말 문자쪽지
세계 男心 잡은 리투아니아 슈퍼모델들
한국은 위대한 나라 - 리투아니아 유명가수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아래 손가락 추천 버튼을 꾹 눌러주세요~! 클릭하시면 -> 구독+하실 수 있습니다.
Posted by 초유스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대체 무슨 생각으로 술취한 쌀인지....
    에스페란토어로 바꾸었으면 좋겠네요^^

    2010.05.30 07:46 [ ADDR : EDIT/ DEL : REPLY ]
  2. 오~ 마콜리오~ 좋은데요? 사실 그냥 막걸리라고 불렸으면 좋겠어요.

    작년에 막걸리 붐 일 때 막걸리 누보 같은 이상한 명칭을 쓰고
    와인 잔에 따라서 마시더니 이제는 드렁큰 라이스라니..
    막걸리가 가진 의미와 문화도 함께 알려야 된다는 걸 모르는 것 같더군요.

    2010.05.30 07:59 [ ADDR : EDIT/ DEL : REPLY ]
  3. 하여튼 정부 관계자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글로벌화 된 것임을 모르는 거죠.
    가령 브라질의 사탕수수 술인 까샤싸 혹은 삥가를 "브라질리언 럼"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그냥 삥가라고 하죠.
    멕시코의 떼낄라 역시 그냥 떼낄라라고 하지 "선인장 보드카"라고 하지 않잖습니까?
    막걸리는 그냥 막걸리로 해야지, 드렁큰 라이스가 뭔 소린지.
    암튼 가진 머리로 골때리는 짓들만 해 대고 있습니다.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일입니다.

    2010.05.30 09:29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