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에 해당되는 글 22건

  1. 2017.02.13 출장에서 돌아오니 딸아이 자판에 한글이 (2)
  2. 2016.10.08 한글 '건배'가 써진 유럽 라트비아 캔맥주 (1)
  3. 2014.03.11 딸아이의 휴대폰 한글 문자쪽지 엉터리 투성 (2)
  4. 2014.03.07 외국인으로 믿기 어려운 한국어 쓰기 솜씨 (4)
  5. 2014.01.07 쇼핑 목록에 한글의 어려움이 고스란히 (4)
  6. 2013.10.09 외국인에게 한글 이름 쓴 부채를 선물한 청년들 (8)
  7. 2013.08.07 탈린에서 만난 식당 한글, '환영'이 '혼영'
  8. 2013.02.07 한글의 세계화 이렇게 쉽게 이루어지다니
  9. 2012.03.16 한글 이름 만들어 애용하는 유럽인 한류팬들
  10. 2012.01.17 한글이 아주 예뻐 - 정말 행복해 (3)
  11. 2011.10.13 한글 없는 휴대폰에 딸이 보낸 엉성한 한국말 (7)
  12. 2011.07.15 유럽인들, 한글 이름쓰기에 관중 집중 (3)
  13. 2010.11.02 외국인들에겐 뭐니해도 한글이 인기짱! (9)
  14. 2010.10.14 브라질 여성 대통령 후보자 한글 표기는? (1)
  15. 2010.06.26 용돈 미끼로 외국에서 한글 배우는 딸아이 (3)
  16. 2010.05.12 처음 만난 외국인들을 한글로 호감 끈다 (3)
  17. 2010.05.11 한국어를 가르치고 선물 받을 8살 딸아이 (1)
  18. 2010.04.13 빌뉴스 거리에서 만난 한국어의 위상 (5)
  19. 2010.03.16 한글 없는 휴대폰에 8살 딸의 한국말 문자쪽지 (27)
  20. 2010.02.22 친구에게 한국어 가르칠 공책 만든 8살 딸 (1)
  21. 2009.11.23 한글로 쓴 딸아이의 '고맙습니다' (6)
  22. 2009.11.16 폴란드 주유소 길바닥에서 주운 한글 볼펜 (5)
요가일래2017.02.13 05:31

얼마 전 출장 중인데 중학교 3학년생인 요가일래로부터 쪽지가 왔다.  

"아빠 도와줘."
"뭐?"
"내가 지금 내 컴퓨터에 한국어 자판을 했는데 한국 글자 안 나와."
"자판 언어를 한국어로 바꿔라"
"내가 제어판에 갔고 자판에 (한국어를) 추가했어."
"컴퓨터 화면 사진 찍어 보내라."

그 동안 요가일래는 한국어를 발음나는 대로 로마자로 썼다. 이제 스스로 한글로 쓰고 싶은 마음을 갖게 된 듯했다. 출장에서 집으로 돌아와서 보니 순간적으로 깜짝 놀랐다. 바로 요가일래 노트북 영문 자판(키보드)에 한글이 붙여져 있었다.


이후부터 우리는 주로 한글로 쪽지를 주고 받는다. 틀린 표기는 교정해서 다시 쪽지를 보낸다. 



요즘 취미 하나가 늘어났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올해부터는 한국 드라마를 즐겨 보고 있다.  "구르미 그린 달빛"도 딸 덕분에 나도 보게 되었다. 한국어 노트를 마련해서 드라마를 보면서 접하는 새로운 단어를 적기도 한다.  



서너 문장을 써서 검사를 부탁하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이 강요나 강제에 의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발심해서 하게 된 것이라 그저 감사할 뿐이다. 



방 벽에는 한국 풍경 사진을 붙여놓았다. 



"좋은 사진이 붙여져 있네."
"이 방은 한국인이 사는 방이라 한국 풍경이 있어야 돼."
"나중에 리투아니아에 이런 집을 하나 지으면 좋겠다."
"꿈을 가져야지."
"이번 여름에 한국에 가니 한국어를 더 잘 하자."
"알겠습니다. 전하~~~!"
Posted by 초유스

종종 가이드 일과를 마치고 혼자 리가 구도시를 산책할 때가 있다. 며칠 전 편의점에 들러 음료수를 사려고 하는데 코카콜라 바로 위 선반에 있는 '건배'라는 한글이 눈에 확 들어왔다.


내용물은 쉽게 알 수 있다. 바로 캔맥주이다. 쩨수(Cēsu)는 쩨시스에서 1590년부터 맥주를 만드는 라트비아 회사이다.


캔맥주에는 술을 마실 때 잔을 부딛히며 하는 말이 여러 언어로 써여져 있다.



유럽의 한 변방에 속하는 작은 나라인 라트비아 맥주회사가 이렇게 한국어 단어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반가운 마음에 주저없이 이 캔맥주를 선반에서 꺼내 계산대로 발걸음을 향했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4.03.11 07:14

한국이 아니라 외국에 사는 사람이 한국어를 말한 해도 감지덕지일 수 있겠다. 하지만 더 큰 욕심이 있어 말뿐만 아니라 글까지도 잘 알면 좋겠다. 

딸아이의 한국어 상대자는 아빠가 유일하다. 한때 또래 아이가 둘이 있어 한국어로 재잘거리면서 재미나게 지냈다. 하지만 이들이 떠나자 딸아이의 한국어 사용 빈도는 훨씬 줄어들었다. 

흥부전과 신데랄라 동화책을 읽고 쓰기를 하도록 했다. 오랜 시간이 걸려서 완성했다. 그런데 학년이 올라갈수록 시간적 여유로움이 없다. 한국어 쓰기가 당장 학교나 생활에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그래도 태어나서 12살인 지금까지도 아빠와는 무조건 한국어로 대화한다. 그러다보니 휴대폰으로 문자쪽지를 보낼 때도 한글이나 한국어 로마자 표기를 사용한다.

문자쪽지엔 문법이나 철자가 완전히 엉터리 투성이다.  
삼십분 - 삼씹뽄
할게요 - 핼캐요
자세요 - 자새요
집에 - 지배
친구랑 -찐고랑 


이렇게 딸아이로부터 쪽지가 오면 그 쪽지를 철자와 문법에 맞게 고쳐서 자주 보내준다. 

"딸아, 친구를 어떻게 찐고라고 쓰니? 그래도 기본은 알아야지. 참 너무했다."
"괜찮아. 아빠가 이해할 수 있으니 다행이지."
"좀 노력해자!"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03.07 06:38

일전에 여권상 생일[관련글 보기]을 맞아 사람들로부터 축하를 받은 이야기를 전했다. 빌뉴스대학교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로부터 풍선에 그려진 케익도 받았다. 그때 여러 선물에 취해 축하엽서를 열어보는 것을 깜박 잊어버렸다.


교과서 속에 끼어져 있던 엽서를 어제서야 열어보았다. 한마디로 깜짝 놀랐다. 
만년필로 반듯하게 써진 한국어 문장이 어디 하나 흠잡을 데가 없었다.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외국인으로 믿기가 어려울 정도로 예쁘게 잘 썼다. 


컴퓨터 글쓰기에 익숙해진 지 오래라 이렇게 직접 손으로 쓴 글을 보면 더욱 정감이 간다. 열심히(?) 가르쳐주신 선생님에게 드리는 축하엽서라 틀리지 않으려고 얼마나 노력했을까......

이들 학생들은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빌뉴스대학교에서 지금까지 약 50시간 정도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배우기 어려운 언어 중 하나로 꼽히는 한국어를 열심히 해서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4.01.07 07:39

최근 아내가 모처럼 집을 비웠다. 지방 도시에 일이 있어 이틀 동안 집을 비웠다. 집에 남은 딸아이와 함께 밥때가 되어 무엇을 해먹을까 고민했다. 

"아빠가 뭘 해주면 좋겠니?"
"아빠, 우리 각자 알아서 먹자. 아빠는 아빠 좋아하는 거, 나는 내가 좋아하는 거."
"좋은 생각이다."

이렇게 한 끼는 쉽게 해결되었다. 어디 하루에 한 끼만 먹을 수 없는 일이다. 또 다시 밥때가 되었다. 배가 고픈 딸아이가 냉장고를 열어보았다.

"아빠, 우유가 없어! 달걀도 없어! 난 공부할테니까 아빠가 가게에 갔다와."
"그럼, 아빠가 사와야 할 물건들을 써봐라."
"알았어. 리투아니아어로? 영어로? 한국어로?"
"당연히 한국어지."
"어려워. 그래도 한번 써볼게."

이렇게 딸아이는 부엌에서 힘들게 쇼핑목록을 한글로 썼다.


게란         계란
오랜지     오렌지
굘           귤
팡           빵
옴뉴수     음료수

살펴보니 한글 표기의 어려움이 고스란힌 담겨져 있었다. 
에, 애  ('게'인지 '개'인지는 문맥이나 써여진 글자로 구별한다)  
파, 빠  (대부분 주변 유럽인들은 파와 빠를 구별하지 못한다)  
으 (대부분 유럽어는 이에 해당하는 철자가 없다)

"그래도 해바라기씨는 정확하게 썼네. 이젠 정말 더 열심히 한글책을 읽고 쓰는 공부를 해야겠다."
"맞아."


하지만 돌아서면 딸아이는 또 잊어버린다. 그래도 종종 이런 계기를 활용해 자극을 주면서 스스로 동기부여가 되도록 해야겠다.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13.10.09 07:51

오늘은 한글날이다. 23년 만에 공휴일로 다시 지정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유럽에 살면서 가장 흔히 받는 질문 중 하나가 한국어와 한글이다. 한글로 유럽인들의 이름을 써서 주면 그렇게 좋아한다. 어떤 사람은 한글도 쓴 자신의 이름을 액자에 고이 넣어 오래 간직하겠다고 한다. 

어제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아주 훌륭한 일을 하고 있는 한국인 청년 네 명의 활동상을 지켜보았다. 이들은 남석현, 임성오, 이윤수, 김모세로 글로벌 청년문화 수교단 '세이울'(SAYUL)에 소속되어 있다. 


'세이울'은 세상을 이롭게 하는 울타리라는 뜻이다. 이 단체는 2012년 국제수로기구 총회에 앞서 동해 표기 문제를 세계 80여 개국에 홍보했던 '동해수문장'이 그 전신이다.

이들은  8월 17일 터키로부터 시작해 10월 22일까지 2개월간 유럽 8개국(터키, 불가리아, 루아미나, 헝가리, 폴란드,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를 방문하면서 현지 젊은이들과 교류하면서 한국 문화를 알리고 있다.      


10월 8일 이들은 유서깊은 빌뉴스대학교 교정에서 대학생들과 관광객들에게 한국 문화를 알리는 활동을 3시간에 걸쳐 펼쳤다. 


투호 놀이, 기타 연주와 함께 부채에 붓글씨로 한글 이름을 써서 유럽 현지인들에게 선물했다. 현지인들의 반응은 아주 좋았다. 부채는 예상을 훨씬 넘어 150개나 나갔다.  


해외 방문이 개인의 체험을 넓히는 것에 국한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들은 현지 젊은이들과 직접 교류하면서 한글 소개뿐만 아니라 대금 기타 피아노 합주를 비롯해서 탈춤 공연까지 선보이고 있다. 

해외를 방문하거나 해외에서 살고 있으면 한 개인이 그냥 한 개인이 아니라 개인의 뜻과는 전혀 상관없이 그 나라나 민족을 대표하는 것처럼 현지인들에게 비쳐진다. 해외에서 한 개인이 잘못하면 그 민족 전체가 욕을 먹고, 한 개인이 잘하면 그 민족 전체가 칭찬받는다. 그래서 해외에서는 행동거지를 조심할 수밖에 없다. 



어제 빌뉴스에서 만난 한국 청년 네 명은 유럽 방문지에서 한국과 한국 문화를 알리는 진정한 일꾼으로 인상깊게 다가왔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여정 동안 가는 곳마다 뜻하는 바를 이루고 환영도 받길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발트3국 관광2013.08.07 06:33

일전에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을 방문했다. 리투아니아 빌뉴스 집으로 올 때 보통 국제선 버스 "Lux express"를 탄다. 아래 사진 속 버스이다. 탈린에서 리가까지 4시간 30분 소요, 리가에서 빌뉴스까지 4시간 소요이다. 

이 버스는 화장실뿐만 아니라 커피나 차가 준비되어 있다. 좌석마다 모니터가 있어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감상하면서 긴 여정 시간을 편하게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무료 무선 인터넷이 되어, 스카이프(skype)나 페이스북(facebook) 등으로 실시간 친구나 가족에게 연락을 주고받거나 소식을 올릴 수 있다.


도심에서 버스역까지는 보통 버스역사 정문이 있는 곳을 향해 이동한다. 그런데 일전에는 다른 쪽에서 버스역으로 가게 되었다. 버스역 근처에 도착하니 한국어 단어가 눈에 확 띄었다.

식당

배가 고픈 차였는데 '식당'이라는 말을 보니 금방이라도 들어가고 싶었다. 


아쉽게도 이 식당은 폐쇄된 상태이다.


혼영이라는 단어도 보인다.


혼영이라는 이름을 가진 식당일 수도 있겠지만, 아무리 봐도 이 '혼영'은 '환영'을 잘못 표기한 듯하다. 비록 버스역 뒷편에 자리잡고 있지만, 도로에 주차가 용이하다. 영업 중이다면 한국인 단체 관광객도 쉽게 이용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혼영'이 '환영'으로 표기될 정도는 되어야겠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02.07 08:09

인천공항에서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면서 탑승구 근처를 둘러보았다. 훈민정음 글자로 이루어진 세계 지도가 눈에 확 들어왔다. 


'아, 이렇게 쉽게 한글의 세계화가 이루어지다니!'라고 속으로 외쳐보았다. 엽서로 된 것이 있다면,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이 좋아할만한 선물이 될 듯하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2.03.16 07:38

요즘 반가운 소식이 하나 있다. 2월말부터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빌뉴스대학교에서 한국어 초급을 가르치고 있다. 동양학센터가 학생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희망자를 받아서 유료로 개최하는 강좌이다. 11명이 신청했으나 현재 7명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직원 채용을 위한 서류를 제출하고, 서명할 때 받은 질문이다.

"이름이 두 개인가요? 첫 이름과 중간 이름?"
"아니요. 이름은 하나인데 여권상 표기법으로 인해 두 개로 나눠져 있어요."

여권상 표기된 이름이 DAE SUK CHOI이다.
유럽인들이 보기에 이 이름은 영락없이 두 개의 이름, 즉 'Dae'와 'Suk'이다. 

얼마 전 일로 알게 된 리투아니아 사람은 자꾸 나를 '다에(Dae)'로 부른다. 이름이 "대석"인데, 여권상 라틴철자 표기로 인해 'Dae'를 첫 번째 이름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중에 표기법으로 인해 그렇게 사용하고 있음을 알려주자 그는 "미안합니다. 앞으로 Daesuk이라 부르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름이 두 자로 구성되어 있지만 라틴글자 표기를 할 때 이 두 자를 붙여서 쓰는 것이 좋겠다. 우리에게는 Dae Suk과 Daesuk이 같은 사람이지만, 유럽인들에게는 표기상 전혀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다.

각설하고 오늘은 한글 이름을 만들어 애용하는 유럽인 한류팬들을 소개한다. 리투아니아 한류팬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페이스북 "Hallyu klubas"에서 어렵지 않게 한글 이름을 볼 수 있다. 어떤 경우에는 이 회원이 한국인인지 리투아니아인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  한복입고 외국 TV에서 노래 경연하는 어린이 응원 투표하기 

 [사진: 페이스북 "Hallyu klubas" 캡쳐]
 
외국에 사는 한국인이 비한국인이 쉽게 부를 수 있도록 현지어 이름을 만들어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와 반대로 리투아니아 한류팬들처럼 한국을 좋아하는 외국인이 한국어 이름을 만들어 즐겨 사용하기도 한다. 대체로 주위 현지인들은 좋은 뜻이 내포되어 있는 한국인의 이름에 강한 인상을 받는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2.01.17 07:47

지난 일요일 갑자기 초등학교 4학년생 딸아이가 새로운 공책을 가지고 아빠에게 다가왔다.

"아빠, 우리 한글 공부하자!"
"좋지~~~"
"무엇을 쓸까? 한글 철자를 한번 쓰보자. 아빠가 ㄱ, ㄴ, 아, 야를 쓰면 내가 다 만들어볼게." 

딸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아빠하고는 항상 한국어만 사용한다. 말하는 데에는 익숙하지만, 읽고 쓰는 데에는 많이 서툴다. 

언어교육에는 절대로 강요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원할 경우 쵀대한 도와주는 것으로 원칙으로 삼고 있다.

어제 월요일 딸아이는 하루 종일 바쁘게 보냈다. 학교에서 3교시 수업만 마치고 조퇴했다. 발레 공연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잠자기 전 "아참, 오늘 한글 공부을 잊었네."라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빠, 무엇을 하면 될까?"
"네가 좋아하는 한국 동화가 뭐지?"
"그야 흥부와 놀부 이야기지."
"그럼, 흥부와 놀부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하루에 조금씩이라도 쓰면 어떨까?"
"좋은 생각이네."

이렇게 딸아이는 책쓰기를 시작했다. 

"아빠, 오늘은 피곤하니까. 한 줄만 쓰고 잘게."
"그래라."

▲ 자발적으로 한글 읽기와 쓰기 공부를 시작한 딸아이 글씨   

얼마 후 딸아이는 아빠 방으로 왔다.

"아빠, 한글이 아주 예뻐. 그리고 아빠가 한국인이라서 내가 정말 정말 행복해. 내가 한국말을 공부하니까 아빠도 행복하지?"
"그럼, 아빠도 하늘만큼 행복하다."
"그런데 엄마에겐 말하지 마!" 
(아빠 나라 한국을 정말 좋아한다고 말하면 리투아니아인 엄마가 듣기에 거북할 것 같다고 딸아이가 지레 짐작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은 전혀 그러하지 않은데 말이다.) 

아직 선언은 하지 않았지만 딸아이가 정말 흥부와 놀부 책을 끝까지 베껴 쓴다면 깜짝 선물을 주어야겠다.

* 최근글: CNN 사이트에 소개된 한국의 절경지 50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1.10.13 08:04

그 동안 네 식구가 부딛끼면서 살았다. 그런데 지난 토요일부터 초등학교 4학년생 딸 요가일래와 단 둘이 지니고 있다.  큰 딸은 영국으로 유학가버렸고, 아내는 지금 인도 델리에서 연수를 받고 있다.

아침 7시 딸을 깨워 아침 식사를 챙기고 학교을 보내는 일은 힘들지 않다. 하지만 뚝 떨어진 바깥온도를 보고 옷을 더 따뜻하게 입히려고 하는데 딸이 이를 거절하면서 생기는 실랑이는 괴롭다.

아내는 연일 딸에게 옷을 따뜻하게 입히라고 편지로 지시한다. 하지만 딸은 이제 멋을 부릴 시기가 되었는지 두툼한 것보다는 날씬한 것에 고집을 부린다. 적어도 딸아이에게는 윽박지르는 것을 싫어하는 체질이라 궁색하게 "엄마가 그렇게 하라고 했어."라고 종용해본다.

제일 힘든 일은 딸아이를 혼자 집에 있게 하는 것이다. 특히 저녁 시간이다. 일 때문에 월요일과 수요일 저녁에는 두 서너 시간 딸아이가 혼자 집에 있는다. 이런 경우 전화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쪽지로 의사소통을 주고받는다.

그런데 둘 다 휴대폰은 한글이 없다. 한국말을 소리나는 대로 리투아니아어 철자로 표기한다. 한 마디로 딸아이가 표현한 한국말은 엉성하고 부실하기 짝이 없다. 그래도 의사소통하는 데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몇 가지 쪽지를 공개한다. 밤에 아이팟으로 찍은 것이라 선명하지 않음에 양해를 구한다.

▲ Apa nega bolso džibe wanda. Islkoja?
   
아파 네가 볼소 지베 완다. 이슬코야? (아빠 내가 벌써 집에 온다. 있을 꺼야?)

▲ Bagu innde apaga bogušipči
   바구 인느데 아파가 보구쉽치 [(TV)보고 있는데 아빠가 보고싶지.] 

▲ Nega  džibe itagu malhegušiposo.
   네가 지베 이타구 말해구쉬포소 (내가 집에 있다구 말하고 싶어서.) 

▲ Bolso  džibe wa! Musowo...
   볼소 지베 와! 무소워...(벌써 집에 와! 무서워...] 

이렇게 한국말로 쪽지를 보내는 딸아이가 대견스럽다. 리투아니아어로 하면 오히려 더 정확게 쓸 수 있는데 왜 굳이 엉성한 한국말로 쓸까?

이유는 간단하다. 딸아이는 예외없이 아빠하고는 죽이든 밥이든 한국말을 사용하는 것이 편하다고 저절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한국말 읽기와 쓰기가 자유롭지 못하지만 이는 시간문제라 여겨진다. 이번에 한국을 같이 방문할 때 길거리 간판들을 보면서 한국말 읽기 공부를 자연스럽게 할 수 있으면 좋겠다.


한국 동요 "노을" 부르는 요가일래

Posted by 초유스
영상모음2011.07.15 07:03

7월 9일, 10일, 11일 각각 리투아니아 3개 도시(빌뉴스, 드루스키닌카이, 카우나스)에서 한국 문화 체험과 전통 예술 공연이 열렸다. 리투아니아 제2의 도시 카우나스에 소재한 비타우타스대학교 아시아지역학 연구소 개설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된 "한국의 날" 행사였다. 

폴란드 주재 한국문화원(원장 이수명)의 지원으로 탁본 뜨기, 한복 입기, 한글 이름쓰기, 탈색 칠하기 등 누구나 한국 문화를 체험할 수 있었다. 특히 서예로 자신의 이름을 한글로 써주는 책상 주위에는 늘 많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


"집안 어딘가에 꼭 걸어놓고 싶다. 자신의 이름이 다른 나라 글자로 써어진 것은 참 흥미롭다"라고 현지인 비타는 말했다. 이제 이분의 집을 방문하는 사람은 벽에 걸려있는 글자에 관심을 가지고 자연히 화제는 한글이 될 것이다.



"다라우스는 레아타를 사랑합니다"라는 글을 받고 웃음꽃을 피운 남녀 한 쌍은 오래 오래 한글과 한국을 기억할 것이다. 이들의 화목과 사랑도 오래 오래가길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영상모음2010.11.02 17:00

10월 22일 리투아니아 카우나스 다민족문화원에서 열린 한국 문화 행사는 눈과 비가 내리는 나쁜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카우나스 시민들과 대학생들이 참가해 성황을 이루었다. 일방적으로 보여주는 행사가 아니라 여러 가지 한국 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어서 참가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외국인들 사이에 20여 년을 살면서 한국을 알리는 가장 쉬우면서 호감을 얻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한글을 알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 사람들은 한국어도 중국어처럼 상형문자를 사용할 것이라는 선입관을 가지고 있다. 한국어도 여타의 유럽 언어들처럼 표음문자인 한글을 쓴다고 하면 깜짝 놀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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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에게 자음 14개와 모음 10개를 설명한 후 그 사람의 이름까지 한글로 써주면 아주 좋아한다. 마치 보물처럼 자신의 이름이 한글로 적힌 종이를 챙겨간다.

이날 카우나스 행사에도 많은 사람들이 자석칠판에 자신의 이름을 한글로 짜맞추어보았다. 특히 폴란드 주재 한국문화원 이수명 원장님의 붓글씨로 쓴 이름을 받아가기 위해 한참 동안 기다리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외국인들에겐 역시 한글이 인기짱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이날 한글에 대한 리투아니아 사람들의 관심을 엿볼 수 있는 동영상(초유스 촬영 편집)을 올린다.

 

이 동영상 속 한글 설명이 달린 좌석칠판은 우리 집에도 하나 있으면 참 좋겠다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평소엔 집안 장식품으로 사용하다가 손님들이 찾아오면 한글 놀이하는 데 최고일 것이다.

* 최근글: 병 속 새 연상, 어떻게 저 안에 못이 가능한가?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10.10.14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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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일 브라질 대통령 선거에서 과연 브라질에도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탄생하느냐에 세계적 이목이 쏠렸다. 집권 노동자당의 여성 대통령 후보가 과반수를 얻어 대통령에 쉽게 당선될 것으로 예측했으나 빗나갔다. 집권당 후보자 Dilma Roussef는 47퍼센트를 얻었다. 33퍼센트를 얻은 사회 민주당 후보자와 함께 오는 10월 31일 결선투표를 치런다. (오른쪽 사진: dilma rousseff / 출처: Dilma13.com.br)

남미에서 포르투갈어를 사용하는 브라질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자 이름 Dilma Rousseff를 한글로 어떻게 표기하는지 궁금했다. 포르투갈어에 문외한이니 더욱 관심이 갔다. 일반적으로 우리들은 라틴어로 써어진 이름은 영어식 발음을 하는데 익숙해져 있다. 하지만 요즘은 인터넷으로 인해 쉽게 관련 자료를 얻을 수 있고, 또한 페이스북(facebook)이나 스카이프(skype)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이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먼저 한국 언론들은 이 여성 후보자의 이름을 어떻게 표기했을까를 알아보았다.
- 연합뉴스: 딜마 호우세피
- 매일신문: 딜마 호우세피
- 조선일보: 딜마 호우세피
- 서울시문: 딜마 호우세피
- 중앙일보: 딜마 호우세피

모두가 딜마 호우세피로 표기하고 있다. 포르투갈어에서는 D가 ㄷ, ㅈ로 발음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런 경우 가장 많은 도움을 받는 위기백과의 포르투갈어 한글 표기(바로 가기)을 방문했다.

D: ㄷ , ㅈ 드: escudo 이스쿠두, Bernardim 베르나르딩, Dias 지아스(브)
     표기세칙 제3항: d, t는 ㄷ, ㅌ으로 적는다. 다만, 브라질 포르투갈어에서 i 앞이나 어말 e 및
     어말 -es 앞에서는 ‘ㅈ, ㅊ’으로 적는다.
L: ㄹ, ㄹㄹ, 우: Lisboa 리스보아, Manuel 마누엘, Melo 멜루, Salvador 사우바도르(브)
     어말 또는 자음 앞의 l은 받침 ‘ㄹ’로 적는다.
     다만, 브라질 포르투갈어에서 자음 앞이나 어말에 오는 경우에는 ‘우’로 적되,
     어말에 -ul 이 오는 경우에는 ‘울’로 적는다. Gilberto 지우베르투(브), Caracol 카라코우(브)

위기백과 내용에 따르면 브라질 사람 이름 Dilma Roussef를 딜마 호우세피로 표기하는 것은 잘못된 것임을 알수 있다. 현지인들에게 물어보는 것이 제일 빨리 궁금증을 해결하는 길이다. 이번에는 인터넷 대화 프로그램인 스카이프(skype)를 활용했다. 브라질에 사는 에스페란토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오전 8:46:01] chojus:    koreaj gazetoj skribas la nomon de la kandidatino per dilma housepi.
[오전 8:50:04] Leandro:  prononco estas ĜIŬma huSEF
[오전 8:51:21] chojus:    tiukaze koree ĝi fariĝas trisilaba
[오전 8:53:59] Leandro:  IŬ estas malkreskanta diftongo
위의 에스페란토 문장을 한국어로 아래에 번역했다.
[오전 8:46:01] chojus:    한국 신문들은 딜마 호오세피(dilma housepi)라고 후보자 이름을 표기한다.
[오전 8:50:04] Leandro:  발음은 지우마 후세프(ĜIŬma huSEF)다.
[오전 8:51:21] chojus:    한국어로는 3음절이다.
[오전 8:53:59] Leandro:  IŬ는 하강 이중모음(시작 소리가 높은 것)이다.

브라질에 살고 있는 에스페란토 친구 Leandro에 의하면 유력한 여성 대통령 후보자 이름의 한글 표기는 지우마 후세프이다. 아쉽게도 브라질 발음에 의하면 2음절 + 2음절인데, 한글 표기는 3음절 + 3음절이 되었다. 그는 대화하는 동안 후보자 이름을 직접 소리내어 읽으면서 녹음했고, 그 음성자료를 보내주기도 했다. Dilma Roussef
                        - 한국 언론에선: 딜마 호우세피
                        - 브라질 현지엔: 지우마 후세프 (지와 세를 각각 강하게 발음한다.)

한 언어를 다른 언어로 완벽하게 표기한다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 언어에 근접하게 표기하려는 노력은 필요하다. 특히 소식을 전하는 언론이나 기자들은 이런 노력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나의 평소 생각이다.

* 관련글: 브라질 여행 안전한가, 위험한가
* 최근글:
북한 내 드문 모습 - CNN 영상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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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06.26 08:56

초등학교 2학년 다니는 딸아이 요가일래가 여름방학을 맞은 지가 벌써 한 달이 다 되어간다. 일반적으로 주위 아이들을 얄미울 정도로 마음껏 논다.

"방학이더라도 공부 좀 해라."
"안 할 거야. 방학이잖아."

 
이렇게 방학은 공부를 그야말로 다 놓아버리는 시간으로 여기고 있다.

"그래도 한글 공부 좀 하자."
"한국말을 할 수 있으면 되잖아. 할 필요 없어."
"말만 가지고는 안 돼. 한글을 읽고 쓸 줄도 알아야지. 엄마말인 리투아니아어는 읽고 다 써는데 아빠말인 한국어를 읽고 쓸 수 없으면 아주 쪽 팔리잖아."
"알았어. 대신 용돈 줘야 돼." (쪽 팔리는 것은 싫은 듯. ㅎㅎㅎ)
"그래. 하지만 예쁘게 글자를 써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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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방학 동안 딸아이 한글공부를 시작했다. 한국에 살면 자연스럽게 할 일을 외국에 살다보니 부담스러워한다. 용돈 미끼라도 조금씩 배우도록 하는 것이 나중을 위해서 좋으리라 믿는다.    
 
* 최근글: 이색 체험교실, 소금조각 화제만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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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0.05.12 06:08

지난 5월 3일 폴란드 친구가 자전거 동아리 회원 8명과 함께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를 방문했다. 이들은 이웃 나라 폴란드에 살지만 대부분 리투아니아를 처음 방문했다. 친구 부탁으로 이날 빌뉴스 구시가지를 안내했다. 한 때 배운 폴란드어의 기본적인 어휘 덕분에 훨씬 빨리 친해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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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폴란드 바르샤바 자전거 동아리 회원 일행을 빌뉴스 구시가지에서 안내하고 있다.

유스네스코 세계문화유산지인 구시가지의 중요한 볼거리를 방문했다. 저녁에는 리투아니아의 전통음식을 먹을 수 있는 식당으로 갔다. 1박 2일 일정으로 온 일행이라 첫 밤이자 마지막 밤인 이날 너근하게 담소를 나누면서 저녁식사를 했다. 이때 가장 큰 관심을 끌은 것은 바로 한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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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 앉은 사람이 한글로 자기 이름을 어떻게 표기하느냐가 물었다. 이렇게 시작한 한글 표기가 결국 참석자 모두의 이름을 표기하게 되었다. 그렇게 종이 위에 쓴 한글 이름은 고스란히 이들 자전거 동아리의 좋은 기념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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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글로 표기된 이름을 다시 폴란드어 철자로 적고 있는 고샤(gosia)

외국인들 사이에 살면서 느낀 바에 따르면 한글은 처음 만난 외국인들과 쉽게 의사소통을 시작하게 하는 좋은 도구이다. 처음에는 이들에게 그리기 어려운 그림처럼 보이지만 여러 이름을 써내려가면서 이들은 한 철자의 동일한 모습을 발견한다. 그리고 이내 재미있다면서 스스로 한글을 익혀나기도 한다.

처음 만난 외국인과 쉽게 의사소통을 하고 싶다면, 먼저 통성명을 한다. 그리고 당신 이름은 한글로 이렇게 쓴다라고 하면서 써주면 대부분 좋아할 것이다. 더 많은 시간이 있다면 한글 자음과 모음을 가르쳐주면 함께 하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을 것이다. 한글로 이름 표기해주기는 외국인의 호감을 끄는 데 아주 적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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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05.11 14:52

초등학교 2학년 딸아이 요가일래는 주로 부엌에 있는 식탁에서 노트북으로 인터넷을 한다. 어제 스카이프로 학교 반친구와 대화를 하다가 아빠가 달려왔다.

"아빠, 친구가 한국어를 가르쳐달라고 해."
"아, 그래? 가르쳐줘."
"그런데 내가 단어 20개를 가르쳐주면 친구 엄마가 선물을 준다고 해."
"무슨 선물?"
"몰라."
"궁금하겠네. 한번 가르쳐줘."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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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으로 돌아가더니 열심히 스카이프로 한국으로 가르치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한글을 100% 정확하게 리투아니아어 철자로 옮겨쓸 수가 없다는 것이다. 친구의 컴퓨터에는 한글이 네모나게 보여졌다.

"아빠, '으'를 어떻게 쓰지?"
"아빠, '어'를 어떻게 쓰지?"
......

이렇게 딸아이가 단어를 가르치는 동안 옆에 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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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를 onni라고 쓰는 데 '온니'가 아니고 '언니'라고 말해. 따라해봐," "gojang-i는 '고야기'가 아니고 '고양이'야. g는 거의 소리가 들리지 않아."라고 요가일래는 열심히 설명하면서 가르쳤다.

"맞아. 아주 정확해!"라고 친구를 격려하기도 했다.
"오늘은 여기까지. 내일도 가르쳐줄게."

옆에서 지켜보니 요가일래는 몹시 흥이나 있었다. 무엇보다도 새로운 언어에 대한 친구 엄마의 관심이 돋보인다. 단지 다문화 아이라는 점 때문에 학교에서 따돌림을 받을 수도 있을 텐데 친구나 친구 부모들의 이런 관심이 다문화 아이의 심리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친다고 생각한다.

현지 친구들도 이렇게 접한 한국어에 비록 순간적인 관심일지라도 장차 자라나서 더 큰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만약 한국 학교 어느 교실에서 부모 중 한 사람이 베트남 사람인 아이가 있다고 하자. 이때 자기 자녀에게 베트남어를 가르쳐주는 아이에게 선물을 주겠다고 하는 한국인 부모가 얼마나 될까?

"너, 학교에서 아빠가 리투아니아 사람이 아니라서 놀림 같은 것을 받니?"
"그런 것 전혀 없어. 내가 여러 나라 말을 할 수 있다고 친구들이 아주 부러워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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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모음2010.04.13 06:25

4월 12일 저녁 6시 열리는 에스페란토 모임에 참가하기 위해 아내와 딸아이 요가일래와 함께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 시내중심가로 향했다. 15도의 따뜻한 날씨라 집에서 2km내외에 있는 약속장소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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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빌뉴스 구시가지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빌뉴스 거리'(Vilniaus gatve)

앞에서 열심히 걸어가고 있는 데 뒤에서 아내와 함께 따라오던  요가일래가 소리쳤다.
"아빠, 멈춰!"
"왜?"
"저기에 '안녕하세요'가 있어."
"뭐라고?"
"네가 잘못 본 것이 아닐까?"
"아니야. 내가 보여줄게."


이렇게 뒤를 돌아 요가일래가 이끄는 대로 가니 정말 '안녕하세요!'가 눈에 확 띄었다. 여행사 사무실 창문에 붙여 있는 광고였다. 영어, 일본어, 중국어, 한국어, 아랍어(?) 5개로 된 인삿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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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문에 '안녕하세요!'가 선명하게 보인다.

빌뉴스 거리에서 이렇게 한글을 보고 딸아이는 몹시 반가워했고, 자기가 제일 먼저 이를 알아보았다는 것에 자랑스러움을 느꼈다. 비록 과대평가라는 쓴소리를 들을 수도 있겠지만, 빌뉴스 거리에서 한글 인삿말을 보게 되니 한국어의 높은 위상을 보는 듯했다.

* 최근글: 가요제에 상 타도 피자, 상 안 타도 피자 먹는 딸의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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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03.16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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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박 8일 동안 수술을 위해 병원에 있느라 집을 비웠다. 어제 월요일 아침 퇴원을 해서 집으로 돌아왔다. 오후에 학교를 마치고 돌아온 초등학교 2학년 딸아이는 현관문을 열자마자 아빠에게 달려오려고 했다.

규칙 1 - 집에 오면 무조건 손을 제일 먼저 씻는다에 걸려 방문까지만 왔다.

얼른 손을 씻고 온 요가일래는 아빠에게로 왔지만 갑상선 수술자국이 최근접 접근을 막고 말았다.

"아빠, 상처를 보니 무서워......"
"그래도 아빠잖아."

고개를 뒤로 돌리고 아빠 가까이에 와서 눈을 감고 볼에 입맞춤으로 환영인사를 했다.

병원에 있는 동안 요가일래는 딱 한 차례 방문했지만 아빠와 여러 차례 휴대폰 쪽지로 대화를 나누었다.

우리 집에서 나는 휴대폰 기계치로 알려져 있다. 소리변경이나 전화번호 입력도 아내나 딸에게 부탁하곤 한다. 그런데 병원에 있으면서 길고 무료한 시간에 한 동안 휴대폰를 가지고 놀았다. 쪽지 기능에 익숙하게 되어 요가일래와  쪽지 놀이를 했다.

휴대폰에는 한글 기능이 없다. 요가일래는 아직 한글 읽기와 쓰기에 서투르다. 그렇다면 아빠가 보내는 쪽지를 읽고 다 이해할까? 어떻게 한국말을 리투아니아어 철자로 표기할까?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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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나 콤부 오딘지 몰라 구리구 나 손에 피가나 솔수 옵소.

어와 으에 상응하는 리투아니아어 철자는 없다. 그래서 요가일래는 이를 오나 우로 표현했다. 위의 쪽지를 고치면 아래와 같다.

아니 나 흥부(와 놀부 책이) 어딘지 몰라. 그리구 나 손에 피가나 쓸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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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하구 노라요 -> 이는 언니하구 놀아요 이다.

이렇게 한글 없는 휴대폰로 딸아이에게 리투아니아어 철자로 한국말 문자쪽지를 보내보았더니, 서로 의사소통이 됨에 흐뭇했다. 이 계기로 아빠하고는 문자로도 한국말을 쓰야 한다는 인식을 요가일래에게 심어주었다. 이제 점점 요가일래를 자연스럽게 한글 읽기와 쓰기 길로 안내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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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글: 자면서 노래 한 곡을 다 부른 8살 딸아이
* 최근글:
한국인 사위 수술에 깜짝 출현한 유럽인 장모님


* 다른 블로거 글: 칠레 지진 현장에서 보내온 글
* 다른 블로거 글: 브라질 속의 작은 유럽 Monte Ver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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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02.22 08:07

지난 토요일 초등 2학년생인 딸아이 요기일래는 새 노트를 하나 준비했다.

"너 뭐 하려고 새 공책을 준비했는데?"
"친구 빌리야를 위해 한국어 공책을 만들려고."


빌리야는 요가일래가 좋아하는 리투아니아인 친구이다. 요가일래는 이 공책 표지에 "Vilijos Korejietiskas zodynas" (빌리야의 한국어 사전)이라고 썼다. 그리고 아빠에게 한국어로 "빌리야의 것"이라고 써라고 주문했다.

요가일래는 한국어를 말할 줄 알지만 아직 한글을 읽고 쓰기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 조만간 스스로 읽고 쓰는 데 흥미를 일으키도록 동기부여를 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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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려고 정성스럽게 공책에 적고 있는 요가일래

이날 요가일래는 빌리야에게 가르쳐주고 싶은 단어나 문장을 불렀다. 아빠가 대신 쓰기를 부탁했다. 그리고  요가일래는 이를 리투아니아어 발음대로 옮겨적었고 또 밑에 리투아니아어 뜻을 기재했다. 상단 왼쪽에 02-20 날짜까지 기재했다. 매일 단어나 문장을 써서 가르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녕하세요, 놀자, 놀지 말자, 저기 가자, 같이 놀자, 뭐, 잘 있어 등등 아이들이 흔히 쓰는 말이다. 요즘 요가일래는 소녀시대 노래를 즐겨듣고, 친구들에게 들려준다. 그래서 아예 자기 별명을 소녀시대로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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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가 한국어 단어들을 적었고, 요가일래는 리투아니아어 발음과 뜻을 적었다.

친구에게 한국어를 가르쳐줄 생각을 한 딸아이가 기특해서 열심히 도와주려고 한다. 아빠가 쓴 한글을 반복해서 보고 친구에게 가르치다보면 요가일래 스스로가 이를 읽고 쓰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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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주변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다문화 가정을 부러워한다. 첫 번째 이유가 바로 언어이다. 자녀가 쉽게 여러 말을 할 수 있는 점이다. 요가일래에게 한국어를 가르쳐주길 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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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한 모임에서 한국인 한 분이 요가일래를 보더니 물었다.
"따님 한국말 조금 하세요?"

마침 요가일래가 가까이에 오자 아빠가 물었다.
"너 한국사람이니?"
"나 한국사람이야! 왜?"라고 요가일래는 똑똑하게 한국어로 답했다.
(물론 엄마가 "너 리투아니아 사람이니?"라고 물으면 "나 리투아니아 사람이야"라고 답할 것이다.)

종종 노하우를 묻는 사람이 있다. 노하우는 없다. 방법은 딱 하나이다. 모태에서부터 아이와 무조건 한국어로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절대로 여러 말을 섞어서 말하지 말 것을 권한다. (참고글: 다문화 가정의 2세 언어교육은 이렇게)

"그런데 너 왜 빌리야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려고 하는데?"
"다른 친구들이 못 알아듣도록 하기 위해 비밀어가 필요하니까."


한국어를 비밀어로 사용하려는 의도가 좀 마음에 걸리지만, 그래도 이렇게 스스로 알고 있는 언어를 다른 사람에게 알려줌으로써 그 언어에 대한 자부심이 커질 것으로 기대해 본다.
 
* 관련글: 아빠와 딸 사이 비밀어 된 한국어  | 다문화 가정의 2세 언어교육은 이렇게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11.23 07:10

17일(화) 오후 학교에서 다녀온 초등학교 2학년 8살 딸아이는 25명 학급생 중 10명이 감기로 결석했다고 말했다. 다음날 학교로 보낼까 말까 부부는 한참 고민했다. 이 고민은 쉽게 해결되었다. 바로 이날 저녁 빌뉴스 시청은 독감 전염병을 선포했기 때문이다.   

지방이나 도시는 인구 1만명당 100명이 호흡기질환을 앓으면 해당 시나 지방이 전염병 선포를 할 수 있다. 학교 학생들 중 20% 이상이 질병으로 결석하면 학교장은 재량으로 휴교를 결정할 수 있다. 18일 학교 담임선생님으로부터 11월 26일까지 휴교한다는 통지문이 전자우편으로 날아왔다.
 
딸아이 요가일래는 17일 저녁부터 다른 아무런 증상은 없는 데 기침만 계속하고 있다. 그래서 지난 20일부터 딸아이의 건강회복과 가정의 안녕 등을 위해 특별기도를 올리고 있다. 어제 일요일 아침 딸아이 요가일래는 아빠 방에서 노트북으로 놀이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종이와 싸이펜을 챙기더니 아빠를 다른 방으로 내보냈다.

얼마 후 딸아이는 아빠를 불러 그림을 선물로 주었다. 자신을 위해 기도하는 아빠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말했다. 그림 안에는 "아빠 사랑해요. 아빠 건강하세요. 고맙습니다."라는 한글이 예쁘게 써여져 있었다. 그림 선물을 건네주면서 요가일래는 아빠를 꼭 껴안았다. 서로가 행복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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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힘내라'를 라틴 철자로 쓴 요가일래
 

요가일래는 그 동안 그림을 그릴 때 위의 그림처럼 한국어를 한글로 쓰지 않고 라틴 철자로 써는 데 익숙해 있었다. 하지만 어제는 모든 글을 한글을 쓴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평소에 자기 전에 아빠가 한글 동화책을 읽어준다. 요가일래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인터넷으로 한글 사이트에서 공부했지만, 리투아니아 초등학교에 다니고부터는 별로 이 사이트에 관심이 없다. 아빠로서는 좀 불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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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맙습니다"를 "고맘습니다"를 쓸 것 같았는데......

하지만 딸아이에게 억지로 한글 쓰기와 읽기를 가르치지 않는다. 때가 되면 절로 하고 싶을 때 도와주는 것이 최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아빠 사랑해요."는 한글로 잘 쓰고 있지만, 어제처럼 "건강하세요. 고맙습니다."까지 한글로 쓸 수 있을 줄은 사실 몰랐다. 아빠 기도에 감사하는 그림 선물을 받았으니, 이제 아빠가 더 정성껏 기도해서 요가일래의 기침소리가 멎고 빨리 건강해지기를 바란다.

* 관련글: 아빠가 한국인이라서 안 좋은 점은
* 최근글: 긴긴 밤 정겹게 화투치는 유럽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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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09.11.16 07:24

지난 토요일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 살고 있는 한국인 지인을 만났다.
이 지인의 이야기가 흥미로워 소개하고자 한다.

그는 전날인 금요일 바르샤바를 다녀왔다.
자동차로 약 8시간 정도 걸리는 바르샤바를 가기 위해 새벽에 출발했다.
바르샤바에서 서너 시간 일을 마치고 다시 빌뉴스를 돌아오는 길이였다.

바르샤바와 리투아니아 국경의 중간 지점 정도에서 주유소를 잠깐 들렀다.
그 때 주유소 바닥에서 떨어져 있는 볼펜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평소엔 그냥 지나쳐가는 이 날은 웬지 줍고 싶었다.

이 볼펜을 주워 손박닥에 놓고 보니 아래 사진에서 보듯이
도저히 믿기가 어려운 일이 일어났다.
바로 볼펜에는 선명하게 한글로 써여져 있었다 - 삼성화재 박00 전화번호.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도 아니고,
조그만한 도시의 도로변에 위치한 한적한 주유소
길바닥에서 주운 볼펜에 한글이 있으니 아주 신기했다.
같이 간 일행은 기적이라고까지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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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해외에서 살고 있으면 요즈음은 이곳에서도 흔하지만
한국제품만 봐도 한 번 더 미소 띤 눈길을 보낸다.
더군다나 불빛 희미한 외진 곳에서 주운 볼펜에
한글이 있으니 반갑지 않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불교의 오랜 된 고사성어 맹귀우목(盲龜遇木)이 떠오른다.
 
* 관련글: 유럽 슈퍼마켓에서 만난 한글 '도시락' 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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