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21. 2. 10. 18:35

코로나바이러스 시대에 꼭 필요하지 않으면 외출을 삼간다. 밖으로 나가는 경우는 딱 두 가지다. 하나는 도보산책이고 다른 하나는 식료품 구입이다. 식료품 구입도 최소한이다. 딱히 먹을 것이 없어야 슈퍼마겟에 간다. 영하 15도의 혹한이라 산책하러 나가는 횟수도 줄어들었다. 주로 산책에서 돌아오면서 식료품 가게를 들러곤 한다.
 
요즈음 리투아니아 사람들이 즐겨 먹는 음식은 빙어다. 이 빙어는 바다와 강을 회유한다. 주로 발트해와 내무나스(Nemunas) 강이 만나는 쿠르슈 마려스(Kuršių marios, 쿠로니아 석호, Curonian Lagoon)에서 잡힌다. 현재 시세는 1kg당 7-10유로다. 며칠 전 리투아니아인 아내는 산책길에 빙어를 사왔다. 빙어는 크기가 작지만 밀가루에 묻혀 튀겨놓으면 살이 졸깃졸깃하다.
 
한편 냉장고에 1년 6개월 전에 한국 손님들이 주고 간 번데기 통조림 세 통이 있었다. 특별히 좋아하지도 않고 또한 눈에 잘 띄지 않아 이렇게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었다.
 
딱히 먹을 것이 없던 참이라 번데기를 한번 먹어보기로 했다. 아내와 딸이 산책을 나간 사이 혼자 있을 때가 기회다. 말하지 않아도 번데기를 먹는 사람을 잠시나마 비호감으로 볼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우선 양배추, 대파, 양파를 썰었다. 
  
프라이팬에 야채를 먼저 볶은 후 그 위에 통조림 번데기를 붓고 조금 더 볶았다.  
 

약간의 고추장을 넣어 밥을 비볐다.
한 숟가락으로 떠서 먹어보면서 드는 생각은 "이렇게 맛있는 것을 왜 진작 먹지 않았지!"
 
번데기 밥을 맛있게 먹고 있는 모습을 유럽인 아내가 보더니 혐오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으악~~~ 어찌 벌레를 먹을 수 있나?"
"누에가 촉감이 부드럽고 고급스러운 비단의 원료가 되는 실을 만들고 바로 이 벌레가 된 거야."
"아무리 그래도 보기만 해도 혐오스럽다. 한동안 당신 보기만 해도 번데기가 떠오르겠다."
부엌문을 닫고 째빨리 나가버린다. 이런 아내에게 단백질 영양분, 혈액순환, 당뇨 등에 좋은 번데기의 효능을 아무리 설명하더라도 그 선입견을 깨부시기가 불가능할 듯하다. 그냥 맛있게 한 그릇을 뚝닥 묵묵히 비우는 것이 상책... ㅎㅎㅎ
이렇게 이번주 3일을 점심으로 번데기 볶음밥을 맛있게 먹게 되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2018. 11. 19. 15:16

바르샤바에 살고 있는 폴란드인 친구와 함께 둘이서 다시 22년만에 11월 초순 한국을 방문했다. 우리에게 가장 경제적으로 한국에 가는 방법은 독일 항공사 루프탄자였다. 한국으로 갈 때 빌뉴스-프랑크푸르트-뭰헨-인천으로 환승이 두 번이었다. 돌아올 때 인천-프랑크푸르트-빌뉴스 노선이었다. 에어버스 A350-900는 위에서 내려다볼 수 있는 카메라가 있어서 영종도 활주로에 착륙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보았다. 


인천공항에 도착하자 출발지 국기와 도착지 국기가 나란히 환영을 하고 있었다.


곧 바로 지인이 살고 있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으로 공항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친 누님 같은 지인은 우리가 유럽을 떠나기 전에 그 댁에 머무는 동안 무엇을 먹고 싶은 지를 물었다. 이날 도착해 제일 먼저 한 식사는 점심이었다. 간단한 음식을 부탁했건만 떡볶이, 김밥, 유부초밥, 어묵 등 평소 유럽에서 먹기 힘든 한국 음식을 푸짐하게 준비해 놓았다.   


식사 후 흔한 커피나 녹차 대신 약령시장에서 직접 사온 다양한 약재로 정성스럽게 한국의 전통차 쌍화차를 끓여주었다.  


저녁은 훨씬 더 푸짐했다. 빌뉴스 집에서 한국 음식을 자주 해먹는데 그야말로 단품 식사다. 밥 한 공기에 국이나 반찬 한 두 가지가 전부다. 그러니 이날 지인이 저녁상에 올린 음식에 감탄과 찬사를 연발할 수밖에 없었다. 감사한 마음과 송구한 마음도 가득했다.   


우리를 매료시킨 것이 하나 더 있었다. 여러 음식물 옆에 놓인 단풍잎과 곱게 물든 나뭇잎이었다. 식감에 색감이 더해졌다. 일반 가정집 음식에 이렇게 단풍으로 장식된 것은 처음 보았다.  


지인은 가을이 되면 단풍잎이나 곱게 물든 나뭇잎을 따서 냉장실과 냉동실에 보관해 놓는다고 한다. 음식을 다 만든 후에 접시 빈 자리에 나뭇잎을 올려 시각적으로도 음식을 즐길 수 있도록 신경을 쓴다고 한다. 비닐봉지는 냉장실에 보관하는 나뭇잎이다.  


아래 사진에서 보듯이 플라스틱통은 냉동실에 보관하는 나뭇잎이다. 


지인은 나도 집에서 나뭇잎으로 음식을 장식해볼 것을 권했다. 냉장실에 보관한 나뭇잎은 그 색깔이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냉동실에 보관한 나뭇잎은 식사하는 동안 아래와 같이 색깔이 서서히 변한다고 한다.  


지인 아파트 정원에 자라고 있는 단풍나무다. 


밖에서 즐기는 노랑색 빨강색 화려한 단풍잎을 음식물 옆에 장식해서 식사를 하면서도 가을 정취를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해준 지인의 섬세한 예술적 감각이 정말 돋보였다. 정성 듬뿍 담긴 푸짐한 음식에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린다.

Posted by 초유스

발트3국에 속하는 나라는 위로부터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이다. 각 나라의 수도에는 규모가 각각 다르지만 한국인이 운영하는 한식당이 있다.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에는 <고추>, 라트비아 수도 리가에는 <설악산>,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는 <맛>이라는 식당이 있다.

8월초 라트비아 리가에 또 다른 한식당이 문을 열었다는 소식을 접한 후 최근 직접 이곳을 다녀왔다. 식당 이름은 "Go! Noodle Bar"이다. 


일단 위치를 알아보자.

Marijas iela 16 (마리야 거리 16)이다. 국제선 버스역에서 이 식당까지 거리는 900미터로 걸어서 10여분이 걸린다. 


식당 바로 앞이 버스정류장이고 입구 왼쪽 옆에는 BENU 약국이 있다.


들어가니 식당이름처럼 바 분위기가 나고 20석을 갖춘 실내는 아주 깔금하다. 


식방 주방이 확 트여 있어 요리하는 모습도 지켜볼 수가 있다.



식당 이름에서 쉽게 알 수 있듯이 메뉴는 복잡하지 않고 아주 간결하다. 라면, 비빕밥, 볶은밥, 잡채밥, 야채만두, 해물만두, 고기만두, 김치만두 등이다. 가격은 3유로에서 5유로 사이다. 


이날 메뉴판에 없는 음식을 주문했다. 바로 짜장면이다. 외국에서의 짜장면이라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색깔부터 그렇게 먹고 싶었던 짜장면 그대로였다. 노란 단무지와 잘 익은 김치가 짜장면의 맛을 돋구워 주었다.



면은 따근따근 쫄깃쫄깃했다.  



아직 인근 건물들이 구시가지에 비해 외벽 단장이 정결하지는 못하지만 아르누보 양식의 건축물들이 주변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이런 건물들을 살펴보면서 구시가지에서도 충분히 걸어서 올 수 있는 거리이다. 


여행객들이 한 끼 가볍게 해결할 수 있는 식당이다. 여름철 관광안내사 일을 하기 때문에 리가 국제선 버스역을 자주 이용하는 편이라 부담없이 이곳을 이용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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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5. 3. 5. 08:00

유럽 리투아니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뉴스 포털사이트인 delfi.lt이다

3월 4일 첫 화면에 한국당근 기사가 올라왔다.

"매운 한국 당근"(Aštrios korėjietiškos morkos)은 음식 이름이다. 

이 "매운 한국 당근"을 만드는 요리법이 소개되어 있다.


* 출처 source link


이 "한국 당근" 음식의 정체는 무엇일까?

여러 해 전 TV 방송을 위해 취재한 적이 있었다. 

당시 대형매점 이끼(Iki)의 수석요리사가 설명해준 바에 따르면 

소련 시대 고려인들이 쉽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인 당근을 이용해 

한국적인 매운 맛을 내는 음식을 만들어 먹은 데서 

이 "한국 당근"이라는 이름이 유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음식은 발트 3국을 비롯해서 옛 소련 공화국에 널리 펴져 있다.  


요리법은 간단하다. 

당근을 채썰어, 후추, 카르다몬, 석탕, 식용유, 식초 등으로 버무려 샐러드처럼 만든다.



이날 기사에 실린 요러법을 소개하면 이렇다.

당근 1kg

백포도주 4 숟가락

마늘 100g

매운 고춧가루

해바리기씨 식용유 100g

고수(빈대풀, coriander, kultiva koriandro)씨앗가루 2 숟가락

소금 약간



대형상점 식품판매대서 쉽게 이 샐러드를 볼 수 있다. 또한 유리병에 든 "한국 당근"도 볼 수 있다. 종종 자기도 한국 음식을 먹어본 적이 있다거나 즐겨 먹는다고 말하는 현지인들을 만난다.


"한국 음식 맛이 어때?"

"매워."

"어떤 한국 음식을 먹었는데?"

"한국 당근."


한국에는 없는 "한국 당근"이 이렇게 여기 유럽 사람들에게 한국 음식으로 여겨지고 있다. 가끔 우리 집도 이 "한국 당근" 샐러드를 가게에서 구입해서 고기 등과 함께 먹는다. 먹을 만하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 11. 19. 07:00

세계 여러 나라 음식 요리를 즐겨하는 어느 스웨덴인[처음엔 폴란드인으로 여겼으나 관련인과 직접 접촉을 통해 알아본 결과 스웨덴인]의 제육볶음 동영상이 최근 눈길을 끌었다. 유튜브 사용자 "The Food Emperor"는 자신이 직접 제육볶음을 요리하는 과정을 동영상으로 찍어 11월 14일 유튜브에 공개했다. 현재 이 동영상 조회수는 16만을 넘었다.

동영상 속의 언어는 폴란드어이고  
"제육 볶음"
"최고의 레시피예요"
"기뻐서 강 같은 눈물을 흘릴거에요"라는 한글 자막이 뜨고, 목소리도 나온다.

그의 제육볶음 레시피는 아래 사이트(영어)에 있다.
http://www.foodemperor.com/cooking/spicykorean

어떤 내용이 있기에 그의 제육볶음 요리과정 동영상이 큰 인기를 끌고 있을까?
아래 동영상에서 볼 수 있다.



유튜브 계정의 이름에서 보듯이 그는 자신을 "Food Emperor"라 부른다. 이에 걸맞게 그는 동영상 중간중간에 북한의 뉴스 방송화면을 삽입했다. 아주 특이한 착상으로 그는 한국음식 제육볶음 요리를 누리꾼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Posted by 초유스
다음첫면2014. 9. 29. 05:00

한국인이 외국에 살면 누구나 흔히 접하는 질문 중 하나가 있다.


"김치는 먹나?"
"먹지."
"사서 먹어 아니면 담가 먹어?"
"담가 먹지."

유럽에 산 지가 제법 되어서 김치 생각은 그렇게 간절하지 않다. 더욱이 매운 음식도 이제는 옛날처럼 잘 먹지를 못한다. 먹고 나면 속이 불편하다. 하지만 종종 라면 먹을 때 김치가 없으면 라면맛을 제대로 즐길 수 없다. 혹은 요리할 시간이 없어 식사해야 할 때 '아, 김치 하나만 있으면 후다닥 먹을 수 있을 텐데......'라고 아쉬워 하곤 한다.

우리 집에서 김치를 담그자고 재촉하는 이는 내가 아니라 리투아니아인 아내와 딸아이다. 딸아이는 김치가 매워서 먹지 않지만, 밥에다 김치를 발라서 즐겨 먹는다. 그래서 자주는 아니지만 이따금 생각날 때 김치를 담근다.    

담근 김치는 리투아니아인 친척들이 오거나 방문할 때 조금씩 선물로 준다. 이들이 우리보다 훨씬 더 김치를 찾는다. 일전에 친척이 방문했기에 조그만한 통에 김치를 담아주었다. 그 다음날 저녁 학교에서 강의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의 아내로부터 전화가 왔다.

"보내준 김치가 맛있어!"
"정말?"
"정말이지. 부탁 하나 있어."
"뭔데?"
"김치를 담가줘. 꼭 살게."
"김치 팔 정도로 김치를 담그지 못해."
"무슨 소리야! 정말 최고야."
"말은 고맙지만 아내에게 물어볼게."

집으로 돌아와 아내와 상의했다.
"친척에게 돈 받고 김치를 담가주는 것이 우리 성격에 어울리지 않아."
"맞아. 하지만 배춧값 등 원가도 있고, 우리가 따로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 하니까 받아도 나쁘지는 않지."
"그 말도 맞는 말이다. 더욱이 그 친척 살람도 넉넉한 편이니까."

아내와 함께 난생 처음 팔 김치를 5킬로그램을 담갔다.
배추를 소금에 절이고, 나중에 양념에 배추를 버무리는 일은 내가 하고, 양념 만들기는 아내가 맡았다. 


"그런데 얼마를 받지?"
"주는 대로 받지."
"그래도 기준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맛있다는 전제로 받고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다른 것으로 보상해주면 어떨까?"
"동의!"


친척이 김치를 받으려 왔다. 맛을 보더니 아주 만족했다. 지갑을 열고 값을 지불했다.
아내가 원가를 제하고 나머지를 반반씩 나눠 각자 용돈으로 사용하자고 제안했다.

유럽에서 25년 살면서 이렇게 처음으로 김치 팔아 용돈까지 챙기다니 역시 살고 볼 일이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 3. 4. 07:12

인구 3백만명이 사는 리투아니아에 한국 교민은 10여명이다. 그런데 교민수보다 한국에서 오는 교환학생수가 이제는 더 많다. 학기마다 약간 차이는 있지만 빌뉴스에 30-50여명의 교환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종종 명절에 교민들과 교환학생들이 한인회 초청으로 만난다. 일전에 몇몇 교환학생들과 시내 한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리투아니아에 온 지 한 달이 지났는데 아직 김치를 먹어보지 못했다는 학생이 있었다. 그래서 지난주 금요일 이들을 집으로 초대했다.

* 우리 집을 방문한 경희대학교 교환학생들 (좌로부터 지연, 보라, 혜빈 지원 학생)

사실 집으로 한국 손님을 초대하는 일은 좀 민감하다. 나와 딸은 대환영이지만, 리투아니아인 아내가 부담스러워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미각이 뛰어난 한국 사람들에게 자신있게 음식을 해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명분의 꾀를 내야 했다. 우리 집엔 한국에서 보내준 잡채용 당면이 있다. 잡채는 딸아이가 무척 좋아한다. 아내는 한 두 번 시도해보았지만 호응을 얻지 못하자 더 이상 잡채 요리를 하지 않고 있다. 

"우리 집에 와서 잡채를 맛있게 해주면 좋겠다."라고 학생들에게 제안했다.
"우와~, 정말요? 당연히 가야죠."라고 하면서 이들은 덥석 받아들였다.    

이날 집으로 돌아와 "한국 교환학생들이 와서 딸아이가 좋아하는 잡채를 해줄 거야. 괜찮지?"라고 아내에게 말하자 "나도 좀 배울 수 있는 기회이니 좋아."라고 답했다. 

잡채요리에 필요한 버섯, 피망, 시금치 등 재료를 아내와 함께 구입해놓고 교환학생들을 기다렸다. 미국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하고 있는 큰딸과 비슷한 나이를 가진 학생들이라 아내도 기쁘게 이들을 맞이했다.

우리 집 부엌은 일시에 교환학생 4명에다가 아내 그리고 딸아이 요가일래까지 합쳐 6명의 요리인들로 북쩍거렸다. 그런데 이들 곁에는 스마트폰이 있었다. 바로 인터넷으로 검색한 잡채요리법 때문이었다. 능숙한 가정주부처럼 만드는 잡채요리를 옆에서 지켜보면서 한 수 배워보겠다는 기대를 가지고 있었던 아내는 약간의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 금요일 저녁식사를 준비한 6명의 요리인

"요즘 요리법 일일히 익힐 필요 없어. 인터넷 검색하면 쫙 나와. 한국 학생들 집에서 직접 요리해볼 기회가 많지 않아. 사실 우리 큰딸도 몇 가지를 제외하면 요리하지 못하잖아."
"하기야 그래."   
"다 같이 음식을 만드는 과정이 재미있잖아. 어느 한 사람이 고생해서 바치는 맛있는 음식보다 다 같이 어울러서 만든 덜 맛있는 음식이 난 더 좋아." 

* 주요리 잡채

이렇게 한 시간 반을 거쳐 잡채, 된장국, 호박전 등이 완성되었다. 한인회 회장(김유명)도 초대했다. 잡채를 먹어본 딸아이의 맛평가가 이날 교환학생 초대가 의미있었음을 단적으로 표현한다.

"아빠, 내가 이제까지 먹어본 잡채 중 제일 맛있어."
"그래? 아빠가 언니들 정말 잘 초대했지?"
"맞아. 언니들이 또 우리 집에 왔으면 좋겠다."

정말이지 딸아이는 평소보다 훨씬 많은 양의 잡채를 먹었다.    


한 학기 동안 머무는 교환학생수가 교민수를 훌쩍 넘어섰다. 이제는 교민들보다 교환학생들이 주변 리투아니아인들에게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인상을 심는 데에 더 큰 영향력을 끼친다. 있는 동안 공부도 하면서 리투아니아 현지를 이해하고, 한국을 알리는 데 힘닿는 대로 기여해주길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 2. 18. 07:38

1월에 한국 방문한 주된 목적은 에스페란토 국제선방이었다. 내국인 38명과 7개국에서 온 외국인 19명이 참석했다. 선, 종교, 요가 등 다양한 주제로 한 강연들이 열렸다. 한국음식 김밥 만들기 체험도 아주 좋은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요리 선생님의 안내에 따라 외국인들도 적극 동참했다. 김에 밥을 얹고, 다양한 재료를 넣어 좋은 색깔을 내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가 않았다.


중국인: "어렵지만 직접 해서 먹어보는 일은 참 재미있다." 
헝가리인: "내가 만든 김밥은 자꾸 터져버린다. 짤라서 먹는 것보다 통채로 잡고 먹는 것이 더 맛있다."
브라질인: "그냥 구경만해도 배가 부른다."

이날 한국인과 외국인이 서로 어울려 김밥을 만드는 광경을 아래 영상에 담아보았다. 



리투아니아 우리 집에서도 좋은 기회가 오면 유럽인 친구들을 초청해 김밥 잔치를 함께 열어봐야겠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5. 1. 05:12

4월 29일 빌뉴스대학교 한국어 초급 수업 종강이었다. 직접 수업에 학생들에게 제안했다.

"다음 주 월요일이 마지막 수업인데, 수업 장소를 어디로 할까요? 우리 집은 어때요?"
"우와~~~ 그렇게 해요!!!"
"그럼, 삼겹살과 소주를 준비하겠습니다."

학생들의 반응이 아주 좋았다. 끝까지 남은 학생이 다섯 명이다. 음식에 관해 아내에게 조언을 구했다. 월요일은 아내가 늦게까지 학교에서 일하기 때문에 요리는 내가 다 해야 했다.

"학생들에게 삼겹살 먹자고 했는데."
"당신은 고기 자르기를 정말 싫어하잖아. 손님을 거실에 두고 부엌에서 혼자 고기는 굽는 일은 좋지 않아."
"그럼, 뭐 할까?"
"닭도리탕은 어때?"
"직접 요리해본 적이 없지만, 인터넷에서 요리법을 찾아서 한번 해봐야지."

참고로 닭도리탕 이름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국립국어원은 일본어 도리가 국어에 들어온 것으로 보고 닭볶음탕으로 고쳐 부르길 권하고 있다. 한편 한국어에도 도리가 있다. 토막, 부분, 베어나다, 도려내다의 뜻이다. 즉 닭을 도리내서 만든 탕이다. 그래서 계속해서 이를 사용하자는 주장도 있다.

외국어간에는 이처럼 발음이 같거나 유사한 단어들이 있다. 하지만 그 뜻이 서로 엉뚱한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아내 이름은 비다(Vida)이다. 써진 언어로 보면 한국 사람들에겐 "(머리가 텅) 비다", 또는 "(잘못해) 비다"가 될 수 있고, 스페인 사람에겐 "생명"이 될 수 있다.    

각설하고, 햄버거 등 단어는 순화해서 사용하자는 말은 없고, 한국어에서도 그 뜻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닭도리탕은 순화해야 한다는 데에는 크게 공감이 가지 않는다.

이렇게 월요일은 왔다. 슈퍼마겟에서 부위별로 토막난 닭고기를 사왔다. 닭밑간은 아내가 해놓고 출근했다. 감자, 양파, 당근을 크게 썰었다. 고추장, 고춧가루, 물엿, 다진 마늘, 참기름으로 양념을 만들었다. 수업 시간 전에 모든 준비를 해놓았다.


종강이지만, 끝까지 1시간 반 수업시간을 채웠다. 요리를 하고 있는데 학교에서 돌아온 아내가 4명을 더 데리고 왔다. 곧 있을 공연 준비 때문이었다. 거실은 북쩍북쩍거렸다. 모처럼 사람이 어울려 사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처음 요리한 닭도리탕을 모두가 맛있게 먹었다. 부족한 듯했다. 술은 입에 대지 않으려고 했으나, 학생들 분위기에 소주 6잔을 마셨다. 학생들에게 그 동안 노고에 답하기 위해 뜻하지 않게 식후 특별 공연도 마련했다. 실은 공연 연습인데 종강 기념 초청 공연처럼 되어 버렸다.  

"선생님, 진작 이런 시간이 있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아쉽지만 감사합니다."

다음 학기 강좌에는 초기, 중기, 하기로 나눠 학생들을 집으로 초청해 한국 음식도 함께 만들어 먹으면서 수업하는 것도 좋겠다.

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10. 4. 9. 07:42

평소 형제처럼 지내는 폴란드 친구가 있다. 바르샤바에 살고 있는 친구이다. 엊그제 밤 갑자기 연락이 와서 내일 방문해도 되냐고 물었다. 바르샤바는 빌뉴스에서 약 400km 정도 떨어진 거리이지만 안가본 지 여러 해가 되었다. 지난 연말 친구가 초대했으나 건강상의 이유로 응하지 못했다.

그런 차에 이렇게 직접 빌뉴스를 온다고 하니 몹시 반가웠다. 여러 이야기를 하는 차에 지난 주 금요일 자기 집에서 열린 "한국음식의 날"을 사진과 함께 소개해주었다. 

친구의 이름은 라덱이다. 그는 취미로 자전거 동호인회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자전거 야영을 가면 늘 음식 준비를 도맡아하는 일명 이 동호회의 '전용 요리사'이다.

이날 자전거 동호회의 회원 부부들을 초대해 자기가 만든 한국음식을 대접했다. 폴란드 사람이 집에서 한국음식을 해서 손님들에게 대접한다는 것이 좀 의아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라덱의 아버지는 폴란드인이고, 어머니는 중앙아시아 출신 한국인이다.

특히 라덱은 요리하기를 즐겨한다. 1997년 나와 함께 한국을 여행한 적이 있었다. 이때 그는 초대한 사람들의 집에서 나온 다양한 한국음식의 요리법을 하나하나 꼼꼼히 적으면서 열심히 배웠다. 이렇게 배우고 익힌 솜씨로 그의 집에서 열리는 잔치에는 의례히 한국음식들이 주를 이룬다. 이날 그가 요리한 한국음식들 사진이다. (사진제공, photo: Radosław Donir Jędrzejcz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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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주변 폴란드인들에게 한국음식을 널리 알리는 친구 라덱이 자랑스럽다. 올해는 바르샤바에 있는 그의 집을 방문해 20년 전부터 알고 지내던 폴란드 현지인 친구들을 초대해 라덱이 준비한 한국음식으로 한바탕 잔치를 열어보고자 한다.
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09. 11. 21. 06:39

북동유럽 리투아니아에서 잘 알고 지내는 현지인 친구 알렉사스(Aleksas)가 있다. 벌써 십년지기이다. 종종 우리 집으로 와서 같이 식사도 하고, 함께 호수 등으로 야영을 가기도 한다. 그의 취미는 등산이다. 산이 없는 리투아니아에 어떻게 취미가 등산일까? 그는 러시아 남부에 있는 대학에서 스포츠여가를 전공할 때 등산, 암벽등반 등을 배우고 지도자 과정을 이수했다.

일년 동안 열심히 일해서 여름과 겨울 휴가철에 높은 산이 있는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남부 폴란드 등으로 여행한다. 암벽등반의 특기를 살려 그는 고층건물 설치물 작업을 직업으로 하고 있다. 요즈음 성탄절을 맞아 고층건물에 장식물을 설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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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알렉사스가 자신이 일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과 함께 자신이 직접 만든 김밥 사진을 보내왔다. 알렉사스는 한국 음식을 무척 좋아한다. 김치를 잘 먹어서 오래 전에 만드는 법을 가르쳐준 적도 있다. 언젠가 우리 집에 와서 먹어본 김밥이 맛있다면서 슈퍼마켓에서 재료를 사서 직접 집에서 만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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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니 한국인인 내가 만든 것보다 더 예쁘고 잘 만든 것 같았다. 믿기가 어려워서 혹시 슈퍼마켓에서 구입한 것이 아닌냐고 대놓고 물었다. 직접 만들었다고 답했다. 조만간 우리 집에서 김밥 만드는 자기 솜씨를 보여주고 싶다고 한다.

한국요리의 세계화에 있어서 외국에 한국식당 수가 늘어나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일반가정에서 한국음식을 직접 만들어먹는 외국인들이 늘어날 때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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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08. 12. 10. 16:51

인구 60여만명의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선 중국식당이 50여개, 일본식당이 10여개가 있지만, 한국식당은 아직 없다.

몇 해 전 부다페스트에서 김치가 그리워 한번 시내 중심가에 있는 한국식당에 갔다. 그곳에서 된장찌개를 시켰다. 흔히들 한국요리는 반찬요리라 말한다. 상위에 있는 크고 작은 수십 가지의 반찬들이 외국인들에게는 거의 환상적이다.

하지만 그때 들른 한국 식당은 반찬에는 김치도 없고 단지 깍두기와 계란찜 그리고 시금치무침이 전부였다. 가격도 중국식당에서 먹는 것보다 훨씬 비쌌다. 그 후 다소 기름기가 있지만 푸짐하고 가격도 괜찮은 중국식당을 선호한다. 

언젠가 요리하기를 좋아하는 폴란드 친구 라덱이 한국요리를 한 번 해보고 싶어도 한국요리를 소개한 책을 쉽게 구할 수 없어 아쉽다는 말을 했다. 그는 한국보다 작은 나라들의 요리도 소개되는 데 왜 오랜 요리문화를 가졌으면서도 김치를 비롯한 불고기, 삼계탕 등 아직 세계에 널리 알려져 않고 있는 지에 물음을 제기했다.

그가 가지고 있는 요리 책 몇 권을 살펴보았다. Ho Chee-Ming이가 쓴 총 192쪽 칼라 요리책 “아시아 요리(Kuchnia Azjatycka)”에는 일본, 중국, 태국, 인도네시아, 인도 요리만이 소개되어 있다.

Annette Wolter와 Christian Teubner가 쓴 총 381쪽 “세계특별요리(Specjanos'ci kuchni s'wiatowej)”에는 전세계 400가지의 특별요리가 소개되어 있다. 이 책의 아시아편에는 인도, 스리랑카, 미얀마,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필리핀, 인도네시아, 중국, 일본 요리만이 소개되어 있다.

Barbara Rias-Bucher가 지은 총 704쪽 칼라 “좋은 요리 큰 책(Wielka Ksie,ga Dobrej kuchni)”에는 전 세계 1,000가지의 다양한 요리가 소개되어 있다. 여기에도 한국요리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도 없다.

이렇게 책장을 넘기면서 한국요리 세계화의 첩경 중 하나는 바로 여러 나라말로 한국요리책이 번역되는 것이라고 느꼈다. 

한국에서 가져와 해먹는 미역국은 이곳 사람들도 아주 좋아한다. 그리고 김도 좋아한다. 매운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김치는 대환영이다. 불고기, 삼계탕 등을 먹어본 사람들은 그 맛에 녹아난다.   

한국의 대표적 요리들이 여러 나라말로 많이 번역되어 한국식당에서뿐만 아니라 이곳의 일반가정에서도 한국요리를 쉽게 해먹는 그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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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다보니 김치 전도사가 되어버린 요리무식의 초유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