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에 해당되는 글 47건

  1. 2018.09.21 한국 관광의 위력을 엿볼 수 있는 룬달레 궁전의 전동차
  2. 2017.03.22 한국어 수업 후 생일축하 노래에 숨은 진짜 이유가 (1)
  3. 2017.02.13 출장에서 돌아오니 딸아이 자판에 한글이 (2)
  4. 2016.10.08 한글 '건배'가 써진 유럽 라트비아 캔맥주 (1)
  5. 2016.02.12 유럽 여고생이 그린 응답하라 1988 배우들 (2)
  6. 2015.12.21 학교 수업이 지루할 때 이렇게 그림 그려요 (1)
  7. 2014.10.24 "식구 많아졌어요"에 해외 학생들 키득키득
  8. 2014.05.22 초등 6, 영어 시험이 영어로 영어 문법 설명 (2)
  9. 2014.03.11 딸아이의 휴대폰 한글 문자쪽지 엉터리 투성 (2)
  10. 2014.03.07 외국인으로 믿기 어려운 한국어 쓰기 솜씨 (4)
  11. 2014.02.20 한국어 학생들이 생일 선물로 준 풍선 케익
  12. 2014.01.07 쇼핑 목록에 한글의 어려움이 고스란히 (4)
  13. 2013.12.20 크리스마스와 산타에 해당 유럽 각 언어 표현은? (1)
  14. 2013.11.22 한국어 수업, 양처럼 착하다에 키득키득 (2)
  15. 2013.11.01 '드리다'라는 한국말에 폭소하는 외국 학생들
  16. 2013.10.09 외국인에게 한글 이름 쓴 부채를 선물한 청년들 (8)
  17. 2013.10.04 일흔 넘었지만 한국어는 꼭 배워야겠다 (1)
  18. 2013.09.13 딸아이, 해외 벽광고 보더니 '대한민국' 외치네 (2)
  19. 2013.08.07 탈린에서 만난 식당 한글, '환영'이 '혼영'
  20. 2013.05.02 어느 여대생의 특이한 '야밤의 도시' 머리 모양 (2)
  21. 2013.05.01 직접 요리한 닭도리탕으로 한국어 수업 종강 (6)
  22. 2013.03.07 유럽 한국어 수업, -는 언제, -가 언제에 주춤 (3)
  23. 2013.02.07 한글의 세계화 이렇게 쉽게 이루어지다니
  24. 2013.01.21 아빠, 내 편지 꼭 한국에서 읽어야 돼 (1)
  25. 2012.10.20 생일 선물로 강남스타일 비디오 만든 라트비아인
  26. 2012.09.12 한국어 첫 수업에 강남스타일을 소개했더니 (2)
  27. 2012.06.01 한국어 수강생들의 종강 깜짝 케익 선물 (2)
  28. 2012.05.30 44시간 한국어를 배운 유럽인 여고생 (5)
  29. 2012.04.27 유럽인이 한국을 사랑하게 된 것은 사극 때문
  30. 2012.01.17 한글이 아주 예뻐 - 정말 행복해 (3)

리투아니아와 국경을 이루는 라트비아 남부 지방에는 관광명소가 하나 있다. 바로 룬달레 궁전(Rundales pils)이다. 


이 궁전은 쿠를란트 공국 에른스트 요한 비론 (Ernst Johan von Biron) 공작을 위해 이탈리아 출신 바로코 건축의 거장 프란체스코 바르톨로메어 라스트렐리(Francesco Bartolomeo Rastrelli) 1730년대-1760년대에 지은 여름 궁전이다. 프랑스 파리 근교 베르사유 궁전을 모델로 해서 지었다.  

이 궁전은 세워진 이후부터 지금까지 화재나 전쟁 등의 피해를 입지 않아 거의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궁전 내부에서는 당시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고, 정원에는 수천 그루의 장미가 자라고 있다.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이 즐겨찾는 라트비아 최고 관광지 중 하나이다.    



궁전 내부 관람을 마친 후 정원 관람표를 따로 혹은 함께 구입한 사람은 정원으로 들어간다. 입구에 있는 전동차를 타고 정원 곳곳을 둘러볼 것을 적극 추천한다. 전동차 승차권은 3유로이다. 이 전동차 앞 유리에 붙여져 있는 여러 나라 국기가 눈에 들어온다. 

   라트비아

   영국

   러시아

   리투아니아

   대한민국



이 국기들은 안내 방송을 들을 수 있는 언어를 표시하고 있다. 유럽과 아시아 등 여러 나라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데 자국과 인근 나라 러시아와 리투아니아를 제외하면 영어와 한국어만 남는다. 여기에서도 한국의 세계적 위상을 확연히 느끼는 것은 나만이 아닐 것이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7.03.22 08:07

한 해에 생일을 세 번 맞는다. 첫 번째는 여권상 생일이고 두 번째는 여권상 생일의 음력일이고 세 번째는 여권상 생일의 양력일이다. 한국 사람이 아니고서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올해는 살아온 세월의 첫 번째 숫자와 두 번째 숫자가 같다. 유럽인들이 크게 생일을 챙기는 기념일이다. 1월부터 아내는 종종 어떻게 생일을 보낼 것인지 물었다. 생일 챙기기에 무관심하자 무조건 하나를 선택하라고 강요하다시피 했다.   

1. 일가 친척을 초대해서 식사 하기
2. 가족 해외여행 하기

어느 하나도 선택하지 않았다. 첫 번째 생일에는 다음 생일도 있으니 그냥 넘어가자 했고, 두 번째 생일에는 또 다음 생일도 있으니 그냥 넘어가자 했고, 세 번째 생일에는 내년 생일도 있으니 넘어가자라고 했다. 생일을 거의 챙기지를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가족은 가장의 생일인지라 뭔가로 기념을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두 개 중 하나인 아주 오래 된 17인치 모니터가 지난 해 고장이 나서 더 이상 사용할 수가 없게 되었다. 주로 번역 작업을 하는 데 세로로 돌리기(비봇 pivot) 기능이 있는 24인치 모니터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곤 했다. 기념으로 이것을 사고 싶었다. 새로운 전자제품 구입에 인색한 아내도 선뜻 동의했다. 마음 변하기 전에 바로 어제 인터넷으로 주문해버렸다.

학교에서 돌아온 딸아이는 현관문에서 불렸다.
"아버지, 아버지, 우리 아버지"
"어서 와. 왜?"
"빨리 여기 와봐."
딸아이는 노란 꽃 세 송이로 생일을 축하해주었다.

* 주말에 올 새 모니터(화면 속 사진)와 딸아의 노란 색 꽃선물


어제 화요일 저녁 대학교에서 한국어 수업이 있었다. 앞 강의가 아직 끝나지 않아 학생들이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무엇인가 서로 대화하더니 내가 나타나자 조용해졌다. 한 학생이 물었다.

"선생님 생신이 언제예요?"
"생일?! 난 생일이 없는데."
갑자기 뜬금없이 생일을 물었다.   
 
1시간 반 수업이 끝나면 학생들은 재빨리 강의실을 빠져나가는데 어제는 달랐다. 모두가 자리에서 거의 동시에 일어나더니 한 학생이 또 물었다.

"선생님, 오늘이 생신이시죠?"
"아니, 어떻게 내 생일을 다 알았지?"라는 되물음에 학생들은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생신 축하합니다. 생신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고마움을 전하면서 자꾸 의문이 생겼다. 페이스북에 적힌 생일은 벌써 지났는데 어떻게 학생들이 알았을까...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식구들에게 깜짝 기쁨을 알렸다.

"학생들이 어떻게 내 생일을 알고 생일축하 노래를 한국어로 불러주었어."
"아빠, 사실은..."
"뭔데? 말해봐."
"아빠 학생들 중 하나가 우리 반 친구의 친구인데 내가 우리 반 친구에게 부탁했다. 자기 친구에게 오늘 우리 아빠 생신인데 학생들이 축하 노래를 불러주면 좋겠다라고 했어."
"뭐라고? 네가 다 연출한 거야!"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7.02.13 05:31

얼마 전 출장 중인데 중학교 3학년생인 요가일래로부터 쪽지가 왔다.  

"아빠 도와줘."
"뭐?"
"내가 지금 내 컴퓨터에 한국어 자판을 했는데 한국 글자 안 나와."
"자판 언어를 한국어로 바꿔라"
"내가 제어판에 갔고 자판에 (한국어를) 추가했어."
"컴퓨터 화면 사진 찍어 보내라."

그 동안 요가일래는 한국어를 발음나는 대로 로마자로 썼다. 이제 스스로 한글로 쓰고 싶은 마음을 갖게 된 듯했다. 출장에서 집으로 돌아와서 보니 순간적으로 깜짝 놀랐다. 바로 요가일래 노트북 영문 자판(키보드)에 한글이 붙여져 있었다.


이후부터 우리는 주로 한글로 쪽지를 주고 받는다. 틀린 표기는 교정해서 다시 쪽지를 보낸다. 



요즘 취미 하나가 늘어났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올해부터는 한국 드라마를 즐겨 보고 있다.  "구르미 그린 달빛"도 딸 덕분에 나도 보게 되었다. 한국어 노트를 마련해서 드라마를 보면서 접하는 새로운 단어를 적기도 한다.  



서너 문장을 써서 검사를 부탁하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이 강요나 강제에 의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발심해서 하게 된 것이라 그저 감사할 뿐이다. 



방 벽에는 한국 풍경 사진을 붙여놓았다. 



"좋은 사진이 붙여져 있네."
"이 방은 한국인이 사는 방이라 한국 풍경이 있어야 돼."
"나중에 리투아니아에 이런 집을 하나 지으면 좋겠다."
"꿈을 가져야지."
"이번 여름에 한국에 가니 한국어를 더 잘 하자."
"알겠습니다. 전하~~~!"
Posted by 초유스

종종 가이드 일과를 마치고 혼자 리가 구도시를 산책할 때가 있다. 며칠 전 편의점에 들러 음료수를 사려고 하는데 코카콜라 바로 위 선반에 있는 '건배'라는 한글이 눈에 확 들어왔다.


내용물은 쉽게 알 수 있다. 바로 캔맥주이다. 쩨수(Cēsu)는 쩨시스에서 1590년부터 맥주를 만드는 라트비아 회사이다.


캔맥주에는 술을 마실 때 잔을 부딛히며 하는 말이 여러 언어로 써여져 있다.



유럽의 한 변방에 속하는 작은 나라인 라트비아 맥주회사가 이렇게 한국어 단어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반가운 마음에 주저없이 이 캔맥주를 선반에서 꺼내 계산대로 발걸음을 향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6.02.12 08:41

일주일에 두 번 빌뉴스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지난 주 수업에 빠진 한 학생이 다음과 같이 편지를 보내왔다. 

안녕하새요! 
저 아픕니다. 
오늘도 올 수 없어요. 
집에 공부하겠습니다. 
그런데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아주 재미있어요! 
새해 복 만히 받으세요!

감기로 수업에 올 수 없다고 알려왔다. 집에서 공부를 하는 데 요즘 인기 드라마 "응답하라 1988"를 재미있게 보고 있다고 했다. 

하도 주위에서 이 드라마 이야기를 하기에 궁금해서 1월 하순에 나도 한 편을 보았는데 그만 밤을 샐 정도로 푹 빠졌다. ㅎㅎㅎ 1988년 올림픽에 자원봉사를 한 일이 어젯일처럼 생생하게 떠올랐다. 평소에 말라있는 눈물샘이 자주 터지기까지 했다.

결석한 위의 학생은 고등학교 1학생으로 어제 수업에 왔다. 수업을 다 마친 후 그는 "응답하라 1988"에 완전히 매료된 자신의 모습을 아래 그림으로 보여주었다. 바로 출연한 배우들을 정성스럽게 그렸다.

* 그림: 애밀레 페트라비츄테


이 학생처럼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한국인인 나보다 더 열성적으로 보고 있는 비한국인들이 실재함을 새삼스럽게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영어 자막과 함께 보는 드라마 응답하라 1988 다시보기는 여기로]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5.12.21 08:11

한국어 수업을 듣는 학생 중 한 명은 만 13살이다. 한국으로 치면 중학교 2학년생이다. 그는 늘 손목에 다양한 무늬를 하고 있다. 지난 주 수업 내용이 취미였다.

"취미가 뭐예요?"
"그리기이에요."
"받침이 없을 때에는 '-이에요'가 아니라 '-예요'입니다."
"아~~~"
"취미가 그리기라서 손에 그림이?!"
"아, 이거요... 수업이 지루해 할 일이 없을 때 이렇게 그려요."
"선생님이 보면 뭐라고 하지 않아요?"
"아니요, 뭐라고 하지 않아요."
"한국어에서는 이럴 때 '아니요, 뭐라고 하지 않아요'가 아니라 '예, 뭐라고 하지 않아요'입니다."


학창시절 지루할 때 책에 참 낙서를 많이 했다.
그런데 리투아니아 학생들은 학년을 마치면 책을 돌려주어야 하기 책에 낙서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들은 수업에 흥미가 없을 때 손이나 손목, 팔 등에 낙서를 한다.

며칠 전 비슷한 또래인 딸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왔다.
손뿐만 아니라 양팔에도 그려져 있었다.


"오늘 수업 정말 재미 없는가봐?"
"맞아."

그리고 보니 다행히 1시간 반이나 지속되는 한국어 수업에 아직 이렇게 그리는 이를 본 적이 없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10.24 10:34

이번 학기에도 빌뉴스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게 되었다. 최근 한국어 수업 시간에 "지다"를 가르쳤다- 좋아지다; 많다 -  많아지다; 싸다 - 싸지다... 

"식구 많아졌어요"라는 문장이 있었다.    

"식구라는 말이 무슨 뜻인가요?"라고 물었다.
그런데 그런데 "식구"라는 단어에 리투아니아 학생들이 모두 키득키득 웃음으로 답했다.

이유가 무엇일까?

한국어 "식구"라는 발음에 해당하는 리투아니아어 단어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리투아니아 단어는 무슨 뜻일까?

식구 šiku라는 뜻은 "똥을 누다"이다.
그러니 학생들이 웃을 수 밖에.

"식구 많아졌어요"라는 한국어 문장이 "똥이 많어졌어요"라는 소리를 들렸기 때문이다,


축제라는 말에도 웃음이 터져 나왔다.

축제는 Čiukčiai(축치인)을 뜻하는 츅체이를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눈이 좁쌀처럼 생긴 아시아인들을 경멸해서 말하는 말 중 하나가 "츅체이"이다. 



사(4)과

사과(과일)

사과(잘못을 사과)도 동일하게 써지만 각기 뜻이 달라서 주목을 끌었다, 

 


행복

한복

항복도

비슷한 발음이라 학생들이 힘들어한다.



물고기

생선

돼지고기, 닭고기, 칠면조고기 등에서 보듯이 고기는 죽은 것인데 왜 물고기는 산 것을 말하나?!



한국어 문장 중 "간장 공장......"을 알려주었더니 배꼽을 잡고 웃어대었다.



리투아니아어에 이와 유사한 문장은 다음과 같다.

개리 비라이 개로이 기료이 개라 기라 게레: 좋은 남자들이 좋은 숲 속에서 좋은 기라(맥콜)을 마신다


이렇게 한국어를 가르치다보면 뜻하지 않게 수업 시간에 웃는 경우가 더러 생긴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4.05.22 09:57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 중 중학교 3한년생이 한 명 있다. 이 학생은 프랑스어가 특화된 학교에 다닌다. 즉 프랑스어를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제1 외국어로 배우고 있다. 궁금해서 수업 시작하기 전에 물어보았다.

"제1 외국어 프랑스어와 제2 외국어 영어 중 어느 언어를 더 잘하나?"
"물론 영어다."
"왜?"
"영어는 생각하지 않아도 술술 나오는데 프랑스어는 머리 속에서 일단 생각해야 한다."

대체로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유럽에서도 외국어를 잘하는 편이다. 특히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 지방은 리투아니아인, 폴란드인, 러시아인, 벨라루스인 등이 다민족이 살고있어 다언어권이다. 길거리 거지도 3-4개 언어를 구사할 수 있다는 곳이다. 

복잡한 리투아니아어에 비해 영어가 훨씬 쉽다고 다들 말한다. 물론 언어가 쉽다고 해서 그 언어를 누구나 다 쉽게 습득할 수는 없다. 언어 교육이나 학습 방법이 중요하다.

딸아이는 한국으로 치면 초등학교 6학년을 이번 5월말에 마친다. 어제 딸아이의 영어 시험이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어떤 내용이기에? 

시험은 이렇다.
1. 학생 두 명이 한 조를 이룬다.
2. 주제를 준다. 준비를 위해 며칠 시간을 준다.
3. 두 명이 협력해서 영어로 내용을 작성한다.
4. 이 내용을 파워포인트로 작성한다.
5. 선생님과 학생들 앞에서 영어로 영어 문법을 설명한다.

딸아이가 받은 주제는 "단순현재와 현재진행 시제"이다. 인터넷 등에서 자료를 찾아서 영어로 문서를 작성했다. 아래는 딸아이와 친구가 협력해서 작성한 문서이다.


딸아이의 영어 시험 결과가 휴대전화 문자 쪽지로 들어왔다. 10점 만점을 받았다. 아버지로서 관심을 표명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즉각 축하 쪽지를 보냈다.  


아, 문법이나 단어만 달달 외워서 영어 시험 쳤던 어린 시절과 비교하니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초등학교 6학년생이 영어 문법을 영어로 설명하는 시험이라면 장차 이들의 영어 구사 능력은 상대적으로 뛰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4.03.11 07:14

한국이 아니라 외국에 사는 사람이 한국어를 말한 해도 감지덕지일 수 있겠다. 하지만 더 큰 욕심이 있어 말뿐만 아니라 글까지도 잘 알면 좋겠다. 

딸아이의 한국어 상대자는 아빠가 유일하다. 한때 또래 아이가 둘이 있어 한국어로 재잘거리면서 재미나게 지냈다. 하지만 이들이 떠나자 딸아이의 한국어 사용 빈도는 훨씬 줄어들었다. 

흥부전과 신데랄라 동화책을 읽고 쓰기를 하도록 했다. 오랜 시간이 걸려서 완성했다. 그런데 학년이 올라갈수록 시간적 여유로움이 없다. 한국어 쓰기가 당장 학교나 생활에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그래도 태어나서 12살인 지금까지도 아빠와는 무조건 한국어로 대화한다. 그러다보니 휴대폰으로 문자쪽지를 보낼 때도 한글이나 한국어 로마자 표기를 사용한다.

문자쪽지엔 문법이나 철자가 완전히 엉터리 투성이다.  
삼십분 - 삼씹뽄
할게요 - 핼캐요
자세요 - 자새요
집에 - 지배
친구랑 -찐고랑 


이렇게 딸아이로부터 쪽지가 오면 그 쪽지를 철자와 문법에 맞게 고쳐서 자주 보내준다. 

"딸아, 친구를 어떻게 찐고라고 쓰니? 그래도 기본은 알아야지. 참 너무했다."
"괜찮아. 아빠가 이해할 수 있으니 다행이지."
"좀 노력해자!"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03.07 06:38

일전에 여권상 생일[관련글 보기]을 맞아 사람들로부터 축하를 받은 이야기를 전했다. 빌뉴스대학교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로부터 풍선에 그려진 케익도 받았다. 그때 여러 선물에 취해 축하엽서를 열어보는 것을 깜박 잊어버렸다.


교과서 속에 끼어져 있던 엽서를 어제서야 열어보았다. 한마디로 깜짝 놀랐다. 
만년필로 반듯하게 써진 한국어 문장이 어디 하나 흠잡을 데가 없었다.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외국인으로 믿기가 어려울 정도로 예쁘게 잘 썼다. 


컴퓨터 글쓰기에 익숙해진 지 오래라 이렇게 직접 손으로 쓴 글을 보면 더욱 정감이 간다. 열심히(?) 가르쳐주신 선생님에게 드리는 축하엽서라 틀리지 않으려고 얼마나 노력했을까......

이들 학생들은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빌뉴스대학교에서 지금까지 약 50시간 정도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배우기 어려운 언어 중 하나로 꼽히는 한국어를 열심히 해서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02.20 06:14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빌뉴스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지난 화요일 평소와 같이 수업 10분 전에 강의실에 도착했다. 

그런데 복도에서 기다리는 학생들이 한 명도 없었다. 열쇠로 강의실 문을 열고 기다렸다. 수업 시작 시간이 다 되어가는 데도 아무도 오지 않았다. '혹시 내가 요일을 잘못 알고 강의하러 왔나?"라는 의문이 들었다. 잠시 후 강의실 열린 문 뒤에서 낯익은 한국어 노래가 들려왔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선생님의 생일을 축하합니다."


깜짝 놀랐다. 어떻게 알려주지 않은 내 생일을 알았을까?
물어보니 페이스북에서 알았다고 했다.

학생들은 하얀색 풍선에 한국어, 러시아어, 리투아니아어, 심지어 에스페란토 등으로 '생일 축하합니다'라고 썼다. 초콜릿, 빵과자, 축하엽서도 받았다. 


"생일 축하합니다!!! 행복하세요 ^^"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생일은 '생일'이 아니라 '생신'이라고 고쳐주고 싶었지만, 뜻밖의 선물을 받았으니 참았다. ㅎㅎㅎ

무엇보다도 풍선에 그려진 케익이 보기에도 맛있게 그려져 있었다. 


이날 집으로 돌아와 학생들의 선물을 보여주면서 아내에게 양해를 구했다.
"진짜 내 생일에 이 학생들을 집으로 초대해 한국 음식을 대접하면 좋겠다."
"그렇게 해."

1년에 맞는 생일은 세 번이다. 
1. 여권에 기재된 음력 생일
2. 태어난 해의 양력 생일
3. 해마다 변하는 음력 생일

가족도 헷갈려 여러 해 전에 2번 생일을 진짜 생일로 정했다. 한편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딸아이의 생일 축하 쪽지에 웃음이 터져나왔다. 

Kun unua naskiĝtago, paĉiuka!!! Multege da sano, mono (por ke mi estu feliĉa ankaŭ), kaj sukceson en iu ajn ŝtupo en vivo! P.S. Mi gratulos vin en Marto denove.

아빠, 첫 번째 생일을 축하해요. 아주 건강하고, 돈도 많이 벌고(나 또한 행복하도록), 인생의 어느 단계에서든지 성공하세요. 추신: 3월에 또 축하할 거예요.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4.01.07 07:39

최근 아내가 모처럼 집을 비웠다. 지방 도시에 일이 있어 이틀 동안 집을 비웠다. 집에 남은 딸아이와 함께 밥때가 되어 무엇을 해먹을까 고민했다. 

"아빠가 뭘 해주면 좋겠니?"
"아빠, 우리 각자 알아서 먹자. 아빠는 아빠 좋아하는 거, 나는 내가 좋아하는 거."
"좋은 생각이다."

이렇게 한 끼는 쉽게 해결되었다. 어디 하루에 한 끼만 먹을 수 없는 일이다. 또 다시 밥때가 되었다. 배가 고픈 딸아이가 냉장고를 열어보았다.

"아빠, 우유가 없어! 달걀도 없어! 난 공부할테니까 아빠가 가게에 갔다와."
"그럼, 아빠가 사와야 할 물건들을 써봐라."
"알았어. 리투아니아어로? 영어로? 한국어로?"
"당연히 한국어지."
"어려워. 그래도 한번 써볼게."

이렇게 딸아이는 부엌에서 힘들게 쇼핑목록을 한글로 썼다.


게란         계란
오랜지     오렌지
굘           귤
팡           빵
옴뉴수     음료수

살펴보니 한글 표기의 어려움이 고스란힌 담겨져 있었다. 
에, 애  ('게'인지 '개'인지는 문맥이나 써여진 글자로 구별한다)  
파, 빠  (대부분 주변 유럽인들은 파와 빠를 구별하지 못한다)  
으 (대부분 유럽어는 이에 해당하는 철자가 없다)

"그래도 해바라기씨는 정확하게 썼네. 이젠 정말 더 열심히 한글책을 읽고 쓰는 공부를 해야겠다."
"맞아."


하지만 돌아서면 딸아이는 또 잊어버린다. 그래도 종종 이런 계기를 활용해 자극을 주면서 스스로 동기부여가 되도록 해야겠다.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13.12.20 06:37

한국어 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쉽다고 좋아하면서도 안타까워하는 사항이 하나 있다. 바로 한국어에는 한글로 표현된 영어 단어가 적지 않게 있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성탄절 단어가 많이 사용된 것 같은데 지금은 대개 크리스마스로 사용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가 크리스마스라고 하면 유럽 사람들도 다 이를 이해할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 정답은 이 영어 단어를 아는 사람만 알 것이다. 

크리스마스에 해당되는 여러 언어의 단어가 표기된 유럽 지도가 눈길을 끈다. 언어마다 제각각이다. 


영어 단어 크리스마스(Christmas)는 '그리스도의 미사'라는 뜻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리는 행사이다. 크리스마스에 해당되는 리투아니아어 단어는 Kalėdos(칼레도스)이다, 이는 해(태양)가 돌아옴을 기리는 고대 축제에 기원을 두고 있다. 부연 설명하자면 밤이 제일 긴 동지를 지나서 점점 낮이 길어지는 것을 말하고, 이는 양의 기운이 음의 기운을 눌러 이겨서 서서히 소생한다는 의미다.  

폴란드어로는 Boże Narodzenie(보제 나로제니에)이다. 글자 그대로 번역하면 '신의 탄생'이다. 

한편 선물을 가져다주는 산타 할아버지를 유럽 여러 언어는 어떻게 표현할까? 


혹한 할아버지, 혹한 아버지, 노엘 아버지, 노인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사람, 아기 그리스도, 성인 니콜라이, 율레 염소 등이다. 

크리스마와 산타 할아버지의 유럽 언어 표현을 유심히 살펴보면 우리도 영어의 크리스마스를 그대로 사용하기보다는 한국인 정서와 한국어에 더 어울리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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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3.11.22 06:31

리투아니아 빌뉴스대학교가 일반 시민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개설한 한국어 강좌를 맡아서 가르치고 있다. 13세부터 30살까지 10명이 배우고 있다. 

읽고 쓰기는 얼핏보면 쉬운 듯하지만 수업 진도가 나갈 수록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학생들 중 여러 명은 이 어려움을 이겨내고 점점 향상되고 있다.

며칠 전 수업 시간이었다. 내용은 "~ 같아요"이다. 


"우리 선생님은 너무 착해요. 양 같아요"라고 읽고 있는데 학생들이 여기저기서 키득키득 웃었다. 선생님이 양처럼 착하다고 하는데 왜 웃을까? 

이것이 바로 언어에 담겨져 있는 문화 차이다. 리투아니아를 비롯한 유럽 사람들에게 양은 한국 사람들이 생각하는 양과는 다르다. 우리는 양이 순함과 착함의 대명사이지만, 유럽 사람들에게는 아니다. 좋은 예가 용이다. 동양에서 용은 인간을 보실피는 수호신이지만, 서양에서 용은 쳐녀를 요구하는 괴물이다. 

우리는 양을 순박하고 부드러운 성격의 소유자로 보지만, 여기 사람들에게는 고집스럽고, 어리석고 아둔한 것이 바로 양이기 때문이다. 물론 어린 양은 이와는 다르다. 어린 양은 순하고, 착하고, 사랑스러운 동물로 여긴다. 

"제 여자 친구는 아주 착하고 얼굴도 예뻐요. 천사 같아요"에 이들은 또 다시 키득키득 웃었다. 이번에는 또 왜 일까? 

리투아니아어에서는 천사가 남성형 명사이다. 네 명의 대천사를 모두 남성형 이름으로 표기한다. 가브리엘류스(가브리엘),  미콜라스(미카엘), 라파엘리스(라파엘), 우리엘리스(우리엘)이다. 즉 "여자인 내가 어떻게 (남자) 천사처럼 생겼나?"라고 반문하면서 이들은 의아해할 수 있다. 

* 리투아니아 사람이 눈으로 만든 천사상. 착한 남자 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다. 

각각 언어의 이런 문화적 차이를 모르고 "당신은 양 같아요"라고 서양인에게 했다가는 본의 아니게 오해를 넘어서 욕을 한 꼴이 된다. 언어가 다른 사람들 사이에 특히 비유법(직유, 은유 등)을 사용할 때에는 조심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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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3.11.01 07:39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에 빌뉴스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이번 학기 초급강좌를 듣는 수강생이 10명이다. 한국어 첫 수업에는 동기부여를 위해 세상에서 제일 배우기 쉬운 언어 중 하나가 한국어라고 살짝 운을 뗀다. 즉 쓰기와 읽기는 중국어와 일본어 등에 비해 월등히 쉽다는 것에 학생들은 다 동의한다. 

하지만 수업일수가 점점 늘어남에 따라 "한국어가 쉽다"라는 명제는 촛점을 차차 잃어간다. '합니다'는 '해요'로 변화하고 갑니다는 '가요'로 변화한다. '생일'과 '생신', '은/는'과 '께서는', '에게'와 '께', '나이'와 '연세', '주다'와 '드리다' 등 높임말도 다양하다. 

학생들 입에서는 절로 한숨 소리가 난다. 어제는 동사와 명사의 높임말에 대해 강의했다. 자다-주무시다, 있다-계시다, 죽다-돌아가시다, 주다-드리다. 바로 '드리다'라는 한국말에 저기저기 웃음꽃이 갑자기 피어났다. 처음에는 그냥 누군가 우스개 소리를 해서 웃었지라는 생각이 들어 별다르게 반응하지 않았다. 

그런데 '드리다'라는 말을 할 때마다 학생들이 한바탕 크게 웃었다. 이 웃음의 정체에 대해서 알고 싶었다.

"왜 웃니? 드리다가 뭐 이상해?" 

이 질문에 학생들이 또 다시 폭소를 터뜨렸다.

"왜 그러세요?"
"드리다가 꼭 diarrhea(다이어이어)로 들려요."
"뭐 diarrhea가 뭐지?"

드리다가 얼마나 심각한 단어인지 학생들이 리투아니아어로 설명하지 않고 영어로 설명할까? 궁금증이 더해 갔다. 즉각 인터넷에 접속해서 구글번역기에서 diarrhea를 쳐보니 viduriavimas(비두랴비마스)라는 답을 얻었다. 이는 설사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드리다가 설사?

그렇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트리다'(tryda)이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이 발음하는 d가 t로 들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나는 대석이라고 발음하지만, 이들은 태석으로 알아듣는 경우가 흔하다. 특히 tryda는 일상에서 거의 사용하지 않는 속어이다. 


버젓한 한국어 수업 시간에 '드(트)리다(설사)'가 나왔으니 웃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드리다가 주다의 높임말이다. "어른에게 진지를 드리다"가 이들에게는 "어들에게 진지를 설사"로 들렸으니 말이다.

언어를 접하다보면 이런 유사한 경우가 종종 있다. A언어에서는 대스럽지 않지만, B언어에서는 유사한 발음 등으로 인해 이상한 뜻이 되는 경우이다. 에스페란토 farti 단어는 (잘) 지내다라는 뜻의 동사이지만, 영어 단어 fart는 방귀뀌다이다.  

한편 리투아니아어에 익숙한 딸아이는 지금도 종종 '그것은 이름이 뭐야"라고 묻는다. 리투아니아어로 그것과 그 분, 그 사람은 모두 다 똑 같은 표현 'tas'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어제 수업에서 배운 '드리다'는 리투아니아 학생들이 평생 잊지 못할 한국어 단어 중 하나로 기록될 듯하다. 덕분에 수업 분위기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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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모음2013.10.09 07:51

오늘은 한글날이다. 23년 만에 공휴일로 다시 지정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유럽에 살면서 가장 흔히 받는 질문 중 하나가 한국어와 한글이다. 한글로 유럽인들의 이름을 써서 주면 그렇게 좋아한다. 어떤 사람은 한글도 쓴 자신의 이름을 액자에 고이 넣어 오래 간직하겠다고 한다. 

어제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아주 훌륭한 일을 하고 있는 한국인 청년 네 명의 활동상을 지켜보았다. 이들은 남석현, 임성오, 이윤수, 김모세로 글로벌 청년문화 수교단 '세이울'(SAYUL)에 소속되어 있다. 


'세이울'은 세상을 이롭게 하는 울타리라는 뜻이다. 이 단체는 2012년 국제수로기구 총회에 앞서 동해 표기 문제를 세계 80여 개국에 홍보했던 '동해수문장'이 그 전신이다.

이들은  8월 17일 터키로부터 시작해 10월 22일까지 2개월간 유럽 8개국(터키, 불가리아, 루아미나, 헝가리, 폴란드,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를 방문하면서 현지 젊은이들과 교류하면서 한국 문화를 알리고 있다.      


10월 8일 이들은 유서깊은 빌뉴스대학교 교정에서 대학생들과 관광객들에게 한국 문화를 알리는 활동을 3시간에 걸쳐 펼쳤다. 


투호 놀이, 기타 연주와 함께 부채에 붓글씨로 한글 이름을 써서 유럽 현지인들에게 선물했다. 현지인들의 반응은 아주 좋았다. 부채는 예상을 훨씬 넘어 150개나 나갔다.  


해외 방문이 개인의 체험을 넓히는 것에 국한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들은 현지 젊은이들과 직접 교류하면서 한글 소개뿐만 아니라 대금 기타 피아노 합주를 비롯해서 탈춤 공연까지 선보이고 있다. 

해외를 방문하거나 해외에서 살고 있으면 한 개인이 그냥 한 개인이 아니라 개인의 뜻과는 전혀 상관없이 그 나라나 민족을 대표하는 것처럼 현지인들에게 비쳐진다. 해외에서 한 개인이 잘못하면 그 민족 전체가 욕을 먹고, 한 개인이 잘하면 그 민족 전체가 칭찬받는다. 그래서 해외에서는 행동거지를 조심할 수밖에 없다. 



어제 빌뉴스에서 만난 한국 청년 네 명은 유럽 방문지에서 한국과 한국 문화를 알리는 진정한 일꾼으로 인상깊게 다가왔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여정 동안 가는 곳마다 뜻하는 바를 이루고 환영도 받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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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3.10.04 06:42

지난 달 우리 집에 손님이 방문했다. 한 분은 폴란드 바르샤바에, 다른 분은 러시아 모스크바에 살고 있다. 둘이 자매로 70대 중반이다. 할아버지 때부터 연해주에 살다가 중앙 아시아로 강제이주 당했다. 언니는 폴란드로 유학온 후 남게 되었고, 동생은 카자흐스탄에서 의사로 일하다가 정년퇴임해 자녀가 살고 있는 모스크바로 이주했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살아계셨을 때 집에서는 한국어로 했지만, 학교 생활 등으로 모국어는 한국어가 아니라 러시아어가 되었다. 우리 집에 올 때마다 이 분들은 딸아이 요가일래를 칭찬하고, 아주 부러워하고 한편 후회스러워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요가일래가 아직 어리지만, 아빠와는 늘 한국어로 말하기 때문이다.

이 두 자매는 각기 자녀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지 않은 것이 후회스럽다고 말했다. 당시는 러시아어가 최고였으므로 소련에서 살려면 자녀가 러시아어를 잘해야 된다는 생각뿐이었다. 또 다른 이유는 자녀에게 한국어를 가르칠 수 있을 정도로 한국어를 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딸에게 한국어를 가르쳤나?"
"아, 가르치지 않고 그냥 모태에서부터 지금까지 오로지 한국말만 하고 있어요."
"쓰기도 하고 읽기도 하나?"
"말하기만 하고, 쓰기와 읽기는 완전 초보 단계입니다."
"혹시 책은 없나?"
"딸아이 책장에서 한번 찾아볼게요."

이렇게 한국어 초급 쓰기와 읽기 책을 보여주었다. 이 책을 보자 두 자매는 아이처럼 아주 기뻐했다. 그리고 복사를 부탁했다. 집에 가서 자기들도 꼭 공부하고, 아들과 딸은 늦었지만 손자들에게 꼭 공부시키도록 하겠다고 했다.


배움의 의욕에 가득 찬 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한국인은 역시 한국어를 할 줄 알아야 하는구나."라고 느꼈다. 그리고 딸에게 말했다.

"봐, 할머니는 이제라고 열심히 한국어를 공부하겠다고 하는데 너는 쉽게 알았잖아. 아빠에게 감사함을 느끼고 이제부터라도 한국어 읽기와 쓰기에도 좀 공부하는 것이 좋겠다."
"노력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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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3.09.13 06:22

이번 여름 에스페란토 국제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딸아이와 함께 리투아니아 북동지방에 위치한 도시 우테나(Utena)에 갔다. 인구 3만명의 이 도시는 주변에 호수들이 많아서 여름철이면 많은 휴가객들이 찾아온다. 

도심에 깨끗한 호수가 있어 이른 아침부터 낚시하는 사람들, 호수욕을 즐기는 사람들도 만날 수 있다. 밤에는 음악 분수대가 있어 사람들을 호수로 다시 끌어모운다.
 


어느 날 우테나 도심을 산책하는 데 갑자기 딸아이가 외쳤다.

"대한민국이다!"
"왜?"
"저기 벽에 봐!" 


지역 잡지를 광고하는 내용이다. 윗 부분에 태극기와 대한민국 글자가 선명한 옷을 입은 사람이 있다. 


"너는 눈도 밝다. 저렇게 작은 것도 보이니?"
"내가 한국 사람이니까 보이지."
"그래 맞다. 하지만 아빠가 너한테 한국말을 가르쳤기 때문이지."
"고맙습니다, 아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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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트3국 관광2013.08.07 06:33

일전에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을 방문했다. 리투아니아 빌뉴스 집으로 올 때 보통 국제선 버스 "Lux express"를 탄다. 아래 사진 속 버스이다. 탈린에서 리가까지 4시간 30분 소요, 리가에서 빌뉴스까지 4시간 소요이다. 

이 버스는 화장실뿐만 아니라 커피나 차가 준비되어 있다. 좌석마다 모니터가 있어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감상하면서 긴 여정 시간을 편하게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무료 무선 인터넷이 되어, 스카이프(skype)나 페이스북(facebook) 등으로 실시간 친구나 가족에게 연락을 주고받거나 소식을 올릴 수 있다.


도심에서 버스역까지는 보통 버스역사 정문이 있는 곳을 향해 이동한다. 그런데 일전에는 다른 쪽에서 버스역으로 가게 되었다. 버스역 근처에 도착하니 한국어 단어가 눈에 확 띄었다.

식당

배가 고픈 차였는데 '식당'이라는 말을 보니 금방이라도 들어가고 싶었다. 


아쉽게도 이 식당은 폐쇄된 상태이다.


혼영이라는 단어도 보인다.


혼영이라는 이름을 가진 식당일 수도 있겠지만, 아무리 봐도 이 '혼영'은 '환영'을 잘못 표기한 듯하다. 비록 버스역 뒷편에 자리잡고 있지만, 도로에 주차가 용이하다. 영업 중이다면 한국인 단체 관광객도 쉽게 이용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혼영'이 '환영'으로 표기될 정도는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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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3.05.02 07:06

이번 학기 빌뉴스대학교 한국어 초급 강좌에 돋보이는 여대생이 있었다. 이름은 유스티나이다. 수업은 총 20번(매번 90분)이었는데 한번도 빠지지 않고 출석했다. 한국어를 배우게 된 계기는 대부분 수강생들처럼 K-Pop이다. 전공은 물리치료이다. 

함께 한국어 수업을 듣는 친구가 있는데 이 학생은 에밀리야로 미용(헤어디자이너)이 전공이다. 둘은 절친한 친구이다. 유스티나는 그의 헤어 스타일 모델이기도 하다. 


일전에 우리 집에서 한국어 수업 종강[관련글: 직접 요리한 닭도리탕으로 한국어 수업 종강]을 했는데 둘 다 참석했다. 이들이 가고 난 뒤 아내와 딸아이는 일제히 감탄했다고 말했다.

"아빠, 저 언니 머리 모양(헤어스타일, hairstyle)이 정말 멋있어!"
"그래? 아빠는 잘 못 봤는데. 역시 여자는 여자를 잘 봐."


검은 머리에 노란 네모가 있는 것은 얼핏 보았다. 강의는 일단 끝났지만, 페이스북 계정을 서로 알려주면서 연락을 주고받기로 했다. 그의 페이스북에 들어가니 바로 이날 한 머리 모양 사진이 있었다. 즉각 쪽지로 질문했다. [사진출처 image source: facebook.com]


"머리 스타일이 참 멋진 데 누가 했나?"
"친구 에밀리야가."
"스타일 이름은?"
"야밤의 도시."
"왜?"
"검은색은 밤을 뜻하고, 금색 네모는 아파트를 뜻한다."
"우와~~~"


이렇게 독창적인 머리 스타일을 하고 수업에 나타난 유스티나,
진작 알아봤더라면 칭찬부터 하고 수업을 시작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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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3.05.01 05:12

4월 29일 빌뉴스대학교 한국어 초급 수업 종강이었다. 직접 수업에 학생들에게 제안했다.

"다음 주 월요일이 마지막 수업인데, 수업 장소를 어디로 할까요? 우리 집은 어때요?"
"우와~~~ 그렇게 해요!!!"
"그럼, 삼겹살과 소주를 준비하겠습니다."

학생들의 반응이 아주 좋았다. 끝까지 남은 학생이 다섯 명이다. 음식에 관해 아내에게 조언을 구했다. 월요일은 아내가 늦게까지 학교에서 일하기 때문에 요리는 내가 다 해야 했다.

"학생들에게 삼겹살 먹자고 했는데."
"당신은 고기 자르기를 정말 싫어하잖아. 손님을 거실에 두고 부엌에서 혼자 고기는 굽는 일은 좋지 않아."
"그럼, 뭐 할까?"
"닭도리탕은 어때?"
"직접 요리해본 적이 없지만, 인터넷에서 요리법을 찾아서 한번 해봐야지."

참고로 닭도리탕 이름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국립국어원은 일본어 도리가 국어에 들어온 것으로 보고 닭볶음탕으로 고쳐 부르길 권하고 있다. 한편 한국어에도 도리가 있다. 토막, 부분, 베어나다, 도려내다의 뜻이다. 즉 닭을 도리내서 만든 탕이다. 그래서 계속해서 이를 사용하자는 주장도 있다.

외국어간에는 이처럼 발음이 같거나 유사한 단어들이 있다. 하지만 그 뜻이 서로 엉뚱한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아내 이름은 비다(Vida)이다. 써진 언어로 보면 한국 사람들에겐 "(머리가 텅) 비다", 또는 "(잘못해) 비다"가 될 수 있고, 스페인 사람에겐 "생명"이 될 수 있다.    

각설하고, 햄버거 등 단어는 순화해서 사용하자는 말은 없고, 한국어에서도 그 뜻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닭도리탕은 순화해야 한다는 데에는 크게 공감이 가지 않는다.

이렇게 월요일은 왔다. 슈퍼마겟에서 부위별로 토막난 닭고기를 사왔다. 닭밑간은 아내가 해놓고 출근했다. 감자, 양파, 당근을 크게 썰었다. 고추장, 고춧가루, 물엿, 다진 마늘, 참기름으로 양념을 만들었다. 수업 시간 전에 모든 준비를 해놓았다.


종강이지만, 끝까지 1시간 반 수업시간을 채웠다. 요리를 하고 있는데 학교에서 돌아온 아내가 4명을 더 데리고 왔다. 곧 있을 공연 준비 때문이었다. 거실은 북쩍북쩍거렸다. 모처럼 사람이 어울려 사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처음 요리한 닭도리탕을 모두가 맛있게 먹었다. 부족한 듯했다. 술은 입에 대지 않으려고 했으나, 학생들 분위기에 소주 6잔을 마셨다. 학생들에게 그 동안 노고에 답하기 위해 뜻하지 않게 식후 특별 공연도 마련했다. 실은 공연 연습인데 종강 기념 초청 공연처럼 되어 버렸다.  

"선생님, 진작 이런 시간이 있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아쉽지만 감사합니다."

다음 학기 강좌에는 초기, 중기, 하기로 나눠 학생들을 집으로 초청해 한국 음식도 함께 만들어 먹으면서 수업하는 것도 좋겠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03.07 08:55

폴란드에 살았을 때 지인 한 분이 폴란드 사람이 아니였다. 대학에 유학와서 눌러앉아 수십년을 살았다. 주변 폴란드 사람들은 외국인인 이 분이 폴란드어를 자기들보다 훨씬 더 잘 한다고 칭찬했다. 이처럼 외국인이 현지인의 모국어를 더 잘 하는 경우도 있다.

빌뉴스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자격증은 갖추지 못했다. 모국어가 한국어이고, 대학원 졸업장이 있다는 것만으로 채용이 되었다. 그렇다고 외국어 언어학에 대해서 전혀 문외한은 아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 엘테대학교에서 국제어 에스페란토 석사 학위을 받았고, 여러 나라에서 에스페란토를 가르쳐본 경험이 있다. 

처음 배우는 학생들에게 한국어는 읽고 쓰기가 상대적으로 쉽다라고 약간 과장해서 말한다. 하지만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한국어가 참 어렵다는 것을 느낀다. 사실 세상에 어렵지 않은 외국어가 어디 있을까..... 한국어와 리투아니아어에서 비슷한 요소를 찾아서 가르칠 때 학생들의 반응이 좋다.

예를 들면
서울(e), 부산(e)
에는 장소격 조사이다. 
리투아니아어에도 e가 장소격 조사다. 
Kaunas -> Kaune, Palanga -> Palangoje, Jurbarkas -> Jurbarke 

며칠 전 수업 시간에 주격조사 이(받침 유)/가(받침 무)를 가르쳤다. 그런데 한 학생이 질문했다. 이 학생은 주격조사 이/가 외에 '나는 학생이다'에서처럼  주어로 사용되는 보조사 는/은을 이미 알고 있었다. "내가 학생이다"와 "나는 학생이다"는 리투아니아로 동일하게 "Aš esu studentas"로 번역된다.

"한국어는 아주 어려워요. -는 언제, -가는 언제 사용하나요?"

순간적으로 주춤했다. 한국어를 반세기 동안 사용하고 있지만, 한번도 은과 가의 차이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저 상황에 따라 저절로 나오는 대로 하기 말한다.

"정말 좋고 재미난 질문입니다. 한번 예를 들어서 분석해봅시다."


여러 문장을 칠판에 써보았다. 뭐라고 딱 부러지게 설명하지는 못했지만, 이렇게 했다. "개는 옵니다"라는 표현에서는 다른 대상, 즉 고양이와 대조하는 경우이고, "개가 옵니다"라는 표현에서는 오다라는 행위의 주체가 '개'라는 것이다.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인터넷을 통해 보다 더 확실한 지식을 습득했다. 짧게 정리하면, '이/가'는 주격조사로 동사 행위의 주체를 나타낸다. '은/는'는 보조사로 보통 대조에 많이 사용된다. 주어와 같은 종류의 다른 대상을 염두에 두고 그 가운데 어느 특정한 하나의 대상을 언급한다. 또한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다"에서처럼 어떤 대상에 대해 설명할 때 쓰인다. 

아, 이래서 "가르침이 배움이다"라는 말을 새삼스럽게 다시 한번 확인했다. 또한 이래서 어느 언어를 배우는 외국인이 현지인보다 그 언어를 더 잘 알 수 있다라는 말에 수긍이 간다. 

어제 한국어 수업은 "는/가"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이 질문을 한 학생에게 감사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02.07 08:09

인천공항에서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면서 탑승구 근처를 둘러보았다. 훈민정음 글자로 이루어진 세계 지도가 눈에 확 들어왔다. 


'아, 이렇게 쉽게 한글의 세계화가 이루어지다니!'라고 속으로 외쳐보았다. 엽서로 된 것이 있다면,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이 좋아할만한 선물이 될 듯하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3.01.21 07:25

일전에 한국 방문을 하기 위해 빌뉴스 집을 떠나기 전날 밤 초딩5 딸아이는 야무지게 봉한 편지를 한 통 주었다. 그리고 신신당부했다.
 
"아빠, 이 편지 지금 읽으면 안 되고 꼭 한국에서 읽어야 돼"
 
그리고 경유지인 헬싱키에 도착했을 때 딸아이는 몇 번이나 인터넷 대화 프로그램인 스카이프(skype)와 바이버(viber)를 통해 꼭 한국에서 읽어라고 말했다.

 
위 캡쳐화면은 리투아니아어 철자로 쓴 한국어 대화이다.
안녕, (아빠가) 조금 있으면 비행기 탄다
아이구, 조심해. 너무 사랑해... 안녕
그래 내일 봐
알았어
편지 읽기 잊어버리지마!
 
도대체 무슨 내용이기에 딸아이가 이토록 '한국에서 읽으라'고 강요하듯이 할까 궁금했지만 부탁대로 해야 했다. 한국에 도착해 편지를 뜯어보니 딸아이의 부탁을 쉽게 해야 하게 되었다. 이유는 바로 편지를 '한국어'로 썼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사와야 할 물품 목록은 영어로 썼지만[관련글 바로가기], 아빠가 읽을 편지는 리투아니아어 철자로 된 한국어가 아니라 한글로 썼다. 딸아이는 한국에서 한국어 편지를 보고 기뻐할 아빠의 모습을 혼자 상상하면서 무척이나 즐거웠을 법하다.
 
"우와, 너 이렇게까지 한국어를 쓸 수 있어? 아빠가 정말 몰랐다. 어떻게 배웠니? 혹시 구글 번역기를 돌린 것은 아니지?"
"비밀이야."
"아뭏든 아빠가 박수 친다. 아빠가 이렇게 좋아하니 앞으로는 한국어를 말만 하지 말고 한글로 써는 것도 좀 열심히 배워라."
"알았어."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12.10.20 09:32

싸이의 강남스타일의 찰나적 전(全)세계화에 대해서는 누구나 잘 알고 있다. 인구 220만명의 라트비아도 예외는 아니다. 라트비아 수도 리가 북쪽에 위치한 소도시 사울크라스티(Saulkrasti) 동네 사람들이 재미난 강남스타일 비디오를 만들었다. 


바로 현재 한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라트비아인 친구를 위한 생일 선물이다. 아래 비디오다.


말춤은 정확하지는 않지만, 이런 비디오를 만들어 친구에게 생일 선물을 할 생각은 참으로 대단하다. 만약 싸이를 좋아하는 친구라면 정말 행복했을 것 같다. 발트 3국 라트비아의 작은 도시까지 이렇게 싸이는 그 이름을 떨치고 있다. 

우리들 중 아무런 뜻도 모르고 팝송 영어 가사를 부르던 시절이 있었던 것처럼 이제 세계 도처에는 아무런 뜻도 모르고 강남스타일의 한국어 가사를 흥얼거리고 있다. 팝송 영어가 그랬던 것처럼 언젠가 세계가 한국어를 알 수 있길 바란다. 영어로도 노래할 필요가 있겠지만, 한국어로도 세계가 좋아할 노래를 계속 만들어 불러주면 좋겠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2.09.12 04:31

지난 2월부터 5월까지 빌뉴스대학교에서 총 48시간 한국어를 가르쳤다. 동양학센터가 학생과 시민을 대상으로 개최한 강좌였다. 종강 후 대학 관계자는 관심있는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나온다면 계속해서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지난 2월에서 5월까지 한국어를 배운 학생들

8월 중순 수강 신청자가 7명이니 한국어 강좌를 또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어제 9월 11일 첫 수업이 열렸다. 등록한 사람이 모두 12명인데 10명이 나왔다. 첫 수업이라 학생들이 교재를 가지고 있지 않으므로 무엇으로 1시간 30분 수업을 진행할까 생각해보았다.

- 한국어 개괄적인 소개
- 한국어 철자 (자음과 모음)
- 한국어 음절 구성
- 각자 이름 한글로 써보기 그리고 고쳐주기

이렇게 정리하자 한 블로그의 글이 머리 속에 떠올랐다. 바로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러시아어로 옮긴다면?"이라는 끄루또이님의 글이었다. 최근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지고 있는 노래이니 리투아니아 학생들도 알고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했다.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는 다민족 사회이다. 인구 55만여명 중 리투아니아인 57.5%, 폴란드인 18.9%, 러시아인 14.1%, 벨라루스인 4.1%가 살고 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슬라브언어를 할 줄 안다. 강남스타일 가사를 러시아어 번역본과 함께 읽는다면 한국어가 더 가깝게 느껴질 것 같았다. 예상은 적중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 노래 알아요?"
"알아요."

앞줄에 앉은 학생 둘이는 강남스타일이라는 말을 듣자말자 흥얼거리면서 말춤 동작을 해보였다. 한국어 읽기 예제로 시류에 부합하는 노래 가사를 사용하니 수업 집중도와 생동감이 한결 높아져보였다.          
 

첫 수업을 마치자 한 학생이 말했다.

"매 수업마다 K-Pop 노래 가사를 이렇게 알려주세요." 

강남스타일을 소개한 덕분에 이제부터 수업 준비 일거리가 하나 더 늘어날 것 같다. 대다수 학생들이 한국어를 배우고 싶은 이유가 K-Pop이라고 했다. K-Pop의 위력으로 빌뉴스대학교에 한국어 강좌가 성사되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2.06.01 06:20

드디어 어제 빌뉴스대학교 동양학 센타가 개최한 48시간 한국어 초급 강좌가 종강을 맞았다. 수업이 오후 다섯 시에 열렸다. 지금까지 한번도 내가 제일 먼저 강의실에 도착한 적이 없었다. 학과실에 가서 열쇠를 가지고 오면 수업 시간 5-10분 전이다. 

그런데 어제는 강의실 앞에 기다리는 학생이 없었다. 무슨 일일까? 혹시 내가 요일이나 시간을 잘못 알고 온 것이 아닐까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지금까지 열심히 나오다가 종강 시간에 의기투합에서 땡땡이 치는 것은 아닐까...... 짧은 순간이었지만, 혼란스러웠다.


기우였다. 세 명의 여학생들이 조금 후에 들어왔다. 그런데 손에 케익을 들고 있었다. 책거리를 위해 준비하느라 조금 늦어진 것이었다. 일반 학교 수업을 마치고 이들 세 명이 모여 직접 케익을 만들었다고 한다. 케익 위에는 "감사합니다"라는 글자까지 넣었다. 마음 속에는 잔잔한 감동이 일었다.


나도 작은 선물을 준비해갔다. 한국에서 사온 냉장고 자석 장식품과 한국어와 리투아니아어로 된 서적이었다. 그리고 학생들이 뽑을 최우수 학생에게 줄 한국 제품 송염 치약이었다. 케익의 정성에 견줄 바는 아니지만, 뭔가 기념 답례를 하고 싶었다.

모두 오는 9월에 강좌가 이어진다면 또 참가하겠다고 말했다. 


"리투아니아어보다 한국어가 더 쉬우니 방학 때 1주에 1과씩 다시 복습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입니다. 그동안 수고 많았습니다."라고 강의를 끝맺었다.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12.05.30 07:30

2월 29일 첫 수업으로 시작한 리투아니아 빌뉴스대학교 한국어 강좌가 내일 마지막 수업을 앞두고 있다. 이는 빌뉴스대학교 동양학 센터가 대학생과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저녁에 마련한 유료 초급 강좌이다.

강좌 참가 희망 신청자는 총 11명이었다. 하지만 요일과 시간을 결정하자 이에 참가할 수 없는 사람들이 생겼다. 그래서 첫 강좌는 7명으로 시작했다. 두 명이 한국으로 곧 떠나게 되어 중도 하차했다. 끝까지 꾸준히 수업에 참가한 사람은 4명이었다. 

중국어학과에 다니는 여대생 한 명, 다른  세 명은 각각 15세, 17세, 18세 여학생이다. 이들이 한국어를 배우게 된 동기는 한국 드라마와 K-pop이다. 이를 통해 접한 한국을 더 많이 알기 위해 직접 언어로를 배우고자 결심했다. 특히 중고등 여학생들이 30여만원의 수업료를 내고 한국어를 보기로 한 결심이 참으로 대견스러웠다. 

책은 카우나스와 빌뉴스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서진석님의 도움으로 "easy Korean for foreigners"(한글파크 출판)을 교재로 활용했다. 강좌는 45분 수업으로 총 48시간이다. 화요일과 목요일 오후 5시부터 6시30분까지 이루어진다. 

초반에 읽기가 상대적으로 약한 학생이 후반에 제일 잘 읽어서 흐뭇했다. 학생들은 학교 생활하면서 다시 빌뉴스대학교에 와서 한국어 수업을 듣느라 힘들었을 것이다. 지금껏 에스페란토는 수차례 한국과 외국에서 가르쳤지만, 한국어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열심히 하려고 했지만, 부족함을 스스로 느꼈다. 시간 부족과 건강 문제로 고전을 하기도 했다. 

* 수업생이 자신의 하루 일과(상)과 자신의 가족(하)에 대한 작문
 
외국어는 배우면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야 효과가 높다. 이들에게 이런 기회를 마련하지 못해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48시간 수업을 통해 한국어를 어느 정도 읽고 쓰는 능력과 문법에 대한 기초 지식을 전해준 데에는 만족한다. 이번 강좌는 한국어가 정말 어렵다는 것을 다시 한번 절감케 했지만 소중한 경험이었다.


위 영상은 짤막하지만 한국어로 칼리닌그라드 여행기를 직접 쓰고 읽고 있는 여고생 라우라의 모습이다. 한국에 유학을 가고 싶다고 하는 그의 희망이 꼭 이루어지길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2.04.27 07:26

조금 전 루마니아에 살고 있는 에스페란토 친구로부터 편지 한 통을 받았다. 루마니아에서 교사로 정년퇴임한 헝가리인 할머니다. 루마니아에 일어나고 있는 한국에 관련된 소식을 종종 알려준다. 할머니가 에스페란토로 보내온 편지이다.  


번역문:

초유스에게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주요 신문의 인터넷 사이트에서 방금 읽은 기사를 너에게 곧 바로 이야기해야겠다.그곳에 한국문화원이 개설되었는데 여러 가지 프로그램 중 한국어강좌도 열린다. 이 강좌에 무려 160명이나 신청했다.

왜 사람들은 한국을 사랑하게 되었을까?
나 또한 아주 좋아하는 한국의 역사 드라마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 내 동료들 중에는 아무도 그 드라마를 안 보고, 나는 내 자신이 아마도 괴짜라고 믿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바로 내가 높이 평가하는 것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것을 지금 알게 되어 기쁘다. 

참 아름다운 복장과 건물, 화려한 풍경뿐만 아니라 도덕성이 부각되는 드라마 분위기가 정말 내 마음에 든다. 너의 나라 드라마의 성공에 네가 기쁘할 것이라 생각한다.

우정과 함께 인사한다. 렝케

렝게(Lenke) 할머니는 루마니아 작은 도시에서 살면서 루마니아 TV에 방영되는 한국 사극과 드라마를 열심히 시청하고 있다. 주변 사람들 가운데 혼자만 한국 드라마에 푹 빠져있으니 자신이 괴짜라 믿고 있다. 그러던 찰나에 부다페스트 한국문화원이 개최한 한국어 강좌에 160명이나 신청했다는 소식에 너무 기쁜 나머지 한국인인 나에게 편지를 썼다. 

한국이라는 매개로 기쁨을 공유하고자 하는 렝케 할머니가 고맙고, 내가 한국인임에 자랑스러움을 느낀다. 앞으로도 더욱 수준 높은 한국의 사극이나 드라마가 유럽 TV에 방영되어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전해주면 좋겠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2.01.17 07:47

지난 일요일 갑자기 초등학교 4학년생 딸아이가 새로운 공책을 가지고 아빠에게 다가왔다.

"아빠, 우리 한글 공부하자!"
"좋지~~~"
"무엇을 쓸까? 한글 철자를 한번 쓰보자. 아빠가 ㄱ, ㄴ, 아, 야를 쓰면 내가 다 만들어볼게." 

딸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아빠하고는 항상 한국어만 사용한다. 말하는 데에는 익숙하지만, 읽고 쓰는 데에는 많이 서툴다. 

언어교육에는 절대로 강요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원할 경우 쵀대한 도와주는 것으로 원칙으로 삼고 있다.

어제 월요일 딸아이는 하루 종일 바쁘게 보냈다. 학교에서 3교시 수업만 마치고 조퇴했다. 발레 공연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잠자기 전 "아참, 오늘 한글 공부을 잊었네."라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빠, 무엇을 하면 될까?"
"네가 좋아하는 한국 동화가 뭐지?"
"그야 흥부와 놀부 이야기지."
"그럼, 흥부와 놀부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하루에 조금씩이라도 쓰면 어떨까?"
"좋은 생각이네."

이렇게 딸아이는 책쓰기를 시작했다. 

"아빠, 오늘은 피곤하니까. 한 줄만 쓰고 잘게."
"그래라."

▲ 자발적으로 한글 읽기와 쓰기 공부를 시작한 딸아이 글씨   

얼마 후 딸아이는 아빠 방으로 왔다.

"아빠, 한글이 아주 예뻐. 그리고 아빠가 한국인이라서 내가 정말 정말 행복해. 내가 한국말을 공부하니까 아빠도 행복하지?"
"그럼, 아빠도 하늘만큼 행복하다."
"그런데 엄마에겐 말하지 마!" 
(아빠 나라 한국을 정말 좋아한다고 말하면 리투아니아인 엄마가 듣기에 거북할 것 같다고 딸아이가 지레 짐작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은 전혀 그러하지 않은데 말이다.) 

아직 선언은 하지 않았지만 딸아이가 정말 흥부와 놀부 책을 끝까지 베껴 쓴다면 깜짝 선물을 주어야겠다.

* 최근글: CNN 사이트에 소개된 한국의 절경지 50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