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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4.08 한국사람이라서 아주 좋다고 기뻐하는 초3 딸 12
요가일래2011. 4. 8. 06:03

어제 학교에서 돌아온 초등학교 3학년 딸아이 요가일래는 현관문을 열자마자 아빠에게 소리를 질렀다.

"아빠! 빨리 와!"
"왜?"
"할 말이 있어."
"무슨 말인데? 아빠에게 와서 하면 안 돼?"
"아니야. 아빠가 와야 돼."

현관문으로 갔다. 느닷없이 아빠를 꼭 안으면서 요가일래가 말했다.

"아빠, 내가 한국사람이라서 아주 기뻐. 아빠, 정말 고마워~~~"

갑자기 애교를 떨었다. 이국 땅에 살고 있는 데 "아빠가 한국사람이고 자기가 한국사람이라서 좋다"고 기뻐하는 딸의 말을 들으니 마음 속에 눈물이 핑돌았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내가 집에 오면서 반 친구 형이 지나갔어. 내가 큰 소리로 그에게 '너를 사랑해'라고 말했어."
"그것이 한국사람하고 무슨 관계가 있니?"
"나는 한국사람이니까 내가 생각하는 것을 있는 그대로 말할 수 있어."
"그럼, 리투아니아사람들은?"
"말을 안 해." (참고로 리투아니아사람들은 대체로 내성적이다.)  

요즘은 많이 달라졌겠지만, 내가 어릴 때만 해도 속에 있는 생각들을 제대로 들어낼 수가 없었다. 특히 지위가 높은 사람이나 어른이나 나이가 더 많은 사람에게는 함부로 말을 하지 못했다. 이것을 생각하면 한국사람이라서 자기 생각을 그대로 용기있게 말할 수 있다는 요가일래의 믿음은 허상에 가깝다. 한국사람, 리투아니아사람을 떠나서 요가일래가 형성한 개인적인 성격일 뿐이다. 

며칠 전 식탁에서 요가일래가 비교해서 한 말이 떠올랐다.

"리투아니아 아이들은 자기가 잘못해도 '잘못했어'라고 잘 말하지 않아. 그리고 하더라도 '잘못했어' 한 마디뿐이야. 그런데 한국 아이들은 '내가 잘못햇어. 어디 아프지 않아? 지금은 괜찮아? 미안해. 앞으로 조심할 게......'라고 하면서 아주 보살펴 줘. 한국 아이들이 정말 좋아." 


요가일래보다 두 살이 더 많은 한국 아이가 작다면서 입던 옷을 어제 가득 챙겨주었다. 이 옷들을 일일이 입어보면서 요가일래는 나홀로 패션쇼를 즐겼다.

"아빠, 한국사람이라서 정말 좋아."
"왜 또?"
"한국사람이니까 이렇게 옷을 많이 나눠주잖아."

리투아니아에 살면서 한국과 한국사람에 대한 좋은 점을 스스로 찾고 느끼고 있는 초3 딸이 무척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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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