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페란토/한국문학2020. 11. 12. 19:53

코로나바이러스 인한 삶의 변화 중 하나가 비대면 수업이나 강연이다. 요즘 빌뉴스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데 처음엔 이런 수업이 무척 힘들었다. 하지만 프로그램 활용에 익숙해지자 편리함에 점점 만족하고 있다. 이처럼 전혀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경험이나 지식을 나눌 수 있게 되었다.

한국에서 열심히 에스페란토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로부터 강연 요청을 받았다. 유럽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한국 여러 지역에 살고 있는 에스페란티스토들에게 이렇게 줌으로 강연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내용은 이해인의 "3월에"과 박상철의 "무조건"으로 한국어 시와 노래를 에스페란토로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평소의 경험에 따르면 소설보다 시 번역이 더 어렵고, 시 번역보다 노래 번역이 훨씬 더 어렵다. 

소설은 문장을 번역하면 되지만 시는 문장뿐만 아니라 나름대로 운율(주로 각운과 음수율이나 음보율)을 맞춰서 번역해야 하기 때문이다. 노래는 문장뿐만 아니라 각운을 비롯해서 음표의 강약과 단어의 강약을 하나하나 맞춰서 번역해야 하기 때문이다.              

3월에 

이해인

단발머리 소녀가
웃으며 건네준 한 장의 꽃봉투

새봄의 봉투를 열면
그애의 눈빛처럼 
가슴으로 쏟아져오는 소망의 씨앗들

가을에 만날
한 송이 꽃과의 약속을 위해
따뜻한 두 손으로 흙을 만지는 3월

나는 누군가를 흔드는
새벽 바람이고 싶다

시들지 않는 언어를 그의 가슴에 꽂는
연두색 바람이고 싶다


En Marto


Verkis LEE Haein

Tradukis CHOE Taesok


Unu florkoverto ride transdonita 

de mallongharulineto.


Espersemoj jen alŝutiĝantaj miasinen

same kiel ŝia okulbrilo

ĉe l’ malfermo de l’ koverto fruprintempa.


Ho en marto varmamane terotuŝa

por promeso ja al unu floro

renkontota en aŭtuno,


mi nun volas esti frumatena vento,

kiu skuas iun;


mi nun volas esti flavoverda vento, 

kiu ĝisenpikas la senvelkan lingvon ja al ties sino.


* 시와 노래 번역 자료를 아래에 첨부합니다.

아래는 2020년 11월 11일 한국에스페란토협회 서울지부 초청 강연 생방송 동영상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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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매일 하다보니 이젠 정말 익숙해지네요.
    역시 사람은 변화를 잘 이겨내는 것 같습니다

    2020.11.12 20:2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일전에 유럽블루베리로 알려진 빌베리(bilberry) 열매를 따러 빌뉴스 인근에 있는 숲 속을 다녀왔다. 이곳 리투아니아 숲에서 어릴 시절 한국 꽃밭이나 숲에서 흔히 보던 꽃이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바로 패랭이꽃이다. 
쭉쭉 위로 뻗은 소나무에 가려진 그늘진 곳에 분홍빛깔이 더욱 선명하게 빛을 발한다.


시대가 시대인 만큼 집으로 돌아와 사회교제망에 이 패랭이꽃 사진을 올렸다. 그렇더니 한국 에스페란티스토 한 분이 <패랭이꽃> 한시를 알려줬다. 옛날 중국에서는 꽃 중의 왕으로 모란을 꼽았다. 이 모란과 대조해 야생에서 흔하게 자라는 패랭이꽃의 아름다움을 읊은 고려시대 한시(漢詩)다. 


石竹花 패랭이꽃

鄭襲明 정습명

世愛牧丹紅  세인들 붉은 모란 사랑도 하여
栽培滿院中  집안 뜰 가득 심어 가꾸는구려

誰知荒草野  누가 알리요 거친 들녘 풀밭에 
亦有好花叢  또한 예쁜 꽃들 떨기져 있음을 

色透村塘月  모습은 마을 연못 달에 어리고 
香傳隴樹風  향은 언덕 나무 바람에 이는데

地偏公子少  땅은 외져 알아줄 공자가 적어  
嬌態屬田翁  고운 자태 촌옹에게 붙이누나

* 한국어 번역 출처: 한국어고전번역원 

이런 멋진 12세기 한시를 읽고 그냥 있을 수 없어 이틀 동안 꼬박 연마해서 국제어 에스페란토로 번역해봤다.

Dianto 
Verkis JEONG Seupmyeong 
Tradukis CHOE Taesok 

世愛牧丹紅  Arbopeonian ruĝon amas mondo 
栽培滿院中  kaj kultivas ilin en la tuta korto. 

誰知荒草野  Kiu scius, ke en kruda herbokampo 
亦有好花叢  ankaŭ estas la belega floramaso? 

色透村塘月  La aspekto enpenetras lunon en vilaĝbaseno; 
香傳隴樹風  la aromo al montarbo transdoniĝas de la vento. 

地偏公子少  Nobelidoj kelkas pro la esto en angulo fora; 
嬌態屬田翁  la ĉarmaĵo apartenas al kampulo olda.

* JEONG Seupmyeong (1095-1151): civila oficisto de la korea dinastio Gorjo.
Posted by 초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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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댓글입니다

    2020.08.02 15:03 [ ADDR : EDIT/ DEL : REPLY ]


틈틈이 시간이 나는 대로 한국시를 국제어 에스페란토로 번역하고 있다. 이번에는 윤동주의 "또 다른 고향"을 번역해봤다.


또 다른 고향

윤동주

고향에 돌아온 날 밤에
내 백골이 따라와 한 방에 누웠다.

어둔 방은 우주로 통하고
하늘에선가 소리 처럼 바람이 불어온다.

어둠 속에 곱게 풍화작용하는
백골을 들여다보며
눈물짓는 것이 내가 우는 것이냐
백골이 우는 것이냐
아름다운 혼이 우는 것이냐

지조 높은 개는
밤을 새워 어둠을 짖는다.
어둠을 짖는 개는
나를 쫓는 것일 게다.

가자 가자
쫓기우는 사람처럼 가자.
백골 몰래
아름다운 또 다른 고향에 가자.

Alia hejmloko

Verkis YUN Dongju
Tradukis CHOE Taesok

En nokto de l’ tago revena al mia hejmloko
jen mia skeleto min sekvis kaj kuŝis samĉambre. 
 
La ĉambro malluma ligiĝas kun la universo
kaj vento alblovas samkiel la sono verŝajne ĉiela. 

Estas tiu, kiu larmas rigardante
la skeleton fajne veterdisfalantan en mallumo.
Ĉu mi ploras?
Ĉu l’ skeleto ploras?
Ĉu l’ animo bela ploras?

Altfidela hundo
kun vigilo bojas kontraŭ la mallumo.

Hundo, kiu bojas kontraŭ la mallumo,
eble min elpelas.

Mi iru, mi iru,
mi iru samkiel pelato.
Sen scio de mia skeleto,
mi iru al bela alia hejmloko.

* 도움 받은 한국시 해설: 1 | 2
Posted by 초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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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시간이 나는 대로 국제어 에스페란토 사용자들에게 한국 현대시를 알리기 위해 시를 번역하고 있다. 이번에는 한용운의 시 <님의 침묵>이다.

* 사진출처: 한글재단 hangul.or.kr 

이 시를 번역하는 데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가 바로 '님'이다. 익히 알려졌듯이 여기서 님은 상대방을 지칭하는 2인이 아니라 당장 자리에 없는 3인칭이다. 그렇다면 이 님은 여성형일까, 남성형일까에 고민에 빠진다. 

여기서 님은 조국, 나라, 민족, 자연, 연인, 사랑, 진실, 중생, 부처 등 여러 의미의 상징적 복합체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단어에 적합한 유럽 언어의 성(姓)은 무엇일까? 모든 명사를 남성형과 여성형을 구별짓는 리투아니아어를 한번 살펴보자. 조국 tėvynė, 나라 šalis, 민족 tauta, 자연 gamta, 사랑 meilė, 진실 tiesa 등 여성형 단어다.  

이 시를 번역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 글의 출처는 다음과 같다.
http://www.seelotus.com/gojeon/hyeon-dae/si/si-new/han-yong-un-nim-ui-chim-muk.htm
http://daesan.or.kr/webzine_read.html?uid=1968&ho=48  

님의 침묵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黃金)의 꽃같이 굳고 빛나든 옛 맹서(盟誓)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微風)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追憶)은 나의 운명(運命)의 지침(指針)을 돌려 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源泉)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希望)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沈默)을 휩싸고 돕니다.

La silento de la amato

Aŭtoro: HAN Yong-un

Traduko: CHOE Taesok

Iris la amato. Ho ve iris mia kara amato. 

Verdan montlumon rompante, ŝi neeviteble piediris laŭ vojeto direktita al aceraro.

La olda promeso firma kaj brila kiel ora floro fariĝis malvarma polvero kaj flugis kun vespiro da venteto.     

La memoro pri la akra unua kiso returnis la montrilon de mia sorto kaj malaperis per retropaŝo. 

Mi surdiĝis de ŝia aroma parolo kaj blindiĝis de ŝia flora vizaĝo.

Ankaŭ amo estas homa afero, kaj do zorgo kaj malatento pri foriro ne malestas ĉe renkonto, sed disiĝo iĝas neatendita okazo kaj konsternita koro eksplodas de nova malĝojo.    

Tamen, mi scias, ke fari disiĝon la fonto de nenecesa ploro estas mem rekoni amon, tial mi movis la forton de neregebla malĝojo kaj enverŝis ĝin en la verton de nova espero.   

Kiel ni zorgas disiĝon, kiam ni renkontiĝas, tiel same ni kredas rerenkontiĝon, kiam ni disiĝas. 

Ho ve iris la amato, sed mi ne sendis la amaton.    

La kanto de amo nepovanta venki sian melodion turniĝadas, volvante la silenton de la amato. 


참고로 번역 비교에 관심있는 분들을 위해 위키백과에 게재된 영어 번역본을 아래 소개한다. 

My Lord’s Silence

My Lord has gone. O, my dear Lord has left.

Breaking away the azure color of hills, my Lord has departed on foot

On the tiny trail toward maple woods, hesitantly dragging himself away.

The age-old oath, firm and gleaming like golden flowers, turned to chaff

And with a of sigh of breeze, it was blown away.

The memory of a jolting first kiss that changed the direction of my fate,

Now has disappeared, walking backward.

My eyes and ears were numbed by your sweet words and flowery face.

For love is a human affair, about parting I was nor unwary nor without caution.

Yet my Lord’s departure was sudden, and my startled heart burst into sorrow.

Even so, for I know letting this parting 'bootless source of tears'

Might itself blight the spirit of my love,

I changed gear of the force in this unbearable sorrow

And poured it into the scoop of “Hope”.

As we care about parting when we meet, so do we believe in "reunion" when we part.

Ah, my Lord has left, yet I’ve not sent him.

The melodious love tune, not able to overcome its own rhyme

Just circles around in My Lord’s Silence.

(English Translation by MHLEE)
출처: http://en.wikipedia.org/wiki/Han_Yong-un
Posted by 초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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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시간이 나는 대로 국제어 에스페란토 사용자들에게 한국 현대시를 알리기 위해 시를 번역하고 있다. 이번에는 김소월의 시 <먼 훗날>이다. 이 시는 3.3.4조 음율로 이루어져 있다.

먼 훗날

먼 훗날 당신이 찾으시면
그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훗날 그 때에 "잊었노라"


En fora oso
                                                                                                        Aŭtoro: KIM Sowol* 
                                                                                                        Traduko: CHOE Taesok
Se serĉos min vi en fora oso,
tiame mi diros: "Mi forgesis."

Se min vi riproĉos en la koro,
"Pro arda sopiro mi forgesis."

Se min vi riproĉos tamen fine,
"Pro nekredebleco mi forgesis."

Memoras mi ase kaj eĉ ise;
en fora tiamo: "Mi forgesis".

* KIM Sowol (1902-1934):
estas unu el la plej popularaj poetoj en la korea moderna poezio. En siaj poemoj vaste legataj li priskribis ritmojn kaj temojn de koreaj folkloraj kantoj. Lia poemlibro estas "Azaleoj" en 1925.

Posted by 초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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