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18. 11. 23. 14:07

어디를 여행하든지 가급적이면 짐을 가볍게 가져 간다. 이번 11월 초 한국에 갈 때도 기내용 작은 가방만 가져 가려고 했다. 하지만 아내가 꼭 챙겨 주어야 할 분들에게 드리는 선물을 이미 준비했기에 어쩔 수 없이 화물용 가방 하나를 더 가져 가야 했다. 

의도적으로 3단 접이 가방을 택했다. 시간이 갈 수록 선물은 줄어들고 이 가방을 접으면 기내용 가방에 쏙 들어갈 수가 있기 때문이었다. 한국을 떠나기 바로 직전에 미역, 김, 다시마 등 몇 가지 한국 식자재를 넣어 수화물칸으로 가져올 생각이었다.

이렇게 폴란드인 친구와 함께 여러 도시를 방문했다. 가는 곳마다 친척이나 지인들의 초대와 환대 속에 즐거운 여행을 했다. 뭐하니 해도 한국 음식을 마음껏 그리고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한국 음식을 좋아하고 잘 먹는 폴란드인 친구에게도 참으로 좋은 기회였다. 옆에서 지켜보니 그는 김치를 밥만큼 많이 먹었다. 나는 김치 한 조각을 젓가락으로 집어 먹는 데 그는 여러 조각을 듬뿍 젓가락으로 집어 한입에 넣었다. 이렇게 해서 식당에서는 김치를 여러 번 더 주기를 부탁해야 했다. 그가 돌아와서 한 말이 떠오른다. "한국 음식이 맵다는 것은 한국 사람이 다 개고기를 먹는다라는 말과 같은 허황된 신화다." 

 
김치를 잘 먹는 그를 보더니 한 지인이 유럽으로 돌아갈 때 김치를 보내 주겠다고까지 했다. 비행기로 가져 가는 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면서 사양해 봤지만 해외에 갈 때 수화물칸에 김치를 가져 간 경험이 있다면서 꼭 보내 주겠다고 했다. 여름철이 아니고 또한 아주 튼튼하게 잘 싸면 괜찮을 것이다라고 안심시켰다. 그렇다면 정말 조금만 보내줄 것을 부탁하면서 한국을 떠나기 전 마지막 밤에 묵을 지인의 집주소를 알려 주었다.


그 후 여러 날을 여기저기로 돌아다니다가 이제 한국 체류 마지막날이 되었다. 이날 밤 10시가 넘어서야 우체국 택배가 도착했다. 지인이 보낸 상자가 셋이나 되었다. 녹색 테이프로 꽁꽁 감싼 상자가 바로 김치다. 무게를 재어보니 24.5kg(김치 20kg + 기타 음식과 상자 무게)이나 나갔다. 이를 어찌하오리... 감사한 마음이 충만했지만 과연 이 김치 상자를 무사히 수화물칸에 실어 집까지 가져 갈 수 있을 지 심히 걱정 되었다. 


루프탄자 항공을 타고 프랑크푸르트를 경유해 최종 목적지 빌뉴스를 도착하는 노선이다. 우선 김치 상자 무게가 수화물 가방의 최고 허용 무게인 23kg를 넘어섰다. 추가 요금 지불 상황도 감안했는데 다행히 친구의 수화물 가방 무게가 15kg이어서 그런지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단지 아래 질문만 받았다.

"이 상자 안에 든 내용물이 무엇인가요?"
"아, 집에서 챙겨 준 김치가 들어 있어요."

탑승수속을 다 마친 후 직원이 화물용 가방 내용물을 최종 확인하는데 약 5분 정도 걸리니 잠시 가까운 곳에서 기다려 달라고 했다. 혹시 거절되면 어쩌나 하는 마음으로 이때가 가장 조마조마했다. 다행히 호출이 없었다. 휴~~~ 이렇게 김치 20kg은 성공적으로 수화물칸으로 들어갔다. 


자, 이제 빌뉴스 입국시 세관통과만 남았다. 국경통과 간소화 쉥겐 조약국 공항을 출발해 쉥겐 조약국 공항에 도착해서 그런지 주변에 세관 직원도 보이지 않았다. 수화물 가방을 각각 찾아 입국장을 빠져 나오자마자 우리는 "(김치 무사 통과) 만세! 만세! 만세!"를 불렀다. 밤 12시에 도착해 일단 김치 상자를 난방이 안 들어오는 발코니에 옮겨 놓았다.  



시차 등으로 피곤해서 잠시 잊어 버리고 있었다. 귀국 3일째 되는 아침 발코니에 있는 김치 상자를 보니 부풀어 오른 듯했다. 아차, 진작에 김치를 다른 용기에 옮겨 담았어야 했는데 말이다. 열다가 김치 봉지가 터지게 되면 참으로 낭패다. 과연 김치를 어떻게 포장했을까 궁금해졌다. 두 겹으로 둘러 묶인 테이프를 뜯어 내니 아이스 박스가 나왔다. 


그리고 포장랩으로 여러 겹 촘촘히 씌운 봉지가 나왔다. 아이스팩 여러 개가 사이사이에 끼어져 있었다. 뽀족한 것으로 찌르면 한 순간에 펑하고 터져 버릴 듯했다. 김치 폭발 - 생각만 해도 끔직하다. 일단 조심스럽게 포장랩을 뜯어 내었다. 얇은 비닐 봉지가 나왔다. 눌러 보니 그 속이 생각보다 딱딱하지가 않고 물렁물렁했다. 터지지는 않을 것이다라는 희망이 보였다. 첫 번째 비닐 봉지를 열어 보니 두 번째 비닐 봉지가 나왔다. 이를 열어 보니 김치를 최종으로 담은 약간 두꺼운 비닐 봉지가 나왔다. 참으로 철저하게 밀봉되어 있었다.


이어 아내는 평소 우리가 빌뉴스에서 만든 김치를 좋아하는 지인들에게 한국에서 직접 공수해온 김치를 나눠 주기를 위해 크고 작은 여러 용기에 김치를 옮겨 담았다. 


이렇게 우리는 유럽에서 맛있는 한국 김치를 한 동안 먹을 수 있게 되었다. 김치를 보내준 지인에게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한국 시골에서 직접 만든 김치를 한 번도 먹어 보지 못한 주변 현지인들이 이 김치에 과연 어떤 반응을 할 지 궁금하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2018. 11. 22. 15:12

대중교통으로 이동하기를 선호한다. 60여만 명이 살고 있는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는 출퇴근 시간 도심을 제외하고는 교통체증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잇따라 막 들어오는 버스가 많은 경우를 종종 만나게 된다. 이때 앞에 있는 버스에 가려서 뒷 버스 번호가 잘 보이지 않는다. 몰려있는 사람들 사이로 빠져나가 버스 가까이에 가서야 그 번호를 확인할 수가 있다. 내가 타고자 하는 버스면 좋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엔 "애궁~" 소리가 절로 나온다. 

이런 불편함을 해소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어디 없을까... 바로 이번 한국 방문에서 그 답을 얻었다. 정말 간단하면서 아주 유용한 방법이다. 서울역에 내려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데 지하철 대신 버스를 타기로 했다. 

정류장이 여러 차선으로 나눠져 있어 원하는 버스를 제대로 탈 수 있을 지 내심 걱정스러웠다. 버스 노선도만 봐도 서울이 얼마나 복잡한 도시인지 쉽게 알 수가 있다. 


버스를 놓치지 않고 잘 탈 수 있을까... 행여나 성질 급한 운전사가 뒤에서 손님을 내리고 바로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손님만 태우고 가버리지는 않을까...

그런데 처음 보는 번호 표시판 하나가 눈에 확 들어왔다. 정류장 앞에서 버스 앞문이 열리니까 숨어 있던 번호판이 튀어 나온다. 


저~ 뒤에 잇달아 들어오는 버스들도 마치 도미노처럼 번호판을 쑥 내민다. 앞 버스에 가려서 뒷 버스 번호가 보이지 않는 일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겠다. 이 돌출형 버스 번호판 덕분에 여러 대 뒤에 멈춰 있던 버스를 쉽게 탈 수가 있었다.


함께 동행한 폴란드인 친구도 이 번호판을 보더니 감탄을 연발했다. 줄지어 들어오는 버스들의 번호를 뛰어가거나 기웃거리면서 확인해야 하는 불편함을 이렇게 쉽게 해결해주다니... 멋진 생각에 꾸벅~~~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2018. 11. 16. 07:30

11월 초중순에 잠시 한국을 다녀왔다. 한국에 머무는 동안 가장 많이 먹은 과일은 다름아닌 감이다. 때론 단감 때론 홍시였다. 잎이 떨어지는 나뭇가지에 익어가는 감은 어디에서나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전북 익산의 한 주택의 좁은 뜰에서 자라고 있는 감나무다. 마치 굵게 묶힌 전선줄이 감이 주렁주렁 달려 있는 얇은 가지를 지탱해주고 있는 듯하다.  

  
경기도 수원 화성에 있는 동북노대(쇠뇌를 쏘기 위해 높게 지은 건물) 밖에서도 감이 점점 자연 홍시로 변해가고 있다. 손이 닿는다면 홍시를 따 먹고 싶은 마음이 꿀떡 같다.


아래는 대구 팔공산 입구 봉무동에서 만난 감나무다. 인기척이 있는데도 새 한 마리가 홍시를 열심히 쪼아 먹고 있다.  비슷한 색상 속에서 어떻게 홍시를 잘 알아볼 수 있는지... 사다리가 있다면 올라가 나도 따 먹고 싶다. 


어린 시절을 보낸 시골 텃밭에는 여러 종류의 감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긴 장대로 아직 잎이 떨어지지 않는 나뭇가지 위에 몰랑몰랑한 빨간 홍시를 찾아 따먹곤 했다. 단감보다 홍시를 더 좋아한다. 어느 날 나와 이번 한국 방문에 동행한 폴란드인 친구는 홍시 한 쟁반을 대접 받았다.   


이 쟁반을 앞에 두고 그에게 물아보았다.
"이것이 무엇인지 알아?"
"보아하니 토마토네!!!"
"정말?"
"그럼 한번 먹어봐." 


"이잉~~~ 토마토가 아니네! 정말 달고 부드럽다. 뭐지?"
"떫은 맛이 사라진 잘 익은 감이다. 이를 홍시라고 해."
"난생 처음 먹어본 홍시 정말 맛있다."


정말이지 이날 대접 받은 홍시는 보기에 딱 잘 익은 토마토를 닮았다. 폴란드인 친구는 단숨에 홍시 하나를 먹어 버렸다. 내가 오물오물 씹으면서 꺼낸 감씨앗에 의아해 했다. 그는 홍시의 단맛과 물렁물렁함에 감씨앗을 느끼지 못한 채 쭉 빨아 먹어 버렸다. 다시 유럽으로 돌아가면 먹기 힘든 홍시를 기회 있는 대로 마음껏 먹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2018. 11. 8. 16:14

11월초부터 잠시 한국에 머물고 있다. 전라북도 정읍군에 있는 내장산을 최근 다녀왔다.


30여년 전 30여년을 한국에 살면서 유명하다고 말만 들었던 내장산의 단풍 구경을 한 번도 하지 못했다. 이번에 좋은 기회가 생겼다. 아침 10시경 정읍시에서부터 내장산 입구까지 평일임에도 교통체증이 심한 것을 보니 "역시 내장산 단풍이구나!"를 느꼈다. 산 속에 있는 단풍은 벌써 색이 바래 있었지만 입구에서 내장사까지 들어가는 진입로와 그 옆에 있는 개울가 단풍나무는 여전히 탄성을 자아내는 색과 빛깔을 지니고 있었다.


붉고 붉은 단풍은 카메라뿐만 아니라 눈 속에 담아서 늘 보고 싶을 정도이다. 


한 그루의 단풍나무에 빨강에서 노랑까지 여러 색의 단풍이 조화롭게 햇살을 받고 있다.


일행 중 한 분이 함께 온 폴란드 친구를 기념으로 사진을 찍어주고 있다.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다. 바로 고로쇠나무다. 내가 살고 있는 발트 3국에도 단풍나무가 많이 자라고 있다. 대부분 이 단풍나무는 노랑색을 띠고 있다. 



그런데 지금껏 단풍나무를 알고 있던 이 나무가 단풍나무가 아니고 고로쇠나무(acer mono maxim; 고로쇠나무 단풍을 구경할 수 있는 글은 여기로)라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물론 단풍나무과에 속한다. 고로쇠는 주맥을 중심으로 옆맥이 4개이고 잎이 단풍보다 훨씬 크고 길다. 손바닥 모양이다. 


위 사진에서 보듯이 아 이래서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루어 내장사 단풍 나들이를 하는구나!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2017. 9. 27. 06:31

지난 여름 리투아니아 친구 일행 6명과 함께 한국을 방문했다. 한정된 일정에 서울을 보여주는 일은 쉽지가 않았다. 마침 숙소 인근에 서울로가 있었다. 햇볕 뜨거운 한낮을 피해서 아침 식사를 하자마자 서울로로 향했다. 

서울로 입구에 안내판을 보자마자 질문이 쏟아졌다.
"왜 since 7017이지?"
"혹시 2017을 7017로 잘못 표기하지 않았을끼?"
"아니면 무슨 더 깊은 뜻이 숨겨져 있을까?"

답은 구글에 있지...
 


구글 검색을 통해 알아보니 70은 1970년 고가도로가 만들어졌고, 17은 공원화 사업이 완료된 2017년의 17를 의미하고 나아가 17개의 사람길, 고가도로의 17m 높이를 의미를 하고 있다. 일행은 복합적 의미의 기발한 생각에 놀라워했다.  



"이 꽃이 한국의 나라꽃"이라고 설명하자 무궁화 앞에서 한 친구가 기념사진을 찍었다.



리투아니아에 아주 흔한 자작나무의 잎이 무성하지 않아서 아쉬웠다.



서울로 유리벽을 닦고 있는 자원봉사자들도 깊은 인상을 주었다. 

서울은 이렇게 공공시설을 잘 관리하고 있구나...



족욕탕에 발을 담그고 휴식을 취하는데 한 분이 다가와 유창한 영어로 말을 걸면서 라벤더를 물에 뿌려주었다. 곧 이어 물은 보라색으로 변하고 향기가 위로 피어올랐다. 
우리 일행은 또 감탄!!! 



라벤더가 뿌려진 족욕탕에 영국 관광객들도 함께 했다. 

모두가 서울로 칭찬 일색...



일생들이 난생 처음 본 안개분수도 신기했다. 


라벤더 향이 피어오르는 탕에 발놀이... 

원근에 즐비하게 있는 고층건물을 바라보면서 즐기는 이색 체험...  



매연 물씬한 고가도로가 

푸른 공원으로 탈바꿈한 서울로에 일행은 아주 만족해했다.

"역시 한국은 위대해!!!"

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08. 10. 5. 09:53

지난 여름 한국을 가족여행했을 때 딸아이가 가장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사파리였다고 말한다. 지인의 안내로 대전동물원에 갔다. 너무 더워서 놀이공원에서 제대로 놀지를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 사파리 구경을 하자고 했다. "여긴 아프리카도 아닌데. 설마 대전에 사파리가 있을려고? 혹시 사파리 여행을 담은 사진을 전시해 놓았겠지..."라고 속으로 생각하고 가는 것을 주저했다.

딸아이의 성화에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커다란 철문이 열리자, 마치 감옥이나 저승문을 들어가는 느낌마저 들었다. 정말 사파리였다. 너무 더워서 힘이 축늘어진 사자를 본 딸아이 왈: "아빠, 저것이 동물의 왕 사자야! 너무 불쌍해 보여." 덕분에 아프리카 사파리 같은 맛을 조금 볼 수 있었다. 특히 재미있게 설명해준 동물원 사파리 안내원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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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