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17.04.03 06:28

다행스럽게도 요가일래는 조석문안과 출필고반필면(出必告反必面 (나갈 때 반드시 아뢰고 돌아와 반드시 얼굴을 보인다)에 길들여졌다. 학교에서 다녀온 후 가끔 대화를 나눈다. 

* 어느덧 중학교 3학년생이 되어 버린 딸아이, 자립심을 키우겠단다

1. 응답하라를 보고 이게 좋았어 
최근 요가일래는 집으로 돌아와서 학교 친구에게 한국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을 봐라고 권했다고 했다.

"왜 권했는데?"
"내가  응답하라 1988를 보면서 느낀 것이 몇 가지 있다."
"뭔데?"
"첫째는 가족을 사랑하는 것이고, 둘째는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고, 셋째는 공부를 잘 하는 것도 좋지만 공부를 잘 못해도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이고, 넷째는 노력하면 된다는 것이다."
"아빠는 드라마를 그냥 보는 데 너는 어떻게 그렇게 정리를 잘하네. 그 중에서 제일 좋은 것은 뭔데?"
"가족 사랑이다. 친구가 1회와 2회를 보았는데 벌써 눈물을 흘렸다고 했어. 한국 사람들은 가족을 아주 사랑해."
 
2. 아빠를 더 좋아해
"내가 좀 나쁘지만 솔직히 말하면 아빠를 더 좋아해."
"왜?"
"예를 들면 아빠는 '했어?'라고 물어보고 엄마는 맨날 '해라!'라고 해."
"'했어?'와 '해라!'가 그렇게 엄마 아빠를 갈라놓니?"
"맞아. 엄마는 자꾸 나에게 뭐 하라고 하는데 이제 나는 자립할 수 있는 나이잖아. 자꾸 그러면 내가 엄마에게 의존하게 되잖아. 그렇게 되면 내가 자라면 내 삶을 살기가 힘들어. 내가 직접 계획을 세우고, 시간을 사용할 수 있잖아. 그래야 내가 나중에 스스로 살아갈 수가 있지..."
"야, 너무 거창하다. 그래도 엄마는 너를 위해서 그렇게 하는 것이지. 엄마 눈에 아직 네가 스스로 잘할 수 없어 보이니까 뭐하라고 하겠지. 네가 엄마를 좀 더 이해하면 좋겠다."

3. 아버님, 아버지, 아빠 중 어느 것을
"아빠를 어떻게 불려야지? 아버님, 아버지, 아빠?"
"네가 편하는 대로 해."
"이번 여름에 한국에 가면 한국 사람들 앞에서는 아버님이라고 불려야겠다."
"왜?"
"내가 아빠를 존경한다는 것이 보이니까."
"존경은 마음으로 하는 것인데..."
"그러면 아빠라고 부를께."
"왜?"
"아빠는 세상에서 제일 친한 내 친구니까 편하게 부르는 것이 제일 좋겠다."
"그래 우리는 친구지."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6.02.12 08:41

일주일에 두 번 빌뉴스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지난 주 수업에 빠진 한 학생이 다음과 같이 편지를 보내왔다. 

안녕하새요! 
저 아픕니다. 
오늘도 올 수 없어요. 
집에 공부하겠습니다. 
그런데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아주 재미있어요! 
새해 복 만히 받으세요!

감기로 수업에 올 수 없다고 알려왔다. 집에서 공부를 하는 데 요즘 인기 드라마 "응답하라 1988"를 재미있게 보고 있다고 했다. 

하도 주위에서 이 드라마 이야기를 하기에 궁금해서 1월 하순에 나도 한 편을 보았는데 그만 밤을 샐 정도로 푹 빠졌다. ㅎㅎㅎ 1988년 올림픽에 자원봉사를 한 일이 어젯일처럼 생생하게 떠올랐다. 평소에 말라있는 눈물샘이 자주 터지기까지 했다.

결석한 위의 학생은 고등학교 1학생으로 어제 수업에 왔다. 수업을 다 마친 후 그는 "응답하라 1988"에 완전히 매료된 자신의 모습을 아래 그림으로 보여주었다. 바로 출연한 배우들을 정성스럽게 그렸다.

* 그림: 애밀레 페트라비츄테


이 학생처럼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한국인인 나보다 더 열성적으로 보고 있는 비한국인들이 실재함을 새삼스럽게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영어 자막과 함께 보는 드라마 응답하라 1988 다시보기는 여기로]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1.08.11 09:30

지난 주말 리투아니아 현지인 에스페란토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다녀왔다. 한 친구는 초등학생 4학년생인 아들을 데리고 왔다. 그는 누가 보기에도 장난기가 심했다. 모임 내내 아버지로부터 "이제 그만해!"는 구두 경고를 여러 차례 받았다.

여행 마지막일 아버지의 참을성은 한계를 넘어섰다. 곧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는 데 아들이 신발에 모래를 가득 넣으면서 놀고 있었다. 이때 숲에서 산딸기잎을 따모우던 아버지가 돌았다. 그는 아들의 모습을 보자 못마땅했다. 그러더니 엉덩이를 향해 화냄의 발길질을 한 차례 했다. 이는 주변 리투아니아 사람들에게서는 정말 보기 드문 장면이었다.

주변 사람들 중 아무리 화나더라도 상대방을 손이나 발로 때리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또한 화난다고 해서 옆에 있는 물건, 예를 들면 방석, 의자, 주걱 등을 가지고 때리는 경우는 더더욱 본 적이 없다. 대부분 대화하는 형태로 자신의 화를 표현한다.

우리 집의 경우 화난 목소리를 크게 내면 "아빠(당신), 목소리가 너무 커. 조용히 화낼 수 없어?"라는 반응이 온다. 이럴 때에는 화내고 싶어도 화낼 수 없게 된다. 그냥 그 상황을 피해 다른 방으로 가눈 수밖에. 정말로 어쩔 수 없이 때림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하면 혁대로 엉덩이를 때린다. 손으로 상대방의 뺨이나 머리를 때린다는 것은 상상하기가 어렵다. 

근래에  인터넷으로 한국 드라마를 즐겨본다. 요즘 매일 보는 드라마가 "불굴의 며느리"이다. 이 드라마에는 순간적으로 치밀어오는 화를 표현하는 방법으로 손바닥으로 상대방 뺨 때리기, 방석으로 상대방 머리 연속 때리기, 발로 상대방 다리 밟기 등이 등장한다. 이런 장면을 볼 때마다 눈살이 찌푸려진다.

"한국 사람들은 화나면 뺨을 때리는구나", 
"한국 사람들은 화나면 뺨을 때려야 한다",
"잘못하면 뺨을 맞는구나",
"잘못하면 뺨을 맞아야 한다"
등과 같은 공식을 가르치는 듯해서 초등학생 딸아이와 함께 이런 장면을 함께 보기가 무척 주저된다.  
 
* 사진: 방송화면 캡쳐

이 드라마를 보면서 바라는 것 중 하나이다. 이제 한국 사회도 뺨 때리기, 물건 집어 때리기, 물건 집어 던지기 등 무조건반사적인 화풀이법이 차츰차츰 사라졌으면 좋겠다. 물론 이는 한국인들의 한 문화적 요소이지만 이런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충격으로 여겨질 것이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