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해당되는 글 91건

  1. 2018.11.26 블랙 프라이데이 할인으로 성적 순위 들여다 보자는데... (1)
  2. 2018.03.23 딸 작품을 이해 못 하니 실망이지만 성공이다 (2)
  3. 2017.05.02 중3 생물 숙제가 인체 해부 모형 만들기라니... (2)
  4. 2017.03.22 한국어 수업 후 생일축하 노래에 숨은 진짜 이유가 (1)
  5. 2017.02.14 중3 딸의 하루 마무리는 채식 도시락 싸기 (2)
  6. 2015.12.21 학교 수업이 지루할 때 이렇게 그림 그려요 (1)
  7. 2015.09.03 김밥으로 도시락, 내가 정말 한국 사람이다 (2)
  8. 2015.04.28 20년 된 아빠 필통 학교 가져간 딸아이의 문자쪽지 (1)
  9. 2015.03.17 학교 점수로 사랑해, 아니면 아빠 딸로 사랑해? (2)
  10. 2015.03.09 등교길 딸이 지은 시, 문자쪽지로 읽어보니 (4)
  11. 2015.02.27 저만치 포옹하던 딸아이 - 우리가 미쳤나봐 (6)
  12. 2015.02.23 매운 라면 먹으려는 딸아이의 꾀에 웃음 절로
  13. 2015.02.11 시험 만점 딸에게 용돈 주려다 일침을 맞다 (8)
  14. 2014.12.12 싸이의 강남스타일, 폴란드 시험에 등장 (3)
  15. 2014.11.27 기말고사는 없고, 성적 내용은 복잡다단 (1)
  16. 2014.09.26 딸 부탁으로 사탕 사주고 칭찬 받았네 (2)
  17. 2014.09.12 유럽 중학생이 되자 확~ 변한 딸의 생활상 (2)
  18. 2014.05.22 초등 6, 영어 시험이 영어로 영어 문법 설명 (2)
  19. 2014.05.12 거실에선 실수 투성, 공연에선 박수 갈채 (5)
  20. 2014.04.04 러시아 학교 교실 vs 중국 학교 교실 (5)
  21. 2014.03.19 혼자 커피숍에 가서 커피 마신 초6 딸아이 (2)
  22. 2014.03.14 아버지보다 어머니를 무서워하는 유럽 아이들 (1)
  23. 2014.03.10 꽃 선물 없어도 사랑하는 줄 아니까 괜찮아
  24. 2014.03.08 머리카락을 천장에 묶어놓고 공부하는 학생들 (1)
  25. 2014.03.04 쇠막대기 있는 중국 교실 책상 알고보니 감탄
  26. 2014.02.27 저학년생과 친구하는데 나를 이상하게 봐
  27. 2014.02.19 지리 시험에서 최하점 받은 후 딸이 보낸 쪽지 (3)
  28. 2014.02.17 한복 입고 TV에서 한국 노래 부르게 된 딸 (7)
  29. 2014.01.10 BMW 화재, 현지인 반응 - 한국 차 샀어야 (5)
  30. 2013.12.02 미국인들의 지도상 유럽 나라에 대한 지식 정도는? (3)
요가일래2018.11.26 07:00

11월 초순 한국을 2주 동안 방문하기 전 
고등학교 2학년생인 딸아이에게 동행할 것을 제안했다.
예전 같았으면 쉽게 응했을 것인데
이제는 "학업" 등으로 가지 않기로 했다.

리투아니아는 고등학교 2학년과 3학년 내신 성적이
대학교 입학에 반영되어 학교 생활이 중요한 시기다.

리투아니아는 자녀들의 학교 생활과 시험 성적을 
인터넷 사이트에서 학부모들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성적이 안 좋아 부모에게 혼날 것이 두려워서
성적표를 찢거나 태운 후 잃어 버렸다고 하는 
고전적인 거짓말을 더 이상 할 수가 없다.

한국에서 돌아온 후 어느 저녁 시간에 딸아이에게 물었다.
"아빠가 뭐 하나 물어도 돼?"
"그렇지."
"요즘 학교 공부하기가 좀 어렵지?"
"정말 어려워서 힘들어."
"이제 2년만 고생하면 되겠다."
"아빠가 진짜 뭘 물어보려고 하는 지 내가 다 안다. 
내가 공부 잘하고 있는 지를 물어보려고 했지?"
"그래."
"공부가 어렵지만 내가 잘해야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내가 잘하려고 하니까 아빠는 그냥 나를 믿어줘."
"알았다."

일반 학교 수업에다 
미술 학교 수업에다 
모델 아르바이트에다가
거의 쉴 틈이 없는 딸아이가 안쓰럽다.
그래서 공부에 대한 참견으로 스트레스를 주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딸아이의 학교 생활과 시험 성적을 볼 수 있는 
사이트에 아내가 종종 들어가 학업 성적을 조회해 본다. 
여러 해 전까지만 해도 과목별로 그리고 전과목 합계로 
학급에서 자녀의 성적 순위가 몇 번째인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이것이 유료다.

지난 목요일 저녁 아내가 조용히 물었다.
"블랙 프라데이 할인으로 딸아이 성적 순위를 조회할 수 있는데 우리 해볼까?"
"우리는 성적 순위 조회를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딸아이 성적만 알면 되지
누구와 비교해서 나온 결과인 
반에서 몇 등이다는 굳이 알 필요가 없겠다.
딸아이에게 꼭 이겨야 한다는 경쟁심, 
너와 나를 경계 짓는 상대심 
그리고 우쭐함이나 의기소침의 우열심을 부추기고 싶지는 않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블랙 프라이데이는 11월의 넷째 주 목요일인 추수감사절 다음날로
미국에서 연중 가장 큰 규모의 쇼핑이 이루어지는 날이다.

 
참고로 성적 순위 등을 볼 수 있는 
학업 결과 분석 조회는 1년 비용이 12유로다.
블랙 프라데이 할인으로 9.99유로다.
이런 것까지 블랙 프라데이 할인을 하다니 놀랍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8.03.23 06:58

우리 가정의 의사소통 창구는 주로 페이스북이다.
가족 대화창을 만들어 수시로 소식을 전하고 있다.
학교에서 무엇을 하는지 식당에서 무슨 음식을 먹는지 등등

일전에 미술학교에 다니는 요가일래가 
작업하고 있는 작품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무슨 주제로 그리고 있는지 물어보려다가 
대화창의 내용이 많아 위로 올라가버려 기회를 놓쳤다.


어제 오후에 미술대학교에 갔다온다고 하면서 집을 나갔다.
그리고 얼마 후 페이스북에 사진이 올라왔다.
전시실 모습이다. 




일전에 페이스북에 올라온 요가일래의 그림이 완성되어 벽에 걸려 있다.


오늘은 꼭 물어와야지...
집으로 돌아온 요가일래에게 물었다.

"무슨 그림 작품이가?"
"측면 자화상이야."
"추측은 하지만 깊이 이해하기는 좀 어렵다."
"아빠가 딸 그림 작품을 이해 못 하다니 정말 실망이다."
"그래도 좀 설명해봐!"
"상중하 얼굴과 머리카락이다. 
하는 태극기 속 빨간색과 파란색이고
중은 초록색이고
상은 노란색이고 눈은 초록별이다.
머리카락은 막대기 세 개이다.
다시 말하면 
노란색, 초록색, 빨간색은 리투아니아 국기색이고
밑에 있는 빨간색과 파란색 물결과 막대기 세 개는 한국 태극기에 있는 것이다.
초록별은 우리 집 공용어 에스페란토 상징이다."
"우와~ 어떻게 그런 내용을 다 측면 자화상에 담았니! 멋지다."
"작가는 그림에 비밀을 숨긴다. 아빠가 몰랐으니 내가 성공했네!!!"

기회가 되면 요가일래에게 태극기의 심오한 내용을 알려줘야겠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7.05.02 05:32

한국으로 치면 중학교 3학년생인 딸아이 요가일래가 얼마 전 방에서 손뼈 모형을 열심히 만들고 있었다.

"뭐하니?"
"숙제하고 있어."
"무슨 숙제인데?"
"생물."
"우와~~ㅍ힘들지 않아?"
"아니, 재미 있어."

딸아이는 생물을 좋아한다. 리투아니아 중학교 생물책을 한번 대강 훑어보니 마치 인체 의학개론 책처럼 보였다. 어려워 보여서 배우고 싶을 마음조차 일어나지 않을 듯했다.

어느날 딸아이는 농담처럼 말했다.
"내가 나중에 의학을 공부하면 아빠가 좋아하겠지?"
"물론이지. 먼저 서양의학을 공부하고 나중에 동양의학을 좀 더 공부하면 참 좋겠다."
"내가 정말 의학을 공부하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다 해줘야 돼!"
"뭐 아직 시간이 많으니까 생각해보자."


요가일래는 모형을 다 만든 후 부위별로 뼈이름을 붙였다. 숙제는 새벽 한 시에야 끝났다. 내 어린 시절엔 시험에 나올 수도 있는 뼈이름을 연습장에 반복으로 쓰면서 힘들게 외웠을 법하다. 

그런데 리투아니아 학생들은 이렇게 여러 시간 손뼈 마디마디를 직접 만들면서 그 이름을 자연스럽게 익히는구나! 그리고 그 성취감으로 의사가 되고 싶다라는 마음까지도 낼 수 있구나!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7.03.22 08:07

한 해에 생일을 세 번 맞는다. 첫 번째는 여권상 생일이고 두 번째는 여권상 생일의 음력일이고 세 번째는 여권상 생일의 양력일이다. 한국 사람이 아니고서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올해는 살아온 세월의 첫 번째 숫자와 두 번째 숫자가 같다. 유럽인들이 크게 생일을 챙기는 기념일이다. 1월부터 아내는 종종 어떻게 생일을 보낼 것인지 물었다. 생일 챙기기에 무관심하자 무조건 하나를 선택하라고 강요하다시피 했다.   

1. 일가 친척을 초대해서 식사 하기
2. 가족 해외여행 하기

어느 하나도 선택하지 않았다. 첫 번째 생일에는 다음 생일도 있으니 그냥 넘어가자 했고, 두 번째 생일에는 또 다음 생일도 있으니 그냥 넘어가자 했고, 세 번째 생일에는 내년 생일도 있으니 넘어가자라고 했다. 생일을 거의 챙기지를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가족은 가장의 생일인지라 뭔가로 기념을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두 개 중 하나인 아주 오래 된 17인치 모니터가 지난 해 고장이 나서 더 이상 사용할 수가 없게 되었다. 주로 번역 작업을 하는 데 세로로 돌리기(비봇 pivot) 기능이 있는 24인치 모니터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곤 했다. 기념으로 이것을 사고 싶었다. 새로운 전자제품 구입에 인색한 아내도 선뜻 동의했다. 마음 변하기 전에 바로 어제 인터넷으로 주문해버렸다.

학교에서 돌아온 딸아이는 현관문에서 불렸다.
"아버지, 아버지, 우리 아버지"
"어서 와. 왜?"
"빨리 여기 와봐."
딸아이는 노란 꽃 세 송이로 생일을 축하해주었다.

* 주말에 올 새 모니터(화면 속 사진)와 딸아의 노란 색 꽃선물


어제 화요일 저녁 대학교에서 한국어 수업이 있었다. 앞 강의가 아직 끝나지 않아 학생들이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무엇인가 서로 대화하더니 내가 나타나자 조용해졌다. 한 학생이 물었다.

"선생님 생신이 언제예요?"
"생일?! 난 생일이 없는데."
갑자기 뜬금없이 생일을 물었다.   
 
1시간 반 수업이 끝나면 학생들은 재빨리 강의실을 빠져나가는데 어제는 달랐다. 모두가 자리에서 거의 동시에 일어나더니 한 학생이 또 물었다.

"선생님, 오늘이 생신이시죠?"
"아니, 어떻게 내 생일을 다 알았지?"라는 되물음에 학생들은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생신 축하합니다. 생신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고마움을 전하면서 자꾸 의문이 생겼다. 페이스북에 적힌 생일은 벌써 지났는데 어떻게 학생들이 알았을까...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식구들에게 깜짝 기쁨을 알렸다.

"학생들이 어떻게 내 생일을 알고 생일축하 노래를 한국어로 불러주었어."
"아빠, 사실은..."
"뭔데? 말해봐."
"아빠 학생들 중 하나가 우리 반 친구의 친구인데 내가 우리 반 친구에게 부탁했다. 자기 친구에게 오늘 우리 아빠 생신인데 학생들이 축하 노래를 불러주면 좋겠다라고 했어."
"뭐라고? 네가 다 연출한 거야!"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7.02.14 04:14

리투아니아 학제는 초등 4학년, 중등 4학년, 고등 4학년으로 되어 있다. 작은 딸 요가일래는 고등학교 1학년생인데 한국 학제로는 중학교 3학년생이다. 

요가일래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채소보다 고기를 더 좋아해서 몹시 걱정스러웠다. 아내는 "어떻게 해봐야 되지 않을까?"라고 고민했지만, 나는 "자라나면서 스스로 알게 될 것이야"라고 믿었다.

바로 그때가 왔다. 지난해 5월이었다. 그 동안 예를 들면 닭고기나 소고기가 시장에 나오기 전 가공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나 채식을 권장하는 글 등을 기회 따라서 보여주거나 읽도록 했다. 이런 것이 도움이 되었는지 요가일래는 지난해 5월 하순 여름 방학을 맞아서 3개월 동안 완전 채식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렇게 실천했다. 지금까지도 채식을 하고 있다.

학교에 친한 친구 한 명도 채식에 합세했다. 새해부터 이 두 사람은 도시락을 싸간다. 대부분 반 학생들은 매점에서 주로 샌드위치를 사먹는다고 한다. 요가일래와 친구는 채식 도시락을 서로 나눠 먹는다. 

요가일래는 부엌에서 친구와 나눠 먹을 채식 도시락 싸기로 하루 일과를 마무리한다. 어제는 도시락 싸기를 옆에서 지켜보았다. 

"엄마나 아빠가 도시락을 싸줄 수 있는데..."
"내가 혼자 할 수 있으니까 혼자 해야지."

야채, 당근, 키위, 귤로 도시락을 쌌다.
  

도시락을 다 싼 후에 냉장고에 넣으면서 요가일래는 사진을 찍으라고 했다.


"이 도시락이 내일 아침까지 여기에서 나를 기다릴거야." 

때가 되니 육식에서 채식으로 
도시락까지 직접 싸가니 
부모의 걱정과 부담이 이렇게 줄어들었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5.12.21 08:11

한국어 수업을 듣는 학생 중 한 명은 만 13살이다. 한국으로 치면 중학교 2학년생이다. 그는 늘 손목에 다양한 무늬를 하고 있다. 지난 주 수업 내용이 취미였다.

"취미가 뭐예요?"
"그리기이에요."
"받침이 없을 때에는 '-이에요'가 아니라 '-예요'입니다."
"아~~~"
"취미가 그리기라서 손에 그림이?!"
"아, 이거요... 수업이 지루해 할 일이 없을 때 이렇게 그려요."
"선생님이 보면 뭐라고 하지 않아요?"
"아니요, 뭐라고 하지 않아요."
"한국어에서는 이럴 때 '아니요, 뭐라고 하지 않아요'가 아니라 '예, 뭐라고 하지 않아요'입니다."


학창시절 지루할 때 책에 참 낙서를 많이 했다.
그런데 리투아니아 학생들은 학년을 마치면 책을 돌려주어야 하기 책에 낙서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들은 수업에 흥미가 없을 때 손이나 손목, 팔 등에 낙서를 한다.

며칠 전 비슷한 또래인 딸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왔다.
손뿐만 아니라 양팔에도 그려져 있었다.


"오늘 수업 정말 재미 없는가봐?"
"맞아."

그리고 보니 다행히 1시간 반이나 지속되는 한국어 수업에 아직 이렇게 그리는 이를 본 적이 없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5.09.03 05:31

발트3국 출장으로 8월 중순부터 거의 집을 비웠다. 다행히 학년이 시작되는 9월 1일 가족과 함께 했다. 리가에서 저녁 버스를 타고 4시간 걸려 빌뉴스 집에 밤 10시경 도착하니 전기밥솥에 솔솔 김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분명히 리가에서 저녁을 먹고 온다고 했는데 밥을 해놓다니... 잠시 후 딸아이가 부엌으로 들어와 음식을 준비하려고 했다.

"아빠, 저녁 먹었는데."
"알아."
"건데 왜 지금 늦은 시간에 음식을 하니?"
"이제 학교에서 밥을 사먹지 않고 도시락을 사서 가져가려고. 김밥해서 가져갈거야."
"네가 직접?"
"그래. 엄마가 조금 도와주고 내가 할거야."


6년 전 초등학교 2학년 때 도시락으로 가져간 김밥이 놀림감이 되었다는 글이 떠올랐다.  

그땐 아빠가 만들어주었는데, 중학교 2학년이 된 지금은 이렇게 스스로 김밥을 사가지고 학교에 가져가겠다고 한다. 지나가면 역시 세월은 참 빠르다. 김 위에 밥을 얹고 그 위에 계란말이, 오이 등을 얹으면서 딸아이의 말은 이어졌다.


"아빠, 내가 정말 한국인인가봐."
"왜?"
"김밥을 좋아하고 이렇게 김밥을 만들고 있으니까, 내가 정말 한국 사람이다."
"그래?"
"아버님, 감사합니다."
"왜?"
"나를 한국 사람으로 만들어주었으니 정말 고맙지."
"아이구... 내일 아침에 아빠가 깨워줄게."

책장에는 벌써 중학교 2학년 시간표가 붙여져 있다. 하루 수업수는 6-7시간이다.


학교 사물함에 놓을 물건을 보니 빗, 머리끈, 비상 간식 등이 잘 정리되어 있다.  



공부와 학교 생활이 재미있다고 하는 딸아이의 마음이 이번 학년 끝까지 쭉 이어지길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5.04.28 05:50

일요일부터 에스토니아 출장 중이다. 집을 떠나온 후 책상컴퓨터는 딸아이 몫이다. 성능이 좋아 놀이하기에 좋기 때문이다. 놀이만 하면 될 것인데 그만 책상에 있는 오래된 아빠 필통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아래와 같은 문자쪽지를 보냈다. 


아빠 이 필통 빌려줘도 돼?


20년쯤 된 이 필통을 보내더니 탐이 난 듯했다. 


이거 쓸 때 아빠 생각 난다.


월요일 처음으로 학교에 이 필통을 가져갔다. 그리고 딸아이는 출장 중인 아빠에게 페이스북으로 쪽지를 보냈다. 비록 철자가 틀린 쪽지이지만 아빠된 재미를 솔솔하게 느끼기엔 충분하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5.03.17 07:42

유럽 리투아니아에 요즘 날씨가 맑아 기분마저 좋아지고 있다. 마침내 하늘이 잿빛 구름을 걷어내고 파란 자기 실체를 드러내는 날이 잦아지고 있다. 이렇게 하늘도 완연한 봄을 맞이할 준비를 서서히 하고 있다.

어제 학교에서 돌아온 중학교 1학년생 딸아이는 현관문을 열자마자 기분이 엄청 좋았다. 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왜 기분이 좋니?"
"오늘 수학 시험 아주 잘 봤어. 만점 받을 거야."
"지난주에 보고 또 수학 시험이 있었어?"
"여러 명이 다시 시험 봤어."

사연인즉 이렇다.

지지난해까지만 해도 딸아이는 수학을 아주 힘들어했지만 지난해부터 수학에 자신감이 생겼다. 그래서 집에서도 거의 부모 도움 없이도 혼자 쉽게 잘했다. 이 덕분에 반에서 성적도 상위권이다. 

3월 초순까지 1등 하던 딸아이는 중순이 되자 20등으로 내려앉았다. 어떻게 짧은 기간에 1등이 20등이 되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상대평가를 하는데 모두가 성적이 우수하기 때문이다. 3월 전체 과목 평균 성적 90점 이상을 받은 학생이 29명중 무려 22명이다. 

또 다른 이유는 시험 번수가 학생마다 다르다. 어떤 학생은 5번이고, 어떤 학생은 13번이다. 어떤 학생은 5번 시험 쳐서 평균 점수 9.8을 받았고, 어떤 학생은 13번 시험 쳐서 9.5를 받았다. 등위는 전자 학생이 더 위에 있다. 

지난주 백분율를 공부했는데 딸아이는 쉽게 이해하지 못했다. 시험 전날 자기 분에 이기지 못해 눈물을 흘리면서까지 공부했다. 어느 정도 진전이 있었으나, 시험 결과는 좋지 않았다. 반밖에 받지 못했다. 그래서 반에서 등수가 급격히 하락했다.

부모 입장에선 쭉 최상위권으로 그대로 끝까지 가주었으면 좋았겠는데 그렇하지 못해 아쉬웠다. 성적을 인터넷으로 확인한 후 한마디 살짝 했다. 

"네가 반에서 하위권으로 내려가 마음이 좀 아프네."
"나도 마찬가지야."
"이제 텔레비젼도 덜 보고, 인터넷도 덜 하고, 취미생활도 덜 하고..."
"아빠는 학교 점수로 날 사랑해? 아니면 아빠 딸로서 날 사랑해?"
"그거야, 아빠 딸로서 사랑하지."
"아빠 딸로서 날 사랑하면 더 이상 점수에 대해서는 말하지 마. 내가 나중에 좋은 사람이 될 테니까 지금 점수가 중요하지 않아."
"그래, 점수로 더 이상 마음 아파하지 않을 게. 하지만 그래도 좋으면 좋지..."

재시험을 보다
지난주 수학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못 받은 학생이 비교적 많았다. 그래서 선생님이 이들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었다. 이는 목적이 성적으로 학생 순위를 매기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지식 습득을 점검하는 데 있음을 잘 보여준다. 이렇게 해서 좋은 점수를 얻으면 지난번 나쁜 점수는 기록에서 삭제된다.

"아빠는 학교 점수로 날 사랑해? 아니면 아빠 딸로서 날 사랑해?"라는 딸아이의 말이 오래도록 내 귀에 남을 것이다. 이날 점수가 낮다고 크게 야단치지 않기를 참 잘했다. 그렇다가는 딸에게 깊은 상처만 줄었을 법하다. 

* 요즘 실팔찌 만들기에 푹 빠진 딸아이 요가일래


공부가 전부인 경쟁 사회에 익숙해진 옛 버릇이 나도 모르게 그날 튀어나와버렸다. 덕분에 딸아이로부터 한 수 배우게 되었다. 어제도 딸아이는 한국 방송을 보면서 공부보다 실팔찌를 만드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5.03.09 13:05

겨울 내내 거의 오지 않던 눈이 3월 4일 수요일 밤에 엄청 내렸다. 이번 겨울은 유럽에서 25여년 살면서 눈이 가장 적은 겨울이고, 날씨가 가장 따뜻한 겨울이었다. 그래서 아파트 뜰에는 벌써 벛꽃나무와 사과나무와 새싹을 튀우고 있었다. 그런덴 이번 겨울이 주는 마지막 선물인 듯 이날 폭설이 내렸다.

* 눈에 파뭏힌 우리 집 뜰의 사과나무

목요일 아침 13살 딸아이 요가일래는 혼자 일어나서 아침밥을 챙겨먹고 학교로 갔다. 얼마 후 아내의 휴대전화로 문자쪽지가 날라왔다.


내용인즉 학교 가는 길에 시상이 떠올라서 시 한 수를 지었으니 읽어보라는 것이었다. 집으로 돌아온 딸아이에게 말했다.

"네가 보내준 시를 잘 읽어봤다. 마음에 들었어."
"그래?!"
"그런데 학교 갈 때는 시 쓰는 것도 좋지만 사방으로 조심해서 가야지."
"내가 앞을 잘 보면서 문자를 쳤으니 걱정 안 해도 돼."

리투아니아어로 쓴 원작시를 한국어로 한번 번역해보았다.
13살 딸아이가 모처럼 내린 눈에 어떤 느낌을 받아 시를 썼을까... 


OBELAITE


Ak, vargšele obelaite,
Mūsų kiemo karailaite.

Negailestinga ta žiema,
Be saiko skriausdama tave. 


Buvo išdygę - mieli ragiukai 

Ir maži maži pumpuriukai. 


O ji vis metė savo sniegą, 

Tad nušalai, mieloji. 


Šią vasarą nepamaitinsi, 

Saldžiarūgščiais obuoliais. 


Tai žaismas žmonių jausmais. 


Tas sniegas buvo kaip druska 

Berta ant mano kruvinos žaizdos. 

사과나무


아, 불쌍한 사과나무,

우리 뜰의 여왕이여.


무자비한 겨울이 너를 

절제 없이 손상시켰네.


귀여운 뿔들과 작고 작은

새싹들이 돋아났는데


겨울이 그만 눈을 던졌고

귀염이 네가 얼어버렸네.


이번 여름 달고 신 사과를

먹일 수가 없게 되었네.


이는 사람의 느낌과 장난질.


눈은 내 피나는 상처에 

뿌려진 소금과 같았구나.


나 같으면 아침 등교길을 환하게 밝혀주는 간만에 내린 눈을 뽀드득~ 뽀드득~ 밟으면서 기분 좋게 갔을텐데 말이다. 하지만 딸아이는 눈 속에 파뭏혀버린 사과나무의 새싹이 얼게 된 것에 마음이 많이 아파서 이런 시를 쓰게 되었다. 

나타난 것에 대한 기쁨보다 감춰진 것에 대한 슬픔에 더 귀를 기울이는 것이 인생에서는 필요할 때도 있겠다. 이런 마음을 자아낸 딸아이가 심신이 다 건강하게 잘 자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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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5.02.27 06:06

이번 주말이 지나면 벌써 봄계절이 시작된다. 25년 동안 유럽에 살면서 이번 겨울만큼 눈이 적고 춥지 않은 때는 없었다. 정말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해마다 한 두 번 고생시키던 감기도 2월 중순까지 한 번도 걸리지 않았다.

속으로 이렇게 하다가 이번 겨울에 무감기 신기록을 세울 것 같았다. 같은 방에 자는 아내가 감기에 들었지만, 거의 다 나을 때까지도 나에게 옮겨지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 목요일 목이 조금씩 아파오더니 콧물, 기침 등으로 이어졌다. 한 집에 사는 식구라 어쩔 수가 없다. ㅎㅎㅎ 함께 사는 딸아이 요가일래는 1월 초순에 이미 감기를 겪었다. 

나는 감기에 들면 가급적이면 철저히 폐쇄적으로 생활하려고 한다. 방을 따로 사용할 뿐만 아니라 가까이 오거나 내 몸에 아무도 손을 대지 못하게 한다. 그런데 이것이 딸에게 가장 힘든 일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아침 인사, 낮 인사, 저녁 인사 등 하루에도 여러 번 포옹으로 한다.

어느 순간 내가 감기에 든 것을 잊어버린 딸아이는 습관적으로 포옹하려고 다가온다.

"안 돼!!!! 아빠 감기 들었어."
"정말 안고 싶어."
"아빠가 감기 나으면 많이 안아줄게."

저만치 떨어져 있던 딸아이는 말한다. 
"아빠, 두 팔을 벌려라. 나도 두 팔을 벌린다. 자 , 우리 포옹하자."
"그래, 우리 포옹했다. 잘 자라~~~"
"아빠, 우리가 이렇게 포옹하다니 정말 미쳐나봐 ㅎㅎㅎ"

어제는 요가일래가 다니는 음악학교에서 노래 전공자 독창과 합장 공연이 있었다. 유명 작곡가를 초대하고, 학생들이 그가 작곡한 노래를 부르는 행사였다. 


"오늘 아빠가 촬영하러 갈까?"
"와야지. 내가 노래 잘 부를거야."
"그래. 알았다."

이렇게 해서 공연 시간에 학교에 가서 노래하는 모습을 영상에 담았다. 노래는 리투아니아어이고, 제목은 "노래가 바람 속에 소리난다"이다.
 


노래가 끝난 후 잘 했다고 꼭 안아주고 싶었으나 아직 콧물과 기침으로부터 해방되지 못했다.
"축하하고 미안해. 아빠가 다 나으면 왕창 안아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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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5.02.23 07:31

올해는 한국을 떠나 산 지 25년이 되는 해이다. 이렇게 세월을 보내다니 한 가지 생활 변화를 꼽으라면 바로 재치기이다. 이제는 라면을 끓일 때나 김치를 담글 때나 늘 재치기한다. 심지어 고춧가루가 든 매운 음식을 먹을 때도 재치기한다. 바로 매운 고춧가루가 코를 자극해서 이를 유발한다. 한국 방문시 식탁에선 재치기가 나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한다.

매운 라면은 외국에 사는 대부분의 한국인에게는 별미 중 별미일 것이다. 아버지만 한국인인 13살 딸아이요가일래는 라면을 좋아하고 잘 먹기 때문에 자기도 완전한 한국인이라고 우겨댄다.

똑 같은 방법으로 엄마가 끓이는 라면은 맛이 없고, 아빠가 끓이는 라면이 맛있다고 한다. 그래서 라면 요리는 늘 내 몫이다. 매울 것 같아 라면스프를 다 넣지 않고 끓여주면 금방 반응이 나온다. 

"아빠, 난 매운 라면을 좋아해. 이번에도 스프 다 안 넣었지?"
"그래"
"앞으로 다 넣어줘."

하지만 건강을 생각해 아주 드물게 라면을 끓여 준다. 지난 금요일 기특하게도 딸아이는 손님 맞이를 위해 큼직한 거실 창문 세 개를 딱는 중이었다. 

"아빠, 오늘 라면 끓여줘."
"매운 것 자주 먹으면 안 좋아."
"반드시 해줘야 돼."
"왜?"
"내가 라면을 먹으면 목 구멍이 따뜻해지고 노래가 더 잘 나와."
"ㅎㅎㅎㅎ 라면을 먹으면 노래를 더 잘 부른다고?! 그럼 오늘 해줘야지."
"내가 음악학교에 갈 때마다 라면을 끓어줘."


라면 꼭 먹으려는 이유를 이날은 노래 부르기에서 찾았다.
 
라면과 노래 부르기라... 

요가일래의 주장대로 정말 매운 라면을 먹으면 목이 트이고 노래를 더 잘 부를 수 있다는 것이 사실로 입증이 된다면 "노래방 가기 전 반드시 라면을 드세요"라는 라면광고가 나올 법하다. ㅎㅎㅎ  

한편 요즘에 요가일래는 매니큐어를 즐겨한다.
"매니규어 안 하면 안 되나?"
"내 친구들이 전부 하고 학교에 와."
"손톱이 숨을 쉰다고 하는데."
"아빠는 나를 사랑해?"
"사랑하지."
"아빠가 나를 사랑한다면 내가 좋아하는 것도 사랑해야지."
"네 손톱은 매니큐어 하지 않아도 예뻐."
"고마운데 그건 아빠 생각이야. 요즘 검은색이 내 스타일이야." 

이렇게 벌써 자기 스타일을 찾아가는 딸아이에게 하지 말라고만 계속 할 수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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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5.02.11 06:33

리투아니아 학교는 시도 때도 없이 시험이 있다. 중간고사나 기말고사가 따로 없다. 과목 선생님이 원하는 시간에 시험을 치른다.

좋은 점은 있다. 벼락치기 공부가 없다는 것이다. 그때그때 배운 바를 확인한다. 시험범위가 좁으니 아이들에게 부담이 덜하다. 부담없는(?) 시험이 학교 생활의 일상인 셈이다.       

학업에 대한 평가에는 크게 상대평가와 절대평가가 있다. 상대평가는 학생의 학업성취도를 그가 속한 반(집단)의 결과에 비추어 상대적으로 평가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면 1개 학급에서 수 10%, 우 20%, 미 40%, 양 20%, 가 10%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이에 반해 절대평가는 집단의 결과는 달리 학생 개개인이 설정한 목표에 어느 정도를 달성했는 지를 평가하는 방법이다. 이에 따르면 학생 모두가 '수'를 받을 수 있다. 

리투아니아 학교는 상대평가제를 취하고 있다. 자녀의 학업성적 확인은 인터넷을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7학년생(중학교 1학년생)인 딸아이의 학급의 1학기 종합성적을 살펴보자.


'수'에 해당하는 전과목 평균 9점 이상 학생수는 29명 중 13명이다. '우'에 해당하는 8점 이상 학생수는 8명이다. 이 둘을 합치면 21명이다. 2/3가 학업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다. 


2월부터는 2학기이다. 지금껏 종합성적에서 9점 이상 학생수는 10명이다.     
   


1학기보다 성적이 다섯 단계나 뛰어올랐다. 부모로서 기분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내일은 시험이 없나?"
"물리 시험이 있어."
"너는 물리가 좀 약하잖아."
"하지만 이번에는 모든 것이 쉽게 이해돼."
"만점 받으면 아빠가 돈을 줄게."
"싫어."
"왜?"
"내가 돈이 아니라 나를 위해서 공부하잖아. 내가 잘 알기 위해서 공부하는 것이니까."
"아빠가 어렸을 때 100점 맞은 시험지를 보여주면 할아버지가 과자 사먹으라고 돈을 주었지. 돈 받는 재미가 솔솔했지. ㅎㅎㅎ"
"난 돈 필요 없어."
"그래 너 말이 맞다. 돈 받으러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너를 위해 지식을 얻는 것이니까 열심히 해라. 약한 물리에서 만점을 받아 네 평균점수가 올라가면 참 좋겠다. 이대로 쭉 가면 최고로 좋은 고등학교에서도 갈 수 있겠다."
"싫어."
"왜?"
"그긴 경쟁이 너무 심해."
"그래도 가면 좋지 않을까? 좋은 대학교에 갈 가능성이 높잖아."
"알았어. 재미있게 공부해볼게."

잠들기 전 딸아이는 인사하면서 덧붙였다.
"오늘 아빠와 얘기를 많이 해서 참 좋았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12.12 07:41

한때 세계 도처를 휩쓸었던 노래 - 싸이의 강남스타일
대중의 관심으로부터 벗어난 지 벌써 상당히 오래 된 것 느낌이 든다.
역시 대중 인기란 이렇게 그 시기가 지나면 별다른 흔적을 남기지 않고 사라진다.

그런데 폴란드 한 웹사이트에서 강남스타일의 위력을 최근 보았다.
폴란드 어느 학교의 종교 시험지에 있는 "강남스타일"이 눈에 확 들어왔다.


9번 문제이다.
9. 크리스마스 때 뭘 부르나?
a) 축제 노래      b) 강남스타일      c) 찬송가

2014년 세계 뉴스의 정점들인 푸틴과 에볼라 바이러스 등이 있는 것으로 보니 시험은 올해 12월에 있었던것으로 추측된다. 세상에 많고 많은 노래 중 강남스타일이 이렇게 폴란드 시험지에 등장하다니... 한때의 강남스타일 인기를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되었다. 

아래는 2013년 6월 에스토니아 초등학생들이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강남스타일 춤을 선보였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4.11.27 07:51

일전에 "중학생이 되자 확~ 변한 딸의 생활상" 글에서 유럽 리투아니아 중학교 1학년생 수업내용을 소개했다. 오늘은 시험 성적표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중학교 1학년생인 딸아이 요가일래는 요즘 흔히 말한다.
"내일 시험 있어."
"또 시험이야!"
"모레도 시험 있어!"
"뭐!?"
"힘들겠다."

그런데 내가 중학교 1학년 때 시험일이 다가오면 밤을 꼬박 새면서까지 공부했는데, 딸아이는 평소처럼 밤 10시에 잠을 잔다. 왜 그럴까?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중간고사나 기말고사가 따로 없어
어느 특정한 날을 정해 그날 하루 내내 모든 과목 시험을 치지 않는다. 과목마다 선생님의 재량에 따라 시험일을 달리한다. 동일한 내용에 대한 수업을 서너 차례 진행한 후 선생님이 이 내용에 대해 학생들이 잘 이해했는지 확인하는 시험을 낸다. 시험공부 분량이 많지 않아서 한꺼번에 힘들게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

비교적 자주 점검하기 때문에 평소 느슨하게 공부하다가 시험일이 다가와서야 벼락치기 공부하는 일이 아직까지는 없었다. 한국에 있는 중간고사나 기말고사가 여긴 따로 없다. 

평가점수는 1-10점이다. 아래는 학생수 29명의 성적표이다. 이번 학기 지금까지 평균성적이 9점(90점)이상이 12명, 8점(80점)이상이 7명, 7점(70점)이상이 7명이다. 80점이상 학생이 19명으로 전체의 과반수가 훨씬 넘는다.


그런데 눈길을 끄는 항목이 있다. 아래 붉은 칸을 한 것이 과목(러시아어)당 평가번수(Pazymiu)이다. 한 학생은 6번, 다른 학생은 10번, 또 다른 학생은 15번이다. 학생마다 다르다. 동일한 번수로 시험을 쳐서 얻은 점수 합계를 나눠 평균점수를 내고 순위를 정해야 맞을 듯한테 그렇지가 않다.



그렇다면 또 다시 그 까닭이 궁금해진다. 그 답이 아래 붉은 칸에 나와 있다. 필기시험 하나만으로 과목당 성적을 평가하지 않고, 그 과목에 대한 지식습득을 평가는 내용이 여러 가지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모든 학생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평가번수가 다르게 표시되어 있다.



성적내용은 복잡다단
성적에 포함되는 평가내용은 이렇다.
실습 
자립작업: 시험문제를 주면 학생들이 교과서나 기타 자료 등을 이용해 스스로 답을 내는 
이론
취합 (반복되는 과제 제출을 종합해서 평가)
다른 기관이 발행한 평가(예, 다른 기관이 주최하는 수학 경시 대회 등 참가해서 얻은 점수)
필기시험
숙제
자립이나 가정 학습 점수 (병 등으로 결석일이 많은 학생의 경우)
일상사 (일반적인 학생들의 일)  
교실일 (예, 교실 환경미화)
프로젝트 (과제 발표)

막상 이렇게 나열해놓고 보니 참 복잡하다. 하지만 과목당 필기시험 하나만으로 단순히 성적을 내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내용을 종합해서 그 과목의 성적을 매기는 것이 특이하다. 그래서 학생마다 평가번수가 다름을 알 수 있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4.09.26 05:51

한국어 수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전화가 울렸다. 딸아이가 전화했다. 혹시 집에서 무슨 일이 있나해서 받기로 했다. 또한 생생한 한국어 대화를 들으면 학생들도 좋아할 것 같았다.

"아빠!"
"왜?"
"집에 올 때 사탕을 30개 사올 수 있어?"
"있지."
"왜 사탕을 그렇게 많이?"
"내일 영어 시간에 내가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데 학생들에게 질문할 거야. 맞으면 사탕을 선물할 거야."
"알았다."

수업을 마친 후 대학교 인근에 있는 가게를 찾았다. 무슨 사탕을 살까 고민스러웠다. 물어보려고 전화했다.

"아빠가 어떤 사탕을 사줄까?"
"사진을 찍어 페이스북으로 보내줘."

* 딸아이와 페이스북으로 주고 받은 내용이다. 한글로 옮겨 적으면 이렇다:

제일 위에 세 번째. 건데 하나 둘 셋 넷 그렇게 세려면 안 돼. 너무 많이 사지마.


정말 좋은 세상이다. 집에 있으면서도 인터넷 덕분에 원하는 사탕을 주문할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이 가게에는 원하는 사탕이 없었다.

"내가 다른 큰 가게에 가서 사탕을 살게."
"아빠, 그럴 필요가 없어!! 그냥 집으로 돌아와. 아빠가 힘들잖아."
"내가 힘들어도 네가 좋으면 좋지."
"정말이지 그럴 필요 없어. 배가 고프잖아. 그냥 빨리 집으로 와."
"벌써 새로운 가게로 가고 있어."
"그러면 아빠가 사고 싶은 것도 사. 내가 돈줄게."
"됐어. 빨리 사서 가져갈게."

이렇게 사탕을 30개보다 훨씬 많은 50개 정도를 사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현관문 여는 소리에 딸아이는 밑으로까지 내려왔다.



"아빠, 정말 고마워. 아빠는 정말 좋은 사람이다."
"내일 영어 프레젠테이션 잘 해라."

감사의 뽀뽀를 막하려는 딸을 제지했다.
"밖에서 왔으니 세수한 후에 뽀뽀해. ㅎㅎㅎ"

강의 후 더 먼 길을 걸으면서 힘들었지만 이렇게 딸을 위해 뭔가를 했다는 것에 피곤을 잊었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4.09.12 05:30

<초유스의 동유럽> 블로그를 운영한 지 벌써 만 7년이 되었다. 이 블로그의 한 부류를 차지하는 아버지와 딸아이 이야기의 주인공 요가일래는 초등학교를 마치고 이제 중학생이 되었다. 

"언제 다 자라나? 휴~"하던 시절이 훌쩍 가버렸다. 이제는 "벌써~ 소녀가 되었네!. 사춘기를 잘 넘겨야할텐데"라는 때다. 아이를 키우면서 힘들 때는 시간이 빨리 가면 참 좋겠다라고 바랬는데 지나고 나니 세월은 역시 빨랐다. 이제 6년을 더 학교 다닌 후 고등학교를 마치고 언니처럼 외국에 공부하러 가면 함께 지낼 시간도 사실 그렇게 많지가 않다.

지난 여름 종종 큰소리로 대꾸하기에 한번 나무란 적이 있었다.
"그렇게 이유없이 대꾸하면 안 되잖아!"
"나도 알아. 선생님이 우리가 그런 나이에 있다고 해서."
"그래도 아빠가 늘 마음이 예뻐야 된다고 네가 아주 어릴 때부터 가르쳤는데 이런 때 그 덕을 좀 보자."
"나도 알아. 아마 이런 날이 빨리 지나가면 괜찮을거야."

더 이상 나무랄 수가 없었다.

9월 1일 요가일래는 한국으로 치면 중학교 1학년생이 되었다. 먼저 유럽 리투아니아의 중학교 수업시간표를 소개하는 것이 좋겠다. 

1주일 수업시간은 총 31시간이다. 초등학교 1학년은 1주일 수업시간이 22시간이다. 6년 후 11시간이 더 추가되었다. 가장 수업시간(5시간)이 많은 과목은 국어인 리투아니아어다. 이어서 영어와 수학이 각각 4시간이다. 역사, 생물, 지리, 러시아어, 체육, 작업이 각각 두 시간이다. 물리, 미술, 음악, 신앙, 정보기술, 학급시간이 각각 1시간이다. 역시 여기도 국영수가 최우선임을 쉽게 알 수 있다. 담임선생님과 조회는 매일 열리지 않고 월요일 딱 1시간이다.


그렇다면 중학생이 된 딸아이의 생활에서 확~ 변한 것은 무엇일까?
9월 1일 개학한 날 밤 다음날 학교에 가기 위해 밤 10시에 잠자리에 드는 딸에게 물었다.

"내일 아침 부모님이 일어나야 돼?" (즉 일어나서 깨우고 아침밥을 챙겨줘야 돼나?)  
"아니. 절대로 그럴 필요가 없어. 내가 이제 중학생이 되었으니까 그냥 부모님은 계속 자세요. 내가 혼자 일어나 아침밥을 챙겨서 먹고 학교에 갈거야."
"정말 그래도 돼?"
"정말이야. 이제부턴 내가 한다. 나도 이제 스스로 해야 할 나이잖아."
"그래. 그 결심을 존중한다."

그 후 며칠 동안 정말 딸아이는 스스로 잘 했다. 어느 날 아침 9시경 일어나 침대에서 뒤척이면서 '오늘도 학교에 잘 가겠지'하고 속으로 딸아이를 칭찬했다. 한참 후 일어나 세수하고 거실로 가는데 딸아이의 방문에 닫혀져 있었다. 혹시나 하고 열어보았더니 딸아이가 여전히 쿨쿨 자고 있었다.

초등학교 때보다 학교에 더 빨리 가고자 하는 욕심에 자명종 시계를 6시 반에 맞추어놓았다. 일어났지만 3개월 여름방학에 여전히 익숙해져 있는 몸을 쉽게 일으켜세울 수가 없었다. 

침실에 있는 아내에게 살짝 와서 상황을 설명하면서 야단을 치지 말자고 했다. 이번을 계기로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스스로 잘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이후 요가일래는 휴대폰 자명을 한 번이 아니라 세 번으로 맞춰놓았다.


딸아이가 중학생이 되니 이렇게 생활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오후에 음악학교로 출근하는 아내는 보통 늦게 잔다. 거의 집에서 일하는 나도 늦게 잔다. 초등학생 때까지는 부모 중 누가 먼저 일어나야 했다. 

"당신이 내일 일찍 일어나 딸아이 등교를 도와줘!"라고 서로에게 미루지 않게 되었다. 

이제 곧 만 13살이 되는 딸아이가 이렇게 스스로 부모 도움없이 등교를 하게 되었다. 이런 자립심이 지속되어 만 18세 성인이 되면 정말 스스로 세상살기에 익숙해질 것이라 믿는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4.05.22 09:57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 중 중학교 3한년생이 한 명 있다. 이 학생은 프랑스어가 특화된 학교에 다닌다. 즉 프랑스어를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제1 외국어로 배우고 있다. 궁금해서 수업 시작하기 전에 물어보았다.

"제1 외국어 프랑스어와 제2 외국어 영어 중 어느 언어를 더 잘하나?"
"물론 영어다."
"왜?"
"영어는 생각하지 않아도 술술 나오는데 프랑스어는 머리 속에서 일단 생각해야 한다."

대체로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유럽에서도 외국어를 잘하는 편이다. 특히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 지방은 리투아니아인, 폴란드인, 러시아인, 벨라루스인 등이 다민족이 살고있어 다언어권이다. 길거리 거지도 3-4개 언어를 구사할 수 있다는 곳이다. 

복잡한 리투아니아어에 비해 영어가 훨씬 쉽다고 다들 말한다. 물론 언어가 쉽다고 해서 그 언어를 누구나 다 쉽게 습득할 수는 없다. 언어 교육이나 학습 방법이 중요하다.

딸아이는 한국으로 치면 초등학교 6학년을 이번 5월말에 마친다. 어제 딸아이의 영어 시험이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어떤 내용이기에? 

시험은 이렇다.
1. 학생 두 명이 한 조를 이룬다.
2. 주제를 준다. 준비를 위해 며칠 시간을 준다.
3. 두 명이 협력해서 영어로 내용을 작성한다.
4. 이 내용을 파워포인트로 작성한다.
5. 선생님과 학생들 앞에서 영어로 영어 문법을 설명한다.

딸아이가 받은 주제는 "단순현재와 현재진행 시제"이다. 인터넷 등에서 자료를 찾아서 영어로 문서를 작성했다. 아래는 딸아이와 친구가 협력해서 작성한 문서이다.


딸아이의 영어 시험 결과가 휴대전화 문자 쪽지로 들어왔다. 10점 만점을 받았다. 아버지로서 관심을 표명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즉각 축하 쪽지를 보냈다.  


아, 문법이나 단어만 달달 외워서 영어 시험 쳤던 어린 시절과 비교하니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초등학교 6학년생이 영어 문법을 영어로 설명하는 시험이라면 장차 이들의 영어 구사 능력은 상대적으로 뛰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4.05.12 08:21

이제 리투아니아에서는 학년이 서서히 끝나간다. 그래서 음악학교에 다니는 딸아이는 학년을 마치는 공연이 이어지고 있다. 그 중 하나가 피아노 공연이다. 음악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자기 전공과는 상관없이 필수적으로 피아노를 배워야 한다.

딸아이의 음악학교 전공을 선택할 때 우리 부부는 딸에게 부담을 주지 말자는데 뜻을 같이해서 피아노 전공을 선택하지 않았다. 대신 노래 전공을 선택했다. 

금요일 음악학교 대강당에서 딸아이의 피아노 연주가 열렸다. 집 거실에서 연주할 때에는 실수 투성이었는데 정말 잘해낼 수 있을까 걱정스러웠다. 


그런데 이날 연주에 대해 딸아이와 아내는 크게 만족했다. 특히 관객들의 박수 갈채에 우리 식구 모두는 고무되었고, 행사가 다 끝나자 아내의 동료 교사들로부터 많은 칭찬을 받았다. 이번 피아노 연주를 지켜보면서 우리 부부는 둘 다 같은 생각을 해봤다.

"이럴 줄 알았으면 피아노 전공을 택하게 할 걸..."

딸아이에게 물었다.
"피아노를 전공하는 것이 좋았을텐데 말이야. 어때?"
"아니야. 피아노가 정말 더 어려워."
"그래도 잘 치니까 사람들이 좋아하잖아. 피아노도 열심히 해봐."
"알았어."



딸아이 덕분에 이날도 우리 가족은 피자집으로 향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04.04 09:13

초등학교 6학년생 딸아이는 이틀 동안 학교에 가지 않았다. 수요일 아침 학교 가려고 하는 데 콧물을 흘리고 기침을 했다. 아직 고열은 없지만, 혹시 시간이 지나면 생길 수도 있어서 학교에 가지 말라고 했다. 

목요일 아침에도 기침했다.
"오늘은 학교에 가도 되잖아?"
"자연과목 시험이 있어 안 갈래. 어제 학교에 안 갔으니 준비가 안 되었어."
"그래도 가야지."
"엄마가 안 가도 된다고 말했어."

목요일 저녁에도 간간히 기침했다.
"내일은 학교에 가야지?"
"안 걸거야."
"왜?
"금요일이잖아."

딸아이가 가벼운 감기 증상인데도 학교에 보내지 않으려고 하는 엄마에게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하루라도 빨리 감기로부터 완쾌돼야 한다. 4월 13일 노래경연으로 텔레비전 출연이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 아파서 학교에 가지 않으니 실팔찌 만드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딸아이  

몸이 아파도 혼이 날까봐, 아니면 적어도 개근상이라도 타야지 하는 욕심 때문에 중고등학교를 모두 합쳐 6년 동안 한 번도 결석하지 않은 아빠로서는 쉽게 납득이 가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유럽에 살다보니 자녀에게 부모의 생각이나 의도를 강요하지 않게 되는 일에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     

아뭏든 요즘 여기 아이들은 참, 좋은 세상에 살고 있다. 약간 기침한다고 학교에 안 가도 누가 그렇게 나무라지 않으니 말이다. 그러니 공부 못 한다고 부모로부터 심하게 꾸중을 듣는다거나 선생님으로부터 매를 맞는 것 자체가 여기서는 상상할 수가 없다. 

아래는 중국 학교 교실을 담은 영상이다. 성적이 좋지 않아서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매질하는 모습이다.    
 


이 영상을 본 우리 집 식구 반응이다.
"어떻게 선생님이 저렇게 학생들을 때릴 수 있지?!" 
"정말 잔인하다."
"나중에 선생님 팔이 엄청 아플텐데..."  

아래는 중국 학교 교실과는 완전히 딴판인 러시아 학교 교실을 담은 영상이다.
학생이 나이든 선생님의 머리에 쓰레기통을 뒤집어 씌운다.
 

이 영상을 본 우리 집 식구 반응이다.
"참으로 러시아스럽다."
"존중이라고는 티클만큼도 없다."
"차라리 중국 교실이 더 좋다."

중국 교실만 보여주면 잔인함에 분노하게 되고, 러시아 교실을 보여주면 훈육매질의 필요성에 공감하게 된다. 선생과 학생간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간의 존중이 완전히 마비된 사회를 이 러시아 교실에서 보는 것 같아 몹시 안타깝다. 

가끔 이런 황당한 생각을 해본다. 적어도 초등학교 4년까지는 일체의 지식교육을 하지 말고, 인간이 지켜야 할 기본덕목을 기르는 인성교육만 했으면 좋겠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03.19 06:54

어제 상상하지 못할 일이 우리 집에 일어났다. 일반학교 수업 중간에 초등학교 6학년 딸아이는 혼자 빌뉴스 시내 중심가로 가야 했다. 학교 가기 전에 가는 방법을 충분히 알려주었지만 그래도 걱정이 되었다. 

부모 동반 없이 이렇게 가는 것은 처음이었다. 이유는 목요일에 있을 노래 공연 장소에서 예행연습을 하기 위해서였다. 걱정이 되어 문자쪽지를 날렸다. 

"버스 타고 잘 가고 있니?"
"내가 벌써 여기 있어."

예행연습 시간이 얼마나 걸리지 몰라서 일단 안심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한참 후 페이스북에 접속하니 딸아이가 사진을 올려놓았다.

제목: "혼자 커피숍에서"


이전에 부모와 함께 찍어놓은 사진을 올렸지라고 순간적으로 생각했다. 왜냐하면 이제 겨우 초등학교 6학년생 딸아이가 혼자 커피숍에 가서 커피를 마실 줄은 생각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흘러 우리 부부는 딸아이가 걱정 되었다. 마침 전화가 연결되었다.

"어디니?"
"커피숍에서 나와서 집으로 가고 있는 중이야."
"뭐라고?
"커피숍."
"네가 커피숍에 혼자 갔단 말이야?"
"맞아. 혼자 커피를 마시니 정말 기분이 좋았어."
"무슨 커피 마셨는데?"
"카페인 없는 카푸치노."


이날 딸아이는 도보로 약 4km를 걸어다녔다. 예행연습을 한 후 그냥 혼자 시내중심가를 산책하고 싶었다고 했다. 예전에 부모와 함께 간 커피숍이 있기에 그냥 들었갔다고 했다.

"아니, 부모한데 알리고 가지?"
"알리면 가지 말고 곧장 집으로 올라고 했을 거야."
"정말 기분이 좋았어?"
"혼자 스스로 커피숍에 가서 혼자 커피를 마시면서 혼자 생각을 즐기는 것이 이렇게 좋을 줄 몰랐어."

딸아이가 이렇게 빨리 난생 처음 혼자 커피숍에 가다니... 
부모의 영역에서 점점 벗어나고 있는 딸아이,
한편으로는 대견하고 한편으로는 아쉽기도 하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4.03.14 09:07

근래에 들어와 학교 수업이 다 끝났는데도 초등학교 6학년생 딸아이의 하교 시간이 늦어진다. 이유는 간단하다. 학교에 남아서 친구들과 놀다가 집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이렇게 계속 놓아두다가는 안 되겠다고 결심한 아내가 수요일 저녁에 한마디했다.

"앞으로는 음악학교에 가지 않는 화요일과 금요일에만 한 시간 정도 늦게 돌아오는 것을 허락한다."
"친구들과 학교에서 노는 것도 정말 중요해. 엄마가 이해해줘야지."
"그래도 안 돼. 숙제도 해야 되고, 음악학교에도 가야 되고."

아내의 결정이 쉽게 이해된다. 자녀들이 학교에 남아서 놀다보면 무슨 일을 하는 지 알 수가 없다. 더욱이 사춘기에 점점 접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어제는 목요일이었다. 어머니의 결정을 하루도 안 돼서 잊어버렸는지 딸아이가 제시간에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오후 3시까지 돌아와야 했다. 딸아이는 3시 조금 후에 돌아오겠다는 문자쪽지를 보냈다. 그런데 시침은 점점 4시로 향해는데 딸아이는 돌아오지 않았다. 또 걱정이 되어서 쪽지를 보냈다. 


답은 이렇다:

내가 빨리 올게. 혼내지마. 친구를 혼내줬어. 엄마한데 내가 그렇게 늦게 왔는거 말하지마.


보통 한국 아이들은 아버지를 무서워하고 어머니를 무서워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정다감하고 자애로운 어머니는 아이들에게 무한한 사랑 그 자체로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바깥 양반 아버지는 아이가 잘못을 했을 때 회초리를 들고 훈계하는 모습이 쉽게 떠오른다. 

어제 목요일 한국어 수업시간에 리투아니아 대학생들에게 물어보았다.

"어렸을 때 아버지를 무서워했나? 어머니를 무서워했나?"

한결같은 대답은 "어머니를 무서워했다."였다. 

"대체로 유럽 아이들은 아버지보다 어머니를 무서워할까?"
"그럴 것이다."
"왜 그럴까?"
"그냥 대대로 ㅎㅎㅎ."

유럽 아이들이 부모가 혼내는 방법 중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바로 허리띠로 엉덩이 맞기다.

자, 왜 딸아이는 목요일 늦었을까? 
친구를 혼내주느라 늦었다고 했다. 여기서 혼내주다는 설득하다가 맞는 표현이다. 학교에서 딸아이가 근래 서로 친하게 지내는 아이가 딸(A)을 포함해서 셋(A, B, C)이다. 그런데 B가 C에게 삐져서 사이가 좋지 않다. B는 딸에게 더 이상 C와 같이 놀지 말 것을 요구했다. 그러자 딸아이는 수업이 다 끝난 후 학교에 남아서 B를 설득했다.

"결과는?"
"친구(B)가 조금 좋아졌어. 내일 학교에 가서 더 말해야 돼. 그런데 내가 오늘 늦었으니 내일(금요일)은 내가 놀지 않고 수업 끝나고 바로 집에 올게."
"좋은 생각이다. 그렇게 하면 일주일에 두 번 늦게 집으로 돌아오는 것을 지키는 것이다."

딸아이의 부탁대로 어제 늦게 온 것을 아내에게 말하지 않았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4.03.10 05:21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이다. 이런 행사에는 점점 감정이 무뎌져 간다. 전날 저녁 식사 식탁에는 우리 집 여성인 아내와 딸아이가 모두 모였다. 딸아이에게 말했다.

"내일 여성의 날인데 아빤 꽃 선물 하지 않을 거야."
"꽃 선물 없어도 아빠가 사랑하는 줄 아니까 괜찮아."
"그래, 마음으로 축하해주면 그만이지. 꽃은 살 필요가 없다."
"맞아."

기분 좋게 딸아이가 맞장구쳐 주었다. 다음날 아침 토요일이지만, 행사 때문에 아내는 출근해야 했다. 식탁에 홀로 아침 식사를 하고 있는 아내에게 축하한다고 말했다.

"꽃은 어디에?"
"마음에서는 전하는 말이면 충분하지 무슨 꽃이 필요하나?!"
"그래도 받으면 여자로서 더 행복감을 느끼지."

아내는 출근하면서 심부름을 부탁했다. 딸아이가 이날 음악축제에 노래공연을 하는 날이었다. 그래서 노래 지도 선생님에게 감사와 함께 여성의 날이라고 꽃 선물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몇 시간 뒤 딸아이와 함께 삼각대와 카메라 가방을 메고 집 근처에 있는 꽃시장으로 향했다.

"아빠는 살아있는 꽃은 사기가 싫어."
"맞아. 며칠 후에 꽃은 시들어버리잖아. 꽃이 참 불쌍해."
"그래, 아빠도 그렇게 생각하니까 꽃을 사기가 싫어.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사야 하는 경우가 있으니 오늘도 그 중 한 날이다."

꽃시장에는 꽃을 사서 한 아름씩 안고 가는 남자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속으로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아내가 다니는 음악학교는 이날 리투아니아 전국 음악학교를 대상으로 음악축제를 개최했다. 딸아이도 한국 노래 '반달'로 참가했다. 아래 영상은 이날 부른 노래이다.


아내는 이날 축제 사진촬영을 담당했고, 딸아이는 축제 결과를 기다렸다. 왼쪽 어깨로는 7kg의 삼각대를 메고, 오른쪽 어깨로는 6kg의 카메라 가방을 메고 먼저 음악학교로 나왔다. 

'자, 무거우니 집으로 곧장 갈 것인가? 아니면 슈퍼마켓을 들어 깜짝 선물을 살 것인가'
깊게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발걸음은 이미 슈퍼마켓 쪽으로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활짝 핀 수선화 꽃 화분보다 이제 막 피려고 하는 수선화 꽃 화분을 골랐다. 그리고 빨간 장미꽃 색을 연상시키는 싱싱한 향기를 풍기고 있는 딸기 두 상자를 구입했다. 거실 탁자에 올려놓았다.


오후 늦게 학교에서 돌아온 아내와 딸아이는 부엌, 욕실, 방으로 다니느라 아직 거실까지 오지 않았다. 한참 후에 거실로 온 아내는 뜻밖의 수선화를 발견했다.

"우와~~~ 믿을 수 없는 일이 지금 우리 집에 일어났다."
"엄마, 뭔데?"
"거실 탁자에 가봐!"

내 두 볼은 두 사람으로부터 하나씩 점령당했다. 늦은 저녁에 두 처남이 아내에게 전화했다. 여성의 날이라고 여동생을 축하하기 위해서다. 수선화 꽃 화분과 딸기를 받았다고 처남들에게 뿌듯해 하는 아내의 말말을 옆에서 들으니 이날 꽃 선물 하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는 나의 신념보다 때론 받는 이의 감정을 더 헤아리는 것이 함께 세상을 살아가는 맛이 아닐까'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Posted by 초유스

중국 여대생들의 특이한 공부법이 유럽 폴란드 누리꾼들 사이에 화제가 되고 있다. 이들 여대생들은 자신의 머리카락을 도구를 이용해 천장에 묶고 공부하고 있다. 바로 졸음방지책이다.


그렇다면 여자는 묶을 머리카락이 있지만, 남자는 어떻게 할까? 한 남학생이 신발 냄새를 맡으면서 졸음을 쫓고 있다. 


중고등학교 다닐 때 졸음방지약을 먹으면서까지 고입과 대입 시험을 준비하는 때가 떠오른다. 지금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어려운 수학문제를 풀지 못해 아내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딸아이에게 종종 한마디한다.

"지금 모르거나 풀지 못하는 것이 있으면 그것을 네가 모르고 못한다는 것을 알기만 해도 돼. 억지로 어떻게 하려고 애써지 마. 시간이 지나면 쉽게 알 수도 있을 거야."

경쟁 지상주의 사회가 유발한 한 단면을 본다. 책상과 책에만 묶어놓고 지식을 습득하는 것보다 너른 세상에서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해주면 좋겠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4.03.04 06:28

부엌에서 복도를 따라 지나다가 열려 있는 방문 사이로 딸아이가 의자에 앉아있는 모습이 보인다. 
"아빠 딸, 허리를 곧곧하게 하고 앉아야지."
"괜찮아."
"허리가 꾸부정하면 나중에 자라면 안 예쁘고, 또 건강에도 안 좋아."
"알았어."

함께 산책을 가다가 옆에서 딸아이가 어깨를 구부리고 걷고 있다.
"딸아, 어깨를 똑 바로 펴고 걸어야지."
"자꾸 잊어버린다."
"처음에는 의식적으로 자꾸 하다보면 나중에는 그렇게 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습관화가 돼."

최근 유럽 누리꾼들 사이에 화제가 된 중국 초등학교 교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한눈에 보기에도 낯설고 우스꽝스럽다. 책상마다 쇠막대기가 설치되어 있어 학생들의 자유분방한 행동을 막고 있다. 

왜 쇠막대기가 설치되어 있을까? 처음엔 이해하기 힘들지만 내려갈 수록 그 깊은 뜻에 공감이 절로 간다. 
[사진출처 demotywatory.pl]


이 쇠막대기는 앉아서 글을 쓰거나, 책을 읽을 때 올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는 도구이다. 보기엔 괴상하더라도 자라나는 어린 아이들이 바른 자세를 갖추는 데 유용하니 참으로 기발하다.

이 사진을 딸아이에게 보여주고, 설명을 했더니 고개를 끄떡였다.
"너희 학교도 이런 책상을 놓아달라고 할까?"
"학생들이 먼저 다 반대할 거야."
"중국에는 저렇게 해서라도 어린이들의 자세를 바루고자 한다. 그러니 너는 바른 자세의 중요성을 잊지 말고 꼭 기억해라. 이 사진을 너 방에 걸어놓을까?"
"됐어. 노력할게."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4.02.27 06:46

며칠 일 전 한국으로 치면 초등학교 6학년생인 딸아이가 전해준 학교에서 겪은 일이다. 

1. 네가 담배 피웠나
학교 화장실에서 담배 냄새가 났다. 생활지도 선생님이 어느 학생이 담배를 피웠을까를 조사하고 있었다. 답은 누가 바로 직전에 화장실을 다녀왔는가이다. 각 반을 돌면서 누가 최근에 화장실을 사용했는지 탐문 조사를 했다. 그 조사 대상에 딸아이가 걸렸다. 같은 반에 누군가 딸아이가 최근에 화장실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학교 화장실을 꺼리는 딸아이인데 이 날 학교 화장실을 사용했다. 이에 딸아이는 생활지도 선생님에게 불러서 입냄새를 맡게 했다. 결과는 딸아이에게서 담배 냄새가 나지 않았다. 

* 사진출처 [facebook.com]

2. 우린 다 사람이잖아
딸아이는 최근 들어 한 해 저학년생인 5학년생들과 학교에서 친하게 지내고 있다. 쉬는 시간이나 방과 후 학교에 남아 이들과 대화하기를 즐겨한다. 그런데 같은 반 친구들이 이상하게 딸아이를 쳐다본다. 이유는 간단하다. 같은 반 친구들과 놀아야지 학년이 다른 학생들과 노는 것은 맞지 않기 때문이다.

* 요가일래 [사진출처 facebook,com]

딸아이의 이유는 간단하다.
"아빠, 나를 이상하게 생각하는 반 친구들이 이상해."
"왜?"
"학년이 다르다고 해서 친구가 도리 수 없다는 것은 잘못되었어. 우리는 사람이니까 친구가 될 수 있어야 돼."
"그래 지위나 연령, 피부, 종교, 민족, 신념과 관계없이 모든 사람들이 서로 부담없는 친구가 될 수 있으면 참으로 좋겠다. 반 친구들이 뭐라고 해도 네가 지금처럼 학년이 다른 학생들과 친구하도록 해. 이유는 네 말처럼  간단하다. 우리 모두는 사람이니까."

이날 따라 딸아이의 "우린 다 사람이잖아" 말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았다. 남녀노소, 지위고하에 얽매여 가장 큰 근본인 "우리 모두 사람이잖아"를 망각한 경우가 참으로 흔한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4.02.19 07:47

스마트폰 앱을 통해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의 과제와 성적, 가정통지문을 즉각적으로 받는다. 선생님이 시험성적을 채점해 컴퓨터에 결과를 입력하는 즉시 집에서 가만히 앉아 이것을 확인할 수 있다. 참 놀라운 세상에 살고 있다.

딸아이는 한국으로 치면 초등학교 6학년생이다. 며칠 전 딸아이가 학교에 있는데 지리 성적을 앱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런데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최하점이었다. 잘못 기재가 된 듯했다. 왜냐하면 지리 시험을 대비해 시험 전날 늦도록까지 열심히 공부했기 때문이다. 

휴식 시간에 딸아이로부터 문자쪽지가 왔다. 집으로 돌아오면 혼이 날 수 있기 때문에 미리 상황을 설명하고자 했다. 

딸아이가 설명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바로 시험지에 있는 지도와 바다를 표시하는 숫자가 불분명했기 때문이다. 시험지를 보지 않았으니 선뜻 이를 이해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일단 집으로 온 후에 다시 상의하자고 했다. 

그런데 딸아이의 문자쪽지에 눈길을 끄는 내용이 있었다. 번역하면 이렇다.
"엄마를 사랑해.  Y.o.l.o. 인생은 한 번이야. 우린 한 번만 살아."
이에 대한 엄마의 답이다.
"그러니까 우린 노력해!!!"
 

시험에서 최하점을 받고도 부모를 두려워하지 않고 "인생은 한 번이야"라고 답하는 12살 딸아이가 외계에서 온 사람으로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좋지 않은 시험 성적 결과가 나왔을 때 선생님과 부모에게 가슴 조아리던 어린 시절의 모습이 떠올랐다. 중학교 때 학급 성적이 낮아서 반 전체가 운동장에서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밀대로 매를 맞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집으로 돌아온 딸아이가 시험지를 보여주었다. 정말이지 딸아이를 이해할 수 밖에 없었다. 이제 비판의 화살은 작고 희미한 세계 지도를 가지고 시험을 보게 한 지리 선생님을 향했다. 당장 지리 선생님에게 전화해 항의하고 싶은 마음이 일어났다. 우리 부부는 재시험이 안 된다면 교장 선생님에게 항의할 태세였다. 

선생님을 나무라지 마
"선생님을 나무라지 마. 정말 좋은 선생님이야."
"네가 재시험에 동의하는 학생들을 모아서 선생님에게 한번 말해봐."
"내가 학생이니까, 내가 해결해볼 게. 선생님에게 다시 시험을 치를 수 있는 지를 물어볼 거야. 선생님은 좋은 사람이니까 안 좋게 말하는 것은 좋지 않아."

다음날 학교에 다녀온 딸아이는 기분이 좋아보였다.

"지리 선생님하고 얘기해봤어? 다시 시험을 볼 수 있게 해준데?"
"그렇게 하기로 했어."
"네가 어떻게 말했는데?"
"지도가 희미하다 말하지 않았어."
"그럼, 어떻게 말했어?"
"내가 지도를 잘 볼 수 없어서 다 알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답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어. 그러니까 다시 시험을 보고 싶다고 말했어."

지도가 희미한 것을 탓하지 않고 지도를 잘 보지 못한 자기를 탓하는 딸아이가 기특했다. 나쁜 성적에 기죽지 않고 부모 참견 없이 재시험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딸아이에게 재시험 기회를 제공한 선생님도 멋지다. "시험 성적에 연연하지 말라"라고 가르치지만, 뜻하지 않게 최하점을 맞은 딸아이를 보니 안타까웠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4.02.17 07:55

또 2년이 지났다. 매년 2년마다 유럽 리투아니아에는 '다이누 다이넬레'(Dainų dainelė, 직역하면 '노래 중 노래 한 곡') 노래 대회가 열린다. 이 대회는 1974년에 시작되어 4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변함없이 지속적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리투아니아 정부 교육부, 리투아니아 텔레비전 방송사, 그리고 츄를료뇨 예술학교가 조직한다. 참가는 유치원생부터 학생까지(3세에서 19세까지) 원하는 사람 모두이다. 지금까지 역대 참가자수는 총 20여만명이다. 리투아니아 인구가 320만여명이니 이는 엄청난 숫자이다. 

리투아니아 전국에 있는 60개 자치정부가 참가한다. 5000여명의 참가자는 4개 연령별로 나눠진다. 심사기준은 조음(調音), 음성, 노래 선곡과 해석, 예술성, 무대 태도이다, 만점은 25점이고, 절대평가다. 이 대회는 전체 다섯 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1단계: 학내 경선
2단계: 시별 경선
3단계: 도별 경선
4단계: 전국 경선 (TV 중계)
5단계: 최종 입상자 TV 공연 (국립 오페라 극장)


참가자는 3단계까지 리투아니아 민요 1곡 + 자유 선곡 2곡을 불러 평가를 받는다. 4단계에서는 3곡중 10명의 심사위원들이 지정한 곡으로 텔레비전 무대에서 부른다. 

음악학교에서 노래를 전공하는 딸아이 요가일래도 이 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1월 중순 3단계 경선에서 성공해 4단계로 올라가게 되었다. 2012년에도 요가일래는 4단계 TV 경선에 참가했다.


* 2012년 TV 경선에 참가해 노래 부르는 요가일래

어제 일요일 요가일래는 4단계 TV 무대에 출연해 노래 부르는 동료 친구들을 격려하기 위해 방송국을 다녀왔다. 집으로 돌아오더니 3월 초순에 있을 자신의 TV 출연을 위해 열심히 노래를 연습했다. 이번에 심사위원들이 선정한 노래는 다름 아닌 한국 동요 "반달"이다.



"이번에는 한국 노래가 선정되었으니 한복을 입고 노래해야겠네?"
"물론이지. 이제 맞는 한복도 있잖아."
"너 덕분에 한복과 한국 노래가 리투아니아 전국 방송을 타게 되었네."
"아빠, 기분 좋지?"
"당연하지. 노래 잘해서 고마워. 앞으로도 잘해라."
"고마워."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01.10 08:13

고민 끝에 차는 건물 앞에 주차
요즘 곧 한국을 방문하게 되어 무척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수요일 아내는 동료 교사와 딸아이를 차에 태우고 유명 성악 교수를 찾아갔다. 다가올 노래 경연대회를 앞두고 조언을 받기 위해서다. 방문을 마친 후 딸아이를 집에 데려다주고 학교로 향했다.

잠시 고민했다. 차를 아파트 마당에 주차해 놓고 집에서 가까운 학교에 걸어갈 것인가 아니면 차로 학교에 갈 것인가. 동료 교사를 태우고 있는지라 그냥 학교까지 차로 가기로 했다.

학교에 도착해 또 다시 고민했다. 인근 도로가에 주차할 것인가 아니면 학교 건물 앞 좁은 길에 주차할 것인가. 마침 공간이 있어 학교 건물 앞에 차를 주차했다. 그리고 2층에 있는 교감실에서 커피를 마시고 창문으로 내려다보았다. 주차한 후 10여분 정도 지났다. 

믿기 어려운 상황 전개 - 트렁크에서 연기가 새어나와    
눈 앞에 있는 차 트렁크에서 연기가 엄청 새어나오고 있었다. 믿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바로 우리 차였다. 112로 소방소에 즉각 신고했다. 그런데 벌써 소방대가 오는 소리가 들렸다. 행인이 연기나는 자동차를 보자마자 신고했기 때문이다. 

우리 차와 아내는 갑자기 학교의 학생들과 동료 교사들로부터 집중 관심을 받았다. 4명의 소방대원들이 달려와 트렁크에서 막 번지려고 하는 불을 소화기를 사용하지 않은 채 모포로 쉽게 진화했다.


한국 차를 샀어야지
한국 차를 가지고 있는 한 동료 교사의 반응이 인상적이었다. 
"봐! 이런 비싼 차 사지 말고 한국 차 샀으면 아무런 문제없이 잘 굴려갈텐데 말이야!"

아내는 잠시 동안 충격에 빠졌지만, 동료 교사들의 격려에 감사할 사항을 찾았다. 만약 차를 아파트에 주차해 놓았더라면, 만약 차를 학교 건물 코 앞이 아니라 도로가에 주차해 놓았더라면 고스란히 우리 차는 앙상한 뼈만 남았을 것이다. 승용차 한 대가 전소되는 데에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기 때문이다. 


행인의 전화도 도움됐고, 또한 소방소가 바로 인근에 위치해 있다. 더욱 다행스러운 일은 기름통 반대편 트렁크에서 불이 붙기 시작했다. 트렁크에 있는 전기배선에 이상이 생겨 화재가 발생했다.    

심리적 안정을 찾은 아내는 곧 바로 보험사로 전화해 후속조치를 밟아갔다. 종합보험에 들었기 때문에 보험처리가 되고, 또한 수리하는 동안 차량 지원까지 받을 수 있게 되었다. 평소 알고 지내는 자동차 전기 수리사가 순간 떠올랐다. 그로부터 좋은 조언을 얻었다.

BMW 서비스센터로 
"BMW 차 제작결함의 가능성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일단 BMW 서비스센터에 전화를 해서 상의해보는 것이 좋겠다."


그의 조언 덕분에 어제 견인차로 BMW 서비스센터로 우리 차를 보냈다. 이곳에서 빠른 시일내 정밀진단을 한 후 결과를 알려주겠다고 했다. 사고난 차를 많이 견인하는 운전사의 말은 불행을 잊게 하기에 충분했다. "당신 차는 정말 운좋았다."    

이렇게 새해 첫 번째 달에 승용차 한 대를 공중으로 날릴 뻔했다. 불행 속 다행에 감사하면서 잠시 말썽을 피운 지금의 차에 더 애정이 간다. 하지만 "한국 차 샀으면 아무런 문제없이 잘 굴려갈텐데 말이야!"라는 동료 교사의 말이 오랫동안 귓가에 맴돌 것이다.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13.12.02 06:01

미국인들은 유럽 나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Buzzfeed.com이 최근 조사를 실시했다. 미국인들에게 유럽 지도를 주고 어느 나라가 어디에 위치해 있는 지 기재하도록 했다. 그 결과는 어떨까? 

영국, 프랑스, 스페인, 독일, 이탈리아 등 서유럽의 몇몇 나라를 제외하고는 맞는 답이 거의 없다. 특히 동유럽 나라들에 대한 지도상 위치는 혼란스럽다. 

어떤 사람은 우크라이나 땅에 유명 배우 보랏(Borat)의 나라 카자흐스탄을 기재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석사학위까지 있다는 사람은 우크라이나 땅에 러시아를 기재했다. 

폴란드 땅에는 노르웨이, 오스트리아, 체코, 독일이 기재되었고, 리투아니아 땅에는  빈 공간이 많았고, 심지어 Latvuastonia 새로운 이름이 기재되었다. [사진출처: image source link
































관심 있는 독자들은 아래 지토를 가지고 자신의 지식을 한번 점점해보는 것도 좋겠다.


이번 주에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세계지도를 놓고 나라 찾기를 해보는 놀이도 권장할 만하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