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11. 8. 29. 08:19

신언서판(身言書判)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동양에서 옛부터 인물을 평가하는 척도로 강조되었다. 풍채, 말, 필체, 그리고 판단력이다. 누구나 어렸을 때 글씨를 또박또박 잘 쓰라라는 말을 들었을 것이다. 필체는 인격이라는 말도 있다. 학교 다닐 때 글씨를 잘 쓰보려고 부단히 노력한 적이 있었다. 

요즈음은 문서를 작성할 때 손으로 직접 써야 할 일이 거의 없다. 서체를 선택한 후 컴퓨터 자판기를 두들겨서 인쇄하면 된다. 이젠 손으로 글쓰기가 무척 낯설다. 유럽에 살다보니 로마자를 자주 쓴다. 특히 편지봉투에 주소를 필기체로 써고 난 후 제대로 우체부가 알 수 있는 지 확인하곤 한다.

특히 필기체 소문자 "L"이 "E", "A"가 "O"로 오인되지 않을까 유의한다. 유럽에서 문서을 손으로 작성할 경우 "대문자 인쇄체로 작성하라"라는 문구를 흔히 볼 수 있다. 정확성을 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폴란드 웹사이트 조몬스터에 올라온 사진이 눈길을 끌었다. 이는 폴란드 사람들이 편지봉투에 쓴 주소이다. 어떤 주소는 우체부 아저씨들이 해독하느라 고생을 많이 할 듯하다. 
[사진출처 | image source link]

▲ 폴란드 사람들이 편지봉투에 표기한 거리 이름과 도시 이름
 

이 사진을 보니 20여년 전 한국에서 겪었던 일이 떠올랐다. 당시 유럽에서 3년을 꼬박 살다가 일 때문에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어느 날 필름을 사진관에 맡기고 인화할 수만큼 해당 필름에 숫자를 표기했다. 며칠 후 사진을 찾으려 갔는데 의외의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사진 봉투가 기대한 것보다 훨씬 두꺼웠다. 1장을 인화하라고 한 모든 사진이 7장으로 인화되어 있었다. 

"아저씨, 1장 인화하라고 숫자 1(아래 사진 가운데)을 표기했는데 왜 7장을 인화했나요?"
"여기 봐요. 숫자 1이 아니라 숫자 7이잖아요."
"아, 제가 유럽에서 익숙해졌던 숫자 표기 때문이네요."


▲ 일반적으로 표기하는 숫자 1(왼쪽), 유럽 사람들이 흔히 표기하는 숫자 1(가운데), 유럽 사람들이 흔히 표기하는 숫자 7(오른쪽). 한국의 사진관 아저씨가 가운데 숫자를 7로 읽었다.

사진관 주인은 내가 쓴 1자를 7자로 읽었던 것이다. 결국 이 1자 때문에 사진값을 7배나 지불했다. 그 후 한국에서 1자를 쓸 때마다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했다.
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11. 1. 18. 08:17

신언서판(身言書判)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동양에서 옛부터 인물을 평가하는 척도로 강조되었다. 풍채, 말, 필체, 그리고 판단력이다. 어렸을 때 자주 듣던 말이 떠오른다. 바로 글씨를 또박또박 잘 쓰라라는 것이다. 필체는 인격이라는 말도 있다. 학교 다닐 때 글씨를 잘 쓰보려고 무척 노력했다.

하지만 컴퓨터를 본격적으로 사용한 후부터 직접 손으로 글씨, 특히 긴 문장을 쓰는 때가 극히 드물다. 자판을 두드리고 인쇄하면 문서가 쉽게 작성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즈음은 글씨 쓰기가 점점 서툴어진다. 최근 폴란드 누리꾼들 사이에 화제가 된 필체 관련 글이 스스로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사진출처 / photo source 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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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치원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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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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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등학교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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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자 경력 3년 후

이제부터라도 자판기 앞에서 잠시 쉴 때 종이 위에 글씨 쓰기를 연습해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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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