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첫면2014. 12. 5. 06:38

어느 날 12살 딸아이가 이베이로 물품을 사달라고 졸라대었다. 현금으로 살 수 없고 신용카드로 구입할 수 있으니까 부탁했다. 비용도 자기가 내겠다고 했다. 아직 부모가 한 번도 이베이를 통해 물품을 구입하지 않았는데 이제 12살 딸아이가 구입하겠다고 하니 이상했다. '아, 우리 부부는 이제 구세대가 되었구나!'라고 하면서 딸아이의 부탁을 끝내 들어주기로 했다.

"무엇을 사려고 하는데?"
"실을 사고 싶어."
"리투아니아에서도 실을 살 수 있잖아."
"그런데 여긴 실 색이 그렇게 많지가 않아."
"그냥 적더라도 만족하면 안 될까?"
"다양한 색으로 실팔찌를 만들고 싶어."
"그래. 알았다."

이렇게 해서 이베이에서 딸아이는 난생 처음으로 물품을 구입하게 되었다. 주문한 지 1주일후부터 딸아이 요가일래는 아파트 입구 안쪽에 마련된 우편함을 매일 확인했다. 소포가 왔음을 알려주는 우체국 통지서를 학수고대했다. 2주가 지나고, 3주가 지나도 물품은 오지 않았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배송지가 중국이라 점점 기대하는 마음이 사라졌다. 그냥 생돈을 날린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편할 것 같았다. 하지만 다행히 한 달후 소포가 마침내 도착했다.  


요가일래는 수많은 실 색상 앞에 넋이 나갈 정도로 기뻐했다. 



이렇게 실을 구입한 이유는 바로 실팔찌를 만들기 위해서다. 유튜브 영상을 통해 실팔찌를 짜는 방법을 터득한 요가일래는 시간이 나는 대로 실팔찌를 짜고 있다. 모양을 구상하고, 그 방법을 찾는 것이 복잡하지만 일단 이를 찾으면, 그 다음부터는 반복적으로 해야 하는 단순한 작업이다. 옆에서 지켜보니 인내심과 평정심을 키우는데 참 좋은 것 같았다. 



실팔찌를 만들어 자기 팔을 장식하기도 하고, 선물을 하기도 한다. 아래는 직접 만든 실팔찌를 미국에 살고 있는 친구에게 보내려고 상자에 담았다.



* 이베이에서 구입한 실로 실팔찌를 만들어 팔에 장식하고 어제 피아노 연주를 한 요가일래


자꾸 짜다보니 실팔찌의 문양이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주변에 실팔찌를 만들어 달라는 사람들도 생겼다. 힘들지만 스스로 만들어 주는 선물이라 더욱 값지다. 이럴 줄 알았으면 사달라고 조로기 전에 색실을 빨리 사줄 것을 아는 아쉬운 마음이 든다. 이베이를 통해 또다시 색실을 사달라고 하면 이제는 두 말하지 말고 우리 비용으로 사줄 준비가 되어 있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4. 3. 17. 08:23

또 한 주말이 지나갔다. 이번 주말 유럽 리투아니아 전역 날씨는 여기 현지인들 표현대로 "개같은" 날씨였다. 비가 오고, 눈이 오고, 강풍이 불고, 해가 났다. 해가 쨍쨍해 밖에 가야겠다고 마음 먹자 이내 눈이 쏟아졌다. 바람이 없어 산책가고자 하면 금방 강풍이 불어서 가로수가 휘청거렸다. 이런 날씨에 상책은 그냥 집에 있는 것이다. 

* 이번 주말 서양란 뒤 하얀 구름이 어느 순간 몰려와 하얀 눈을 뿌렸다

주말에 식구 셋이서 모두가 자기 방에서 시간을 보냈다. 초등학교 6학년생 딸아이는 아무런 기척없이 여러 시간을 보냈다. 학생들은 주말에 학교 숙제가 없다. 그래서 하고 싶은 일을 한다. 물론 텔레비전이나 컴퓨터를 오래하면 부모의 조언이 따른다. 딸아이가 무엇을 하나 살펴보니 열심히 실로 팔찌를 짜고 있었다.

"지금 뭐하니?"
"언니 생일에 줄 팔찌 선물을 만들고 있어."
"안 어려워?"
"쉬워."
"어떻게 배웠니?"
"유튜브에서."


"허리 아플테니 쉬면서 해."
"언니 거 끝나면 엄마 거 만들고, 그리고 아빠 거도 하나 만들어줄게."
"그래? 수호신으로 모셔야겠네."
"이제 팔찌 사달라고 조르지 말고 이렇게 직접 만들어 사용하면 좋겠다."
"당연하지."

* 실팔찌 모두가 직접 짠 것이다

이렇게 주말에 공부에 시달리지 않고 실로 팔찌를 짜면서 시간을 보내는 딸아이가 부럽다. 한편 텔레비전이나 컴퓨터, 인터넷이 없던 옛날 옛적에 베를 짜는 선조들의 모습이 비치는 듯했다.

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10. 4. 11. 07:46

요즘은 가끔 마시던 술도 별 생각이 없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이 만나면 술을 마시지 않더라도 분위기를 위해 첫 잔을 받아놓은 것이 예의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거부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따놓은 병마개를 만지막거리면서 그저 함께 대화를 나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리투아니아 야영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병마개들

이 병마개를 보통 사람들은 그냥 쓰레기통에 버린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금속예술가 Yoav Kotik (kotik-design.com)은 이것을 버리지 않고 여러 장식품을 만드는 데 재활용하고 있다. 그는 이 병마개를 이용해 반지, 목걸이, 팔찌, 귀걸이 등을 만들고 있다. 역시 사람에 따라 세상에는 버릴 것이 하나도 없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 (사진출처, source link)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최근글: 내 캠코더에 잡힌 폴란드 카친스키 대통령 생전의 모습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아래 손가락 추천 버튼을 꾹 눌러주세요~! 클릭하시면 -> 구독+하실 수 있습니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