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14. 7. 16. 07:59

유럽에서는 처녀파티가 유행이다. 여름철 주말에 도심이나 놀이공원 등에는 젊은 여성들이 획일적인 옷을 입고 무리 지어 돌아다니는 모습이 쉽게 눈에 띈다. 이는 바로 곧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를 위한 파티이다. 무리 중에 머리에 꽃을 꽂았거나 옷차림이 다른 사람이 바로 예비 신부이다.

일전에 라트비아 벤츠필스(Ventspils)의 한 공원에서 처녀파티 일행을 만났다. 이들은 예비 신부의 눈을 가리고 나타났다. 과연 신부에게 어떤 임무가 부여될까 궁금했다. 물론 예비 신부는 이를 모른다.      


예비 신부는 친구들에 이끌려 한 놀이기구에 다가갔다. 그리고 안전장치를 다 갖출 때까지 여전히 눈은 가려져 있었다. 준비가 완료되자 가리개를 풀어주었다. 겁 많은 예비 신부라도 이제 어쩔 수가 없었다. 하늘로 나를 수 밖에 다른 방도가 없었다.   


순간적으로 하늘로 튕겨올라가자 예비 신부는 공포로 괴성을 질렸다. 그리고 눈에는 눈물마저 흘렀다. 



친구들은 임무 완성을 마친 예비 신부를 보듬어 안아주었다. 하지만 이날 당한 공포 순간은 한 동안 지속될 것이다. 라트비아 예비 신부에게 행복한 결혼 생활을 기원한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 2. 10. 07:02

유럽인 아내의 조카가 30살 생일을 맞아 토요일 잔치를 열었다. 그는 리투아니아 국가 대표 축구 선수이자 러시아 프로 축구 선수이다. 특이한 사람이다. 보통 운동 선수들은 육식을 즐기는 데 그는 채식주의자다. 오래 전부터 육식은 전혀 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 집에 오면 그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바로 밥과 김치이다.

유럽 사람들은 30살 생일을 아주 성대하게 치른다. 그는 30이라는 숫자에 맞게 친척과 친구를 포함해 30명을 빌뉴스 텔레비전 탑 19층 하늘 식당으로 초대했다. 

이런 초대를 받으면 선물을 무엇으로 할까가 늘 고민이다. 

여러 가지 궁리 끝에 물질적으로 부족한 사람이 아니므로 의미있는 무엇인가를 선물하는 것이 좋겠다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래서 떠오르는 물건이 그가 우리 집에 왔을 때 가장 잘 먹는 음식인 김치였다. 

알고 지내는 한인에게 전화했다. 마침 김치를 6kg 정도 곧 담글 예정이라고 했다. 김치만 달랑 줄 수 없으니 50도짜리 리투아니아 전통 꿀술도 준비했다. 10년을 1kg로 계산해 김치 3kg를 유리병에 담았다. 그리고 붉은 고춧가루에 어울리는 붉은 열매꽃을 꽃가게에서 샀다. 이렇게 선물이 마련되었다. 

토요일 저녁 7시에 텔레비전 하늘 식당에 도착했다. 빙빙 돌아가는 식당이다. 식사하면서 창 밖에 펼쳐지는 야경을 구경할 수 있다. 그런데 이날 온도가 영상의 날씨라 늦은 오후부터 안개가 깔리기 시작했다. 결국 의도한 것과는 달리 전등빛 도시 야경을 즐길 수 없었다.

"붉은 색 김치, 50도 활활 타오르는 꿀주, 붉은 색 열매꽃처럼 앞으로도 계속 열정으로 살기 바란다."라고 말하면서 조카에게 선물을 건냈다. 뜻밖의 김치 선물에 조카는 몹시 기뻐했다.


"와, 정말 아껴 먹어야겠다. 오늘 식사에 이 김치 내놓으면 최고일 거야."
"뭐 오늘은 여기 고급 음식 먹고... 김치는 네 말대로 집에서 아껴 먹어... ㅎㅎㅎㅎ"

이 색다른 선물에 주위 사람들도 좋은 반응을 보였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아내에게 한마디했다.

"앞으로 선물은 고민하지 말고 선물용 그릇에 김치를 담아주면 되겠다."
"나도 동감이야. 오늘 사람들 반응을 보니 정말이지 앞으로는 김치가 최고일 듯."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3. 11. 6. 06:51

어제 11월 5일 딸아이가 만 12살이 되었다. 같은 띠를 만나는 뜻깊은 생일이라 다른 해와는 좀 다르게 축하해주고 싶었다. 가까운 친구들뿐만 아니라 같은 도시에 사는 일가 친척도 초대하기로 했다. 보통 생일 행사는 선물과 친구 초대였다. 


딸아이가 학교에 간 사이 아내는 역할 분담을 제안했다. 나는 12개의 풍선을 불어서 거실에 주렁주렁 매다는 것이었다. 공기를 넣는 도구가 있어서 힘은 덜 들었다. 그런데 나중에 학교에 돌아온 딸아이가 말했다.

"아빠, 저 풍선 누가 매달었어?"
"내가."
"정말 고개 아파겠다."


천장을 향해 고개를 쳐들면서 풍선 12개를 매다는 일이 딸아이에겐 아주 어려운 일로 비쳐졌다. 바닥에서 풍선을 실로 묶어서 걸기만 했는데 말이다. 진실은 말하지 않았다. ㅎㅎㅎ 

자, 그럼 아내의 일은 무엇이었을까?

딸아이의 침대에 아주 어렸을 때부터 딸아이가 가지고 놀았던 인형들을 모두 올려놓았다. 딸아이는 자기가 애주중지 사용하던 물건들을 쉽게 버리지 못한다. 그래서 인형들을 상자 세 개에 다 담아놓았다. 


아내는 딸아이가 이제 12살이 되었으니 앞으로는 더 더욱 인형하고 놀 기회가 없을 것이라는 점에 착안했다. 상자에서 인형 모두를 꺼내 전시했다. 마치 인형들이 그 동안 놀아준 데에 대한 고마움을 표하는 동시에 생일을 축하케했다. 앞에는 긴 풍선을 놓았다. 풍선에는 한국어. 리투아니아어, 영어, 에스페란토 4개 언어로 "생일 축하해요"라고 썼다. 


학교에서 돌아와 자기 방에 들어온 딸아이의 반응은 그야말로 환상적었다. 엄마의 깜짝 축하에 기분이 최고였다. 

풍선을 불어 매달고, 미역국을 끓이고, 여러 음식을 요리하고, 손님들을 접대하는 데 하루 종일을 보냈다. 특히 아내의 인형 축하 발상은 최고였다. 인형들이 축하하면서 "이젠 어린 시절은 안녕!"이라는 암시를 하는 듯했다. 그 어느 때보다도 딸아이는 행복한 생일을 보냈을 것이라 믿는다.

Posted by 초유스
영상모음2013. 8. 21. 06:33

발트 3국을 여행하는 중 특히 여름철 주말이면 똑 같은 복장을 하고 시내를 돌아다니는 여자들이나 남자들을 만날 수 있다. 이들은 때론 노래를 부르면서, 때론 구호를 외치면서, 때론 집단 놀이를 하면서 행인들의 관심을 끈다.

이들은 다름 아닌 결혼일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신랑과 그 남자친구들, 신부와 그 여자친구들이다. 미혼의 즐거움을 마음껏 만끽할 수 있는 기회이다. 이를 흔히 총각파티, 처녀파티라 부른다. 일전에 탈린에서 처녀파티 일행을 거리에서 만났다. 
 


발랄한 일행이다. 이날의 즐거움처럼 결혼을 맞이하는 여성에게 늘 밝음과 쾌활함이 함께 하길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2. 7. 23. 06:46

종종 주말에 도심으로 산책가다 보면 똑 같은 옷을 입고 돌아다니는 아가씨 무리들을 볼 수가 있다. 영문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대체 저 아가씨들이 왜 저렇게 다닐까 궁금증을 가질 수 있다.

일전에 한국에서 온 관광객들을 안내하느라 카우나스(Kaunas) 구시가지를 다녀왔다. 건물만 보여주는 따뿐한 관광에 리투아니아의 한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광경이 펼쳐졌다. 

앞치마를 두른 젊은 여성들이 광장에 앉아있었다. 이들은 다름 아닌 처녀 파티 일행이었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보통 결혼식 일주일 전에 가까운 여자 친구들이 모여서 마지막 처녀 시절을 마감하는 파티를 연다. 물론 총각 파티도 당연히 있다.    
         

이들은 돌아다니면서 예비신부에게 과제를 준다. 그리고 신부는 과제를 이수하면서 상대방에게 방명록에 축하의 말을 부탁한다. 


우리나라 관광객 한 분이 축하의 글을 썼고, 또 다른 한 분은 축의금까지 주었다. 받기를 사양하는 예비신부에게 한국의 풍습은 작으나마 정성을 주고싶어한다고 말했다. 한국인과 리투아니아인이 서로 기쁨을 누리는 순간이었다.


Posted by 초유스
영상모음2012. 1. 21. 07:33

주말이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생일이나 기념일이 주중이라도 주말로 연기해서 잔치를 연다. 주로 금요일이나 토요일에 한다. 음식이 남으면 다음날 다시 손님들을 초대해 나눠 먹는다. 

▲ 이런 젊은이 생일파티에 손자의 파트너로 할머니가 앉아있다고 생각하면......
 
 
어젯밤 우리 가족을 즐겁게 한 동영상이 있어 소개한다. 리투아니아 사람들 이야기다. 손자와 할머니간 대화를 담은 동영상이다. 설명은 동영상 바로 밑에 있다.  


"할머니, 금요일 저녁에 뭐하세요?"
"왜?"
"여자 친구 생일 잔치가 열리는데 저를 초대했어요. 그런데 반드시 파트너하고 가야 돼요. 그래서 할머니하고 같이 가고 싶어요."

0:14 손자의 황당한 초대를 받고 할머니가 거의 실신하듯이 반응한다.

"모두 집에 있나?"라고 할머니가 오른쪽 눈썹 옆에서 검지를 돌리면서 말한다. 
(뜻은: 뇌가 제대로 작동하는 거니? 너 바보지?...)
"할머니, 정말입니다."
"하하하하하~~~" 소녀처럼 박장대소하는 할머니가 돋보인다.
"할머니, 정말입니다."
"네가 농담을 좋아하는 지 나는 미처 몰랐네."
"할머니, 정말입니다. 반드시 파트너하고 가야 돼요. 어떤 파트너인지는 전혀 관계가 없어요. 가실 거요? 안 가실 거요? 한 시간 안에 가야 돼요." 
"내가 안 가지."
"왜요?"
"이것 정말 재미난 농담이다. 웃으면 아프지 않는다는 것을 네가 어디서 읽은 것 같다. 그래서 내가 아프지 말도록 네가 농담한 것이다."
"맞아요."
"네가 정말 좋은 일을 내게 했다."
"(할머니) 울었어요."
"웃어서 울었지."


할머니를 생일파티 파트너로 데리고 가고자 하는 손자의 재치와 이를 받아들이는 할머니의 반응이 참 재미있다. 세대간 대화가 부족한 오늘날 할머니와 손자의 이런 정감어린 대화가 참으로 인상적이다.
 
* 최근글: 같이 늙어가는 주제에 왜 투덜댔을까 한심해    
 


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11. 2. 22. 07:10

지난 토요일 아침 고3 딸아이가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는지 확인하기 위해 방문을 열었다. 방안에는 술 냄새가 가득했다. 얼마나 술을 많이 마셨기에...... 딸아이는 이날 오후 1시경에 잠에서 깨어났다.

"오늘 몇시에 집에 돌아왔는데?"
"새벽 5시."
"혼자 오는데 안 무서웠나?"
"술 취했는데 당연히 안 무서웠지. ㅎㅎㅎ"
"얼굴이 너무 창백하다."
"이젠 술 잔 보기도 싫다."
"나도 옛날에 1년 동안 술 한 방울 먹지 않았던 때가 있었지."

졸업시험 100일을 앞두고 지난 금요일 고등학교 3학년 전체(약 2백여명)가 시내 중심가에 클럽을 빌려서 파티를 열었다. 학생당 50리타스(약 2만2천원)를 거두었다. 이는 임대료 10리타스 + 칵테일 4잔 40리타스이다. 밤 10시에 시작해 다음날 새벽 5시까지 놀았다.

고교 졸업시험이 대학교 입학과 장학금 수여여부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리투아니아 고등학생들도 많은 중압감을 느낀다. 하지만 시험은 3과목이다. 전공여부에 따라 과목은 달라진다. 딸아이는 리투아니아어, 영어, 수학을 선택했다.

리투아니아 고등학교 3학년생들의 이날 파티 모습을 사진으로 소개한다. * 출처:
http://www.facebook.com/album.php?fbid=10150095371888285&id=677098284&aid=282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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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글:
"내 친구들은 어디로?" 길 묻는 고양이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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