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14. 5. 4. 05:29

매년 2년마다 유럽 리투아니아에는 '다이누 다이넬레'(Dainų dainelė, 직역하면 '노래 중 노래 한 곡') 노래 대회가 열린다. 이 대회는 1974년에 시작되어 40년이 지난 지금까지 변함없이 지속적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리투아니아 정부 교육부, 리투아니아 텔레비전 방송사, 그리고 츄를료뇨 예술학교가 조직한다. 참가는 유치원생부터 학생까지(3세에서 19세까지) 원하는 사람 모두이다. 지금까지 역대 참가자수는 총 20여만명이다. 리투아니아 인구가 320만여명이니 이는 엄청난 숫자이다. 

리투아니아 전국에 있는 60개 자치정부가 참가한다. 5000여명의 참가자는 4개 연령별로 나눠진다. 심사기준은 조음(調音), 음성, 노래 선곡과 해석, 예술성, 무대 태도이다, 만점은 25점이고, 절대평가다. 이 대회는 전체 다섯 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1단계: 학내 경선
2단계: 시별 경선
3단계: 도별 경선
4단계: 전국 경선 (TV 중계: 2월말부터 5월말까지 매주 토요일)
5단계: 최종 입상자 TV 공연 (국립 오페라 극장)


이 대회에 요가일래도 참가했다. 5월 3일 4단계인 TV 공연을 하게 되었다. 아버지가 한국인인 요가일래는 심사위원들의 권고로 한국 노래 '반달'을 한복을 곱게 입고 불렀다. 

* 노래 지도교사(왼쪽), 요가일래, 악단장(오른쪽)

이날 반주는 방송국 악단이 했다. 악단장이 직접 반달을 편곡했는데 그 분위기가 특이해서 악보를 올려본다. 아래는 이날 방송국에서 촬영한 영상이다.


* 이날 TV 방송 화면은 여기에서 https://www.youtube.com/watch?v=ituyQE0WFIk

노래가 끝난 후 사회자가 다가와 즉석 인터뷰를 했다.
"요가일래, 안녕! 나는 한국을 방문했지만, 한국말을 배우지 못했다. 제목이 반달이라는 것은 알지만 무엇에 대해 노래했나?"
"이 노래는 토끼가 앉아 있는 반달에 대한 것이다. 돗대도 없고 삿대도 없지만 자신의 목적지 별을 향해 가고 있다. 내가 생각하기로는 모든 사람은 각자의 인생 목표를 가지고 있음을 이 노래가 시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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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모음2012. 2. 5. 08:25

1월 29일(일) 영하 15도 날씨에 초등학교 4학년생 딸아이는 영화관을 다녀왔다. 날씨가 춥다고 가지 말라고 했지만, 친구들과 한 약속은 지키기 위해서 있는 것이라면서 고집을 부렸다. 

그날 저녁부터 딸아이는 감기 기운이 있어 다음날 학교에 가지 않았다. 다행히 이번주 내내 영하 20-30도의 날씨가 지속되어 리투아니아 학교는 임시 휴교에 들어갔다.

집에 40인치 텔레비전과 DVD 등이 있는 데도 영화관에 간다. 큰 텔레비전이 집에 있다면 영화관에 가는 시간과 돈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으로 구입한다. 하지만 막상 있고 보면 그래도 영화는 영화관에서 봐야 제맛이라는 이유로 또 영화관을 찾게 된다. 이런 사람 마음이 참 지조없음을 느낀다.

집안에 텔레비전뿐만 아니라 정말 영화관처럼 꾸며놓으면 사람 마음이 달라질까? 우리 집에 그렇게 꾸밀 능력과 재주는 없지만, 정말 거실을 영화관처럼 꾸민 사람들이 있어 소개한다. 최근 폴란드 조몬스터 웹사이트에 올라온 사진으로 누리꾼들 사이에 화제가 되었다. [사진출처: image source link]


참으로 대단한 정성과 투자이다. 영화관이 멀고 식구과 친구가 많은 사람들에게는 아주 좋을 듯하다. 하지만 이렇게 한다고 해서 영화관에 가고자 하는 마음이 줄어들지는 않을 것 같다.

* 최근글: 러시아 도로 운전자들의 극과 극의 두 모습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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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모음2012. 1. 10. 07:43

언젠가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의 쇼핑센터 "파노라마"를 다녀온 적이 있었다. 가족이 모처럼 외식하기로 했다. 메뉴 선택폭은 아예 없었다. 함게 간 딸아이 때문이다. 피자를 먹을 수 밖에...... 


그렇게 피자집으로 들어갔다. 마침 좋아하는 축구 경기를 중계해주고 있었다. 그런데 텔레비전이 놓인 위치가 바로 속옷만 입은 여인의 엉덩이이었다. 생맥주가 오기 전에는 민망함을 느껴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아내와 어린 딸은 아무렇지 않는 듯 열심히 피자를 먹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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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12. 15. 06:02

방을 나와 욕실로 가는 복도에서 초등학교 3학년생 딸아이가 있는 방 안으로 슬쩍 보았다. 딸아이는 텔레비전을 켜놓고 있었다. 그리고 텔레비전을 뒷편에 둔 채 책상 위 있는 거울을 보고 있었다. 지난 9월 초부터 딸아이는 텔레비전이나 컴퓨터를 하루에 1시간 하는 규칙을 비교적 잘 준수하고 있다. 이 경우 늘 자명종 시계를 맞추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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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을 커놓고 왜 거울을 보니? 안 보면 텔레비전을 끄는 것이 좋겠다."
"아니. 지금 텔레비전 보고 있어."
"어떻게?"
"거울로."
"왜 거울로 보는데?"
"눈이 안 나빠질 거야!!!"

텔레비전을 거울로 보는 딸아이의 까닭이 그럴 듯하게 들린다. 아뭏든 딸아이가 시력보호에 신경쓰고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 최근글: 유럽 여고 3학년생의 하루 일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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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3. 5.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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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학교에서 배우는 영어가 쉬워?"

"너무 쉬워."
"그럼, 너가 제일 잘 하니?"
"다른 친구 한 명도 잘 해. 선생님이 자꾸 그 친구를 시켜."라고 요가일래는 질투하듯 입을 삐죽거렸다.
"선생님이 너가 영어를 잘 하는 지를 알아?"
"모를 수도 있어. 난 영어로 길게 말할 수도 있는데. 선생님에게 잘 한다고 말하고 싶지 않아."
"기회되면 한번 말해봐."


딸아이 요가일래는 초등학교 2학년생이다. 리투아니아에서는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영어를 배운다. 지난 해 9월부터 영어를 배우고 있다. 일주일에 두 시간 배운다. 종종 외국어 능력에 대한 대화가 나올 때 요가일래가 큰 소리치는 말이 하나 있다. (▲ 오른쪽 사진: 2006년 5월 19일)
"나 언니보다 영어를 더 잘 해! 알아?"

언니는 고등학교 2학년인데 사실 언니보다 영어를 더 잘 한다는 것은 허풍이다. 그래도 이 허풍이 요가일래에게 자신감을 느끼게 하는 것 같아서 이 말을 들을 때 아주 귀여움을 느낀다. 요가일래는 영어를 리투아니아어, 한국어 다음으로 잘 하는 언어로 꼽고 있다.

아무도 영어를 가르쳐주지 않았는데 요가일래는 어떻게 이런 허풍을 가지게 되었을까? 특별한 비결은 없다. 요가일래가 태어날 때부터 어떻게 하더라도 부국어인 한국어를 모국어처럼 말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당시 한국에 갈 때마다 어린이용 비디오 테잎을 많이 사가지고 왔다. 놀고 있는 시간에는 늘 이 한국어 비디오 테잎을 털어주었다. 이때부터 TV시청을 즐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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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년 2월 23일

만 2살 이후에는 한국어 비디오 테잎과 TV 영어 만화 채널을 원하는 대로 마음껏 틀어주었다. 집중해서 보기도 하고 놀면서 그냥 귀로 흘러듣기도 했다. 얼마 후 한국어 비디오 테잎은 나이에 다소 적합하지 않았고, 영어 채널만 자연스럽게 보게 되었다. 이런 방식이 아이의 언어 학습에 과연 효과가 있을까?

요가일래가 영어 문장을 처음 구사한 날을 잊지 않고 있다. 2005년 여름 한국을 방문했다. 어느 날 밤 자려고 하는데 갑자기 요가일래(당시 만 3세 7개월)가 이렇게 말했다.
"Daddy, i wanna sleep. But i can't sleep. It's very hot!!!"        
우리 부부는 깜짝 놀랐다.

"너 어디에서 배웠니?"
"텔레비전 만화에서"

그 동안 모르는 언어지만 재미난 만화들을 보라고 틀어놓은 것이 이런 결과를 가져다주었다. 지금까지 요가일래는 지속적으로 영어 만화 채널을 보고 있다. 최근 요가일래는 2006년  2월 자신이 횡설수설 영어로 이야기하는 영상을 보고 아주 재미있어 했다.  

▲ 촬영: 2006년 2월 / 만 4살 3개월

▲ 촬영: 2007년 12월 / 만 6세 1개월

위 두 영상을 보면 아직 어휘도 부족한테 언니보다 영어를 더 할 수 있다고 요가일래가 자신있게 허풍을 뜨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린 자녀에게 쉽게 외국어 하나를 가르쳐주고자 하는 부모가 있다면 우리 부부가 선택한 방법을 권하고 싶다. 1) 만 2-3세 이른 나이에 시작한다; 2) 한 언어 채널만 틀어준다; 3) 지속적으로 틀어준다. 4) 텔레비전 전기료는 과외비라 생각하면 된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