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61년부터 스웨덴이 지배하던 탈린을 대북방전쟁(1700-1721) 중 러시아가 1710년 손에 넣게 된다. 카드리오르그 공원에 있는 궁전은 러시아 표트르 1세(표트르 대제)가 자신의 부인 예카테리나 1세를 위해 탈린 교외에 1718년에 지은 바로크 양식의 여름 궁전이다. 지금은 쿠무미술관에 속해 있으며 16세기에서 20세까지의 외국 미술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일전에 방문한 카드리오르그 공원에서 또 하나의 체험할만한 거리를 만나게 되었다. 바로 무인 자율주행 소형버스다. 프랑스 Navya 사가 제작했다. 탈린시 교통국과 탈린기술대학교가 2019년 9월 12일부터 이 무인버스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출처].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10:00-16:00 (목요일 10:00-18:00)까지 무료로 전차 정거장에서 쿠무 박물관까지 여행객들을 실어나르고 있다. 무인버스가 서는 곳은 전차 정거장, 카드리오르그 박물관, 쿠무 박물관 그리고 미아밀라 어린이 박물관이다.
흔히들 에스토니아를 인공지능 시대의 선도국으로 꼽는다. 카드리오르그 공원에서 이 무인 자율주행 버스를 보니 더욱 실감이 간다. 일행이 많고 또한 시간이 없어서 이날 타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타음 기회에 꼭 한번 타보고 싶다.
12월 4일과 5일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Tallinn)을 다녀왔다. 탈린은 북위 59도 26분 13초에 위치해 있다. 그래서 겨울철은 낮이 짧고 밤이 길다. 일출이 아침 9시이고 일몰이 오후 3시 반이다.
이날 다행히 낮에는 날씨가 영상 6도고 엷은 구름 사이로 종종 해가 얼굴을 내민다. 먼저 톰페아 언덕부터 구경을 시작한다. 전날밤 내린 비가 마르지 않아 돌바닥은 촉촉하다. 에스토니아 국회 바로 앞에 있는 알렉산드르 넵스키 러시아 정교 성당은 언제 봐도 위엄스럽다. 초승달을 한 8단(꼭지점 8개) 십자가가 보인다.
넵스키 성당에서 길을 건너 왼쪽으로 들어가면 작은 공원이 나온다. 석회석으로 지은 높은 탑이 눈에 들어온다. 키다리 헤르만 탑이다. 꼭대기에는 파란색 검은색 하얀색 에스토니아 국기가 펄럭인다. 14세기에서 16세기초에 지어진 탑으로 높이가 45.6미터다.
기존 톰페아성에 추가된 18세기 바로크와 신고전주의 양식의 건물이다. 현재 에스토니아 국회(의원수 101명)가 자리잡고 있다.
이런 좁다란 골목길을 따라 산책하기를 좋아한다.
발트해 탈린만 바다가 훤히 보이는 전망대다. 한때 유럽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올레비스테 교회(123.8미터) 첨탑과 여러 개의 망루(방어탑)가 한눈에 들어온다.
아직 돌바닥에 고여 있는 빗물에 수백년 된 건물이 투영되어 있다.
이맘때 탈린 여행의 백미는 바로 시청광장에 펼쳐진 크리스마스 마켓 구경이다. 이번 마켓은 11월 16일부터 내년 1월 7일까지 열린다.
크리스마스 마켓 가운데는 거대한 크리스마스 트리가 세워져 있다. 11월 9일 점등식을 가진 크리스마스 트리는 내년 1월 28일까지 시청광장을 빛낼 것이다. 이 크리스마스 트리는 전구 줄 50개, 작은 전구 5,000개, 큰 전구 2,500개, 붉은색 그리고 황금색 유리공 240개, 하트 모양 조명도구 50개로 장식되어 있다. 탈린 시청광장 크리스마스 트리는 에스토니아에서 자라고 있는 15-18미터 높이의 나무 중에서 경선으로 선택된다. 올해 크리스마스 트리 설치작업 장면은 여기에서 영상으로 볼 수 있다.
에스토니아 탈린과 라트비아 리가 중 어디가 먼저 크리스마스 트리를 세웠는지에 대한 논쟁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오늘날 라트비아와 에스토니아 지역에서 상업 활동을 활발히 펼친 "검은머리 길드" 회원들이 1441년 탈린으로 크리스마스 트리를 가져왔다. 에스토니아 역사학자 위리 쿠스케마(Jüri Kuuskemaa)는 1441년 12월 25일 탈린 시청광장 크리마스 트리에서 공연한 연주가들에게 탈린 시의회가 돈을 지불한 기록이 있다고 한다. 1711년 러시아 황제 표트르 1세가 탈린 크리스마스 트리 축제에 참가했다고 전해진다. 한편 리가 사람들은 최초로 1510년 크리스마스 트리가 리가 시청광장에 세워졌다고 주장한다.
이날은 평일이고 아직 이른 시간이라 아이들이 좋아하는 회전목마는 쉬고 있다.
마켓은 주로 어떤 물건들을 팔까? 추운 곳이라 양털로 만든 의류 제품들이 주를 이룬다.
양털로 만든 모자와 목도리가 손님을 기다린다. 목도리로도 사용할 수 있는 길쭉한 양털 모자가 인기 있다.
빼곡히 걸려 있는 모피 제품이다. 모자를 거의 안 쓸 뿐만 아니라 모피를 싫어하는 나에게는 무용지물...
에스토니아는 전국토의 반이 숲이다. 목재 생활용품과 장난감을 파는 상점이다. 판매대가 손님들이 쉽게 만져볼 수 있도록 개방되어 있어서 좋다.
가장 많이 팔리는 것 중 하나가 글뢰그(glögi)다. 글뢰그는 정향, 계피, 생강, 오렌지껍질, 카다멈 등을 넣고 끓인 따뜻한 술이다. 추위를 이기기 위해 마신다. 따뜻하게 데운 포도주도 인기다. 사람들은 한 모금씩 마시면서 마켓 구경을 즐길 수 있다. 가격은 알콜 없는 포도주가 2유로, 따뜻한 포도주가 3.5유로, 바나 탈린(에스토니아 전통 리큐어)을 섞은 포도주가 4유로다.
조금 더 어두워지자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벗어나 골목길 산책에 나서본다. 날씬한 첨답이 돋보이는 고딕 양식의 탈린 구시청사가 아치 속으로 들어온다.
탈린 구시가지에서 있는 가장 작은 건물이다. 성령 교회 건물에 붙어 있다. 일명 "작은 붉은 집"이다. 4층으로 되어 있는 55평방미터의 크기다.
골목길에서 바라보는 탈린 시청사와 크리스마스 트리다.
다시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온다.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아쉽게도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구시가지를 벗어나야 한다. 비루 쌍탑에서 걸음을 멈추지 않을 수가 없다. 저 뽀족한 시청 첨탑 너머로 보이는 분홍빛 노을이 그야말로 환성적이고 신비롭다. 요즘 상영되고 있는 "겨울왕국 2"의 분위기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일행 중 한 사람이 "겨울왕국은 여기 이 순간에 다 보고 있다!"라는 말에 나도 고개를 끄덕인다. 휴대폰이 삼성 갤럭시7이라 내 눈으로 보고 있는 하늘 색감을 그대로 담을 수 없다는 것이 참 아쉽다.
에스토니아 제2의 도시는 타르투(Tartu)이다. 수도 탈린(Tallinn)에서 남동쪽으로 190km 떨어져 있다. 인구는 10여만명이다. 에스토니아 최고 명문대로 꼽히는 타르투대학교(1632년 설립)와 에스토니아 행정부 교육부가 위치해 있어 교육 도시로 유명하다.
구시가지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바로 노란색 테두리이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로고이다. 네모난 초상화 액자를 떠올린다. 노란색은 세상 곳곳을 비추는 태양을 상징한다.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준다.
바로 이 부근에 타르투의 피사탑으로 알려진 건물이 있다. 건물 바닥 지지대가 한 쪽은 목재였고, 다른 한 쪽은 석벽이라 세월이 지남에 따라 조금씩 기울어졌다. 지금의 용도는 미술관이다. 미술에는 전혀 조예가 없다. 하지만 기울어진 건물엔 과연 어떤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을까 궁금해 들어가보기로 했다.
그림에 대한 기대는 빗나갔다. 한 층을 다 차지하고 있는 전시품은 바로 그림 액자 뒷면을 전시하고 있었다. 미술관에서 전시된 그림을 감상하면서 그 그림 뒤에는 과연 어떤 모습이 숨겨져 있을까에 대한 궁금함은 쉽게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
먼저 유화 캔버스 천을 견고하게 잡아당겨주는 액자의 뒷면이다. 아, 저래서 유화 액자의 폭이 생각보다 크구나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다음은 뒷면에 그려진 그림이다.
일반적으로 전시되는 앞면은 "꽃 피는 파리" 제목의 꽃 그림(1926-28, 미술작가 Kristjan Teder)이다. 하지만 이 그림 뒤에는 앉아 있는 여인의 모습이다.
한편 뒷면에는 여러 번 천을 오래내고 그 자리에 다른 천으로 붙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마음에 들지 않아 다시 그리고, 또 다시 그린 작가의 투혼을 보는 듯하다. 아니면 그 부분이 손상되어 복원한 것일 수도 있겠다.
또 다른 전시품이다.
지금껏 여러 미술관에서는 작품의 앞면만 봐아왔는데 이렇게 뒷면을 전시한 미술관을 보니 '타르투의 피사탑' 미술관에 딱 어울리는 전시 기획물이 아닐까...
일전에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을 방문했다. 리투아니아 빌뉴스 집으로 올 때 보통 국제선 버스 "Lux express"를 탄다. 아래 사진 속 버스이다. 탈린에서 리가까지 4시간 30분 소요, 리가에서 빌뉴스까지 4시간 소요이다.
이 버스는 화장실뿐만 아니라 커피나 차가 준비되어 있다. 좌석마다 모니터가 있어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감상하면서 긴 여정 시간을 편하게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무료 무선 인터넷이 되어, 스카이프(skype)나 페이스북(facebook) 등으로 실시간 친구나 가족에게 연락을 주고받거나 소식을 올릴 수 있다.
도심에서 버스역까지는 보통 버스역사 정문이 있는 곳을 향해 이동한다. 그런데 일전에는 다른 쪽에서 버스역으로 가게 되었다. 버스역 근처에 도착하니 한국어 단어가 눈에 확 띄었다.
식당
배가 고픈 차였는데 '식당'이라는 말을 보니 금방이라도 들어가고 싶었다.
아쉽게도 이 식당은 폐쇄된 상태이다.
혼영이라는 단어도 보인다.
혼영이라는 이름을 가진 식당일 수도 있겠지만, 아무리 봐도 이 '혼영'은 '환영'을 잘못 표기한 듯하다. 비록 버스역 뒷편에 자리잡고 있지만, 도로에 주차가 용이하다. 영업 중이다면 한국인 단체 관광객도 쉽게 이용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혼영'이 '환영'으로 표기될 정도는 되어야겠다.
발트 3국을 비롯한 북유럽 여행에 가장 좋은 계절은 두 말 할 필요없이 여름철이다. 5월 중순에서 9월 중순까지이다. 특히 폭염으로 시달리는 한국인들에게 발트 3국은 피서지로서도 적격이다. 영상 25도 내외 날씨에도 긴팔옷을 입고 다닌다. 햇볕은 따갑지만, 그늘에는 이내 한기를 느끼기 때문이다.
뭐니 해도 발트 3국의 여름이 좋은 것은 낮이 길다는 점이다. 발트 3국의 최남단 리투아니아는 밤 11시에도 전등불빛없이 책을 읽을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더 북쪽에 있는 에스토니아 탈린을 다녀왔다. 리투아니아와는 별다른 차이가 없겠지라고 생각했는데 가보니 달랐다.
* 6월 10일 밤 10시 9분 탈린 시가지 모습
* 6월 10일 밤 11시 35분 탈린 시가지 모습
밤 11시가 지나자 가로등 불빛이 점점 밝아졌지만, 하늘에는 허전히 노을이 아쉬운 듯 자취를 남기고 있었다. 유로컵 축구 녹화중계를 보느라 새벽 한 시까지 자지 않고 있었다.
호텔방 커튼을 걷어내고 밖을 내다보니 여전히 훤했다. 전등불빛없이 리모컨을 작동해보았다. 리투아니아보다 더 훤한 에스토니아 탈린의 여름밤이 발트3국에 살고 있는 나에게조차도 색다른 풍경으로 다가왔다.
유럽 도시 광장에는 벌써부터 크리스마스 트리가 긴긴 밤을 밝히고 있다. 발트 3국 인터넷 포털 사이트 delfi.lt, delfi.lv, delfi.ee는 발트 3국 각각 수도에 세워진 크리스마스 트리 중 가장 아름다운 것을 선정하고 있다. 누리꾼들이 직접 해당 페이지에서 세 개 중 하나를 선택한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 11월 26일(토) 빌뉴스 대성당 광장에 가보니 크리스마스 트리를 설치하느라 일꾼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살아있는 전나무가 아니라 이들은 철골을 세우고 인조 나뭇가지를 철골에 다닥다닥 붙이고 있었다.
올해 발트 3국에서 가장 먼저 크리스마스 트리를 세운 도시는 탈린이다. 탈린은 에스토니아의 수도이자 2011년 유럽 문화 수도이다. 벌써 일주일 전에 탈린은 중심가 구시청 광장에 크리마스 트리를 세웠다. 숲 속에서 살아있는 전나무의 밑둥을 베어 옮겨다 세워놓았다. 11월 27일 오후 2시 이 전나무에 전등을 밝히기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11월 25일 현지시간 오후 2시 56분경 이 크리스마스 트리가 그만 쓰러지고 말았다. 다행히 크리스마스 트리는 광장의 간이가게가 아니라 무대쪽으로 넘어져서 별다른 피해는 일어나지 않았다. 강한 바람이 원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에는 살아있는 전나무가 아니라 빌뉴스처럼 철골 인조 전나무를 설치하길 탈린에게 권하고 싶다.
위 동영상은 2011년 탈린의 크리스마스 트리가 세우지고 넘어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 동영상은 자고로 나무는 뿌리가 깊어야 하고, 세울려면 그 기초를 튼튼해야 함을 잘 말해주고 있다. 아, 벌써 크리스마스 계절이네. 한 해가 또 다시 이렇게 지나가는구나.... 모두에게 은혜가 가득한 남은 한 해가 되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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