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15.04.13 08:12

거의 평생 고정된 직업은 없지만 하고 있는 일과 해야 할이 왜 그렇게 많은 지...
일요일, 아내와 작은딸은 연극 보러 연극장으로 가고 집에 없었다. 책상 위 종이쪽지엔 이날 해야 할이 쭉 적혀 있었다.
                 신문 고정란 기사 5개 작성
                 화분 불갈이
                 법문 번역
                 불경 번역
                 리투아니아 에스페란토 협회 누리집 수정...

컴퓨터에 앉아 일하고 있었다. 낮 2시경 아내와 딸이 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서 현관문에서 누군가 번호키를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돌아올 시간이 아닌데 누가 왔나... 잠시 후 처남이 올라왔다.

"아이구, 처남이 웬 일이야?"
"일요일이라 집에 있으니 답답해서 탁구 한번 치러 왔다."

아파트 내 방에는 탁구대가 있다. 여러 해 전 탁구 동아리에 참가하던 딸아이가 졸라서 사놓았다. 그 후 함께 칠 사람이 없어서 그냥 탁구대 혼차 놀고 있다. 큰딸이 명절에 영국에서 집에 와 있을 때 함께 시합을 벌이는 것이 고작이다. 



겉으로는 처남을 반갑게 맞았지만, 속으로는 '아, 오늘 계획 이렇게 날아가는구나!' 아쉬움이 감돌았다. 이렇게 예고 없이 오다니... 그런데 나중에 전화를 보니 처남 전화번호가 찍혀 있었다. 소리를 꺼놓았기 때문에 듣지를 못했다. 처남은 벌써 아내와 통화했다고 했다.

하던 일을 멈추기가 그래서 졸업 논문을 쓰고 있는 큰딸에게 처남하고 잠시 탁구치라고 했다. 그래도 손님인데 얼마 후 일을 멈추고 탁구를 함께 쳤다. 두 사람 실력은 비슷하지만, 처남은 힘이 좋고, 또한 승부욕이 강하다. 2대 1로 한국이 졌다. 아침도 먹지 않아서 탁구 치고 나니 배가 몹시 고팠다.


"라면 끓어서 밥을 먹으려고 하는데 처남도 같이 먹을래?"
"아니 됐어. 집 나올 때 먹고 나왔어. 곧 집에 갈거야."
"그래도 나와 같이 밥 먹자."
"아니 됐어."
"정말?"
"정말이라니까."
"정말 안 먹겠다는거지?"
"그래. 정말이야. 나 밖에서 담배 피우고 올게."

이렇게 해서 라면 하나만 끓이게 되었다. 그 사이 큰딸은 연극장에 있는 엄마와 문자를 주고 받았다. 아내는 냉장고에 있는 편육(리투아니아어 Šaltiena, 직역하면 냉고기, 아스픽, Aspic)을 처남에게 주라고 했다.

* 리투아니아 편육 image source link


이 쏼티에나는 여러 가지 채소와 함께 돼지고기를 푹 삶아 식힌 후 단묵(젤리)화시킨 음식이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이 즐겨 먹는 음식이다. 장모님이 직접 만들어 이번 부활절에 주신 음식이다. 난 구미가 당기지 않아서 먹어본 적이 거의 없다.

처남은 한 사발을 빵과 함께 다 먹어치웠다. 
속으로 '배불러 안 먹겠다는 사람이 이렇게 다 먹어다니... 아, 또 속았구나!'

처남이 가고 난 후 아내가 돌아왔다. 
처남 얘기를 했더니 "나도 그 편육을 정말 먹고 싶은데. 좀 남겨놓지 않고서"라면서 아내가 아쉬워 했다.

"내가 여러 번 묻고 또 물었는데도 처남이 안 먹겠다고 했어. 그런데 나중에 그 편육 한 사발을 혼자 다 먹어버렸다."
"당신도 벌써 알잖아. 리투아니아 사람들이 얼마나 체면을 차리는 지."
"처남이라 체면 차리지 않고 배고프면 배고프다고 할 사람이라 믿었지. 앞으로는 그냥 묻지 말고 무조건 많이 해서 같이 먹어야겠다." ㅎㅎㅎ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3.06.17 05:55

발트3국 관광안내사 일을 하느라 3주 정도 집을 비우게 되었다. 이 도시 저 도시, 이 나라 저 나라로 돌아다녔다. 인터넷 덕분에 페이스북이나 스카이프 등으로 집에 있는 식구들과 자주 연락을 서로 할 수 있으니 집을 떠나 있는 것 같지가 않다. 그래도 출장은 출장이다. 같이 부대끼면서 살다가 잠시지만 가까이 없으니 허전하다. 

* 리투아니아 트라카이

* 리투아니아 카우나스

* 에스토니아 탈린

* 라트비아 리가

지난 토요일에야 집으로 돌아왔다.

"바빠서 선물을 사오지 못했어 미안해."
"괜찮아. 아빠가 집으로 온 것이 선물이지. 그리고 나하고 같이 놀아줘."
"무슨 놀이?"
"우리 탁구 치자. 옛날처럼 노래하면서 치자."


노래 한 곡을 다 할 때까지 탁구를 친다. 하다가 중간에 공이 떨어지면 처음부터 다시 노래한다. 


이렇게 출장에서 돌아와 한국 동요 "반달"을 부르면서 딸아이와 정겨운 시간을 가졌다. 선물 안 사왔다고 토라지지 않고 집으로 돌아온 것이 좋은 선물이라고 즐거워하는 딸아이가 고맙다. 지친 몸이었지만, 딸아이와 기꺼이 탁구 놀이를 했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3.03.18 07:04

우리 부부가 즐겨 참가하는 동아리가 있다. 바로 빌뉴스 에스페란티스 모임인 "유네쪼"(Juneco, 뜻은 젊음)이다. 이 동아리는 매년 봄과 가을에 회원 친목과 화합을 위해 탁구대회를 개최다. 지난 토요일 16일에 봄철 대회가 열렸다. 


연령에 관계없이 실력에 따라 조를 짠다. 보통 20여명이 참가한다. 이번에는 A, B, C로 나눴다. 아빠는 A조, 엄마는 B조, 초등학교 5학년생 딸아이는 C조에 배정받았다. 

올림픽이나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등을 본 리투아니아 현지인들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탁구를 잘 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사실 대학교에 다닐 때 친구들과 잠깐 쳐본 것이 지금의 탁구 실력이다. 특별히 배운 바도 없다. 그래도 잘 치는 사람들로 구성된 A조에 배정받았다. 


아뿔싸, 탁구장에 도착해서야 집에서 사용하는 탁구채를 가지고 오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선수가 진 것을 탁구채로 돌려서는 안되겠지만, 탁구채가 하나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것에는 누구나 쉽게 수긍할 수 있겠다. 


3시간의 경기 속에서 딸아이는 C조에서 1등했다. 상품으로 탁구공 한 통을 받았다. 우리 집에 필요한 것이라 더욱 기뻐했다. 이날 경기 모습을 아래 동영상에서 엿볼 수 있다.


"아빠는 꼴찌했다. 부끄럽네."
"괜찮아. 내가 1등했잖아."

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12.05.12 06:30

사라예보! 
동유럽의 수많은 도시 이름 중에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가장 기억되는 도시 중 하나일 것이다. 멀게는 제1차 세계 대전의 시발점이 된 것이 사라예보 사건이다. 1914년 6월 28일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황태자인 프란츠 페르디난트 대공이 사라예보 중심가 다리에서 암살당했다. 가까이는 우리나라가 1973년 이에리사가 주축이 된 세계탁구선수권 대회에서 단체전 우승을 한 도시가 바로 사라예보이다. 구기종목 최초로 우리나라가 세계선수권 단체전을 제패한 역사적인 곳이다.

사라예보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수도로 인구는 40여만명이다. 1990년 당시 유고슬라비아였을 때 사라예보를 방문했다. 에스페란티스토 친구들의 도움으로 사라예보와 주변 곳곳을 둘러보았다. 산 위에 있는 묘지에서 한눈에 바라보이는 사라예보 중심가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사라예보는 보스니아 전쟁(1992-1995년)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전쟁 직후의 모습(1996년)과 근래 모습(2011년)의 비교한 사진을 접했다. 사진작가 짐 마샬(Jim Marshall)이 촬영했다.


15년이 지난 후 이렇게 안정돼가는 사라예보를 사진만으로도 만나보니 반갑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다시 한번 사라예보를 방문하고 싶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0.10.01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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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초순 우리 가족의 화두는 초등 3학년생이 된 요가일래에 무슨 과외를 추천할 것인가였다.

"아빠, 나 달리기 하고 싶어."
"달리기는 굳이 과외를 하지 않아도 되잖아."
"그래도 배우면 좋지."

"너 노래가 전공이니 춤을 배우는 것이 좋겠다."고 엄마가 말했다.
"춤은 싫어."

어느 날 학교에서 다녀온 요가일래는
"아빠, 나 탁구 배울래. 학교 강당에서 배울 수 있어. 나 한국사람이니까 탁구를 잘할 거야."

아이들의 여가활동을 위해 학교에서 마련한 강좌였다. 외부 교사가 와서 지도한다. 일주일에 두 번 배우고 한달 비용은 65리타스(약 3만원)이다.

"아빠, 한국에서 사온 탁구 라켓 어디에 있어?"
"네모난 라켓이라 친구들이 놀리지 않을까?"
"괜찮아."

탁구 라켓에는 펜홀더(penholder)와 쉐이크핸드(shake hands)가 있다. 쉐이크핸드는 유럽을 대표하는 라켓이고, 팬홀더는 아시아에서 주로 사용하는 라켓이다. 딸아이가 말하는 네모난 라켓은 펜홀더 라켓이다.
 
대학생활 중 친구들과 자주 탁구를 쳤다. 유럽에 살면서도 종종 탁구를 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라켓이 쉐이크핸드라 익숙하지가 않았다. 유럽 친구들과 한 시합에서 지면 라켓 탓을 해보기도 했다. 언젠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꼭 구입해야 할 목록에 펜홀더 탁구 라켓을 넣었다.

바로 이 라켓을 딸아이는 학교에 가져가겠다고 했다. 아이들은 사실 남과 다르면 대체로 우월감보다는 열등감을 느끼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학교에서 주는 라켓을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내었다. 그런데 이것은 기우였다. 탁구를 배우고 돌아온 딸아이에게 물었다.

"너, 그 라켓 때문에 쪽팔리지 않았니?"
"아니. 이 한국 라켓 정말 좋아. 친구들이 신기하다고 말했고, 선생님도 좋다고 말했어. 다른 친구들의 라켓과 구별되기 때문에 쉽게 내 라겟이라는 것을 알 수 있어서 제일 좋아."
"다행이네."

* 최근글: 카메라 앞 침팬지들의 엽기 행동 화제
               
Posted by 초유스
영상모음2010.09.24 06:55

최근 유튜브에서 처음 접해본 스포츠 동영상을 보게 되었다. Headis라는 스포츠이다. 한국어의 스포츠 이름이 농구, 축구, 야구, 탁구 등에서 볼 수 있듯이 대개 두 글자인데, 그렇다면 두구(頭球)라고 부르면 어떨까......  

혹시 이 두구가 한국에도 이미 알려져 있는 스포츠인지 확인하고 싶어서 구글에서 "Headis 스포츠"라고 검색해보았다. 일치하는 검색 결과는 한 건도 없었다.

이 스포츠는 축구와 탁구의 혼합으로 2006년에 독일에서 시작되었다. 탁구 규칙에 따라서 탁구대에서 한다. 하지만 탁구채 대신 사람의 머리를 이용해 공을 치는 경기이다. 그렇다면 이름이 길지만 박치기 탁구로도 부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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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촬영: Karl Bachmann

공은 지름이 7인치이고, 무게는 100그램이다. 경기는 11점에 2세트로 이루어져 있다. (이 신종 스포츠에 대한 더 많은 정보는 위키백과를 참조하세요.)


이 신종 스포츠 두구(頭球)를 지켜보면서 대학생활에서 종종 했던 족구의 세계화를 바래본다.

* 관련글: 농구 월드컵 우리집 부부젤라는 피리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