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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2.12.17 07:33

딸아이가 어렸을 때 안경 쓴 아빠의 모습이 멋있어 도수가 높은 안경임에도 궁금해서 안경을 써보겠다고 막무가내 졸라대곤 했다. 그럴 때마다 초등학교 다닐 때 일이 떠올랐다. 초등학교 6학년 60여명의 우리 반에 안경을 쓴 남자 아이는 딱 한 명이었다. 

이 친구는 인기짱이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 안경 한번 써보려고 친구들이 갖은 부탁을 하곤 했다. 지금은 바보짓이라 웃음이 나오지만, 그땐 안경 쓴 자신의 모습과 그 안경의 마력이 그렇게도 알고 싶었다. 


최근 학교에서 집으로 오는 길에 딸아이를 만났다. 그런데 딸아이는 난데없이 검은 테 안경을 쓰고 있었다. 안경을 쓰면 아빠에게 혼이 난다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딸아이는 혼나기 전에 먼저 선수를 쳤다.

"아빠가 안경을 쓰고 있으면 얼마나 불편한 지를 한번 알아보려고 안경을 썼어."
"생각은 좋지만 안 써고도 알아야지."
"그래도 한번 써보는 것도 좋잖아."
"누구 안경이야?"
"친구 아빠 안경!"
"빨리 안경 벗어!!!"
"헤헤헤, 아빠 화났지?"
"당연하지."
"아, 재미있다. 봐~ 안경알이 없지? 나 어때?"
"안경 안 쓴 모습이 더 예쁘다. 안경 안 써도록 절대로 조심해라."
"알았어."

이렇게 대답했지만, 이날 딸아이는 저녁에도 써고 있다가 아빠에게 또 혼났다.

"부모님 말씀을 잘 들어야지!!! 비록 알 없는 안경이더라도 더 이상 안경쓰기 장난은 하지마!!!"


안경 쓰는 아빠의 불편을 느끼려는 명분으로 결국은 안경쓰기 놀이를 한 셈이었다. 시력 보호에 항상 주의심을 갖도록 꾸지람을 했지만, 딸아이의 호기심을 억누르는 것 같아서 한편 미안했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