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에 해당되는 글 35건

  1. 2014.03.19 혼자 커피숍에 가서 커피 마신 초6 딸아이 (2)
  2. 2014.02.27 저학년생과 친구하는데 나를 이상하게 봐
  3. 2014.02.11 자녀는 언제쯤 홀로 아침밥 챙겨 먹고 학교 갈까 (3)
  4. 2014.02.10 아빠가 여자가 아니니까 여자 마음을 몰라 (4)
  5. 2013.11.18 향수 뿌리고 등교하는 초등 딸, 큰 사람이 아니야 (1)
  6. 2013.09.04 학교 가고 싶어하는 딸아이 이유를 들어보니 (4)
  7. 2013.05.13 제일 좋은 학교에 못가더라도 러시아어 선택 (3)
  8. 2013.05.13 딸의 어려운 숙제 문제로 부부 싸움날 뻔
  9. 2013.03.25 한국인이라서 놀림 받은 딸, 그나마 다행 (4)
  10. 2012.12.17 추운 날엔 양과 말에게 정말 감사해야 (1)
  11. 2011.09.08 국어가 연속 2시간인 외국 초4 수업시간표
  12. 2011.09.02 개학 첫 날에 벌써 야유회 개최한 딸아이 학급 (1)
  13. 2011.06.07 전자책 시대에 도서관에 책대출하는 딸아이
  14. 2011.03.30 유럽 초등 3학년 영어 시험은 어떤 내용일까 (1)
  15. 2011.03.19 등교시키기 의무를 다 마친 아빠의 단상 (1)
  16. 2011.01.28 일본어 인삿말 열공하는 초3 딸아이
  17. 2010.12.28 40년 전 내 등교길과 지금 딸 등교길 (1)
  18. 2010.12.13 딸 노래를 수업 교재로 삼은 한국 교사
  19. 2010.10.15 한국 거리엔 술취한 사람이 없어서 좋더라 (4)
  20. 2010.09.09 남자아이 얼굴을 홍당무로 만든 딸아이 (2)
  21. 2010.09.04 초등학교 입학식에 가장 돋보이는 장면 (1)
  22. 2010.09.03 딸의 초등 3학년 개학 비용은 얼마였을까
  23. 2010.09.02 유럽 초등 3학년 학급 준칙은 무엇일까? (1)
  24. 2010.09.02 초등 3학년생으로 훌쩍 커버린 딸아이 (2)
  25. 2010.05.07 초등2 숙제가 공룡 이야기 책 만들기 (2)
  26. 2010.02.01 책가방 무게를 염려해 주는 초등교사
  27. 2009.10.21 가족이 수박과 애호박 등으로 만든 거북이 (6)
  28. 2009.10.01 내 아이의 책가방 무게는 얼마나 될까?
  29. 2009.09.24 유럽 초등학교 2학년 수업시간표 (3)
  30. 2009.09.13 만화책 같은 초등학교 첫 영어책 (5)
생활얘기2014.03.19 06:54

어제 상상하지 못할 일이 우리 집에 일어났다. 일반학교 수업 중간에 초등학교 6학년 딸아이는 혼자 빌뉴스 시내 중심가로 가야 했다. 학교 가기 전에 가는 방법을 충분히 알려주었지만 그래도 걱정이 되었다. 

부모 동반 없이 이렇게 가는 것은 처음이었다. 이유는 목요일에 있을 노래 공연 장소에서 예행연습을 하기 위해서였다. 걱정이 되어 문자쪽지를 날렸다. 

"버스 타고 잘 가고 있니?"
"내가 벌써 여기 있어."

예행연습 시간이 얼마나 걸리지 몰라서 일단 안심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한참 후 페이스북에 접속하니 딸아이가 사진을 올려놓았다.

제목: "혼자 커피숍에서"


이전에 부모와 함께 찍어놓은 사진을 올렸지라고 순간적으로 생각했다. 왜냐하면 이제 겨우 초등학교 6학년생 딸아이가 혼자 커피숍에 가서 커피를 마실 줄은 생각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흘러 우리 부부는 딸아이가 걱정 되었다. 마침 전화가 연결되었다.

"어디니?"
"커피숍에서 나와서 집으로 가고 있는 중이야."
"뭐라고?
"커피숍."
"네가 커피숍에 혼자 갔단 말이야?"
"맞아. 혼자 커피를 마시니 정말 기분이 좋았어."
"무슨 커피 마셨는데?"
"카페인 없는 카푸치노."


이날 딸아이는 도보로 약 4km를 걸어다녔다. 예행연습을 한 후 그냥 혼자 시내중심가를 산책하고 싶었다고 했다. 예전에 부모와 함께 간 커피숍이 있기에 그냥 들었갔다고 했다.

"아니, 부모한데 알리고 가지?"
"알리면 가지 말고 곧장 집으로 올라고 했을 거야."
"정말 기분이 좋았어?"
"혼자 스스로 커피숍에 가서 혼자 커피를 마시면서 혼자 생각을 즐기는 것이 이렇게 좋을 줄 몰랐어."

딸아이가 이렇게 빨리 난생 처음 혼자 커피숍에 가다니... 
부모의 영역에서 점점 벗어나고 있는 딸아이,
한편으로는 대견하고 한편으로는 아쉽기도 하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4.02.27 06:46

며칠 일 전 한국으로 치면 초등학교 6학년생인 딸아이가 전해준 학교에서 겪은 일이다. 

1. 네가 담배 피웠나
학교 화장실에서 담배 냄새가 났다. 생활지도 선생님이 어느 학생이 담배를 피웠을까를 조사하고 있었다. 답은 누가 바로 직전에 화장실을 다녀왔는가이다. 각 반을 돌면서 누가 최근에 화장실을 사용했는지 탐문 조사를 했다. 그 조사 대상에 딸아이가 걸렸다. 같은 반에 누군가 딸아이가 최근에 화장실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학교 화장실을 꺼리는 딸아이인데 이 날 학교 화장실을 사용했다. 이에 딸아이는 생활지도 선생님에게 불러서 입냄새를 맡게 했다. 결과는 딸아이에게서 담배 냄새가 나지 않았다. 

* 사진출처 [facebook.com]

2. 우린 다 사람이잖아
딸아이는 최근 들어 한 해 저학년생인 5학년생들과 학교에서 친하게 지내고 있다. 쉬는 시간이나 방과 후 학교에 남아 이들과 대화하기를 즐겨한다. 그런데 같은 반 친구들이 이상하게 딸아이를 쳐다본다. 이유는 간단하다. 같은 반 친구들과 놀아야지 학년이 다른 학생들과 노는 것은 맞지 않기 때문이다.

* 요가일래 [사진출처 facebook,com]

딸아이의 이유는 간단하다.
"아빠, 나를 이상하게 생각하는 반 친구들이 이상해."
"왜?"
"학년이 다르다고 해서 친구가 도리 수 없다는 것은 잘못되었어. 우리는 사람이니까 친구가 될 수 있어야 돼."
"그래 지위나 연령, 피부, 종교, 민족, 신념과 관계없이 모든 사람들이 서로 부담없는 친구가 될 수 있으면 참으로 좋겠다. 반 친구들이 뭐라고 해도 네가 지금처럼 학년이 다른 학생들과 친구하도록 해. 이유는 네 말처럼  간단하다. 우리 모두는 사람이니까."

이날 따라 딸아이의 "우린 다 사람이잖아" 말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았다. 남녀노소, 지위고하에 얽매여 가장 큰 근본인 "우리 모두 사람이잖아"를 망각한 경우가 참으로 흔한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4.02.11 05:15

자녀를 키우면서 가장 흔히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 중 하나가 "언제 클까"일 것이다.

엉엉 울어대는 아이에게서 "언제 커서 왜 우는지 스스로 말할 수 있을까?"
일일이 밥을 먹여주어야 하는 아이에게서 "언제 커서 스스로 숟가락질을 할 수 있을까?"
옷을 챙겨 입혀주어야 하는 아이에게서 "언제 커서 스스로 옷을 입을 수 있을까?"
머리를 빗겨 묶어주어야 하는 아이에게서 "언제 커서 스스로 머리 손질을 할 수 있을까?"
학교 입구까지 손잡고 등교시켜야 하는 아이에게서 "언제 커서 스스로 학교에 갈 수 있을까?"

자녀를 키우면서 접하는 이런 물음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하나 둘씩 저절로 해결된다.
딸아이는 만 12살로 한국으로 치면 곧 초등학교 6학년을 졸업하고, 3월에 중학교에 입학할 나이다. 리투아니아는 초등학교가 4년제라서 중학교 2년생이다. 
    
최근까지 매주 금요일은 딸아이를 깨워 아침밥을 챙겨 주고 학교에 보내는 일을 맡았다. 늦은 밤까지 일하고 서너 시간 잔 후에 아침 7시에 일어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는 않다. 이럴 때면 어김없이 입에서 절로 나오는 질문이다.

"너는 언제 커서 스스로 아침밥을 챙겨 먹고 학교에 가나?"
"아빠도 힘들지? 아직 내가 어리니까 아빠가 도와줘야지."
"빨리 스스로 혼자 아침밥 챙겨 먹고 갈 수 있도록 하면 참 좋겠다."
"그래도 아빠가 깨워주고 아침밥을 준비해주면 좋잖아."

드디어 때가 왔다. 작심삼일이 되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딸아이는 꼭 3일째 이를 반복했다. 한국에서 돌아온 지 아직 일주일이 채 안 된 지난 목요일 시차병으로 자명종없이 새벽에 일어났다. 일어나니 다섯시였다. 더 이상 잠이 오지 않아 감기에 완쾌된 몸이 아직 아니지만 하루 일을 시작했다.

6시 20분 누군가 방문에서 나를 쳐다보는 것 같았다. 깜짝 놀랐다. 딸아이가 교복을 입고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환영처럼 보였다. 딸아이는 아침 7시 10분경 깨워야 일어난다.

"네가 웬일이야?"
"아, 이제 혼자 일찍 일어나기로 했어."
"그래? 잘 했다. 씻고, 스스로 아침밥을 준비해봐라."
"알았어."

딸아이 아침밥은 사실 간단하다. 빵 두 조각에 버터를 바르고, 뜨거운 물에 코코아와 우유를 타는 것이다.

* '부모님, 이제 아침 늦게까지 편히 주무세요. 제가 알아서 아침밥 먹고 학교에 가겠습니다.'라고 할 수 있을 때까지 지난 12년 동안 딸아이는 부모로부터 보살핌을 받았다.  

한국 부모들은 쉽게 이해할 수 없겠지만, 유럽인 자녀들은 이렇게 일정한 나이에 도달하면 스스로 밥을 챙겨 먹고 학교에 간다. 큰딸 마르티나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혼자 챙겨 먹고 등교했다. 

아, 이렇게 해서 난생 처음 작은딸 요가일래는 2014년 2월 6일 스스로 일어나 아침밥을 챙겨 먹고 학교로 가기 시작했다. 아내와 나는 자명종을 맞춰놓고 딸아이를 깨우고 아침밥을 챙기는 일에서 마침내 해방된 셈이다. 자고 싶을 때까지 잘 수 있는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4.02.10 08:05

금요일 학교 수업을 마친 초등학교 6학년생 딸아이는 곧장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학교 친구 셋이서 시내 중심가에서 약 4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대형백화점으로 놀러갔다. 갈 때는 시내버스로 이동했고, 올 때는 일행 중 한 명의 어머니가 태워주었다. 이날 저녁 무렵 밖에서 손님을 만나 식사를 한 후 집으로 돌아와니 거실에서 매니큐어 냄새가 났다.  

"오늘 뭐 샀니?"
"이거 매니큐어 샀어."

"아빠가 벌써 여러 번 말했잖아. 손톱, 발톱도 숨을 쉬니까 매니큐어 바르지 마라고."
"알아. 이건 그냥 놀이야."

"그래도 안 했으면 좋겠다."
"내가 기쁘면 아빠도 기뻐야지. 나는 매니큐어 놀이하면 기뻐."

"너는 기쁘지만, 아빠는 안 기뻐. 아빠가 안 기쁜 일을 네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건 아빠 생각이다. 아빠가 여자가 아니니까 여자 마음을 몰라."

"아빠가 어른이니까 어른 하는 말을 좀 알아들으면 좋겠다."
"알았어. 지울게. 그리고 내가 이렇게 학교에 가는 것은 아니니까 너무 나무라지 마. 그냥 놀이야."

"그래. 너는 아직 어리니까 이런 것에 관심을 많이 가지지 마라."
"우리 반 여자들은 반 이상이 벌써 입술 화장, 눈 화장 하고 학교에 와."

"너는 아직 그렇게 하지 마."
"알았어."

여자가 아니니까 vs 어른이니까
"아빠는 여자가 아니니까 여자 마음을 몰라"라는 딸아이의 말이 마음에 와닿았다. 딸아이를 키우는 동안 앞으로도 딸의 '여자가 아니니까' 주장과 아빠의 '어른이니까' 주장이 자주 충돌할 것이다. 


"너는 화장 하지 않아도 예쁘니까 있는 대로 그냥 살면 돼."
"아무리 예뻐도 더 예뻐지고 싶은 것이 여자 마음이야."
"그러면 그 마음을 없애버려."
"힘들지."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3.11.18 06:37

금요일!
일주일 중 딱 한번 학교에 가는 초등학교 6학년생 딸아이를 지켜보는 날이다.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는 아내가 맡는다. 금요일 하루만이라도 늦잠을 자고 싶어하는 아내가 결정한 사항이다. 

7시에 일어나 물을 끓여 코코아를 차를 만든다. 빵에 버터를 바른다. 학교에 가져갈 샌드위치를 준비한다. 이날따라 러시아에서 손님이 와서 아침상을 준비하느라 혼자 바빴다.  

등교하려고 집을 나서는 딸아이를 보니 색달랐다. 창이 달린 모자를 가져갔다.

"이건 왜?"
"오늘 학교에 춤파티가 있어."

그리고 얼굴을 내민다. 

"아빠, 어때?"
"향수 냄새네. 초등 학생이 뿌리면 안 돼지."
"괜찮아. 조금 뿌렸어." 
"그런데 아직 남자들하고 춤추지 마."
"아빠는 나를 벌써 큰 사람으로 생각해? 아니야, 아직 어려. 우리 여자들끼리만 춤출 거야."


알고보니 이날 학예발표회가 있었다. 저녁 6시까지 8학년생들이 주도하여 재미난 놀이와 춤 행사가 이루어졌다. 

여긴 오후 4시면 어두워진다. 6시에 행사를 마치자 딸아이는 어두운 길에 혼자 오니까 학교까지 데리러 와달라고 부탁했다. 가야지... ㅎㅎ

그런데 남자 반친구와 함께 왔다. 올 필요가 없다고 쪽지를 보냈는데 읽어보지 못했다. 딸아이의 가방이 참 무거워보였다. 

"가방 줘. 아빠가 들고 갈게."
"아니야. 학생은 가방을 들어야 예뻐."


이날 학예회에서 친구들이 공연하는 모습이다. 특히 이 공연 후 남자들의 인기가 하늘로 치솟았다고 한다. "학생은 가방을 들어야 예뻐"라는 딸아이의 말이 귓가에 여전히 맴돈다. 이를 통해 학생이 자기 가방을 자기가 들듯이 세상의 모든 사람이 자기가 맡은 직분을 충실히 이행하면 좋겠다로 확대해석해본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3.09.04 06:19

딸아이는 한국으로 치면 초등학교 6학년생이 되었다. 9월 2일 개학식을 다녀왔고, 화요일 처음으로 6시간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먼저 이번에 가장 달라진 점은 교복 착용이다. 학교가 교복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이제 무슨 옷을 입고 학교에 갈까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또한 엄마와 아침부터 옷 선택으로 실강이를 벌이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상의만 통일된 교복이고, 하의는 학생들 마음대로 입을 수 있다. 

* 교복 입은 요가일래

딸아이의 교복을 보니 학교 문장이 특이했다. 학교 이름 오른쪽에 있는 말풍선에 느낌표와 물음표가 각각 세 개 있다. 의문을 가지고, 그 의문을 해결한 후 얻은 기쁨을 느낌표로 표현한 것이 아닐까...... 

* 학교 문장

화요일 딸아이가 학교에 간 후부터 우리 집은 허전했다. 여름 방학 동안 식구 모두가 같이 있을 때에는 몰랐는 데, 딸이 없으니 아내가 있어도 집안은 공허감이 돌았다.

"요가일래 언제 오나?"
"벌써 그리워?"
"없으니 집이 텅 비어있는 것 같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딸아이가 아파트 현관문을 여는 소리가 나자, 각자의 방에서 있던 아내와 나는 약속이라도 한 듯이 함께 현관문으로 달려갔다.

"보고 싶었어."
"그래?"
"나 또 학교 가고 싶어."
"금방 학교에서 돌아왔는데 또 학교에 가고 싶다고?"
"그래."
"왜?"
"새로 전학온 학생이 둘이 있는데 정말 좋아. 같이 많이 놀고 싶어."
"그러면 네 짝궁이 질투하지 않을까?"
"아니야. 우리 둘이 하고, 새로운 친구 둘이가 모두 친하게 되었어. 새로 온 학생이니까 잘 모르잖아. 그래서 우리가 도와줘야 해."
"좋은 생각이다." 

딸아이 반은 제일 처음에는 25명이었으나, 중간에 들어오는 전학생들로 지금은 30명이다. 나도 시골에서 5학년을 마칠 쯤 대도시로 전학했다. 당시 시골 촌놈이라 따돌리는 대신 함께 놀아준 도시 친구들이 있어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 이야기를 딸아이에게 해주었다.

"너도 아빠 친구처럼 새로운 학생들을 잘 보살펴줘라."
"알았어. 새로운 학생이 있으니까 학교 가는 재미가 더 있어서 좋아."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3.05.13 06:33

며칠 전 초등학교 5년생인 딸아이의 수학 숙제 때문에 잠시 동안 우리 부부는 서로 얼굴을 붉히게 되었다. 학교에 일하러 집을 나서면서 아내가 부탁했다.

"내가 돌아올 때까지 당신이 요가일래의 수학 숙제을 도와줘."

'초등학교 수학 문제쯤이야 쉽게 알겠지.'라고 생각했다. 

"아빠, 이거 정말 어려워. 아빠가 도와줘."
"그래. 알았다."

소숫점 세 자리까지 나오는 나누기 문제였다. 보니까 한국에서 40년 전에 배운 수학과는 수식 표기와 푸는 방식이 다 달랐다. 특히 풀지 못하는 딸아이에게 한국어로 그 방식을 설명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였다.

우선 한국은 곱하기를 x, 나누기를 ÷로 표기하는데 리투아니아는 곱하기를 ., 나누기를 :로 표기한다.

푸는 방식은 12 ÷ 4이면 한국은 4┌ 12로 뒤의 숫자가 앞으로 가고 앞의 숫자가 뒤로 가는 방식으로 하고,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푼다. 리투아니아는 아래 사진에서 붉은색으로 네모칸을 표시한 것처럼 12 └ 4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푼다. 물론 이렇게 하나 저렇게 하나 답은 마찬가지이지만, 리투아니아 학교에 다니므로 한국식보다는 리투아니아식으로 해결하는 것을 가르쳐주는 것이 더 좋겠다. 


소숫점 자리 수가 많아지자 딸아이가 정말 어려워했다. 아예 너무 어렵다고 생각하고 더 이상 알려고 하지 않았다.

"아빠, 이것은 초등학교 5학년생이 풀 수 없는 문제야. 아빠도 힘들어 하잖아."
"그래. 엄마가 아빠보다 리투아니아어로 더 잘 설명해줄 거야. 그리고 정말 모르는 것을 억지로 알려고 하다보면 머리가 더 아플 거야. 숙제를 다 못해 간다고 너무 불안하고 걱정하지마. 선생님에게 솔직히 말해 - 어려워서 이해할 수가 없으니 선생님이 다시 한번 설명해주면 좋겠다고."

이날따라 아내가 늦게까지 일하고 밤 10시경에 돌아왔다.

"수학 숙제는?"
"설명하기 어려워 당신을 기다렸지."
"뭐?!"

피곤한 아내는 불만스러워하면서도 열심히 설명했다. 하지만 딸아이는 여전히 이 문제가 자신의 능력을 벗어난 것이라 믿고 더 이상 알려고 하지 않았다. 그럴수록 아내의 언성은 높아지고, 딸아이의 눈물은 점점 진해졌다.

급기야 화살은 나에게로 향했다. 아내의 참을성은 한계에 도달했고, 불만과 질책은 쏟아졌다.

"하루 종일 집에 있으면서 요가일래 수학 숙제 하나도 해결해주지 못 했어! 당신은 오늘 도대체 뭐했어?"

100번 맞는 말이다. 하지만 조금 모르더라도 강요해서 딸에게 지식을 주입시키느 일은 하고 싶지 않았다. 오늘은 모르더라도 내일은 알 수도 있다. 스스로 해결 능력이 자연스럽게도 생길 수도 있다. 이해하기 힘든 것을 윽박질러서 가르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올 수 있다.

숙제를 다 하지 못해서 학교에 가면 해온 친구들과 비교가 된다. 그러면 자존심이 상하고, 부끄러움을 느낀다. 이것이 딸아이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당신, 이제 그만해!!! 자, 숙제 다 못 해도 되니까, 요가일래 너는 자러 가라. 벌써 밤 11시다. 그리고 내일은 일체 컴퓨터도 할 수 없고, 텔레비전도 볼 수 없다. 오로지 수학 문제를 풀 수 있도록 해라. 봤지? 네 숙제로 결국은 엄마와 아빠가 서로 얼굴 붉히게 되잖아.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라도 네가 좀 잘 해라."
"정말 어려워. 학교 가기 싫어."
"내일 아침 되면 학교에 가고 싶을 거야. 숙제 생각하지 말고 편하게 잠을 자라. 세상에는 모르는 것도 있어야지. 모르니까 학교에 가는 것이지."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3.05.13 06:33

딸아이는 곧 초등학교 5학년을 마친다. 9월 1일 시작되는 6학년부터 달라지는 과목이 하나 있다. 제2 외국어이다. 

딸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빌뉴스에서 유일하게 프랑스어가 특화된 초등학교이다. 하지만 학부모들의 요구에 따라 프랑스어와 영어 중 하나를 선택해서 2학년 때부터 배운다. 물론 이렇게 선택한 제1 외국어는 졸업할 때까지 배운다. 

6학년부터는 제2 외국어 교육이 시작된다. 선택할 수 있는 언어는 프랑스어, 영어, 러시아어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 가족은 별 다른 고민 없이 러시아어를 선택했다. 그런데 걸림돌이 하나 있다. 리투아니아에서 제일 좋은 고등학교는 제2 외국어로 러시아어가 없다. 프랑스어, 영어와 독일어만 있다.  

"아빠, 담임 선생님이 이렇게 말했어. 제일 좋은 고등학교를 가려는 학생은 러시아어를 선택할 수가 없어."
"왜?"
"그 학교는 러시아어가 없어."
"안 좋다. 원하는 학생들이 있다면 러시아어도 있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그러게."
"너는 그 학교에 가고 싶어?"
"가고 싶지만 어려워."
"그 학교에 안 가도 돼지?"
"그래."
"그럼, 문제는 해결됐어. 러시아어를 선택하자. 어느 슬라브어 하나를 알면 다른 많은 슬라브어를 이해하는 데 많이 도움이 된다."

* 제2 외국어로 러시아어 선택 동의서

소련시대 공용어였던 러시아어는 리투아니아가 1990년 독립을 선언한 후부터 배척되었다. 소련시대 우대를 받았던 러시아어 교사들은 교직을 그만두거나 새로운 과목으로 전환해야 했다. 이때 많은 교사들이 영어나 리투아니아어 교사가 되었다. 학교에서는 러시아어 대신 영어가 자리잡았다. 이 결과로 대부분 20-30세 이하의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러시아어에 대한 지식이 없다.

딸아이가 유치원에 다닐 나이에 우리 부부는 고민했다. 리투아니아어 유치원을 보낼 것인가, 러시아어 유치원을 보낼 것인가. 비록 찬밥 신세에 처해 있지만, 언젠가 다시 러시아어가 각광 받을 날이 올 것이다라는 기대로 러시아어 유치원을 결정했다.

3년을 다니는 동안 딸아이는 러시아어가 아름답다고 하면서 모국어로 생각할 정도였다. 그런데 리투아니아어 초등학교를 다니고 있어 그 동안 러시아어를 많이 잊어버렸다. 하지만 이제 학교에서 제2 외국어로 배운다면 그 옛날 뇌에 자연스럽게 저장된 러시아어가 쉽게 표출될 것이다.


* 유치원 시절 5개 언어로 노래하는 요가일래

러시아어가 없는 최상의 학교에 가지 못하더라도 러시아어를 잘 하면 또 다른 좋은 기회가 올 것이라 기대한다. 영어로는 서쪽으로 러시아어로는 동쪽으로 간다면, 훨씬 더 폭넓은 장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3.03.25 07:11

며칠 전 스웨덴에서 일하고 있는 한국인 친구와 스카이프(skype)로 모처럼 문자로 대화했다. 

"요가일래가 고민이 많은 모양인데 학교생활에 대해 부모한테 자세한 이여기를 안 하나보지."
"주리하고 대화하는 것을 우리가 다 듣고 있는데..,,,,"
"주리가 심각하게 이야기하길래. 여긴 또 틀리니까. 바로 학부모 호출해서 사과시기고 하니까."
"내일 한번 물어볼게"

비교적 딸아이와 소통을 잘 하는 편으로 생각했는데 이렇게 딸아이의 고민을 제3자로부터 듣게 되었다. 벌써 딸아이가 부모보다 친구에게 먼저 고민을 털어놓는 나이가 되어버렸구나를 생각했다. 사춘기로 접어들 나이가 되어버렸다.

다음날 분위기를 살펴서 딸아이에게 물었다.

"학교에 무슨 문제가 있니?"
"아니 없어."
"있는 것 같은데."
"아이, 벌써 잘 끝났어."
"그러면 문제가 있었네. 아빠에게 말해봐."
"친구들이 좀 놀랬어."
"뭐 때문에?"
"내가 리투아니아 사람이 아니고 한국 사람이라고."
"하지만 엄마가 리투아니아 사람이잖아. 그런데 왜 놀릴까?"
"내가 자기들이 하지 못하는 한국말도 잘 하고, 또 좀 잘 나가니까 그런가봐."
"선생님에게 말했어?"
"했지. 친구들이 사과하고 이제 사이좋게 잘 지내."
"어떤 친구가 그렇게 말했나?"
"그건 말하지 않을 거야."

시간이 좀 지난 후 딸아이에게 물어보았다.

"그런데 왜 아빠나 엄마에게 그런 문제를 먼저 이야기하지 않고 친구에게 했나?"
"아빠나 엄마는 벌써 학생이 아니잖아. 학교 일은 학생이 제일 잘 조언해줘."
"그래도 앞으로는 부모에게도 말해줘야지."


앞으로도 이런 유시한 일을 많이 겪을 수 있는 딸아이를 생각하니 걱정이 된다. 이런 경우에 늘 가슴에 와닿는 말이 있다. 국제어 에스페란토를 창안한 자멘호프가 1905년 제1차 세계 에스페란토 대회에서 행한 연설의 한 구절로 한 세기가 흐른 지금에도 여전히 시시하는 바가 크다.   

"지금 처음으로 수천 년의 꿈이 실현되기 시작했다. 여기 프랑스의 작은 해변도시에 수많은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모였다. 서로 다른 민족인 우리는 낯선 사람으로 만난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자기 언어를 강요하지 않고 서로를 이해하는 형제로 모였다. 오늘 영국인과 프랑스인, 폴란드인과 러시아인이 만난 것이 아니라, 바로 사람과 사람이 만났다." 

어제 밤 잠들기 전 아빠의 팔을 베고 누워있는 딸아이에게 조용히 물었다.

"너는 한국 사람인 것이 좋아. 아니면 안 좋아?"
"물론 좋지."
"왜?"
"전부 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이면 재미가 없잖아."
"그래 다양한 나라 사람들이 서로 어울러 사람으로 살아가면 재미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친구들이 한국 사람이라고 때론 놀려대도 자기가 한국 사람인 것을 좋아한다면 어렵지 않게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2.12.17 07:30

딸아이가 자라니 점점 아빠로서의 역할이 축소된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등교시와 하교시에 동반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3학년때까지 이것이 중요한 일과 중 하나였다. 

* 딸아이 학교 가는 길

주말인 금요일을 맞아 딸아이는 학교 근처에 있는 친구 집으로 놀러갔다. 때마침 그 근처에 일이 있어 갔다가 딸아이를 만나 집으로 돌아왔다. 

"너 안 추워."
"괜찮아."
"발이 안 시러워?"
"양말바지 하나에 양말 하나."
(스타킹이라는 말 대신에 우리는 양말바지라 부른다)

그리고 잠시 걸어오는데 딸아이가 한 마디했다.

"추운 날엔 양과 말에게 정말 감사해야 돼."
"왜?"
"양말이 따뜻하게 해주잖아."
"그 양말하고 양과 말은 다르지."
"알아, 하지만 양말이 꼭 양 더하기 말 같아서 한국말이 재미있어."

* 양말이 양 더하기 말?

양말이라는 단어를 한번도 양 더하기 말, 즉 양과 말의 조합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갑자기 양말의 어원이 궁금해졌다. 딸아이의 재미난 생각처럼 혹시 양털로 만든 말굽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라서 양말이라고 하지 않았을까...... 물론 이는 상상이다. 

인터넷 검색을 하니 양말은 서양식 버선으로 한자 洋襪에서 온 말이다. 시대에 따라 그 모양이 조금 달라지고 있을 뿐이니 사실 지금의 양말이라는 말을 버선이라는 말을 그대로 사용해도 되지 않을까......

아뭏든 "날씨가 추운 것이 아니라 옷을 얇게 입었기 때문이다"라는 말처럼 모두들 따뜻하게 옷을 입고 겨울을 잘 나길 기원한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1.09.08 07:52

9월 1일 딸아이 요가일래는 일반학교와 음악학교 4학년생이 되었다. 음악학교에는 처음으로 음악사 수업을 듣게 되었다. 이날 첫 수업에 갔다온 온 요가일래는 음악사 선생님이 마음에 든다고 아주 좋아했다. 수업 중 선생님과의 질의응답을 전했다.

"우리가 음악사 시간에 무엇을 배울까요?"라고 선생님이 물었다.
"작곡가들에 대해서 배우겠죠"라고 한 학생이 답했다.

"최초의 악기는 무엇일까요?"라고 선생님이 또 물었다.
"물론 북이죠."라고 한 학생이 자신있게 손을 들고 대답했다.
"북도 오래되었지만, 그 북보다 더 먼저 있었던 것이 있지요. 대답할 사람 없어요?"

교실에는 잠시 침묵이 흘렸다. 요가일래가 손을 들었다.

"제 생각에는 목소리(성대)입니다."
"맞아요. 역시 가수 요가일래는 뭐든지 다 알아요."라며 선생님은 칭찬했다.

음악사 선생님이 마음에 든다는 것이 바로 칭찬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선생님의 칭찬 여부가 학생들의 호불감에 큰 영향력을 끼침을 쉽게 알 수 있다. 딸아이가 지루해할 것 같은 음악사의 첫 수업에 좋은 인상을 받아서 다행스럽다.

* 4학년 개학일에도 여전히 학부모가 자녀를 동반한다.
  
어제 일반학교 4학년 다음 선생님으로부터 이번 학년 시간표를 받았다. 유럽 리투아니아 초등학교 4학년의 시간표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을까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 소개한다. 
 
* 리투아니아 빌뉴스 한 초등학교 4학년 수업시간표
 
먼저 주 5일 수업에 총 수업시간은 24시간이다. 각 과목의 수업시간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리투아니아어 7시간
수학             4시간
영어             3시간
세계 알기      2시간
음악             2시간 
체육             2시간
미술, 기술     2시간
윤리, 종교     1시간
무용             1시간

초등학교 4학년인데 여전히 국어인 리투아니아어의 비중이 월등히 높다. 그 다음은 수학이다. 영어와 불어 중 선택한 외국어 수업이 3시간이다. 국어 수업이 두 시간 연속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돋보인다. 한국의 초등학교 4학년의 국어와 수학 등의 수업시간은 몇 시간일 지 궁금해진다.

* 관련글: 만화책 같은 초등학교 첫 영어책
               점수 없는 초등학교 성적표, 그럼 어떻게?
               유럽 초등학교 2학년 수업시간표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1.09.02 07:11

9월 1일은 유럽 리투아니아 모든 학교가 새로운 학년을 시작하는 개학일이다. 이날 경제적으로 가장 많은 덕을 보는 사람들은 꽃장수들이다. 모든 학생은 꽃다발이나 꽃송이를 마련해 담임 선생님에게 선물하기 때문이다. (오른쪽 사진: 초등학교 4학년생이 된 요가일래)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시각이 9월 1일 밤 12시경이다. 인근 공원에서 흘러나오는 공연 음악 소리가 아직도 들린다. 오늘 학년을 시작하는 대학생들을 위한 음악 공연이다. 이들은 새벽까지 노래와 춤으로 새 학년을 맞는다.

딸아이 요가일래는 초등학교 4학년생이 되었다. 학급의 학생수는 28명이다. 며칠 전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문자쪽지가 왔다. 개학일 학교 모임을 마치고 바로 야유회를 개최하니 준비해오라고 했다. 준비물은 간편한 운동복 차림과 각자 점심이었다. 가능한이면 부모도 참가하는 것이었다.

▲ 모두가 선물할 꽃을 들고 개학식에 임하고 있는 모습
 

6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꼬박 3개월 동안 딸아이는 학급 친구들을 만나지 못했다. 긴긴 시간 동안 서로 만나지 못하고 9월 1일 만나니 아이들은 마냥 즐겁다. 그런데 1시간 정도 걸리는 개학 모임이 끝나면 뿔뿔이 집으로 헤어진다.

이런 아이들의 마음을 알았는지 올해는 아예 개학 모임을 마치고 야유회를 개최하기로 담임 선생님과 학부모들이 결정했다. 장소는 빌뉴스 교외에 살고 있는 동급생 부모 집이었다.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넓은 마당이 있고, 또한 숯불로 소시지를 구워먹을 수 있는 공간도 있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가는 것을 꺼렸지만 그래도 개학일이니 함께 하자고 해서 아내와 함께 나섰다. 막상 가니 대부분의 학급생이 참가했고, 부모들도 많이 참석했다.

지난 3개월 동안의 공백을 메우느라 아이들은 노는 데 정신이 없었다. 부모들은 각자 가져온 점심을 식탁에 올려놓고 장작불을 피우고 소시지를 구웠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들도 개학 후 그냥 집으로 헤어지지 않고 야유회에 온 것에 대만족이었다.

▲ 개학일에 공놀이를 즐기는 아이들

서먹서막한 분위기로 새 학년을 시작하는 것보다 이렇게 자연 속에서 함께 뛰어놀고 밥을 먹으면서 첫 날을 보내는 것이 모두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개착 첫 날에 야유회를 진행시킨 모든 사람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이날 야유회의 이모저모를 엿볼 수 있는 사진을 올린다.

▲ 학교에서 20km 떨어진 교외인데도 대부분의 학급생들이 참가했다.
▲ 남자아이들이 여자아이들을 들어올려보고자 했지만 불가능했다.
▲ 마지막 남은 딸기를 따먹고 있는 아이들
▲ 건초로 장난하는 아이들
▲ 각자가 준비한 음식물로 식탁이 부서질 것 같았다.
▲ 고기 굽는 일은 관례대로 남자의 몫이었다. 
▲ 뛰어노느라 배가 고파진 아이들
▲ 학부모들도 덩달아 담소를 즐겼다.
▲ 우리나라 007 빵 놀이를 연상시겼다. 학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놀았다.

* 최근글: 외국 초학생 휴대폰에서 들리는 한국 노래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1.06.07 07:17

유럽 리투아니아 초등학교는 벌써부터 여름방학(6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이다. 한국 학생들이 부러워할 만하다. 하지만 여름방학이 긴 대신에 겨울방학은 없다. 물론 성탄절, 2월 초순, 부활절을 기해 1-2주일 학교에 가지 않는다.

초등학교 3학년을 마친 딸아이는 며칠 사이에 방학을 만끽하고 있었다. 늦게 잠들고 늦게 일어난다. 종종 심심하다고 졸라댄다. 

"책 좀 읽지?"
"읽을 책이 없어."
"그럼 도서관에 가서 빌리면 되잖아."
"알았어."

이렇게 어제 딸아이는 자신의 여권을 챙겨서 부모와 함께 인근에 있는 시민도서관을 다녀왔다. 요즘 같은 전자책과 인터넷이 활성된 시대에 과연 도서관을 찾아 책을 빌리는 아이들이 있을까...... 이런 의문을 가지면서 도서관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동안이지만 부모와 함께 온 아이들이 여럿이 보였다. 
 

한 학생에게 최대 다섯 권을 빌려준다. 여섯 권을 선택한 딸아이는 한 권을 포기해야 했다. 


빌리는 책 각각에 자신의 사인을 했다. 딸아이의 사인은 한글로 쓴 "요가"이다. 


이렇게 다섯 권을 책을 1개월 동안 빌렸다. 전화으로 두 번은 연기할 수 있다. 통지없이 연체하면 하루마다 1센트(45원)을 지불해야 한다. 이제 책 다섯 권이 있는 한 심심하다고는 하지는 않을 것 같다. 책 한 권 다 읽고 독후감 쓰고, 엄마로부터 약간의 용돈도 받을 수 있으니까......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11.03.30 08:14

오늘은 유럽 연합에 속해 있는 리투아니아 초등학교 3학년 영어 시험지를 공개한다(사진을 누리면 더 크게 볼수 있음). 유럽 초등학교 영어 시험은 어떤 수준에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에 궁금증을 가진 사람들에겐 도움이 될 듯해서 우리 가족의 동의를 얻어 공개한다.

먼저 리투아니아 초등학교는 일반적으로 2학년부터 제1 외국어로 영어를 배운다. 딸아이 말에 의하면 그 동안 학습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1쪽짜리 시험을 종종 치렀지만, 이렇게 2쪽에 걸친 시험은 처음이다  

시험은 모두 9개 항목으로 이루어져 있다.
          1항: 자기 소개
          2항: 부정관사 a, an 용법
          3항: 같은 표현의 축약형 찾기
          4항: is와 are 용법
          5항: 인칭대명사
          6항: 뒤섞인 문장 단어로 올바른 문장 만들기
          7항: 축약형 (딸아이는 리투아니아로 번역하기로 알고 다 번역해버렸다. 다행히 잘못을 발견)
          8항: 그림 보고 문장 만들기
          9항: 영어로 번역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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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시험지에서 보듯이 점수 매기는 방법이 눈길을 끈다. 맞는 점수 더하기가 아니라 틀린 점수 빼기로 최종 점수를 %로 매긴다.

모국어 리투아니아어가 영어 공부에 방해가 되고 있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면 quick이다. 리투아니아어 발음 'ㅋ'은 k이다. 그래서 딸아이는 quick의 'c'를 빼먹고 'k'만 썼다. 또한 9.9에서 voras는 거미이다. 리투아니아어 거미는 남성형 명사이다. 이를 대신하기 위해 딸아이는 'He'를 썼다. 하지만 영어는 앞에 나온 일반 명사를 대신하는 단어는 단수일 경우 중성인 it이다.

점수를 매긴 시험지를 받으면 반드시 부모 중 한 사람이 확인하고 서명한다. 이렇게 서명한 시험지를 다시 선생님에게 제출한다. 딸아이는 엄마가 하는 서명보다 아빠가 하는 한글이나 한자 서명을 선호한다. 선생님에게 제출할 때 뭔가 좀 달라보여서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시험지를 확인하면서 과거 중학교 1학년 때 처음 배운 영어 시험 공부가 떠올랐다. 그때 영어 단어 외우는 법은 연습지에 한 단어를 수십 번 이상 빽빽하게 적어내려가는 것이었다. 사실 머리가 외운 것이 아니라 손이 외운 것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방법을 식구들에게 해주었더니 금시초문이라고 한다. 딸아이에게 궁금해서 물어보았다.

"그러면, quick이라는 단어를 어떻게 외우지?"
"그냥 눈으로 여러 번 반복해 보면 알아."
"이잉~ 그렇게 쉽게?! 아빠도 옛날 이 방법을 썼더라면 종이와 볼펜을 엄청 절약했을텐데......"

* 최근글: 폴란드 장애인용 주차장 존중하기 이색 캠페인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1.03.19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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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아빠로서의 의무 하나가 이번주에 끝이 났다. 홀가분하지만 웬지 끈 하나가 끊어진 것 같아 허전하기도 하다. 지난 3년 동안 거의 매일 행해오던 의무였다. 바로 딸아이 등교시키기다.
(오른쪽 사진: "학교 혼자 잘 다녀올게")

딸아이는 2008년 9월 1일 초등학교에 입학해 현재 3학년 2학기에 다니고 있다. 기약없이 지속될 것 같았는데 마침내 딸아이는 이번주 목요일부터 혼자 등교하기 시작했다. 집에서 학교까지 거리는 800미터이다. 번잡한 사거리가 하나 있고, 큰 거리를 따라 가면 된다. 군데군데 신호등이 없는 사잇길이 있어 걱정스럽다. 갑자기 과속으로 튀어나오는 차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1학년과 2학년일 때는 엄마와 번갈아가면서 등교를 시켰다. 물론 주된 당번은 아빠였다. 늦게까지 일을 하다가 새벽에 잠들면 방문에 "don't disturb"를 붙여놓는다. 이런 날은 엄마가 데리고 가는 날이다. 2학년을 마칠 때까지는 하교 때 학교에 가서 데리고 와야 했다.

3학년이 되자 엄마는 등교시키기 일을 일체 아빠에게 미루었다. 적어도 집안 일 중 전적인 책임을 지고 해야 하는 일 하나는 있어야 한다는 논리였다. 또한 등교시키고 오는 데 걸리는 시간이 30분이니 하루 운동량에 충분히 보탬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지난해 9월부터 매일 딸아이를 등교시키게 되었다.  

좀 더 일찍 혼자 등교할 수도 있었지만, 겨울철 어두운 아침 때문에 미루어졌다. 요즈음은 아침 7시면 사방이 훤하다. 그 동안 "30분이나 1시간만 더 잤으면 하루가 다 개운할 것인데"라며 진하게 아쉬워한 날들이 많았다. 딸아이 때문에 수업 받지 않는 학생이 되어버렸다.

이제 졸업을 하게 된 셈이다. 학교까지 동행하는 의무는 벗었지만 여전히 작은 과제가 남아있다. 사거리를 건널 때까지 침실 창문을 통해 딸아이의 동선을 살피는 것이다. 녹음이 짙게 들면 이 일은 절로 할 수 없게 된다.
확대

등교시키기가 귀찮아 짜증이 났을 때 "도대체 너는 언제 혼자 학교 갈 수 있나?"를 묻곤했다. 그 언제가 바로 이번주였다. 이렇게 우리 집은 "역사적인 날"을 맞이했다. 늦은 듯하지만 자력을 얻어가는 딸의 모습이 흐뭇하다. 혼자 학교에 등교하고 집으로 돌아온 딸아이는 스스로 자랑스러운 듯했다.

"봐, 나 이렇게 혼자 학교에 잘 가고 올 수 있잖아!"

* 최근글:
발트 3국엔 한국産 버섯이 북한産으로 둔갑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1.01.28 07:25

이번주 초 학교에서 돌아온 초등학교 3학년 딸아이 요가일래가 대뜸 물었다.
"아빠, 일본어 할 줄 알아?"
"조금."
"아빠가 내 선생님이 되어줘! 제발!"
"무슨 선생님?"
"일본어 선생님."
"왜?"
"그러니까 우리 반이 이번주 금요일 일본 대사관에 갈 거야."
"그런데?"
"내가 가면 일본어를 한번 해보고 싶어."

반에서 동양인이 아빠인 아이는 요가일래뿐이다. 그래서 일본 대사관에 가면 당연히 친구들은 요가일래에게 관심을 가질 것이다. 또한 요가일래는 남들과 다른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발동한 것 같았다.

어제 목요일 요가일래는 아빠에게 긴 연필을 주면서 지휘봉으로 사용하라고 했다. 이렇게 딸아이에게 일본어 선생님 놀이를 하게 되었다.

"알고 싶은 일본어 단어를 말해보세요."
"네.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는 요가일래입니다.
 저는 한국인입니다.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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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판에 리투아니아어 글자로 일본말 인삿말을 썼다. 지휘봉으로 음절을 짚어가면서 딸아이에게 읽어주었다. 딸아이는 자신의 수첩에 이 말을 썼고 무슨 뜻인지 리투아니아어로 번역했다. 이렇게 배운 딸아이는 저녁에 집으로 돌아온 언니와 엄마에게 반복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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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우리가 11시에 가야 하는데 1분도 늦으면 안 돼."
"왜?
"일본 사람들은 아주 정확하다고 선생님이 말했어. 그런데 우리는 대우 아저씨네집에 항상 늦게 간다."
"그럴 때도 있었지."
"아빠, 우리 이번 설에는 꼭 제 시간에 대우 아저씨네집에 가자."

좌우간 일본 대사관을 방문하니 일본어 인삿말을 배우겠다는 딸아이의 생각이 기특하다.

* 최근글: 박칼린 계기로 알아본 리투아니아계 미국인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0.12.28 07:33

해가 긴 여름철이 지나고 회색빛 하늘이 잦아지고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하면 벌써 동지가 몹시 기다려진다. 잘 알다시피 동지는 밤이 제일 긴 날이다.

일출: 오전 8시 40분
일몰: 오후 3시 54분

동지가 기다려지는 이유는 밤이 제일 긴 이날 이후부터 낮이 조금씩 길어지기 때문이다. 날이 길어지고 있음을 느끼면서 낮이 제일 긴 하지를 희망하고 매서운 추위를 견디는 것이 덜 힘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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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집(A)에서 딸아이 초등학교(B)까지 거리는 800미터이다.

겨울철 초등학교 3학년 딸아이를 아침 7시 30분에 등교시킨다. 집에서 딸아이 학교까지 거리는 800미터이다. 길거리엔 여전히 어둠이 깔려 있고, 가로등이 해를 대신한다. 최근 딸아이는 내가 어렸을 때 등교에 대해 물었다.

"아빠가 어렸을 때 학교는 멀었어?"
"정말 멀었지."
"시간이 얼마나 걸렸어?"
"두 시간 정도."
"두 시간이나! 차나 버스가 없었어?"
"없었지."

그때는 손목시계도 없었다. 라디오와 인근 읍사무소에서 나는 12시 정각 사이렌 소리로만 정확한 시간을 알 수가 있었다. 들판 넘어 바다 위로 떠오르는 아침 해가 등교시간의 잣대였다. 막상 두 시간이라고 답했으나 좀 부풀어진 것 같았다.

집으로 돌아와 구글지도를 살펴보았다. 우리 집(A)에서 학교(B)까지 거리는 2.6km였다. 지금 보니 걸어서 30-40분 걸리는 거리이다. 그런데 그때는 정말 1시간 반 내지 두 시간이 걸렸을 것 같다. 가다가 산에 핀 진달래꽃도 보고, 들판에 익어가는 벼도 보고, 길 위로 기어나오는 뱀도 피하고, 친구들과 장난도 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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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집(A)에서 내 학교(B)까지 거리는 2.6km이다. 우리 마을은 산, 들, 강, 바다가 어울려져 있다.

특히 우리 마을은 경계선에 위치해 있다. 강 건너 있는 마을과 산 넘어 있는 마을에는 각각 초등학교가 있었다. 이 학교가 더 가까웠지만, 행정구역상 우리 마을 아이들은 더 멀리 있는 학교로 가야 했다.

정말이지 단지 2.6km밖에 떨어져 있는 학교가 그땐 그렇게 멀어보였다. 읍내에 있는 4층 건물이 하늘만큼 높아보였던 시절이었다. 이는 결국 아이와 어른의 눈높이 차이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0.12.13 06:36

최근 블로그에 올린 "가수보다 교사가 되겠다는 9살 딸의 노래" 글을 보고 한국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는 지인이 글을 썼다.

지인은 딸아이 요가일래와 비슷한 나이를 지니고 있는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래서 요가일래와 관련된 글을 보자 수업에 활용했다. 

아래 딸아이 노래 동영상을 아이들과 함께 보면서 동시에 음악수업(음악감상)과 사회수업(다른 나라 문화 이해)를 진행했는데 아이들아 잘 따라주었고, 생생한 수업이 되었다고 했다.


비록 전혀 모르는 외국어인 리투아니아어로 노래하는 동영상을 보면서 한국 아이들은 다음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참조글 출처: 희망인 다음까페)

- 차분하고 고요해서 자장가 듣는 것 같아요.
- 구경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왔는데도 긴장도 않고 실수도 않고 완벽해요.
- 마음이 가라앉는 느낌이었어요.
- 한 마디로 퍼펙트! 액설런트!
- 웃으며 노래하는 모습이 천사 같아요.
- 다시 들려 주세요 앵콜~~ 앵콜~~
- 한국어가 들렸어요 ' 미소'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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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실 텔레비전으로 요가일래 노래를 보고 있는 한국 초등학생들

공간적 먼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딸아이 노래를 수업 교재로 삼아서 한국과 리투아니아를 서로 가깝게 해준 초등학교 교사 지인에게 감사한다. 이 한국 초등학교의 수업 소식을 딸아이에게 전해주자 딸아이는 교실 텔레비전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

"아빠, 한국 교실에는 저렇게 큰 텔레비전이 있어? 참 좋겠다."
"그런가봐."
"우리 학교 교실에는 텔레비전이 없고, 피아노만 있어."
"우리가 텔레비전을 교실에 선물할까?"
"좋지만, 필요 없을 것 같다."
(참고로 리투아니아 저학년에는 영상수업이 보편화되어 있지 않다.)

* 최근글: 고기 자르는 정육 로보트 등장 화제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0.10.15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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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일 때문에 늦게 잠에 들고 일찍 일어난다. 수면 시간이 서너 시간이다. (▲ 요가일래의 집과 학교가 들어가 있는 구글지도)

"오늘도 늦게 잠들텐데 내일 아침 당신이 좀 딸아이 등교하는데 동행하지?"라고 아내의 마음을 떠본다.
"나는 아침 준비해야 되니까, 당신이 같이 가! 올해는 당신이 등교시켜!"라고 답한다.

피곤하지만 가정 평화를 위해 운동 삼아 초등학교 3학년 딸아이 요가일래를 학교까지 동행하고 돌아온다. 언제까지 이렇게 해야 하나? 안전하게 학교까지 데려다주고 집으로 돌아오면 사실 마음이 편하다. 하교 때는 집이 같은 방향에 있는 반 친구들과 함께 오니까 마중가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문제는 음악학교다. 집에서 약 1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다. 며칠 전에는 혼자 집으로 돌아올테니 음악학교까지 오지 말고 집 근처 사거리 신호등에서 기다려라고 말했다. 딸이 집으로 돌아올 길을 같이 음악학교에 있던 아내가 알려주었다.

신호등에서 마냥 기다리는 것보다 딸이 돌아올 길을 향해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그런데 보여야 할 딸은 보이지 않고 음악학교가 점점 가까워졌다. 이 거리에는 왕래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허름한 구석도 군데군데 있다. 이날따라 휴대전화를 집에 놓고 나왔다.

어쩌면 길이 엇갈려 벌써 집에 왔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으로 빠른 걸음으로 집을 향했다. 하지만 혹시 뒤에서 따라올 같아서 자꾸 고개가 뒤로 돌아갔다.

아파트 입구에 도착하자 딸아이는 태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불편한 마음과 안도스러운 마음이 교차되었다. 약속 위반에 화를 내고 싶었지만 무사한 것에 대한 감사한 마음이 이를 누그려뜨렸다.

"어떻게 된 일이니?"
"오다가 길을 바꿨어. 아빠에게 전화했는데 전화를 받지 않았어."
"약속을 어긴 너도 잘못했고, 전화를 챙기지 않은 아빠도 잘못했네. 다음엔 길을 바꾸지 마라."


그 이후 어느 날 이 새로운 길이 아니라 기존 길을 따라 오라고 했다. 복잡한 사거리를 건너니 딸이 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만나자마자 딸은 상황을 설명했다.

"아빠, 오늘 길을 바꿨어. 이쪽으로 오는 데 저 앞에서 술취한 남자가 내쪽으로 오는 것을 보았어. 건너쪽을 보니까 아줌마들이 많이 가고 있었어. 그래서 건너쪽으로 갔고, 술취한 남자가 지나가자 다시 이쪽으로 왔어."  
"이야, 정말 잘했다. 다음에도 앞쪽을 잘 살피고 위험하다고 생각하면 피해서 가! 알았지? 물론 길 건널 때 차를 조심해야겠지."
"아빠, 리투아니아 거리엔 낮에도 술취한 사람이 있는데, 한국엔 술취한 사람이 없어서 좋았어."

벌써 2년 전이었다. 한국을 한 달 동안 방문한 요가일래는 거리에서 술취한 사람을 보지 못한 것을 기억하면서 한국에 대한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 이런 딸에게 그 자리에서  "밤이 되면 한국에도 술취한 사람이 여기저기에 많아."라고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 딸아이가 자라고 나면 스스로 알게 될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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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창덕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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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X를 타고 가는 중 

* 최근글:
공중전화 부스 틈에 꺼꾸로 처박힌 취객 - 헝가리판 술이 뭐길래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0.09.09 07:29

딸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이 된 지 곧 2주가 된다. 학교에 갔다오면 남자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가 제1 순위이다. 어제도 남자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로 우리집 식탁모임을 즐겁게 했다.

"아빠, 오늘 '가'(익명)가 얼굴이 빨게졌어."
"왜?"
"내가 먼저 스카이프(skype)와 페이스북(facebook) 아이디를 물었는데 얼굴이 빨게지는 것이 다 보였어."
"'가'가 누군데?"
"새로 전학온 친구야."
"그런데 너는 지금까지 '나'가 좋다고 했잖아."
"하지만 '나'보다 '가'가 조금 더 좋은 것 같아."
"'나'는 좀 심술궂어. 내가 걸어가면 발로 걸어서 넘어지게 해."
"그럴 때에는 아빠가 재키찬이라고 해."
(리투아니아 아이들은 나를 보면 동양무술을 잘 하는 재키찬으로 오해한다.)
"다 그렇게 아빠를 재키찬이라고 불러."

"그런데 너는 요즘 너무 남자친구에 관심을 가진다."
"사랑하는 것이 아니고 좋아하는 것이니까 괜찮아. 또 학교에 가고 싶다."
"'가'는 공부를 잘해?"
"영어를 잘해."
"너보다도?"
"비슷해. 오늘 영어시간에 같이 앉았어."

이번에 전학온 남자아이를 경계하지 않고 먼저 말도 걸고 해서 얼굴까지 빨갛게 한 딸아이가 너무 당돌해 보인다. 저녁 무렵 '나'가 스카이프로 딸에게 "너 예쁘더라."라고 쪽지를 보내왔다.

'가' 때문에 '나'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있는데 '나'로부터 이런 칭찬을 들으니 갑자기 딸은 혼선에 빠진 듯했다. 어떻게 이런 상황을 알아챘는지 딸아이의 여자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나'가 나에게 쪽지를 보냈어."라고 딸아이가 생각없이 말했다.
"뭐라고?"

이 순간 딸아이에게 여자친구에게 말하지 말 것을 권했다.
"사생활을 다 친구들에게 말하지 마라. 그러면 소문이 다 퍼져 너에게 안 좋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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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해. 궁금하다!"라고 여자친구가 독촉했다.
"내 아빠가 허락하지 않아서 말할 수가 없어."
 
초등 3학년에 너무 빠른 것 같아 우려스럽지만 이런 주제라도 가족간 대화를 할 수 있으니 좋기도 하다.
"너는 자라면 한국, 프랑스, 영국, 일본 등등 남자친구를 많이 사귈 수 있으니 지금 학급에 있는 남자친구에 너무 신경을 쓰지 마라."
"알았어. 하지만 가까이 있는 친구가 더 좋잖아!"

* 관련글: 초등 3학년생으로 훌쩍 커버린 딸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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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모음2010.09.04 06:11

9월 1일 유럽 리투아니아의 모든 학교는 입학식과 개학식을 치렀다. 딸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으로 진급하게 되어 이날 학교를 방문했다.

입학과 개학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날씨가 따뜻하기를 바랐지만, 전혀 딴 판이었다. 흐리고 영상 10도의 추운 날씨였다. 다행히 입학식은 간단했다. 지역유지들의 축사가 이어지는 어린 시절 한국 초등학교에서의 입학식과 비교하면 너무나 간소했다. 이것이 입학식인가라는 의구심마저 들었다.

애국가 경청 속에 국기게양, 교장 선생님 인삿말, 갓 졸업한 선배 축사, 갓 입학하는 학생 시낭송 그리고 신입생부터 교실에 들어가기가 전부였다. 약 15분만에 입학식과 개학식이 끝났다.  

딸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 입학식에 내가 느낀 가장 돋보이는 장면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최고학년생들이 신입생들을 교실까지 인도하는 것이었다. 남학생은 학급반이 적힌 안내판을 들고, 여학생은 종을 흔들면서 신입생들에게 교실까지 길을 인도했다. 또한 학생수보다 학부모수가 더 많은 듯했다. 딸아이 학급에도 아버지와 어머니 둘 다 함께 온 학생들이 더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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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수보다 학부모수가 더 많은 듯한 입학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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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란색 안내판에는 신입생들의 학급이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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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삿말을 하고 있는 교장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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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갓 입학하는 학생의 시낭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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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고학년생들과 신입생들이 같이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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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고학년생들의 인도에 따라 신입생들이 교실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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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에 있는 종을 치면서 신입생들을 인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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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입생들을 인도하는 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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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 현관문을 먼저 들어가고 있는 최고학년생 남녀 한 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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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어서 2학년생들이 담임선생님의 인도에 따라 교실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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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09.03 07:06

9월 1일 딸아이 요가일래는 유럽 리투아니아에서 초등학교 3학년생이 되었다. 리투아니아는 12학년 제도이고 10학년까지 의무교육이다. 교육은 원칙적으로 무상이다. 한국 부모들에 비해 리투아니아 부모들은 자녀 교육비에 대한 부담감이 훨씬 적은 편이다. 그렇다고 교육비가 전혀 들지 않은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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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1일 개학식 요가일래의 교실 모습

참고삼아 딸아이의 초등학교 3학년 개학 비용을 소개한다. 우선 교과서는 무료로 받는다. 하지만 자습서는 학생들이 구입해야 한다. 여름방학 전에 담임선생님에게 학생마다 100리타스(약 4만5천원)를 지급했다. 이 돈으로 담임선생님이 일괄해서 필요한 자습서와 학급 도서를 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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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들이 따로 구입해야 하는 초등학교 3학년 자습서

개학 전 공책, 연필 등 학용품을 구입한다. 들어간 비용은 40리타스(만8천원)였다. 더 자라서 옷과 체육복이 맞지 않아서 새 것을 구입했다. 들어간 비용은 60리타스(2만7천원)이었다.

개학식이 끝나면 보통 가족은 식당 등에서 외식을 한다. 9월 1일 날씨가 흐리고 추웠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딸아이에게 물었다.

"우리 외식할까?"
"필요 없어. 집이 최고야!"
"그래도 개학인데 축하해야지."
"그럼, 집에서 피자를 시켜먹자."

피자값이 40리타스(만8천원)였다. 이렇게 딸아이 3학년 개학 총비용은 240리타스(십만8천원)이었다. 교육비 부담이 없다고 말하지만, 그래도 240리타스는 우리집 가계부에 큰 비중을 차지했다. 외식에 고집부리지 않은 식구들 때문에 가계지출 절약이 이루어져서 한편으로 다행스러웠다.

* 관련글: 유럽 초등 3학년 학급 준칙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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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09.02 06:33

9월 1일 딸아이 요가일래가 리투아니아 초등학교 3학년생이 되었다. 이날 개학식을 맞아 딸아이를 동행했다. 리투아니아 초등학교는 4학년으로 되어 있고, 담임선생님이 4년 동안 학생들을 가르친다. 이날 담임선생님은 학급 준칙을 본인이 직접 작성해 칠판에 붙여놓았다. 개학식이 끝날 무렵 학생들에게 이 준칙을 읽어주면서 따라줄 것을 당부했다. 

* 관련글: 초등 3학년생으로 훌쩍 커버린 딸아이

유럽 초등학교 3학년 학급 준칙을 어떠할까? 이날 교실 칠판에 적혀 있는 준칙을 카메라에 담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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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나누어라.
- 명예롭게 놀아라.
- 아무도 때리지 마라.
- 가지고 간 것은 제자리에 갖다놓아라.
- 더럽혔다면 자기가 직접 청소해라.
- 타인의 물건을 취하지 마라.
- 누구에게나 폐를 입혔다면 용서를 구하라.
- 새로운 무엇인가를 날마다 알아라. 생각하고, 그리고, 노래하고, 춤추고, 놀고, 일하라.
- 기적을 기억하라.
- 어린이 책과 가장 중요한 단어인 '주시하라'를 결코 잊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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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교실에 있은 개학식은 학생들이 가슴에 손을 얹고 "오늘은 좋았고, 내일은 더 좋을 것이다."라고 약속을 하면서 끝났다. 이들의 약속처럼은 내일은 더 좋은 날이 되기를 바란다.

* 관련글: 딸의 초등 3학년 개학 비용은 얼마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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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09.02 06:25

리투아니아는 9월 1일 일제히 모든 학교가 새로운 학년을 시작한 날이다. 입학식과 개학식이 아울러 이루어진다. 거의 3달에 가까운 긴 여름방학을 끝내고 이제 초등학교 3학년생이 된 딸아이는 모처럼 아침 일찍 일어나기에 아주 힘겨워했다. 새로운 학교생활을 맞이한 딸아이의 9월 1일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보았다. 리투아니아 초등학교의 개학식을 엿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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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5일 만 아홉살이 될 딸아이. 이제 3학년이 되었으니 머리손질도 스스로 하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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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9시에 열리는 개학식에 참가하기 위해 학교로 향하기 전 집안과 아파트 현관에서 기념으로 촬칵! 개학식과 입학식에는 학생들은 늘 꽃(홀수 송이로)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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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도 기념으로 촬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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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리투아니아 학교는 운동장이 따로 없다. 개학식은 학교 정문 앞 광장에서 열렸다. 담임선생님이 요가일래에게 어떻게 여름을 보냈는 지를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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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 학급이 개학식을 마치고 학교 교실에 들어가기 위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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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선생님에게 꽃을 선물하는 요가일래. 딸아이가 노란색을 쫗아해 노란색 장미꽃 세 송이를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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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선생님이 책상 위에 이름표를 미리 놓아두었다. 이름표를 찾아서 자리에 앉은 딸아이는 제일 앞줄에 앉게 되었다. 남녀가 짝을 이룬다. 25명이었는데 3명이 이번에 전학해서 모두 28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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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에게 말을 걸어오는 남자 짝궁을 순간포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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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선생님에게 시선을 집중하고 있는 요가일래. 3학년 생활도 알차고 건강하게 잘 보내기를 바란다. "이제 요가일래가 컸으니 개학식에 따라가지 않아도 되지 않나?"라고 며칠 전 아내에게 묻다가 무정한 아빠라고 질책을 받았다. 이날 개학식에 동행하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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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05.07 07:45

며칠 전부터 요가일래는 학교에서 돌아온 후 틈틈이 공룡 그림을 오려붙이고 색칠을 한다. 그리고 이야기를 꾸며나가고 있다.

"너 왜 그렇게 하는데?"
"숙제야."
"숙제가 뭔데?"
"공룡 이야기를 책으로 만드는 거야."
"어떤 이야기인데?"
"자기가 지어야 돼. 그리고 공룡이름도 자기가 지어야 돼."
"어렵지 않아?"
"아니. 재미 있어."

요가일래가 어렸을 때 공룡 이야기를 인터넷 사이트에서 많이 본 것이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A4용지를 반으로 접어 10쪽을 만들어 공룡 그림을 붙이고 옆 장에는 관련 이야기를 써내려가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꾸민 이야기 책을 학급 반아이들 앞에서 읽는 것이 마지막 과제라고 한다.

요가일래가 지어가고 있는 책 제목은 "Liudnas Leris"(슬픈 레리스)이다. 육식공룡 레리스는 육식을 하지 않고 초식을 하자 친구 공룡들로부터 따돌림을 받는다는 이야기이다. 구체적인 이야기는 완성된 후에 알려주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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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내가 쓴 것을 읽어봐. 그리고 고쳐줘!"
"야, 이건 사실과 다르잖아."
"사실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기가 상상대로 하는 거야."

최종적으로 요가일래가 어떤 이야기로 어떤 책을 만들어낼 지 벌써 궁금해진다. 비록 쪽수가 얼마 되지 않지만, 초등학교 2학년생들에게 이런 창의적이고 상상력을 키우는 숙제를 내주는 학교 선생님이 대단해 보인다. 한국의 초등학교 2학년 학생들도 이런 숙제를 받을까? 아래 사진은 숙제에 몰두하고 있는 요가일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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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0.02.01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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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밤 다음날 학교에 갈 준비를 한 후 요가일래는 갑자기 스티커 앨범에 있는 스티커를 하나씩 떼내고 있었다.
"왜 스티커를 떼니? 수집하는 데 싫증이 났니?"
"이 앨범에서 다른 앨범으로 옮기려고."
"왜 옮기니? 큰 앨범은 특별히 부탁해서 샀는데."
"선생님이 큰 앨범을 금지시켰어."
"왜?"
"가방이 무거우니까."


지난 해 11월 요가일래는 주위 친구들이 모두 큰 앨범에 스티커를 붙이는 것이 몹시 부러워했다. 사달라고 졸라댔지만 무거운 앨범을 학교에 가져가는 것이 안스러워 사주지를 않았다. 그런데 크리스마스 산타 할아버지에게 부탁한 선물이 큰 앨범이었다. "얼마나 가지고 싶었으면 산타 할아버지에게까지 부탁했을까?"라고 생각하니 사주지 않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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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선물을 받고 아주 좋아하는 요가일래를 보면서 "산타 할아버지한테는 좀 더 거창한 것을 부탁하지 고작 앨범이네."라면서 순진한 딸아이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요가일래는 새로운 스티커를 수집할 때마다 이 큰 앨범을 가방 속에 넣고 학교에 가져간다. 그리고 친구들에게 보여주면서 서로 중복되는 것을 교환한다. 무겁다고 가져가지 말 것을 늘 권하지만, 보여줌과 수집 열정에 부모가 당할 수가 없다. 무거운 가방을 아빠가 들어준다고 해도 "아빠가 학생이 아니고, 내가 학생이다"라고 주장하면서 허용하지 않는다.

이런 요가일래인데 쉽게 큰 앨범을 버리고 작은 앨범을 택했다. 바로 지난 금요일 담임선생님이 학생들에게 큰 앨범을 책가방에 넣어 학교에 가져오지 말라고 했기 때문이다.

부모의 백 마디보다 선생님의 한 마디가 이렇게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부모로서 씁쓸한 기분이 든다. 하지만 선생님의 말이 통한다는 것을 알게 되니 다행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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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이 스티커를 떼어 작은 앨범에 다 붙인 후 요가일래는 소감을 말했다.
"아빠, 이렇게 해놓고 보니 내가 모은 스티커가 정말 더 많은 것 같다."
 
* 관련글:  내 아이의 책가방 무게는 얼마나 될까?   |   책가방 때문에 딸아이와 실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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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09.10.21 08:07

리투아니아 초등학교의 숙제나 과제를 보면 아이 혼자 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가족이 합심해서 하는 것도 종종 있다. 어제 한 과제물이 후자의 경우이다. 일년 농사 수확물이나 가을 상징물 등을 이용해 작품을 만드는 것이었다.

우리 가족 모두 무엇을 만들까 여러 날을 고민했다. 여러 생각 끝에 딸아이 요가일래가 좋아하는 수박, 아빠가 좋아하는 애호박, 엄마가 즐겨먹는 감자 등을 이용해 거북이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필요한 재료를 구입해서 어젯밤 세 식구가 모여 함께 거북이를 만들어보았다. 과정을 사진에 담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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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일은 아니였지만, 가족이 다 함께 만든 (약간) 거북이를 닮은 작품을 보고 흐뭇해 한 요가일래에게 부모와 가족의 소중함을 상기시켜 주었다.

* 관련글: 그림으로 그린 7살 딸아이의 하루 일과
* 최근글: 아내의 제자들이 방문해 전한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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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09.10.01 07:11

최근 리투아니아 제2의 도시 카우나스 시정부의 공중보건국은 어린 학생들의 책가방 무게를 재는 행사를 개최했다. 목적은 학생들이 들고 다니는 책가방의 과대한 무게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지나치게 무거운 책가방은 자라나는 학생들의 등을 구부리게 하는 주요한 요인이 될 수가 있다. 일반적으로 책가방 무게가 학생 몸무게의 10%가 넘지 않도록 전문가들은 권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한 학생은 몸무게 25kg인데, 책가방이 5kg에 달했다. 이는 권장 무게보다 2배나 더 무겁다. 보통 아이들은 불필요한 물건을 가방에 넣어서 더 무겁게 하고 있다. 부모들의 관심과 주의심이 필요하다.

언젠가 초등학교 1학년에 다니던 딸아이와 책가방을 놓고 실랑이를 벌인 적이 있다(관련글 책가방 때문에 딸아이와 실랑이). 그때 딸아이는 "'아빠, 내가 학생이야! 학생이 책가방을 들고가야지!"라고 실랑이를 종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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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2학년이 된 딸아이 요가일래는 무겁든 안무겁든 책가방을 자신이 들고 간다. 어제 학교에서 다녀온 요가일래의 책가방 무게를 한 번 확인해보았다. 현재 요가일래 키는 122cm, 몸무게는 22kg이다. 요가일래 책가방의 무게는 2.2kg으로 나타났다. 딱 몸무게의 10%에 해당하는 무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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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자녀를 둔 부모님들은 한 번 이들의 책가방 무게를 달아보심이 어떨까요?

* 관련글: 저울이 있는 특이한 책가방 등장
               책가방 때문에 딸아이와 실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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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09.09.24 07:44

딸아이 요가일래가 초등학교 2학년 수업을 시작한지 이제 한 달이 다가온다. 최근 담임선생님으로부터 확정된 수업시간표를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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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투아니아는 주 5일 수업이다. 담임선생님은 1학년때와 동일한 선생님이다. 현 담임선생님은 요가일래가 4학년을 마칠 때까지 담임을 계속 맡는다.

요가일래가 받은 일주일 총 수업시간은 24시간이다. 1학년때보다 2시간이 더 많아졌다. 수업은 45분, 휴식은 15분이다. 배우는 과목은 리투아니아어, 수학, 무용, 미술, 음악, 영어, 체육, 기술, 윤리, 세계지식으로 10과목이다. 외국어 교육이 추가되었다. 프랑스어와 영어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수업 24시간 중 리투아니아어가 7시간으로 가장 많다. 이어서 수학 5시간, 영어·음악·체육·세계지식이 각각 2시간, 윤리·미술·무용·기술이 각각 1시간이다.

이외에 요가일래는 수요일과 금요일 학교수업을 마치고 곧장 음악학교로 가서 독창, 합창, 솔페지어, 피아노를 배운다. 음악학교에서는 일주일에 4시간 수업을 받는다.

* 관련글: 만화책 같은 초등학교 첫 영어책
               점수 없는 초등학교 성적표, 그럼 어떻게?
               유럽 초등학교 학급 가족소풍 이모저모
               저울이 있는 특이한 책가방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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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모음2009.09.13 06:58

지난 9월 1일 초등학교 2학년이 된 딸아이 요가일래는 지난 주부터 제1 외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리투아니아는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제1 외국어를 배운다. 대부분의학생들은 제1 외국어로 영어를 선택한다.

요가일래의 초등학교는 프랑스어가 특화된 학교이지만 학생들이 영어와 프랑스어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지난 4월 "7살 딸이 영어 아닌 불어를 선택한 이유" 글에서 요가일래가 프랑스어를 선택했음을 알렸다.

하지만 최종 결정에서 프랑스어가 아니고 영어를 선택했다. 요가일래의 처음 뜻을 존중하는 것도 좋지만 깊이 있는 댓글을 다신 분들과 주변 사람들의 조언에 경청했고, 가족회의를 거쳐 요가일래의 동의를 얻어 영어로 결정했다.

요가일래가 일상에서 접하고 있는 언어는 한국어, 리투아니아어, 에스페란토, 영어, 러시아어 모두 다섯 개이다. 이외에 가끔 아빠로부터 천자문도 배운다. 프랑스어를 하나 더 배우게 하는 것보다 영어를 확실하게 배우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고 결론지었다.

일주일에 영어를 몇 시간 배우는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담임 선생님이 자신이 짠 수업시간표를 두 서너 주 동안 적용해보고 결정지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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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투아니아 초등학교 2학년 영어 교과서 (왼쪽 주교재, 오른쪽 연습교재)

영어 교과서는 두 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교재와 연습교재이다. 주교재는 모두 16과로 65쪽, 소사전 6쪽, 그리고 동물, 과일, 물건 그림이 16쪽으로 되어 있다. 사전에 실린 영어 단어수를 세어보니 약 300개가 된다. 주교재는 다 배우면 도서관에 돌려주어야 한다. 연습교재는 67쪽으로 학생들이 주로 직접 글자와 답을 쓰도록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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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교재는 마치 만화책으로 공부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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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습교재 제1과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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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어 단어, 발음 그리고 리투아니아어 뜻을 쓰고 있는 요가일래

초등학교 저학년이 처음으로 배우는 영어 교과서라서 그런지 거의 모든 쪽에 다양한 동물들이 그려져 있다. 마치 만화책을 가지고 영어를 배우는 것 같다. 군데군데 또래 아이들의 사진을 넣어서 현장감과 친근감을 높이고 있다. 요가일래가 이 학교 교육만으로도 영어를 잘 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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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