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13. 9. 30. 06:13

이제 가을 초기에 접어들었다. 그런데 기온은 겨울이다. 이번 주 내내 바깥 낮 온도가 영상 5도 내외이다. 밤에는 영하 2-4로 떨어진다. 아직 중앙난방이 들어오지 않고 있다. 양말을 두 컬레 신고, 내복과 바지를 입고, 스웨터 두 벌을 입어도 무릎과 손등에는 한기를 느낀다.


이번 1월 한국을 방문했을 때 온기를 좀 그 더 느끼게 위해 조카가 쳐준 천막이 떠올랐다. 딸아이에게 텐트를 치자가 제안했다. 때 마침 아내가 주말에 집을 비웠다. 지방 도시에서 합창단 공연에 참가하기 위해 토요일 떠났다.

여름철 가족과 함께 호수 등 야외에서 휴가를 보내기 위해 4인용 텐트를 3년 전에 구입했다. 그런데 이번 여름에는 한 반도 이를 사용해보지 못했다. 이유는 여름철 관광안내사 출장을 다니느라 가족과 함께 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빠 딸, 우리 텐트 치자."
"와, 좋은 생각이다."
"오늘 우리 텐트에서 따뜻하게 잠을 잔다."

텐트를 치기 시작했다. 딸과 함께 협동하면서 텐트를 쳤다. 생각보다 텐트치기가 어렵고 힘들었다. 자주 사용해봐야 숙달될 텐데 말이다. 


막상 내 방에 텐트를 쳤지만, 공간을 많이 차지했다. 또한 기대한 만큼 텐트 내부가 따뜻하지 않았다. 4인용 텐트는 난방없는 환절기엔 별 다른 효과가 없음을 확인하게 되었다. 그래도 주말 딸과 함께 무엇인가 한 두시간 공동으로 작업했다는 것에 뿌듯한 마음이 든다.

딸과 함께 텐트 속에서 잠을 자고 일찍 일어난 후에 내 이불을 딸 이불에 덮어주었다. 일요일 오전 10시에 일어난 딸아이가 "아, 정말 따뜻하게 잘 잤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내 마음에 웃음이 맴돌았다. 

'아빠 이불 때문이겠지.'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1. 28. 07:03

한국에 도착한 후 리투아니아에서 살고 있는 아내와 대화를 나눴다.

"어젯밤 잘 잤어?"
"텐트에서 잤어."
"뭐라고? 한국도 추울 텐데 어떻게 텐트에 잘 수 있어? 그렇게 따뜻해?"
"야외가 아니라 방 안이야."
"이건 또 무슨 소리야? 방 안에 텐트? 당신 시차 때문에 정신이 어떻게 된 것이 아니야?"
"정말이라니까. 사진 찍어 보여줄께."


"방 안뿐만 아니라 창문에도 뽁뽁이가 있어."
"무슨 용도?"
"단열재로 활용하고 있어."
"한국은 참 재미있는 나라야.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을까... 우리도 한번 해볼까?"
"방 안에 텐트를 쳐놓으면 요가일래가 제일 좋아하겠다."


잠시 머물고 있는 집이 조카집이다. 삼촌이 온다고 외풍이 조금 있는 방에 특별한 텐트를 미리 구입해 설치해놓았다. 덕분에 텐트 안에서 외풍을 느끼지 못하고 잠을 잘 수 있었다. 

아내의 말처럼 한국은 재미있고 기발한 발상과 생기있는 유행이 넘치는 나라이다. 혹한에 외풍을 지헤롭게 견딜 수 있는 간단한 방법으로서 텐트 사용은 리투아니아 집으로 돌아가 친구들에게 해줄 수 있는 돋보이는 이야기거리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