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14.03.04 06:28

부엌에서 복도를 따라 지나다가 열려 있는 방문 사이로 딸아이가 의자에 앉아있는 모습이 보인다. 
"아빠 딸, 허리를 곧곧하게 하고 앉아야지."
"괜찮아."
"허리가 꾸부정하면 나중에 자라면 안 예쁘고, 또 건강에도 안 좋아."
"알았어."

함께 산책을 가다가 옆에서 딸아이가 어깨를 구부리고 걷고 있다.
"딸아, 어깨를 똑 바로 펴고 걸어야지."
"자꾸 잊어버린다."
"처음에는 의식적으로 자꾸 하다보면 나중에는 그렇게 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습관화가 돼."

최근 유럽 누리꾼들 사이에 화제가 된 중국 초등학교 교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한눈에 보기에도 낯설고 우스꽝스럽다. 책상마다 쇠막대기가 설치되어 있어 학생들의 자유분방한 행동을 막고 있다. 

왜 쇠막대기가 설치되어 있을까? 처음엔 이해하기 힘들지만 내려갈 수록 그 깊은 뜻에 공감이 절로 간다. 
[사진출처 demotywatory.pl]


이 쇠막대기는 앉아서 글을 쓰거나, 책을 읽을 때 올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는 도구이다. 보기엔 괴상하더라도 자라나는 어린 아이들이 바른 자세를 갖추는 데 유용하니 참으로 기발하다.

이 사진을 딸아이에게 보여주고, 설명을 했더니 고개를 끄떡였다.
"너희 학교도 이런 책상을 놓아달라고 할까?"
"학생들이 먼저 다 반대할 거야."
"중국에는 저렇게 해서라도 어린이들의 자세를 바루고자 한다. 그러니 너는 바른 자세의 중요성을 잊지 말고 꼭 기억해라. 이 사진을 너 방에 걸어놓을까?"
"됐어. 노력할게."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3.02.07 07:07

2주간 한국 방문으로 집을 떠나있었다. 출국하기 위해 공항으로 떠나기 다섯 시간 전까지만 해도 갑작스런 병고로 한국행 포기를 결심했다. 그런 판국이라 책상도 재데로 정리하지 못하고 한국으로 떠났다. 우여곡절 끝에 한국을 방문하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와 책상을 보니 깜짝 놀랐다. 떠나기 직전 번역 중이라 여러 참고 책들과 사전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아빠, 책상 누가 이렇게 말끔히 치웠니?"
"내가 치웠지." 
"고생 많았네. 고마워~" 


그런데 단어를 확인하기 위해 사전을 잡았는데 또 한 번 더 깜짝 놀라게 되었아. 찢어져 있던 사전이 테잎으로 깔끔하게 붙여져 있었다.   


"이것도 네가 한 거야?"
"내가 하자고 했고, 엄마가 조금 도와줬어."
"고마워."
"아빠가 보고싶었을 때 내가 아빠 책상을 정리했어."

남이 없을 때 이렇게 무엇인가 그를 위해 하는 것이 함께 있을 때보다 더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1.07.06 07:42

요즘 매일 탁구를 친다. 지난 2월 우리 집에 설치했다. 짝은 이제 곧 고등학교를 졸업할 큰 딸 마르티나다. 테니스를 취미를 가지고 있는 마르티나는 탁구도 비교적 잘 친다.

그냥 치면 재미가 없으니 내기 탁구이다. 마르티나가 이기면 10리타스(5천원)를 주고, 지면 마시는 차를 끓여주는 것이 내기이다. 아내도 좋아한다. 지면 건강을 위해 탁구를 친 값이라고 생각하고, 마르티나에겐 짭짤한 용돈 벌이다. 

늘 막상막하이다. 먼저 여섯 번을 이긴 사람이 승자이다. 보통 7-11번을 논다. 어제도 탁구 시합을 하고 있었다. 작은 딸 요가일래는 아빠 책상에 앉아 그림을 그리려고 했다.

"아빠, 책상이 너무 지저분해. 내가 깨끗이 정리해줄게."

요가일래는 책상에 널려있는 책을 한 쪽에 쌓아서 정리했다. 더 이상 쓸 수 없는 볼펜을 버렸다. 특히 책깔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색종이 스티커를 필통에 붙여놓았다.

▲ 책깔피로 사용하라고 연필통에 붙여놓은 색종이 스티커들
 

"아빠, 내가 이렇게 정리하니 기분이 좋지?"
"그래."

탁구시합에 집중해야 하는 데 요가일래의 물음은 점점 방해가 되어 갔다.

"아빠, 내가 이렇게 잘 깎인 연필도 줄게."
"그래."
"아빠, 내가 이렇게 아빠를 위해서 책상을 정리하는데 아빠는 '그래', '응'이라고 짧게 말을 해!"

▲ 아빠 책상을 정리하고 있는 요가일래
 

요가일래는 더 긴 칭찬을 듣고 싶어했다. 그런데 탁구에 열중인 아빠의 반응은 짧고 무뚝뚝했다. 드디어 토라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시작한 일이니 끝을 내겠다고 했다. 즐거움으로 시작한 일이 아빠의 반응으로 댓가를 바라는 일로 변해갔다. 

"아빠, 용돈!"
"네가 생각하기에 책상 정리 수고비가 얼마나 할까? 원하는 만큼 가져가."
"아빠 책상이니까 아빠가 결정해야지."

잠시 머뭇거렸다.

"5리타스(2천5백원)는 어때?"
"그럼, 5리타스 줘."

요가일래는 아빠 손바닥에 있는 동전에서 5리타스를 가져갔고, 다시 20센트를 더 가져갔다. 

"20센트는 팁이야. 이건 내 저금통으로!"

아빠와 딸 사이의 대화를 듣고 있던 아내가 다가왔다.

"아니, 책상 정리하는 수고비가 5리타스! 너무 많아! 이렇게 습관을 들이면 안 돼!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을 해주는데 딸이 아빠 책상 정리를 댓가없이 해주면 안 되나?"

맞는 말이지만 아내에게 한 마디했다.

"그 돈이 누구한테 가든 우리 집에 있잖아! 아이도 돈이 필요하잖아. 이렇게 해서 모우게 하는 것도 좋지."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