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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11.20 오래 세워둔 차 몰았더니 바퀴에 타는 냄새가
생활얘기2012.11.20 06:05

지난 10월 25일부터 11월 2일까지 초겨울의 추위를 피해 따뜻한 지역인 스페인의 그란카나리아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출발하기 며칠 전부터 돌아온 후까지 자동차는 아파트 주차장에 세워두었다.

돌아와서도 서너 차례 짧은 거리인 시내주행만 했다. 그리고 이제 겨울철이라 타이어를 교체했다. 약 3주 동안 거의 사용하지 않았는데 다행히 시동은 보통 때처럼 잘 걸렸다. 눈이 내리고 기온이 영하로 떨어졌지만 9월에 노후화된 점화 플로그 2개를 교체한 덕분인 것 같았다.

지난 주말 장모님을 방문하기 위해 모처럼 장거리(240km) 주행을 하게 되었다. 대부분 점검사항은 컴퓨터화된 차이다. 사전에 경고를 해주는 것은 좋지만, 컴퓨터 계기판에 신호음이 나올 때마다 신경이 써인다. 특히 후진등이나 안개등이 고장났으니 교체하라는 신호는 참 고맙다.

100킬로미터까지는 아무런 신호음도 없이 잘 갔다. 그런데 갑자기 계기판에 쪽지가 떴다.

타이어 펑크
멈춰서 안전하게 타이어 교체하세요

펑크가 났으면 자동차가 심하게 흔들러야 하는 데 그런 조짐이 전혀 없었다. 이 쪽지는 타이어 바람이 빠졌을 때도 뜬다는 것을 경험했다.

"당신 며칠 전 타이어 교체할 때 공기량 점검 안 했어?"
"당연히 했지."
"그런데 왜 일까? 일단 확인해보자."

그래서 제일 먼저 만난 주유소로 들어갔다. 아뿔싸, 공기주입기가 고장나 있었다. 두 번째 주유소를 학수고대하면서 시속 130킬로미터에서 가급적 시속 100킬로미터로 달렸다. 

흔히 리투아니아에는 사람들이 적게 살아서 좋다고 자랑한다. 그런데 이런 경우는 참 불만이다. 직전에 소유했던 차에는 트렁크에 기름을 담은 통을 늘 가지고 다녔다. 큰 도시를 벗어나면 고속도로나 국도 주변에 주유소 찾기가 힘들다. 그렇게 자주 보였을 것 같은 주유소는 이날따라 왜 나타나지 않을까...... 

고속도로에서 약간 벗어난 두 번째 주유소로 들어갔다. 또 공기주입기 고장.


운전하던 아내는 계기판에 "다시 타이어 점검"이라는 새로운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평소 위치를 확실하게 알고 있던 주유소로 향했다. 아뿔싸, 고급 주유소는 고속도로 건너편에 있었다. 가는 편에 있는 주유소엔 아예 공기주입기가 없었다. 황당 그 자체...... 이젠 포기...... 무사 기도로 강행할 수밖에.

일단 목적지가 70킬로미터 남았으니 무시하고 가기로 했다. 오후 4시가 되니 사방이 점점 어두워졌다. 더욱이 하늘에는 구름, 대지에는 안개...... 첫 번째 목적지가 바로 묘지. 묘지 입구에 차를 세우고 타이어를 점검해보았다.

공기량은 정상으로 보였다. 그런데 후륜 왼쪽 타이어에서 열과 약간 타는 냄새가 나고, 따그닥 따그닥 소리까지 났다. 이런 여건으로 최종 목적지까지 가고, 또 빌뉴스 집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니 앞이 그야말로 묘지 밤하늘처럼 깜깜해졌다. 특히 주말이다. 시골도시라 모든 수리소가 쉰다.  

두 번째 목적지도 묘지. 세 개의 묘를 찾아 촛불을 밝혔다. 

이제 기대할 사람은 자동차 수리에 밝은 동서였다. 중장비인 지게차 수리사로 일하다가 이제는 유럽 전역을 누비는 화물차 운전사이다. 다행히 주말에 집에 있었다. 지난 토요일 그를 방문했다.
  
"여행간다고 차를 세워두었지?"
"그렇지."
"원인 진단 끝."
"뭔데?"
"날씨가 계속 흐리고 비오고 눈이 오는 동안 자동차는 그냥 서있었잖아. 브레이크가 녹슬었을 거야."

그란카나리아에서 25도 내외의 쾌적한 날씨를 마냥 즐기고 있을 때 우리 집 차는 추위와 습기로 고생하고 있었다. 동서는 능숙하게 타이어를 빼내 브레이크를 해부했다. 녹이 슬어서 브레이크 패드가 잘 빠지지 않았다. 그는 쇠줄로 밀어서 패드와 브레이크에 녹슨 부분을 긁어내었다.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
"난 아는 것이 이것밖에 없어 ㅎㅎㅎ. 정비소는 브레이크를 통 채로 교체해야 한다고 말할 수 있을 거야."
"정말 눈물 나도록 고맙네 ㅎㅎㅎ. 그런데 다른 타이어는 괜찮아?"
"아무런 증상이 없는 것을 보니 녹이 저절로 떨어져나갔을 거야. 자동차는 세워두지만 말고 굴러야 돼."
"맥주 한 잔 하러 가자. 그런데 내 지갑이 없네."
"우리 집 거실로 가. 러시아에서 사온 보드카 있어." 

재주꾼 동서 덕분에 일단 냄새나는 후륜 왼쪽 브레이크를 이렇게 손봤다. 
결과는?
집으로 돌아오는 240킬로미터 거리 동안 계기판에는 아무런 쪽지가 뜨지 않았고, 냄새도 나지 않았고, 소리도 나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와 아내에게 말했다.

"개 산책시키듯이 차 산책을 시켜야겠다."
"차 산책이 낭만이 아니라 특히 습하거나 추운 겨울철엔 필수임을 이렇개 해서 알았다."
"걸어서 10분 거리인 당신 일터에 이제부터는 차로 빙빙 돌아서 가야겠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