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20. 7. 3. 13:23

요즘 유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연청색, 청색 또는 청보라색을 띠고 있는 야생화가 하나 있다. 도심이나 도로변 풀밭 어디에서는지 자주 눈에 띈다. 학명은 cichorium intybus(키코리움 인티부스)다. 국화과에 속하는 여러살이풀로 원산지가 유럽이다. 영어로는 chicory이고 한국어로는 치커리 또는 치코리다.       


한 줄기에 지는 꽃, 피는 꽃, 곧 필 꽃이 층을 이루어 공존하고 있다.  


리투아니아 빌뉴스 도심을 가로지르는 내리스(Neris) 강변 풀밭에서 만난 치커리꽃이다.


유럽 사람들이 일상에서 즐겨 마시는 음료는 커피, 녹차 또는 홍차, 허브차 등이다. 젊은 시절 언제든지 커피를 마셔도 자고 싶을 때 잘 수 있었다. 그런데 나이가 들자 오후 2-3시 이후 마신 커피는 잠들기를 방해한다. 종종 늦은 오후나 저녁에 커피가 생각날 때 유럽인 아내가 권하는 차가 있다. 

바로 카페인 성분이 전혀 없고 색깔이나 향이 커피에 아주 유사한 약초차다. 바로 치커리차다. 유럽 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치커리 뿌리를 굽거나 볶아서 분말을 만들어 커피 첨가물이나 커피 대용품으로 사용하고 있다. 

치커리 추출액은 건강에 아주 유익하다. 소화기관을 보호하고 특히 만성 간질환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좋다. 또한 항진균, 항산화 및 항암 성분을 가지고 있다[출처]. 혈중 콜레스테롤 함량을 감소시키고 당뇨의 예방이나 치료에 효곽 있다[출처].   
  

뿌리를 캐낸다
깨끗이 씻어서 길쭉하게 짜른다
섭씨 140도에서 4시간 정도 굽는다
구운 치커리 뿌리를 빻는다
같은 비율로 빻은 커피 분말에 넣는다
빻은 치코리 가루를 3-4분 동안 끓여서 커피 대신에 마신다

직접 치커리 뿌리를 캐서 구을 수도 있으나 추출액이나 분말을 이곳 유럽 가게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어제 가게에서 산 치커리 추출액이다. 에스토니아에서 만든 제품이다.
치커리 추출액 100 그램 영양표시는 아래와 같다 
열량 286칼로리
지방 0.1그램
탄수화물 70그램
섬유질 0.08그램
단백질 8.9그램


실온에서 건조한 장소에 보관하면 된다. 
추출액을 찻숟가락 반 개에서 한 개로 뜨거운 물이나 우유 200밀리리터에 넣어서 잘 젓은 후에 마신다.  


물의 양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치커리 첫 맛은 커피처럼 쓰다. 
기호에 따라서 연유나 설탕을 넣어서 마실 수 있다.
색깔이 완전 블랙커피다. 


뜨거운 물에 치커리 추출액을 찻숟가락 한 개를 넣어 마셔본다. 약간 쓰지만 어린 시절 한국에서 즐겨 마셨던 구수한 숭늉 한 사발을 떠올리게 해서 설탕이나 연유를 넣지 않는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언제 다시 유럽여행문이 열릴지 알 수 없지만 특히 발트 3국이나 러시아에 올 기회가 있다면 이 치커리차를 맛보길 권한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20. 6. 13. 19:38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 구시가지로 산책을 나간다. 구시가지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유서 깊은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양식의 건물들이 즐비하다. 왼쪽 팁은 1579년 세워진 빌뉴스대학교의 요한성당 종탑이고 오른쪽 첫 번쩨 건물은 17세기에 세워졌고 지금은 주리투아니아 폴란드 대사관이다. 이 거리 입구에 들어서니 달콤하고 향긋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이 향내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오른쪽 옆에 작은 공원이 있다. 고개를 돌려보니 나무 한 그루에 하얀 꽃이 피어 있다. 다가갈수록 향내가 더욱 더 달콤해진다. 이 나무의 정체는 무엇일까?



엘더(elder), 엘더베리(elderberry) 또는 삼부쿠스 니그라(sambucus nigra)로 불리는 서양접골목, 서양딱총나무다. 거의 유럽 전역에 걸쳐 공원이나 정원이나 숲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는 나무다. 접골목(接骨木)이라는 이름에서 볼 수 있듯이 관절을 삐거나 뼈가 부러질 때 약으로 사용하는 나무다. 딱총나무 이름은 가지를 잘라서 안에 있는 심지를 빼내고 종이를 말아서 총알을 만들어 구멍에 넣고 쏜 것에서 유래한다. 줄기의 속이 독특해 꺾으면 '딱'히고 딱총소리가 난다는 설도 있다.           



연두색 꽃망울이 꽃 한 송이를 이루는 듯하다. 



꽃망울이 하나둘씩 터져 햐얀 꽃을 피우고 있다. 유럽에서 딱총나무는 4월에서 6월까지 꽃을 피운다. 열매는 검은색이다. 유럽 사람들은 겨울철 면역기능을 치유하는 데 이 열매를 사용한다. 열매는 약한 독이 있어 날 것으로는 먹지 않고 요리해서 쨈, 젤리, 소스 등으로 먹는다. 꽃과 열매로 과실주(와인)를 만들기도 한다. 



만발한 하얀 꽃줄기를 보니 크로아티아 친구의 상큼하고 향큼한 음료 만들기가 떠오른다.  




유럽 사람들은 옛날부터 딱총나무를 약재로 사용한다. 건조시킨 꽃은 중요한 치료약이다. 5-6월 신선한 꽃줄기를 꺾어 통풍이 잘되는 그늘진 곳에서 말린다. 건조 후 줄기를 제거하고 말린 꽃더미를 듬성한 체로 친다. 차를 만들어 마신다. 진통, 항염증, 감기, 이뇨, 땀내기, 인후통 등에 효과적이다.           



차뿐만 아니라 청량음료로도 만들어 먹는다. 아래는 발칸반도 크로아티아 현지인 에스페란토 친구가 딱총나무꽃 음료를 만들기 위해 유리병에 재워놓고 있다. 



일전에 그와 인터넷 대화를 통해서 딱총나무꽃으로 청량음료를 만드는 법(또 다른 요리법)을 알게 되었다.


"지금 bazga 음료를 만들어고 있어."
"bazga가 뭐지? 잠깐! 위키백과에서 찾아볼게... 아, 딱총나무 sambucus nigra!"
"맞아. 면역체계에 좋아."
"그렇다면 다 만들어서 우리 집으로 배달해줘."
"여기로 와서 맛봐!" 
"딱총나무꽃 음료는 어떻게 만들어?"
"사람이나 지역에 따라 조금 다를 수 있지만 내가 지금 만들고 있는 법은 이래. 준비물은 신선한 딱총나무꽃 40송이, 물 4리터, 시트르산 50g, 조각낸 레몬 6개다. 이 모두를 같이 해서 24시간 동안 재워놓는다. 액체만 분리해서 설탕 4kg을 넣는다. 설탕이 다 녹아서 보이지 않을 때까지 2-3분 끓인다."      
"크로아티아 사람들은 이 음료를 즐겨 마시나?"
"그렇지. 이 음료는 크로아티아를 비롯해 발칸 사람들이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는 가장 오래된 음료(강장제) 중 하나다."


같은 유럽이라도 발트 3국이나 폴란드에서는 이 청량음료를 먹어본 적이 없다. 요즘에는 주로 로마제국에 속했던 영국, 독일, 오스트이라,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루마니아, 헝가리 및 슬로바키아 등지에서 이 청량음료를 마신다[출처]. 다음 번 크로아티아에 갈 때는 아주 상큼하고 향큼하다는 이 딱총나무꽃 청량음료(sok od bazge)를 꼭 마셔봐야겠다.
Posted by 초유스
발트3국 여행2015. 6. 23. 06:15

여전히 발트 3국에서 이 나라 저 나라, 이 도시 저 도시를 한국 관광객들에게 안내하면서 돌아다니고 있다. 지금은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이다. 어제는 단체 여행객들과 헤어졌다. 라헤마 국립공원 습지 오솔길을 도보산책(4킬로미터, 1시간 15분)한 후 발트해 해변의 한적한 시골 마을 식당에서 점심을 먹게 되었다.

* 에스토니아 라헤마 국립공원


점심 후 이들은 페테르부르크로 떠나고, 나는 탈린으로 되돌아와야 했다. 이때 한 여행객이 감기약, 해열제, 진통제, 컵라면, 햇반, 김 등을 시장가방에 담아서 선물로 주었다. 탈린에서 새로운 여행객들을 기다리는 이틀 동안 요긴한 음식이 될 것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일전에 만나자마자 한국 음식을 선물한 관광객을 소개했다. 오늘은 이렇게 헤어질 때 선물한 관광객 한 분을 소개한다. 어린 시절 시골 마을 소꼽친구들인 초등학교 동창생들이 함께 왔다. 이 중 한 분이 다기를 가져왔다. 관광안내 중 보온병에 든 따뜻한 차를 주곤 했다. 관광지 설명 등에 시달리는 목에는 그야말로 보약이었다. 그런데 이 분이 다기 전체를 가져왔을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마지막날 장거리 이동 중 휴게소에서 잠시 쉬었다. 밖에서 서성이고 있던 나를 안으로 불렀다. 이 일행들은 커피 대신에 모두 차를 마시고 있었다. 가운데에는 작은 차주전자가 있었고, 그 주위에는 작고 귀여운 찻잔이 여러 개 놓여있었다. 차를 권하기에 마셨다. 차를 다 마신 후 물었다.

"혹시 차를 좋아하세요?"
"우리 집 식구 모두 차를 좋아합니다."
"그럼, 비록 사용한 것이지만 이것을 다 주고 싶어요."
"아이구, 감사하지만 그렇게까지 호의를 베푸지 않으셔도 됩니다."


야외나 여행을 갈 때도 차를 마실 있도록 부피가 적게 나갔다. 이날 선물로 받은 차주전자와 찻잔 등이다.



예쁜 보자기에 든 이 선물 다기를 유럽인 아내가 보더니 한국인의 아낌 없이 주는 행위에 감동과 감탄을 마지 않았다. 소중히 아끼는 물건을 이렇게 아낌 없이 줄 수 있는 마음을 참으로 본받고 싶다.


한편 당시 옆에 있던 일행 한 분이 여행 중 마시려고 가져 왔던 믹스커피를 꺼냈다. 여행 내내 이 동창이 우러내는 차를 마시느라 믹스커피를 전혀 먹을 기회가 없었다고 했다.



차 덕분에 이렇게 믹스커피도 한 봉지 가득 선물로 받게 되었다. 뭐니해도 아기자기한 다기는 휴대하기가 아주 쉽다. 이제 현지인 친구집 등을 방문할 때도 이것을 가져가 함께 차를 마실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기본이라도 먼저 다도를 익히는 것이 급선무이다. 이 자리를 빌어서 다기를 선물한 분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5. 3. 12. 09:29

유럽 리투아니아 직장은 한국과 같은 회식이 거의 없다. 직장이 음악학교인 아내는 1년에 입학식이나 스승의 날을 제외하고는 회식이 없다. 이마저도 대개 오후에 시작해 저녁 무렵이면 집으로 돌아온다. 자기가 맡은 수업 시간 직전에 출근해 수업 시간이 끝나면 퇴근한다.

대부분 주변 현지인들 중에 평일 밖에서 술을 마시고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을 찾아보기가 힘든다. 종종 주말에 현지인들을 만나는데 보통 부부가 함께 한다. 차를 가지고 온 부부에게 술을 권할 때에는 먼저 물어본다.

"오늘 누가 운전?"
"지난 번엔 남편이 마셨으니 오늘은 차례." 아니면 "지난 번에 아내가 마셨으니 오늘을 차례."라는 답은 듣게 된다.

그래도 덩치 큰 사람은 맥주 500cc, 덩치 작은 사람은 300cc 정도를 모임 초기에 마신다. 대리운전사라는 직업이 아직 없다. 회식문화도 없으니 생기더라도 흥하지는 못할 것이다.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라 음주 운전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언젠가 리투아니아 경찰청 형사국장이 음주 운전으로 적발되어 옷을 벗을 적이 있다. 그는 정년퇴임을 불과 몇 달 앞두고 있었다. 음주 운전을 하다 경찰이 곧 바로 적발해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도로에서 중앙선을 넘나드는 음주 운전자를 발견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얼마 전 이와 관련해 화제가 된 러시아 동영상이 있다.
앞서가는 차가 중앙선을 넘나들고 있다.


뒤에 오던 운전자가 신호등 앞에서 멈추고 있는 차로 달려가 운전석 문을 연다.
이어서 운전자를 운전석에서 끌어내리면서 자동차 열쇠를 뽑아 자기 주머니에 넣어버린다. 


그 운전자는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한다. 밀치니 그대로 뒤로 넘어진다.  



이처럼 예기치 않은 다양한 일들이 러시아 도로에서 일어나고 있다. 참견한다고 화를 입을 수도 있는 러시아 도로인데 음주운전사를 발견하고 이렇게 자동차 열쇠까지 뽑아 더 큰 사고를 막고자 한 이 러시아 시민의 행동에 박수를 보낸다.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13. 3. 28. 07:55

최근 폴란드 북부지방 발트해 연안도시 소포트(Sopot)의 한 거리에 보기 드문 자동차 사고가 났다. 사고 차량은 람보르기니 가야르도(Lamborghini Gallardo) LP560-4다. 람보르기니는 이탈리아의 자동차 제조 업체로 고성능 슈퍼카와 스포츠카를 만드는 회사로 유명하다. 


폴란드 화폐로 50만 즐로티(약 2억원)나 나가는 최고급 람보르기 가야르도는 인도에 있는 전봇대를 들이받았다. 엄청난 속력을 증명하듯이 자동차 앞부분이 몰골 사납게 함몰되었다. 
[사진 출처 image source link] 


웬만한 아파트 한 채가 날아가는 순간이다.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13. 3. 8. 07:16

3월이다. 특히 눈이 내리는 겨울이 있는 나라는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요즘 앓고 있는 골칫거리가 도로 위 구멍이다. 이를 영어단어 포트홀(pothole)로 사용하는 사람이 더러 있는데, 노면구멍으로 사용하고 있다.그 동안 블로그를 통해 몇 차례 이에 관련된 소식을 전했다. 예를 들면 폴란드는 눈으로 노면구멍을 막고, 리투아니아는 튤립꽃으로 노면구멍을 막고 있다. 

혹한과 폭설, 제설용 염화칼슘 등으로 빗어진 아스팔트 노면구멍은 크고 작은 도로 사고의 원인을 제공한다. 이를 신속히 수리하고 복구하는 데에는 그 나라와 자치단체의 예산과 인력, 기후 등에 좌우된다.

세계경제포럼 전문가들은 세계 142개국의 도로 질을 평가해 점수를 메겨서 발표[출처]했다. 이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좋은 도로를 가진 10대 국가는 프랑스(6.5점), 아랍에미레이트(6.5점), 싱가포르(6.5점), 포르투갈, 오만, 스위스, 오스트리아, 홍콩, 핀란드 그리고 독일이다.  

리투아니아는 5.2점을 받아 142개국 중 32위다. 한편 최하위는 1.5점을 받은 몰도바이다. 폴란드(2.6점), 불가리아(2.5점), 러시아(2.5점), 우크라이나(2.3점), 루마니아(1.9점) 등 동유럽 국가들이 하위에 속하고 있다. 폴란드 도로 질이 좋지 않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우선 폴란드 사람들 사이에 인기 끈 그림을 소개한다. 왼쪽은 유럽 연합 평균 국가로 정상적인 운전자는 직선으로 달리고, 술취한 운전자는 이리저리 달린다. 오른쪽 그림은 폴란드로 정상적인 운전사는 이리저리 달리고, 술취한 운전자는 직선으로 달린다. 왜냐하면 노면구명을 피해 달리다보니 이리저리이고, 술취한 운전자는 차가 구멍에 망가져도 별다른 관심이 없기 때문에 직선으로 달린다. 


아래 동영상은 폴란드의 누더기 도로를 직선 주행하는 운전자의 모습이다. 술취한 사람이 아니라, 노면구멍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주행한 것으로 보인다.  


아뭏든 노면구멍으로 누더기가 된 도로에서 운전하는 사람은 각별히 조심하길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11. 7. 2. 17:23

인구가 320만명 면적이 6만5천 평방킬로미터인 리투아니아는 인구밀도가 평방킬로미터당 53명이다. 국도를 벗어나면 아직도 비포장도로가 흔하다. 하지만 사토가 많아 비가 오면 물이 잘 빠진다. 

최근 폴란드 누리꾼들 사이에 비가 온 뒤 비포장도로 흙탕 속에서 골탕을 먹은 자동차 사진이 관심을 끈다. 과연 사진 속에는 몇 대의 자동차가 보일까? 뒤에 보이는 하얀 자동차와 안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자동차, 이렇게 2대는 확실하다. 그렇다면 정말 2대뿐일까? [사진출처 | image source link]


하지만 진흙길에 감쳐진 차가 한 대가 더 있다. 
 

바로 앞차가 지나가면서 뿌려준 진흙때문이다.


마치 진흙 사우나에서 방금 나온 자동차처럼 보인다.

* 최근글: 미스 리투아니아 2011, 결선 진출자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1. 6. 22. 08:33

유럽에서 가정생활을 하면서 외박을 해본 기억이 없다. 지난 19일 다른 도시에 일이 있어 가서 자고와야 했다. 홀로 호텔방에서 자려고 하는데 집에 있는 아내로부터 전화가 왔다. 혹시나 걱정해서 일을 방해할까봐 아내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나쁜 소식이 있는데 지금 얘기할까 아니면 집으로 돌아온 후에 할까?"라고 아내가 물었다.

그 순간 머리는 나쁜 소식이 과연 무엇일까를 추측하기에 바빴다.

"괜찮아. 무엇인지 말해봐!"
"백미러가 도난당했어."
"이잉~~~,  자동차 백미러를 누가?!!!"

▲ 조수석 백미러는 손대지 않았다.
 

아내는 다른 구(區)에 살고 있는 처남 집을 모처럼 방문했다. 아직 해가 지지 않은 시간이었다. 한 시간 정도 차을 마신 후 집으로 돌아오려고 하는데 운전석 백미러가 없어졌다. 종합보험을 들었기에 먼저 보험중개인에게 연락했다. 그는 보험금으로 수리하기 위해서는 경찰확인서가 필요하다고 했다. 아내는 즉각 경찰서를 향했다.

"친척집에 와서 잠시 도로가에 차를 세워놓았는데 그만 백미러가 도난당했다. 처음이라 너무 황당하다."
"어디에 살고 몇년만에?"
"시내 중심가에 사는데 2년 동안 아무런 일이 없었다."
"당신은 정말 행복한 사람이다."라고 경찰관이 웃으면서 축하해주었다.
"범인 잡기는 걸렸네."라고 아내는 속으로 생각했다.
"당신 차 부품 도난사건은 밥먹듯이 일어난다. 다행으로 생각하라. 백미러 떼내기는 30초도 안 걸린다."

아내는 이렇게 경찰확인서를 받고 보험중개인에게 연락했다. 

"종합보험이지만 본인이 400리타스(20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나머지 금액만 보험처리가 된다. 예상수리비는 약 800리타스(40만원)이다."

▲ 이렇게 거울만 떼내어 가버렸다.
 

아내는 난데 없는 지출이 생기자 400리타스 본인 부담액보다 더 낮은 액수로 수리를 할 수 없는지를 백방으로 알아보았다. 마침내 어제 보험처리를 하지 않고 100리타스(5만원)을 주고 새 백미러를 설치했다. 큰 일을 생각해서 보험들기는 당연지사이지만 이런 경우 "내가 왜 보험을 들었지?"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 3. 10. 17:14

초유스는 1990년 6월 그때만 해도 러시아 상공으로 유럽으로 올 수 없었기 때문에 서울에서 출발해 토쿄, 알래스카, 파리를 거쳐 오스트리아 비인에서 첫 유럽여행을 시작했다. 당시 한 3년을 국제어 에스페란토를 통해 유럽을 시작으로 세계여행을 계획했다.

이 세계여행 계획은 우연한 기회에 헝가리 부다페스트 엘테대학교에서 에스페란토를 학문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함으로써 궤도수정을 해야 했다. 이렇게 여행에서 시작해 유럽에 생활하게 된 지가 내년이면 만 20년을 맞는다. 물론 중간에 한 3년 한국에서 일을 한 적도 있었다.

오늘 아침 차를 마시면서 "유럽생활 20년에 변한 것은 무엇일까?"라는 화두가 떠올랐다. 유럽 사람들도 차를 자주 마신다. 처음 몇 년은 차를 마실 때마다 친구들은 아주 감탄했다.

왜 일까?

간단하다. 차 마실 때에 설탕을 넣지 않기 때문이었다. 여기 사람들은 대부분 차를 마실 때 설탕을 넣는다. 건강에 좋지 않다라는 설탕을 차에 넣지 않는 습관에 이들은 감탄을 마지 않았다. 좀 과장한다면 한국사람들의 건강관을 유럽에 전파하는 부소득까지 얻게 된 셈이었다.

초기 몇 년은 여행자의 신분이라 차를 준비하면 친구들이 설탕을 넣을까 말까 물어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다보니 친구들은 묻는 것을 잊어버린 것인지 아니면 현지인으로 생각했는지 자기들 차처럼 차를 준비했다. 즉 설탕을 넣은 차이다.

준비한 차를 "설탕없이 다시!"라고 외칠 수는 없었다. 이렇게 20년을 살다보니 어느 새 혀는 차의 단맛에 익숙해저버렸다.

가급적 차에는 설탕을 넣지 않기로 다짐해 보지만 오늘 아침 차에도 어김없이 차숟가락은 설탕통을 향했다. 이것이 유럽생활에서 변한 가장 두드러진 식습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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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 사시는 다른 분들은 어때요?
설탕 차? 아니면 여전히 무설탕 차?
Posted by 초유스